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휠 레전드 미니카 컬렉션
핫휠 지음 / 유엑스리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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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은 거의 누구나 한 번쯤은 자동차에 푹 빠져 자동차 장난감만 가지고 노는 시기가 있을 거예요. 그 시기의 아이들은 자동차를 종류별로 다 가지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같은 자동차라고 하더라도 크기별로 어떨 때는 색깔별로 가지고 싶어하곤 하죠.

그중 마텔에서 생산하는 핫휠 미니카는 실제 자동차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며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심지어 일부 어른들 또한 실제와 똑같지만 작고 귀여운 크기의 미니카의 매력에 빠져 미니카 수집에 열을 올리곤 한답니다.



이번에 <유엑스리뷰>에서 출간된 『핫휠 레전드 미니카 컬렉션』은 '전설의 차고'에 들어가는 전설적인 자동차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어요.

핫휠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실물 크기 자동차인 '트윈 밀'부터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전투기 엑스윙을 응용해 만든 고성능 레이싱카 '엑스윙 파이터 카십'과 누가 봐도 다스 베이더의 헬멧 모양을 그대로 본뜬 '다스 베이더', 레이싱용으로 제작된 도요타 수프라 모터 2JZ-GTE 엔진을 장착한 '2 제트 Z'에 이르기까지 핫휠의 가장 핫한 다이캐스트 자동차 21대의 실물 버전 내외부를 소개하고 있답니다.


그중 몇 개를 소개해 볼게요.



다른 차들도 너무 멋있지만 '폰티악 GTO'를 보고 차를 잘 알지 못하는 저도 너무 설렌 거 아세요?

이 차는 1960년대 머슬카의 대유행을 이끌어낸 차로 일명 Goat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어요. 이것은 GTO의 말장난이기도 한데, 도로 위에 무엇이 있든 염소처럼 먹어치울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2006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마 쇼에서 완성차 크기의 폰티악 GTO가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1966년에 처음 모형 자동차가 공개되었을 때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고 하네요.


폰티악 GTO의 화려하고 매력적인 외관과는 달리 실내 디자인은 굉장히 단순하고 소박한 것 같아요. 하지만 좌석이 상대적으로 낮고 사람에게 딱 맞게 만들어진 버킷 시트로 되어 있어 승차감은 편안할 것 같아요.


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머슬카란 미국산 2도어 스포츠 쿠페라고 보시면 돼요. 머슬카는 가격대가 저렴하고 강력한 엔진으로 스피드를 자랑하기에 넓은 구매층을 가지고 있어요.



영화 《트랜스포머》가 개봉되었을 때 범블비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죠. 바로 범블비가 '쉐보레 카마로'인데요. '쉐보레 카마로 SS'는 쉐보레 카마로의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라인업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강력한 머슬카 중 하나입니다.


이 '쉐보레 카마로 SS'는 핫휠과 쉐보레가 손잡고 처음으로 다이캐스트 자동차를 실물 크기로 제작하여 판매한 자동차에요. 이 자동차는 3개월도 안 돼서 전부 완판되었다고 하네요.

425마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100킬로미터까지 속도를 올리는 데 4.5초가 걸리고, 시속 100킬로미터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제동 거리가 약 31m라고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엑스윙 파이터 카십'은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전투기 엑스윙을 응용해 만든 고성능 레이싱카입니다.

자동차 경주를 염두에 두고 제작했기에 광속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최고 속도 시속 290킬로미터의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자동차입니다.

내부도 같이 봤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이 자동차는 내부 사진이 없어요.



그 외에도 이 책은 머스탱의 마력을 높인 고급 버전 '포드 세마 머스탱 GT'와 GM사가 핫휠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드래그 레이스용으로 제작한 '쉐보레 코포 카마로' 등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눈길을 사로잡는 최고의 퀄리티의 매력적인 자동차들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50년간 25,000개 이상의 다이캐스트 모형 자동차를 보여주며 미니카 시장에서 정상에 있는 핫휠의 미니카들 중에서도 소수의 가장 뛰어난 모델들만 실물 크기로 제작해 모아둔 '전설의 차고'!

바로 그 전설의 차고에 들어가는 완벽에 가까운 최고의 퀄리티의 전설적인 자동차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핫휠 레전드 미니카 컬렉션』입니다.


단지 장난감으로 핫휠 미니카를 접하는 어린이들이나 저처럼 자동차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혹은 자동차나 핫휠의 마니아 누구든지 간에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만나게 되는 레전드 앞에서 분명 끓어오르는 흥분과 설렘을 주체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해요. 그만큼 이 책에 나온 핫휠들은 단순한 자동차를 넘어 예술의 경지에 이른 최고의 창작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어요.


