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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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의 거장으로 알려진, 윌리엄 트레버의 12편의 짧은 소설을 읽었다.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의 글답게 각 단편마다 내용이 풍부하고, 많은 여운이 남았다. 책을 읽는 내내 서늘하기도, 슬프기도 한 감정들이 교차되며 작가의 글만으로 웬만한 세상사가 이해되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삶에 대해 무수한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 같지만, 오히려 절제된 문장에서 극도의 신산함이 표현되고 있었다.

 

우리는 자신의 얘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어 한다.

 

고인 곁에 앉다의 에밀리는 고집스럽고,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거친, 자신만의 유별 속에서 산 남자와 23년간 결혼생활을 했다. 그가 죽자 가톨릭 평신도 단체인 마리아 군단의 일원인 제라티 자매가 죽어가는 이의 곁을 지켜주기 위해 에밀리를 찾아온다. 처음 만난 사람이 어색했지만 에밀리는 지나온 얘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자신을 모욕한 남편에 대해, 자신의 힘들었던 결혼생활에 대해....그래도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리티 자매는 돌아가면서, 고인이 있는 곳에서 이렇게 이상하게 느낀 것은 처음이라고 서로에게 말한다.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들려줄 때, 그 사람은 어느 정도까지 그 얘기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겉으로는 수긍해도 속으로 비난할 수도, 다시는 상종 못 할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의견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너무 힘들거나 잃어버린 자신에 대해 쏟아 붓고 싶을 때, 상대가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더 적절하다.

 

[두려움이 에밀리가 말한 사랑을 고갈시켜 껍데기만 남았지만, 방문객 앞에서 그랬듯 에밀리는 사랑의 잔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슬퍼할 수 없었고, 애도할 수 없었다. 너무 적은 것만이 남았고, 너무 많은 것이 파괴되었다....

방치된 방 안에서 에밀리는 선의를 보인 여자들에게 자신이 한 말을 하나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해도 상관없었다.

-P.27~28]

 

고독의 나는 이탈리아의 한물간 해변 리조트에 정착한 쉰세 살의 여성이다.(p.142) 나도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아다닌다. 나는 엄마의 외도를 목격한 뒤, 그 남자를 계단에서 밀어버린다. 부모님은 그 사실을 무마해버리고, 나를 위해 호텔을 전전하며 떠돌이의 삶을 선택한다. 원망과 미안함이 공존한 나의 가족의 대화는 언제나 불완전하다. ‘빈틈없이 완성된 작품(p.138)’처럼 속의 말을 감춘 채, 공허하게 살아간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나는 여러 곳을 다니며 다른 사람에게 내 얘기를 한다. 그러나 아무도 나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나는 다시 이탈리아의 리조트로 돌아온다. 해변을 산책하며 내가 만든 유령, 다르블레 씨에게 나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나의 또 다른 자아인 다르블레 씨는 나를 위로한다. 사람들이 나를 고독한 여자라고, 고독 속에서 늙어갈 것이라 수군 되지만, 나에게는 다르블레 씨가 있다.

 

로즈 울다, 거리에서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욕구와 그것을 들어줄 수 있는 여력과는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말을 하는 사람이 언제나 올바르게 산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가십거리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 대부분 말로 진행되는 사람의 관계는 엉성하기 짝이 없고, 공유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적다.

 

 

피폐해진 삶이 주는 고통과 무의미한 바램

 

저스티나의 신부에서 저스티나는 펠리시아의 여정에서의 펠리시아가 연상된다. 자기 힘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조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소녀의 불행은 더 측은하다. 학습 장애로 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저스티나는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밥 먹듯이 한다. 시아버지와 술꾼인 남편, 못 배운 동생을 책임져야하는 저스티나의 언니, 매브는 언제나 짜증이 나고 지쳐있다. 가능하지 않지만 매브는 덜떨어진 동생에게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54세의 클로헤시 신부는 저스티나의 잦은 고해성사에 상실감을 느낀다. 신자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사람들에게서 종교의 영향이 약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똑같다. 신부의 입장에서 세상의 변화를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또 그만큼 희미해진 소명의식에 절망한다. 내가 가톨릭교도이기에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공감을 했다. 내 사전에 전염병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 인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엄습했다. 처음 이 감염병이 우리에게 왔을 때, 모든 동선이 체크되어 내가 병에 걸리는 것보다 누군가에 그것을 감염시키는데 더 두려움을 느꼈다. 강제적이자 자발적으로 1년 반 정도 성당에 나가지 못했고, 나의 신심은 그에 비례해 줄어들었다. 내가 성당에 나가지 않은 기간 동안 내가 다니는 성당은 신부님의 비리로 시끄러웠고, 결국 다른 신부님이 부임하는 큰 사건이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모든 것이 변화되는 이 시점에서 종교의 역할과 그에 따른 신부님의 고뇌가 이해되었다. 신심이 없어져도 사람들이 편하게 잘 살게 된다면 그것이 더 좋은 것인가? 무엇을 고해해야 할지 모르는 뻔뻔함이 난무할 때, 순수한 저스티나의 잦은 고해에 클로헤시 신부는 더 무력감을 느낀다.

 

[진부해진 상념은 밤이 되어 가게들이 반쯤 문을 닫은 시내에 남겨졌다. 이것이 현실이었다. 클로헤시 신부가 알든 모르든, 이것이 그가 가진 것이었다. 비좁은 고해실에서는 또다시 불필요한 고해와 용서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서 신을 본 얼굴에서 만족감이 사라질 것이다.

-p.73]

 

성인(聖人)조각상을 만드는 데 뛰어난 재능이 있는 코리 역시 세속의 물결이 밀려들어 성스러운 아일랜드가 사라져버린 곳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코리와 그의 아내 누알라는 가난하다. 세 명의 아이가 있고, 넷째를 임신 중인 누알라는 이웃의 아이가 없는 에티 린을 찾아간다. 그녀가 꺼낸 말은 죄악에 가깝지만, 에티 린에게는 유혹적인 말일 것이다. 팍팍한 현실에서 더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우리는 이 세상의 보편적인 도덕을 강요한다. 잔인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누알라는 최선을 다해 남편에게 연민과 지지를 보냈고, 이제 영원히 혼자서 간직할 일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렸다. 코리는 누알라를 위해 조각상을 만들었고, 조각상들이 동요하지 않는 평정심으로 자신의 시선을 돌려보내자 누알라는 처음으로 분노가 조금씩 흘러 나가는 것을 느꼈다. 감화되어 평온함에 잠긴 누알라는 조각상의 체념을 느꼈다. 실패한 것은 누알라가 아니라 이 세상이었다.

-p.182]

 

 

한 번뿐이지만 그것만으로 더할 나위 없다

 

무용 선생의 음악의 브리지드는 열네 살 때부터 남의 집에서 일을 한다. 그녀의 활동 영역은 그 집 부엌의 뒷방뿐이다. 어느 날 주인집 딸을 위해 피아노를 치는 동시에 스텝을 가르치는 무용 선생이 온다. 일을 하며 브리지드는 간간이 음악 소리를 듣는다. 처음 들은 피아노 소리가 좋아진다. 그리고 그 선생은 떠나기 전에 집안의 일하는 사람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기로 한다. 초상화와 벽난로,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이 있는 거실에서 브리지드는 그랜드 피아노로 연주되는 음악을 듣는다. 한 번뿐이었지만, 선율이 다시는 들리지 않았지만, 브리지드에게 그 날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된다. 이미지와 느낌이 살아 있고, 그것은 그녀를 충만 시킨다. 오랜 장마 끝에 나타난 햇볕처럼 삶이 잠깐 반짝인다.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은 어쩌면 찰나가 가져다 준 순간의 환희일 수 있다.

