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보통 두 가지 경우가 생긴다. 책의 내용에 푹 빠져 작가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와 작가를 계속 의식하며 책을 읽는 경우이다. 나는 전자에 속하는 독서를 많이 하는데(주로 소설을 읽어 그럴 것이다), 백래시를 읽으면서는 계속 작가 수전 팔루디가 의식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너무 촘촘하게 서술된 내용에 한 번씩 지치기도 했지만, 마지막 부분쯤 갔을 때, 결국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거대 담론이나 무슨 주의(主義)보다 이 사회를 구성하는 각 개인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리기 위해 팔루디가 했을 고민과 수고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여러 반격에 대한 부당함을 따지고, 세세하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듣고, 법원의 판례와 책이나 연설문을 읽었는지가 보였다. 또한 그것을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내 전달하고자 하는 절실함도 있었다. 너무 고생했다고 작가를 한번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저자가 피곤할 정도로 쪼개어 자세히 나열한 사례들은, 이 사회의 거대하고 부당한, 치졸하기까지 한 여성을 향한 반격에 대한 반박이었다. 설득력 있는 저자의 말들은 분명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사람들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백래시의 백미는 팔루디가 반페미니스트 이데올로그들의 주장을 논파할 때 드러나는 깊은 냉소와 서늘한 유머 감각이다. “페미니스트는 재미를 깨는 프로불편러라는 세간의 편견과 달리팔루디의 서술은 독자로 하여금 때때로 낄낄거리게 한다책을 읽다 보면 고도로 직조된 빈정거림이 아니라면 페미니즘을 둘러싼 현실을 포착하고 설명할 방법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한국어판 해제 중에서]

 

책을 읽으며 어이없고 기가 차서 나도 낄낄거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내가 백래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2016년에 출간된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를 보고 나서이다. 이 소설과 영화에 대한 수많은 논란은 다 제외하고(페미니즘이든, 백래시든),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나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김지영이 왜 나도 살지 않았던 삶을 이렇게 살고 있지?”라는 궁금증이었다. 그리고 너희들만 그렇게 힘드냐?”고 말하며 시작된 젊은 세대의 남성들이 보인 여성에 대한 혐오의 원인이었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 더구나 골수보수정부가 집권하고 뉴라이트가 기승을 부리는 이 즈음에 1980년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지금과 상황이 비슷한 이 책이 어떤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전 팔루디가 밝힌 반격의 이유와 움직임은

 

-평등에 대한 남성들의 반대

-여성의 권리에 대한 저항

-남성들의 경제적사회적 안녕을 위협한다는 불쾌감

-여성들이 거둔 대체로 소소한 성과(혹은 그저 여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인식)에 발끈

-여성들의 근근한 진보에 대한 터무니없는 과잉 반응

-여성들의 정치적 발언을 막아 버림

-반페미니즘이라는 트렌드를 미디어가 교묘하게 주도함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여성들의 삶의 역설반격에서 핵심으로 자리하게 될 그 역설을 처음으로 주류 청중들에게 제시하고 해설한 집단이 바로 언론이었다는 점이다그 역설이란 바로 여성은 많은 성과를 손에 넣었지만 대단히 불만스러운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언론은 반격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대신 이를 유포하는 쪽을 택했다.]

 

-헐리우드의 합류(소심하게 체제 순응주의를 택함)

-반격의 출생지인 뉴라이트 집단의 혹독한 응징

-“여성은 남편의 수발을 들어야 한다는믿음

-여성들이 학대를 좋아한다는 주장(구타당하는 여성들을 가정폭력을 자초하는 마조히스트로 취급

 

이러한 반격은 여성을 공격하기 위해 여성을 이용하고, 미스아메리카대회나 미용 산업으로 여성의 관심을 돌리려고 했다. 페미니즘을 옹호했던 사람들도 자신의 입장을 뒤집어 반격의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여성의 신비를 쓴 베티 프리던도 자기가 직접 쌓은 탑에 흠집을 내는페미니스트였다.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13일터14장의 부분이다. 여성들이 남성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생각과 여성은 태생적으로 저소득 일자리를 선호한다는 편견이 무서울 지경이었다. 특히 블루컬러계층에서의 직장에서의 차별은 심각했다. 저소득층 남성들은 아내가 일하는 것을 원치 않음에도 그들의 수입 없이는 생활을 지탱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여자에게 폭력을 가하고 술을 마셨으며 일하러 나가는 것을 방해했다. 어떤 남성은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아내가 다니는 직장에 취업해 그녀를 괴롭히고 폭력을 가했다. 여성들은 같은 직장의 남성들로부터 성희롱과 폭력, 성폭행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일하는 여성의 가장 큰 적은 직장 내 남성 동료들과 남편이었다. 언론계에서 일하는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사방이 온통 바리케이트로 막혀 있다는 기분만 들어요노란 불빛이 번쩍이는 바리케이트요그리고 한 발짝 떼려고 할 때마다 그들은 또 다른 바리케이트를 내 앞에 던져 놓죠.” 하지만 법적인 싸움에서 패하고공포를 통해 군림하던 남편은 비참하게 죽고설거지나 하는 굴욕적인 신세로 전락했지만 그녀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자 했던 자신의 결심은 절대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누군가 우린 이걸 바꿔야 해하고 말했다가 해고당했다면 그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거예요.”]

 

가정사를 결정할 가부장의 능력이 퇴색된 데 대한 억울함은 여성 스스로가 출산을 통제할 기회를 빼앗았다. 여성들의 성적인 자유도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유타에서는 입법가들이 낙태 시술자들을 최고 5년까지 징역에 구형할 수 있게 만들려 했다루이지애나에서는 입법부가 10년의 강제 노동을 요구했고매사추세츠에서는 전기의자에 앉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안이 두 차례 제출되었다]

 

1800년대도 아닌 1980년대에 있었던 일이다. 이렇게 낙태 반대와 그 분위기에 휩쓸려 낙태 비용 지원 보조금이 줄어들자 여성들은 불법시술을 받았고 멕시코까지 가야만 했다. 거기서 과다출혈로 목숨을 잃는 여성도 많았다. 복지 수급자였던 아이다호에 사는 열세 살 소녀 스프링 애덤스는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해 임신을 하였다. 그녀의 엄마는 낙태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부담할 수 없어 포틀랜드의 저렴한 클리닉으로 딸을 데려가려고 했지만, 스프링은 낙태에 반대하던 아버지에게 총을 맞고 죽었다. 이것이 인간인가?


[1980년대에 낙태 반대의 상징은 아기 엄마가 아니라 태아였다.

태아는 산전 수술실에서는 주요 환자가법률 서적에서는 완전한 시민이법정에서는 핵심 원고가 될 판이었다실제로 1980년대 말경 태아는 어떤 영역에서는 살아 있는 아이보다 법적 권리를 더 많이 가졌다.]