먼 곳의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 나의 꿈이 될 핫휠 레전드의 세계, 궁금하지 않나요?

바로 이 책을 통해 그 세계를 만나고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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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맥베스
하야세 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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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이 유이치는 대학 졸업 후 통신시스템 전문 기업인 인쇄회사의 자회사 '도아인쇄'에 들어갔다. 입사 6년 후 업계 분류는 통신업계나 컴퓨터 관련 업계에서 IT업계로 바뀌었고, 회사는 'J프로토콜'이라고 사명을 바꾸고 업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입사 11년째 과장으로 승진하여 신임 과장 연수에 참가한 나카이는 R&D 부문 연구센터에 근무하는 고등학교 친구 반 고스케를 만난다. 석사를 졸업 후 입사한 반은 아직 주임이었다.

과장 승진을 하며 경영기획부로 옮겼던 나카이는 서른다섯에 원래의 사업부로 돌아갔고, 그 사이 반은 R&D 부문에서 사업부로 이동하며 둘은 해외 영업 부서에서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른여덟 살인 현재, 나카이와 반은 방콕에서의 큰 계약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고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돌아가던 중 중간 경유지인 홍콩에서 문제가 생겨 착륙하지 못하고 마카오로 회항하게 된다. 이에 예약했던 홍콩의 호텔을 취소하고 그들이 학교 다닐 때 읽었던 소설 『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에 나왔던 마카오의 호텔에 예약하고 묵게 된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한 두 사람은 잠깐의 여흥을 즐기기로 하고 호텔 내 카지노에 들어갔다. 반과 달리 도박에 재능이 없던 나카이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다이사이 테이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우연히 테이블에 앉아 있던 지저분하지는 않지만 누더기를 입은 할머니를 보게 되었다. 그 할머니는 딜러 옆에 게임 결과가 표시되는 디지털 보드가 있음에도 종이쪼가리에 게임 결과를 기록했고,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나카이는 디지털 보드가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오작동 후 베팅한 할머니가 어김없이 게임에서 이긴다는 사실도 발견한다.

이에 나카이는 반에게서 돈을 빌린 뒤 할머니의 시선을 따라 거액을 베팅했고, 그 게임만으로 440만 엔 정도를 벌게 된다.


그렇게 기분 좋게 카지노를 나서는데 성매매 여성 세 명이 그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비행으로 피곤했던 나카이와 반은 완곡하게 그녀들을 거절하며 대신 식사를 사주었다. 식사를 마친 후 성매매 여성 중 한 명이 나카이에게 식사에 대한 답례라며 미래를 알려주겠다며 묘한 말을 했다.

"당신은 왕이 돼서 여행을 떠날 거야."


그리고 다음날 나카이는 총무부에 근무하는 연인 유키코로부터 자신이 J프로토콜 홍콩 대표이사로 부임하게 될 거라는 전화를 받게 되는데….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표지가 표현하고 있듯 홍콩의 밤거리를 연상시키는 화려함을 지닌 외로운 어두움이었다.

주인공 나카이는 타의와 음모에 의해 화려해 보이는 정점에 올라 결코 빛나거나 행복하지 않은 우울함과 무거운 왕관의 무게만을 감당해야 했다.

왕이 되어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오히려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었을까. 아니면 마녀들의 예언대로 왕이 된 맥베스의 운명을 알기에 자신은 그것을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맥베스가 된 자신의 운명을 이겨내고자 고군분투하는 나카이를 보며 가슴을 졸였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음모의 소용돌이 중앙에 들어서버린 나카이가 J프로토콜의 기업 비밀을 둘러싼 목숨을 건 싸움에서 물러설 곳은 없었다. J프로토콜의 실권을 쥐든가 무너뜨리든가 둘 중 하나밖에.

그런 암투 속에서 아군이라 믿었던 사람까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며 누구를 어디까지 믿고 또한 누구를 어디까지 의심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며 우울함과 쓸쓸함을 더했다.

그리고 반격을 가하는 나카이의 선택의 결과는….


사건과 음모와 반전의 연속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나카이의 상황에 몰입하며 소설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맥베스가 되었지만 그 운명을 새롭게 개척하고자 한 나카이의 행복한 결말만을 바랐다.


어쩌면….


소설을 덮으며 먹먹함과 허탈함을 달랠 길이 없어 긴 한숨만 나왔다.

