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명화 탁상 달력 : 클로드 모네 ‘빛을 그리다’ - Claude Monet Schedule Calendar
언제나북스 편집부 지음 / 언제나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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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1840-1926)는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이다. 빛에 따라 사물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잘 표현한 화가이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리는 연작을 많이 발표했고, <수련>이 대표적이다. <수련>은 제1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그린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하루 종일 빛을 직접 보면서 작업하느라 시력이 크게 손상되었다고 하니 그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모네의 작품으로 달력을 구성한 것은 좋은 생각이다. 1년 내내 모네의 작품을 오래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빛의 화가답게 작품들은 모두 야외에서 그린 것이다. 시원한 풍경과 19세기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습과 연못 위의 꽃들이 빛을 받아 그 밝음을 그대로 뽐내고 있다. 풍경은 따뜻하고 그림 속 인물들은 우아하다.

1년 12달 탁상위에서 모네의 작품을 감상하며 스케줄을 메모하기에 아름다운 달력이다. 물 위에 반사된 햇볕이나, 자세히 보면 뭉그러진 듯한 꽃이나 인물의 얼굴이나 보트가 멀리서 보면 그 모양이 살아난다. 붓의 터치만으로 밝고 어둠을 표현하고 물체를 표현하는 것이 대단하다.

아쉬운 점은 작품명의 우리말 번역이 없는 것이다. 영어나 불어로만 적어 두어서 일일이 사전을 찾아보아야 한다. 커버에 있는 작품은 'Woman and a Parasol - Madame Monet and Her Son, 1875'인데 '파라솔을 든 여인- 마담 모네와 아들, 1875'라고 번역해 주었다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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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와 왕국 알베르 카뮈 소설 전집 4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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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단편은 처음이다.

책은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다. 간부, 배교자 혹은 혼미해진 정신, 말 없는 사람들, 손님, 요나 혹은 작업 중인 예술가, 자라나는 돌이다. 카뮈의 작품만큼 중요한 것은 이 6편의 단편을 설명하는 번역가 김화영의 해설편이다. 번역가 김화영은 프랑스 엑상프로방스대학교에서 알베르 카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해설편에서 소설이 쓰여진 시대배경과 카뮈의 경험과 사상을 작품과 연결하여 설명한다. 6개의 단편을 다 읽고도 카뮈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호하다면 해설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제목에서 '적지'라는 말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아 사전을 찾아보니 '적'이 귀양갈 적이다. 이로써 제목 l'exil et le royaume는 귀양지와 왕국이란 뜻이다. 적지와 왕국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서문에서 '왕국'은 우리가 새로 태어나기 위해 반드시 되찾아야할 자유롭고 벌거벗은 삶이고, 적지는 그 삶으로 나아가는 길을 의미한다. 해설을 참고하면, 카뮈에게 적지는 파리이고, 왕국은 그의 고향 알제리다.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태어난 카뮈에게 사막과 오아시스가 있는 알제리가 마음이 편해지는 왕국이고, 파리는 귀양보내진 곳처럼 불편한 곳이다. 파리는 부르주아들이 사는 경직된 사회이고, 알제리는 유목민의 자유가 있는 곳이다. 이 제목은 6개의 단편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6개의 작품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간부>는 간통한 여자라는 의미다.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까지 따라온 아내의 이야기다. 그녀가 왜 밤에 돌아다니는지 누구와 간통했는지를 표현하고 있지 않아 모호하다. <배교자 혹은 혼미해진 정신>은 기독교가 만연한 지역에서 천주교 신부가 된 자가 야만인을 선교하러 가지만 결국 야만인의 종교를 믿게 된다. <말 없는 사람들>은 술통을 만드는 노동자인 이바르를 비롯한 동료들이 파업에 실패한 이후 사장과 말이 없어진 상황을 그린다. <손님>은 고원지대 교사 다뤼가 죄수를 넘겨받고 그에게 감옥으로 갈지 도망칠지 선택권을 준다. <요나 혹은 작업 중인 예술가>는 유명해진 화가의 부조리한 상황을 그린다. <자라나는 돌>은 남미의 댐건설에 파견된 기사 다라스트가 원주민에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다.