 

 

사랑과 불륜의 방식은 거의 동일하다

 

사랑할 때,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의 강도(强度)는 다르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이지만, 그 사랑이 불륜일 때 왜 여자는 매번 먼저 이혼을 하고, 남자는 자신의 가정을 지켜야만 할까? 밀회에서 그녀가 그랬고, 그라일리스의 유산에서 여자는 떠난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부담스럽고 신경 쓰여, 남자들은 불편해한다. 그러면 사랑을 시작할 때, 직장의 파티션으로 분리된 곳에서 몰래 육체적 관계를 나눌 때, 프루스트와 스콧 피츠제럴드에 대해 얘기할 때는 사람들의 시선이 없었는가 말이다. 미래의 건사한 집과 결혼한 아내와 사는 남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같이 얘기 나눌 수 있는 여자를 필요로 한다. 소문이 시작된 것을 불편해하는 남자를 위해 여자는 떠나고 그녀는 그 남자에게 유산을 남긴다. 그 돈을 받지 않겠다고 남자는 변호사를 찾아가지만, 은퇴해도 별로 돈이 많지 않은 남자에게, 유산을 받지 않겠다는 거절은 하나의 제스처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웠지만 기만적이다.

 

[두 사람이 포옹하는 모습이 백화점 유리창에 반사되어 새겨졌다. 두 사람은 순간 그 이미지에서 우아함이 드러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그 우아함이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이 연애에서 자신들에게 우아함이 있었으리라 짐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말하지 않았으나 이해한 사랑의 규칙은 끝나지 않은 것을 끝내는 괴로움 속에서도 깨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것이었다. 오늘 사랑은 조금도 부서지지 않았다. 둘은 그 사랑을 지니고서 몸을 떼고 서로에게서 멀어져갔다. 미래가 지금 보이는 것만큼 절망적이지 않다는 것, 그 미래 안에 여전히 두 사람의 과묵한 섬세함과 한때 사랑이 만든 그들의 모습이 남아 있으리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채로.

-p.287]

 



윌리엄 트레버의 12편의 단편 소설은 각각의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많이 연결되기도 한다. 작가는 각 단편에서 주인공의 나이를 거의 알려준다. 어느 나이이고 삶이 힘들지 않을 때는 없다. 그러니 어쩌면 누구에게나 삶은 공평한 것일까? 그의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소설의 맨 끝 문장이었다.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문장에 어떤 결론이 내려진 듯하지만, 오히려 거기에서부터 수많은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갔다. 이해할 수도, 결코 끝까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 인생의 단면들이 펼쳐졌다. 그리고 한없이 먹먹해진다. 이 글에 인용된 문장은 모두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번역자는 트레버의 섬세한 문장들과 여백의 깊이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했다. “분명하게 이해하고 내가 이해한 내용을 정확하게 옮기고싶다고 했다. 번역자마다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고 나는 그것을 존중한다. 번역자의 노고에도 항상 감사한다. 그렇지만 번역자의 이해보다 우선되어야 할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번역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외국어를 지금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로 정확하게 옮기는 것이다. 김하현 번역자는 그런 면에서 디테일이 많이 부족했다. 책을 읽으며 불편한 점이 많았다.

 

번역 때문에 별점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단지 윌리엄 트레버 작가의 소설에 경의를 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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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9-14 07: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트레버 소설은 쓸쓸하고 여운이 많이 남는 거 같아요. 소설의 마지막 문장들 다 읽어봤는데 내용을 다 몰라도 쓸쓸한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제가 봐도 번역이 좀 불편하네요.

페넬로페 2022-09-14 09:36   좋아요 2 | URL
네, 이 단편들이 여운이 많이 남고 맘을 엄청 쓸쓸하게 만들었어요. 괜히 아, 정말 이놈의 인생이란 말이야~~
이런 말을 하게 만들었어요 ㅎㅎ

새파랑 2022-09-14 08: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트레버의 단편을 읽으셨군요 ㅋ 번역도 좀 그렇지만 트레버의 문장 자체가 왠지 번역하기 쉽지 않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 특유의 여백 ㅋ 그래서 좀 깊게 생각하게 해서 좋더라구요~!!

페넬로페 2022-09-14 09:40   좋아요 3 | URL
워낙 트레버 작가의 문장에 여백이 많아 이렇게 긴 리뷰가 필요없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 할 얘기기 또 많이지더라고요. 그게 이 작가의 능력이지 싶어요.
새파랑님 말씀저럼 깊이가 있어 생각할 것이 많았어요^^

미미 2022-09-14 09: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번역에 대해 말씀하시니 기회가 되면 원서를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래도 페넬로페님 리뷰는 항상 해당 책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해줍니다.^^* 각 단편을 읽으면서 여운이 긴 작품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마다 느끼는것도, 질문도 많을 작품. 트레버의 저력이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2-09-14 09:44   좋아요 3 | URL
번역가가 조금만 더 조사했다면 오류를 범하지 않았을텐데 그런 면에서 아쉽더라고요.
제가 넘 길게 썼는데 저의 느낌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워낙 여운이 많아 읽는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를 것 같더라고요.
저력있는 작가의 모범적인 문장을 읽어 행복했어요^^

scott 2022-09-14 23:34   좋아요 2 | URL
저 🖐소장 하고 있는데
크기 부피가
전화번호부와 비슷^^

미미 2022-09-15 08:35   좋아요 2 | URL
헉!! 그러고보면 미들마치도 원서 꽤 두꺼울것같아요.^^* 그런 두께도 읽을 수 있고 소장도 하고 계신 스콧님👍

mini74 2022-09-14 15: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고 싶어지는 리뷰입니다. 에밀리 이야기가 전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 낡고 오래된 집에 남겨진 외로움을 읽은 기분ㅠㅠ

페넬로페 2022-09-14 16:17   좋아요 2 | URL
에밀리 이야기, 넘 좋죠!
뭐라 딱 말할수는 없지만 그 기분을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

서니데이 2022-09-14 1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읽었는데, 밝고 명랑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감정선을 따라가는 내용이 좋더라구요.
코로나19 시작되면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조심하면서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9-14 22:18   좋아요 3 | URL
네, 책을 읽으면서 감정의 흐름이 많이 느껴졌어요.제 감정은 슬픔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세상 살아가는 것이 참 심란하기도 하고요^^
코로나가 이제 일상생활이 되어 누군가 확진되었다는 소식 들려도 담담해지는 것 같아요^^

scott 2022-09-14 23: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트레버 작품 국내 출간 된것 들중에
제대로 번역(심지어 정영목 번역가조차도)
된 것이 없습니다.

트레버 작품은
교수님들도 기피 한다공 ㅎㅎㅎ

페넬로페 2022-09-15 14:59   좋아요 2 | URL
문장은 간결한 것 같은데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가 커서 그런 걸까요!
생각보다 어려운가 봐요.
번역가가 좀 더 조사해서 옮기면 좋겠더라고요^^

han22598 2022-09-18 17: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멋! 저도 이책 지난주에 읽기 시작했어요! 물론 단편한개 밖에 못 읽고 있지만 말이죠....
많은 알라디너님들이 좋아하는 트레버라서...저도 이 책을 사봤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ㅋㅋㅋ 단 한편만 읽어서일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ㅎ
다 읽고 페넬로페님 리뷰도 다시 읽어봐야겟어요!

