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
임지호 지음 / 궁편책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전 읽었던 책인 심복의 부생육기(浮生六記)’에는, 사랑이란 애지욕기생(愛之慾基生)’,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사랑이란 단어의 해석은 다양하지만, 난 그때부터 이 애지욕기생말고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을 살게 해주는 것!

이 고귀하고 눈물겨운 말은 나를 숙연하게하며, 내 몸과 마음을 사랑으로 이끈다. 사람을 살게 하는 방법과 종류는 각자 다를 것이고, 그렇게 우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며 살고 있다.

 

셰프 임지호가 사랑을 행하는 방식은 당연히 요리하는 것이다. 자연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건강하게 살려,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맛있게 먹이는 것이다. 요리를 하며 두런두런 그들의 사연도 들어주고 위로도 해준다.

 

임지호의 밥-땅으로부터임지호가 만든 요리책답게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뿌리, , 꽃이 요리의 재료가 된다.

비트, 알토란, 나문재, 청보리순, 원추리, 부지깽이, 개망초, 사자발쑥, 함초, 엉겅퀴, 명아주, 진달래, 송화, 괭이밥, 작약, 아까시나무 꽃, 꽃 양귀비, 찔레꽃.....

이런 재료들로 카나페, 차 샐러드, 국수, 떡을 만든다. 그저 보기만해도 건강함이 느껴진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평생을 방랑 식객으로 산 그의 열정과 노력이 이 요리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쁜 현대인들은 이런 재료들로 요리를 할 수가 없다. 나 역시 이 요리책에 소개된 요리중 할 수 있는게 몇 가지 밖에 안된다. 하지만 임지호 셰프가 추구하는 것을 잘 알기에 이 책에 들어있는 그의 요리를 예술 작품이라 이해했다. 그가 하는 요리 스케치와 장식 또한 예술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태어나 요리로써 삶을 노래했다. 때에 맞춰 변화하는 자연, 그 순환의 법칙 속에서 지고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땅의 생명들에 언제나 도움을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자연의 진솔한 흔적이 녹아든 음식은 땅에 발붙인 또 다른 생명, 사람을 살리기에.

너와 내가 아닌 나와 나 밖의 내가 존재할 뿐인 세상에서, 살아있음에 대한 찬사와 같은 한 끼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다.-p 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3-09 16: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분이 운영하는 식당에 아주 아주 오래전에 가족들 하고 갔었는데
메뉴판에 음식은 없고 그날 그날 계절별로 메뉴가 짜여져 있었어요.
저희 가족이 간날은 유채꽃 밥상이였는데
유채 기름으로 볶은 나물과 산채 요리
00지역에서 몇월 몇일에 수확한 돌솥밭
산더덕을 넣어 끓인 수프 키조개 껍질 위에 야생 두릅, 달래, 제주도 유채꽃
요렇게 먹었던 기억이 ㅋㅋ

계절의 한부분을 감상하며 먹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건강한 밥상이였네요. ^.^

페넬로페 2021-03-09 17:53   좋아요 2 | URL
요즘은 강화도에서 ‘산당‘ 이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하시더라구요~~
기회되면 꼭 한번 가보려고 해요^^
제가 임지호셰프 팬이거든요.
맛은 좀 심심할듯 한데 그래도 꼭 먹어보고 싶어요**
 
라이프 트렌드 2021 : Fight or Flight
김용섭 지음 / 부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이란 항상 변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며, 어느 정도의 예상도 한다. 물론 그 예상이 빗나가기도 하고, 어떤 변수에 의해 번복되기도 하지만, 2020년 한 해는 특히 우리에게 급변의 상황을 주었다. 갑자기 우리에게 닥친 위기에 당황하고, 그 대처방안에 우왕좌왕했지만, 사실 이것이 오래전부터 경고되어 왔던 것의 결과물일지도 몰라 한편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해가 바뀌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벼랑에 몰린 우리는 스스로 살아 갈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누군가를 믿고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다리기엔 너무 절박하다.

