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선생의 책을 처음으로 완독했다. 그동안 저자의 다른 책을 여러 번 읽으려고 시도했었지만 끝까지 읽어내지는 못했다. 저자가 쓴 글은 천천히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것 같았는데, 빠른 호흡으로 너무 급하게 다가오는 느낌에 내 속도를 맞추기 힘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책의 내용과는 무관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말인 맥락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나와 정희진의 맥박수가 조금 달랐기 때문이었다.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바탕이 되는 책이라 반가웠다. 영화를 좋아하고 오랫동안 봐 온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제목인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를 그냥 그 자체로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정말 내 몸을 지나간다. 두어 시간 남짓의 압축된 것에서 뿜어 나오는 모든 것들을 몸으로 먼저 느끼고 그 다음에 머리로 정리해야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영화를 매개로 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지 않고 읽어도 괜찮다. 영화의 부분만으로 저자는 하고 싶은 말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영화에서 받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책을 읽어 가며 내 생각이 복잡해지고, 깐깐해졌다. 내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낄 수도 있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찬실이를 언급할 땐 내 성격도 비슷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환경을 부러워할 때 나도 똑같이 부러워했다.

 

정희진이 영화를 해석하는 방식은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에서 시작한다. 각자 다른 부분적 시각에서 영화의 독후감은 출발한다. ‘부분이란 단어가 처음에는 생소하게 들렸지만 내가 보는 영화의 방식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영화든 책이든 결국 나는 부분으로만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책 덕분에 영화를 많이 봤다. 새로 본 영화도 있고 다시 본 영화도 있다. 더 읽어야 할 책, 봐야 할 영화도 많아졌다.

 

[이 책의 요지는 한 장면으로 전체를 해석하고 확장하고 다양한 버전으로 보는 방식을 공부하는 데 있다. -p.26

부분적이지만 각자 독창적이며 그래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온전히 하나(holism)인 대화의 공동체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p.34]



우리는 누구나 중력의 영향을 받지만, 느끼는 강도는 똑같지 않다. 우울증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중력의 힘이 너무 세 땅 속으로 꺼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래비티에서 딸을 잃은 라이언 스톤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주에서 직면한 죽음을 극복함으로써, 편하게 다시 땅을 밟을 수 있게 된다. 고통으로 인한 힘듦은 땅 위에서 해결하기 어렵다. 사람들도 잘 도와주지 않는다. 현실에서, 중력을 벗어난 우주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본다.

 

나라야마 부시코는 날씨가 약간 추운 날에 남편과 같이 본 영화이다. 영화의 분위기와 소재가 특이해 지금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비밀은 없다’, ‘암수살인’, ‘리플리’, ‘아무도 모른다는 이번에 처음으로 본 영화이다. 이 영화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신선했고, 공감했다.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

영화 기생충에 대한 평론가 이동진의 한줄평이다. 이동진은 이 글이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비난을 많이 받았다. 그는 최근에 방영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나름 해명을 했다. 한줄평같은 짧은 글은 한자어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뜻을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희진도 한자어를 많이 사용한다. 자신의 뜻을 잘 전달하기 위해 고심해 단어를 선택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20대가 많이 보기를 바란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한줄평이 아닌 장문의 글을 쓸 수 있는 책에는 한자어보다 더 쉬운 단어를 선택해 글을 쓸 수 있다. 그녀의 책을 20대가 많이 읽기 바라는 독자로서, 정희진이 선택하는 단어가 변화되기를 기대한다.




 

 

 

 

 

 

 

 

 

 

 



JTBC에서 방영된 방구석 1을 매회 시청했다. 그 프로에서 영화전문기자였던 주성철 평론가를 알게 되었다. 영화에 대한 풍부한 해설을 해주어 좋았다.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는 주성철의 첫 번째 영화평론집이다. 오랫동안 영화와 함께 했기에 이 책에는 작가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들이 담겨있다. 영화에 대한 많은 정보, 뒷이야기들이 있고, 배경설명과 해석도 맛있게 잘 버무려 자신만의 감칠맛을 낸다. 감독관, 배우관, 장르관, 단편관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정희진의 책과 달리 영화를 보고 읽으면 더 좋다. 한국 영화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려면 박찬욱, 봉준호 감독부터 언급되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웬만큼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조금 식상하고, 뒤로 갈수록 글 힘을 잃는 것이 아쉽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서사의 정서와 감동의 완성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여성 캐릭터를 내세워 봉합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게다가 올드보이에서 미도의 양손을 묶고 배에 전화 내용을 메모하는 장면도 굉장히 불편했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도 한 인터뷰에서 친절한 금자씨이후 할리우드에서 만든 스토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아가씨, 그리고 플로렌스 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TV 시리즈 리틀 드리머 걸에 이르기까지 여성 주인공들이 중심인 영화를 만들어온 최근의 작업에 대해 올드보이에서 미도 캐릭터를 유일하게 끝내 진실에서 소외된 채로 퇴장하는 인물로 그렸던 게 마음에 걸려 친절한 금자씨를 기획하게 되었고, 이후 여성 캐릭터에 관심이 많아졌다....

박찬욱은 올드보이를 만든 후 고백했던 그 꺼림칙한 마음에 대한 참회의 답변을 헤어질 결심으로 내놓았다.

-박찬욱, p.38~39]



아무도 모른다는 영화가 있어.

엄마는 애들 버리고 가서 애들만 사는 영화인대 5분 보다가 꺼 버렸어. 열두 살 먹은 큰놈이 웃으면서 어른들한테 돈 꾸러 다니는 거 보자마자 꺼 버렸어. 나 이 영화 마음 아파서 못 본다. 나 티브이 부시고 들어가서 걔들 빼내 와서 내가 키운다. 근데 영화 한다는 놈이 이런 것도 못 보고 어떻게 무슨 영화를 한다고. 다음 날 봤어. 보길 잘했다 싶더라. 애들 나름 자기 힘이 있더라. 인간 다 자가 치유 능력 있어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기훈이가 형인 동훈에게 하는 대사이다. ‘나의 아저씨는 초반에 보기가 무척 힘든 드라마였다. 그 보기 힘든 드라마에서 힘들다는 영화가 언급되어 그때에는 보기가 무서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는 정희진과 주성철의 책에 동시에 등장한다. 정희진은 이 영화에서 사회 구조나 부모를 빼고 아이들의 삶과 생존방식에만 주목한다. ‘나의 아저씨의 기훈과 비슷한 생각을 한다. 이번에 처음 본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생각은 복잡했다. 엄마를 빼고 아이들만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레에다 감독의 가족이 된다라는 관점은 굉장히 좋게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영화를 들여다보기가 힘들었다.

 

아무도 모른다는 각기 다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네 명의 아이들이 엄마가 행복을 찾아 떠난 후, 6개월 동안 아무도 모르게 그들만의 삶을 사는 내용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막내 여동생이 죽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성철의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에 이 영화의 실제 내용이 언급된다. 영화의 내용과는 다르게 실제 2살이던 막내 여동생은 사고가 아닌 장남의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해 죽는다고 설명되어 있다. 2살짜리 아이가 누군가에게 맞아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사람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경계해 이 영화에서 엄마를 배제하고 남매들 사이의 감정 공유나 기쁨과 슬픔,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의 성장과 희망이 있었을 것(p.110)’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라는 매체는 시간관계상 생략의 필요성이 큰 예술이다. 압축의 미학으로 아름답고도 숱한 얘기들을 쏟아내지만, 그런 이유로 영화가 위험할 수도 있다. 정희진이 말한 부분이 독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객관성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고레에다 감독의 브로커가 실패한 이유를 이 맥락에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외로움에서 시작한다. 뱃속에서부터 아이와 교감은 하지만 소통은 할 수 없다. 아이의 반응이 계속 증가하고 완전해질 때까지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막막하고도 아득한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에서 아이들의 엄마는 큰아들에게 난 행복해지면 안 돼?‘라고 말하며 그에게 나머지 아이들을 맡겨놓고 떠난다. 그 엄마도 아이를 키우는 일이 막막하고 외로웠을 것이다. 난 엄마의 외로움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 엄마를 증오하기도 한다.