페넬로페 2022-09-19 09:18   좋아요 1 | URL
트레버 작가의 글이 단편의 맛을 느끼게 하더라고요.
han님께서도 좋았으면 합니다^^

희선 2022-09-19 0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기 이야기는 잘 모르는 사람한테 하는 게 조금 편할지도 모르겠네요 잘 모르기에 솔직하게 하고 잘 모르기에 들어줄지도... <무용 선생의 음악>은 괜찮네요 좋은 건 순간이죠 그 순간은 영원하기도 하고, 사람은 그런 때가 있어서 살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9-19 09:24   좋아요 2 | URL
잘 모르는 사람에게 오히려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편견없이 상대방의 말을 들을 수 있잖아요~~
순간의 환희, 우리는 그것으로 삶을 살아 갈 힘을 얻을듯요.
아니면 매번 일상이 똑같잖아요 ㅠㅠ
그나마 책을 읽어 다른 세계로 갈 수 있고 거기서 위안을 받아요^^

그레이스 2022-09-20 2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비슷해도, 나의 경우는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싶은가봐요^^;;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허용된다는 뜻일까요

페넬로페 2022-09-22 13:54   좋아요 1 | URL
삶의 방식이 비슷해도 각자의 삶으로 들어가면 또 다들 특별하고, 자신의 고통이 더 크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그후의 삶에서도 그렇듯이 가십거리가 되기도 하겠죠^^
 











프루스트의 글을 조금이라도 접해 본 사람이라면, 그 어렵고 긴 문장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정말 고통스럽다. 순간순간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과, ‘내가 왜 사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라는 회의감도 든다. 나의 친애하는 알라딘 서재 친구인 새파랑님은 무인도에 가져 갈 책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언급하셨는데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나요?”

 

그래픽 노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본 책 보다 어마어마하게 쉽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간결한 문장과 그림을 통해 책의 흐름과 포인트를 잘 정리해 놓았다. 그래픽 노블은 책을 읽었을 때 받았던 느낌과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콩브레스완의 사랑을 읽으며 이전의 감정들도 되살아났다. 책에서 놓친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잘 읽었다는 확신도 들었다. 아직 갇힌 여인 2’사라진 알베르틴을 남겨 두고 있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건 콩브레이다. 그래픽 노블의 콩브레도 내가 느낀 좋은 부분을 잘 살려 놓았다. 다만 내가 상상하고 그려 온 인물의 이미지와 그림이 좀 맞지 않은 면도 있었다. ‘스완의 사랑은 화자의 알베르틴에 대한 사랑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 사람마다 정의하는 사랑의 의미가 다 다르겠지만, 프루스트가 묘사하는 사랑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는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랑보다, 사랑을 할 때의 인간의 심리에 더 접근한 듯하다. 또한 그 시대의 관습을 비껴나지 못한 한계도 보인다.

 

쉽게 잘 정리된 그래픽 노블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책이 주는 마력(魔力)에는 거의 미치지 못한다. 힘들지만 프루스트를 읽는 이유는, 책 속에 깊이 있는 성찰과 감동적인 문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 깊은 맛을 느끼려면 꼭 책을 읽어야만 한다.

 

[내가 책을 통해 겪었던 여러 행복과 불행 들을 만일 책이 아니라 실제로 겪었더라면, 그것이 제 아무리 강렬하다 할지라도 책에서처럼 그렇게 짜릿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왜냐면 이 인생의 면면들은 너무나도 더디게 진행되어 제대로 분간해내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책 속의 무대가 절반은 형태를 갖춘 채 내 앞에 펼쳐지는 때가 있었는데,...나는 콩브레 정원의 열기 속에서, 연이어 두 해 여름이나 깊은 산 계곡으로 급류가 흐르는 장관을 맛볼 수 있었다....

- '콩브레‘,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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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책을 사면서 굿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알라딘 적립금으로 굿즈 보다는, 책을 사는데 보태기를 더 좋아했다. 그렇지만 이번 마르셀 프루스트 100주기기념 굿즈는 포기할 수 없었다. 마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중이라 더 반가웠다. 두 번에 걸쳐 책 주문을 하고, 프루스트 찻잔 세트와 접시를 얻었다. 가장 먼저 여기에 홍차와 마들렌을 담아 먹고 싶었지만 우리 동네에는 마들렌을 파는 곳이 없다. 그런데 연극을 보러 간 대학로의 낙산공원으로 가는 긴 언덕길에서 우연히 마들렌을 파는 디저트 가게를 발견했다. 유레카를 외치듯 기쁘게 들어가, 여러 맛이 나는 마들렌을 사 왔다. 홍차에 적신 마들렌은 홍차의 향기와 함께 잘 어울렸다. 프루스트의 말마따나 책은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짜릿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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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모태솔로인(이 말 절대 하지 말라고 했는데) 딸아이와 함께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갔다. 딸아이는 혼자서 뭐든지 잘하는데 요즘은 외로움을 타는지 나를 자주 끌어들인다. 사실 아이가 연극을 예매했다고 했지만 제목조차 몰랐다. 그저 98일 저녁에 시간이 되느냐고 해서 가능하다고만 대답했었다. 낙산공원으로 가는 긴 언덕길 초입에 있는 공연장 앞에서야 연극 제목이 ‘12인의 성난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제목만으로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딸아이의 안목을 믿기로 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시드니 루멧 감독의 1957년 법정 영화를 연극으로 각색한 것이다. 아버지를 살해한 18세 소년에 대해 12인의 배심원들이 최종 판결을 위한 토론을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일급살인죄에 해당되는 혐의를 받고 있는 소년에게 유죄가 결정된다면 소년은 전기의자에 앉아 사형을 당하게 된다. 그동안 진행된 재판의 정황으로 볼 때 소년의 유죄는 거의 확실해 보였다. 이제 모든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만 확정하면 된다. 그런데 8번 배심원이 무죄를 선언한다. 그는 자신도 정확하지 않고 잘 모르지만 한사람을, 그것도 어린 소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을 얘기해보지도 않고 결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한다. 재판 과정이 소년에게 불리하게 작용했고, 뭔가 미흡한 점도 많이 보였다고 했다. 법적으로 피고인은 변호사를 통해서만 말을 할 수 있는데, 소년을 맡은 국선 변호사는 소년을 변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반대심문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증인들의 증언 역시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다. 8번 배심원은 천천히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해 나간다. 유죄라고도 생각되지만, 완전히 무죄라는 확신도 없지만 그래도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얘기하고 따져보자고 한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처음부터 소년이 유죄라고 확신한 나머지 배심원들은 화를 내며, 소리를 치고 무죄를 부정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판단하는 것에는 편견과 자신의 생각과 살아 온 환경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내 것이 된 믿음과 인식을 깨기가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맞아 오고, 빈민촌에서 살아 온 소년에게 당연히 살인 감정이 있을 것이라 단정한다. 그곳에서 자라난 사람들을 순진하게 믿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악으로부터의 폭력은, 이 사회의 안전을 위해 누군가를 전기의자에 앉히는 한이 있어도 처음부터 싹을 잘라야 한다고 성토한다. 정말 그 소년이 아버지를 죽였느냐, 죽이지 않았느냐의 사실보다, 자신의 감정과 오랫동안 굳어진 생각이 우선한다.