 

대개의 계획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연결되는 흐름에 기초하는데, 2021년을 앞두고는 계획의 방향을 잡지 못하는 이가 유독 많다. 우리가 살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 팬데믹이 초래한 사회적 격리와 봉쇄 속에서, 일상의 당연한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2020년을 살았기 때문이다.-p4

 

라이프 트렌드 2021에도 팬데믹이 그 중심에 있다. 저자는 2021년을 관통할 트렌드 코드로 ‘Fight or Flight(맞서 싸우거나 도망가거나)’를 제시한다. 상황이 급변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난무한 이 때에 치열하게 맞서 싸우거나, 과감히 회피하여 도망가라고 한다. 여기서의 회피는 비겁하거나 무능한 것이 아니라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작전상 후퇴이다.

또한

세이프티 퍼스트(Safety First), 뉴 프레퍼(New Prepper), 팬데믹 세대(Pandemic Generation), 욜리(YOLY), 피시(FISH), 로컬(Local), 메타버스(Metaverse)등의 단어를 제시하며 올해의 트렌드를 예상한다.

 

위기는 이미 누구에게나 다가왔고, 과거에 구축한 사회 체계와 관점으로는 풀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이지만 오히려 거대담론을 논의하자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에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것인가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절체절명의 화두이다. 복지에 대한 방향, 기본 소득, 인구 절벽에 대한 대처 방안들은 지금 이 시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담론으로 본다.

 

미국 캔자스주에 있는 서바이벌 콘도(Survival Condo)는 아주 비싼 호화 벙커다. 1960년대 초에 건설된 이곳은 원래 핵탄두가 탑재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보관하던 지하 격납고였다. 이를 부동산 개발업자가 매입해서 부자들을 위한 피난처로 개조해 2012년에 분양했는데 100평 규모의 아파트가 450만 달러였지만 분양하자마자 다 팔렸다-p93

 

다 아는 사실이지만 부자들은 위기에 더 많은 돈을 벌고 살아남을 수 있다. 비대면 경제시대에 가진 자가 훨씬 더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경제적 격차는 더 가속화되고 설국열차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어디서부터 그 원인을 찾고 어떤 말을 해야할지 나로서는 역부족이지만 어쨌든 모두가 잘 살아갈 수 있는 논의는 분명 있어야한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각종 공해와 쓰레기가 이러한 팬데믹을 가져왔지만, 우리는 지금 살기 위해 일회용품을 무한정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에서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의 의미를 새기고, 공존을 위한 삶은 필수이다.

 

팬데믹 시대를 맞이해 그것에 관련된 책이 쏟아져나오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해야하며 그것은 무척 어렵다. 다만 세상이 돌아가는 방향과 그 물결의 흐름을 아는데는 이러한 책들이 도움이 된다. 귀찮지만 급변하는 세상에 머리를 싸매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치열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세이프티 퍼스트
우리는 확실하게 경험했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도록 만들기 위한 지난 수십 년간의 어떤 시도보다, 한 번의 강력한 팬데믹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손 씻기와 개인위생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안전민감증으로 우리는 좀 더 안전할 수 있게 되었고, 안전과 위생은 우리의 중요한 욕망으로 부상했다. - P35

뉴 프레퍼
프레퍼란 재난과 사고가 닥칠 것을 우려해 일상생활 중에도 생존을 위해 스스로 대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 P80

팬데믹 세대
팬데믹 세대는 나이도 어리고 지위와 돈도 없지만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은 그 누구보다 강력하다...그들의 세력화는 환경과 기후 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만들었고, 미닝 아웃을 통한 적극적인 소비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 P173

욜리(You Only Live for Yourself)
한 번뿐인 인생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인생은 자기 힘으로 살자는 것이다. 남의 눈치를 보며 살기보다 남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 자신이 편한 관점에서 살자는 것이다. 착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P195

