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수를 죽이고 - 환몽 컬렉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0
오쓰이치 외 지음, 김선영 옮김, 아다치 히로타카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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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쓰이치, 나카타 에이이치, 야마시로 아사코, 에치젠 마타로-

 

제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작가들이 내놓은 단편집이다.

 

책 띠지를 보면 왜 이런 문구가 나왔는지를 알게 되는 책, 처음엔 각기 다른 색깔의 단편들이라 작가들의 글을 읽는 시간이 즐거움을 주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같은 동일작가다.

 

즉 자신의 필명을 여러 개 사용하고 각기 이름을 내세운 작품에는 다른 느낌을 문학을 썼다는 데에 일단 저자의 창작 능력에 부러움은 느끼게 한다.

 

여러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 작가가 쓴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설정들이 때론 동정과 안타까움, 과연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짧은 단편 속에 담긴 이야기들 속에는 인생의 다른 면면들을 미래나, 환상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소년 무나카타와 만년필 이야기>는 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범인을 찾는 과정과 함께 학원폭력의 참상을 드러내는 작품이라 통쾌한 면도 있었고 긴장되는 순간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책 제목인 [메리 수를 죽이고]는 처음엔 사람 이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런 의미는 아니란 사실, 내용인즉 주인공인 '나'가 2차 창작을 통해 다시 만들어낸 창작 인물이란 것, 자신의 소망처럼 만들어낸 14세 미소녀 루카를 통해 다른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신선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릴처럼 다가온 제목이란 느낌을 읽기 시작한 작품이었지만 뭔가 남달랐던 작품-

총 5명의 분신처럼 여겨지던 작가의 노련한 7편의 단편은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을 재밌게 읽은 느낌마저 준 보너스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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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항설백물어 - 상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8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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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나 전설이 있고 전래가 있고 이런 것들의 바탕엔 인간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존의  책이 두 권 출간된 이후 근 10여 년 만에 [후 항설백물어]가 출간이 됐다.

상. 하 권으로 나뉘어 출간이 된다고 하니, 곧 얼마 있으면 후편을 만나볼 수 있다는 기다림이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들을 한두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때론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을까, 아니면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 그저 허구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일 것이다란 생각 속에 여전히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정서와도 비슷한 개념의 느낌을 받게 한다.

 

 메이지 유신에 이은 개화의 박차를 가하고 있던 당시 일본의 분위기상으로 신분의 계급도 다양한 젊은이들이 출현하게 되는데 요지로, 겐노신, 소베, 쇼마가 그들이다.

 

이들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이 이야기들의 뿌리들을 연구하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이다.

 

이런 그들이 찾아가는 사람은 선배인 자칭 잇바쿠 옹이라는 노인이다.

 

막힘이 있으면 잇바쿠를 찾아가는데, 바로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자신이 경험했거나 전해 들은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서 들여주기에 과연 이것이 실화인지 허구인지를 헷갈리게 한다.

 

저자는 에도 시대의 화가 다케하라 슈운센의 괴담집 「회본백물어繪本百物語」에 등장하는 고전 설화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전래의 맛과 전통을 지닌 채 실제의 일들을 합친 듯한 이야기들이 설정이 대단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총세편의 이야기들은 뱀을 수호신으로 모시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하늘 불, 붉은 가오리까지 모두 저마다의 재밌는 설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읽으면서 인간의 끝없는 욕심, 이런 욕심으로 인해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벌어지는 상황들은 인간의 양면성을 꼬집는 듯한 저자의 글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특히 붉은 가오리 같은 경우는 바다와 인간, 가오리에 얽힌 이야기들이 거대한 바다의 신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처럼 전설과 현재의 이야기를 혼합해 놓은 듯한 글의 흡입력은 그동안 후속을 기다려왔던 독자들에겐 많은 갈증을 해소시키는 데에 일조할 듯하다.

 

깨끗한 마무리의 결론이 아닌 뒤로 슬쩍 물러난 듯한 이야기의 뉘앙스 때문이라도 후속 편이 더욱 기다려지는 책, 과연 뒤편에선 마무리로 이어질 수 있을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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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오키타 밧카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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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증후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LD)-

요즘 방송에서 흔히 다루는 아이들의 성향이 다른 아이들보다 뚜렷하게 구분될 수 있는 특징을  드러내는 이름들이다.

 

이제는 책에서나 미디어 매체에서 다루는 일들이 전보다 많아지고 그런 성향을 가진 경우를 통해 익숙한 면도 있지만 이 저자처럼 자신이 이런 병들을 갖고 있었던 30년 전이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이해의 부족한 면이 많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저자의 코믹 만화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읽다 보면 코끝이 찡해오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어릴 때부터 이런 성향을 지닌 것을 몰랐던 부모들 ,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따돌림, 선생님들로부터의 체벌은 기본이고 홀로 다른 곳에서  선생님에게 당한 학대들은 수치심을 넘어 강한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타인들과 다르다는 점, 이런 성향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더라면 어린 나이에 유서를 쓰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저자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자신의 삶을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 지금은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가가 됐다.