 

고성이 오가고 서로에게 나쁜 말까지 해가며 분위기가 격렬해지지만, 점점 배심원들은 한 사람씩 소년이 무죄라고 생각을 돌린다. 결국 12인의 배심원들은 소년의 무죄를 만장일치로 합의한다. 사실 소년은 아버지를 죽였을 수도 있다. 무죄가 아니라 유죄일 수도 있다. 무엇이 정확한지도 옳은지도 모를 만큼 나중에는 혼란스럽다. 그래도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건 유죄이다, 무죄이다를 결정하기 전에 우리는 오랫동안 고민하며 얘기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싸워서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2시간 동안 상연된 연극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연극은 현재 우리 시대를 반영하고 있었다. 12인의 배심원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무엇이 옳고 나쁜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만 할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지금 우리는 논리적으로, 마음을 다해 격렬하게 얘기 나누고 있지 않다. 사회는 양분되었고, 그저 내 편만을 옹호한다. 쉽게 단정해버리고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내일은 추석, 오래간만에 시댁과 친정에서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날이다. 언젠가부터 시댁과 친정에서 우리의 정치색은 양분되어 있다. 처음에는 약간의 언성이 높아지며 서로의 색깔을 위한 변론과 상대방을 비방하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감정싸움으로 커지는 것을 우려해 요즘은 아예 말도 꺼내지 않는다. 서로 툭 터놓고 얘기하며,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들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만 어려울 것 같다. 그저 만나서 밥 먹고 서로의 근황을 묻고 다음을 기약한다. 연극의 내용이 너무 좋았지만 그만큼 생각과 마음은 복잡해졌다. 책이나 연극, 영화를 통한 인식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는 항상 나에게 주어진 숙제다. 어쩌면 프루스트도 거기에 골머리를 앓아 오히려 책으로 더 짜릿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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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9-09 2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픽노블까지 보시네요
찻잔이랑 접시에 마들렌.
완벽한 잃시찾 읽기에요 페넬로페 님^^
실천의 문제. 지행합일 제게도 숙제입니다.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말라고들 하는데
참 씁쓸하죠. 공허한 이야기들. 그래도 즐거운 만남 가지시고요 보름달도 보세요^^

페넬로페 2022-09-09 23:36   좋아요 1 | URL
마침 프루스트 100주년 기념 이벤트 덕분에 득템하게 되었어요. 디저트 가게가 허름했는데 맛이 너무 좋네요~~
저는 항상 책을 읽으며 지행합일하기를 원하는데 그게 뜻대로 잘 안되요 ㅠㅠ
그래도 조금이라도 노력하려고 해요~~
프레이야님!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시길 바래요^^

프레이야 2022-09-09 23:51   좋아요 2 | URL
안 그래도 찻진과 접시 때문에라도 사야겠다고 노려보고 있어요 ^^ 요즘 주변에 따님들 모태솔로 많더군요. 울집도 비슷해요. 따님과 보신 연극 좋았겠어요 넘넘. 페넬로페 님의 감상도 좋으네요. 저는 영화를 찾아 보렵니다. 왓챠에 있네요. 다행 ㅎㅎ

얄라알라 2022-09-09 2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지역 도서관에 신청했다가, ‘그래픽 노블 장르‘라서 거절당했었거든요...^ ^ 본문 글씨 폰트가 생각보다 많이 작아서, 내용을 꼭꼭 눌러 담아 놨겠어요. 원전을 안 읽고 그래픽 노블로 먼저 읽어도 충분히 이해 가능할까?^^아무래도 원전 먼저 읽고 봐야겠죠? 페넬로페님. 해피 추석 보내시어요

페넬로페 2022-09-09 23:42   좋아요 1 | URL
네, 어떤 도서관은 그래픽 노블 장르를 아예 신청받지 않더라고요. 저는 상호대차 신청해서 읽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많아 아무래도 그림과 글을 꽉꽉 채워 놓을 수밖에 없었을거예요.
그래픽 노블을 입문용으로 또는 원전을 읽고 나서 다시 정리를 위한 거든 상관 없을 것 같아요^^
얄라알라님, 보름달이 둥그렇게 떴어요.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래요^^

coolcat329 2022-09-09 2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프루스트 찻잔 세트 너무 아름답습니다. 프루스트 책을 읽으시는 분들에겐 이 굿즈 유혹은 상당히 클 듯 하네요.

근데 모녀사이가 참 다정해보여 부럽네요. 따님이 고른 연극도 참 좋구요. 화목한 추석 되시길요~

페넬로페 2022-09-09 23:44   좋아요 2 | URL
유혹을 참지 못하고 질렀습니다. 책 사지 않고 집에 있는 책부터 읽는다고 계속 선언하고 다녔는데 그만 ㅎㅎ
연극 정말 좋았어요~~
쿨캣님!
즐겁고 풍성한 추석 지내시길요^^

건수하 2022-09-09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으고 있었는데 중간에 개정되어 다시 나왔더군요.. 더 모아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

저는 양산을 샀어요 :)

페넬로페 2022-09-09 23:4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픽 노블 모을까 말까 계속 고민중입니다. 다시 재독하려면 그래픽 노블보다는 책을 한 번 더 읽고 싶기에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 보려해요.
양산에도 계속 혼들리고 있어요 ㅎㅎ
수하님!
건겅하고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시길 바래요^^

건수하 2022-09-10 00:12   좋아요 2 | URL
저는 책은 올재 시리즈로 갖고 있는데, 민음사 완간되면 또 사고 싶을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ㅎㅎ

페넬로페님도 명절 연휴 즐겁게 보내셔요 ^^

파이버 2022-09-09 2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픽노블도 글이 엄청 많네요 (°◇°)!!
알라딘 굿즈에 딱 맞는 티타임 너무 부럽습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영화 제목만 들어봤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명작이라는 말이 많던데 페넬로페님께서 내용도 좋다니 언젠가 꼭 봐야겠네요^^
페넬로페님 추석 즐겁게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9-09 23:53   좋아요 3 | URL
마침 가을에 어울리는 프루스트에 관련된 굿즈가 있어 계획에도 없는 책 몇 권을 더 샀어요.
이 책에 홍차와 마들렌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 꼭 한 번 티타임 갖고 싶더라고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넘 괜찮았어요.
대학가에서도 이 공연 많이 하는 것 같던데 기회 되시면 꼭 보세요.
파이버님!
보름달만큼이나 건강하고 즐거운 추석 되시길 기원합니다^^

scott 2022-09-09 2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시리즈 좋아 합니돠! ㅎㅎㅎ



페넬로페님 낼 역대급 보름달(크기 압도적) 뜬다고 합니다!

제가 드리는 보름달 ! 요기에
( ᐡ• ˕ •ᐡ)⊃⌒︎︎💕︎💕🌕

페넬로페 2022-09-09 23:58   좋아요 3 | URL
만화를 읽어도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팍팍 오더라고요.
조금 전에 산책 다녀왔는데 벌써 크고 튼실한 달이 두둥실 떠올라 있어 기분이 좋았어요.
scott님!
보름달 선물 받고~~
풍성하고 커다란 scott님을 위한 기원 보내 드릴께요^^
즐거운 추석 보내시기 바래요**

미미 2022-09-10 0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글을 읽으니 그래픽 노블에 대한 욕심이 다시 생깁니다~^^♡
인물 생김새가 여러모로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기대했던 알베르틴이ㅋㅋㅋㅋㅋ
풍경묘사는 책으로 읽으며 상상했던 현장의 이미지를 잘 살려주었죠?
그래도 저 또한 다시 읽는 다면 본책으로!

12인의 성난사람들 흥미롭네요? 대학로에서 벌써 내린것 같아 저도 왓챠에서 봐야겠어요.
우리나라처럼 갈등이 많은 사회일수록 토론 문화가 절실하다고 느껴요.
따님과함께 공연 즐거우셨을것 같아요!
페넬로페님 한가위도 풍성하게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9-10 16:05   좋아요 2 | URL
책을 읽고 그래픽 노블 읽으니까 좋죠? 책에서 받은 느낌이 살아나서 좋았고 다시 내용을 상기할 수 있어 유익했어요.