피시(Financial Independence Sustainable Hobby)
경제적 독립을 이루려면 돈도 잘 벌고, 투자도 잘하면서 잘 관리하는 것이 필수다. 이렇게 확보한 경제적 기반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과 취미를 지속적으로 누리며 살자는 것이다. - P196

메타버스
3억 5000만 명이 존재하는 메타버스 공간은 그 어떤 플랫폼보다 강력하다. 오죽하면 넷플릭스의 CEO가 넷플릭스의 라이벌은 디즈니가 아니라 포트나이트라고 했을까. 강력한 소셜 플랫폼은 좋은 콘텐츠만큼 중요한 무기다. - P290

서스테이너블 라이프(Sustainable Life)-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서스테이너블 라이프는 우리의 일상과 소비에서 중요한 요소로서 삶의 관점과 태도가 되었다. 그리고 비즈니스에서도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는 필수 경쟁력이 되었다.이렇게 변화한 이유는 바로 공존 때문이다. ...많은 이가 전염병의 실체와 생태계 파괴, 기후 위기 문제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P316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2-24 2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각자도생이지만 거대담론을 논해야할 때라는것에 공감해요. 뽑아주신 명칭들 두 개 빼고 다 완전 낯설어 궁금ㅋㅋ🙄 욜로아니고 이제 욜리네요!

페넬로페 2021-02-24 22:57   좋아요 2 | URL
네, 우리 모두 공존하기위해 노력해야 할 듯해요^^이 책에 나오는 새로운 용어들을 알아가는게 재밌어요.
뭔가 트렌드를 좀 아는 느낌!

scott 2021-02-24 2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그러네요 요즘 뉴노멀,뉴노멀이라고 전부들 한마디씩 하는데 페넬로페님이 적어주신 트렌드 용어 입에 착착 감기게 외워야쥥 근데 전 태생적으로 욜리 같이 살아서 솔직히 요즘 넘 편해여 ^.~

페넬로페 2021-02-25 00:41   좋아요 2 | URL
저는 전에는 트리플 A형처럼 살았는데 많이 바뀌었어요.요즘은 맘편히 살려고해요~~욜리에 가깝게요^^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번씩 소설을 읽을 때, 그 내용보다 작가의 문장에 빠질 때가 있다. 주인공의 생각과 말에 얹힌 그 문장들이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상황을 똑바로 보게 한다. 니클의 소년들은 작가의 좋은 문장으로 인해, 인종 차별을 받는 흑인들의 불행함을 넘어,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직시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당연히 이 책의 내용도 좋다. 복선과 반전도 절묘해 소설을 읽는 재미도 있다. 오래간만에 스토리와 문장, 작가의 개입이 잘 짜여진 훌륭한 소설을 만났다.

 

짐 크로법이 이미 효력을 잃었지만 여전히 인종 차별이 심하게 존재하는 남부의 탤러해시에 누구 못지않게 착하고 반듯한 흑인 소년, ‘엘우드 커티스가 산다. 그는 마틴 루터 킹목사의 연설을 들으며 흑인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불의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품위를 갉아먹는 것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나서며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년이다.

 

엘우드는 하나의 원칙에 마음이 기울었다. 킹 목사가 그 원칙에 형태와 소리와 의미를 주었다. 짐 크로처럼 검둥이들을 계속 누르려고 하는 거대한 힘이 있고, 엘우드 너를 계속 누르려고 하는 작은 힘이 있다. 이를테면 주위의 다른 사람들. 이런 크고 작은 힘 앞에서 너는 꼿꼿이 일어서 너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p39

 

