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2년 정도 대학로 부근에서 하숙을 한 적이 있다. 하숙생 멤버들의 학교는 다양했고, 그곳 가까이에 서울대학병원이 있어 서울대 본과 의대생도 몇 명 있었다. 그때 의대생과 의대생이 아닌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은 차이가 많았다. 내가 속한 비의대생 그룹은 사실 평소에 많이 놀고 시험기간에만 열심히 공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의대생들은 시종일관, 하루 종일 열심히 공부했다. 오죽하면 의대생 한 명과 같은 방을 사용하는 학생이 언제나 공부하고 있는 룸메이트와 있는 것이 답답하다 못해 하루에 10분만이라도 대화를 하자고 부탁할 정도였다. 가까이에서 의대생의 공부를 지켜본 경험이 있는 내가 확실하게 인정하는 것은, 그들이 공부만큼은 열심히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번씩 병원에서 친절하지 못한 의사선생님을 만났을 때, ‘그래도 당신은 공부는 열심히 했지’, 라는 생각은 해준다.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소설, 그 후를 읽다가 그만 주인공 다이스케때문에 독서 슬럼프에 빠져 버렸다. 이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계속 고민을 하다가 그만 독서의 맥이 끊어진 느낌이다. 내가 책을 읽는 목적과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고민까지 겹쳐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이런 상태를 벗어나보고자 선택한 책이 의대생 공부법이다. 공부를 하고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꼭 학생들에게만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정체되어 있는 상태나 지금의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도 공부의 방법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의대생들의 공부 경험과 노하우가 소개되어 있는 이 책은 공부에 대한 다른 책과 별 차이가 없다. 계획, 집중, 몰입, 효율, 암기, 자투리 시간 이용, 스터디 플래너의 중요성, 멘탈 관리등이 나와 있지만 이 단어들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공부란 정도가 있는 것이고 그 길을 가면서 각자 자신에게 맞는 좋은 방향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남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말라. 다들 시작 지점과 목표까지 가는 길 위에서 어디쯤에 있는지가 다르고 방해물이 다르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목표로 하는 성적까지 가는 최단거리는 저마다 다르다. 공부를 시작하거나 공부는 하고 있지만 갈피를 잡기 힘들다면, 무엇이 내 성적을 방해하는 장애물인지, 어떤 녀석을 때려잡아야 공부의 경험치를 제대로 얻을지를 먼저 생각하라. -p54]



 공부는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인데 그것을 얻기 위해서 적절한 시간을 들이는 것은 필수적이다. 나를 돌아보며 평가를 하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만 한다. 슬럼프에 빠져 있는 나와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학생들이 공부가 잘 되지 않을 때 이런 종류의 책들은 순간 자신을 각성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다. 시간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바쁘게 느껴지는 일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낭비되는 시간이 분명 있다. 다만 그 시간을 채집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다.....우리의 몸은 습관대로 움직인다. 일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려면 관성을 극복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적극적인 추진력과 의지력이 필요하다.

-‘나의 하루는 4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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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09 19: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떤 책 읽다가 옆으로 빠져 다른 데로 몇군데 들렀다가 돌아가는 경우 있어요. 이 인용문은 진리네요.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시간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암요 그럼요 ^^

페넬로페 2021-10-09 20:05   좋아요 4 | URL
독서를 하다보면 누구나 다 겪는 경험인 것 같아요^^슬럼프가 오는 이유는 아마 시간 관리에 실패해서 그럴수도 있을것 같더라고요~~

수이 2021-10-09 20: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험을 노상 봐서 공부를 내내 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 친구가 이야기하더라구요.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

페넬로페 2021-10-09 20:06   좋아요 4 | URL
정말 지겹게 공부하더라고요 ㅎㅎ
이 책은 따님에게도 도움될 것 같아요.^^

2021-10-09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9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1-10-09 2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몇달째 갖고만 있던 책인데 반갑네요ㅎㅎ 당연한 듯 하면서도 이런 책 읽으며 새삼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어 좋은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1-10-09 21:18   좋아요 4 | URL
미미님께서는 이 책을 갖고 계시군요.
말씀대로 이런 종류의 책의 내용은 비슷한데 막상 실천하려면 또 잘 안되더라고요. 시간의 배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새파랑 2021-10-09 21: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이스케˝가 잘못했네요~!!
공부와 독서도 왠지 공통점이 있는것 같아요 🤔 노트에도 적혀있듯이 규칙적인 휴식이 정답일수도~!!
페넬로페님과 슬럼프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닌것 같아요 😊

페넬로페 2021-10-09 21:20   좋아요 4 | URL
아, 그 ‘다이스케‘ 때문에 ㅎㅎ
맞아요. 독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꾸준히 지켜나가야 잘 될 것 같아요.
이제 슬럼프에서 탈출해야겠어요^^

mini74 2021-10-09 21: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슬럼프가 오면 단순노동을 합니다 ㅎㅎ 마늘도 까고 구슬 꿰서 마스크 스트랩도 만들고 김치도 담고 대추청도 만들고. ㅎㅎ 우리집 식구들은 제가 슬럼프 오는 거 좋아합니다 *^^* 페넬로페님 이 글 쓰시고 바로 탈출하신거 같은데요 *^^*

페넬로페 2021-10-09 22:05   좋아요 4 | URL
단순노동의 질도 미니님은 저보다 휠씬 더 우아하시고 품격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몸을 움직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머리가 산뜻해지죠~~

서니데이 2021-10-09 23: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다이어리 정리된 사진 괜찮네요. 나중에 이 책 한 번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공부는 아니지만, 시간 정리에도 도움 많이 될 것 같거든요.
스터디 플래너 종류도 검색해보고요.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1-10-10 00:06   좋아요 4 | URL
저 스터디 플래너를 보니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했나를 알수 있을것 같았어요^^
시간이 알게 모르게 새는 경우가 많은데 저도 플래너를 한 번 써보고 싶더라고요^^
서니데이님, 이 밤도 행복하고 편안하시길 바래요^^
잘 자요♡♡♡

바람돌이 2021-10-10 0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군요. 이런 공부법 책까지.... ㅎㅎ
저는 지금 한강 작가님의 새책 작별하지 않는다때문에 좀 슬럼프요. 심리적 후폭풍이 거세요. ㅠ.ㅠ

페넬로페 2021-10-10 08:43   좋아요 2 | URL
공부법책은 딸아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많이 읽었는데 이렇게 저한테 필요할때도 있을줄 몰랐어요~~
한강 작가님 신작 궁금한데요.
바람돌이님, 후기 부탁해요
슬럼프의 원인을 알고 싶어요^^

페크pek0501 2021-10-10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길어 시간을 버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요즘 일찍 자려고 노력 중이에요. ^*^

