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클로버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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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스 바비큐 사건으로 남녀 3명이 사망한다. 범인은 현장에서 잡혔고, 비소를 음료에 넣었다. 촉탁기자인 가쓰키는 비소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12년 전 비소 중독으로 일가족 4명이 사망한 사건과 연결짓는다. 당시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녀 아카이 미쓰바(레드 클로바)가 범인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미제 사건으로 남는다. 사건이 종결되고 몇 달 후에 가쓰키는 일가족이 죽은 집에서 무표정하게 라면을 먹는 생존자 미쓰바의 모습을 보면서 소름끼치면서도 슬픔을 느낀다. 두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아 기사를 쓰기 위해 그 마을을 다시 찾아간다.

12년이 지났는데도 범인이 잡히지 않은 까닭에 마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폐쇄적으로 살고 있다. 비소중독 일가족 사망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가쓰키가 방문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마을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졌고 그 비밀은 덮여져있다. 해당 인물들의 관점에서 비밀을 풀어나가다 보니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범인의 전모가 드러나게 된다.

조용해 보이는 바닷가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에는 인간 관계에 있어서 피곤함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따돌림, 뒷담화, 증오와 저주, 분노와 같은 무서운 감정들이 폭발한다. 어두운 분위기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인간의 비뚤어진 마음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는데, 남의 행복을 질투하는 마음, 사춘기 소녀의 반항, 버려졌다는 마음에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딸의 심리들이 적나라하다. 여러 사건이 얽히면서 오리무중이었던 것이 반전으로 결말을 맺는다.

소설에는 "죽임을 당하기 전에 먼저 죽이겠다"든지 "마을 사람들을 다 죽이겠다"는 과격한 말도 자주 반복되지만, 더 마음을 힘들게 한 말은 "자신이 한 행동은 반드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111)"는 철학자같은 말이다. 요양원에서는 늙어 제대로 말도 행동도 할 수 없는 엄마에게 짜증스러운 말을 하는 딸이 목격되는데, 그 딸은 어렸을 때 자신을 그렇게 대한 엄마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상처가 주는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보게 한다. 또한 저주를 비는 신사에 가서 다른 사람을 죽여달라고 빌면 당장에 그 소원이 이루어질 수는 있어도 결국은 그 저주가 자기에게 돌아온다고도 말한다. 모쪼록 원하는 것이 긍정적인 것이어야만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촘촘한 이야기 구성과 인물의 역할이 끝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책이다.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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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들의 죽음 - 소크라테스에서 붓다까지 EBS CLASS ⓔ
고미숙 지음 / EBS BOOKS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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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말은 조심스럽다. 나이든 사람이나 병든 사람 앞에서 죽음을 언급하는 것은 실례이고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혹은 죽기 전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과거 현명한 사람들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책은 8장으로 되어있다. 철학, 과학, 종교 지도자들이었던 소크라테스, 장자, 간디, 아인슈타인, 연암, 다산, 사리뿟따, 붓다까지 8명의 성인이 생각하는 죽음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가 죽음을 터부시하는 유래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근대 이후, 노동이 중요시되며 죽은 자는 노동할 수 없으므로 죽음이 내팽개쳐졌다. 죽음이 터부시되고 감춰지게 되면서 오늘날의 우리는 죽음을 모른다. 도처에서 죽음이 발생해도 죽음을 알지 못하는 현대인은 죽음을 공포로 느낀다. 죽음에 대한 지혜가 없어진 현대 우리는 근대 이전의 현자들이 죽음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알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서양 철학을 대표하는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은 삶과 같다. 삶과 죽음은 서로 순환하기 때문에 죽음이 두렵지 않다. 육체는 소멸하지만 영혼은 불멸해서 윤회하는 것이다. 배운다는 것은 새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뇌 속에 저장된 것을 기억해내는 것이라는 상기론이 꽤 인상적이다. 소크라테스는 정치적 희생양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억울한 마음에 주위 사람들이 권하는대로 도망가 살 수도 있었지만, 칠십이 넘은 그에게 죽음은 육체의 소멸일 뿐이므로 두려움이 아니었다. 소크라테스가 처한 환경, 주위 사람들, 당시의 시대 배경을 넘나들며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풀어가는데 흥미롭다.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을까? 특수상대성 이론(1905년)과 일반 상대성 이론(1915년)을 완성한 그는 죽음에 대해 초연했다. 자신이 할 일을 다 했으므로 우아하게 떠나겠다고 했다.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인생을 전후반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인상적이다. 아인슈타인의 인생 전반은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이야기한 뉴턴의 생각을 뒤집는데 몰두한 것이라면, 후반은 양자역학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고수하려는 시기다. 권위에 반발했던 전기와 권위적이었던 후기의 차이를 극명하게 비교해 주어서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가 비록 원자폭탄을 만들게 된 원인을 제공하였지만, 이 폭탄이 세계를 멸망시킬까봐 두려워한 평화주의자이기도 했다. 과학자인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스피노자의 <에티카>라는 사실도 놀랍다.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의 순환은 불교의 윤회를 떠올린다. 붓다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사리뿟따(사리불, 사리자)는 처음 알게 되었다. 사리뿟따는 붓다의 상수제자(수제자)로, 인도 카스트 계급의 최상층인 브라만 출신이다. 사리뿟따는 억겁의 서원으로 마침내 붓다를 만나고 그의 생각을 가르치는 지혜로운 제자다. 사리뿟따와 붓다에게 죽음은 열반으로 윤회의 끝이자, 삶의 고단함에서 풀려나는 해방이고 휴식이며 자유다. 상수제자가 스승보다 먼저 열반하여 하는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제자에게 그의 육신은 흩어졌지만 그의 다르마(법)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타이른다. 붓다의 제자를 비롯한 주변 인물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의 강연처럼 문체도 씩씩하고 거침이 없다. 직선적이고 간결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다. 현자들의 인생과 철학을 짧은 챕터 안에 잘 정리해두어서 그들의 인생과 철학, 특히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있다. 현자들에게 죽음이란 두렵고 거부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삶 만큼 가치 있고, 오히려 삶보다 더 자유로운 것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죽음이라는 주제로 동서양 현자들의 삶과 생각을 잘 소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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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으로 배우는 금리 - 금리는 모든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하는 필수 교양이다
다부치 나오야 지음, 박재영 옮김, 이성민 감수 / 새로운제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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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아는 것은 즉 금융과 경제를 아는 것과 같다. "7