 

임신한 여성의 건강보다 태아의 권리가 더 우선시 되었다. 하지만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인체에 유해한 환경의 작업장에선 여성 노동자들에게 불임수술을 강요했다. 산업 독성 물질 접촉이 남성에게도 똑같이 영향을 주는 것임에도 여성들만 일자리와 자궁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반격이 직장 여성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런 행위를 은밀히 진행했음에도 시어스 소송이 있었고, 일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근 10년간의 전투를 하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새로운 공부를 한 다이앤 조이스, 팻 로랜스, 잔 킹의 사례를 읽는 동안 대학 1학년 때의 은사가 생각났다. 이 여성들과는 조금 다른 이유였지만 그 선생님도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내 전공이 아닌 교양수업의 시간강사였던 선생님은 강의 도중에 한 번씩 자신의 처지에 대해 우리에게 말해주곤 했다. 가족 수가 많은 시댁에서 살고 있었던 그녀는 어린 아이가 있음에도 공부를 하며 강의를 나온다고 했다. 시댁에서 해야 할 집안일이 많아 보통 와이셔츠를 두벌씩 겹쳐 다린다고 했다. 시집살이가 녹록지 않지만 그녀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에게 말함으로써, 힘들지만 계속 해 나가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다지고 있었던 건 아닌지... 겨울이 되고 종강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어스름 속에 뛰듯이 종종걸음치며 교문을 나서고 있는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수업을 마친 우리들은 맥주를 마시러 갈 예정이었고 선생님은 급하게 시댁으로 달려가야 했을 것이다. 그때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불쑥 선생님에게 자아실현 하세요!”라고 외쳤다. 선생님은 자신 앞에 있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아실현 하셨을까? 아님 잔 킹의 말처럼 지더라도 시도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던 것일까?

 

수전 팔루디는 백래시의 에필로그에서 단도직입적인 의제와 대중행동, 그리고 완전한 물리적 저항이 결합되어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고단언한다. 어떤 여성들은 착한 인내심을 가지고 소심하게 도전했다. 하지만 이런 저항은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적극적이며 당당하게 전략을 구사하며, 여성들이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해결책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 말고 다른 대안은 없을 것 같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책이다.


읽기가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분량이 많고 도중에 다른 책을 읽어야 해서 거의 세 달에 걸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가 이 책에 여러 사례를 집어넣고 그것에 대해 끈질긴 반박을 했기에 한 곳에서 오랫동안 읽기는 쉽지 않았다. 집 안에서, 카페에서, 엄마를 만나고 돌아오는 KTX에서도 읽었다. 변화와 실천은 정확한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계속 되새겼다.

 

-[ ]표시는 책의 내용을 인용했으며 페이지는 생략했습니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3-10-09 14: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시대에도 필요한 책이라는 말씀에 아프게 공감합니다. ‘변화와 실천에는 정확한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에도요. 저는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엄두를 내지 못해 미루고 있었는데 페넬로페님, 읽는 제가 후련하게 잘 정리해 주셨네요 >.< 이 책 저도 ..무거운 내용임에도 많이 웃었어요.ㅎㅎㅎ

페넬로페 2023-10-09 17:47   좋아요 3 | URL
이 책에 나오는 사례마다 할 말이 많았는데 그걸 다 적으려니 끝이 없을 것 같아 적당히 정리했습니다. 와, 정말 졸렬하고 비열하고~~아직 멀었지만 또 하나의 인식을 한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3-10-09 17: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멋진 리뷰입니다.
저도 중간부분까지는 낄낄거리며 웃었어요. 뒷부분으로 갈수록 좀 마음이 안좋았었는데 인용해주신 부분들을 읽으니 기억이 새록합니다.
‘적극적이며 당당하게 전략을 구사하며 실천하기‘가 저항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말씀 꼭 기억해야 할 명언이네요.
e북으로 읽기! 페이지 수가 많아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고생많으셨어요.^^

페넬로페 2023-10-09 17:52   좋아요 3 | URL
정말 기가 차서 웃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으리라 믿으려고요.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연대하며 움직이라는 팔루디의 말을 새겨 넣었어요. e북이 어디 다니기는 확실히 편했어요^^그리고 저에게 주는 칭찬, great도 슬쩍 넣었습니다. ㅎㅎ

독서괭 2023-10-09 18: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겨우 완독하고 리뷰는 못 쓰고 있는데 페넬로페님 넘 잘 정리해주셨네요!! 저도 작가의 노력이 참 고맙더라고요.
그 강사님… 시집살이에서의 도주에 성공하셨기를 ㅠㅠㅠㅠ

페넬로페 2023-10-09 18:10   좋아요 2 | URL
책은 잘 읽었는데 넘 내용이 많아 정리를 잘 못했어요. 작가가 저널리스트라 그런지 확실히 논리적으로 반박을 잘 하더라고요~^

저는 그 강사님이 자아실현 하셨을거라 믿고 있습니다^^

은하수 2023-10-09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페넬로페 님 리뷰와 모든 댓글에 좋아요 남기는 것으로 응원 대신합니다.
저도 곧 읽기에 동참해 보겠습니다!^^

페넬로페 2023-10-09 19:5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은하수님께도 유익한 독서되시면 좋겠습니다^^

얄라알라 2023-10-11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페넬로페님, 멋지세요.

˝자아실현 하세요.˝
와이셔츠를 두 장씩 다리시던 그 선생님께 오래 기억될 응원이었을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3-10-11 11:57   좋아요 0 | URL
그때 ‘자아실현‘이란 말을 많이 사용했던 것 같아요. 그 말의 뜻을 잘 모르면서도 마치 궁극적인 목적인 듯 남발했어요 ㅎㅎ 그것이 무슨 의미든 간에 아마 그 강사님은 제가 열심히 응원한다는 것을 아셨겠지요!

yamoo 2023-10-14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페넬로페 님 시계에 눈이 가네요..
잘 어울리십니다요!!ㅎㅎ

페넬로페 2023-10-14 12:24   좋아요 0 | URL
아주 오래된 시계인데요.
제가 시계를 좋아해요~~
요즘 나오는 스마트워치보다 저는 그냥 시계가 좋더라고요.
yamoo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2023-10-17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7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7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5, 한가람 미술관에서 라울 뒤피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뒤피는 내게 생소한 화가였다. 검색해보니 뒤피는 1877년 프랑스 르아브르에서 태어나 1953년에 생을 마감한 작가였다. 현대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겪은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그 당시에 워낙 유명한 화가가 많았는데 뒤피의 그림은 어떨까?’라는 호기심도 생겼다.

 

직접 본 뒤피의 그림은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면서도 특이했다. 그림에서 받는 느낌이 독특해 생각보다 뒤피의 그림 앞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그림뿐만 아니라 뒤피가 만든 작품이 엄청 다양해 이 작가의 이력이 남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지껏 다닌 전시회장에서 이렇게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본 건 처음이었다. 뒤피가 디자인한 옷을 입은 마네킹까지 있을 정도였다. 영상으로 보는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의 <전기 요정>도 멋있었다.