연극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요.
연극 보고 나서 영화도 봤는데 연극이 현장의 생생함을 더 잘 전달해 주더라고요~~
낮에는 더운 추석입니다.
오늘 저녁 크고 풍성한 보름달 봐야겠어요.
미미님, 남은 추석 오후도 잘 보내시길요^^

그레이스 2022-09-10 09: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는 그해 프루스트를 읽었다!
프루스트의 텍스트, 맛, 향기, 분위기로 기억되겠군요.^^

페넬로페 2022-09-10 16:07   좋아요 3 | URL
정말 2022년을 정리할 때 프루스트만 생각날 것 같아요 ㅎㅎ
얼른 읽고 마감해야겠어요^^
그레이스님,
즐거운 명절 오후 보내셔요^^

서니데이 2022-09-10 1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는 배심원 제도가 없으니까 실제 재판도 조금 다를거예요.
요즘에는 국민참여재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점이 많겠지요.
영화도 좋지만, 바로 앞에서 보는 연극의 느낌은 생생해서 좋을 것 같은데,
본지 오래되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오늘은 추석입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9-10 16:10   좋아요 4 | URL
네, 우리나라는 재판과정에서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접하는 장면이 잘 안 나온다고 하네요.
국민 참여재판이라도 판사에게 의결권이 있다는 걸 우영우 드라마에서 봤어요.
서니데이님 말씀처럼 연극은 현장감이 있어 좋았어요.
서니데이님,
추석 연휴,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요^^

새파랑 2022-09-10 1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프루스트 찐팬 인증이시군요 ^^ 찻잔에 홍차에 마들렌에 프루스트 작품까지~!!

제가 무인도에 가져갈 책으로 <잃시찾>을 언급했었군요 😅 아마 한 세트가 10권(지금은 11권)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일단 많이 가져갈수 있으니 ㅋㅋㅋ

얼마전에 읽은 1Q84에서도 감옥에서 읽기 좋은 책으로 <잃시찾>이 언급되더라구요 ㅎㅎ

페넬로페 2022-09-10 23:27   좋아요 3 | URL
1Q84에도 잃.시.찾에 대한 문장이 있군요. 이 책을 무인도에 가져가 여러 번 읽으면 전문가가 될 수 있을것도 같은데~~
그래도 저는 좀 더 고민해봐야 될 것 같아요^^
결국 양산 굿즈까지 주문했어요 ㅋㅋ

서니데이 2022-09-11 1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프루스트 100주기 되는 해라서 이런 굿즈도 기획했나봅니다.
처음에는 마들렌만 봤는데, 다시 보니까 커피잔과 접시 세트도 예뻐요.
페넬로페님, 추석 잘 보내셨나요.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페넬로페 2022-09-12 20:27   좋아요 1 | URL
마침 책을 읽고 있는데 굿즈 이벤트를 해서 무리해서 다른 책을 샀어요. 책을 사놓으면 언젠가는 읽겠죠~~
사 가지고 온 여러 맛의 마들렌이 넘 맛있어서 더 좋았어요.
서니데이님!
연휴도 거의 끝나가네요.
남은 시간도 행복하시길요^^

희선 2022-09-12 0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셔서 접시와 찻잔 세트도 사셨군요 예쁘네요 책을 본 다음에 그래픽 노블도 보면 좋겠네요 반대로 그래픽 노블을 보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책을 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예전에 모비 딕, 그래픽 노블만 보고 소설은 안 봤네요

따님하고 연극 보셨군요 그런 시간 좋으셨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9-12 20:31   좋아요 2 | URL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책을 먼저 읽고 그래픽 노블을 가볍게 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희선님!
추석 명절 잘 보내셨나요?
추석 연휴도 후딱 지나가 버리네요.
아쉽지만~~
낼부터 다시 화이팅해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 갇힌 여인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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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의 마음속에서 동요되고 들끓는, 알베르틴에 대한 사랑은 광기에 가깝다. 질투는 사랑에 필수적인 것이지만, 결국 마르셀 자신을 갇히게 한다. 불안한 그들의 사랑은 ‘앞으로 차지할 공간과 시간 속의 모든 지점(P162)‘을 공유할 수 없게 한다. 시대를 가져온 프루스트의 글에 반감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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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9-07 02: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어느새 9권 보셨군요 갇힌 여인이라는 말이 있는데, 갇힌 건 마르셀이군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질투하기도 하겠지요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닐지... 그렇게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9-07 08:26   좋아요 3 | URL
아마 둘다 갇힌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해요. 사랑하면 당연히 질투라는 감정이 생기는데, 이게 저절로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으니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진정한 사랑과는 좀 먼 듯한 느낌이 들어요^^

새파랑 2022-09-07 0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9권읽으셨군요. 생각해보니 저 아직 10권 안읽었다는 ㅋ 페넬로페님을 기다리느라 안읽었다고 핑계대봅니다 ^^

페넬로페 2022-09-07 08:27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10권, 11권 같이 읽어요.
저를 기다렸으니까요 ㅎㅎ

서니데이 2022-09-07 20: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벌써 9권 읽고 계시나요. 이제 남은 권수가 많지 않네요.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9-07 21:29   좋아요 4 | URL
네, 고지가 보이고 있어요.
봄부터 여름까지 소쩍새가 그렇게 울다 간 느낌이예요^^

mini74 2022-09-07 20: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잇 페넬로페님의 잃시찾 *^^* 전 페넬로페님 응원하는 치어리더가 되기로 했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2-09-07 21:30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응원 덕분에 끝까지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서곡 2022-09-08 0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사 바꾸신 거 맞죠? 잃시찾의 위엄! 가을 분위기도 납니다

페넬로페 2022-09-08 09:17   좋아요 3 | URL
끝까지 잃.시.찾 읽어내고 싶어 바꿨어요. 이번에 알라딘에서 프루스트 100주년 이벤트를 해서 거기 사진을 슬쩍 했습니다.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scott 2022-09-08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민음과 콜라보 해서
잃시찾 **주년 특판 드립백 봉지 내놨으면
૮₍´。ᵔ ꈊ ᵔ。₎ა

페넬로페 2022-09-08 15:55   좋아요 2 | URL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럼 커피맛의 느낌이 더 풍부해질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09-08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부터 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9-09 09:12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올해는 날씨가 좋은 추석 맞이할 것 같아요.
즐거운 추석 보내시기 바래요^^

희선 2022-09-09 0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명절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어제도 날씨가 참 좋았네요 명절 연휴엔 내내 날씨가 좋으면 좋을 텐데... 하는 거 별거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9-09 09:14   좋아요 1 | URL
낮에 햇볕이 뜨거울 정도로 더워요.
날씨가 좋아 다행이예요.
희선님,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보름달 만큼 풍성한 복 받으시길 바래요^^

새파랑 2022-09-09 08: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책 사면 사은품 주더라구요. 커피세트 또는 양산세트?

전 쓰지는 않을거 같지만 양산세트 받았습니다 ㅋ 페넬로페님 프사보니 커피세트를 받을걸 그랬습니다~!!