그런, 누구 못지않게 착한 엘우드는 생각지도 않게 누명을 쓰고 악명 높은 니클 소년 아카데미라는 감화원으로 가게 된다. 니클 안에서 자행되는 만행은 뻔하다. 원칙 없음. 가차없는 폭행과 살인. 강제적 데이트라 불리어지는 어른에 의한 강간. 노동. 주정부에서 지급되는 물품들을 뒤로 빼돌려 이익을 챙기는 윗대가리들. 바깥의 자유로운 세상에서는 착한 척 하지만 니클에서만은 가식을 떨지 않는 어른들. 언제나 오트밀을 먹는 망가진 소년들.......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니클에서도 엘우드는 고민한다. 삶의 방향을 어디로 정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조용히 모든 것에 눈 감고 침묵해서 그곳에서 벗어날 것인지, 아니면 죽을 지도 모르지만 장애물을 정면으로 통과해 니클의 실상을 알릴지에 대해 엘우드는 갈등한다. 그리고 엘우드는 선택한다.

 

이렇게 정의의 메커니즘이 움직이게 된 것은 버스에서 앉으면 안 되는 자리에 앉은 여자, 금지된 식당에 들어가 호밀빵에 햄을 얹은 샌드위치를 주문한 남자 덕분이었다. 이번에는 증거를 담은 편지가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 -p226

 

지금 현재 겪는 불행이 무서운 건, 그것이 현재에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폭력과 차별에 의해 남들과 똑같은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출발선에 서지 못한다. ‘그들은 평범한 삶이라는 소박한 즐거움조차 누릴 기회가 없고, 경주가 되기도 전에 이미 불구가 되어 절룩거리며, 정상이 되는 방법을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니클이 폐쇄되고 인종 차별이 없어져도 니클의 소년들은 여전히 니클에서 산다. 애써 막아놓고 일상을 살아가지만 어두운 곳에서 언제나 니클은 그들을 지배한다. 불행은 여전히 불행을 가져온다.

 

착하고 굳건한 소년, 엘우드가 혼자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인식과 관심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해주기를 마냥 기다리면 빠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그는 마틴 루터 킹목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지만, 사랑해야만 한다는 목사의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니클의 소년들은 스토리의 전개와 거기에 스며든 문장들이 잘 짜여진 좋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폭력에 놓여진 소년들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그 시대에서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사람에게 가해지는 여러 종류의 폭력은 여전하다. 그 폭력을 보는 것이 힘들어 많은 것에 눈 감는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그것에 대항해 싸워줄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를 하며 슬그머니 빠지는 나 자신을 본다. 니클에서 혼자 저항하지 않고 같이 싸웠더라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는 무력감도 있다. 모든 것이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이라서 내가 개입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상대라는 두려움도 있다. 나를 지키고자 선택한 침묵이 분명 이 세상의 수많은 엘우드를 외롭고 힘들게 할 것이 분명하다. 부끄럽다, 세상을 살아가기에.

 

어렸을 때 그는 리치먼드 호텔의 식당을 지켜보았다. 그의 종족에게는 금지된 장소였지만 언젠가 그 문이 열릴 것이라는 믿음을 안고, 그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어두운 감방에서 그는 자신의 기다림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는 어두운 피부색을 초월해서 인정받기를 원했다.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 동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그를 동지로 불러줄 사람, 똑같은 미래가 다가오고 있음을 아는 사람, 비록 속도는 느릴지라도 뒷골목과 신선한 나날로 점철된 그 미래 앞에서 손으로 쓴 항의의 팻말과 연설에 장단을 맞추는 사람. 커다란 레버에 체중을 실어 세상을 움직일 준비가 된 사람. 그런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그 식당에서도 다른 곳에서도. -p245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2-21 00: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회에서는 죽어서도 골치덩어리라고 ㅜ.ㅜ
‘자신의 영혼을 믿고 자부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루터킹 목사의 말도 전혀 믿지 못하는 사회 ㅜ.ㅜ


페넬로페 2021-02-21 00:41   좋아요 5 | URL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이 궁극적으로는 맞는 말일까요?
이 책은 참 많은걸 생각하게 해주네요^^

scott 2021-03-05 15: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 추카~* 추카~
행운의 福🐸개굴
놓고 가여 ^0^

페넬로페 2021-03-05 16:28   좋아요 1 | URL
scott님 감사합니다^^
scott님도 축하드려요**
 
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좀 빌려줄래?》는 낮에는 치과 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랜트 스나이더'의 카툰 에세이이다.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책 좀 빌려줄래?'를 읽는 동안, 나에게서 계속 이런 말이 나왔다.