 

 

 

 

 

나가 당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삶을 살아갈 수는 없는 법,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꼭 정해진 룰에 끼여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듯 자신의 어떤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아픔을 다른 곳에 승화시켜 또 다른 삶을 개척해 살아가는 모습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이 이율배반처럼 들리는 것에는 이런 저자의 가슴속에 고이 간직한 지울 수 없는 아픔이 있기에 만화를 읽고 나면 더욱 저자의 공감을 같이 느낄 수가 있는 책이었다.

 

주위를 살펴보면 지금도 이런 주위의 시선에 아픔을 느끼며 지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매체를 통해서 보고 느꼈던 것을 다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책, 저자의 솔직한 내면의 고백이 담긴 글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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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의 사랑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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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가로서, 특히 여성의 삶을 다룬 글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는 앨리스 먼로의 작품 중 한 편의 이야기가 담긴 티저 북이다.

 

그동안 저자가 다뤄온 여성들의 이야기들은 이번에도 그녀만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움을 준다.

 

착한 여자의 사랑이란 제목 하에 여러 단편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티저 북에 담긴 제목은 그중에 하나인 [자식들은 안 보내]이다.

 

과거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부분, 시부모와 수학교사인 남편, 그리고 두 딸의 엄마인 폴린은 생각지도 않게 파티에서 만난 제프리 톰이란 사람의 제안으로 연극에 참여하게 된다.

 

연극 제목은 [외리디스]-

에우리디케의 프랑스어 발음인 이 제목은 신화의 이야기를 따온 현대극으로 부활한다.

 

그런 그녀가 휴양지에서 제프리의 전화를 받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아니 포기하고 그 이후의 삶이 어떤지는 짐작만으로 해볼 수 있는 짧은 단편의 이야기는 누구나 정해진 인생의 정답은 없다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이처럼 저자의 짧은 단편 속에 감추어진 삶에 대한 방향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결정한 것에 대한 행동들을 통해 여성들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이끌어낸다.

 

 

단편을 통해 누구나 같은 인생은 없다는 사실, 그러므로 이런 인생, 저런 인생도 있음을, 여성들이 살아가고 있던 그 당시의 시대 속에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이루어나가는지에 대해 그린 이야기인 만큼 독자들이 읽고 난 후에 느끼는 감정들도 다양하게 나올 것 같은 이야기였다.

 

하긴 누구나 계획대로 진행되는 삶이라면 그 또한 재미없지 않을까도 싶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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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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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 북으로 만나 보는 작품이다.

 

흔히 말하는 제3세계의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즐거움은 영미와 북유럽권의 소설만이 지닌 특색을 넘어선 다양한 감정을 품게 한다.

 

알고 있는 이스라엘 작가 중에 아모스와 근간에 읽은 다비드 그로스만이 있다는 사실 외에   단편의 귀재라 불린 이 작가의 작품을 접해본 느낌은 장편 소설을 좋아함에도 단편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해 줬다.

 

길고 긴 이야기를 짧게 담는 단편이란 장르를 통해 이야기를 쓴다는 것도 대단하단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아들이 태어나고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기간인 7년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지정학적인 위치와 역사, 그 안에서 수시로 다가오는 미사일 공격, 때론 그런 상황임에도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피할 수 없는 역사 안에서 살아가는 보통의 인간들이 겪는 삶을 들려준다.

 

그 이야기의 주 소재가 타인이 아닌 작가의 가족 이야기란 점 때문에 특히 이 티저 북 속에 담긴 짧은 이야기는 저자를 중심으로 아들 레브가 탄생한 순간 아버지가 되고 자신 또한 한 아버지의 아들이란 위치 속에 사랑하는 아버지를 보낸 시간들을 그린 것이라 감동과 유머, 웃고픈 상황을 연신 느낄 수가 있다.

 

단지 어떤 한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환경과 그에 따라 수긍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본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 그 안에는 부모로서 느끼는 민감한 군대 이야기, 삶의 마감을 앞두고 낙천적인 생각과 유머를 날리는 아버지, 그런 가운데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저자의 눈물 이야기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그 한순간의 단순함을 넘어 공통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데서 이 책은 이런 범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있잖니.” 아이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끔 아주 힘들기도 하거든. 그러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적어도 지켜줄 사람 하나는 옆에 있어야 공평하지.”
 “아빠는?” 레브가 물었다.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빠는 누가 지켜줘?” 레브 앞에서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울었다. - p208, 「아버지의 발자취」 중에서)

 

 

전체적인 이야기들이 담긴 책을 모두 읽어보게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 저자가 말했듯이 비행기나 열차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사람에게 하는 편이 더 좋은 이야기라고 한 대목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칠 년간의 여정에서 무엇이든 한 가지는 당신의 마음속에 남길 바란다는 저자의 인사는 티저 북에 담긴 모든 이야기를 고이 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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