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식 똥, 재래식 똥 - 반짝이는 유년의 강가에서
윤중목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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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언제 건너왔는지 기억도 아련했던 유년의 강가에 다시 섰다.

저자의 말대로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건넜을 그 강가앞에 다시 서니 잊혀졌던 시간들과

친구들과 사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자의 프로필을 찾아보니 나와 같은 시간대에 유년의 강을 건넌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그가 건넜던 강가의 사물들과 인물들이 모두 친숙하기만 하다.

'황금박쥐'의 노랫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은 환상에 취해 흥얼거리며 따라부르다

보니 신통하게 가사하나를 잊어 버리지 않았음에 스스로 놀랍기만 하다.

핵무기만 빼고는 다 만들수 있다는 세운상가를 지나 헌책방이 즐비한 청계천을 걸었던 기억도

양갱과 사이다를 챙겨두고 가슴떨리던 소풍전날의 모습도 영판 나와 같은 모습이었다.

 



 

비장의 각오로 가출을 결행하여 걸어서 도착했다던 용산역앞은 바로 내가 다니던 여학교앞이었고

박포장기로 날릴뻔했다던 학원비의 종착역 종로2가의 YMCA앞에서 혹시 그와 한번쯤 마주쳤던 것은 아니었을까.

맞아야 할 이유가 아흔아홉가지였다던 그시절 체벌의 모습도 어찌나 비슷한지..

마대자루로 엉덩이를 맞던 친구들을 보면서 맞는 아이보다 더 공포스러워 눈물을 머금었던 기억이며

마당 끄트머리에 있었던 변소에서 퍼지던 향긋한(?) 냄새까지도 고스란히 맡아지는 것 같다.

 

이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한남동에 처음 세워졌던 현대식 마트 한남체인오픈식에 구경같던 일이 떠오른다.

변소가 아닌 화장실을 처음 들어가본 내가 사용법을 몰라 좌식 변기위에 올라타고 앉아 재래식변소체위로

일을 봤던 기억이...그 황당함이 지금도 또렷한데..어느새 우리는 그 유년의 강을 건너 흰머리가 희끗해진

나이가 되었다. 어느 날 문득 달고나의 명성이 살아난다는 뉴스를 보고 인터넷으로 사들여 놓고 가슴이

설렜던 일도 있었고 어느식당에 가면 알루미늄도시락에 계란을 덮은 도시락을 서비스해준다는 소리에

동창들을 불러모아 우르르 달려갔던 일들...이제 우리는 추억한자락에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나이가 되었다.

모든 것이 변해도 유년의 강 저쪽의 기억만큼은 나이가 들수록 또렷해지고 이제는 다시 건널수 없는 강이지만

이렇게 그시절을 같이한 동무들의 글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가난하고 보잘것 없을것 같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간들.

어두운 밤 촛불을 밝히고 덜덜떨며 갔던 변소도 사라지고 버튼하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수세식 인생이

되어버린 지금 배고플일도 없건만....왜 자꾸 헛헛하고 공허한 것인가.

오늘....실컷 웃고 그리워하며 읽었던 이 책으로 하여 먼길 떠나기전 해주셨던 엄마의 따뜻한 밥한공기처럼

든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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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에게 물어봐
서은영 지음 / 시공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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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서은영을 검색해보니 프로필이 장난이 아니다.

CEO에  TV진행자에 컨설턴트와 패션스타일리스트까지..아마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도전못할 직업이 없을 것 같다.

 



 

나이도 만만치 않건만 그녀가 살고 있는 나이는 아직 싱싱한 20대이다.

물론 남의 말에 귀기울이고 마음을 톡톡 다독여줄때는 영락없이 10대부터

40대를 아우르는 치마폭넓은 아줌마의 마음이기도 하다.

스스로 철학자도 심리학자도 아니라면서 정작 그들보다 더 철학자이고 심리를 꿰뚫어보는

심미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흠...타고난 능력일까 아니면 노력한 결과일까.

아마 둘다가 아닐까 싶다. 모모처럼 귀를 기울여 남의 말을 듣고 보듬어주는 능력이야

공부한다고 되는 일만은 아닐테니까.

그녀에게 문을 두드리는 연령을 보니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살다보면 가슴 답답한 일이 한두가지이겠는가.

어디 속시원하게 말할곳이라도 있다면 가슴이 뻥 뚫릴것도 같은데..

 



 

어찌보면 시시한 고민일지도 모르지만 당사자는 제일 힘든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럴때..내눈을 바라보며 고개에 턱을 괴고 들어줄 준비가 다된 친구가 곁에 있다면..

천군만마를 얻은듯...힘이 불끈 솟을 것만 같다.

진로문제부터 연애, 자신없는 외모에..옷입고 화장하는 법까지..질문이 다양하기도 하다.

이런 다방면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어디 카운셀러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그녀는..다방면에 도사가 분명해 보인다.

사치스러운 물건만 권하는 것도 아니다 정작 그녀는 2만5천원짜리 쇼츠도 즐겨입는다지 않은가.