이 책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이 소설을 통해 한편의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재미와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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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되찾다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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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 느긋하고 자유로운 산가이(아파트 외부) 아이들과는 달리 기노하라 아파트의 아이들은 사립 중학교 입시를 위해 학원에 다니느라 여름방학조차 포기해야 했다. 이에 다섯 명의 기노하라 아파트 4학년 아이들 중 리더인 사이토 하야토는 자신들의 손으로 여름방학을 되찾고 덤으로 자신들에 관해 이상한 소문을 내며 멋대로 떠들어대는 산가이 아이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단순 가출을 했던 도모코의 일에서 힌트를 얻어 동네 사람들의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사건을 일으키자는 묘책을 내놓았고, 아이들은 그들의 즐거운 여름방학을 위해 하야토를 중심으로 의기투합한다.


잡지 <월간 우라가와>의 신입 편집자 사루와타리 마모루는 편집장의 명령으로 프리랜서 기자 사사키의 취재에 동행하게 된다.

사사키가 관심을 가진 사건은 잡지사에서 독자로부터 제공받은 정보인 기노하라 아파트 초등학생 연쇄 실종 사건이었다. 익명의 정보 제공자는 기노하라 아파트의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실종되었다가 이틀 후 무사 귀가했던 일이 발생한 이후 또다시 같은 반 남자아이가 실종되어 아직까지 행방불명임을 알려왔다.


기노하라 아파트는 서쪽을 꼭짓점으로 한 길쭉한 이등변삼각형의 형태의 부지 위에 지어진 단지로, 동쪽은 남북으로 철도 노선이, 나머지 양쪽은 가사가와강과 가사가와 소수로 둘러싸여 있는 특수한 장소였다. 그렇기에 넓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출입은 자유롭지 못하고, 동쪽 철도 노선을 가로지르는 건널목과 단지 북부 가사가와 소수에 걸린 짧은 다리, 총 두 곳의 출입구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파트에서 4학년 사토자키 겐이 다리를 건너 바깥으로 나간 후 돌아오지 않고 행방불명된 것이다. 겐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린 것은 겐의 아버지가 귀가한 후 발견한 범행 성명문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범행 성명문은 명백히 겐의 글씨인데다가 거기에 적힌 범인의 이름도 '괴도 다윗 스타라이트'라는 유치한 이름이었기에 지역 주민들은 아이들의 장난으로 여겨 걱정은 했지만 경찰의 대응은 미흡했다.


그러나 취재를 해나가면서 사건이 단순 실종이 아닌 상당한 정성을 들인 사건임을 인지한 사사키는 아이들의 연쇄 실종을 조사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모습과는 달리 "아이들의 실종 따윈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재미있는 기사가 될 것 같다"는 의미 모를 말을 내뱉으며 사루와타리를 의아하게 했다.

그리고 4일간의 실종 후 겐은 귀가했지만 그다음 주 월요일 기노하라 아파트의 아이인 나카이 미사키가 학교 수업 도중 교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책의 앞부분에서는 마음껏 놀지 못했는데 끝나가는 여름방학의 마지막 유희를 위해 아이들이 납치나 실종 같은 민감한 사항을 단순한 놀이 소재로 여겨 사건을 일으켰다는 생각에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을 느꼈다. 실종 아동의 부모가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피가 마르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 듯 반성조차 하지 않고 또 다른 사건들을 계속해서 계획하는 아이들의 이기적인 모습에는 분노하기까지 했다. 어리다고는 해도 너무 생각이 없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어른들을 골탕 먹일 정도로 영악한 주제에 처음 보는 어른들에게 순진한 척 반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꼴 보기 싫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초등학교 4학년생들의 철없는 장난이자 놀이라고 생각되었던 행위들 뒤로 어떠한 진지한 목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는 급선회한다. 그렇게 점점 아이들의 의도와 지혜, 그들이 말하는 즐거운 여름방학을 되찾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사건의 진실에 대해 접근해 가면서 아이들을 보는 시선과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또한 이야기는 아이들의 장난 같던 실종을 취재하러 온 사사키가 정작 실종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표현하거나, 미사키의 실종 당시 아이들이 겐의 집에 모여 작전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미사키가 없는데도 다섯 명이 모여 있는 등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가면서 미스터리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에 불씨를 지펴갔다.

그리고 점차 드러나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사건의 진실….


에필로그에서는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된 후의 모습들과 사건 관련 인물들의 훗날 모습들을 보여주며 무언가 확실히 끝을 맺었다는 시원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일상의 해프닝을 이야기하듯 가벼우면서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에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요소들이 가미되어 전혀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나 마니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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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 - 적는 즉시 감정이 정리되는 Q&A 다이어리북
김민경 지음 / 호우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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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의 어머니를 보면 아무리 슬픈 상황에서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으셨고 내가 잘못해 벌을 주실 때도 결코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으셨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면 저절로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고 냉철해지는 줄 알았다. 아니 어쩌면 서서히 감정이 사라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어른이 된 나는 오히려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웃으며, 화를 내는 것을 넘어 분노하며, 심지어 우울하고 외롭다라는 감정 등 어릴 때보다 더 깊고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어른이 되어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감정은 우울감이었는데, 이것은 어느 날 한번 자각한 뒤로 끊임없이 찾아와 나를 괴롭혔다.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는 도중이나 평화롭게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흐린 날이나 맑고 화창한 날,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 밤이나 낮 등 그냥 불쑥불쑥 찾아드는 감정이었다.

