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추는 찻집 -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
TJ 클룬 지음, 이은선 옮김 / 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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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변호사 윌리스가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

일벌레에 인간미라고는 조금도 없었던 사람이라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이라고는

그와 함께 동업했던 동료와 전부인인 네이오미뿐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영혼을 거두러 온 사신인 메이도 함께 했다.

 


 

물론 윌리스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사신인 메이가 자신의 영혼을 거두러 왔다는 것도

믿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메이는 윌리스를 찻집으로 데려갔다. 건축학적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저 표지속 이상한 찻집으로. 차를 파는 곳이지만 실제 하는 일은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영혼이 잠시 머무르는 카론의 나루터로.

 


 

찻집의 주인은 휴고였다. 사랑하는 부모님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극심한 슬픔으로 괴로워

하던 휴고에게 나루터의 사공이 되어달라고 일명 관리자라는 자가 찾아와 제안했다.

휴고는 혹시 사공일을 하면 사랑하는 부모님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해서 제안을 수락한다.

하지만 아직 휴고는 부모님을 만나지 못했다. 이승에 남을 일말의 아쉬움도 없었던 부모님은

문을 열고 다른 세상으로 곧장 향했기 때문이다.

 


 

윌리스는 이 말도 안되는 찻집이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휴고의 할아버지 넬슨 역시 오래전 죽었지만 홀로 남겨질 손자 휴고를 돌보기 위해 아직

다른 세상의 문을 열고 나가지 못한 채 찻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휴고의 반려견 아폴로와

함께. 휴고는 평소에는 찻집일을 돕는 메이와 함께 차를 끓이고 손님을 받고 있다가

윌리스가 방문하가 그를 도와 다른 세상의 문으로 인도하려 하지만 윌리스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고집을 피우자 찻집에 머물도록 도와준다.

 


 

 

아마 누구든 그렇지 않을까. 일단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분노하다가 결국

수긍하고 다른 세상의 문을 열게 되는 과정들.

특히 윌리스처럼 몰인정하고 고집스런 인간에게는 이런 과정이 더 길어질 터였다.

하지만 윌리스는 점차 넬슨에게, 아폴로에게, 메이에게, 휴고에게 점차 동화되면서

자신이 살아온 잘못된 시간들을 돌아보게 된다.

 

동양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강을 건너 저승으로 향한다는 믿음이 있다.

서양에서는 천사나 사신을 따라 천국이나 지옥으로 향한다고 믿는다.

이 소설에서는 그 과정의 사이에 찻집이 있고 아직 망설이는 영혼을 이끌어 주는

휴고와 같은 사공이 있다고 말한다.

아마 이 가정은 결코 증명되지 못할 것이다. 죽어야만 알게될테니까.

 

인간답게 살지 못했던 윌리스는 죽어서야 인간성을 되찾고 문을 열지 못하고 허공을 맴도는

불행한 영혼을 위한 일을 하게된다. 왜 우리는 살아서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하는지 윌리스를

보면서 반추하게 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언젠가 휴고와 같은 사공이 운영하는

찻집으로 인도될 터이다. 누구든 이 소설을 읽고 이승에 아쉬움이 없게 잘 살다가 기쁜 마음으로

다른 세상의 문을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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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펼쳐지는 신비한 동물 이야기 101
동양북스 편집부 지음, 김보라 옮김,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외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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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마당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우리집 댕댕이 뚱이가 장작더미속을

노려보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뚱이는 쥐잡이명수인데 아마도 쥐를 잡느라 밤새 바빴던 모양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남편이 쥐를 처리했다고 한다.

 

 

우리뚱이도 야행성인 것일까. 늑대에서 진화했다는 개가 야행성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쥐는 확실히 야행성 동물이고 그 쥐잡이 놀이를 즐기는 뚱이도 야행성이 된 것 같았다.

사람은 밤이 되면 잠을 자야하지만 동물중에는 밤이 되면 더 활발해지는 녀석들이 있단다.

 


 

가끔 '동물의 왕국'을 보면 낮에는 숲이나 나무덩굴등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다가 밤이되면 눈을 반짝이며 사냥을 하는 동물들이 나온다. 더워서 그렇기도 하고 밤이면 유난히 더 움직이는 사냥감들을 찾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암튼 우리가 자는 동안 동물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긴 하다. 개구리도 야행성이었나. 그러고보니 개구리들이 밤이면 더 울었던 것 같다.

닭은 밤에도 잘 보고 잘 달린다고 한다. 오호 닭장속에만 넣고 길러서 몰랐던 사실이다.

 


 

사람과 가장 비슷한 유인원 원숭이도 우리처럼 누워서 잠을 자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무리중에서 가장 리더격인 원숭이만 누워서 자고 나머지 원숭이들은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잔다니 너무 불편하지 않을까. 어디서나 왕초가 제일인가 보다.

