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요리가 집밥으로 빛나는 순간
윤지영 지음 / 길벗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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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늘 밥을 고집하다가 이제 샌드위치와 샐러드로 범위를 넓히게 되자 점점 다양한 국적의 요리가 하고 싶어진다. 예전과 달리 다양한 국가의 소스나 식재료를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재료가 없어 하지 못할 요리는 거의 없다. 거의 한 접시만 준비하면 되는 일품요리도 좋고, 여행하며 만나 여러 나라의 음식을 직접 해서 먹어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그 레시피를 담은 책이다.

책은 7개의 파트로 나누어, 이탈리아, 프랑스, 유럽, 일본, 중국, 태국, 동남아 요리를 선보인다. 사진만 봐도 알록달록하게 다채로운 요리를 어떻게 그렇게 빨리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급한 마음에 레시피에 먼저 눈이 간다. 70가지의 요리를 대부분 30분 내로 만들어 내는 조리법이 아주 실용적이다.

저자는 아나운서로 어려서부터 요리에 흥미가 있었고, 미국교포와 결혼하고 홍콩유학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만들어봤다. 현재 쿠킹 클래스를 하면서 간단하지만 화려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소개한다.

여러 요리 중에서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만들고 싶은 요리인 마라상궈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라상궈는 마라소스에 여러 재료를 볶아낸 중국요리다. 새우와 오징어 같은 해산물이 주요 재료로 버섯을 포함한 다양한 야채를 넣고, 죽순까지 넣어 볶으면 된다. 주재료를 닭으로 바꾸어 만들어도 맛있을 것 같다. 마라소스(볶음용)만 있으면 나머지 소스는 다 집에 있는 것이어서 바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굴소스와 마라소스의 비율로 매운 맛을잡아주면 입맛에 맞출 수 있겠다.

이상하게 좋아하고, 만들어 보고 싶은 요리에는 중국요리가 많다. 몽골리안 비프는 미국식 중국음식점에서 먹어보고 홀딱 반해서 집에서 만들어보았던 요리인데, 마침 레시피가 있다. 녹말 입힌 소고기에 굴소스와 올리고당으로 소스를 만들어 볶으면 되는 단짠요리다. 소고기 등심이나 안심과 브로콜리, 양파가 주재료라 구하기도 쉽고 만들기도 간단한데 맛은 보장이다.

인도네시아에서 1년반을 살았을 때 너무 맛있게 먹어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음식이 투미스 캉쿵(공심채 볶음)이다. 메인 요리인 고기나 생선류를 시키고 우리의 김치처럼 야채메뉴인 캉쿵을 시켰는데, 그 맛이 중독적이다. 공심채만 구할 수 있다면 새우를 넣고, 피시소스와 굴소스와 마늘만으로 맛을 낸 캉쿵을 집에서도 먹을 수 있다. 검색해보니 공심채를 구할 수 있으니 재료 공급에도 문제가 없다. 정말 세계 각국의 재료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이게 맛있을까?'싶은 '고등어 케밥'은 터키의 오픈 샌드위치다. 고등어를 구워 샌드위치 위에 올려 놓고 먹는다는데,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흰살생선도 아니고 비릿함을 어떻게 잡을지. 가시발린 고등어와 바게트만 있으면 집에 있는 샌드위치 재료로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비릿함을 잡아줄 소스는 의외로 마요네즈가 아닌 그릭요거트 베이스라 더욱 마음에 든다. 고등어만 노릇하게 잘 구우면 그리 비릴 것 같지 않다. 생선을 좋아하는 가족에게 특미가 되겠다.

책의 구성이 꽤 간단하다. 완성된 요리사진과 간단한 사연을 보기 좋게 배치했고, 다음 장을 넘기면, 좌측에 요리과정 사진과 우측에 레시피를 소개한다. 설명도 쉽고, 사진도 지나치지 않고 적당하고, 글자 크기도 적당해서 요리하면서 펼쳐 두고 보기에 가독성이 좋아 마음에 든다.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이라면 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고, 주재료를 과감하게 바꾸어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 시도해보기도 좋겠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면 강추하는 요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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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 일상인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은 여행, 특별한 발견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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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을 마음의 스트레칭이라고 부릅니다. ...평소 생활 반경에서 벗어나 낯선 풍경과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4)."