엄마에게 행복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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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10-27 22: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찬실이와 비슷한 성격 ㅋㅋ 네 나의 아저씨에 송새벽이 영화 이야기 자주 해서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힘들까봐 오래 피하던 드라마였어요 ...

페넬로페 2022-10-27 22:45   좋아요 4 | URL
나의 아저씨는 지안도 좋지만 삼형제도 너무 좋고 재미있었어요.
보기가 힘들었지만 저의 인생 드라마가 되었어요.
찬실이, 매력적이죠? ㅎㅎ

새파랑 2022-10-27 22: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영화도 많이 보시는군요 ^^ 전 저 영화 사진들중에서 화양연화 하나만 봤네요 ㅜㅜ 그런데 아주 좋았었습니다 ㅋ

영화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르게 볼수 있는거 같아요 ㅋ

페넬로페 2022-10-27 22:49   좋아요 6 | URL
화양연화, 저도 정말 좋았습니다.
제 성격이 별로 활동적이지 않아 책이나 영화보는 걸 좋아해요^^
영화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1박2일로 한 영화에 대해 얘기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영화를 보는 시각이 다를 것 같아요^^

미미 2022-10-27 23: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동진 작가님이 해당 영화평에 대한 반응으로 많이 억울하셨나봐요. 저는 다른 플랫폼에서 봤는데 유퀴즈에도
언급셨다니 찾아봐야겠어요^^*
정희진님의 이 책을 읽으면서 저도 영화 여러편을 찾아봤는데
페넬로페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어떻게 보느냐에따라 어디에 집중하느냐에따라 영화에서는 많은것들이 달라보이는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2-10-28 00:42   좋아요 4 | URL
이동진 평론가의 설명을 들으니 한줄평의 의미가 깊더라고요.
영화는 여러 사람이 협업하는 거라 거기에 내재된 것이 넘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 미미님 말씀처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을듯요.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은 있었는데 표현력의 부족으로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했어요 ㅠㅠ

scott 2022-10-27 23: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이나 영화,,,
평론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
플친 이신 페넬로페님의 리뷰가 더 소중합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2-10-28 00:47   좋아요 5 | URL
scott님,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북플 친구들의 감상이 더 좋아요^^

희선 2022-10-28 02: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엄마도 행복해야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하면서 행복하면 더 좋을 텐데 싶네요 그게 어려울까요 아이들끼리만 지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지켜줄 어른이 하나쯤은 있어야 할 텐데 싶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고 그것만이 아닌 다른 것도 생각해 보면 좋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10-28 07:19   좋아요 3 | URL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무척 좋았는데 실제로 일어난 일의 내용을 알게 되어 이 영화가 더 힘들었어요. 아이끼리 지내면 괜찮지 않아 많이 위태로워 보였어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10-28 10: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평론가와 대중의 눈이 다른 경우가 많더라구요^^; 특히 영화 평론가의 평점이 90점 이상인데 관객은 50점 미만인 경우도 많이 봤던 것 같고...ㅎㅎ
모아주신 영화 사진 중 <화양연화>가 단연코 제 눈을 압도했어요!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데 또 감상에 젖네요^^

페넬로페 2022-10-28 15:33   좋아요 4 | URL
화양연화의 장만옥 배우, 넘 멋졌죠!
근데 저는 영화보면서 저런 옷차림과 헤어스타일로 일상이 가능할까도 생각했어요 ㅎㅎ

영화는 특히 더 사람마다 호불호가 나뉘는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10-28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왓챠에 이동진 평론가의 한 줄 감상평을 꼭 읽어 보거든요. 저는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어떤 건 별 평점만 표기한 게 많아 아쉽더라는....ㅋㅋㅋ
기생충 평 저도 유퀴즈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이동진 평론가 천재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책 얼른 읽어야 하는데 못 본 영화들이 많아서 계속 뒷전입니다. 배혜경 작가님의 영화 책이랑 정희진샘의 이 책은 영화를 조금이라도 더 찾아 본 후, 읽으려니 진도가 안나가네요.
근데 <아무도 모른다> 영화는 오래 전에 봤었어요. 고레에다 감독 좋아해서 거의 챙겨 보려고 노력했던 시절이 잠깐 있었어요^^
근데 그 중 이 영화가 정말 힘든 영화였어요. <나의 아저씨> 드라마의 기훈을 언급해 주시니 그때 기훈의 감정에 확 몰입이 되었더랬죠ㅜㅜ
근데 2살 동생이 그렇게 사망하다니???
아...정말 충격입니다. 전 그 영화 보고 나서도 한동안 충격이었어요. 독하게 다 보긴 했지만요. 결말을 그렇게 끝맺었지만....ㅜㅜ
암튼 이 영화도 정희진샘이 언급하셨군요?

페넬로페 2022-10-28 15:40   좋아요 2 | URL
개인적으로 이동진작가를 좋아해요. 말하는 딕션과 내용이 어쩜 그리 완벽하게 일치하는지 매번 감탄해요.
왓챠에 있는 이동진의 영화해석도 좋더라고요~~

책 속에 들어있는 책이나 영화에 대한 글은 항상 제가 안 읽고 안 본 것에 대해 쓰여진게 많아 요즘은 그냥 읽어요.
책에 나온 것들을 어차피 다 읽지 못해서요.
‘아무도 모른다‘는 감독의 의도를 알지만 실제 이야기가 넘 충격적이라 그것이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고레에다의 다른 영화는 괜찮았거든요^^

서니데이 2022-10-28 16: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에 그래비티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어요. 아침 이른 시간이라서 사람이 거의 없었고 그 날 영화는 고요했는데, 계속 통화하는 관객이 있어서 집중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우주라는 중력이 없는 공간의 고요함과 달리, 영화관 안은 고요하지 않았거든요. 그 영화는 사람이 적은 영화관에서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요.
요즘엔 이동진 기자가 유튜브에서 영화소개를 해주는 것을 본 적 있는데, 설명이 좋아서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요.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30 08:14   좋아요 4 | URL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이유가 영화에만 집중하기 위한 것인데 계속 통화하는 관객이 있었다니 너무 불편헸겠어요 ㅠㅠ
그것도 그래비티를 보면서요.
이동진 평론가는 워낙 해박해서 매번 그의 얘기를 빠져서 듣게 됩니다.

댓글 넘 늦게 쓰는데 이태원의 안타까운 소식에 가슴이 아파요 ㅠㅠ

mini74 2022-10-30 11: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모른다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모티브가 된 실제사건은 너무 끔찍했고.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도 참 좋아합니다. 진짜 엄마에게 행복은 무엇일까요.

2022-10-30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30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10-30 19:15   좋아요 2 | URL
‘아무도 모른다‘, 영화보면서도 오빠 친구들이 집에 드나들어 조금 위태롭게 보였는데 실제 사실을 알고 나니 넘 마음이 아팠어요 ㅠ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봤는데
걸어도 걸어도, 챙겨봐야겠어요^^
엄마의 행복,
오늘 이태원을 보면서 엄마는 자식으로 인해 행복할수도, 불행할수도 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coolcat329 2022-10-30 18: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동진 평론가의 저 100자평 논란이 참 씁쓸했어요. 모르는 단어 나오면 늘 손에 있는 스마트폰에서 찾아 익히면 될 것을 왜 저리 욕하는지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아무도 모른다는 참 보면서 답답하고 화도 나면서 자신의 행복 찾아 떠난 엄마의 마음도 또 알 거 같아 복잡한 마음이었어요.
근데 실제 이야기는 더 충격이네요.

