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재구성 - 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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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이야 평생에 갈까 말까 한 법원이란 곳-

 

말로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죄는 짓지 않았지만 왠지 꺼림칙하게 다가오는 곳이 바로 법원이다.

 

간단한 민사 재판부터 묵직한 주제까지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도 없는 판결을 내려야만 하는 곳이 바로 법원, 그중에서 판사란 직책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그 책임감이 막중할 것이다.

 

이 책은 얼마 전까지 현직 부장판사를  지냈고 지금은 변호사로서 다시 법에 관한 일을 하는 동시에 전문 작가로서 거듭나고 있는 도진기 님의 신작이다.

 

 

"사법부의 결정은 따라야 한다. 이건 우리 사회의 질서이다. 하지만 판결 안의 추론 과정마저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늘 옳다는 보장이 없고, 얼마든지 헤집어 볼 수 있다. 유전무죄 비판과 진영 논리들 때문에 오히려 면책되었던 판결의 '내부'를 짚어보려는 것이다. 그래야 판결이 졸지 않고, 외곬 논리는 도태된다." -P7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라고 생각되는 이 문장을 통해 저자가 그동안 판사가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그렇다고 아주 일반인은 아닌 법원을 벗어난 일반인으로서) 들여다본 판결 논리에 대해 저자만의 해석을 통해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를 준 논픽션이다.

 

실제로 한 판결만 빼고 이 책에 수록된 내용들의 판결문을 모두 읽어본 노력과 나름대로 논리 정연하게 재 해석한 글들은 딱딱한 논픽션이란 이미지를 거두어버린다.

 

총 3개의 큰 가지를 통해 판결 사안을 다룬 내용들은 얼마 전에 끝난 사건부터 합리적 의심의 정황 때문에 무죄로 풀려난 사건들까지 다양한 사례를 다루고 있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경우 사건의 관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시 재입국 소환해서 범인으로 결정 지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실제 법 이름까지 만들어내게 한 공소시효와 태완이 법, 얼마 전 읽은 '합리적 의심'의 소재가 된 낙지사건, 이제는 간통이 폐지가 됐지만 이혼에 있어 유책주의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까지의 이야기....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겨볼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그려낸 법원 판결의 이야기라 단순히 읽고만 그치기에는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중에서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정당방위'에 대한 부분이다.

얼마 전 방송에서도 프로파일러 교수분이 나오셔서 정당방위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상황에 대한 의미를 듣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 기억이 났다.

 

 

 

 

 

법이란 것이 창과 방패의 개념을 모두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막상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에선 이 두 부분들이 가장 절실하게 와 닿기에 법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시대의 흐름과 다양한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음을 이해하게 해 준다.

 

민감한 사건의 경우 생각하던 형량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판결이 났을 경우엔 보통의 우리들조차도 어리둥절하게 되지만 이 책을 통해 판결의 근원적인 배경과 논리, 법 안에서 최대한 할 수밖에 없는 선고의 개념과 선고를 내리는 판사들의 고심은 무거운 책임감이 동반될 수밖에 없음을 알게 해 준다.

 

특히 합리적 의심에 해당되는 경우엔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기에....

 

 

이 외에도 예술과 외설이냐의 결정을 지었던 즐거운 사라 사건이나 가수 조영남의 그림 사건,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은 일련의 사건들까지, 알고 보면 법 안에서 해결해야 만 하는 사건들의 다양성도 많고 그런 가운데 판사란 직책을 벗어놓고 보면 분명 물증은 없으나 범인임을 확신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도 증거가 우선시 되는 사건의 법 체계상 법이 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판결을 내려야만 하는 직업의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완벽에 가가운 증거 확보와 단서로 인해 누군가는 범인으로, 누군가는 무죄로 판명하는 종이 한 장의 차이는 실로 어마 무시하게 다가오게 만들기에 법이 완벽하게 무결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고른 판결을 내리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다.