페넬로페 2022-09-09 09:16   좋아요 2 | URL
저는 굿즈에 별로 관심없는데 이번엔 그만 눈이 돌아가서~~
커피잔 세트와 쟁반 받았어요.
양산도 탐이 났지만 참았습니다^^
새파랑님!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세요^^

scott 2022-09-09 1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해피 추석!
연휴동안 마들렌 드시며
달구경, 보름달 구경 하귀

요기에서
。゚゚・。・゚゚。
゚。   🌕
゚・。・゚

페넬로페 2022-09-10 01:00   좋아요 1 | URL
scott님, 제가 마침 오늘 마들렌 먹었어요 ㅎㅎ
즐겁고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scott님, 책 많이 읽으실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8 - 소돔과 고모라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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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돔과 고모라는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지명으로, 타락으로 인해 몰락한 성읍을 말한다. 하느님은 이 두 지역에 대한 원성이 너무 커 파멸시켜버리려고 하지만, 아브라함은 의인을 죄인과 함께 죽여서는 안 된다며 구제를 요청한다. 하느님은 그곳에 의인이 열 명만 있어도 파멸시키지 않겠다고 한다.(창세기, 18)

 

두 천사가 소돔에 와 롯의 집에 머무른다. 그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성읍의 젊은이부터 늙은이까지 모든 사내가 사방에서 몰려 와 롯의 집에 든 사람을 내 놓으라고 한다.

 

[“오늘 밤 당신 집에 온 사람들 어디 있소? 우리한테로 데리고 나오시오. 우리가 그자들과 재미 좀 봐야겠소

-창세기, 19, 5]

 

롯은 남자를 알지 못하는 두 딸을 대신 내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롯에게 달려들어 밀치고 문을 부수려 한다. 하느님은 소돔과 고모라에 유황과 불을 퍼붓는다. 그 곳엔 열 명의 의인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뒤 소돔과 고모라는 주로 성적 타락을 상징하는 말이 된다. 또한 동성애를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된다. 소돔은 남성 동성애로, 고모라는 여성 동성애를 비유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보여 지는 사랑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개념과 약간 달라 보인다. 사랑은 욕망이나 상상으로 더 많이 표출되고, 그것은 질투로 이어진다. 스완이 오데트에게, 생루가 라셸에게, 화자가 알베르틴에게 주는 사랑은 상호작용으로서의 사랑이 아닌, 주로 남자의 입장에서 말해지고 있다, 자기 안의 내적 상태에서 사랑은 시작되고 끝이 난다. 여기에 더해진 소돔과 고모라적 사랑도 모호하게 전개된다. 깊이 들여다보고 관찰한 사실을 자신의 기억과 환상으로 표현하기에, 화자의 본심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소돔과 고모라는 단지 제목의 직접적인 의미만을 연관시켜 내용이 전개되지는 않는다. 이 챕터 역시 프루스트 문장의 특징인 비유와 은유가 가득하다. 현학적인 대학교수의 표상인 브리쇼가 열 한 페이지에 걸쳐 지명의 어원에 대해 말하는 부분 역시 은유적이다.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기에 그 부분을 가볍게 읽어 넘겼지만, 거기에 들어있는 의미에 대한 번역자의 설명은 나를 무척 당황하게 했다. 잠시라도 방심하다간 작가 프루스트의 역습에 당하기 십상이다.

 

귀족의 권위를 온 몸에 지닌 채 거만하게 보였던 샤를뤼스 남작이, 알고 보니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이 화자에 의해 발각된다. 프루스트는 외적으로는 남성이지만, 내적으로 여성의 성향을 많이 지니고 있는 샤를뤼스 남작을 꽃의 자가 수정으로 비유한다.


[샤를뤼스 남작의 모델이 되었다고 일컬어지는 로베르 드 몽테스키우’. 프루스트의 친구였던 그는 상징주의 시인이자 미학자, 예술품 수집가이자 댄디로 유명했다. 조반니 볼디니가 1897년에 발표한 초상화이다.

-‘프루스트와 함께 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줄리아 크리스테바 외 지음

책세상p.91]

 

앞부분에서 표현된 샤를뤼스 남작은 분명 사진의 모습처럼 연상되었다. 그러나 잃..7~8권에서 그는 뚱뚱해 보이는 몸을 좌우로 뒤뚱거리며 불룩 나온 배와 거의 상징적인 가치를 가진 엉덩이를 흔들어 대면서 걷는 모습(p.17)’을 보이는 사람으로 서술되어 놀라움을 준다. 샤를뤼스 남작은 왕족의 오만함과 뛰어난 지성을 갖추었지만, 자신의 눈에 띄는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여성성과 상냥함을 보여주는 이중적인 사람이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성향을 숨기려 한다.

 

두 번째로 발베크를 방문한 화자는 그곳에서 베르뒤랭 부인의 소모임에 참석한다. 파리에서부터 여러 사교계의 파티에 참석한 화자는 그곳을 자세하고도 유머러스하게 묘사해준다. 각 살롱에서 인간의 끈끈하고도 강력한 속물근성을 보고, 서로를 견제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며 환멸을 느끼지만, 화자 역시 그곳을 갈망하고 벗어나지 못한다. 그 당시 인간관계의 네트워크는 사교계에서 거의 이루어졌다. 현재의 시각으로만 이 부분을 평가한다면 이 책이 재미없어 질 것이다.

 

화자는 이 책에서 스노비즘(고상한 체하는 속물근성, 또는 출신이나 학식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일)의 여러 단면을 보여준다. 치밀하고 집요하게 사람과 상황에 대한 관찰을 한다. 일종의 관음증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이다. 외모에서 받은 느낌으로 시작해 사람의 심리까지 꿰뚫는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신경증 증세가 있는 사람 특유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감각과, 자신만의 환상이 겹쳐진다. 약간의 뒤틀린 냉소와 신랄함 속에서, 풍자와 유머가 있기도 해 소소하게 읽는 재미가 있다. 그렇지만 끝없는 관찰의 묘사가 이 책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작가 프루스트는 물론 사람의 광기란 견디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깨닫게 되는 불균형은, 보통 섬세한 생각이 들어가면서 생기는 결과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력적인 사람들의 기이한 모습에 분노하는데, 사실 매력적인 사람치고 기이한 점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p160)”라는 문장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향을 우리에게 알려주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광기도 성실의 한 종류가 될 수가 있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려면 그 특별한 광기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잠시도 따분함을 견디지 못하는 베르뒤랭 부인은 자신의 살롱을 벗어나려는 사람을 야비한 행동도 서슴지 않으며 막고, 이미 떠난 사람을 경멸한다. 베르뒤랭 부인의 작은 동아리 신도가 죽기라도 했다면 금방 그 사람은 부인의 뇌리에서 사라져버린다. 망자를 애도하며 슬퍼하는 시간은 현재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자신의 모임을 이끈 결과로 그녀는 기진맥진한 모습에 아스피린 두 스푼을 삼키기 위해 몸을 감추기도 한다. 그래도 그녀는 멈추지 않으며 귀족 사회에 입성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베르뒤랭 부인은 모든 사교계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늘 사람들과의 모임만을 필요로 했고, 따라서 그들이 사망하여 더 이상 수요 모임이나 토요 모임 또는 실내복 차림으로라도 저녁 식사에 오지 못하게 되면 단 하루도 그들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점에서는 모든 살롱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그 작은 패거리도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다고는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죽고 나면 그는 한 번도 존재하지 않은 사람이 되었으니 말이다.