페넬로페 2022-10-30 19:21   좋아요 2 | URL
요즘 사람들이 문해력이 모자라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찾는 것도 귀찮아 하거든요. 초등생은 아예 한자를 배우지 않는 학생도 있고, 중학교도 한자과목이 선택인 곳도 있더라고요^^

아무도 모른다, 실제 이야기 듣고 정말 충격이었어요^^

서니데이 2022-11-01 2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부터 11월 시작입니다.
이제 올해의 남은 시간도 적고, 가을의 느낌도 많이 차가워졌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늘 좋은 시간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1-02 19:43   좋아요 2 | URL
11월이 되어 그런지 바람이 더 매서워졌어요.
이제 올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네요.
더 열심히 살아야 할텐데 매일 그대로인 것 같은 느낌만 있어요
서니데이님!
11월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서니데이 2022-11-09 15: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1-10 19:4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드려요.
요즘 날씨가 따뜻해 좋네요. 이 시기에 마지막 가을을 즐겨요**

거리의화가 2022-11-09 16: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관왕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2-11-10 19:42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용**

책읽는나무 2022-11-11 0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인상적인 글, 역시나^^

페넬로페 2022-11-11 09:37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감사합니다♡♡♡

희선 2022-11-16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또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영화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2-11-16 18:11   좋아요 1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저는 언제나 영화 좋아해요^^
 
분신 열린책들 세계문학 116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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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첫 작품인 가난한 사람들의 성공 이후, 두 번째 소설에 대해 굉장한 기대를 걸었다. 그는 분신이 걸작이 될 것이라 예상했고, 주인공 골랴드낀이 자신을 성공의 절정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 장담했다. 그러나 분신은 독자들이나 평론가들에게 냉대 받는다.(번역자 해설)

 

[분신이 어느 모로 보나 독자의 사랑을 받는 데 실패한 것이 분명해졌을 때에도 그는 실패의 원인은 형식에 있을 뿐이며 소설에 내재된 관념은 심오한 것이라고, 그리고 주인공 골랴드낀은 자기가 발견한 가장 위대하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전형이라고 자만하였다.-p.246]

 

분신에는 분명 형식적으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어떤 면에서 웃기기도 하다. 되새기고 싶거나 감동적인 문장도 별로 없다. 그러나 도작가가 창조해 낸 주인공 골랴드낀을 조각조각 해체하면 의미심장하다. 많은 부분들이 낯설지 않다. 골랴드낀을 통해 도작가는 인간의 깊고도 숨겨진 내면을 정확하게 표현해 낸다.

 

분신은 지금까지 읽은 도작가의 소설 중 가장 잘 읽혔고.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좋았다. 아마 이 소설은 도작가의 시대보다 현대를 살아가는 내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골랴드낀의 모습에 나와, 나의 페르소나가 있다. 남의 시선 때문에 억누르고 덮어버린 내 속의 광기와 욕망, 질투를 골랴드낀이 보여준다. 욕망과 현실이 괴리된 채, 추구해야 할 본질을 잃어버린 요즘의 우리들은 거의 모두 가볍거나 무거운 정신분열을 겪고 산다. 내가 원하는 내가 될 수 없기에 또 다른 나를 창조해, 그것을 추앙하기도 공격하기도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그러한 것들을 이 소설을 통해 정확하게 잘 포착했다. 소설이 좋게 평가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골랴드낀에 대한 작가의 자신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변사가 되어 우리들의 주인공인 골랴드낀을 등장시킨다. 소설의 시작부터 이 주인공의 행동은 조금 이상하다. 소심하면서도 허세가 있고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2의 골랴드낀을 통해 암시적으로 그 이유를 얘기하지만, 그에겐 철천지원수도 있다. 불안해하고 말재주와 처세술도 없다. 동료를 질투하고, 그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슬픔, 공포 분노, 무기력을 반복하며 느낀다. 용기 있게 나서야 할 때에는 뒤로 숨어버리고, 제어해야 할 때에는 오히려 가차 없이 돌진해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다.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어느 정도 인식한 골랴드낀은 의사 끄레스찌얀 이바노비치를 찾아가 두서없이 말하기도 한다.

 

[제가 가는 길은요, 곧고, 솔직하며, 우회하는 법이 없지요. 왜냐하면 저는 돌아가는 것을 몹시 싫어하거든요. 그런 길은 다른 사람들이나 가라지요. 선생님이나 저보다 더 깨끗할지도 모를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려는 건 아닙니다. 저는 흐리멍덩하게 대충 말하고 넘어가는 것은 싫어합니다. 같잖게 위선 떠는 것을 아주 싫어하고, 남에 대한 중상모략이나 뜬소문들을 경멸한답니다. 가면은 오로지 가면무도회에서나 쓸 뿐, 그걸 매일 쓰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p.24]

 

의사는 골랴드낀의 생활 방식과 성격을 속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무뚝뚝하게 말할 뿐이다. 골랴드낀이 자신의 상관인 올수피 이바노비치의 딸인 끌라라 올수피예브나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쳐들어가 쫓겨났을 때, 그에게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분신(分身)이 나타난다. 처음에 그 분신은 작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2의 골랴드낀을 통해 주인공이 힘들게 살아온 모습을 보여준다. 골랴드낀은 자신의 분신을 동정하고 도와주려 한다. 그러다가 분신은 골랴드낀에게 점점 적대적 인물이 된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일을 얄밉게 잘 해내고, 골랴드낀을 기만하고 걸레처럼 취급한다. 골랴드낀의 망상은 심해지고, 광기의 힘은 무섭게 골랴드낀을 망가지게 한다.

 

조현병이 무서운 건 자신의 본질을 믿지 못하고, 자신을 공격하는데에 있다. 망상이나 정신분열은 골랴드낀처럼 자신을 불신한다. 자신안의 무서운 에너지는 자신을 갉아먹고, 몰아댄다. 아직은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이고 정신력으로 버텨보려고도 하지만 불안과 두려움은 다시 자신을 나락에 빠뜨린다.

 

골랴드낀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까르 제부쉬낀이나 고골의 외투에 나오는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모습도 보인다. 필경사 바틀비도 연상되지만, 그는 그들과 다르게 페트르부르크의 쎄스찌라보츠나야 거리의 꽤 크고 웅장한 건물 4층에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 현금도 넉넉하다. 그런 그가 불안에 빠지고 공포를 느끼는 건 러시아의 수도인 페트르부르크의 분위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그 당시 출세하고자 농촌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페트르부르크로 왔지만 그들 대다수는 정부의 하급관리로 단순한 필사업무를 했을 뿐이었다. 철저하게 등급으로 나눠진 그들의 계급은 나머지 다른 곳에서도 사람을 계급으로 평가하고 대우하는 기준이 되었다. 골랴드낀은 가난에서는 벗어났지만,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은 욕망은 이룰 수가 없었다. 외모도 뛰어나지 않고, 말재주와 처세술이 없는 그는 더 이상 출세할 수 없었다. 번듯하게 세상의 많은 것들을 누리기를 원했지만 계급과 능력적인 면에서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골랴드낀이 좌절하고 슬퍼할 때마다 페트르부르크의 날씨는 비나 눈이 와 땅은 질척거리고, 추위가 심했다. 페트르부르크의 날씨처럼 골랴드낀을 둘러싼 모든 배경이 그의 정신을 분열시키고, 허약하게 만들었다. 골랴드낀이 보여주는 욕망과 현실의 불일치성, 상대적 빈곤, 타인에 의한 관계의 배제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러한 것들로 인한 인간 심리의 전형적인 변화를 작가는 잘 보여준다.

 

분신은 도스토옙스키의 다른 작품과 다르게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을 읽어 나가며 골랴드낀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었고, 지금의 나와 우리들의 모습도 연상되었다. 골랴드낀의 광기와 좌절에 나의 에너지 역시 말라가는 느낌도 들었다. 만약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소설은 인간의 욕망과 심리를 잘 분석하고 파헤친 작품이다.