 

 

현직에서 느낀 점을 토대로 우리나라 법 현실을 다룬 점들 가운데 판사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말엔 많은 공감을 하게 된다.

 

 

 

 

 

의사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에 최선을 다하듯 판사들도 자신들이 내린 판결로 인해 누군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억울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에 사건 하나를 맡게 되더라도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제시한 점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자 나름대로 판결 논리에 대한 다른 시각의 재해석을 제시한 글들은 소설적 재미와 함께 저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뒤 편의 이야기들도 하나의 읽는 재미를 준다.

 

항상 딱딱한 법률책만 끼고 있을 것만 같은 저자에게 이런 반전(???)이^^

 

재미와 흥미, 그리고 사실에 입각한 냉철한 분석까지 고루 갖춘 책,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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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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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4개의 작품으로 그 이름 자체를 알린 작가, G.W 제발트의 개정판이 나왔다.

 

처음 그의 작품을 대한 것이 '현기증, 감정들'이란 작품이었으니 이번에 만난 이 작품으로 인해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다른 느낌을 갖는다.

 

개인적으로 그가 다룬 문체나 글의 흐름이 쉽게 읽히진 않는 편에 속한다.

처음 대한 작품이 쉽게 읽히는 작품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런 이미지가 강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생각했던 것보다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세계화가 지구촌 안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형상이고 이 가운데 이민이란 형식은 여기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이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게 결정지을 수없는 사안이기에 이 책에 보인 네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대적인 배경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작품 속의 화자가 만난 네 명의 사람들은 자살하거나 자살의 형식처럼 취해 죽음을 맞는다.

 

단편 형식을 취하되 연작 형식으로 이어진 글들은 짧은 단편이 있는가 하면 단편이라고 하기엔 긴 이야기의 중편에 속할 수도 있는 사연들이 담겨 있어 그들의 인생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가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사뭇 다르게 받아들여지게 한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가 세 들어 사는 집의 주인인 헨리 쎌윈 박사다.

의사로서 생활하다 이제는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자처하는 그, 유대인이란 신분이 드러나면서 부인과 소원해지고 그런 그가 그려본 이민자로서의 고뇌와 고향에 대한 향수는 인생 후반부에 이르러 자살에 이르게 한다.

 

두 번째 주인공은 '나'의 초등학교 은사인 파울 베라이터 선생님이다.

부고 소식을 접하고 고향을 찾은 '나'가 선생님의 자살을 계기로 그의 인생 발자취를 찾아가는 형식은 한 인간의 인생의 흐름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한다.

 

교사로서 좋은 선생님이었지만 그가 겪은 개인적인 아픔은 아내의 강제수용소 이송 후 최후를 맞은 일, 자신의 핏줄 중에 4분의 1이 유대인의 피가 섞였다는 것 하나로 교사직을 그만두게 되었던 일, 그러면서도 또 다른 혈통의 아리안을 갖고 있었다는 것 하나로 전쟁에 참여한 일들은 그가 독일이면서도 독일 안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에 대한 딜레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번째 인물은 유대인은 아니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해 이민을 간 친척 할아버지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에 대한 이야기다.

 

유대인으로 이민을 온 집안의 집사로 일하면서 집주인을 모시고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놓은 글들을 통해 할아버지의 인생을 추적해 나가는 형식은 말년에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소, 1950년대 유행했던 전기충격 요법을 스스로 자진해서 받으면서 신체, 정신적인 소모를 감행하고 끝내 죽음을 맞이하게 된 사연을 다룬다.

 

네 번째 인물은 유대인 화가 막스 페르버의 이야기다.

유대인으로서 그가 겪어내아만 했던 이민의 사정, 그가 그림을 통해 펼쳐 보였던 감정의 파고, 그의 부모의 사연들은 역사적인 사건과 당시 독일인들이 행했던 행동의 결과로 탄생한 이미자들이 아픔을 대변한다.