카뮈는 어떻게, 왜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품고 글을 쓰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3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1단계가 '부조리'이고, 2단계가 '반항'이고, 3단계가 '사랑'이다. 이 작품은 2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것이다. 부조리가 '나'의 고독으로부터 부조리한 운명에 맞서는 것으로 절망하거나 종교적으로 초월하거나 예술적으로 반항한다. 반항의 단계는 '우리'의 유대의식으로 발전된다. 6개의 작품 중 가장 '우리'의 유대의식에 가까운 것은 마지막 <자라나는 돌>의 주인공 다라스트이다. 브라질 열대림에서 소수 백인 유지들에 속하기 보다 댐을 지어주고 길을 내주는 일을 하는 다라스트에게는 그 곳 원주민을 위해 필요한 사람이다. 다라스트가 원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가장 어려운 것이 <간부>였다. 여자는 마르셀의 아내 자닌밖에 없으므로 그녀가 간부일텐데 어느 곳에도 간통하는 장면이 없다. 도시에서 자란 자닌에게 남편과 함께 도착한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는 적지와 같다. 잠을 이루지 못해 한밤에 외출하면서 그녀는 '밤'과 간통을 하고 적지는 마침내 왕국과 같아진다는 해석이다. 적지 속에서 왕국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린 단편인 것이다.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은 <요나 혹은 작업 중인 예술가>다. 카뮈가 요나를 내세워 작가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있다. 요나의 상황은 부조리한데, 화가로서 유명해지자 더욱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족, 친구, 팬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면서 이리저리 휘둘린다. 결국 그림 그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방황하다가 다락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만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고 쓰러진다. '고독'이냐 '연대'냐는 부조리한 상황을 감당하기 힘들다.

카뮈의 부조리를 조금은 이해하겠다. 서로 상반되는 상황에 처해있으면서 이를 극복하는 것이 카뮈의 부조리다. 적지에 있으면서 왕국을 지향하는 것과 같다. 요나처럼 고독해야하는데 연대하고 있는 상황도 그렇다. 카뮈의 생각을 알지 못하고는 이 소설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읽고는 있지만 은유와 비유가 있으리라는 느낌만 있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난감하다. 번역자의 해석이 중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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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이는 소녀들
스테이시 윌링햄 지음, 허진 옮김 / 세계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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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전시되는 것이 너무 지긋지긋했다. 사람들이 우리를 인간도 아닌 것처럼, 진짜가 아닌 것처럼 대하는 것이 지긋지긋했다."(121)

1999년 브로브리지에서 6명의 십대 여자아이들이 실종되었고, 당시 12살이었던 클로이의 아버지가 연쇄 살인범으로 체포된다. 결정적인 단서는 죽은 아이들의 액세서리를 모아둔 상자이고, 이것을 클로이가 경찰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두운 밤에 아빠가 삽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목격했다고도 진술한다. 아버지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에게 끌려나간다. 엄마와 오빠 쿠퍼, 그리고 클로이는 연쇄살인범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웃 사람들의 린치를 참아 내며 지옥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다. 결국 자살미수에 그친 엄마는 식물인간처럼 병원에서 지내고 단란했던 가정은 그렇게 파탄이 난다.

세월이 흘러 32살이 된 클로이는 정신상담박사로 꽤 성공했다. 한 달 후면 만난지 1년 된 약혼자 대니얼과의 결혼식도 있으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런데 아버지와 같은 수법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아버지가 아니란 말인가? 아니면 모방범죄인가?

이야기는 주인공 클로이의 1인칭 시점에서 2019년 현재와 1999년 과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연쇄살인범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신을 연구한 박사로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편견을 깨주려 기자의 인터뷰에 응하지만, 결국 언론은 자신들이 쓰고자하는 것을 쓰면서 클로이를 이용한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클로이는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고 유일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아는 약혼자 대니얼과 함께 할 때에만 안정감을 느낀다. 실은 클로이는 약혼자의 이름으로 신경안정제를 처방하여 복용할 정도로 여전히 불안하고, 간혹 약을 술과 함께 마시면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기도한다.