 

라울 뒤피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르아브르에서 9남매중 둘째로 태어났다.(p.25) 가정 형편이 어려워 14세에 브라질 커피 수입상에 취업해 일찍부터 일을 해야만 했다. 그 뒤 미술학교를 다니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책의 삽화, 장식 미술, 직물 패턴 디자인, 일러스트, 연극 무대 세트와 의상 담당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했다. 1937,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한 <전기 요정>이라는 제목의 250개의 패널로 된 거대한 벽화도 그린다. 그때 스페인 대표로는 피카소가 참여했었다. 피카소는 이때 게르니카를 출품했다. 나치 독일과 소련도 참여해서 신경전을 벌이며 경쟁을 했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에 있는 르아브르는 모네가 유년과 소년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모네는 외젠 부댕을 만나 인상주의 화풍에 대한 기틀을 다졌었다. 르아브르 태생인 뒤피도 당연히 처음에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는다. 모네는 평생 인상주의에 머물며 그 속에서 자신의 그림을 발전시켰지만, 뒤피는 세잔의 그림에 더 영향을 받아 인상주의에서 야수파로, 그 뒤 입체파의 화풍까지 가져온다. 뒤피의 그림은 이 세 가지가 섞여 있어 묘한 느낌을 준다. 뒤피는 르아브르와 노년에 정착한 남프랑스의 바다를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뒤피의 그림엔 바다가 많다. 르아브르와 생트-아드레스의 해변, 여러 곳에서의 레가타(요트 경기)를 소재로 한 그림엔 뒤피가 얼마나 바다를 사랑했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정겨움과 따뜻함이 있다.


마담 뒤피의 초상화(p.211~225)

 

대부분 화가의 아내는 화가의 뮤즈이자 모델이 되어준다. 뒤피는 패션디자이너인 외제니-에밀리엔과 결혼하지만 나중에 별거를 했다. 그 후 베르트 레이즈를 만나 동거한다. 뒤피는 이 두 여인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예술가와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자신의 모습이 이렇게 그림으로 남겨진다는 것이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생활에 예술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좋을라나? 그림으로 남겨져 누군가가 계속 나를 쳐다봐 주는 것이?


20, 21, 24, 63, 68, 71, 76, 뒤피의 자화상(p.55~63)

 

뒤피는 어린 나이에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고, 세계 제 1, 2차 대전을 겪은 사람이다. 노년엔 류마티스 관절염에 시달렸다. 그의 삶에 분명 힘든 시기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에 인류의 재앙이나 자신의 병도 담기길 원치 않았다.(p.342)’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오로지 작가가 결정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이 꼭 시대를 그대로 묘사할 필요는 없다. 폭력과 폐허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환희는 분명 존재한다. ‘라울 뒤피라는 예술가가 안주하지 않고 계속적인 변화에서 자신만의 뒤피스타일을 완성해가는 모습에 그저 감탄한다.

 

 

이소영 작가의 책,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뒤피에 관한 이야기가 풍성하다. 뒤피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고, 그림도 많이 수록되어 있어 전시회에서 보지 못한 뒤피의 그림을 감상하기에 좋았다.

 

[그가 남긴 말인 삶은 나에게 미소짓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지었다”, “내 눈은 추한 것은 지우게 되어 있다하는 문장을 곱씹어 보면 그가 죽는 날까지 그림에 고통과 슬픔보다는 희망과 행복, 낙관을 담고 싶어했음을 알 수 있다. 뒤피의 삶과 작품을 보면 세상은 끝끝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p.343]


동물 시집표지와 내지(p.190~192)

 

1911년 뒤피는 기욤 아폴리네르의 동물 시집의 삽화를 목판화로 그린다. 이 책의 목판화는 별면 삽화 4점과 텍스트에 들어가는 삽화 26, 30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1880년에 태어나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3일 앞두고 전쟁에서 입은 상처와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한 기욤 아폴리네르의 동물 시집은 하나의 에피소드이다.(‘알코올’, 열린책들, 황현산 옮김, 역자 해설 중에서) 30편의 짧은 시와 30편의 목판화가 실려 있는 이 책의 내용은 동물들의 특징과 가치, 이미지들을 상징과 비유를 통해 서술되어 있다. 오르페우스의 등장과 그의 노래와 리라 소리를 듣기 위해 모여 든 동물들을 표현했다. 보통의 언어로 쓰여진 시가 아니라서 그런지 작가 자신의 주석과 번역자의 주석이 함께 있다.

 

평소에 시를 잘 읽지 않기에 라울 뒤피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아폴리네르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물이 주는 상징이나 신화를 조금 알고 있으면 좋지만, 그런 것을 떠나 그냥 읽어도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시에는 위트도 있어 재미있다. 이번에 토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산토끼의 암컷은 이중임신이 가능하다고 한다.

 

[고양이

 

내 집에 두고 싶은 것 :

사리를 아는 여자 하나,

책 사이를 거니는 고양이 한 마리,

하루도 거르고는 살 수 없는

사계절의 친구들.

-p.19]

 

사리를 아는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 역자의 해설에서 아폴리네르는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에 결혼했고 고양이는 집에 두지 못했지만 친구들은 늘 많았다고 한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3-10-04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여름에 안산에 있는
어느 김밥집에 갔다가 이 작가
를 알게 되었답니다. 그것 참...

프랑스 출신이었군요.
‘바다‘ 그림이 정말 멋졌던 것
으로 기억합니다.

페넬로페 2023-10-04 23:06   좋아요 1 | URL
저는 어느 식당 화장실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과 만난 적도 있어요 ㅎㅎ
김밥집 사장님의 안목이 높으신 것 같습니다.

뒤피의 바다그림, 좋았습니다.

바람돌이 2023-10-04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라울 뒤피는 바다그림요. 어지러운듯 신나 신나 하는 느낌이 너무 좋았거든요. ^^
이 책도 지금 보려고 줄세워놨는데 언젠가 보겠죠. ^^

페넬로페 2023-10-04 23:11   좋아요 1 | URL
제가 바다를 좋아하다보니 뒤피의 바다그림이 눈에 바로 들어 오더라고요.
파도를 삼각형 모양으로 그린 것도 좋았어요.
이 책이 쉽고도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유익했어요.
바람돌이닝, 바쁜 일정 끝나서 자주 뵀으면 좋겠어요^

희선 2023-10-05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울 뒤피는 힘들 때도 그림에는 밝은 걸 나타내려고 했군요 그 시대를 담는 것도 있고 희망이나 꿈처럼 밝은 걸 담아도 괜찮죠 라울 뒤피는 여러 가지를 하다니 그것도 대단한 듯합니다 그런 거 하려고 해도 못할 것 같은데 그만큼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지고 잘 하기도 했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3-10-05 09:29   좋아요 1 | URL
한 사람이 타고난 재주가 엄청 많더라고요. 그림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시도한 작가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어쩌면 편견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힘들때도 밝고 좋은 것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힘도 길러야 겠더라고요.

새파랑 2023-10-05 1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뒤피는 처음 들어보는데

그림이 매력적이네요~!!

페넬로페님 요즘 그림에 빠지셨군요~!!

그래도그림으로라도 남겨진다는건 좋을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3-10-05 12:50   좋아요 3 | URL
저도 라울 뒤피 작가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림이 좋더라고요.
기회가 있을때마다 그림을 보려고 하는데 거기서 더 이상 들어가지는 않으려고 해요
그냥 감상만으로만 ㅎㅎ

서곡 2023-10-05 1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명하십니다 뭐든 그렇겠지만 정보만 상세히 찾으려고 해도 시간도둑 개미지옥...라울 뒤피 잘 봤습니다 환절기 조심하시고 이 달 잘 보내시길요!