도쿄도 서울처럼 빌딩숲의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면 벌판과 드물게 있는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잠시 도시에서 벗어나 산책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섬나라답게 바다가 펼쳐지기도 하는 것 역시 여행의 즐거움이겠다.

일본에 산 지 8년 정도된 저자는 '도쿄에 사는 사람들은 주말에 어디에 갈까?'라는 질문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힌다. 도쿄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산책하며 둘러볼 수 있는 곳 스무 군데를 소개한다. 책은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는데, 일본 음식, 미디어 콘텐츠의 배경장소,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장소다. 도쿄에서의 목적지까지 가는 교통편과 목적지를 둘러보는데 얼마정도 걸리는지, 어디를 둘러보면 좋을지 간단한 팁을 줘서 꽤 실용적이다. 저자가 추천하는 가볼만한 곳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여행 에세이지만 여행 가이드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다.

일본과 우리는 같은 듯 참 많이 다르다. 비빔밥과 돈부리처럼 말이다. 저자의 말대로 모든 게 섞여야 맛있는 비빔밥과 각각의 맛을 유지해야하는 돈부리는 두 나라 국민성을 아주 잘 나타내준다. 서로 챙겨주고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한국 문화와 지극히 개인적인 일본 문화의 차이. 어느 것이 좋다는 생각보다 가끔 한국적인 것이 그립기도 하고, 일본의 개인적인 성향이 편하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아무래도 일본 미디어 콘텐츠의 배경지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소설 <설국>의 배경을 다녀온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배경 마을인 가가가와현 가마쿠라는 삼면이 산이고 한 면이 바다로 트여있다. 등산도 하고 바다도 볼 수 있는 이 곳을 언젠가 한 번 다녀오고 싶다. <이웃집 토토로>의 배경인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는 마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신혼 때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숲을 걷고 싶어진다. 인위적인 광고판이 없이 그대로 펼쳐진 숲의 울창함이 사진 밖으로도 전해진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로 시작하는 소설 <설국>의 첫 문장처럼 기차를 타고 긴 터널을 통과하자 봄의 도쿄에서와는 다른 겨울 눈의 나라가 펼쳐진다. 어떤 느낌일까? 환상의 세계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겠다. 묘사만으로 궁금해지는 도쿄 북쪽의 니가타현 유자와도 방문해보고 싶다.

음식이라면 일본갈 때마다 먹는 스시, 장어덮밥, 우동과 같은 메뉴 말고 소박한 맛이 일품이라는 가나가와현 에노시마의 시라스 덮밥(시라스동)이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아주 잔멸치같이 생긴 시라스를 살짝 데치기만한 '가마아게시라스'와 날 것 그대로를 먹는 '나마시라스'를 흰 쌀밥에 가득 올린 시라스동의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회를 썩 좋아하지않기 때문에 나마시라스보다 가마아게시라스를 시도해보고 싶다.

소개한 곳들이 대단한 관광지가 아니어서 좋다. 놀이동산이 있고 체험관이 있는 그런 인위적이고 상업적이어서 외국 관광객들이 단체로 찾아갈 곳이라기보다, 한적하지만 일본 문화를 조용히 즐기다 오기에 좋은 곳들이다. 관광객이면서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배경을 알고 있으면 더욱 의미있는 곳, 짧은 시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 매력적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 보다 그 곳의 특징을 살펴보고 자연 속에서 거닐다 오는 여행. 생각만해도 행복하다.

해상도 좋은 사진과 설명이 치밀한 책은 아니다. 뭔가 빛바랜 듯한 풍경 사진과 음식사진이 처음에는 좀 촌스러운 듯하다가 자꾸 보니 일본스럽다. 아쉽게도 지도가 없어 저자가 다녀온 곳이 도쿄 근처 어느인지 알 수가 없어 인터넷에서 지도를 찾아 9개 현이 어딘지 확인하며 읽었다. 지도 하나 있었다면 좋았겠다.