-p. 80]

 

발베크에서 알베르틴을 만난 화자는 그녀를 욕망하지만(혼란스럽게도 화자는알베르틴을 사랑하고 있다’. 사랑이 끝났다라는 표현을 되풀이하고 있다) 알베르틴의 고모라적 성향을 의심한다. 콩브레 시절, 음악가 뱅퇴유의 딸과 그의 여자 친구가 아버지 사진에 침을 뱉는 모습을 목격한 화자는, 알베르틴이 그녀들과 알고 지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마르셀은 알베르틴이 그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어머니를 슬프게 하면서도 파리로 알베르틴을 데려간다. 그 후의 스토리가 갇힌 여인으로 연결된다. 화자의 알베르틴에 대한 사랑은 복잡하다. 사랑, 욕망, 질투, 집착이 섞여 있는 듯 모호하기도 하다. 이런 화자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샤를뤼스 남작은 프루스트의 친구였던 로베르 드 몽테스키우’, 알베르틴은 그의 운전사인 알프레드 아고스티렐리를 모델로 하고 있다. 샤를뤼스와 알베르틴은 작가의 또 다른 자아로도 표현되고 있다. 프루스트는 어머니가 유대인이라는 사실과,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감추고 싶어 했다. 그 당시 작가 오스카 와일드에게 일어난 사건처럼, 유대인과 동성애는 거의 동급으로 취급될 정도로 혐오 대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특히 예술가들의 동성애는 빈번했다. 프루스트는 그러한 사실을 샤를뤼스와 알베르틴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과거 속으로 들어간 화자가 그리는 동성애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그런 표현이 프루스트가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해 후회하는 것인지, 반대로 자신이 숨기고 싶은 부분을 작품에서 마음껏 나타내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소돔과 고모라에서 화자의 시선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 고정되어 있다. 구름 뒤로 사라져버리는 이 금빛 날개달린 비행물체의 실루엣은 그를 설명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기게 했다. 이 간결한 이미지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삶에서 일어난 어느 구체적인 일화와 관련된다. 알베르틴 시모네를 만든 실재 인물 중 한 명이자 가장 주된 인물이고, 프루스트가 열렬히 사랑한 연인이었던 알프레드 아고스티넬리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사건이다.....프루스트가 경험한 모든 것이 그의 작품 속에서 재발견된다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p. 96~97]

 

프루스트가 경험한 일을 알고 나서 읽게 되는 책 속의 문장은,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읽었을 때와는 완전 다른 느낌을 준다. 다시 되돌아 와 읽은 문장은, 그것이 글이라는 실재를 떠나, 시각적이고,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면 언제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제는 비행기를 보면 프루스트가 생각나고 그의 슬픔을 같이 느낄 것 같다.

 

[나는 말을 제어하고 땅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먹었으며, 그러다가 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을 향해 눈물 가득한 눈을 쳐들었고, 햇빛 속 머리 위 약 50미터쯤 되는 곳에서 별로 분명하지는 않지만 뭔가 인간의 얼굴과도 흡사한 존재를 실은 두 개의 반짝거리는 커다란 강철 날개를 보았다. 처음으로 반인반신을 본 그리스인처럼 나 또한 감동했다. 눈물도 흘렸다. 소음이 바로 내 머리 위에서 왔다는 걸 인지한 순간 내가 처음으로 보려고 하는 것이 비행기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릴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신문에서 감동적인 말을 기대할 때처럼, 울음을 터뜨리기 위해 비행기의 모습이 보이기만을 기다렸다. 그렇지만 비행사는 가는 길을 망설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앞에-습관이 나를 포로로 하지 않는다면 내 앞에도-모든 공간의 길, 삶의 길이 열려 있음을 느꼈다. -p313]

 

 

화자는 두 번째 발베크 방문에서 할머니와 함께 왔던 첫 번째 발베크 여행을 떠올린다. 전에 할머니와 묵었던 호텔의 같은 방에서,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동안 잊고 살았다는 사실에 오열에 흔들리며 눈물을 흘린다. 얼마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중단되었다 되풀이되는 심장 장애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인 마음의 간헐(intermittences du coeur)’을 프루스트는 정신적인 의미에서 사용한다(7, p.270) '불연속적으로 우연히 나타나는 회상이나 비의지적 추억의 동의어로 간주되는 마음의 간헐로 이어지는 화자의 회상은 비극적이다. 발베크에 어머니와 함께 온 화자는 할머니를 꼭 닮은, 할머니의 죽음을 여전히 슬퍼하는 어머니에게서 마음의 간헐을 다시 일으킨다. 어머니는 아들을 사랑하기에 그가 하는 행동을 다 이해하려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알베르틴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이런 어머니에게서 할머니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제는 결코 젊지 않은 노년의 어머니를 먹먹하게 바라본다.

 

순간순간 느끼는 화자의 마음의 간헐적 감정은, 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영향을 준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게 하고, 뒤에 혼자 남겨 질 딸아이가 느낄 마음의 간헐에도 신경 쓰인다. 깊숙이 파고드는 프루스트의 감정은 동시에 나의 감정을 일깨우고, 결국 그와 나의 감정이 일치하는 지점에 이른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길고도 지루한 문장을 읽어내기가 정말 쉽지 않지만, 이런 번뜩이는, 시리면서도 감동적인 문장을 수시로 발견하기에, 끝까지 프루스트를 읽을 결심을 한다.

 

헤어질 결심’(실제로 이 책에도 이 문장이 있다)이 아닌 읽어내려는 결심....

 

 

[그것은 어머니였다-내 공포를 진정시키려는 듯, 한 번도 교태를 부린 적 없는 그런 소박한 자긍심에 빛나는 아름다운 미소와 더불어 할머니와의 닮은 모습을 고백하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흐트러진 머리칼이며, 걱정스러운 눈길이며, 나이 든 뺨을 따라 구불구불 흘러내리는 그 감추지 않고 드러낸 희끗희끗한 머리칼이며, 어머니가 입고 있는 할머니의 실내복마저 이 모든 것이 한순간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게 했고, 내가 잠이 들었는지, 아니면 할머니가 부활했는지 잠시 머뭇거리게 했다. 오래전부터 이미 어머니는 내가 어린 시절에 알았던 그 환한 웃음을 짓는 젊은 엄마보다는 할머니와 더 많이 닮아 있었다. -p. 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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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8-30 1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 홀려서 다시 프루스트 읽으러 갑니다. 이거 다 페넬로페 님 때문이에요. ….(씨익 웃으며)

페넬로페 2022-08-30 14:52   좋아요 1 | URL
유부만두님, 프루스트 다시 읽기 좋아요^^😀🥰

유부만두 2022-08-30 17:14   좋아요 2 | URL
다시, 라고 쓴건 번역본 4권까지 읽고 중단했기 때문이에요. 재독, 은 절대~ 아니고요. ^^;;;

책읽는나무 2022-08-30 16: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22년의 여름은 페넬로페님께 프루스트 앓이의 여름으로 기억되시겠어요.
온전히 잃시찾에 빠지신 페넬로페님!!^^
리뷰를 읽으면 덕분에 함께 푹 빠지게 되는 느낌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 2022-08-30 18:24   좋아요 4 | URL
이왕 시작했으니 내처 읽으려고 합니다. 이번 여름 더웠는데 이 책이 더 더위를 안겨준 것 같아요 ㅎㅎ
잃.시.찾은 문장이 워낙 좋아 오늘 좀 길게 써 졌어요^^

scott 2022-08-30 16: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간헐!

전 간헐적 단식
식사량을 줄이고 끼니를 줄여 버린지
십년이 넘으니
이런 저런 곳 아팠던 곳이
말끔히 ㅎㅎㅎ

페넬로페님에게 여름, 8월 동안
프루스트 옹은 마음의 간헐, 지식의 양식이였네요 ^^

페넬로페 2022-08-30 18:27   좋아요 3 | URL
간헐적 단식이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번도 실천하지는 못했어요. 배고픔을 못 참으니 저는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아요.

여름내내 이 책과 함께 하고 있으니 왠지 우영우의 뿌듯함이 느껴져요^^

새파랑 2022-08-30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간헐‘ 정말 멋진말 같아요. 페넬로페님 리뷰는 왠지 고급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

벌써 8권 이시군요~! 전 갇힌 여인이 더 재미있더라구요~!!

페넬로페 2022-08-30 18:29   좋아요 2 | URL
마음의 간헐, 넘 멋지죠.
이럴 때 프루스트에 푹 빠져요.