페넬로페 2023-10-05 19:36   좋아요 2 | URL
예, 요즘 워낙 다양한 정보가 있지만 그걸 찾아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듯 싶어요.
날씨가 갑자기 왜이런지 ㅠㅠ
본래 이 시기가 이렇게 추운건지 항상 이맘때면 헷갈립니다.
서곡님, 감기 조심하십시오^^
 














최근에 정부는 육사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다른 말로 그가 공산주의자(공산당 활동)라는 이유로 육사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슈가 없었다면 나에게 홍범도는 봉오동 전투와 한 쌍을 이루는, 역사책에서 만난 인물로만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홍범도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바뀌는 정부마다 홍범도에 대해 내리는 평가가 다르다는 것은 결국 그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홍범도는 1943년 카자흐스탄에서 사망했고, 2018년 육사 교정에 그의 흉상이 건립되고 명예졸업장이 추서되며 2021년에 그의 유해가 한국으로 송환되었다.

 

소설 나는 홍범도는 홍범도가 27세쯤 김수협을 만나 의병활동을 시작하는 것에서 시작되어 50대 초반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으로 북로군정서의 김좌진 장군과 연합해 청산리에서 일본군에게 대승을 거두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픽션으로 만났기에 홍범도의 스토리가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그의 생애는 소설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

 

1868년 평양의 가난한 집에서 홍범도는 출생한다. 아이를 낳고 7일 만에 그의 어머니는 죽고 8세에 아버지가 사망한다. 머슴살이로 생계를 유지하다 15세에 자원입대한다. 군대에서 차별에 대한 불복종으로 탈영하고 종이공장에서 일하다 폭력적인 주인을 때려눕히고 도주한다. 금강산 신계사에서 삭발승이 되지만 이웃 절의 비구니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임신시킨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건달패의 습격으로 만삭의 아내와 헤어진다. 상심한 홍범도는 깊은 산골에 들어가 농사를 짓고, 포수가 되어 짐승을 사냥하며 산다. 그 때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일어나고 이에 분노해 김수협과 의기투합해 의병 생활로 들어선다.

 

[맞아요. 내가 잡아볼까 하는 호시기는 조선을 향해 총질 해댄다는 왜국 종자들입니다.”

, 왜요? 그건 나라가 할 일이잖아요?”

나도 그리 생각하는데, 나라가 그걸 못하는 것 같잖아요. 점점 더 못할 성싶고요.”

-‘나는 홍범도‘, p.34~35]

 

기회 있을 때마다 러시아, , 일본에 도움을 청하는 나라는 이미 힘을 잃어 자력으로 나라를 지킬 여력이 없기에 전국 각지에서 의병이 결성된다. 안중근 의사가 포수였듯 홍범도도 뛰어난 사격술을 가진 포수였다. 화승총이나마 한 자루씩 지녀야 그나마 일본군과 싸울 수 있었기 때문에 의병 구성원에 포수 출신이 많다. 홍범도는 일본군과 대개 이기고 때로 진(p.382)’ 높은 승률의 승리로 그들에게서 무기를 전리품으로 가져와 다시 싸웠고, 친일파의 집을 습격해 군자금을 얻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의병에 대해 정작 조선은 그들을 반란군으로 여기고 일본군과 함께 그들을 탄압했다.

 

반일 의병대가 무장봉기하자 일본은 그것을 빌미로 조선에 더 많은 수의 군인을 투입한다. 점점 압박해오는 일본군과 무기와 탄약의 부족, 의병 활동으로 인한 양민들의 고통으로 인해 국내활동이 어려워지자 홍범도는 1910년에 러시아로 망명한다. 연해주에서 활동한 홍범도는 당연히 그곳에서 공산주의와 맞닥뜨려야 했을 것이다. 그는 한인 사회주의자들과 연계했고 1927년에 소련 공산당 당원으로 가입한다. 그러나 그의 정체성은 조선독립군적 성격이 훨씬 더 강했다.

 

[그러나 홍범도의 생애와 항일무장투쟁에 대한 평가가 여러 지역에서 모두 일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그의 사상과 특정 시기의 행각을 놓고 일부 견해차를 드러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남한학계에서는 대체로 홍범도를 투철한 민족주의자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북한과 중국 연변 그리고 구소련(러시아)의 한인학자들은 그를 민족주의자에서 사회주의자로 전향발전한 대표적 사례와 영웅적 인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출신 성분과 성품, 행적을 미루어 추측해볼 때 그가 체계적으로 완비된 사회주의 이론이나 사상에 입각하여 행동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그러한 이념에 동조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으리라고 본다.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영웅 홍범도’, p.12/236]

 

레닌과 스탈린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고 한인들은 소련에서 활동하기 어렵게 되었다. 의병활동이 여의치 않았던 홍범도는 농사를 짓기 시작했으며 19378월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하고, 카자흐스탄의 크즐오르다에서 생을 마감한다.

 

뒤늦게 만나본 홍범도의 삶은 한 사람의 생애가 이렇게 파란만장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 그가 어떤 사람인지 한마디로 표현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그가 평생에 걸쳐 항일 투쟁을 했다는 것은 확실하고, 우리가 어디에 더 큰 비중을 두어 그를 평가해야 하는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딸아이가 혼자 독일의 베를린으로 여행을 갔을 때,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 가서 어떤 느낌을 받았냐고 물었을 때 딸아이는 이런 대답을 했다.

 

...울림이 크지만 서울의 서대문 형무소에 갔던 때만큼은 아닌 것 같아....”

 

지금도 친일파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니며 그들이 남겨준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지인이 기가 차서 말한 적이 있다.

 

우리에게는 뼛속까지 나라를 잃었던 고통이 남아 있고,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의 잔재도 여전하다. 홍범도와 친일파가 있었지만 그 뒤엔 항상 양민들이 존재했다. 누가 오든 그들은 거의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국가는 이런 사실을 잊지 말고 언제나 사심이 아닌 대의를 위한 선택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홍범도는 우리나라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하기 직전인 1890년대 말부터 1920년대 초반까지 의병과 독립군 부대를 이끌고 20여 년이 넘는 오랜 기간을 줄기차게 일제와 싸웠던 대표적 무장투쟁가였다. 따져 보면 홍범도처럼 오랜 기간 조국과 민족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국내는 물론 만주와 러시아령 연해주 등지를 주름잡으며 초지일관 항일투쟁을 벌인 인물도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그는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남한과 북한, 중국 연변지역 그리고 현재 중앙아시아의 한인들 사이에서 높이 평가되고 지속적으로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이다.

-12/236]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edman 2023-09-08 2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울 출판사에서 <홍범도 장군>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어요! 실제 홍범도 일지를 번역하고 연구자가 주해를 달았더라고요! 것도 추천해봅니다!!

페넬로페 2023-09-08 22:28   좋아요 1 | URL
네, 참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희선 2023-09-09 0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평생에 걸쳐 항일 투쟁을 한 사람... 이걸 먼저 생각해야 할 텐데, 다른 걸 보고 그렇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홍범도 장군은 나라를 생각하고 여러 가지 했는데... 지금 다르게 말하기도 하다니... 친일파 정리를 했다면 좋았을 텐데...