 

총 네 개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실제 인물들을 만나보고 사진을 곁들여가며 이야기를 취하는 형식을 그렸다는  이 작품은 이민, 즉 디아스포라에 대한 각기 다른 사연들을 들여줌으로써 역사 속에 살아간 사람들의 아픔과 고향에 대한 향수, 그 이면에 펼쳐진 때론 증오와 회한의 감정들이 모두 묻어나 있다.

 

실제인 듯 아니면 허구인듯한 모호한 경계성의 글들이 제발트의 감각적인 능력이라면 이 작품 또한 이러한 범주에 충실한 면을 보인다.

 

실제적으로 만난 사람들이긴 하지만 화자인 '나'가 제발트인 것처럼 보였다가도 단순히 작품 속의 등장하는 제삼자의 화자처럼 보이는 형식, 이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삶의 또 다른 희망적인 채집하는 사람들의 등장을 통해 그나마 일망의 위기 순간 모면이나 짧게나마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처럼 보인 장치는  저자만의 관찰능력이 빚어낸 글이라고 생각된다.

 

단순히 유대인들이 겪었던 이민자들의 생활만이 아닌 다양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 모습들을 대변해주는 듯도 한 이 작품을 통해 한층 저자의 작품을 가깝게 느껴보게 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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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왕은 안녕하시다 1~2 - 전2권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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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하는 작품 속에 담긴 유쾌한 유머와 촌철살인의 문장들을 통해 신작을 기대했던 만큼  저자만의 색깔을 지닌 입담은 여전함을 느낀다.

 

 

 

흔히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고들 한다.

누구의 손에 의해 쓰였는가에 따라 후세들은 그 근간을 기본으로 당시의 시대적 흐름과 그 안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통해 취할 것을 취하는 배움의 자세를 지니며 살아간다.

 

 

 

이런 것을 볼  때 기록이 의미하는 바는 승자의 손에 쓰인 역사 외에도 무명 씨의 손에 남겨진 작은 문장 하나라도 비교하고 다뤄봄으로써 또 다른 역사의 시선을 바라보는 시야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바로 이 소설은 그 출발점이 타 작품과는 다르게 시작된다는 신선함을 지닌다.

 

 

 

 

 

 

기생방을 운영하며 재산을 전국에 뿌려놓고 사는 할머니 밑에서 사는 파락호 성형은 어느 날 스승의 심부름으로 송시열 집에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는데, 그 수위가  인간으로서 겪기에는 상당히 억울함을 지닌다.

 

 

 

개가 분출한 큰 것을 핥아먹기 일보직전 10 살 가량의 미소년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모면을 하게 되고 그 소년과는 의형제를 맺게 된다.

 

 

 

자신보다 한창 어린 그 소년과의 의형제 맺음은 그 사람이 조선의 19대 임금인 숙종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왕은 자신과 맺은 의형제 약속을 결코 철회하지 않은 채 그를 궐내로 불러들여 벼슬 자리를 준다.

 

 

 

 

 

 

한낱 미천한 출신의 서자 출신인 성형이 바라본 당시의 세계란 그야말로 하루가 어떻게 뒤바뀌고 권세를 쥐고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사라지고 다시 돌아오는지를 목격하는 일들을 목격하는 일상으로 변해가는 세태를 느끼며 살아간다.

 

대왕대비와 대비, 중전의 죽음과 대비와 왕의 관계, 장옥정의 출현들은 비정한 궐내의 세계를 속속들이 알아가면서 이로 인해 백성들의 삶 또한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많은 문학 작품 속의 시대 배경중 하나인 숙종의 시대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시대였다.

선왕의 뒤를 이어 어린 나이에 왕의 자리에 오른 숙종이란 동생을 둔 성형이란 자의 눈에 비친 세상 사는 궐 내의 당내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 두 번의 예송 문제를 통해 서인과 남인의 자리가 바뀌면서 그 속에서 파리 목숨처럼 하루하루를 연명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당시 조선은 반정의 힘으로 오른 선대 왕의 자리 위치란 것이 강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숙종이 보위에 올랐을 때도 신하의 힘이 강하던 때였다.