지금 9권 읽고 있는데 젤 읽기 쉬워 좋아요^^

미미 2022-08-30 18: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꽃의 자가수정!!ㅎㅎㅎ 샤를뤼스에 대한 묘사에서 특히 프루스트의 위트가 넘쳤던것 같습니다.
페넬로페님 늘 느끼지만 글을 참 잘 쓰시는것 같아요. 다음 책의 리뷰도 기대됩니다.*^^*

페넬로페 2022-08-30 19:58   좋아요 3 | URL
프루스트는 비유적 표현의 거장같아요. 어찌 그리 무릎치게 글을 적절히 잘 쓰는지 모르겠어요.
리뷰 쓰면서 글 잘 쓴다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요?
미미님 말씀에 넘 힘이 나고 기분 좋아요.
감사,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8-31 0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에서 가운데 책 위에 있는 꽃이 그려진 나무조각도 의미가 있는 건가요.
이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표지가 예뻐서 좋아요.
페넬로페님, 오늘은 8월 마지막 날이예요. 좋은 일들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8-31 10:46   좋아요 2 | URL
책 표지마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데 작가가 꽃에 대해서 많이 언급해 아마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요~~
가장 유력한 건 산사나무 꽃잎같기도 하고요.
이 책은 속표지의 색깔도 넘 예뻐요.
서니데이님!
8월의 마지막 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래요^^

희선 2022-08-31 0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7, 8권 보시고 9권 시작하셨군요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 뜻 잘 몰랐네요 들어본 적은 있는데, 그냥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사랑에 좋은 것만 있지는 않겠지요 넓은 사랑은 다르겠지만...

이 책 읽기 힘들어도 여기까지 오고 여러 가지를 느끼기도 하셨군요 비유와 은유... 읽어내려는 결심... 멋집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8-31 10:52   좋아요 2 | URL
저도 이번에 다시 성경의 이 부분을 찾아 읽었어요. 어렴풋이 기억했었는데 다시 읽으니 새로웠어요. 이 책에 있는 사랑은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어 지금 우리가 이해하기가 좀 어려워요.
이제 세 권 남았는데 열심히 읽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2-08-31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8권째입니까. 그동안 저는 뭐 했을까요? ㅋㅋ 열독을 응원합니다!!!

매력적인 사람은 기이하다, 그럴 듯해요. 평범하기 보다 특이한 사람이 매력적이긴 하죠.

페넬로페 2022-08-31 13:52   좋아요 1 | URL
그냥 옆으로 눈 돌리지 않고 읽으려고 합니다 ㅎㅎ
근데 다 읽고 다시 읽어야만 할 것 같아요.
매력적인 사람이 좋지만 아무래도 좀 힘들겠다는 느낌도 들어요.^^

coolcat329 2022-08-31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기 힘들지만 프루스트의 감정과 일치하는 순간의 기쁨이라니~
여름에도 프루스트를 읽어내신 페넬로페님 멋집니다!

페넬로페 2022-08-31 20:10   좋아요 1 | URL
지금과 시대가 달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지만, 인간의 감정은 어느 시대이고 비슷한 걸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도서관에 냉방이 잘되어 있어 거기서 많이 읽었는데 어떨땐 졸기도 해서 밖으로 나와 커피 사러 갔어요^^

coolcat329 2022-08-31 20:29   좋아요 1 | URL
프루스트는 ☕️ 가 필수겠어요! ㅋㅋ

서니데이 2022-09-01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좋은 아침입니다.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는 많이 차가워졌어요.
이제 더운 날은 지나간 것 같았는데, 오늘 낮에는 기온이 조금 올라갈 거라고 해요.
오늘부터 9월 시작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9월 되세요.^^

페넬로페 2022-09-06 17:28   좋아요 0 | URL
태풍이 지나간 하늘이 넘 청명하고 맑아요.
지금부터 가을을 만끽할 수 있을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가을 충분히 느끼시고 즐거운 9월 보내시길 바라요^^

2022-09-06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6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리나 2023-07-26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님의 글의 감동을 받아 댓글달다가 길을 잃었나봐요~ 마음의 간헐이란 프루스트의 아름다운 표현을 더 멋지게 해주셨어요.

페넬로페 2023-07-25 16:55   좋아요 0 | URL
카리나님, 반가워요~~
 

왜냐하면 현실이란, 아무리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람들은 흔히 타인의 삶에 관해 뭔가 정확한 세부사항을 알면, 그로부터 정확하지 않은 결론을 도출하고, 또 새로이 발견한 이 사실에서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에 대한 설명을 찾기 때문이다. - P14

원래 우연성의 현실 세계보다 가능성의 세계에 더 많이 
열려 있던 내게 이런 일은 그만큼 더 위험했다. 
가능성의 세계는 인간의 영혼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지만, 
개인에게 속을 위험이 있다. 내 질투는가능성이 아닌 
이미지에서, 내게 고통을 주기 위해 생겨난 것이었다. 그런데 개인과 민족의 삶에서 (따라서 내 삶에서도 언젠가는 틀림없이 일어날) 어느 한순간 우리는,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공간 속에 숨겨진 가능성을 꿈꾸는 대신 다음과 같이 올바르게 성찰하고 생각하는 경찰청장이나 명철한 시각의 외교관 또는 수사반장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 P38

그때 굶주린 회복기 환자가 아직 허락되지 않은 온갖 음식을 미리 다 먹어 치우듯, 나는 알베르틴과의 결혼이 나를 다른 존재에게 바치는 지나치게 무거운 임무를 수행하게 하고, 또 그녀의 지속적인 현존 때문에 나 자신이 부재하는 삶을 살게 하여 영원히나로부터 고독의 기쁨을 빼앗음으로써 내 삶을 망가뜨리지않을지 자문해 보았다. 고독의 기쁨만이 아니다. 비록 내가 그런 날들에 바라는 것이 욕망뿐이라 할지라도 사물이 아닌존재가 야기하는 욕망 -그런 욕망 중에는 개인적인 
성격의것도 존재한다.  - P43

날씨가 나쁠 때에도 납작한 모자를 쓰고 모피 코트 
차림으로 장을 보려고 걸어서 외출하는 공작 부인을 안마당에서 마주칠 때가 가끔 있었다. 공작령도 공국도 없어진지금 게르망트 공작 부인이라는 이름이 무의미해지면서, 이제 그녀가 많은 지식인들에게 그저 그런 여인에 불과해졌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나는 존재와 고장을 향유하는 방식에서다른 관점을 택하고 있었다. 나쁜 날씨를 무릅쓰고 외출하는이 모피 코트 차림의 부인이, 내게는 공작 부인과 대공 부인과자작 부인으로서 소유하는 그 모든 영지의 성들을 그녀와 함께 가지고 다니는 듯 보였는데, 이는 마치 대성당 정문 상인방에 조각된 인물들이 그들이 건설한 대성당이나 수호하는 도시를 손에 들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런 성과숲 들을, 나는 내 정신의 눈을 통해서만 왕의 사촌 누이인 그모피 코트 입은 여인의 장갑 낀 손에서 볼 수 있었다. 비가 쏟아질 듯한 날씨에 내 육체의 눈이 식별해 내는 것은, 공작 부인이 들고 다니기를 꺼리지 않는 우산뿐이었다.  - P49

우리가 흔히농담으로 하는 말들은 대개는 그 농담과는 반대로, 우리가 어려움에 시달리며, 하지만 어려움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이고싶지 않으며, 더 나아가 우리와 얘기하는 사람이 그에 대해 농담하는 걸 들으면서,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어 주기를 바라는 은밀한 기대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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