페넬로페 2021-10-10 16:47   좋아요 1 | URL
네, 아침을 일찍 시작하면 하루를 상쾌하고도 더 유익하게 보낼 수 있을것 같아요^^
저도 조금씩 일찍 일어나도록 노력해 보려해요**

서니데이 2021-10-10 2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 사진을 보고, 앞으로 다이어리를 조금 더 잘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잊어버리고 있다가, 다시 보니까, 생각납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10-10 21:53   좋아요 2 | URL
하하, 그러셨군요^^
저도 이 글 쓰고 그 다음날인 오늘 날씨 탓인지 축 늘어져 있어요. 남은 시간이라도 잘 보내야겠어요^^
서니데이님도 좋은 저녁 되세요**

행복한책읽기 2021-10-12 0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야. 독서의 맥이 끊겼다고 의대생 공부법 펼치는 독서가는 첨 봐요. 페넬로페님 문제해결력 진짜 참신하세요. 한 수 배웠어요. 완전 다른 접근법. ㅋ 근데 그후가 무슨 내용이길래 독서슬럼프까지 부를까요??

페넬로페 2021-10-12 08:45   좋아요 0 | URL
공부법 책이 읽고나면 곧장 잊어버려 남는게 잘 없지만 그래도 한번씩은 저를 각성시켜주고 좀 더 열심히 살 방법을 알려주어 좋더라고요~~
‘그 후‘는 좋은책인데 생각할거리가 많아 발목이 잡힌것 같아요^^
 

이렇게 저는 더더욱 소세키에게 깊이 빠져 들어갔습니다. 특히 소세키란 사람이 가진 다면성에 매료되어갔습니다. 
섬세하면서도 동시에 대담하며 유머러스하면서도 
위태롭습니다. 한마디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으며 때로는 모순을 느끼게 할 정도로 깊이 있는 작가란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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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0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책 완죤 좋죠!
소세키옹 작품의 개론서로 충분!!
저도 좋아 하는 작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페넬로페님,

추석 연휴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전 부치시느라 고생 하실것 같습니다)
보름달님에게 소원을~~**
ʕ ̳• · • ̳ʔ
/ づ🌖 =͟͟͞͞🌕

페넬로페 2021-09-20 16:49   좋아요 1 | URL
네, 책을 읽고 이런 글을 저도 쓰고 싶어요. 지금 읽고 있는 산시로, 그후, 문에 대한 감상이 있어 흥미로워요^^
전 잘 부치고 송편도 밋있게 만들고 왔습니다**
svott님!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시죠!
이번 보름달은 엄청 밝을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1-09-20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내일은 추석입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9-21 11:40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추석 연휴 즐겁고 행복하게 잘 보내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1-09-21 2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은 추석입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고 계신가요.
보름달처럼 좋은 소원 이루시고,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9-24 09:13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이제야 감사하다는 답을 합니다.
추석 잘 보냈어요.
추석 아침에 시댁 갔다가 정말 오래간만에 산에 갔는데 이것이 ㅋㅋ 문제가 되었어요.
넘 오래간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몸이 힘들어 이틀동안 고생했어요. 체력이 많이 부족해졌나봐요. 운동 열심히 해야겠어요^^

새파랑 2021-09-24 0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찐팬 페넬로페님 ^^ 프로필 사진이 바꼈는데 멋져요 😄

페넬로페 2021-09-24 09:16   좋아요 1 | URL
요즘 소세키 작품 읽고 있는데 유부만두님의 서재에서 이 책 발견했어요^^
가을기념으로 프로필 바꿔봤어요**

서니데이 2021-09-26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상중 교수님의 책도 우리 나라에 출간된 책이 여러 권 있을 것 같은데,
소세키에 대한 책도 좋을 것 같네요.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유부만두 2021-09-28 0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 책 좋죠? ^^
어렵지 않게 소세키와 그 작품세계를 설명해 줘서 (그것도 딱 몇 권만) 부담이 덜했어요.
그런데 전 그 감상을 잘 정리할 수가 없네요.... (말이 부족혀요)

페넬로페 2021-09-28 20:47   좋아요 2 | URL
유부만두님 덕분에 이 책 읽고 있어요. 제가 읽은 책이나 읽고있는 중인 소세키의 책에 대한 감상과 설명이 있어 좋아요.
강상중씨는 소세키 작가에 대해 많이 연구한듯 해요^^

유부만두 2021-09-29 17:49   좋아요 1 | URL
강상중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은 비전문가라고 겸손하게 이야기 하지만 그만큼 그의 소세키 작품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게 느껴져요. 전 강상중 교수의 엣세이에서 소세키를 ‘읽어볼‘ 마음이 들어서 ‘그후‘를 만났거든요.
아...너무 아름다워서 ... (아줌마가 싫어하는 불륜 이야기이지만) 가슴이 벅차게 좋았어요. 그런데 바로 이어서 다른 소세키를 읽지 못한 건 제가 ‘재미‘를 좇는 독자이기 때문이에요. 제 서재에서 보셨을 거에요. 전 이것 저것 마구 읽고 ‘노는‘ 날라리거든요. ^^;;;;

아뭏든, 이렇게 같은 작가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새삼) 반갑고 감사합니다. ^^

scott 2021-10-02 01:08   좋아요 2 | URL
강의 하듯
이야기 하듯
소세키의 작품중 가장 유명 하고 널리 읽혀지는 작품을 중심으로 소세키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읽고 싶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마존 재팬 리뷰에도 소세키 작품 해설집으로 단연 쵝오라는 평가로 도배를 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0-05 0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강상중님이 쓴 이 책을 왜 모르고 지나쳤을까요. 떠올려보니 이분이 소세키 좋아한다고 계속 얘기했던 것 같아요. 페넬로페님 감사해요. 덕에 찜하고 도서관 달려가게 생겼네요^^

페넬로페 2021-10-05 00:47   좋아요 1 | URL
그냥 소세키를 좋아하는게 아니더라고요. 쉽게 읽히면서도 깊이가 있어 이 분이 얼마나 소세키의 전문가인가를 알겠어요^^
 

요즘 나의 생각과 똑같다
그냥 놋쇠를 놋쇠라고 밝히는 것.

소세키의 ‘그후‘는 작금의 코리아의 실상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다
교육을 받고 눈이 돌 정도로 혹사 당하는 국민.
자신의 욕망만을 좇는 인간들에 의해 눈이 돌 정도로 혹사 당하는 못가진 자의 절규.