 

푸하하, 그래, 맞어, 어쩌면 이렇게 나랑 똑같을까.

이 세상 어디에서나 책에 파묻혀 사는 인간들이 많구나.

책에 대해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내가 항상 사용하는 단어인 '언젠가는'이라는 말을 이 작가도 하고 있네.

'파리대왕'이 두 번이나 나왔는데 좋다는 거야, 아님 좀 아니라는 거야? (나는 좋게 읽었는데)

이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구나!

레이먼드 카버, 레이먼드 챈들러, 레이 브래드버리도...

셰익스피어에 대한 정리를 잘 했네.

시에 대한 생각들은 좀 심오하니 다시 천천히 읽으며 생각해보자.

라틴어에 대한 것까지? 치과 의사가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쓰고 대체 세상이 왜이리 불공평한건지, 휴, 난 도대체 뭐람?

 

이 책에는 책덕후의 일상과 생각뿐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고충도 그려져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의 모습들과 글을 쓰고자하는 노력들이 재미있으면서도 따뜻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느끼는 생각과 어려움을 경쾌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이 책 읽을 시간이 어디있어. 집에 갖다 놓은 책 대부분은 결국 펴보지도 않겠지. 혹시 이런 사람이 되면 모를까...부랑자, 할 일 없는 재벌 2세, 골프 안 치는 은퇴자, 신동, 수감자, 소도사, 문학 평론가, 소설가...-p7

 

요즘 세상에 책 말고 다른 재미있는 것도 많은데 나를 비롯해 책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책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욕망과 자본이 최고인 이 사회에서 책덕후인 우리들은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절대 책을 포기하지 못한다. 책에 파묻혀 사는게 행복하기에....한번씩 내가 아웃사이더같은 느낌이 들 때, 뒤쳐지는듯한 불안감에 잠을 자지 못할 때 이런 책은 친구가 되어 나를 위로해준다. 오래간만에 많이 웃으며 책을 읽었다. 

 

책의 힘을 믿는 사람들에게- 책의 뒷표지에서.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2-08 22: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랑자도 아니고 할 일 없는 재벌 2세도 아니고(할일은 많고 3-4세 부자 친구들만 ㅋㅋㅋ/근데 이런애들 책 진짜 많이 읽는데?/)) , 골프 안치고, 신동도 아니고 , 수감자도 아니고, 소도사는 몰라서 패스 ㅋㅋ, 문학 평론가, 소설가도 아닌데 왜?? 책더미에 깔릴정도도 모자라서 킨들에 몇만권을 ㅋㅋ이정도면 집 자동차랑 바꿔야 하죠? 페넬로페님 ( *˘╰╯˘*)

페넬로페 2021-02-08 23:48   좋아요 3 | URL
에이 그런 사람 아니어도 scott님 자체가 책덕후이자 만능재주꾼이예요^^

미미 2021-02-08 2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빨리 읽고싶어요! 저 도서관 신청했는데 2순위에서 1순위로 올라옴! 덕분에 더 두근두근😳

페넬로페 2021-02-08 23:49   좋아요 3 | URL
네, 읽으면 재미있어요~~

라로 2021-02-09 08: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들 이름을 레이먼드 라고 지으면 글 잘 쓰는 작가가 될 확률이 좀 높은 걸까용?? ㅎㅎㅎ
아참! 저 작가 인스타그램 보셨어요? 저는 인스타 보고 책 안 사는;;;;(치과 의산데 제가 안 사줘도 돈 잘 벌겠죠, 뭐~~~~😅)