 

분신은 도스토옙스키의 분신이며, 힘들게 이 세상을 버티며 살고 있는 우리들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든 골랴드낀 씨에겐 더욱 그랬다. 흠뻑 젖어서 무거워진 외투는 눅눅한 온기와 무게를 전하며 그의 사지를 기분 나쁘게 휘감았고, 그렇지 않아도 완전히 힘이 빠져 버린 그의 다리를 휙휙 꺾고 있었다. 열병과도 같은 오한이 그의 온몸을 타고 흐르며 따끔따끔 자극적인 소름으로 변해 돋아나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그건 말이지, 어쩌면, 어떤 식으로든 말이야, 아마도, 확실히, 한순간에 모두 잘 해결될 거야라는 식의 말, 즉 늘상 하기 좋아하던 말을 이런 순간 할 법한데도 그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 아직은 괜찮아.-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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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10-24 00: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시대를 넘어 작가와 소통하셨군요. 새로 나타난 분신이 도리어 골랴드낀에게 적대한다는 게 마음 아프네요...안분지족하는 삶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10-24 13:04   좋아요 5 | URL
네, 파이버님.
골랴드낀이 만들어 낸 자신의 분신이 적대자가 되어 자신을 공격한다는 사실이 슬펐어요~~
자기 삶에 만족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사회에 살고 싶어요^^

scott 2022-10-24 01: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나보코프가 도끼옹 작품들 중 유일하게 극찬‘ 현대 소설‘ 적이라고 한 작품입니다

영화 더블도 꼬옥 보세요 ^^

페넬로페 2022-10-24 13:05   좋아요 5 | URL
나보코프가 극찬한 작품이었군요.
읽으면서 계속 현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블 영화 꼭 볼께요^^

미미 2022-10-24 11: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페넬로페님!!!^^*
저는 약간 지루하게 읽었었는데 페넬로페님의 리뷰를 읽고서야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네요. 요즘 제가 부쩍 느끼는 혼란이 그건데
당시(읽을 때)에는 페넬로페님처럼 생각하지 못했어요.(어설프게만..)
다시한번 ‘책이란 함께 읽어야 한다‘고 느낍니다.ㅎㅎ

페넬로페 2022-10-24 13:11   좋아요 5 | URL
책 읽는 취향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유형의 책을 고르고 거기에 푹 빠지는 경향이 있어 책에서 감동을 잘 받아요 ㅎㅎ
책에 대한 비판을 해야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정말요.
책은 함께 읽는게 맞아요.
독서모임 다녀오면 별점 4개가 꼭 5개로 바뀌어요~~

새파랑 2022-10-24 12: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분신>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거 같아요 ㅋ 아마 도선생님 작품중 재미면에서는 최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 그런데 이게 도선생님 작품중에 별로인 축이라니 ㄷㄷ

이제 페넬로페님도 도선생님 전작 시작 ^^

페넬로페 2022-10-24 13:12   좋아요 5 | URL
네, 도작가님 책 중에서 읽는 속도가 젤 빨랐어요 ㅎㅎ
전작 읽기 하고 싶은데 밀린 책이 많아 천천히 한 권씩 읽어야겠어요^^

서니데이 2022-10-24 16: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간 지나도 이전의 책들을 읽는 이유는 그런 것 같아요.
그 시대 사람들이나 지금 시대 사람들이나 크고 작은 고민하고, 복잡하게 사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진짜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24 17:56   좋아요 4 | URL
그런 이유때문에 고전을 읽는 것 같아요. 사람 사는 모습은 다르지만 사람 그 자체는 잘 변하지 않지요.
고민도 많고 복잡하고 ㅠㅠ.
삶이라는게 참 무거워요~~

페크pek0501 2022-10-24 22: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분신은 읽어 보지 못했어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있던 책을 분리해 출간한 모양입니다.
즐거운 독서를 하신 것 같아 좋아 보입니다.^^

페넬로페 2022-10-24 22:33   좋아요 3 | URL
도작가의 작품이 읽기 어려운데 일단 잘 읽혀 좋았어요 ㅎㅎ
페크님!
어머니 건강은 좀 어떠신가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래요^^

희선 2022-10-26 0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이런 것도 있었군요 《분신》이라니... 페넬로페 님이 쓰신 글을 보니 골랴드낀 도스토옙스키 같기도 합니다 도스토옙스키 잘 모르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그 말도 쓰셨군요 이 소설 자신은 잘되리라 생각했는데, 그때는 그러지 않았다니... 지금 읽어도 괜찮을 소설 같네요 다른 소설도 마찬가지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0-26 15:13   좋아요 3 | URL
희선님 느낌이 맞아요.
골랴드낀에는 작가 자신이 많이 섞어있어요. 이 책 읽으며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도 생각나더라고요^^

서니데이 2022-10-27 1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화요일 오전만 해도 많이 추워져서 걱정이었는데, 낮에는 많이 따뜻해졌어요.
아침 저녁 차가운 날씨예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오후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28 07:22   좋아요 2 | URL
요즘 가을이 절정인 것 같아요.
어제도 공원에 다녀왔는데 기온도 적당하니 좋더라고요.
이번 겨울은 코로나도 그렇고 독감도 유행한다네요.
서니데이님, 건강 조심하시고 가을을 많이 느끼시길 바래요^^

mini74 2022-10-30 1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이 말씀하시는 골라드낀이 궁금해집니다. 인간의 숨겨진 내면을 정확하게 표현해낸다니. 찜합니다 ~

페넬로페 2022-10-30 21:40   좋아요 2 | URL
골랴드낀의 모습이 처음엔 약간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점점 몰입하게 돼요.
정신분열 또는 망상을 작가가 잘 표현했어요^^

coolcat329 2022-11-02 19: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 작품 읽으셨군요. 평가가 좀 안 좋은 작품이지만 저 참 재밌게 읽었답니다. 저도 이 소설 영화화 하는 거 생각했었는데 과연 누가 골랴드낀 역을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못 찾았답니다. ㅋ

페넬로페 2022-11-08 15:55   좋아요 1 | URL
그 당시 보다 지금 우리에게 ‘분신‘이 훨씬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가 골랴드낀역을 하면 좋을까요? ㅎㅎ

scott 2022-11-09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상 이관왕 추카합니다!
11월 건강 잘 챙기세요 ^^

페넬로페 2022-11-10 19:57   좋아요 1 | URL
scott님, 감사합니다.
11월도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scott님께서도 건강하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11-09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1-10 20:02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모나리자 2022-11-09 1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2-11-10 20:02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9 1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상 축하드려요^^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조만간 읽으려고 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11-10 20:15   좋아요 3 | URL
거리의화가님, 감사드려요.
도스토옙스키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좋은 것 같아요**

독서괭 2022-11-09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도스토옙스키 중 가장 잘 읽혔다고 하시니 혹하네요!

페넬로페 2022-11-10 20:17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은 도작가의 다른 책에 비해 썰을 푸는 게 별로 없어 ㅋㅋ, 잘 읽혔던 것 같습니다**

2022-11-10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0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11-16 0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도스토옙스키가 이 소설을 썼을 때는 잘 안 됐지만, 지금과 잘 맞는 소설이네요 도스토옙스키 앞서갔군요 도스토옙스키가 죽고 이백년이 지나고도 자기 소설을 세계 사람이 읽는다는 거 알면 저세상에서 기뻐하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1-16 1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이 책을 읽고 고전이 그냥 고전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어요^^
 
통아프리카사 - 우리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아프리카의 진짜 역사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역사
김시혁 지음 / 다산에듀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아프리카가 궁금해 읽게 된 책.
최초의 인류와 문명이 출현한 광대한 대륙, 아프리카!
서구 열강에 의한 착취, 노예 무역, 분쟁 등 아프리카의 역사를 ‘통‘으로 보여주어 쉽고 유익하다.
그들의 혼란과 고통은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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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13 07: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의 연계 독서 좋네요 ^^ 아프리카 지도 보면서 국경이 직선으로 나눠진거 보면 기분이 그렇더라구요 ㅜㅜ

페넬로페 2022-10-13 09:50   좋아요 3 | URL
연계독서로 여러 권 읽고 싶은데 읽을 책이 너무 많아 그냥 다른 책으로 넘어 왔어요. 아프리카의 역사를 보면 복잡해서 실마리를 어디서 풀어야할지 암담하더라고요^^