 

 

 

책 속에는 많은 역사 속의 실제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면서 당시 시대적인 당파와 성형이 흠모했지만 왕에게 자신을 맡긴 장옥정이란 여인과의 관계, 자신이 모시고 있던 스승들이 사약을 받거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들, 바른말을 하는 인재를 죽이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새삼 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여러 감정을 성형이란 인물을 통해 보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숙종 또한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결코 피바람을 불면서까지 자신의 위치를 견고히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자신의 위치가 안녕해야 만 그 외의 모든 사람들이 안녕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선택의 기로에서 과감성을 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 왕이란 실체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던 해맑고 순진했던 소년의 모습이 어느 순간 자신의 위치를 넘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때론 죽음으로, 때론 용서로, 때론 베개 송사를 통해 정사를 결정짓는 모습들을 보는 성형의 마음은 왕에 대해 안타깝다가도, 미워서 벼슬 자리에 물러나가면서도,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이런 그의 행동들과 말들은 뒤 편의 헤어질 때까지 모든 애증의 감정을 쏟아붓는다.

 

 

 

그 누구도 하지 못할 시원하고 맛깔스러운 말로 인해 사이다를 날리는 역할을 자처하는 성형이 오히려  왕은 자신의 속내를 가장 솔직하게 내보인 것을 아닐까?

 

 

 

 

 

 

 

-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한 사람의 뜻이 아무리 지당하고 그가 아는 게 많다고 하여도 언제나 옳을 수는 없고. 한 사람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만인을 얻어야죠. 그러면 저절로 그 한 사람을 이기게 돼요. - p.171

 

 

 

 

 

 

 

자신의 안녕을 위해 수시로 서인과 남인의 사이를 경쟁시키듯 교묘히 그들을 아용하며 왕권의 강화를 이룬 숙종이란 동생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외로움과 고독을 형에게만은 진실로 보였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에겐 자신의 위치라는 것이 있다.

그 모든 사람들마다엔 저마다의 역사라는 굴레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인생이 있듯이 성형의 눈에 비친 당시의 피바람 속에 그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역사 또한 소중한 법이다.

 

 

 

 

 

 

 

 

 

 

 

 

격동의 일변도 속에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속성과 권력에 대한 야망, 그 안에서 몸부림치며 살아내야만 했던 그 누군가들의 삶이 있었기에 지금도 그 누군가의 삶은 계속될 수 있었음을, 저자는 역사적인 팩트 속에 가상의 인물과 실존인물들의 적절한 출현을 통해 새로운 역사소설을 창조해냈다.

 

 

 

 

 

 

성형이란 인물을 통해 조선 숙종시대를 그린 책의 내용은 천방지축 파락호가 무술을 연마함으로써 뛰어난 검객이 되어가는지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여인의 해바라기 사랑을 그 또한 옥정을 통해 실패한 아픔을 자신이 느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던 점은 실망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노량진 헌책방에서 우연히 건진 책을 통해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출발로 책 속에 책의 이야기처럼 구성된 장치, 과거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형식을 취해 독자(나)로 하여금 실제처럼 여겨지게 만든 속임수 또한 유쾌하게 그려진 점이 인상에 남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역사는 이어지고 흐르고 있음을, 그 안에서 펄떡 살아 숨 쉬는 민초들이 살아남았기에 우리들이 있다는 사실을 성석제 만의 작품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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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의 주문제작 만화
키크니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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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에 대해선 많이 알지 못한다.

가끔 동생이 요즘 이러한 것들이 유행이다~ 하는 것을 말할 때 듣는 정도의 관심이라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제목 자체도 키크니? 무슨 뜻인가 했다.

 

 최초의 '댓글 주문형' 개그 만화라고 표방되어 출간된 책이라서 그런지 자자의 번뜩이는 재치가 대단하다.