페넬로페 2021-02-09 08:59   좋아요 2 | URL
책에서는 세 줄기 빛 ㅡThe Three Ray 라고 표현했더라구요~~
제가 인스타그램을 안해서 이 작가에 대해 잘 모르지만 확실히 돈을 많이 벌것 같죠 ㅎㅎ

붕붕툐툐 2021-02-10 1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슨 같은 책, 다른 리뷰네요~ 페넬로페님은 진정 명품 리뷰어~👍

페넬로페 2021-02-10 13:23   좋아요 1 | URL
붕붕님 덕분에 기분좋고 경쾌하게 이 책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02-10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리뷰 읽으니 이 책 더 읽고 싶어졌어요!!!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1-02-10 13:25   좋아요 1 | URL
이 책도 버스데이 걸처럼 길지 않으면서도 의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인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1-02-11 0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많이 있어도 읽을 것들은 늘 좋아요.
페넬로페님 설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페넬로페 2021-02-11 08:39   좋아요 1 | URL
네 언제나 책을 읽는것은 좋죠~~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 사람의 살아온 모습을 상상하고, 그가 나타낸 말과 행동의 배경과 사연들이 궁금하다. 잔잔하고 단아한 김금희 작가의 문장은 사람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그것이 김금희 문장의 큰 힘이다.

 

배경의 묘사가 좋은 소설 복자에게는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우리는 수없이 반복되는 일상보다 어느 순간에 맞닥뜨리는 특별한 이유로 관계 맺기를 더 많이 한다. 그리고 그 관계는 깨질 확률이 더 크다. 돌아갈 수 없고, 돌이키기가 힘들지만 나는 나이기에, 나의 관계를 결정한다.

 

제주의 한 의료원에서 일어난 산재사건과 그 소송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의 주된 배경은 제주이다. 제주의 방언과 모습이 잘 나타나있다. 그러나 모티프로 사용한 소송의 과정은 자세히 서술되지 않았다. 난 그것이 더 좋았다. 힘없는 피해자들이 거대한 공룡과 싸우는 어렵고 끝없는 과정은 말 안해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작가는 그 과정 중에 도움을 주고 싶지만 오히려 빠져주어야만 그것에 도움이 되는 자의 상실과 억울함을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어린 시절의 질투와 어리석음은 많은 후회를 낳고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 돌고 돌아 먼발치에서 바라본 과거는 아무것도 아니며, 많은 것이 이해될 수 있지만 그땐 어쩔 수 없는 내가, 순수하지만 덜 익은 아이가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정작 어른이 된 우리들은 얼마나 또 어른다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영초롱이 돌아본 자신과 복자에게는, 이미 상처받은 유년의 아이들이 서로 기댈 곳을 찾는 동시에, 더 이상 자신의 것을 잃기 싫어하는 관계의 맺음과 끊어짐이 있었다. 어른이 되어 다시만난 그들이 그 아무것도 아닌것을 넘기려고 하지만 또다른 난관에 부딪혀 두사람은 튕겨진다. 그런 두사람의 얼룩짐은 회복될 수 없는 듯 하지만, 복자에게 부치지 않는 편지를 쓰는 영초롱에게서 조금은 다가가려는 여지가 보인다. 나의 주체성으로 선택한 어떤 단호한 결정이라도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먹먹하고 감동적이다.

 