읽으면서 이것저것 궁금하게 만들고, 한번 가보고 싶게 하고, 먹어보고 싶게하고, 저자의 외로움도 조금 느끼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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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가 남다른 과학고전
조숙경 지음 / 타임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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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고전책을 소개하는 책은 몇 권 알고 있지만, 과학고전을 소개하는 책은 처음이다. 저자는 12권의 과학고전을 소개한다. 저자가 고등학교 시절 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해준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 씨,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부터 현재 한국에너지공대(KENTECH)로 이어지는 인생 과정에서 만난 과학고전을 자전적 에세이와 함께 소개한다.

저자는 과학사철학을 전공하였다. 영국에서 과학사철학을 공부하며 일반과학사, 생물학사, 의학사, 확률철학 등을 공부하였는데 공부량이 엄청났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돌아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과학문화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활동하다 현재 교수로 일하고 있다.

가장 궁금했고 관심이 간 책은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 씨,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1985)다.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의 이야기를 파인만의 드럼 친구인 랠프 레이턴이 쓴 책이다. 파인만의 성과뿐 아니라 인간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책이라 의외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같다.

토머스 쿤은 '패러다임(한 시대가 공유하는 과학적 사고와 이론, 법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과학사학자이다. 그는 <과학혁명의 구조>(1962)에서 과학의 발전은 기존 패러다임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불연속적이고 혁명적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과학이 점진적이고 누적되는 것이라는 설을 반박한 것이다. 기존 과학자들의 저항이 거셌으나 현재 여러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저자는 경계인이었던 자신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서 살 수 있게한 원동력을 쿤에게서 받았다고 고백한다.

20세기 양자물리학의 대가인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가 안타깝다. 하이젠베르크에게 스승인 닐스 보어는 양자물리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가 독일이 우라늄 연구를 계속해야할지 자문을 구하러 가자 유대인이었던 보어는 독일이 또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 인연을 끊어버린다. 그후 보어는 맨하탄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하이젠베르크는 <부분과 전체>에서 과학의 발견이 대참사로 이어질 때 누가 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한다. 과학자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오류를 피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레이철 카슨의 1962년작 <침묵의 봄>은 DDT살충제로 새가 사라졌다는 조류학자 올가 허킨스의 편지를 계기로 쓴 책으로, 카슨의 인생을 바꾸었다. 침묵하지 않는 과학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뉴요커>에 자신이 조사한 바를 함께 실어서 이해관계업자의 공격을 받았으나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앨 고어가 존경하는 인물이고, 카슨으로 인해 지구의 날(4월22일)이 제정되었다. 소설처럼 부드럽게 읽힌다는 이 책이 궁금하다.

실험실에만 머무는 과학이 아니라 인문학자도 이해할 수 있는 과학의 대중화에 애쓴 저자의 이력과 더불어 과학철학사 전공으로서 소개하는 과학고전이 어떤 것인지 간단히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12권의 원서 사진과 함께 책에 대한 요약이 있어서 과연 읽을만한 내용인지 먼저 검토해 볼 수 있어서 좋다.

과학 고전을 읽고 싶은데 어떤 분야의 무엇부터 읽어야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면서 관심분야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엄두도 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과학고전이 생각보다 쉽게 다가올 수도 있고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소개한 <2500년 과학사를 움직인 인물들>(1989)에서는 과학자 17명을 영웅화하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또한 과학사를 정리하기에 좋은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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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
데이비드 핸드 지음, 전대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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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뉴턴이 세상과 우주는 수리적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한 것에 반기를 든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하는 코펜하겐 해석은 인과론적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 무작위적인 확률로 예측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코펜하겐 해석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우연의 확률에 반박하며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세상의 변화는 인과율이 작동한다고 주장하며 한 말이다. 주사위를 던진다는 의미는 확률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상징이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이 회의적이었던 우연의 확률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 데이비드 핸드는 영국인이다. 수학과 명예교수이기도 하고, 통계학계에서 저명한 인물이다. 유럽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알고리즘 매매 헤지펀드 중 하나인 윈턴캐피털매니지먼트의 고문이다. 그는 통계학을 우리 일상과 연결지어 쉽게 전달한다.