그렇지만 지금의 다이스케는 그런 비난에 대해 거의 무감각하다. 또한 실제로 자신은 그리 열정적인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3, 4년 전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을 판단한다면 자신은 타락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현재의 입장에서 3 4년 전의 자신을 되돌아보면 자신의 도덕심을 과장하며 잘난 체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도금한 것을 금으로 믿게하려고 온갖 궁리를 하느니 놋쇠를 놋쇠라고 밝히고 놋쇠에 합당한모델을 견디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 요즘 생각이다. - P100

다이스케가 스스로 놋쇠가 되기를 감내하게 된 데는 갑작스러운 파란에 휩쓸려 충격을 받은 나머지 심기일전하게 되었다는 등의 소설같은 내력 따위는 없다. 그건 오직 다이스케 특유의 사색과 관찰의 힘으로 서서히 놋쇠에 붙은 도금을 스스로 벗겨온 것에 불과하다.  - P100

앞으로도 일을 할 생각이네. 자네는 실패한 나를 비웃고 있어. ....비못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비웃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상관없어.
알겠나? 자 비웃고 있어. 그러는 자넨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지 않은가? 자네 세상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간이야. 달리 말하면 의지를 발전시킬 수 없는 인간이겠지. 의지가 없다는 건 거짓말이야, 인간이니까 말이네. 그 증거로 항상 공허함을 느끼고 있을 거야.
난 내 의지를 현실 사회에서 실현하려고 하고 내 의지 덕분에 이 현실사회가 내가 원하는 대로 변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서는 살아갈수 없네. 거기에서 나라는 인간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거야. 자넨 그저 생각만 하고 있지. 그러다 보니 관념 세계와 현실 세계를 따로따로 세우고 살아가고 
있는 거야. 그런 엄청난 부조화를 숨기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무형의 큰 실패가 아닐까? 왜냐고 말해보시게나. 나는 그 부조화를 걸으로 드러냈지만 자네는 내면에 감추고 
있을 뿐이므로 부조화를 겉으로 드러낸 만큼 내가 자네보다 덜 실패했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도 난 지금 자네에게 비웃음을 사고 있네. 나는 자네를 비웃을수가 없지, 아니 비웃고 싶지만 세상 사람들 눈으로 보면 비웃어서는 안 되겠지." - P102

모두 빡빡하게 교육을 받고 그 후에는 눈이 돌 정도로 
혹사를 당하니 모두가 하나같이 신경쇠약에 걸려버리지, 
한번 이야기를 해보게나. 그들 대부분이 바보일 테니까. 자신의 일과 자신의 현재, 단지 눈앞의 일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정신적인 피로와 신체적인 쇠약은 불행히도 늘 함께 다니는 법이니까. 뿐만아니라 도덕적으로도 타락해가고 있어. 일본의 어디를 바라보아도 밝게 빛나는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지 않은가? 온통 암흑이지. 그속에서 나 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한들 무슨 일을 한다고 한들 소용이있겠나. 난 태생적으로 게으른 사람일세. 실은 자네와 함께 어울리던때도 게으름뱅이였어. 그때는 센 척하며 자신만만하게 굴었으니 자네눈에는 내가 전도유망하게 보였을 거야. 그야 지금이라도 일본 사회가 정신적, 도덕적, 구조적으로 건강하다면 나도 여전히 전도유망한사람 이었겠지. 
그렇기만 하다면 할 일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내 게으른 성격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한 자극도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그러나 이건 아니야.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나는 오히려 나 자신만을 위해 살 수밖에 없네, 그래서 자네 말처럼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내게 가장 걸맞은 것과 접촉하며 만족하고 있네. 나서서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니 말일세." - P105

"그거 재미있군. 아주 재미있어. 나처럼 구석에 처박혀서 현실과 악전고투하고 있는 사람은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지. 일본이 가난하다거나 겁쟁이라거나 하는 생각 따위는 일하는 동안 잊어버리게 되지, 세상이 타락했다고 해도 그런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 속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말이야. 자네처럼 한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가난이나 우리들의 타락이 걱정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이 사회에 쓸모없는 방관자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지. 결국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볼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거야. 누구든 바쁠 때는 자신의 얼굴 따위는 잊어버리게 되지."

다이스케와 친하게 지내던 시절의 히라오카는 남이 울어주는 걸 기뻐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조금도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다. 아니, 애써 남의 동정을 물리치려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혼자서라도 세상을 살아 보이겠다고 허세를 부리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현대사회의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아서일까?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히라오카와 친하게 지내던 시절의 다이스케는 남을 위해 울기를 좋아하는 남자였다. 그러나 점점 울 수 없게 되었다. 울지 않는 편이 현대적이어서가 아니다. 사실은 오히려 그 반대로 울지 않으니까 현대적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서구 문명의 압박을 받고 그 무거운 짐에 눌려 신음하면서 격렬한 생존경쟁의 무대 뒤에 서 있는 한 인간으로서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울 수 있는 사람을 다이스케는 지금까지만난 적이 없다.
- P140

그는 인간이란 어떤 목적을 갖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반대로 인간은 태어난 후에야 비로소 어떤 목적을 갖게 된다.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어떤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인간에게 부여하는 것은 그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태어나는 순간 이미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인간의 목적이란 태어난 본인이 스스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그 목적을 마음대로 만들 수는 없다. 자기의존재 목적은 자기 존재의 과정을 통해 이미 세상에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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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6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09-17 2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명절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9-17 21:1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너무 감사드려요.
이번엔 정말 추석 기분이 나지 않는데 그래도 명절 기분 느끼려고 노력이라도 해야겠어요♡♡

레삭매냐 2021-09-25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선생에 대한
꾸준한 독서, 존경스럽습니다.

현암사 소세키 전집은 참으로
탐이 나네요.

페넬로페 2021-09-25 22:49   좋아요 0 | URL
요즘 책이 잘 안 읽혀 그냥 머물러 있는 수준입니다^^
소세키의 그후는 뒤로 갈수록 조금 쳐지는 느낌이라 더 머물러 있어요^^

유부만두 2021-09-28 08:00   좋아요 1 | URL
현암사 소세키 전집은 무겁지도 않고 펼쳤을 때 안정감도 있어요.
전 민음, 문학동네도 소세키 책이 있지만 현암사 판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내게 다시 유년 시절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몇 개의 문 앞에 설 수 있다면, 그중의 하나는 명작동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일 것이다. 유년 시절 그 명작동화를 읽으며, 책만 있다면 혼자여도 좋고 버틸 수 있다는 어쭙잖은 나만의 자신감을 길렀던 것 같다. 엄마가 전집으로 사주신 그 책들은 동화와 소설의 중간쯤 되는 단계였다. 책이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빨간 머리 앤과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와 셜록 홈스등, 수많은 인물들은 책에서 묘사되는 성격과 말 그대로 내게 다가왔다. 그 뒤로 계속해서 여러 책들의 완역판과 전집, 드라마가 쏟아져 나왔지만 이미 내 속에 그들이 그대로 있었기에 다시 읽지는 않았다.