코로나 시국에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대던 미국은 시중에 만연해있는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급속한 금리인상을 강행했다. 미국의 중소형 은행이 부도가 나고 위기가 오는 것인가 우려하였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피크에 이른 금리를 언제 인하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금리인상 시에는 성장주의 주가가 좋지 못하고, 금리인하를 시작할 즈음에는 채권을 사라는 조언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금리는 어떻게 움직이는 것인지 궁금하다.

책은 7개의 챕터로 되어있다. 금리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부분으로 챕터 1부터 4까지는 금리란 무엇인지, 금리의 계산방법과 종류, 채권가격과 금리의 관계를 설명하고, 응용부분으로 챕터 5부터 7까지는 금리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금리를 알면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지, 제로 금리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설명한다.

금리, 물가, 인플레이션의 정의를 알아보자. 금리란 돈을 빌렸을 때 내는 사용료다. 원금에 이율을 곱한 것이 이자인데, 이때 이율을 좁은 의미의 금리라고도 한다. 금리는 이율, 수익률, 할인율처럼 여러 용어로도 불린다. 물가상승이란 물건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란 돈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게되었을 때 발생한다.

스페인이나 프랑스는 전쟁 등으로 왕이 은행에 빚을 져도 갚지 않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은행이 높은 금리를 부과하게 되었다. 반면 영국은 명예혁명 이후 국가가 빚을 책임지게 되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낮은 금리를 매기게 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는 40년간 지속된 저금리 상황을 깨고, 2022년 이후 코로나로 인플레이션이 심해지자 금리를 급상승시키고 있다.