서니데이 2022-10-13 21: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10년에 출간된 책이라서, 이 책은 구판 절판이군요. 얼마 전 같은데 2010년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되는 것을 생각하니, 앗, 하는 기분이 됩니다.^^
페넬로페님, 일교차 큰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10-14 11:41   좋아요 3 | URL
이 책의 신판은 저자가 바뀌어 있더라고요. 사진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었지만 내용은 거의 똑같았어요~~
날씨가 좋은데 일교차가 심해요.
서니데이님, 감기 조심하세요^^

2022-10-13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10-14 0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 일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 같기도 하네요 아프리카 사람은 슬프기도 하죠 책임 지려고 하는 사람 없을 것 같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0-14 11:43   좋아요 3 | URL
요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발전하고 나아졌다고 하는데 그래도 산적한 문제가 많아 보여요^^

서니데이 2022-10-15 1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주말 날씨가 따뜻하고 참 좋아요.
다음주에 추워진다는 뉴스 들어서인지, 따뜻한 오후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점심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17 22:05   좋아요 3 | URL
일기예보대로 날씨가 많이 추워지네요,
서니데이님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고
이번주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10-21 16: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은 낮에 햇볕도 좋고, 따뜻한 날이었어요.
10월 남은 날들이 조금더 따뜻하고 좋은 날씨였으면 좋겠네요.
이번주는 대체휴일이 없었는데도 빨리 지나갑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넬로페 2022-10-22 00:39   좋아요 3 | URL
10월초에는 비도 많이 왔고, 기온도 내려갔었는데, 요즘은 딱 요맘때의 날씨가 되어 좋아요.
나뭇잎이 어느새 단풍색으로 물들었어요.
요즘만을 붙들고 싶어요.
서니데이님.
주말 즐겁게 잘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10-23 17: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는 날씨가 좋은 편이었는데, 이제 추워지려는지 바람이 세게 부네요.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24 20:31   좋아요 3 | URL
주말은 언제나 빨리 휙 지나가 버리네요. 좀 더 알차게 보내고자 하지만 그게 잘 안돼요.
날씨가 점점 추워져요.
서니데이님!
이번 한 주도 행복하시길 바라요^^

mini74 2022-10-30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좋으면 그 시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 그러고보면 세계사 시간에도 아프리카 역사가 아니라 아프리카라는 대륙이 어떻게 착취당하는지 제국주의 국가의 사건으로만 몇 줄 배운거 같아 미안한 맘도 드네요

페넬로페 2022-10-30 21:38   좋아요 2 | URL
네, 미니님 말씀이 맞습니다. 아프리카에 대해 그런식으로만 배웠던 것 같아요. 통으로 보는 이 책만 봐도 아프리카 역사가 엄청 복잡하더라고요^^
 
그후의 삶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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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 어느 장소이건 침략과 수탈의 역사는 비슷하다. 힘을 가진 자가 약한 자를 집어삼키고 마지막 단물까지도 빼앗아간다. 위대한 인간 정신의 산물인 문명과 종교는 각자의 이기심으로 숨겨진 채, 앞잡이가 된다. 미개하고 낙후되었으니 우리가 너희를 구원하러 왔노라고 선언한다. 폭력과 회유의 반복으로 약한 자는 저절로 충성하게 된다. 총 몇 자루에 눈이 멀어 족장은 자기 부족원을 가차 없이 노예로 팔아넘긴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혼란스러운 역사의 과정에서도, 개인은 어떻게 살 아내야 하는지끊임없이 선택해야만 한다. 그리고 선택에 의한 결과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그후의 삶은 전작인 낙원바닷가에서와 연결된다. ‘그후의 삶은 아프리카가 유럽 여러 나라의 식민지로 분할되기 시작할 때의 동아프리카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낙원바닷가에서가 배경을 통해 함몰된 인간의 삶을 좀 더 조명했다면, 그후의 삶은 역사의 현장을 먼저 보여주고, 거기서 살아내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후의 삶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유를 책의 중반쯤에서 알 수 있다. ‘바닷가에서는 읽는 시기가 중요하지 않지만 이 책은 낙원을 먼저 읽고 나서 읽기를 권한다. 한 인물이 낙원에서 소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쳤다면, 이 책에서는 그 인물의 청년기와 중년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의 포문을 연 포르투갈에 의해 아프리카는 유럽 사회에 알려진다. 16세기로 접어들면서 유럽의 각 나라는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인다. 처음에는 금과 상아에 관심이 있었지만 곧 노예무역을 시작한다. 영국의 종단 정책과 프랑스의 횡단 정책이 파쇼다지역에서 충돌하고, 18세기 후반에는 아프리카 내륙지대 깊숙이까지 여러 나라가 진출한다. 1884년 베를린 회의에서 아프리카를 어떻게 나눌지 논의한다.

 

[이때 만들어진 국경은 오늘날 아프리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오늘날까지 아프리카에서 부족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야. 유럽 열강들은 똘똘 뭉치는 부족은 떼어놨고, 자주 싸우는 부족은 붙여놨어. 그런 식으로 국경을 정해버린 거야. 그들이 왜 그랬을까? 맞아, 아프리카인들이 서로 싸우도록 조장하기 위해서였어. 그래야 지배하기가 편하지 않겠니?

- '통아프리카사‘, p.163, 김시혁, 다산에듀]


[베를린회의에서 인위적으로 나눈 아프리카 국경선

- ‘나의 첫 아프리카 수업’, p.45, 김유아, 초록비책공방]

 

동아프리카에 독일이 침범해 들어오고, 그에 맞서 아랍과 스와힐리족의 연안무역상과 카라반이 저항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남쪽의 헤헤족은 끈질기게 저항했다. 슈츠트루페(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아프리카 식민지에 주둔한 독일군 부대)는 단호하고 가혹하게 대웅 했다. 독일은 아스카리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용병대를 조직해 그들을 반란의 진압에 동원했다. 독일은 헤헤족 사람들을 굶기고 마을을 불태워 8년 만에 그들을 굴복시켰다. 그 와중에 아스카리들은 악랄해지고 사나워졌다. 아스카리는 독일인을 대신해 싸워주고, 아프리카 주민은 짐꾼(넝마를 입고 모두에게 경멸당한다)으로 징집되어 전쟁터로 나간다. 독일인 장교들은 매번 우아하게 식사를 해야 했으며 밤마다 술파티를 벌였다. 아프리카인들은 그들의 시중을 들고, 매번 쾌적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준비해야 했다.

 

식민지 시대에 문명화되지 않은 곳에서, 부모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소년들과 청년들은 슈츠트루페에 지원하는 것이 자신의 현실을 벗어나는 길이었다. 침략국이 운영하는 학교에 가서, 그들의 언어와 학문을 배워야만 출세할 수 있었다. 저항자를 죽이고 고문하는 일은 현지인들의 몫이었다. 36년간의 일제강점기를 지난 대한제국의 청년들과 비슷했다. 제국주의자들의 무력에 의한 침략과 현지인에 대한 무지막지한 수탈과 착취는 모든 식민 역사에 거의 비슷하게 적용된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어린 일리아스는 집에서 도망쳤다가 기차역에서 슈츠트루페 아스카리에게 납치당한다. 그곳에서 풀려난 뒤에는 미션스쿨로 보내진다. 글을 읽고 독일어를 할 수 있어 그는 취업을 할 수 있었다.

 

부모가 빚을 갚을 때까지 상인의 집에서 노예처럼 살고 있던 함자는, 자신이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아스카리가 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오벌로이트난트(중위)의 당번병이 된다. 장교는 그에게 독일어를 가르쳐주고 돌봐준다. 이것을 마땅치 않게 여긴 교관 펠트베벨 발터는 함자를 미워한다. 펠트베벨은 전형적인 침략국의 군인이었다.

 

[우린 너희에게 이걸, 수학을 비롯해서 우리가 아니었다면 너희가 가질 수 없었던 수많은 영리한 것들을 가져다주려고 왔다. 이게 우리의 치빌리지어룽미시온(문명인의 사명)이다. ....우린 너희를 문명화시키려 온 거다....