 

열린책들, NOON시리즈를 통해 다시 만난 셜록 홈스가 그래서 반가웠다. 어릴 때 읽어서 그런지 홈스가 해결한 사건의 내용보다는 홈스의 말투와 행동이 더 기억나지만, 다시 읽는 홈스는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다. 이 시리즈에는 단편소설들만 실려 있어 그런지 몰라도 각 책의 표지에는 작가의 이름이 적혀있다. ‘아서 코넌 도일’, 이제야 홈스를 창조한 사람에게 관심이 간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코넌 도일을 읽으며 이다혜 작가가 이끄는 대로 다시 홈스와 도일을 만난다.

 

홈스의 무대인 런던, 그 중에서도 셜록 홈스와 왓슨의 하숙집이었던 베이커스트리트 221B번지를 시작으로 코넌 도일이 태어나고 대학을 나온 에든버러’, 그가 처음으로 병원을 개원한 포츠머스’, ‘바스커빌 가문의 개의 배경인 다트무어를 책을 통해 방문하며 도일의 삶을 따라갈 수 있었다. 작가의 인생의 각 시기의 삶과 홈스가 태어난 배경, 그리고 구체적인 작품 설명으로 더 자세히 홈스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이지 내가 여지껏 전혀 모르던 사실이 있었다. 홈스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단다. ‘저는 그의 명성이 피곤합니다라는 도일의 토로와 함께 급조한 악당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와 스위스의 라이헨바흐폭포에서 홈스가 같이 떨어져 죽는 것이 작품 마지막 사건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때가 겨우 홈스 시리즈가 시작되고 3년이 지난 정도이니 홈스는 태어나자마자 사람들에게 엄청난 인기와 관심을 얻었던 것이다.

 

[도일은 1893마지막 사건을 내놓은 이후 8년간 셜록 홈스 이야기를 발표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가 1901<스트랜드>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발표했을 때 귀환도 부활도 아닌, 1889년 사건에 대한 회상의 형태였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진짜 부활1903년에 출간된 빈집의 모험에서 시작한다. -p185~186]

 

홈스의 영원한 단짝 왓슨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셜록 홈스와 왓슨은 그냥 하나로 생각해도 될 정도로 같이 있어야만 빛이 난다. ‘왓슨이라는 존재야말로 홈스를 돋보이게 하는 도일 최고의 발명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이 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홈스는 또한 시대의 산물이었다. 도일이 다녔던 에든버러대학’. 특히 의과대학은 18세기 계몽주의를 주도한 곳 중의 하나였다. 셜록 홈스 시리즈 대부분은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기가 끝나가던 18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가스등이 켜진 거리, 말이 끄는 이륜마차 등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도일의 소설에서 빅토리아 후기의 격변하는 삶과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작가는 서술한다. 세상의 변화를 작품에 담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도일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그의 첫 번째 아내 루이자가 10년 동안 병석에 있는 와중에 그의 두 번째 아내가 되는 레키와의 만남을 가진다. 말년에는 과학적인 추리소설을 쓴 작가답지 않게 심령술에 빠져 사후세계를 믿으며 세계 강연을 다닐 정도였다. 또한 그는 제국주의자였고 여성 참정권 운동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명했으며 반공주의자였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쓴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은 도일보다 15년 뒤에 태어났는데, 탐정소설의 본질적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탐정소설은 현대 삶의 시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가장 초기적이고 유일한 대중문학이라고. 한때 숲을 탐험하고 나무를 오르던 인간은 이제 거대한 가로등과 굴뚝을 나무나 산꼭대기의 풍경처럼 인식해 도시 자체가 야생적이고 알기 쉬운 무엇이라고 깨닫는다는 것이다. -p161]

 

통속문학에서 범죄소설이 중요한 위치를 점하기 시작한 19세기의 분위기에 대해 서술하며 이다혜 작가는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말을 인용한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작품이 마침 NOON시리즈에 수록되어 있어 홈스와 함께 같이 읽기로 한다. 이 작가는 나에게 생소하다. 위키백과에서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작가 중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저널리즘, 철학, 시집, 전기, 로마 가톨릭교회 작가, 판타지와 탐정 소설들을 다작하고,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인 역설들을 잘 사용함으로써 역설의 대가라는 칭호를 얻었다고 한다. 도일과 체스터턴은 거의 동시대에 같이 작품 활동을 했다.



아서 코넌 도일

이 책에는 보헤미아 스캔들’, ‘빨강 머리 연맹’,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 실려 있다. 언제나 냉철하고 정확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천하의 홈스도 실수를 하고, 사건 해결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작품들에서 보여주고 있다. ‘보헤미아 스캔들은 홈스 소설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여성이 등장하고 또 그 여자, ‘애들러에게 홈스는 멋지게 당한다.

 

[이것이 바로 보헤미아 왕국이 엄청난 스캔들에 휘말릴뻔했던 사건이자, 한 여성의 기지 앞에서 홈스가 공들인 계획이 틀어져 버린 사건이었다. 홈스는 여성의 영리함을 두고 비웃곤 했지만, 요즘은 그런 소리를 도통 하지 않는다. -p48]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을 읽을 땐 내가 먼저 홈스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홈스, 존을 집으로 돌려보내면 안돼요. 그가 위험해질 것 같아요.” 그러나 홈스는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고 결국 존은 살해당했다. 홈스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나의 영웅 홈스에게 약간 실망했다.

 

빨강 머리 연맹에서의 홈스의 활약상이 내가 알고 있던 홈스와 가장 비슷하다. 홈스의 기지가 돋보였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느긋함을 보이는 그의 성격도 멋있었다. 이다혜 작가는 이 빨강 머리 연맹에서 수수께끼라는 데 방점이 찍힌 사건들을 도일이 잘 다루었다고 한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여기 전형적인 동부 촌사람답게 둥글고 넓적한 얼굴에 두 눈은 북해처럼 공허한 작달막한, 이름까지 평범한 브라운 신부가 있다. 키가 크고 몸이 날렵한 플랑보라는 사람도 있다. 이 두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숙한 탐정이고, 가장 착한 범죄자이다. 하지만 브라운 신부는 결정적인 순간에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이다. 그의 다른 장점은 범인을 밝혀내고는 꼭 그 사람을 회개시키고 고개 숙이게 만드는 데 있다.

 

처음 읽은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추리소설, ‘푸른 십자가’, ‘기묘한 발소리’, ‘날아다니는 별들’, ‘보이지 않는 사람은 처음에는 약간 밋밋하게 읽혔다. ‘브라운 신부라는 소박한 성직자가 범죄를 해결하고 그가 잡은 범인은 다 플랑보이다. 첫 번째도 플랑보, 두 번째도 플랑보, 세 번째에는 설마 했는데 역시 플랑보였다. 네 번째 소설에서는 더 우스운 일이 일어난다. 플랑보가 브라운 신부의 감화와 설득에 동화되어 탐정으로 거듭난 것이다.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는 홈스와 왓슨 못지않은 환상의 콤비이다. 추리소설로써 이 책은 과학적인 근거와 설정이 조금 미흡했지만 웬일인지 읽어가면서 점점 이 소설에 빠져들었다.