희선

페넬로페 2023-09-09 09:48   좋아요 2 | URL
홍범도 장군이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여러 곳을 전전했고, 그곳에 사는 동안 당연히 그러한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국민을 지켜주지 못했던 나라가 원망스럽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구국을 위해 싸운 그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책읽는나무 2023-09-09 1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봉오동 전투 영화는 본 적 있어요.
홍범도 장군 역할이 나왔던가? 기억이 가물합니다.
암튼 그건 그거고...목숨을 바쳐 의병활동을 한 장군 흉상을 이전한다는 것은...참 할말이 없네요. 이전하자고 하는 자들을 빨리 끌어내렸음 싶습니다.
홍범도 장군같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린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요?
21세기인 지금....ㅜㅜ

페넬로페 2023-09-09 14:28   좋아요 2 | URL
‘봉오동 전투‘ 영화 초반에 월강추격대가 양민들 학살하는 것 보고 못 보겠어 지금 멈춘 상태예요 ㅠㅠ
영화 끝에 잠깐 등장하는 최민식 배우가 홍범도 장군이라 하더라고요.
홍범도 장군처럼 오랫동안 의병활동한 사람이 드문데 책읽기님 말씀처럼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게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아요.

미미 2023-09-09 1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려고 예약한 책을 받아왔는데 반가운 페넬로페님의 글!
대전 현충원 앞 홍범도로도 폐지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대요.
뉴스 보기가 겁이 나는 요즘입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는
안도현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다.

페넬로페 2023-09-09 14:31   좋아요 2 | URL
저도 그 소식 들었습니다.
그저 한 곳만 보고 일본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지우는 것이 정말 납득이 되지 않아요.
요즘 뉴스를 저도 거의 안 보고 있어요 ㅠㅠ
안도현 시인의 시, 제발 가슴에 좀 새겼으면 좋겠어요^^
 

고등학교 때, 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독어를 배워갈수록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이 생겼고, 독문학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대학 때에도 교양독어 수업을 들을 만큼 독일에 대한 애정은 계속되었다. 한때 인기 있었던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도 독일 소설이라 당연히 읽었다. 지금 그 책의 내용은 다 잊었지만, 잘 모르면서 소설 속 분위기에 젖었던 느낌만은 남아 있다.

 

최근에 읽은 백수린의 소설, 눈부신 안부에 작가 루이제 린저에 대한 얘기가 잠깐 나온다.

 

[몇 번의 검색 끝에 나는 루이제 린저가 꽤 독특한 삶의 궤적을 지닌 소설가라는 걸 알게 됐는데, 그녀는 히틀러 정권에 반발해 출판금지를 당하고 심지어 투옥당한 적까지 있는 것으로 오랫동안 알려져 있었고, 독일 작가치고는 특이하게도 북한을 방문하고 한국 관련 저서를 여러 권 집필하기도 했던 것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2011년 그녀의 사후 백 세 생일을 맞이해 출간된 전기에서 실제로는 루이제 린저에게 나치를 찬양한 이력이 있으며 작가가 훗날 자신의 일생을 나치에 투쟁한 이미지로 미화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는 점이었다.

-p.158, ‘눈부신 안부’, 백수린, 문학동네]

 

눈부신 안부에 등장하는 인물인 선자이모는 그녀가 쓴 여러 권의 일기장 첫 페이지에 항상 생의 한가운데에 나오는 문장을 똑같이 적었다. 그 당시 선자이모는 이 소설을 좋아했다.

 

작가 루이제 린저의 이력을 미리 알았더라면 난 생의 한가운데를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작가의 이력을 알게 되어 실망했더라도 선자이모나 내가 생의 한가운데를 읽으며 느낀 감정이나 감동, 소설을 읽었을 당시의 우리를 둘러싼 상황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인지 모르니 내 나이와 그 생각이 떠 오른 장소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강렬한 햇빛 아래에 서 있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그 햇빛 아래에 선 그때 갑자기 이방인의 뫼르소가 생각났고, 완벽히 뫼르소를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 문학은 작가보다는 매번 이렇게 작품의 내용이나 인물로 다가온다. 미술작품과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말하기가 너무 어렵다. 여지껏 내가 만난 위대한 작품이 너무 많기에 그것을 만든 작가들 모두 좋아한다. 평생 단 하나의 작품만 남겼더라도 그것이 내게 깊은 울림과 영향을 주었다면 난 그 작가를 좋아할 것이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고흐, 모네, 고갱은 출생부터 거의 모든 삶의 모습이 달랐다. 모든 것이 달랐기에 인상주의에서 시작된 그들의 작품은 방향이 달라졌고, 삶의 마지막도 각기 다르게 끝을 맺는다. 모네는 초반에는 고생했지만 인생의 후반기에는 부와 명성을 누리며 인상주의 화풍을 끝까지 지킨 사람이다. 고흐는 생전에 작품을 하나만을 팔 수 있었으며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때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고갱의 삶은 가장 파란만장했다.

 

[그는 자의식이 강한 현대적 주제와 화풍을 추구하는 데 일생을 바쳤으며, 그의 접근법은 독특했고 주관적인 경험에 근거했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규칙과 이론을 따르지 않았고 오히려 이에 전면적으로 저항했다. -p.5, ‘디스 이즈 모네

 

고갱에게 예술가란 예지력으로 사물의 외양 너머를 보고 삶의 심오한 신비를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었다. -p.5, ‘디스 이즈 고갱

 

빈센트 반 고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자신의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인간의 존재를 고뇌하며 가장 감성적인 인상주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p.5, ‘디스 이즈 고흐’]

 

그들이 얼마나 달랐는지는 화가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한 ‘This is~~’ 시리즈에서 이 세 화가의 특징을 나타낸 설명으로도 알 수 있다. 세 화가의 개인적 삶을 들여다보면 물론 그들에게도 약점은 많다. 여러 이유로 모네 가족은 상인인 에르네스트 호슈데의 가족과 같이 살기 시작했고, 모네는 호슈데의 아내 알리스와 가까워진다. 모네의 아내 카미유가 몸이 좋지 않을 때, 알리스는 카미유를 돌보았고, 카미유가 죽자 알리스는 모네의 아내 역할을 한다. 호슈데는 알리스와 이혼해주지 않았고 알리스는 호슈데가 죽고 나서야 정식으로 모네의 아내가 된다. 모네의 아들 장은 알리스의 딸과 결혼한다.

 

고갱은 타히티에서 13살 정도의 소녀와 동거했고, 두 번째 같이 산 소녀에게는 두 명의 아이를 낳게 한다. 그는 아내와 자식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아내 메테는 고갱을 이기적이고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편지에 썼다.(p.44)’ 고갱이 낙원으로 생각했던 남태평양의 타히티는 프랑스의 식민지로 갈취당하고 있었다.

 

고흐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의 신경병적인 기질로 인한 괴팍함은 사람과 멀어지게 했으며, 그는 짧은 생애동안 외롭게 살았다. 고갱과 고흐는 사창가에 자주 갔으며 고갱이 여자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에 대해 고흐는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

 

아무리 위대한 화가라도 그들도 사람인지라 깊이 알아 가면 실망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그림 앞에 서면 그런 세세한 것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그 그림 자체만을 보게 된다.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 깊이와 아우라는 말과 생각이 필요 없게 만든다. 이런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힘들게 고민 했을지가 느껴질 뿐이다.