다만 나는 너희가 절대 수학은 배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수학에는 너희 민족으로서는 불가능한 정신적 규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103]

 

독일이 동아프리카의 아랍인과 스와힐리족, 본토의 여러 부족들을 하나하나 정복해 나갈 때 영국도 들어오기 시작한다. 독일과 영국의 충돌은 당연하고,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 아프리카인들이었다. 독일을 위해 일리아스는 다시 슈츠트루페에 자원입대한다. 자신을 구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준 건 독일인뿐이고, 그들에게 은혜를 갚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후 일리아스는 알려지지 않고, 함자의 입장에서 독일과 영국의 전쟁이 서술된다. 아스카리는 독일인을 대신해 그들보다 더 잔인하게 지역민들에게 공포를 주고 약탈한다.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거대한 산맥이 비를 막아주는 평원을 가로지를 때만 해도, 이들은 앞으로 몇 년 내내 폭우와 가뭄을 겪으며 늪과 산맥과 숲과 초원에서 싸우면서 알지도 못하는 군대를 살육하고 또 그들에게 살육당하게 되리라는 걸 몰랐다. 펀자브인과 시크교도, 판티족과 아칸족, 하우사족과 요루바족, 콩고족과 루바족, 이들 모두가 유럽인을 대신해 그들의 전쟁에서 싸우는 용병이었다.

-p.138]

 

아프리카에서 이슬람교도(특정 종교를 비하할 생각은 없음), 게다가 식민지의 백성으로 살기에 누구나 어려움을 겪지만 여성의 삶은 더 척박하다. 토착 부족민들과 이슬람 종교에서 여성의 지위는 낮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쿠란에 여성에게도 재산권이 있음이 명시되어있지만 그것은 지켜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잠시 쿠란을 가르치는 학교에 다니다가 여성은 곧 그만 다녀야 한다. 눈만 내놓은 채, 온 몸을 가리고 다니고 남자와는 눈도 마주쳐서는 안 된다. 여자는 여자들끼리 집에서만 모인다. 남편이 두 번째, 세 번째 부인을 맞아들여도 받아들여야 하고, 더 젊은 여자를 원해 이혼을 계속하는 남자도 있다. 불행한 결혼일 수 있지만, 여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는 결혼밖에 없다. 어른이 정해주는 대로 결혼해야만 한다.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남편이다. ‘아샤 푸아디는 남편 칼리파가 그것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임을 깨달았을 때, 평생 마음에 원망과 시기심을 새긴다. 똑같이 부모에게 버림받고 다른 사람 집에서 노예처럼 살던 일리아스의 동생 아피야는 단지 글을 조금 읽는다는 이유로 집주인에게 심한 매질을 당한다. 독일이 영국에게 거의 패하게 되자 교관 펠트베벨은 평소 미워하던 함자에게 칼부림을 한다. 함자는 그 후로 다리를 온전하게 사용하지 못한다. 아피야와 함자는 결국 칼리파가 거둔다. 아샤에게는 부족한 남편이지만 성품이 착한 그가 두 사람에게 아버지가 되어 준다. 함자와 아피야는 결혼하고 아들을 낳는다. 아이에게는 외삼촌의 이름인 일리아스를 붙여준다.

 

어린 일리아스는 어머니가 그리워하는 외삼촌 일리아스의 행적을 추적한다. 외삼촌 일리아스는 독일의 군대에서 계속 복무하다 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독일이 아프리카에서 철수할 때 독일로 간다. 그는 독일인 여성과 결혼하고, 독일정부에 군인연금 수령과 동아프리카 작전에 참전한 공으로 훈장을 신청하지만 거절당한다. 나치가 정권을 잡았을 때 그들은 재식민화운동(글라이히샬퉁-베르사유조약으로 빼앗긴 식민지를 되찾자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일리아스는 나치당에 가입하고 재식민화운동을 위한 행진에서 단상에 올라 슈츠트루페 제복을 입고 특별히 디자인된 깃발을 흔든다. 그는 엘리아스 에센으로 이름을 바꾸고 아스카리 군복 차림으로 카바레에서 가수로 활동한다. 그는 인종법을 어겨 베를린 외곽의 작센하우젠 수용소로 보내졌고 거기서 죽는다.

 

[‘난 독일인들한테서 친절함 말고는 겪어본 적이 없어요.“

.......

이 싸움은 폭력적이고 악랄한 두 침략자의 싸움이야. 하나는 우리 옆에 살고, 다른 하나는 북쪽에 살 뿐이지. 놈들은 누가 우리를 통째로 삼킬지를 놓고 싸우는 걸세. 이게 자네랑 무슨 상관인가? 자네는 잔인하고 악랄하기로 악명 놓은 용병대에 들어가려는 거야. 다들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나? 심하게 다칠 수 있어....그보다 더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고, 제정신으로 하는 생각인가?]

 

일리아스는 자신을 도와 준 독일 군대에 충성하다 나중에는 살아남기 위해 나치당에 가입한다. 식민지 청년의 삶은 이렇게 지리멸렬하다. 가해자는 책임져주지 않고, 억울하고 힘든 개인의 삶만 남을 뿐이다. 일리아스에게 선택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닐까? 본토 아프리카가 그를 구제해주지 않고 관습에 얽매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리아스의 행동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생각하지 않은 죄를 적용시킬 수 있을까?

 

202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소설 세 편은 나에게 소설의 재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특히 동아프리카에 대한 역사를 궁금하게 만들어주었다. 구르나의 소설을 통해서, 또 내가 찾아본 아프리카에 대한 책으로 어느 정도 동아프리카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만약 그가 노벨 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그의 소설은 더 늦게 번역되었을 것이고, 나는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노벨상의 힘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상을 받은 작가의 소설을 읽게 만들고, 책의 배경과 인물을 통해 또 다른 역사와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후의 삶을 읽으며 구르나 작가에게 노벨상이 주어진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알면서도 잊혀져가는 것들을 경계하게 하고 다시 인식시켜주는 힘! 그것을 구르나가 해주었다. 그의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복잡해진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되고,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누구의 책임이 더 강한지를 생각해야하고 분석해야만 한다. 물론 그것은 하루아침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끊임없이 인간이 저지른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중요하다. 그것이 글의 힘이다.

 

며칠 후에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대한민국의 황석영 작가의 수상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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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3 1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놈의 구원 ㅠㅠ현지인들에게 저항자를 고문하게 하는 것이란 문장에서 노덕술이 떠오르네요. 제국주의 아래 하는 짓들은 어찌나 비열하고 끔찍한지 ㅠㅠ 구르나 작가님 책도 읽어야 하는데~~ 페넬로페님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

페넬로페 2022-10-03 16:25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ㅠㅠ
이 책 읽으며 너무 우리 일제 강점기와 비슷해서 우울하고 슬펐어요. 여성의 삶도 넘 척박하고요. 노예 무역상에 자국민을 넘겨주는 놈들도 우리시대와 똑같았어요..
지금도 정신 차려야하는데 걱정입니다^^

scott 2022-10-03 16: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르나의 문학 여정은 동시대인들이 몰랐던 그곳의 전쟁 같은 삶 난민처럼 떠돌았던 작가의 여정이 마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같이 읽혀지기에 세계문학상을 수여 받은 것 같습니다 문학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한 그후의 삶 ^^

페넬로페 2022-10-03 16:29   좋아요 3 | URL
네, ‘그후의 삶‘을 읽으며 노벨상이 왜 주어졌는지 알겠더라고요.
작가 개인의 이력까지 더해져서 더 좋았어요. 원문이 너무 좋다고 하던데 영어가 짧아 아쉬웠어요^^

그레이스 2022-10-03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떤 시대 어떤 공간에 살게 된다는 것, 그것이 한 개인의 삶에 있는 부조리를 다 덮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생각을 좀더 묵히게 됩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45   좋아요 3 | URL
어느 시대, 어떤 공간에서라도 개인의 삶에 대해 개인의 책임도 있다는 말씀이신거죠!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바람돌이 2022-10-03 16: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만 읽으면 이분 소설은 다 읽는건데 마지막 한권을 아직도 못읽고 있네요. 제 책탑 맨 위에서 매일 저에게 눈짓하고 있는데 말이죠. ㅎㅎ
그동안 이 책 리뷰는 잘 안올라와서 어떤가 궁금했었는데 어쩌면 3권 중 제일 좋을 것 같은 느낌이 이 리뷰에서 팍팍 느껴집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48   좋아요 3 | URL
이 책은 몰입도가 커서 금방 읽을 수 있어요. 역사와 사람을 적절히 잘 연결시켰고요. 끝부분에서 일리아스의 삶으로 바로 끝을 내어 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미미 2022-10-03 16: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리아스는 선택을 했다기보다는 특정 삶으로 내몰린것 같네요.
제국주의의 잔혹함이 느껴집니다.
‘낙원‘을 먼저! 기억해둬야겠어요^^*