 

이 소설의 매력은 범죄소설의 형식을 바탕으로 해학과 역설로 사회의 여러 어두운 부분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과 빅토리아 시대의 영광으로 영국은 끝없이 발전했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팽창으로 도시가 발전했고, 그에 따른 휴유증으로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심해졌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이 단편에는 그러한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가득하다. 그런 점이 나에게 좋게 읽혔다. 거의 같은 시기에 작품을 발표한 코넌 도일의 소설과 이 부분에서 대조적이다. 체스터턴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작가 중의 한사람이란 이유도 이 소설들에서 충분히 납득되었다. 또한 이 작품들이 NOON시리즈에 실릴 만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계속 범죄자로 살아가는 플랑보를 설득하는 브라운 신부의 말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그만두게. 자네 안에는 아직도 젊음과 명예, 유머가 있지 않나. 이런 일을 하면서도 그것들이 영원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버리게. 선함의 수준은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악함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네. 그 길은 계속 내리막이야.

- ‘날아다니는 별들중에서,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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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4 2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홈즈는 사랑입니다!
어린 시절 독서의 세계로 빠지게 만들었던 명작동화!
몇번이고 되풀이 해도 전혀 지루 하다는 생각을 안했는데

이젠 몇번이고 되풀이 하는 책이 거의 없는 어른으로 성장 ,,,
책보다 더 잼나는 것들이 많아 져서 일까요?

브라운 신부는 어렸을때 만화로 입문 했는데
추리 소설계의 고전 중의 고전!
요즘 읽기 고루해 보여도
전 좋아 합니다 ^ㅅ^

페넬로페 2021-09-14 20:52   좋아요 5 | URL
홈스는 정말 몇번이고 읽어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기 북플 친구들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을것 같아요^^
생각보다 저는 체스터턴 작품이 좋더라고요. 은근한 위트와 역설이 있더라고요^^

미미 2021-09-14 20: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이야기도 기대되네요~♡ 저 <다섯개의 오렌지 씨앗>읽고 로다주 나오는 셜록홈즈 2편 연속해서 다 봤어요ㅎㅎ모리아티 이후에 부활했군요! 전집이 있으셨다는것 부럽네요. 저는 셜록 전집이 있는 친구가 있었어요.😳✌

페넬로페 2021-09-14 20:54   좋아요 5 | URL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가 넘 순수했어요. 마블영화 보는 요즘 세대에는 안 먹힐듯 한 고전이더라고요~~
저도 넷플릭스에서 셜록 하나씩 보려고 해요^^

mini74 2021-09-14 21: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둘 다 무지 재미있게 봤어요 *^^*그러고보면 홈즈는 끊임없이 나오는거 같아요애니에서 영화 드라마 또 시대에 맞춰 새롭게 드라마. 그렇지만 홈즈의 아버지는 ㅠㅠ 홈즈 여동생이 나오는 영화도 있답니다.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 엘이 홈즈 여동생으로 나와요. 에놀라홈즈~ 전 재미있게 봤어요 ㅎㅎ

페넬로페 2021-09-14 21:39   좋아요 4 | URL
정말 홈스를 소재로 한 버전이 다양하네요~~홈스의 아버지와 여동생 얘기는 처음 들어요
미니님, 영화 제목을 좀 알려주시면 안되시려옵니까?

mini74 2021-09-14 21:58   좋아요 4 | URL
제목이 에놀라홈즈 이옵니다 ㅎㅎ*^^*아 홈즈아버지는 코난도일을 말한 거예요. ㅠㅠ

페넬로페 2021-09-14 22:36   좋아요 4 | URL
감사해용^^
이미 아까 말씀 하셨네요 ㅋㅋ

새파랑 2021-09-14 2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네요. 한번에 두 작품! 제가 페넬로페님 글 보니 제가 읽어내지 못한 부분이 보이네요 😅 페넬로페님 홈즈 광팬이시군요 ㅋ 예정이 듬뿍 느껴져요 😄

페넬로페 2021-09-14 22:32   좋아요 4 | URL
네, 홈스와 뤼팽의 팬이었죠 ㅎㅎ
저도 그래요. 같은 책을 읽고 다른 분이 쓰신 글을 읽으며 제가 놓친 부분이 있더라고요^^

막시무스 2021-09-14 22: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에 대한 구매유혹이 점점 증강되고 있습니다!ㅠ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도 눈이 머무네요!ㅠ 알라딘 앱을 지워야 할 듯요!ㅎ

페넬로페 2021-09-14 22:35   좋아요 5 | URL
이 시리즈는 우리가 읽은 책이 많이 들어 있다는게 흠이예요.
근데 오늘처럼 전혀 모르던 작가를 만나는 기회도 주더군요~~
그래서 참 애매모호한 책이더라고요^^
저는 요즘 책 디톡스중이라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붕붕툐툐 2021-09-14 2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홈즈 너무 좋아해요~ 죽었다 살아난 것도 알고 있었지요오~ 영드 홈즈도 세번째 시리즈까지는 본 거 같은데 벌써 시즌 6인가 그렇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저도 보고 싶네요~
그리고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은 새파랑님 리뷰에서 처음 봤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꼭 읽어보고 싶어요!!😊

페넬로페 2021-09-14 23:50   좋아요 0 | URL
툐툐님은 벌써 알고 계셨네요.
진정한 홈스 팬이십니다~~
저도 이제부터 한편씩 드라마를 보려고 해요~~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이름이 넘 어려운데 이 시리즈에서 만나 좋았어요^^
 













나쓰메 소세키작가의 작픔을 읽고 있다.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산시로>를 읽었고 그의 산문과 강연, 편지글들을 모아 정리한 <인생의 이야기>도 읽었다. 일본 소설들에서 많이 보이는 지나친 유미주의적 경향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다시 읽으면 나의 느낌이 조금 바뀌어 질 수도 있겠지만) 나쓰메의 소설은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과 함께 현실을 직시한 내용도 많이 들어있어 지금까지는 좋은 느낌으로 읽고 있다. 10월까지 계속해서 그의 작품을 읽을 예정이다.