 고흐, 모네, 고갱, 모네, 고갱과 고흐의 자화상(디스 이즈 고흐, 모네, 고갱에서 발췌)


박하경 여행기에서 이나영은 제자 한예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예술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예술이 하고 싶은 거잖아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은 모두 예술을 한다. 그들 중 삶이 개차반인 인생이 있다 하더라도(그렇다고 다 용납하자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예술자체에는 열정과 성실, 혼신의 힘이 담겨 있다고 믿고 싶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먼저 사랑하고 그 다음에 작품을 만든 위대한 작가를 좋아한다. 절판되었지만 좋은 책이 틀림없는 디스 이즈~~시리즈의 저자 조지 로담도 좋아하고, 내가 고갱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그의 예술혼을 사랑하게 만든 달과 6펜스』의 작가인 서머싯 몸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다 말하려면 밤을 새워야 할 것 같다.

 

현실에 바탕을 두지만 현실과는 조금 빗겨있는 위대한 예술은 나를 약간 두둥실 떠오른 상태로 살아가게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어쩌면 오히려 내가 땅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살 수 있는 힘을 예술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나이 들어가며 생각하고 있다.

 

행복하게도 아직 만나지 못한 좋아할 작가가 너무 많다

그들을 계속 찾아 갈 것이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08-15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엇, 루이제 린저가 정말 그랬단 말입니까?
그래도 뭐 양심적이긴 하네요. 한국 관련 책도 썼다니
결코 미워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생의 한 가운데를 다시 한 번 읽어봐야할 것 같은데...

페넬로페 2023-08-15 21:52   좋아요 3 | URL
책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 맞을거예요. 작가 루이제 린저가 실망스럽지만 저도 ‘생의 한가운데‘는 꼭 다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바람돌이 2023-08-15 2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루이제 린저의 반전 놀랍군요.
어릴 때 저도 지금은 기억도 안나지만 생의 한가운데를 읽고 반했었고, 심지어 대학때는 그녀의 북한여행기도 읽었습니다. 그때 당시 금서.... ㅎㅎ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정나미가 딱 떨어지는..... 약간 작가의 개인사에서도 정도차가 있는거 같아요. 저 에드워드 호퍼 좋아하는데 얼마전에 그 사람이 아내를 때리는 가정폭력범인거 알고 또 정나미가 뚝..... 작품은 좋은데 작가는 싫고 이거 딜레마에요. ㅠ.ㅠ

페넬로페 2023-08-15 21:59   좋아요 2 | URL
아마 그때 생의 한가운데 안 읽은 사람 없을 정도로 엄청 인기 있었죠. 그 소설의 느낌만은 계속 갖고 싶어요.

얼마 전에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에 다녀왔는데 호퍼의 아내가 거의 호퍼 작품의 모델이더군요.
조세핀도 화가였는데 호퍼에게 도움을 많이 주었는데 호퍼만 세상에 더 많이 알려졌어요.
호퍼가 폭력남이라니 넘 놀라워요 ㅠㅠ

미미 2023-08-15 2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가에 대한 호불호와 소설에 대한 관점...정답이 없는 문제겠죠.
작품을 ‘낳는다‘고 출산에 비유한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쓰고 출간을 하면 소설은 마치 자식처럼 독자적인 길을 간다고 공감하게된 표현이었어요.
그래도 저 역시 어떤 작가들은(최근)받아들여지지 않더군요. ^^;

페넬로페 2023-08-15 22:41   좋아요 2 | URL
네, 이 문제를 파고 들면 각자의 의견도 여러가지 일 것 같아요. 좋아했다가 실망한 작가도 많아요.
물론 지행합일하는 작가가 최고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도 해요. 작가에 대한 정보와 비판의식을 가져야하는데 제가 작품에 풍덩 빠지는 스타일이예요 ㅎㅎ

희선 2023-08-16 0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일제 강점기 때 친일한 작가를 작품과 떼어서 보라고도 하더군요 그런 일이 없었다면 더 좋을 텐데... 작품과 작가 아주 생각하지 않기 어렵기도 하네요 작가도 사람이기에 안 좋은 점도 있겠지요 그런 게 이해되는 사람도 있지만, 안 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8-16 01:54   좋아요 1 | URL
아무리 좋은 작품을 남겼더라도 전 친일한 작가는 절대 용납하기 싫어요. 제가 한국 사람이다보니 그런면에서 다른 나라 작가에 비해 민감해져요. 불공평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ㅠㅠ

서니데이 2023-08-16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90년대에는 루이제 린저 책이 한 시기 유행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제2외국어로 독일어 프랑스어 선택 학교도 적지 않았고요.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밤되세요.^^

페넬로페 2023-08-17 16:32   좋아요 2 | URL
루이제 린저 열풍이 엄청 불었어요 ㅎㅎ
그것도 다 지나간 추억이 되었네요.
서니데이님!
날씨가 계속 더워요
건강 유의하세요^^

페크pek0501 2023-08-17 2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방인, 달과 6펜스. 생의 한가운데 등은 완독했지만 재독해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페넬로페 2023-08-18 09:37   좋아요 2 | URL
재독하고 싶은데 읽어야 할 새로운 책이 너무 많아요.
매번 다음으로 미루네요.

그레이스 2023-08-17 2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루이제 린저 읽었었죠 ㅎㅎ

페넬로페 2023-08-18 09:36   좋아요 2 | URL
그땐 웬만하면 ‘생의 한가운데‘를 다 읽었어요 ㅎㅎ
 

2023년을 100일 앞두고 공개적으로 내걸었던 나의 백일 챌린지’!! 

신은 나에게만 하루 12시간을 준 게 틀림없다. 나의 하루는 미친 듯이 지나갔으며, 당연히 실천한 것이 별로 없다. 여전히 집에 있는 책은 안 읽고 있으며, 하루에 영어 단어 30(아니 10개였나?)도 외우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공약만큼은 지켜냈다.

 

그동안 나를 위한 책은 한 권도 사지 않았다. 내가 책을 살 수 있을 만큼의 돈과 조금씩 받은 적립금은 책 선물로 사용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와 책을 열심히 읽는 예쁜 아이들, 조카의 딸들, 임신한 조카에게 필요한 책을 보내 주었다. 선물한 책 중, 내가 읽고 싶은 책은 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하거나 빌려서 봤다. 요즘은 왠지 집에 책이 쌓이는 게 싫고, 읽고 나서 중고로 팔 만큼 내가 부지런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주로 도서관을 이용한다.

 

나에게 책을 당연히 받아가는 사람도 있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글을 쓰고 있으면 와서 신파조로 소리 내서 글을 읽어 대며 장난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럴 때 난 검열 받는 사람처럼 긴장하지만, 읽고 괜찮다고 얘기해주면 기분은 좋다. 나에게 글을 써서 책을 내라고 하지만 화가 나면 , 본래 모습이랑 글 속의 모습이 너무 다르네.” 또는 책은 왜 읽어? 책을 읽으면 사람이 달라져야지 왜 매번 똑 같아?”라며 나에게 소리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인 딸아이는 언제 어디서나 엄마, 나 책 필요해라고 급하게 말한다. 다른 건 몰라도 책만큼은 흔쾌히 쏜다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책 선물을 해준다.