왜 우리는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불편하게 생각할까?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과 결과를 이해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면 미래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상상해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과거에는 우연의 일을 이해하기 위해 미신, 종교, 예언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우연과 가능성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생각(확률)은 우주가 결정론적이라는 세계관과 함께 나타났다. 비록 아인슈타인은 "당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는 신을 믿는 반면, 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의 완전한 법칙과 질서를 믿는다. 양자이론이 일단 큰 성공을 거뒀다 하더라도, 나는 주사위 놀이를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현재 우연은 고유한 법칙을 따르고 그 법칙은 확률론의 토대를 이룬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신은 우연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에밀 보렐은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렐의 법칙>을 내세웠지만, 우연의 법칙은 이를 전면 부정한다.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고, 계속 일어난다. 확률이 0에 가까운 일도 일어난다. 이러한 우연을 설명하는 5가지 법칙은 필연성의 법칙, 아주 큰 수의 법칙, 선택의 법칙, 확률 지렛대의 법칙, 충분함의 법칙이다.

무슨 일인가는 반드시 일어난다 필연성의 법칙, 아주 많은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아주 큰 수의 법칙, 무엇을 주목할 것인가를 사후에 선택한다는 선택의 법칙. 조건의 미세한 조정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확률지렛대의 법칙, 소수점 아래 무한대 자리까지 동일한 두 측정값은 없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매우 유사한 두 측정값을 보통 동일하다고 간주하는 충분함의 법칙을 간과하기 때문에 놀라운 사건들과 마주치게 된다. "우연의 법칙에 따르면 개연성이 극도로 낮다고 생각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틀렸기 때문이다. 이때 오류를 바로해 수정하면 낮은 줄 알았던 그 사건의 개연성이 실은 높은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282)."

우연의 법칙은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어 보인다. 인간의 존재에 대해 다윈의 진화론을 아주 큰수의 법칙과 선택의 법칙으로 설명하는 것은 흥미롭다. 진화론은 아주 오랜시간(아주 큰 수의 법칙) 환경에 적합하도록 변이된 개체(선택의 법칙)가 보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지구가 태양을 돈다고 말한 코페르니쿠스의 말은 지구가 우주의 존재에서 특별할 것이 없으며, 인류 역시 평범한 존재로 강등시켰다는 지적이 날카롭다. 지구가 태양계의 중심이아니라 일부임을, 똑같은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존재하는 행성임을, 우리 우주는 특별하지 않음을 깨닫게한다.

우연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해 역사적으로 변화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자가 말한 5가지의 우연의 법칙은 거의 모든 세상과 우주에 관한 일을 설명할 수 있어 보인다. 과학의 발전으로 이 책이 비판받게 되는 날이 오겠지만 꽤 설득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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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깨는 사고력
양첸룽 지음, 오드리 탕 구술, 이에스더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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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대만은 마스크 앱으로 마스크의 재고 상황을 파악해 구매하도록 했다. 긴 줄을 서거나 매점매석을 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큰 소란없이 대처했다. 이를 실행시킨 장관이 오드리 탕이다. 조금 더 검색을 해보니 사실 마스크 앱은 한국인이 먼저 개발한 것을 대만에서 발전시켰고 당시 디지털 장관인 오드리 탕이 승인해서 사용한 것이므로 아이디어 자체가 완전히 그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민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해소시키기 위해 발빠르게 마스크 판매처인 약국을 방문해 조언을 듣고 해결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책상에서만 업무를 처리하지 않는다. 현장에 답이 있다.

오드리 탕(1981-)은 심장병 때문에 14살에 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배웠다. 16살에 중국어 기사 검색 엔진 스타트업을 세우고, 나중에는 국내외 유명 기업에 입사해 일했고, 20대에 원격근무를 시작했다. 24살에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았고, 2016년 35세에 최연소 대만 디지털 장관으로 임명된다. 정규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일하는 방법을 깨우친 특이한 이력의 인물이다.