 

도련님산시로는 서로 대조되는 인물이다. 도쿄 출신인 도련님이 시골에 있는 학교로 부임해 겪는 에피소드가 다소 과장되고,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지만, 권위와 격식을 싫어하는 도련님이 어쩌면 지금 현대의 인물과 통하는 듯하다. 반대로 산시로는 시골인 구마모토에서 메이지시대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은 도쿄로 와서 신문물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고 거기에서 주눅 들고 자신감 없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급격히 변하는 요즘 시대에 우리가 느끼는 소외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문학을 접하거나, 아주 오래전에 쓰여진, 그리스비극이나 사마천의 사기를 읽었을 때, 매번 드는 느낌은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모습이나 생각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로 사는 방법이나 공유하는 물리적인 것들은 다를지 몰라도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것들은 비슷하다. 그런데 중국이나 일본의 소설들은 그 모습이나 정서가 우리와 훨씬 더 가까운 것 같다. 나쓰메의 소설에서 나의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 그래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를 통해 인간 세계가 적나라하게 비춰진다. 인간에 대한 평가가 신랄하고 거침이 없다. 고양이가 펼치는 나름의 주관과 논리에 납득이 가고, 고양이의 눈에 비친 바보스럽고 허황되며 욕심 많은 인간들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고양이가 사는 집의 주인은 학교 선생님인데 그에게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규샤미 선생은 산시로의 히로타 선생을 닮아있다. 당대의 지식인으로서 책도 많이 읽고, 서양의 지식을 받아들여 잡다하게 아는 것은 많지만,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굴속에서 안주하는 사람들로 그려진다.

 

이 세 작품 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년에 연재되기 시작하고 도련님1906년에 발표된다. 그때는 러일전쟁이 1904년에 발발해 19059월에 일본의 승리로 끝나는 시기이다. 소세키 작가가 국비로 영국에 다녀오라는 문부성의 명령을 받고 2년 동안 영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후이다. 그는 영국에서 영일동맹이 체결되는 것을 바라보며 거기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다. 서양열강의 개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본에 대한 비판을 하며 급진적이고 무조건적인, 서양적인 것들로 가득 채워진 개혁보다는 서서히 진행되는 일본이 주도하는 변화를 바란다.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한 지식인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열려지기 시작한 나라의 운명은 걷잡을 수 없고 거기에 많은 지식인들은 실망하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잃어버린다. 그들은 히로타 선생이나 규샤미, 메이테이 선생처럼 자신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는 나약한 지식인이 되어버린다. 소세키 작가가 그런 그들에게 원한 건 단지 그것뿐이다. 조용하고 천천히 진행되는 일본의 변화를 위해 자기본위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때 나는 비로소 문학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개념을 나 자신의 힘으로 근본적으로 세우는 수밖에 달리 나를 구할 길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완전히 타인본위로 뿌리 없는 부평초처럼 여기저기 되는 대로 떠돌아다녔기 때문에 모든 게 허사였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던 것입니다. 내가 여기서 타인본위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술을 남에게 마시게 한 다음에 그 품평을 듣고 거기에 무조건 따르는 것으로, 이른바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한마디로 말하면 바보 같은 소리처럼 들리고, 아무도 그렇게 남을 흉내 내지는 않는다며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p184, <나쓰메 소세키_인생의 이야기> 중에서

 

황족과 화족을 위한 교육 기관인 가쿠슈인학교에서 소세키 작가가 1914년에 강연한 내용이다. 나라의 지도자가 될 젊은 후학들에게 소세키 작가가 원하는 건 단지 이것뿐이다. 타인본위가 아닌 자기본위의 삶을 살아내라는 주문이다. 일본의 세계패권을 향한 군비증강.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 착취하는 무자비한 과정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다. ‘도련님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는 러일전쟁의 대한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다. 그 뒤에 집필한 산시로에서도 그 맥은 이어진다.

 

[소세키 문학의 출발점은 일본 근대와 겹친다......

한편으로 소세키는 개인주의에 대립하는 일본의 전근대적 정치체제, 즉 천황제 가족국가주의 체제의 모순을 완전하게 극복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의 당대인들이 개인주의를 취하면서 도의와 윤리를 저버린 채 오로지 이기적인 자기 본위만을 따르는 현실을 차갑게 바라본다.-'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해설에서] - p619

 

우리는 일본이 우리에게 가한 그 폭력적이고 무자비하며 말살적인 행위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고, 거기서 자유로워져서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일본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는 다른 나라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예민해지고 칼날을 세우는 편이다. 나는 문학이라는 장르가 그 시대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시대와 그 시대를 산 작가의 글은 그들의 경험을 벗어날 수는 없다고 편협할지 모르지만 단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나의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 소설을 단지 소설로서만 받아들여서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님 내가 작가에게 원한 것이 잘 나타나있지 않는 소설은 좋지 않다고 평가해야 할지 무척 어렵다. 내가 읽은 작가의 세 소설은 전자의 관점에서라면 별점이 다섯 개인데, 후자의 관점으로 본다면 별점이 한 개가 될 뿐이다. 이래저래 책을 읽으며 이렇게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단지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읽지 않고 건너뛰는 것도 나쁜 책읽기이다. 어떤 형식이라도 홀로코스트에 대한 것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잊혀 지기 쉬운 것들은 언제나 반복해서 각성시켜주어야만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의 작가들도 더 많이 우리의 식민역사에 대해 글을 써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에 우리가 눈을 돌리지 않아야, 그 침울한 역사는 계속 상기될 것이고 복기 될 것이다.





 

 

 

 

 

 

 





인생의 이야기는 소세키 작가가 쓴 신문 기고문, 산문, 강연, 편지에 대한 글들을 선별해서 한 책에 실은 것이다. 작가가 글을 쓴 시기는 12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 책에는 작가의 인생관이나 작품세계에 대한 것도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해 소소히 쓴 글들도 있어 그의 소설을 읽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교육에 대한 비판,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들을 신랄하고 솔직하게 썼다. 약간 고지식할 정도로 성품이 깐깐하고 융통성이 없는 경향도 있다. 작가의 경험을 쓴 부분이 있는 자신의 소설도 설명해주고, 세상에 굽히기 싫어서인지, 태평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점도 있다. 소세키 작가는 평생 위궤양으로 고생했고 작가는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49세에 죽는다. 이 책에는 자신의 병에 대한 소회도 있다. 피를 토하며 죽음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고, 가족을 떠나 요양생활을 하기도 한다.

 

소세키 작가의 병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나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어릴 때-사실 난 그때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면 난 막내이니 내가 태어나기 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지 나의 무심함이 참 이기적이다. 아버지는 결핵에 걸려 오랫동안 결핵전문 요양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병이 완쾌되어 병원에서 나오고 나서도 아버지는 평생 병약한 생활을 하셨다. 폐가 나빠 감기를 달고 사셨고, 찬바람만 불면 폐렴에 걸려 병원에 며칠 입원을 해야 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병약하셨지만 가족에 대한 책임은 완벽하게 지신 분이다. 다만 좀 더 발전하고, 더 나은 세계로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병마가 아버지의 발목을 잡아 그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소세키 작가가 병마와 싸우는 글을 읽을 때, 그의 죽음에 대한 불안이나 심정들이 난 너무 이해가 되었다.