7월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나에게 왔다. 나 역시 잠자냥님처럼 리뷰를 쓴 후 리뷰대회가 있는 것을 알았다. 글을 고쳐볼 생각에 몇 번이나 읽었지만, 원래의 글이 내가 생각한 느낌에 딱 맞아 고치지 않았다. 내 글에 다른 책도 있었고, 별점을 네 개만 주어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선물로 받은 영화 말없는 소녀의 포스터와 배지도 마음에 든다. 특히 배지가 정말 예쁘다.



그래서 적립금으로 오랜만에 책을 구매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함께 모더니즘 문학의 3대 정전이라고 하는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모더니즘 문학, 조이스, 프루스트, 와우.......질기고 질린 인연이라 무질은 절대 읽지 않겠다고 결심 했는데 결국 이 책을 구매하고 말았다. 만약 읽게 된다면 내 책이어야 가능할 것 같아서. 2024년을 100일 앞둔 챌린지에는 특성 없는 남자읽기를 추가해야겠다.



 

 

 

 

 

 

 

 





다산책방에서 선물을 받아 이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인 시대의 소음을 구매했다. 내가 준 용돈으로 나에게 커피를 사준 딸아이가 생색을 내는 것과 똑같네

그래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다른 책도요.



 

 

 

 

 

 

 

 

 






크리스티앙 보뱅의 지극히 낮으신을 보는 순간 친구 비아가 생각났다. 살아가는 모습이 완전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성인의 모습을 닮아서이다. 뭔가를 노력해서가 아니라 타고 난 모습이 그대로이다. 이 책은 완전 그녀에게 헌정해야 할 책인 것 같아 선물했다. 엄청 바쁜 사람이고 커피를 워낙 좋아해 간편한 커피백도 함께 보냈다. 보뱅의 책은 자목련님께 땡투를, 커피는 나에게 땡투를 해주신 독서괭님께 다시 땡투를 해드렸다.


이번 휴가는 딸아이와 함께 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정동진으로 여행을 간다고 해서 나는 친정에 가서 엄마를 보고 왔다. 집이 비어있어 딸아이는 친구들과 우리집에서 1박을 더 했다. 내가 돌아오자 집에 있던 딸아이는 완전 톤이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엄마, 왜 있잖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쓴 작가!!!

나쓰메 소세키?

옹옹, 제은이가 집에 나쓰메 소세키 전집 있다고 엄청 놀라고 감탄하고 갔어.

그 작가 전집 있는 집은 처음 본대.”

엄마는 나쓰메 소세키 작가 알고 있는 제은이가 더 놀랍다.

! 엄마가 그런 사람이야

히히.....”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을 다 모으지는 못했고 더 구매할지 고민 중이었다. 나를 알아봐주는 소중한 사람을 만났기에 고민은 끝났다. 다음번에 구매할 책은 남아있는 소세키 전집의 책이다.


엄마를 만나면서도 엄마가 주무시는 동안(갈수록 누워있는 시간과 잠들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엄마에게서 탈출했다. 태풍이 지나간 탓인지 오늘 아침에는 얼음을 띄우지 않은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난 정말 이기적이고 내 마음은 흔들리지만, 내가 좋아하는 바다는 언제나 한결같다


댓글(43) 먼댓글(0) 좋아요(6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곡 2023-08-11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남은 이 달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08-11 12:27   좋아요 1 | URL
태풍이 지나가서인지 오늘은 좀 시원하네요. 낼부터 다시 더워질 것 같습니다. 응원 감사해요. 서곡님께서도 건강 유의하시기 바래요.

반유행열반인 2023-08-11 12: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두 특성없는 남자 한 권씩 야금야금 사다 오늘 3권까지 질렀어요! 언제 보게 될진 모르겠지만 일단 갖춰두고 헤헤 하기로... 새 번역인데도 번역 오류 잡는 이웃님께서
이 책 많이 올리셔서 조금 걱정도 되구요 ㅋㅋㅋ

우끼 2023-08-11 12:50   좋아요 3 | URL
오 리뷰기대해요 저는 3권없어요 아직 ..다른출판사걸로..

페넬로페 2023-08-11 13:04   좋아요 4 | URL
안그래도 읽기 어려운데 번역 오류까지 있으면 더 읽기 힘들겠네요. 그래도 일단 갖춰놓고 ㅎㅎ
저도 언제 읽을지 모르겠어요.

우끼 2023-08-11 16:48   좋아요 2 | URL
그러고보니.. 그러면 이거 이전 판본은 오역이 많나요…??? 다른 출판사 번역이요..

반유행열반인 2023-08-11 17:19   좋아요 2 | URL
안 봤으니 알 수가 없는데 새 책 산 사람들이 나남출판 번역보다 좋음 으쓱 으쓱 이러던데요 ㅋㅋㅋ 독일어를 모르니 진위는 알 수가 음씀 그냥 한국어 문장이나 편안하면 만족하고 읽어야쥬(안 편하겠지... 나란 무지렁이 무질 읽기 힘들겠어요...ㅋㅋㅋㅋ)

우끼 2023-08-11 17:26   좋아요 3 | URL
일단 특성이 없다는데 강추받아서 샀지만 나중에 펼치고 싶어지는 그런 것이쥬… 이봐 특성이라면 나도 없다고..?

반유행열반인 2023-08-11 17:35   좋아요 2 | URL
특성이 없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그래도 은근 주변 의식하는 것이 우끼님의 특성입니다. (왜 페님 페이퍼에서들 이럼...가자 우끼야 다른데로 가자)

Falstaff 2023-08-11 19:49   좋아요 4 | URL
특성없는 남자 책 사신 분들, 꼭 리뷰 대회 하시기 바랍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해 죽겠습니다. 전 그냥 활자만 스캔한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북인더갭의 사장 안병률 사장의 번역으로 2권까지만 읽었는데요, 안사장이 제일 잘 한 일이 2권까지만 번역하고 스톱한 거라고 주장하다가... 3권까지 다 했더라고요.
번역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데, 안사장이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로 독일에서 박사를 한 양반이라 해서 무조건 믿기로 했습니다. ˝제대로 된 이기주의자˝의 번역은... 뭐 읽어 봤어야 알지요. ㅎㅎㅎㅎ 어차피 번역은 복꼴복 아녀요?

페넬로페 2023-08-11 20:03   좋아요 3 | URL
골드문트님!
혹시 북인더갭 출판사 책 읽으시고 리뷰 남겨셨나요?
넘 궁금해요.
골드문트님 글 참조하고 싶어요^^

Falstaff 2023-08-11 20:39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 님 /
제 북플 계정이 3년 전? 4년 전? 하여튼 그 정도에 한 번 폭파된 적이 있습니다. 이전에 쓴 독후감의 상당수가 싹 사라졌는데요, 이 남자 읽고 쓴 독후감은 진짜 별 거 없어요. 지금 보니까 2015년에 읽었네요.
그냥, 읽은 것에 의의를 둔다, 뭐 이 정도였습니다.