 

일단 키가 크다고 해서 키크니란 필명을 쓴 것만 봐도 개그의 기질이 넘쳐나는 것 같은데 별칭 '일러스트레이 터미네이터' 키크니로 불리는 저자가  네티즌들의 요청 댓글을 보고 이를 토대로 한컷의 짧지만 많은 느낌을 갖게 하는 그림을 통해 답을 해주는 형식이다.

 

책 속에는 주문형의 글이 먼저 나오고 뒤 장을 넘기면 댓글과 그림이 같이 보이는 형식이다.

때문에 네티즌들의 다양한 사연이 깃든 주문형을 읽은 후 다음 장엔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를 생각하며 넘기는 재미가 있다.

 

 

 

 

 

~~~~ 극한 일상이든 / 격한 소망이든 / 찐한 사랑이든 / 어떤 가족이든 / 쿨한 농담이든 / 묘한 상상이든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소제목 자체가 확 들어오는 메시지 기능처럼 담겨 있다.

 

이 책을 접하면서 알라딘 램프에 나오는 요술램프와 지니가 생각났다.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들, 아무리 버거운 주문이라도 즉시 해결해주는 만능 해결사 노릇을 자처한 동화 속의 인물들처럼 키크니의 댓글에 응한 글과 그림은 거대하고 원대한 것들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소확행의 기쁨을 누려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주문형 글들도 애완 반려견에 대한 생각을 알고 싶은 것에서부터 육아 고충에 시달리는 주부들, 학생들, 연애전선에 이상이 생긴 연인들, 직장 내의 상사와의 트러블들, 그리고 뭣보다 킥킥 거리며 웃다가 어느 순간 울컥하는 눈물샘 자극하는 그림과 글들까지...

 

 

 

 

 

 

 

아 ~ 이 작가의 이런 센스를 정말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깨알 같은 궁금증, 어머! 나도 이런 생각들의 물음을 떠올린 적이 있었는데, 저자는 이런 발상의 댓글을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한 책-

 

 

나도 한번 부탁의 주문을 넣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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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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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과의 교류, 그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관계 속에서 홀로 나만이 가지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라이언이라는 캐릭터가 그리는 순진한 이미지는 이미 인기를 넘어 이제는 보통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터라 이 책의 내용들과 아주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미 따뜻한 감성의 글로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전승환 작가와 라이언의 조합이라~~

 

이 외에도 어피치, 튜브, 콘, 무지, 프로도, 네오, 제이지까지 라이언을 위시한 이 주류들의 멤버들은 귀여움의 극치를 보인다.

 

요즘 유행의 패턴인지는 몰라도 자기만의 시간, 나의 인생 주인은 나란 사실을 부각하는 글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그만큼 수행하는 수도자가 아닌 이상 보통의 우리들은 '관계'라는 둘레 속에서 때론 공감을 받기도 하고 위안을 삼기도 하며 때론 상대의 힘든 것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말없는 응원을 보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오로지 나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은 얼마나 될까?

 

저자의 이런 시선을 통해 비로소 조금이나마 나가 홀로 가지는 '시간'에 대한 생각들, 타인의 시선에 익숙하다 못해 눈치와 조급함을 뒤로하고 잠시나마 여유를 가져보는 시간을 되새겨보게 된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조차도 버겁던 시절이 있었음을 깨달아가는 시간들의 연속성, 정작 나 자신의 힘겨움을 뒤로한 채, 오로지 인정받기 위해 극대치의 힘을 발휘한 적은 없었을까? 하는 되돌아봄을 통해 잠시 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것을 권유해 보는 책-

 

 

 

 

 

 

공감 속에 나 자신이 나에게 스스로 그동안 수고했다고 말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게 하는 책이라 저자가 전해주는 글들이 감동적이다.

 

라이언과 함께하면, 나에게 등을 두드리며 ~괜찮다고, 걱정할 것 없다고, 용기를 줄 것 같다.

 

그림 속에 함께 담겨 있는 글들을 통해 오늘도 나에게 애썼다고 칭찬해 주고 싶은 날들, 나 자신에게 셀프 위안 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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