클로이의 불안한 심리상태 만큼이나 그녀가 풀어가는 이야기 역시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높인다. 현재의 연쇄살인범이 아버지로부터 수법을 배운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아버지가 범인이 아니고 진짜 범인이 활동을 재개한 것인지 클로이는 알 수가 없다. 클로이가 우왕좌왕하며 경찰에게 거짓을 둘러대자 경찰은 클로이를 신뢰하지 않는다. 클로이는 경찰의 도움없이 이를 해결하고자 자신에게 접근해온 뉴욕타임스 기자 에런 잰슨과 함께 사건을 파헤친다. 주변인물이 모두 의심스럽다. 갑자기 나타난 첫번째 피해자의 아버지 버트 로즈, 출장이 잦아서 집에 함께 있을 시간이 거의 없는 약혼자 대니엘, 어려서 부터 모든 시련을 함께 겪으며 언제나 클로이를 보호해주는 오빠 쿠퍼. 반전에 반전이 일어나고, 또 의외의 사실들이 밝혀진다.

이 작품이 저자의 데뷔작이라는데 몰입감이 대단하다. 번역이 좋은 것인지 원작자의 필력이 대단한 것인지 거슬림없이 술술 읽히고 속도감이 대단하다. 근래에 읽은 책 중 최고의 장르소설이다. 처음 책을 잡으면 끝을 봐야한다. 500여 페이지가 순식간에 끝난다. 이 작가의 차기작이 매우 기대된다.

#깜빡이는소녀들 #스테이시윌링햄 #세계사컨텐츠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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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치학 필독서 50 - 2500년 정치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11
톰 버틀러 보던 지음, 김문주 옮김 / 센시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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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버틀러 보던(1967-)은 호주 출신의 '50권 고전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이자 큐레이터이다. 이미 철학, 경제학, 경영학 필독서 시리즈가 우리말로 번역되어있다.

책은 6부로 나누어 2500년의 정치학 명저 50권을 소개한다. 각 부의 주제는 정치 지도자의 역할, 정부의 역할, 권력의 속성, 자유를 추구한 정치의 역사, 평등을 추구한 정치투쟁, 정치를 바꾸기 위한 시민의 역할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링컨이나 오바마같은 미국 대통령, 맹자와 쑨원과 같은 동양의 사상가들과 <시민불복종>으로 유명한 소로와 소설가 조지 오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을 요점정리하고 저자의 의견을 제시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주제별로 선택한 필독서를 요약하는데, 이점이 인상적이다. 정치학 분야에 관심이 크지 않다면 50권 중 읽어본 책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인데, 미리 소개하려는 책들을 워밍업시켜준다는 면에서 매우 유익하다. 또한, 목차를 보면서 정치와 그리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 <침묵의 봄>이나 <정글>과 같은 환경과 육류가공업체의 비인간성을 고발한 작품은 시민이 어떻게 행동해야 정치가 바뀌는지 보여주는 예로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을 미리 읽는다면 이해될 것이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것은 3부 국제 정치권력의 이동에 관한 파트이다. 특히 <강대국의 흥망>은 흥미진진하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이 흥하고 다음 강대국으로 자리를 물려줄 때의 현상을 이야기한다. 부를 쌓아 강대국이 되고나면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비에 지나친 비용을 쓰게된다. 다음 강대국은 군사력보다 경제부흥에 힘쓰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아져 지난 강대국 자리를 차지한다. 다시 이러한 흥망은 반복되며 새로운 강대국이 출현한다. 과거 스페인과 네덜란드, 프랑스와 영국, 미국과 소련의 시대를 거쳐 앞으로는 군사비에 치중하는 미국과 달리 경제발전에 열중하고 있는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과연 그럴까? <백년의 마라톤>에서 마이클 필스버리도 2049년 중국이 공산당 집권 100년을 기념하는 해에 미국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 예측한다. 1990년 초반부터 전국시대의 교활한 전략이라는 '도광양회(재능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다)'가 공개되었을 때, 필스버리는 '오랜 패권국을 타도하고 복수를 강행하라. 그러나 일단 신흥강대국이 그렇게 할 능력을 개발해야한다(299)'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시대에 군사력 경쟁을 할 때에 중국은 약소국인 척하며 양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아 경제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하였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과거 천하를 지배하였듯 세계를 지배할 요량으로 일대일로에 막대한 자금을 대면서 자신의 요구에 거절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분석한다.