일본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1995년부터 2021년까지 금융자산이 증가하고 있었지만 은행이나 보험회사에 묶어놓아 금리저하를 유발했다. 가계자산이 넘쳐나지만 기업은 돈을 빌리지 않아서 정부는 세금을 확보하기 어려워 국채를 발행한다. 국채는 나라 빚인데 일본은 정부의 채무가 GDP의 250%로 매우 높다. 이렇게 거대해지는 국가의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금리가 높으면 부담이 커지므로 낮은 금리를 유지한다. 1999년 제로 금리정책이 도입되었다가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2022년 세계 각국은 금리를 올려 시장의 돈을 끌어모으려하지만 일본의 금리인상은 소극적이다.

채권은 나라나 기업이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유가증권이다. 채권이율은 채권 구입 시 가격을 근거로한 투자가의 수익률이다. 이율과 채권가격은 역방향이다. 채권가격은 금리가 오르면 처음 채권 쿠폰 발행시 정해진 이율이 낮기때문에 채권가격이 떨어진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처음 발행 이율이 높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 채권은 주식처럼 계속 상승하거나 하락하지 않는다. 만기가 다가오면 채권발행가격에 가까워진다.

금리는 경기, 물가, 금융정책의 영향을 받는다. 시장에 돈이 넘쳐나면 인플레이션이 오고 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한다. 그러나 금리가 너무 높으면 경기가 침체될 것을 염려해 조심스럽게 인하하기 시작하고 다시 시장에 돈이 넘쳐난다. 이 사이클이 반복되는데 각 나라의 중앙은행과 정부는 물가에 대한 목표를 세우기 때문에 시장이 과열하게되면 금융정책이나 재정정책을 통해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

금리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다. 중간중간 설명이나 공식이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실생활을 예로 들어 설명해주기도 하므로 대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금리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채권과 주식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현재의 금리로 한 나라의 경제가 건전한지 위험한지 침체상태인지 활발한 상황인지도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일본 저자의 설명에 한국시장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서 우리의 상황과 바로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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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겠습니다 - ‘일탈 강사’ 김연준이 들려주는 솔직담백 글쓰기 라이프
김연준 지음 / 서교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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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선생님은 인생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다. 글은 사람의 인생을 다루기 때문이다."(49)

저자는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다. 이 책은 2개의 파트로 나누어,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깨달은 생각과 원데이 쓰기 클래스로 소설과 에세이 쓰는법을 설명하고 있다.

수업을 하면서 만난 학생들의 이야기가 다양하다. 학생들은 나이도, 직업도, 글을 쓰려는 이유도 다양하다. 20대부터 60대까지 학생들은 자기를 표현하려고, 취미로, 치유를 받고자 글을 쓰고 싶어한다. 글을 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공모전을 알아봐 주고 투고로 연결해서 당선되기도 한다. 혼자서만 쓰던 글이 당선되면 글쓰기 동기가 더욱 강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칭찬을 많이 하면서 학생들의 글쓰기를 독려하는 저자의 수업이 궁금하다.

저자가 주로 가르치는 장르는 소설과 에세이지만, 학생이 원하거나 학생에게 맞는다면 시, 희곡, 시나리오, 동화는 물론 19금 성애물까지도 포함한다.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쓰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를 가르친다고 하는데 흥미롭다.

수업으로 만난 학생과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잘 드러난다. 굴곡진 삶을 산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쓰더라도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객관화가 어려워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현실 경험이 전혀 없는 모태솔로가 연애소설을 쓸 때에는 역시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어서 직접 경험할 수 없다면 다양한 간접경험을 통해서 현실감있는 글을 쓰도록 해야한다. 소설이 허구이지만 현실에 기반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작업임이 분명해진다.