 

[아내의 설명을 들었을 때 나는 죽음이란 이토록 덧없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머리 위로 느닷없이 번쩍이는 삶과 죽음이라는 양면의 대조가 너무나 급격하면서도 무관계하다는 것을 생생히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일한 내가 이 동떨어진 두 개의 현상에 지배당했다고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설령 동일한 내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개의 세계를 건너뛰었다고 해도, 그 두 세계 사이에 대해 어떤 관계가 있기에 갑자기 내가 갑에서 을로 풀쩍 뛰어넘는 자유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생각하니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76~77

 

그런 아버지의 뒤에는 언제나 남편의 병수발을 해야 하는 지난한 삶을 사신 나의 엄마가 있다. 매일 영양가 있는 음식을 하고,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만들어 아버지를 먹였다. 우리 집에는 봄마다 자루에 뱀을 잔뜩 넣어 어깨에 메고 다니는 땅꾼이 방문했다. 쇠고기 곰탕은 항상 준비되었고, 심지어 나는 우리집에서 자라를 잡는 광경도 목격했다. 매번 독한 항생제를 복용해야하는 아버지를 위해 엄마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나의 엄마는 그런 일을 하면서 한 번도 푸념을 한 적이 없다. 아니 분명 했을 것인데 우리들에게 표를 내지 않았다. 당신 혼자서, 마음속으로만 남편에 대한 원망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문상을 온 사람들은 생각보다 아버지가 오래 살았고, 아버지가 덤으로 얻은 수명은 다 엄마가 만들어 주었다고 엄마를 칭송했다. 그때 그런 소리들을 들으며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그래도 그동안 지겹지도 않았는지 엄마는 아버지의 죽음을 우리보다 훨씬 더 슬퍼하셨고,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와서도 추운 산 속에 혼자 묻혀있을 남편을 잊지 못하고 내내 많이 우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올해로 20년이 지났는데 난 그동안 아버지를 너무 많이 잊고 산 것 같다. 한 번씩 꿈속에서, 이렇게 작가들이 쓴 글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그럴 때 아버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을 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아버지는 나에게 속삭인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읽고 있고, 그 다음에 읽을 책으로 엔도 슈사쿠사무라이가 준비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일본 작가가 쓴 책이라 이 기회에 어렴풋이 알고 있는 일본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두 권인데, 이 책은 너무 어려웠다. <새로 쓴 일본사>는 편년체의 형식으로 일본의 정치, 사회, 문화가 담겨있는 전반적인 역사 개론서이다. 현역 연구자 17명이 각각의 섹션별로 집필을 했다. 이 책은 전문적이며 전공자들도 보기에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렵게 꾸역꾸역 이 책을 다 읽었지만, 아마 내가 소화한 부분은 이 책의 10퍼센트 정도에 불과할 것 같다. 내가 존경하는 알라딘 서재의 겨울호랑이님은 이 책의 별점을 5점을 주신 것으로 안다. 역사에 대한 조예가 깊고, 끝없이 탐구하시는 겨울호랑이님이나 김민우님 정도의 수준에서 이 책은 소화될 수 있을 것 같다. 난 그냥 죽 읽어 나갔고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의 흐름은 잡았다는 것에 만족한다.






 

 

 

 

 

 

 

 




<하룻밤에 읽는 일본사>는 제목 그대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일본사를 가르치는 가와이 아쓰시선생님이 쓴 책이다. 현역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역사가 재미없고 단지 대학 입시를 위한 암기 과목에 불과한 현실을 아쉬워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주입되는 역사지식의 나열보다는 위대한 인물이나 극적인 사건에 일화를 곁들여 살아 있는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이 책으로 나온 것이다. 이 책 역시 편년체의 형식으로 쓰여져 있는데 각 시대별로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짧게 섹션별로 서술했다. 일본 역사의 흐름에 대해 이해하기 쉬웠고, 내 수준에 딱 맞는 책이었다. 그래도 그 어려운 <새로 쓴 일본사>를 읽고 나서 읽어서인지 그 이해가 좀 더 쉬웠던 것 같다. 공부하면 뭐라도 도움은 된다. 그런데 학창시절에 역사는 엄연히 암기과목으로 분류되었다. 물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끝난다면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읽었던 일본 역사에 대해 깡그리 잊어버릴 것이다. 그러니 암기해야 한다. 다는 아니더라도 내 머리에 웬만한 것은 기억하고 시대별로 잘 정리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 역사는 암기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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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3 06: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이런 연계독서 너무 멋져요. 소세키의 책을 많이 읽은건 아니지만 전기와 후기의 작품 분위기가 확 바꾸는게 느껴지더라구요. 좀 더 성숙해지는 느낌? 페넬로페님 글을 읽으니 그 배경이 이해가 되네요~!!

페넬로페 2021-09-03 09:57   좋아요 6 | URL
제가 읽은 책들이 소세키의 전기작품이라 뒷쪽으로 갈수록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큽니다.
문학작품 읽을 때 역사의 필요성이 매번 느껴져서요 ㅎㅎ

잠자냥 2021-09-03 07:2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세키 작품 읽을 때 전자의 관점으로 읽어요. 아니 대부분의 일본 작가의 글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차마 읽기 힘든 경우(예컨대 미시마 유키오)도 종종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1-09-03 09:58   좋아요 6 | URL
네, 딜레마에 빠지면서도 결국 전자의 관점에서 읽을 수 밖에 없는것 같아요^^

막시무스 2021-09-03 09:4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상하게 일본작각 책 읽으면 본능적으로 날선 경계심 같은게 느껴집니다. 이런 묘한 기분에 대해서 저도 스스로 반성도 하기도 하고, 칭찬히기도 하면서 고민한 적이 있어서 공감이 가네요!ㅎ 즐거운 불금, 즐거운 독서하시구요!

페넬로페 2021-09-03 10:00   좋아요 7 | URL
아마 우리 모두가 같이 느끼는 고민들일것 같아요.
월요일의 시작이 얼마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금방 금요일이네요. 즐겁고 행복한 금욜 되시길 바래요^^

Redman 2021-09-03 11:59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제가 <나의 개인주의>를 읽고 나츠메 소세키 작품도 읽어봐야지 한 게 6월인데 아직 저는 단 한 작품도 읽지 못했습니다 ㅠㅠ 페넬로페님의 섬세하면서 훌륭한 리뷰에 자극을 받네요..!
일본사 개설서는 <새로 쓴 일본사>도 좋지만 저는 처음에는 <아틀라스 일본사>를 권하고 싶습니다. 아틀라스 시리즈는 시각자료가 많고 설명도 기본적인 내용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깊이도 있고요 ㅎㅎ