이와 달리 중국이 다음 강대국이 될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은 대런 아세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밝히고 있다. 이들은 제도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부유국과 빈곤국의 차이는 부와 권력을 분배하고 자유언론을 용인하는 '포용적 제도'를 가지고 있느냐 아니면 부와 권력이 소수 엘리트에 집중되고 언론통제를 하는 '착취적 제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빈곤국의 경우 소수 엘리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중의 발전과 번영의 기회를 없애버린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부정부패가 발생했을 때 '포용적 제도국'은 투표를 통해 집권자를 몰아낼 힘이 있는 반면 '착취적 제도국'은 힘이없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국이 부유국과 빈곤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련이 1930년대에서 1970년대에 농업에서 공업으로 이동하며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가1980년대에 기력이 쇠했다. 중국이 현재 15년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통제된 제도 속에서 얼마나 오래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은 통찰있는 지적이다.

굉장한 책이다. 정치 역사를 주제별로 나눠 핵심을 정리하는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사상을 연결하고 있어서 한 주제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이름만 들었던 유명한 저서의 내용을 간략하지만 현실과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도 매우 매력있다. 대중이 잘 살기 위해서는 경제적 성공이 중요하지만 이를 결정짓는 것은 정치제도라는 대런 아세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주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세계의 움직임이 어떻게 흘러와서 흘러가고 있는지 거대한 흐름이 궁금하다면 이 책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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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 천국과 지옥 그리고 연옥까지 인류가 상상한 온갖 저세상 이야기
켄 제닝스 지음, 고현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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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으스스한 제목에 비해 책 표지는 유머러스하다. 관에 편안히 누워 있는 해골, 천사의 날개를 달고 열심히 두손모아 기도하는 해골, 중세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어딘가를 향해가는 해골의 모습.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책 내용이 궁금해진다.

저자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다. 미국의 유명한 퀴즈 쇼인 <제퍼디>에서 74연승을 기록하면서 유명해진 인물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100개가 넘는 다양한 사후세계를 조사하였다는데, 7부로 나누어 동서양을 넘나들며 신화, 종교, 책, 영화, TV, 음악과 연극, 기타 사후 세계를 소개한다.

사후세계를 다룬 신화편에는 고대 여러 지역의 신화를 소개하는데, 대부분 낯설다. 다양한 신화에서 그려낸 사후세계는 북극지방 이누이트족의 지옥인 아들리분과 최고의 야외 낙원인 쿠들리분, 중국의 지옥, 일본 신토의 유미, 스칸디나비아의 헬과 발할라와 같이 다양하다. 종교편에서는 그 유명한 티베트 사자의 서, 이슬람교, 여호와의 증인, 힌두교와 같은 익히 알고 있는 종교의 사후세계를 다룬다. 책편에서는 단테의 신곡, 나니아 연대기, 실낙원과 같은 고전과, 영화와 TV 드라마로는 식스센스와 로스트, 블랙미러와 같은 작품을 소개한다. 음악과 연극에 나오는 사후세계로는 캣츠가 대표적이다.

마치 여행 가이드북이 방문 지역의 역사와 유래를 설명하듯 사후 세계에 관한 정보는 물론 주의사항, 지름길을 안내하는 시간절약 팁, 현지어 학습, 현지 복장이나 관습, 가볼만한 곳, 기념품 쇼핑, 현지식사, 숙박시설에 대한 정보까지 유머러스하게 알려준다.