오드리 탕은 공유와 학습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대의 사람들이 함께 연구와 개발을 모으면 강력해진다고 조언한다. 소셜텍스트에서 8년간 원격근무를 했는데, 어떻게 각자의 나라에서 함께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오드리 탕의 동료들은 9개의 시간대에 생활하고 있었지만 스케줄과 각자의 일을 공유하고, 필요한 것은 학습해서 업무를 진행시켰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것으로 인식하는 직장생활과는 상당히 다른 업무방식이다. 모든 것이 공유되어 있으므로 내게 부족한 것을 배워 발전시킬 수 있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하루 딱 두 번 라인을 확인한다. 채팅창에서 끝없이 길어지는 대화를 피하기 위해 이메일을 이용한다. 시간을 관리하는데 '포모도로 기법'을 실천하는데, 25분 일하고 5분 쉬는 방식을 네 번 반복하는 사이클로 집중력있게 일한다. 또한 '수면기억법'은 자기 전 90분간 지식을 전하는 자료들을 읽고 10시에 잠에 들고 5시 반에 일어나 자기 전에 읽었던 것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메모하는 방법이다. 시간을 너무 느슨하게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정규학교도 중퇴하고 일반적으로 승진을 두고 경쟁하는 회사에서 일한 것도 아니다. 독학으로 관심가는 철학공부를 하였고, 프로그램 언어를 개발하고, 모두가 서로의 업무를 볼 수 있는 원격근무를 하였다. 주인처럼 공부하고 일했기 때문에 조직의 장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을지 궁금했다.

역시 국가 기관에 소속되었어도 조직의 위계질서의 전통에 매몰되지 않고 독자적인 조직 관리능력을 보여준다. 회의를 이끄는 법을 예로 들자면, '집중대화기법'이 실행력을 높인다. 본격적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각자 사안에 대한 느낌이 어떤지, 어떤 객관적 사실이 그런 느낌을 갖게 했는지를 자유분방하게 이야기한 후 '대략적 합의'에 도달한다. 공통의 경험이 있어야 대략적 합의에 도달하기 쉽기 때문에 경험이 없다면, 직접 경험한 후 회의에 참석한다. 완벽한 방법에 도달하기 위한 의미없는 회의가 여러번 이어지기 보다 빠르게 실행할 수 있겠다.

오드리 탕은 미래의 생활에 대해서도 선형적이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초중고대로 이어지는 선형적인 교육과정이 아닌 비선형적 교육과정, 한줄을 읽고 다음 줄을 읽는 독서가 아닌 키워드를 따라 읽는 독서, 9시에서 6시까지 일하는 선형 경제가 아닌 이동하며 일도 하고 놀기도 하는 노마드 경제생활, 층층시하의 결제를 받는 구조가 아닌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문제해결을 찾는 수평적 조직, 선형적 사고 대신 공간적 사고를 제시한다.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디지털 독재에 대한 우려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디지털 독재란 소수 컴퓨터 과학자들이 자료처리 능력을 장악하여서 다수의 저소득층과 힘없는 지식인층과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다. 국가를 초월한 이러한 기업의 독점적 네트워크 집권은 미래를 암담하게 할 수 있다. 분산을 통해 이를 방지해야하는데, 일례로 플랫폼 안에서 사람들의 상호작용 방식은 플랫폼 주인이 아닌 사용자들이 결정해야한다. 또한 사용자가 알고리즘이나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규범을 만들고 따라야한다. 현재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이나 빅테크 기업의 폐쇄적 운영을 비판한다. 공동창조와 공동작업만이 인류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길이다. 내 창조는 당신의 창조를 박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다음 창조를 더 쉽게 하기 위해서 이루어져야한다. 저작권이나 특허권이 의미없어진다. 과연 오드리 탕이 지향하는 미래가 될 것인지 의문이다.

오드리 탕은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선뜻 하기 어려운 방식을 과감하게 시행하고 성공한다. 그의 사고방식을 따르고자 한다면 일독할 책이다. 개인의 성공뿐 아니라 기업과 조직의 효율적인 업무진행을 위해서도 배워야할 점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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