제인 오스틴도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당시 영국의 제국주의적 행보에 대해서는 전혀 비판하지 않고 침묵했다고. 저는 이런 비판이 그렇게 살득력이 있는 것 같진 않지만, 소세키나 오스틴 같은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는 그들이 강조하려던 점과 그 한계점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서 그들의 한계를 넘어 그들의 메시지를 더 적극적으로 우리 상황과 문제의식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해석해내는 것도요

페넬로페 2021-09-03 12:20   좋아요 6 | URL
‘아틀라스 일본사‘, 참조하겠습니다.
김민우님의 말씀처럼 정확한 인식과 함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라는 말씀 잘 새겨 듣겠습니다^^

2021-09-03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3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1-09-03 12:2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페넬로페님~♡ 잘 읽었습니다. 제가 공감하는 부분이고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예술작품이나 문학작품을 접할때 작가의 정치적 성향이라던가 도덕적인부분,역사와 국가적인 대립점등 점점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아지더라고요. 어릴땐 스테디 셀러라면 그냥 읽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아직 손대지 못한 책들이 몇 권 있음)일단은 문학 자체로만
들여다보고 싶기는 합니다. 이것도 저의경우 타인본위보다 자기본위가 더 필요한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1-09-03 12:32   좋아요 5 | URL
사실 작품을 읽을 때 알지 못해서 그냥 넘어간 경우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근데 이런 문제에 부딪히기 시작하면 거기에 얽매이게 되어 끝이 없을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적절한 배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게 힘들겠지만 많이 고민하면 점점 더 나아지겠죠^^

행복한책읽기 2021-09-03 12: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이에요. 저는 일본 소설을 거의 안 읽었어요. 뭔가 불편하고 거슬렸는데, 페넬로페님이 정확하고 섬세하게 포착해주셨어요. 이런 글쓰기 정말 좋네요. 얼마전 읽은 프리모 레비 시집과 <나는 고백한다>를 읽으면서. 아우슈비츠와 나치는 이렇게나 회자되는데, 왜 우리 식민 역사 관련 작품은 별로 없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페넬로페님 어머님은...현모양처셨군요. 울컥했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웃음 주셨어요. 맞습니다. 역사는 우선, 암기 과목이에요^^

페넬로페 2021-09-03 12:59   좋아요 4 | URL
네, 저도 그런 의미에서 일본소설을 여지껏 많이 읽지 않았는데 이제 조금씩 시작하고 있어요. 그들에게 뭔가 배울점은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엄마는현모양처이셨고 남한테도 엄청 잘하셨어요. 한 사람이 그렇게도 살 수 있다는게 신기했어요. 근데 그 부분에서 저하고는 성향이 좀 안맞더라고요 ㅎㅎ

mini74 2021-09-03 13:2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다들 일본문학을 읽을때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데서 너무나 위안을 받으며 ㅎㅎ 페넬로페님 어린시절 이야기 너무 재미있어요.

페넬로페 2021-09-03 14:18   좋아요 5 | URL
네, 서로 공감하고 위안받아 좋아요^^

붕붕툐툐 2021-09-03 22:1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부지랑도 통하는 면이 있네용~ 저는 일본 소설은 잘 안 읽히고 별로 안 좋아하는데 무작정 안 읽는 것도 나쁜 읽기라고 하여 뜨끔!ㅋㅋㅋㅋㅋ
일본 역사까지 공부하시는 모습에 감동받고 갑니다~😍

페넬로페 2021-09-04 00: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읽을 책이 주위에 쌓여 있으니 자신의 취향대로 읽으면 되죠^^
역사는 파고들면 끝이 없기에 대충 흐름만 잡으려고 해요. 점점 머리가 굳어져가는 느낌이 들어요 ㅠㅠ

새파랑 2021-09-04 06:45   좋아요 4 | URL
어제 알라딘 우주점가서 산시로 중고로 구매했어요 ^^

페넬로페 2021-09-04 10:40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산시로 득템하셨네요.
느낌 궁금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9-04 1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페이퍼를 읽던 중 무심코 넘겼는데, 과찬의 말씀을 주셨네요... ㅜㅜ 에고 아닙니다. 저도 함께 모르는 부분을 채워가는 서재 이웃인걸요. 함께 채워가며 어제보다 나은 자신을 발견하는 페넬로페님과 그 이웃이어서 감사하게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페넬로페 2021-09-04 13:27   좋아요 4 | URL
매번 표현은 하지 못하지만 항상 겨울호랑이님께서는 저를 이끌어주십니다.
언제나 감사드려요^^

레삭매냐 2021-09-08 2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현암사 소세키 선생 책들은
고저 사랑입네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일본에서
는 의외로 소세키 선생의 책
들이 그닥 인기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역시나 선지자는 고향에서
취급받지 못하는가 봅니다.

페넬로페 2021-09-08 22:09   좋아요 1 | URL
내용도 그렇지만 책의 외양만으로도 욕심이 좀 가는것 같아요^^
소세키 작가의 평판이 그렇군요.
전 일본에서 인기가 엄청 많은 줄 알고 있었어요^^

유부만두 2021-09-28 08: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감해요. 전국시대와 19세기 이후의 일본 작품은 (아마 그것이 대부분일 것 같지만) 마음 한 켠에 죄책감을 안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도 하나 하나 짚어가면 소세키의 경우, 문학의 힘이 느껴져요. 고민과 해법의 길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사 책들은 저도 챙겨보고 싶어요. ^^

페넬로페 2021-09-28 20:43   좋아요 2 | URL
네, 정말 소세키를 읽으면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것 같아요^^
소세키 작가덕분에 일본역사도 공부하고 좋은것 같아요**

scott 2021-10-08 15: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 추카!!

페넬로페님의 소소한 리뷰 업데이트 고대 하고 있습니다 ^^

페넬로페 2021-10-08 20:5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scott님!
친정엄마께서 계속 저희집에 계셨다가 오늘 가셨어요.
그동안 일도 바쁜시기고 엄마까지 모시느라 넘 바빴어요~~
그러다보니 독서 슬럼프까지 걸렸네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열심히 읽고 글 쓰겠습니다^^

미미 2021-10-08 16: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관왕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10-08 20:35   좋아요 1 | URL
미미님,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mini74 2021-10-08 16: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2관왕 축하드립니다 ~

페넬로페 2021-10-08 20:36   좋아요 2 | URL
미니님,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담에 살짝 1일1책 읽기 비법좀 가르쳐주세요^^

새파랑 2021-10-08 16: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페넬로페님 저 산시로 다 읽었어요 ^^

페넬로페 2021-10-08 20:37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저는 산시로 좋았는데 새파랑님 느낌이 궁금한데요**

그레이스 2021-10-08 18: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세레모니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1-10-08 20:38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드려용^^
멋진 세레모니에 감격했어요
우리 몸도 저렇게 가벼우면 좋겠어요^^

서니데이 2021-10-08 18: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페넬로페 2021-10-08 20:55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