처음 글을 쓸 때 저자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먼저 써보라고 권한다. 소설은 인물을 구축하고, 플롯을 짜고, 스토리텔링을 해나가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반면, 에세이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만의 감정과 경험이나 생각은 독창적이어서 남과 같을 수가 없으므로 가치가 있다. 소재를 내 안에서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에세이를 쓰기 어려운 점은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야하는데 망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솔직한 글이 생명력이 있고 공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간결하고 부드러운 글로 잘 읽힌다. 저자의 수업도 편하게 진행될 것 같다. 글쓰기 수업을 한 번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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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읽는 법
에린 M. 푸시먼 지음, 김경애 옮김 / 더난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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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다른 작가의 작품을 평하면서 줄거리를 요약할 때 보면 상당히 섬세하지만 의외로 간결하다.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정곡을 찌르지만 할 말은 다 한다. 작가들은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 어떤 것에 신경을 쓰며 읽을까 궁금했는데, 이 책이 그 답을 줄 것 같다.

책은 8장으로 되어있다. 작가가 글을 읽을 때 어떻게 분석적으로 읽는지 장르, 서사와 비서사, 구조, 인물구축, 시점, 설정, 장면, 언어와 같이 글쓰기의 기술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부록에는 본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작품들을 실었는데, 에세이, 소설, 시, 포토에세이, 그래픽노블처럼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시점과 시공간적 설정도 다양하다. 각 장의 설명이 끝나면 '토론질문과 쓰기 길잡이'코너를 통해 저자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직접 글을 써보라고 유도한다. 마치 수업을 듣고 그날 배운 것을 바로 작품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한 것 같아서 독서법과 글쓰기법이 연결되어 있다.

예상했듯이 작가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자세히 그리고 비판적으로 읽는다. 장르, 플롯, 구조, 중심갈등이나 이미지 또는 주제, 등장인물 구축, 시점, 설정, 언어와 목소리를 해석하며 읽는다. 빨리 읽기보다 곰곰히 생각하며 해부하듯 읽는다. 다 읽고 나서 반복해 읽으며 작가의 입장에서 왜 그렇게 썼는지 생각해보고 좋은 점이라면 내 작품을 구성할 때 모방해본다. 결국 글쓰는 기술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읽는데, 한 번만 읽어서는 다 이해할 수 없으므로 여러번 읽어서 작가를 이해한다.

저자는 이론을 설명하는데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인용한다. 이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재의 작품에서 작가가 어느 부분을 어떻게 만든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줘서 유익하다. 예를 들면, <캄보디아대사관>의 파투와 앤드루라는 인물을 구축할 때 외모뿐 아니라 성격, 정신적인 부분, 습관과 상호작용, 대화를 통해서 어떻게 통합적인 인물이 완성되는지 알려준다. 평소 작품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이론적으로 설명해주니 명확해진다.

서사아크를 이용한 독서법이 마음에 든다. 이야기의 흐름을 반원형 선에 두고 해설-상승부-클라이맥스-하강부-해결의 과정을 간단히 적어 넣는다. 작가에 따라 그 배치를 다르게 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역동적일 수도 있다. 클라이 맥스를 가운데 두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두면 충격의 여운을 오래 가져갈 수 있다.

미국소설을 보면 장면을 길게 묘사하는 부분이 많다. 사건이 시작되기 전이나 한참 진행 중인데 거기서 벗어나 풍경이나 인물의 행동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러한 장면의 묘사는 중요한 부분으로 작품의 속도를 늦추고 좁혀들어갈 때 이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느려지며 세부사항이 등장하는 것이다.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선호하는 독자로서 조금 답답한 느낌이었는데, 작가의 의도된 연출이라니 이해가 된다.

가장 흡입력있게 읽은 작품은 이창래의 <성게>이다. 저자가 부록에 실린 작품 중 어느 것이 가장 인상깊었는지, 왜 그런지 묻고 있는데 그에 대한 답이다. 1980년대의 데모가 한창인 서울의 포장마차에서 오랜만에 방문한 재미교포 가족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아버지는 예전 생각에 회를 먹고 싶어하고, 엄마는 위생상태가 나쁜 곳이므로 익힌 것을 먹기 바라고, 사춘기 아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성게에 관심이 간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는 이야기거리도 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외국인에게 낯선 곳의 낯선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엄청난 시간여행이자 매력일 것이다. 간결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모든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책은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지 이해할 수 있게하는 책이다. 작가가 고려한 것들을 파악하며 분석적으로 읽는다면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흥미롭게 기억할 수 있겠다. 독서법뿐 아니라 작법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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