두 번 이나 연달아 읽었는데도 이 소설에 대한 글쓰기가 어려운 건 복자에게가 쉽게 읽히면서도 그만큼 깊이가 있다는 뜻이 될 수 있겠다. 평범한 듯한 소재로, 사람과 사건들을 잘 묶어놓았다. 영초롱과 복자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순수하면서도 심지가 있는 청년 고오세가 난 좋았다. 주인공 영초롱의 직업이 판사라서, 판사의 일에 대한 것도 많이 서술되어있다. 잠시 그곳에 다녀와 그 세계도 들여다봤다. 영초롱의 상사인 이영춘 부장판사가 그녀에게 읽으라고 했던 볼테르의 관용론의 어느 한 부분도 이 소설을 형성하는데의 일부분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말' 에서 작가는 이 소설의 한 문장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실패를 미워했어, 라는 말을 선택하고 싶다고 한다. 사표를 낸 영초롱과 더이상 상영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를 하지 않는 영초롱의 동생 영웅은 이러한 것을 실패가 아니라 '인생을 더 깊이 용인한다는 자세 아닐까?' 라고 한다. 이 구절이 내가 선택한 이 소설의 한 문장이다. 앞으로 실패라는 감정을 느낄 때 이 문장을 생각한다면 힘이 날 것 같다. 

어쩌면 그 말을 들었던 그 순간에 나는 슬픔에 대해 온전히 알게 되지 않았을까. 마음이 차가워지면서, 묵직한 추가 달린 듯 몸이 어딘가로 기우는 느낌이었다. 어느 쪽으로? 여태껏 가늠하지 못한, 그럴 필요가 없었던 세상 편으로. - P15

내가 아빠를 미워했어. 아빠가 실패해서 아빠를 미워했어. 그런데 그러면 나는 아빠가 아니라 실패를 미워한 셈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아빠를 안 미워했어.그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 P61

그리고 농담은 우리에게 일종의 양말 같은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의 보잘것없고 시시한 날들을 감추고 보온하는 포슬포슬한 것, 농담을 잘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면 하루가 활기차다고도 했다. - P81

생선을 토막 내고 오징어를 손질하는 주인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 파리떼가 그의 유일한 아우라 같았다고 고모는 적었다. 오직 그것만이 토막 난 생선처럼 종결되지도 않고 차양 아래 오징어처럼 다 물러지지도 않은 채 생이 계속된다고 증언하는 듯했다. 그 비린것에 달라붙는 파리떼처럼 칼과 도마와 고무장갑에 내려앉았다가도 공기 중으로 와락 떠오르며 우리도 산다고. 우리가 이렇게 구차하고 끈질기게 기꺼이 산다고. - P143

내게 놀라웠던 건 볼테르의 마지막 물음이었다. "이렇듯 가장 거룩한 신앙심도 지나치면 범죄를 낳는다, 해서 어떤 이들은 자비나 관용, 그리고 신앙의 자유란 사실상 기만이라고 냉소하지만, 그러나 진정으로 반문하건대 자비나 관용, 신앙의 자유 자체가 과연 그같은 재앙을 초래한 적이 있었던가? - P235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1-28 1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페넬로페님이 밑줄 쫘악 하신 문장들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말 속에 작가에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 있네요.
이분에 작품은 ‘편혜영이 수상한 김유정 작품집에서 처음 읽었었는데 그때 느낌이 수상작보다 잘썼다고 생각했는데,,,

종교라는게 늘 그랬듯이 버텨내는 자들에게 기꺼이 삶에 복을 약속하지만 사람에 앞날이라는게 약속한데로 흘러가는게 아니라는것을...
복자에게 읽고나면 스쳐지난간 몇몇 사람들 모습이 떠오를것 같네요

페넬로페 2021-01-28 20:23   좋아요 3 | URL
네, 이 책엔 깊이 들여다봐야 할 좋은 문장들이 많아요~~
scott 님의 말씀대로 지나간 사람들이 떠오르고 그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어요^^

붕붕툐툐 2021-01-29 1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마트 도서관에 「복자에게」가 5권 있기에 요즘 유행하는 책인가 난 전혀 정보가 없는데... 하던 차에 페넬로페님의 리뷰를 읽게 되니 너무 좋으네요~ 완전 나이스 타이밍
!!^^😄

페넬로페 2021-01-29 13:57   좋아요 2 | URL
쉽게 읽히면서도 깊이가 있는 책이예요~~
제주에 대한 묘사도 많아 가고 싶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