페넬로페 2022-10-03 19:50   좋아요 2 | URL
일리아스가 본국에 남느냐, 떠나느냐의 선택을 한 것 같은데, 그만큼 그에게 조국은 신뢰를 주지 못했어요.
제국주의, 언제나 악랄합니다 ㅠㅠ

새파랑 2022-10-03 17: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젠 ‘압둘라자크 구르나‘ 하면 페넬로페님~!! 역시 노벨상은 괜히 타는게 아닌거 같아요 ㅋ
저는 <바닷가에서>만 읽어봤는데 핵심은 <낙원> 이군요 ^^

페넬로페 2022-10-03 19:52   좋아요 3 | URL
낙원보다 그후의 삶이 좀 더 잘 읽혀요. 배경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되어 있는데 순서는 상관없지만 주인공을 잘 이해하려면 낙원을 읽는 것이 도움이 돼요^^

coolcat329 2022-10-03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구르나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들을 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저는 바닷가에서 읽을 차례인데 낙원보다 좋다고 하신 분들이 많아 기대됩니다.
며칠 후 발표될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은 누굴지 제가 다 설레입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53   좋아요 2 | URL
네, 저는 이런 작가가 있는줄도 몰랐어요. ㅎㅎ
구르나 작가의 세 작품이 저는 다 좋았어요^^

프레이야 2022-10-03 19: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르나. 세 권 다 읽으셨네요 페넬로페 님.
낙원에서 더 못 나가고 있네요 전.
작품성의 힘이 느껴집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54   좋아요 2 | URL
서사와 문장의 힘이 느껴지더라고요. 쓰인 시기가 달라 문체의 변화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레삭매냐 2022-10-03 2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세 좋게 <구원>과 <바닷가에서>
까지 읽고서 이 책까지 읽었어야
했는데 멈추어 버렸네요.

페넬로페님의 리뷰에 다시 버프를
받아 도전해야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2-10-03 23:47   좋아요 1 | URL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는 레삭매냐님께서 소개해 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매번 신간 소식 전해주셔서 그저 편하게 따라가고만 있어요^^

책읽는나무 2022-10-03 2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낙원...전 여름에 낙원에 발 담그기만 하구선...저도 늘 똑같은 말! 읽지 못했네요~ㅋㅋㅋ
작가의 책이 참 많군요?
전작하면 정말 아프리카 역사에 대해 다시 보는 눈이 생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들의 역사도 이렇게나 험난하고 힘들었네요.ㅜㅜ

페넬로페 2022-10-03 23:51   좋아요 2 | URL
이번에 세 권의 책이 동시에 나와 계속 읽게 되었어요.
이 작품들을 통해 이슬람교를 믿는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는 동아프리카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어 유익했어요~~
그들이나 우리나라나 어려운 시대를 지나왔는데 단일민족이라는 것이 이렇게 펀할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stella.K 2022-10-03 2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르나 읽을만 하던가요? 저는 노벨문학상 작품은 좀 오글거려서...
오늘 모기관지에선 살만 루시딘을 점치던데 뚜껑은 열어 봐야알겠죠?

페넬로페 2022-10-03 23:52   좋아요 2 | URL
구르나 책은 일단 어렵지 않고 쉽게 읽혀 좋아요. 가독성도 좋고 내용도 공감되어요.
이번에 살만 루시디가 노벨상 받으면 본격적으로 읽어봐야겠어요^^

서니데이 2022-10-04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가 작년의 노벨문학상 수상이었는데, 올해는 누가 될 까요. 문학상은 6일에 발표된다고 들었어요. 우리가 아는 작가일 수도 있겠고, 또 처음 듣는 이름일 수도 있겠지요. 이번주에 발표되는 다른 부문의 수상자가 계속 뉴스에 나오고 있어요. 올해 누가 되든지, 아마 그 작가의 책은 우리 나라에 소개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님, 잘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10-05 15:17   좋아요 1 | URL
올해 노벨상 후보들이 워낙 쟁쟁해서 누가 될지 정말 궁금해요. 다른 분야의 상을 받는 분들도 다들 천재처럼 보여요 ㅎㅎ
노벨상 수상 작가의 책을 읽는게 재밌더라고요^^

2022-10-06 1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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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6 2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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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10-05 0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일리아스라니, 호메로스 《일리아스》 안 읽었지만, 그게 생각나기도 하네요 아프리카 사람은 자기들 싸움이 아닌 영국과 독일 사람 대신 싸움을 하다니... 국경은 다른 사람이 정한 거였군요 그것도 참 슬픈 일이네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내전이 일어난 까닭이기도 하다니... 서로 다른 부족이라 해도 잘 지내면 좋을 텐데... 그게 잘 안 될지도 모르겠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2-10-05 15:19   좋아요 1 | URL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같은데 둘이 별로 연관되지는 않더라고요.
식민역사는 어느 곳에서나 참 슬퍼요. 영국이 물러가고도 아프리카에는 독재가 계속 지속되어 그것도 맘 아파요ㅠㅠ

2022-10-05 0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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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5 15: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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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0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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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1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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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6 2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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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0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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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0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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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1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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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0 0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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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0 1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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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7 2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겐 구르나 하면 양대산맥 ㅎㅎ 그레이스님과 페넬로페님.
최근에 매냐님까지 ㅎㅎ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

2022-10-08 1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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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10: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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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02: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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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2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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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10-21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구루나 책이네요. 읽고 싶은데...읽어야할 책들이 산더미라 나중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구루나 읽을 때 참고할 게요~~ㅎㅎ

페넬로페 2022-10-21 14:36   좋아요 0 | URL
작가에 대한 기본 정보없이 노벨상 수상작인 이유로 읽었는데 구르나 작가의 작품들이 다 마음에 들었어요. 이번에 배반도 번역되어 읽고 싶은데 저 역시 읽어야 할 책이 많아 고민입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어린 시절인 5~6세쯤부터 10년의 주기로 지나 온 나이 중, 가장 좋았던 때가 언제였을까? 좋았던 때가 있기나 한 것인지! 매번 실수하고 넘어지고, 후회했지만 그것은 반복적이었다. 젊었을 때는 지금과 달리 나 자신에게 괜찮다고’, ‘그 정도면 잘 살아가는 거라고 얘기할 줄도 몰랐다. 남과 비교당하지 않고 내 식대로 살고자 하는 당당함과 뻔뻔함도 없었다. 주눅 들기도 하고, 마음에 상처도 많이 받아 그것을 되돌리느라 남에게 상처도 주었다.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고비는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내 나이에 비해 늦게 결혼해, 역시나 늦게 결혼한 남자와 싸우며 살아야했고, 늦게 낳은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고 외로웠다. 40세가 되면 인생 다 산 것 같았고 그때부터 늙는 것 같았다. 불혹(不惑)이라니! 정말 말이 말 같지가 않았다. 그 시기에 2~3년 정도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사춘기는 40세에 온 것이었다. 정작 10대에는 수동적으로 공부하며 모범적인 학생으로 청소년시기를 견디었다.(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혼란스럽고 힘들었던 40대 초반을 지내왔지만, 한편으로 늦은 사춘기를 지나며 더 성장할 수 있었고, 나 자신이 변화되기도 했다. 내려놓는 법도 배웠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은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한 포석을 다지고, 그 위에 차근차근 많은 것을 다시 쌓아올린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50대는 수월하게 넘어왔다.