소나 말, 양이나 염소들은 누워서 자면 가스가 차기 때문에 서서 잔단다. 아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지금도 내 곁에서 꿀잠을 자고 있는 우리 댕댕이 토리는 잠돌이라고 부른다.

잠이 많은 편이어서 밤새 잘자고도 낮잠을 많이 잔다. 토리랑 같은 종은 아니지만 비글을 보니 개들도 하루 중 절반은 자는 종인가 보다.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동물들의 세계가 무척 재미있고 특이하다.

아이들에게 읽혀주면 좋을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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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건강 신호
김영철 지음 / 가나출판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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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보내는 사소한 신호를 오랜 진료경험을 지닌 의사의 조언으로 되돌아보게 되었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비법이 들어있어 누구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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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건강 신호
김영철 지음 / 가나출판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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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니 몸 여기저기서 문제가 있다고 아우성이다.

마흔 넘어 고지혈약을 시작으로 고혈압약까지 처방받아 복용중이다.

2년에 한 번, 아니 거의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관찰중이고 조심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혹시 내가 모르는 병이 몸속 어디에선가 똬리를 틀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해외로 나가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상당히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도 거의 병원에 가지 못했다. 아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병원 출입이 너무 힘들어서였다. 예약도 힘들고-우리나라처럼 예약없이 바로 가서 검진받기가 쉽지 않다-

병원비도 엄청나다. 의료보험이 없었으니 아파도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는 동네마다 병원이 즐비해서 내 병을 잘 관찰해주는 의사만 만난다면 주치의 역할이 가능할 정도이다. 병원비도 저렴한 편이고 상급병원으로의 검진이나 치료도 잘되는 편이다. 더구나 전국민을 이렇게 2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무료로 해주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본다. 덕분에 조기에 병이 발견되어 수명도 늘어나니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우리나라 국민들은 건강염려증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슬기로운 의사생활'같은 드라마가 방송되며서 의료단어도 제법 알게되고 혹시

내가 저 병은 아닐까 과하게 판단하게도 되었다. 하지만 여기 이 책의 저자처럼

우리 몸에서 보내는 사소한 건강신호에 귀를 기울이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슴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마른 기침, 손떨림이나 발열같이 미세한 신호들도

큰 병의 전조증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니 더 겁이 나기도 한다.

실제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이다보니 흉통이 오면 혹시 심장에 문제가 있나 싶고

소변색이나 어깨통증, 불면증까지도 전조가 아닌가 싶어 아예 동네병원 하나를 정해놓고 상담과 진료를 자주하는 편이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안색을 살피고 말 한마디도 귀담아 들으려 노력한다는 김영철 의사의 마음이 참 따뜻하게 다가온다.

젊은 나이부터 '선생님'으로 대접 받으면서 다소 감정에 인색한 의사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몸의 병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걱정많은 환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의사가 진정한 명의가 아니겠는가.

오랜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몸의 신호를 잘 설명해주는 이 책이 참 감사하다.

사소한 신호를 놓치지 않고 병을 고쳐준 사례를 보니 저자의 병원을 다니는 환자는 참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곧 괜찮아 지겠지 하면서 지나치지 말고 의사의 도움을 받기를

권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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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지금의 안부 - 당신의 한 주를 보듬는 친필 시화 달력
나태주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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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도 언제봐도 가슴이 설레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詩가 있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오래 보지 않아도 가슴설레게 하는 시를 쓰는 나태주 시인이 안부를 물어왔다. 나태주, 지금의 안부!

 


 

상대의 한 주를 보듬는 나태주 시인의 친필 시화 52편이 내게 왔다. 눈부신 가을처럼.

 

 

만년 주간 달력과 탁상 시화집, 그리고 엽서와 노트까지 정성스럽게 들어있다.

말하자면 가을의 마지막 날 시인이 건네는 연서같다고나 할까.

 

 

어쩌면 이렇게 가을을 닮았는지 쓰여진 시들이 나를 설레게 한다.

 

 

나의 안부를 묻는 시인에게 나는 긴 편지를 쓰고 싶다. 시로 함축할 능력이 없으니 긴 글로라도 그에게 답장을 쓰고 싶다.

 


 

어떻게 이런 구성을 할 생각을 했는지. 마음 따뜻한 시가 적힌 시집도 좋지만 이런 시화집 너무 아름답지 아니한가.

 

 

나는 누구에게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울컥해진다.

 

 

살면서 보듬어 주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태주 시인의 마음이 담긴 스티커를 심장에

붙여주고 싶다. 꾹 눌러서. 절대 떨어지지 않게.

 

갑작스럽게 닥친 추위가 살짝 비켜가고 화창한 가을날이 펼쳐진 오늘.

나태주 시인이 건네는 안부를 나도 누구에겐가 건네고 싶다. 선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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