물론 그녀가 훤칠한 미인인데다 감각도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더 효율적인 방법들을

꿰뚫는 비법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꾸미는 것에만 통달한 것은 아니다. 빠뜨리지 말고 읽어야 책이며 여행지까지..

어딘가에서 슬쩍 도움을 받은것은 아닐까? 혹시 그렇다해도 카운셀러로서 그런 열정은

덕목이지 흉은 아닐것이다. 똑 부러지면서도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배낭여행에서 만난 남자, 과연 연인이 될 수 있을까요? 하는 질문에는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었지만 한여름밤의 꿈이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그녀의 솔직함이 너무 아름답다.

아마 꾸미지 않고 솔직하고 발랄하고 톡톡튀는 그녀의 카운셀링이 모두를 열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엄마도, 언니도, 친구도 해줄수 없는 이런 조언들이 상처뿐인 마음들을 어루만지고 치유해

줄것임을 믿게된다. 이렇게 공덕이 많으니 복받을 일만 남은 그녀! 한마디 묻고 싶다.

베티! 당신의 고민은 뭐에요? 어디에다 하소연 하시는거죠? 카운셀러의 카운셀러는 누군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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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할머니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오채 지음, 김유대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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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피난오신 부모님은 고향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두고 오실 수 밖에 없었다.

명절이 되어도 우리집은 신날일이 없었다. 친척조차 거의 없는 쓸쓸한 명절은

오히려 아버지의 외로움만 짙어져 어린 마음에도 할머니가 계셨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었다.

바쁘고 무서운 부모님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때문이 아니었을까.

자식보다 손주가 예쁘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분명 할머니가 계셨다면 우리 형제들은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랐을것이다. 마치 오메할머니의 손녀딸 은지처럼 말이다.

 



 

어른들의 삶은 늘 고단하다. 가뜩이나 불황이 계속되는 바람에 먹고 사는 일이 힘에 겨워

부모를 보살피고 자식을 기르는 일이 맘처럼 되지 않는다.

어렵게 길러주신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싶고 귀여운 아이들에게도 맘껏 베풀어주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장을 운영하는 자식과 깨물어도 아프지 않을것 같은 손주가 있는 서울에 온 오메할머니는

자식들이 사는 도시를 주욱 둘러보다가 마지막에 은지가 살고 있는 집에 오신 것이다.

하지만 은지엄마는 시어머니의 등장이 탐탁지 않다. 살기도 어려운데 어머님까지 신경써서

보살펴야 할 일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얼마전 중풍으로 쓰러졌던 오메할머니는 오지랖도 넓기만 하다.

시장에서 억척스럽게 돈을 모은 반지할머니와 소식이 끊긴 아들대신 손주를 기르면서 빡스를

모으며 살아가고 있는 빡스할머니의 일에도 자기일처럼 팔을 걷어부치고 도움을 주려한다.

시골땅을 처분한 돈은 마지막까지 자식에게 줄수가 없다. 당신 삶의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금이 안되고 삶이 고달픈 자식내외에게는 그런 할머니의 행동이 욕심으로만 보일 뿐이다.

은지의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주시고 어릴적 가지고 놀던 닷짜꾸리도 만들어 주시는 할머니를

가난한 탓에 학교도 갈수 없었지만 늘그막에 한글도 배울만큼 멋있는 할머니이시다.

 



 

사람나이로 치면 환갑인 개 '봉지'는 할머니와 절친이 된다.

이제 서로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었을까.

인정많고 도리가 밝은 오메할머니는 반지할머니에게도 빡스할머니에게도

'봉지'와 은지에게도 소중한 사람이었음을 알게된다.

하지만...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언젠가 돈을 벌어 효도하겠다는 맘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오메할머니를

보면서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주어도 주어도 더 주고 싶은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더니...오메할머니...

학교에 가지 못했어도 많이 가진것이 없어도 인생이 얼마나 찬란하게 아름다운것인지

깨닫게 해준 감동적인 책이다. 지금 저 바깓 공원에 나서면 오메 할머니가 계실것만 같다.

 

'산다는 건 긴 시간이 아니여. 후회없이 거시기 하게 살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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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100배 즐기기 - 2010년 최신판 100배 즐기기
기경석.정선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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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어려서 약속을 했었다. 5학년이 되면 일본의 디즈니랜드를 데려가 주겠다고..

물론 나는 그약속을 지켰고 어느새 10년전의 이야기이다.

그때만 해도 가이드없는 여행은 꿈도 꿀수가 없었고 사실 일본에 도착해보니

과연 가이드가 없었다면 어찌 여행을 할 수 있었을지 배낭여행은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우선 언어의 문제가 가장 컸었다. 세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었지만 생각보다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일본사람들과는 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던 것이다.

만약 그때 이책이 있었더라면...약간의 소통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한 배낭여행을 하지 않았을까.

 



 

일단 이책은 자신에게 맞는 맞춤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가 있다.