 

누군가가 지금 당신의 나이가 어떠냐고 물어 온다면 난 참 좋다는 아닐지라도 좋다라고는 말할 수 있다. 좋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해서 내가 늙음을 받아들이고, 지금 사는 것이 편하다는 뜻은 아니다. 늙는다는 것은 여전히 싫고, 불편하다. 돈도 없고 노후대책도 되어 있지 않다. 여전히 돈을 벌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남편이나 나에게 큰 병이 올까봐 두렵기도 하다. 딸아이도 여전히 걱정된다. 재테크에 관심 없고, 책 읽고 놀러 다니기 좋아하는 대책 없는 바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의 내 나이는 나를 참 편하게 해준다. 사람에 대한 이해도 많아지고, 싫어하는 것을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그에 대해 지나친 혐오나 미움은 없어졌다. 귀찮고 불편한 것을 무관심이라 포장도 하고, 남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평가를 하든지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혹시 나에게 다시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고 해도, 난 거절할 것이다. 나란 사람은 다시 돌아간다 해도 더 열심히 살지 못할 것 같고, 그저 이대로 조금씩만 발전하며 살았으면 한다.


9월이 독서의 달로 정해져 있어 도서관마다 행사를 많이 했다.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에도 대출 권수 확대, ‘당신의 독서 취향은?’, ‘북 큐레이션같은 이벤트를 했었다. 9월 초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을 때, 도서관 열람실 입구에 비밀보자기 안에 들어있는 책들이 놓여있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이 대출된 책을 분야별로 선정해놓은 것이었다. 그 중 하나를 골라 대출해가면 되었다. 비밀보자기는 10개정도 있었는데, 나도 궁금해 하나를 선택했었다. ‘여성심리학, 노년, 인생후반, 소중한 관계, 황혼이라는 해시태그가 있는 것을 골랐는데, 이게 뭐라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구두구두...

 

집에 와서 풀어 본 보자기 안에는 메리 파이퍼의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라는 에세이가 들어 있었다. 처음 들어 본 작가의, 내 취향도 아닌 책에 살짝 실망했다. ‘우아하고 지혜롭게 세월의 강을 항해하는 법이라는 부제는 좋았지만 책의 내용 역시 예상에서 별로 벗어나지는 못했다. 책은 13페이지 정도 들어가는 말이 있었고, 나머지는 임상심리학자인 작가의 책답게 여러 사람의 사례가 정리되어 있었다. 삶의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회복력을 보이는 것이고, 상황에 따른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에는 공감했다. ‘앨리스 인 베드에 등장한 마가렛 풀러에 대한 글도 있어 반가웠다. 그렇지만 여러 사람에 대한 사례와 지침은 나와 맞지 않아서인지 조금 재미가 없었다.

 

[나는 감정을 통제하기보다 받아들이기를 권한다. 감정은 우리가 회복하는 데 꼭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우리는 온몸과 온 마음으로 지금 느껴지는 감정을 오롯이 체험해야 한다.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조금씩 치유와 희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p.14]





 

 

 

 

 

 

 

 

 

 

 


딸아이가 아바타 리마스터링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다. 12월에 아바타 2’가 개봉될 예정이라 화질과 소리를 좋게 해 다시 만든 전편을 재상영 해주는 것이었다. 아바타를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아 딸아이와 저녁은 같이 먹고 아이는 영화관으로, 나는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기로 했다. 읽을 책이 쌓여 있어 어떤 책을 가져갈지 고민하다가 얼마 전 선물 받은 책을 가방에 넣었다. 이 책은 알라딘 서재 친구가 나에게 선물로 보내준 것이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친구가 정희진 선생의 책을 두 권이나 보내주었다. 이 친구와 만나지는 않았지만 알라딘 서재에서는 엄청 친하다(내 생각). 책 취향이 같지는 않지만 나는 그녀의 책읽기와 공부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격려해주고 무척이나 존경한다. 배울 점이 너무 많은 친구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 정희진의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라 반가웠지만, 이 책의 내용은 영화만 관련된 것은 아니다. 선생이 가져 온 영화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저자의 글은 나에게 가하는 채찍질이기도 하고, 같은 기질의 사람을 만난 기쁨이기도 하다. 뚜벅뚜벅 가고자 하는 강인함과 그래도 한 번씩 물러나는 소심함도 있어 재미있다. 어떤 면에서는 반발하고 싶기도 하지만, 선생은 아마 흔쾌히 받아들일 것 같다. 머리말의 제목인 내가 쓴 것이 나다라는 말은 하도 가혹해서 등골이 서늘하다.

 

[글쓰기가 힘들고 두려운 이유는 쓰는 사람이 대상을 창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대상(작품)이 아니다. 글로 쓴 대상을 공부하기 전에 글을 쓴 사람을 추적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모든 재현이 누군가를 쓴 것임을 인식하고,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를 알기 위해 쓴다도 중요하지만 는 매 순간 변화하고 움직이는 존재임을 각성하고 있어야 한다.

-p.11~12]


책 선물, 감사합니다**



카페에서 몰입하며 책을 읽다가 근처에 있는 호수를 산책하려고 나왔다. 평일이고 밤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요즘 어디서나 실감된다. 그리고 호수위에 서 있는 러버덕을 발견했다. 8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고 했다. 처음 이 오리를 봤을 때 그냥 단순히 오리 모양의 고무 풍선인줄 알았는데, 이 작품을 만든 작가가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었다. 작품을 보호하고자 여러 명의 아르바이트생들도 있었다. 전에 전시된 러버덕을 딸아이와 봤는데 벌써 8년이란 세월이 지났단다. 8년 동안 난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내가 독서 동아리에 참가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동아리의 활성화를 위해 각 동아리마다 원하는 책을 사주기로 했다. 리더이신 그레이스님께서 우리 동아리는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신청했었다. 책이 도착했고 그레이스님께서 이 무거운 책을 들고 오셨다. 가을이고 날씨가 좋아 도서관이 아닌 공원의 카페에서 회원들과 만나자고 했는데, 우리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자 몸소 들고 오신 거였다. 워낙 책을 많이 읽으시니 이 정도의 책 무게는 감당할 수 있다고 하셨다. 책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두꺼웠다. 이유는 있었겠지만 출판사에서 그냥 두 권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읽기에 불편하고 휴대하기도 쉽지 않다. 동아리 회원들이 이 책의 두께에 식겁하여 아무도 가져가겠다고 하지 않아 결국 내가 먼저 가져왔다. 다시 그레이스님에게 이 무거운 책을 지고 가게 할 수는 없었다. 집에 돌아와 딸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었을 때,

, 이 책으로 사람 때리면 바로 죽겠네...”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하다. ‘미니 74’님도 만약 집에 도둑이 들어오면 두꺼운 책을 사용하신다고 했으니.....

 

미들마치는 시골에 사는 여러 가정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언제나 남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결혼생활에 관한 것이면 더 새롭다. 돋보기를 준비해 차근차근 들여다봐야겠다. 10월도 책읽기로 바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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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0-10 1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가운체 하느라 정작 축하인사 뒷전 ㅎ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10-12 19: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얄라알라님!
날씨가 춥다가 오늘 조금 풀렸어요. 이 계절엔 날씨가 좋아야죠.
얄라알라님, 좋은 가을 보내시길 바래요**

책읽는나무 2022-10-11 1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제가 읽으면서 좋다고 했었던!!!^^
이제 저의 촉도 어느 정도 풍월을 읊을 수 있네요ㅋㅋㅋ
잃시찾에 이어 2 관왕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2-10-12 19:00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감사합니다**
풍월을 읊을 수 있는 책나무님의 촉을 사랑합니다^^

건수하 2022-10-21 15: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이달의 페이퍼로 선정된 글이었군요. 제가 잘 확인 안하는지라 지금 알았습니다 ^^
페넬로페님 많이 늦었지만 2관왕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과 독서 모임을 하시는군요. 서재 친구가 가까이 계시니 두 분께 복이네요 :)

페넬로페 2022-10-21 17:09   좋아요 1 | URL
수하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과 책도 같이 읽고 서재 활동도 같이 하고 있어 정말 복받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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