Falstaff 2023-08-11 20:43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 님 /
ㅎㅎㅎ 페이퍼 쓴 건 남아 있네요. 2020년 8월에 쓴 건데, 이달의 페이퍼로 선정되기도 했답니다. 으쓱으쓱... ㅋㅋㅋㅋㅋ

2023-08-11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08-11 14: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책구매 안하기 성공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그거 진짜 힘든 거예요..ㅠ
게다가 적립금으로 구매를!! 그것도 매우 축하드립니다. 그것도 진짜 힘든 거지요 ㅎㅎ
땡투 감사드립니다. 저 오늘 커피백 처음 마셔봤는데 맛있더라고요?! 아참 백자평 써야겠다.
그런데 페넬로페님 따님은 몇살 정도인가요? 나쓰메 소세키 전집에 감탄하는 친구 신기하네요. 책 사달라고 조르는 따님도 넘 기특하고요^^

페넬로페 2023-08-11 15:02   좋아요 5 | URL
적립금으로 책 구매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ㅎㅎ
저의 딸아이는 24살입니다. 책을 좋아해서 사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전공책이나 리포트 쓸 때 필요한 책을 저한테 사달라고 합니다.
딸아이 친구, 정말 기특하죠.
요즘 소세키 작가 아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자목련 2023-08-11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의 페이퍼 땡투가 페널로페 님이셨네요 감사해요.
뱃지 실제로 보면 더 예쁠 것 같아요. 저도 전집은 없지만 소세키가 좋아져요!
즐거운 책읽기 이어가세요^^

페넬로페 2023-08-11 19:07   좋아요 0 | URL
항상 읽을 책이 넘쳐나네요.
그래도 독서가 좋기에 매번 즐거워요 ㅎㅎ

2023-08-11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8-11 2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어쩐지? 오랜만에 책을 사셨다고 페이퍼 쓰시겠다고 하셔서...그러고 보니 페넬로페 님 책 구매 페이퍼 안 본지가 오래되었다고 생각하던 찰나...책 구매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지켜내시다니!!!! 와!!!! 공약을 지키신 분 처음 봤습니다.ㅋㅋㅋ
근데 좋은 소식도 있군요?
축하드려요.
적립금 많이 받았을 땐 뭔가 특별한 책을 구입하는 게 좀 의미있는 것 같더라구요.
무질이 책 사셨군요! 저도 3권 빨리 채워넣어야 하는데...ㅋㅋㅋ
따님 넘 귀엽습니다^^
근데 따님의 친구도 감탄할만 합니다.
제가 봐도 소세키 전집...아름답네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옛날에 아들이 고딩시절 저도 집을 비웠을 때 친구 데리고 와 파자마 파티를 하더군요. 그 때 책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나봐요. 아들 방 책장에 자리가 넘 없어서 민음사 소설 시리즈 쭉 꽂아 놨었는데 친구가 와 민음사 소설 많다고 했다더군요.
알고 말한 건지?ㅋㅋㅋ 그래도 다른 친구들은 책 거들떠도 안 보는데 유일하게 그 친구만 책을 하나 하나 훑어 봤대요. 그래서 제가 그 녀석 이뻐서 지금도 한 번씩 안부를 묻습니다.ㅋㅋㅋ

페넬로페 2023-08-11 21:44   좋아요 1 | URL
아! 책나무님께서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군요. 요즘 애들 민음사 잘 몰라요. 아드님의 친구가 그만큼 책에 관심이 있으니 알아봤을 것 같아요. 우리는 무조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잖아요. ㅎㅎ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적립금으로 책은 샀지만 어떻게 읽을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조금씩이라도 읽어야 하는데 중간에 다른 책이 끼여들면 브레이크가 걸리더라고요. 그래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2023-08-11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3-08-11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은 나에게만 12시간을 준게 틀림없다뇨? 저에게도 그러하셨습니다. ㅎㅎ
아미 뭐 하는것도 없는데 하루는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걸까요?
왜 저는 짧은 소설도 하루만에 다 못읽는걸까요? 책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이기지 못해 책탑이 나날이 쌓여가는 입장에서 페넬로페님을 존경하기로 했습니다. ^^

페넬로페 2023-08-11 23:35   좋아요 1 | URL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느낌은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게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매번 나이탓으로 돌리고 있긴 한데 제가 시간을 압축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같아요 ㅠㅠ 저도 책 읽는 속도가 느려졌어요. 책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급해져 구매를 안하는 것 같아요**

은오 2023-08-11 2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0권이라니요..!!!!! 페넬로페님을 제 스승으로 모시고싶습니다..😱
따님 친구분 진짜 신기하네요 ㅋㅋㅋ 누가 저희 집 책장 보고 우와 이 작가 책도 있어 하면서 신기해하면 하면 반할거같아요 ㅋㅋㅋ
리뷰대회 적립금 타신 것도 축하드립니다 역시 페넬로페님!!!!! 😆

페넬로페 2023-08-11 23:52   좋아요 1 | URL
0권인데 선물한 책은 구매로 기록되더라고요 ㅎㅎ
한 번씩 카페에서 누군가가 책을 읽고 있으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엄청 궁금하더라고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책이 보이고 관심 가져질듯 해요.
그래서 딸아이 친구를 다시 봤어요.
은오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희선 2023-08-12 0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책을 사셔서 기분 좋으셨겠네요 페넬로페 님을 위한 책이니... 지금 바로 못 읽어도 책이 있으면 언젠가 보겠지요 나쓰메 소세키 전집 있는 집이군요 멋지네요 따님 친구가 그런 말 해서 더 기뻤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8-12 13:10   좋아요 2 | URL
책이 있으면 언젠가는 읽을 수 있겠죠 ㅎㅎ
소세키 작가의 작품도 빨리 읽어야 하는데 독서의 속도가 계속 떨어져 책 한 권 읽어내기도 쉽지 않네요. 그냥 받아들이며 살아야겠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반가워요^^

새파랑 2023-08-12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전집 모음 완전 추천합니다~! 페넬로페님도 무질 사셨군요. 저도 따라 사야겠습니다 ㅋ

제일 어려운게 책 안사는 일 같아요 ㅎㅎ 그걸 해내신 페넬로페님은 대단~!!

페넬로페 2023-08-12 13:13   좋아요 2 | URL
네, 소세키 전집 모으기,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ㅎㅎ
책을 안 사는 대신 도서관을 엄청 들락거렸어요. 빌려온 책 안 읽고 반납한 경우도 많았고요.
책을 사든 안 사든 책 쌓아놓는 습관은 똑같아요 ㅠㅠ

레삭매냐 2023-08-16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나온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의 재개정판인가 보네요. 번역하신
분도 같은 것 같고.

일전의 슈테판 츠바이크의 경우처럼
출판사에서 개정판이라고 서지 정보
에 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
니다.

여튼 다시 읽고 있는데 또다른 느낌
이네요. <토비트의 개>도 상징하는
의미들이...

페넬로페 2023-08-16 11:52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출판사가 그 전에는 마음산책인데 같은 출판사인지 다른 출판사인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이름을 바꾸는 출판사가 있더라고요.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성인의 이름을 많이 들어봤는데 이 책 읽고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레이스 2023-08-17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있는지도 몰랐었네요 리뷰대회!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3-08-18 09: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han22598 2023-08-22 0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일 부러운 사람..
소세키 책을 페이퍼 북으로 소장하신 분입니다 ^^

페넬로페 2023-08-22 07:09   좋아요 0 | URL
소세키의 작품이 좋기도 하지만 책표지도 맘에 들어요.
부러워 해주시니 오늘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