맘먹고 4박5일을 할것인지..요즘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도깨비여행을 할것인지..

김포에서 출발하는 비행기편이 있어 훨씬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가까운 일본을 느낄

기회가 많아진 이유가 될 것이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지하철노선이 복잡해져서 환승에 대해 부담감이 적어졌지만

예전여행에서는 복잡한 일본의 지하철과 전철, 기차노선때문에 대중교통이용에

부담이 많았었다. 하지만 올해 업그레이드된 이책만 있다면 가이드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이 될듯하다. 그래도 물론 우리나라보다 비용은 비싸다는걸 감안해야겠지만..



 

치안문제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안전한 나라이기 때문에 잘짜여진 계획서만

있다면 문제가 없을듯하다.

어느나라나 시장을 가봐야 그나라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일찍 일어나 새벽의

쓰키지시장을 꼭 방문해봐야겠다. 물론 명물 스시도 맛보고 담백한 일본맛집순례계획도

이책의 도움을 받아 짜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짧은 일정동안 토쿄의 맛집을 다 가볼수는

없는 노릇이니 꼼꼼한 전략이 필요하다. 도쿄타운은 필수코스이다.

특히 야경은 눈부시다하니 토쿄타운이 다찍힐수 있는 명당자리를 미리 알아보는 것도

여행의 팁이 되겠다.

 



 

알찬 책이니 만큼 무게감이 부담스럽다면 포켓북을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예산을 짜고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고 준비물까지 모두 이책을 보며 준비한다면

시간의 낭비없이 알뜰하게 도쿄를 즐길수 있을 것이다.

물가가 겁나게 비싼 도시라지만 우리나라의 물가도 이제 장난이 아니다.

어차피 비슷한 물가를 감안한다면 알뜰계획을 세워 서너차례 나누어 다녀오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어려서 부르던 '블루라이또 요코하마'의 도시 요코하마가 가까우니

이번에는 꼭 방문하여 노랫말을 흥얼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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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풍속사 1 - 조선 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 푸른역사 조선 풍속사 1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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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시간들을 들여다 볼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 것인가.
인간의 이런소망을 담은 타임머신이라는 단어가 생긴것을 보면 비단 나만의
바람은 아닌듯 싶다.
편할 날 없는 국토의 상처가 깊어 수많은 유물과 유산들이 소실되지만 않았더라도
우리는 이런 시간들을 많이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풍속화들 역시 외국의 박물관에 소장된 것들이 많으니 조선의 상처가
그대로 느껴져 안타까운 맘뿐이다.
간혹 조선말기의 사진들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온전히 우리 조선민족의 삶이 듬뿍 
느껴지는 그림을 만나면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진솔한 모습들을 해학을 곁들여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것 같다.
미술학자도 아닌 한문학자로서의 저자가 들여다본 조선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어쩌면 미술학적 지식보다 그동안 조선을 공부한 사학자로서...그리고 슬쩍 한발자국
떨어져 여유있게 바라보는 자연인으로서의 시각이 너무도 담백하고 재미있기만 하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이야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사실 해학적인 부분만을
보고 그냥 지나쳤던것이 아닌가 싶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양반에게 핍박받고 가난에 찌들면서도 순종하고 살아가는
그들의 시간들이 숭고하게까지 느껴진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인간의 희로애락이야 다름이 없고 빈부가 있다하나 그만큼의
삶의 무게는 다름이 없을터...저자의 설명을 듣다보니 그동안 스쳐지나가버린 몽매함이
느껴져 부끄러워진다.  어살을 치고 고기를 잡는 어부의 모습에서, 들판에서 곡식을
추수하고 탈곡을 하는 농부의 모습에서도 나는 보지 못했던 수탈의 역사를 짚어내고
화폐의 기능을 지닌 무명을 짜는 아낙의 모습에서도 한숨을 이끌어낸다.
아 정말 그 참혹한 시절에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화원으로서 김홍도는 단순 사실을 그리는 일이 아닌 조선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보고
연민을 느낀 인간적인 사람이었을것이다. 어쩌다 한번쯤은 골통 양반들을 엎어치기
하고 싶었을 심정을 그림곳곳에 숨겨두는 해학으로 멋지게 숨겨두었으니말이다.
저자의 말대로 사진이나 초상화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삶의 애환이 바로 '풍속화'에
담겨있으니 과연 김홍도는 후세에 자신의 그림이 전해질 것을 알기는 했을것인가.
혹은 일본의 화가 샤라쿠라라는 소문이 있기도 한 김홍도의 삶이 확연하지 못하고
곤궁한 말년이었다는데...그의 묻힌 자리는 알지도 못하지만 그의 그림은 이렇듯
후세에 남아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때로는 웃기고 있는것에 새삼 삶의 무상을 느껴본다.
시대의 특징과 인물에 대한 특징을 잘 알고 있는 학자가 본 풍속화의 설명이 꾸밈없고
소탈하게 전해져 읽는내내 그의 안목과 연민이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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