신화와 종교는 이후 인간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예술 작품의 원형이겠다. 신화 파트를 읽으면 다양한 영화나 책이 떠오른다. 중국의 신화에서 지옥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인간은 양의 세계에 살다가 죽으면 영혼이 음의 세계인 지하세계 황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황천은 카톨릭의 연옥과 비슷한 곳으로 판관역할을 하는 10 명의 대왕이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한다. 서류더미에서 판단을 내리는 판관을 묘사하는 것은 영화 <신과함께>가 연상되고, 마지막 환생을 위해 망각의 차를 마시는 장면은 <도깨비>의 장면이 생각난다.

종교에 있어서 지옥은 필요하다. 두려움을 통해 믿음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지옥이 없다는 여호와의 증인과 모르몬교는 좀 독특하다. 여호와의 증인은 천국에 갈 인원을 14만4000명으로 정해두고 있는데, 점차 신도수가 증가하자 그 경쟁이 치열해졌고, 1935년 사후세계에 대한 관점을 넓혀 천국에 가지 못하더라도 지상낙원에서 영원히 살 것이라 발표했다. 이 지상낙원은 에덴동산과 같아서 자연 속에서 평화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종교가 현실과 타협을 한 듯한 인상이다. 한편, 모르몬교 역시 영혼은 사후에 세 개의 천국 중 한 곳에 가며 지옥이 없다. 특이하게도 천상의 왕국에서 영생하려면 파수꾼 천사에게 특정한 핵심 단어를 말하거나 표식이나 증표를 제시해야하는데 이는 예배시간에 알려준다. 모르몬교는 '영원한 진보'를 중시하기 때문에 지상에서도 근면하게 살던 영혼은 천상에서도 일과 배움, 성장을 지속한다. 발전하는 영혼은 신이 될 수도 있고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두 종교 모두 잘 알고 있지 못해 그 사후세계에 대한 설명이 매우 인상적이다.

<티베트 사자의 서>는 지대넓얕을 들으며 알게 된 책인데, 사후세계를 '바르도'라 부르고, 세 종류가 존재한다. 치카이 바르도, 초니드 바르도, 시드파 바르도를 지나고 나면 자궁의 문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된다. 자궁문이 완전히 닫혀야 윤회가 끝나고, 자궁의 문이 닫히지 않고 동굴의 환영이 보이면 동물로 환생하고, 통곡의 노래가 들리고 검은 길이 보이면 지옥으로 가는 것이다. 인간으로 환생하는 경우는 자궁의 문 하나를 통해 남자와 여자가 결합하는 환영을 보게되는데 그것이 미래의 부모라는 것이 신기하다.

단테의 <신곡>을 읽었을 때 연옥편이나 천국편보다 지옥편이 훨씬 흥미로웠는데, 존 밀턴의 <실락원>역시 그렇다니 인간의 마음은 시련과 고통을 더 즐기는 것이 아닐까한다. 세라핌이 '가장 높은 단계의 천사들'이라는 뜻이라는데, 요즘 활동하고 있는 걸그룹 르 세라핌의 의미를 처음 알게되었다.

<캣츠>는 뮤지컬로도 영화로도 유명하다. 그 배경설명이 아주 친절하다. 1년에 한 번 젤리클 달이 비추면 모든 젤리클 고양이들은 무도회에 초대되고, 족장인 올드 듀터러노미가 동트기 직전에 젤리클 고양이 중 한 마리를 발표해서 천상의 헤비사이드 레이어로 올라간다. 올드 듀터로미가 여러 번의 삶을 연속해서 살았다고 한 걸 보면 선택된 고양이는 그 곳에서 환생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번 보았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이 작품의 배경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다.

사후세계에 대해 인류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천국과 지옥 중 어디로 가야할지 기다리는 장소인 연옥이 있다든가, 환생한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되었다. 나아가 현재에 만들어진 작품 중 <블랙미러>의 샌주니페로에는 디지털화한 사후세계를 상상하는데, 꽤 가능성있어 보이는 미래의 사후세계이기도 하지만 조금은 놀라운 미래이다.

사후세계라는 주제로 전세계 종교와 신화는 물론 이들에서 파생되고 확대되어 나온 예술작품을 훑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우리 문화말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되면 좀더 오해가 줄어들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한다. 다양한 작품을 리뷰한 책이라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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