동료나 친구 등 주변에 나를 위하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헛헛함은 채워지지 않았고, 나의 일이나 무언가에 몰두할수록 더 공허해지기만 했다.


뭐, 이제는 여차저차 노력 끝에 좋아졌지만 여전히 감정을 마주하고 다스리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분명 내 것인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우니 어떨 때는 나에게서 감정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한 감정을 힘겹게 다스리고 적응하는 노력을 하며 지내고 있는데 『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를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민경 원장님이 저술한 책으로 '감정에게 묻고 답하기'가 핵심인 심리 치료 Q&A 다이어리북이다.



이 책은 크게 2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감정을 마주하는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표현하지 않고 참는 경우, 자신의 감정을 모르는 경우, 그냥 이유 없이 몸이 아픈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바로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기'라고 한다.

이러한 내용들이 길지 않고 쉽게 설명되어져 있기에 집중이 잘되고 이해하기 쉬웠다.



그렇게 간략하게 이론에 근거한 감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난 뒤, 이 책의 핵심인 2장에서는 우울, 분노, 슬픔, 불안, 행복, 수치심, 감사, 질투, 외로움, 사랑의 10가지 감정을 Q&A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 먼저 위 사진의 'WHO AM I' 작성을 통해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그러고 나면 앞서 말한 10가지 감정들을 나눠서 이야기하고 있다.

각 감정의 시작 부분에서는 그 감정에 대한 설명과 실제 생활에서 그 감정이 나타나는 상황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설명의 끝부분에는 그 감정을 이겨내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후 본격적으로 다이어리를 작성하게 되어 있다. 다이어리는 자신의 마음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며 현재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지하는 '마주하기', 인지한 감정을 더 깊게 들여다보며 이해하게 하는 '깊이 보기', 감정을 인정하고 제대로 흘려보내는 '흘려보내기'의 세 단계가 Q&A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살펴, 진실로 자신을 이해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해 좀 더 나은 자신으로의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한다.



아무리 비싼 상담이라도 내담자가 속을 전부 드러내 보이지 않으면 치료의 효과를 바랄 수 없다는 사실은 모두 알 것이다. 그런데 돈을 지불하고 아무리 굳게 마음먹고 상담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타인인 상담자에게 모든 진실을 온전히 드러내 보이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그렇기에 혼자만 볼 수 있는 이 책을 이용해 정신과 상담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질문에 숨김없이 정직하게 답을 적음으로써 스스로가 오롯한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이해하여 치유를 바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있는 Q&A는 정답이 없다. 더군다나 누가 볼까 봐 아니면 누가 들을까 봐 걱정하며 감출 필요도 없다.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고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답이다.


비록 지금은 정신과 상담이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 때문에 혹은 비싼 진료비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심지어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몰라도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보험 가입에도 불이익이 있다.


그렇게 여러 요인들 때문에 주저하며 힘든 마음을 홀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를 추천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질문에 답을 적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파악하는 동안 힘든 감정이 추슬러지는 것을 느끼는 한편 중간중간 나와 있는 저자의 팁을 통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Q&A를 완성하는 순간 이 책은 또 하나의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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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건너편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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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죽은 이들이 최후의 문으로 들어가기 전 머물며 마지막으로 현세에 있는 사람과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시간을 허락받은 곳 '작별의 건너편.'

그곳에 머물며 그곳을 찾아온 망자에게 누구를 만날지 스스로 선택하여 소중한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게 안내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안내인.


이것은 그곳을 거쳐간 보통 사람들의 특별하고 애틋한 이야기이다.


<히어로스>

중학교 과학교사인 아야코는 퇴근길 저녁거리를 사서 집으로 가던 중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데리고 있던 강아지가 도로로 뛰어들어 사고가 날 뻔한 것을 무의식적으로 구하고는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안내인은 용감한 히어로 같았다고 말했지만 아야코 자신은 무모하고 한심한 희생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선택으로 사랑하는 네 살 된 아들 유타와 사랑하는 남편 히로타카와 영원한 이별을 해야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24시간 동안 현세에 있는 사람과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는 안내인의 말에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을 만나면 바로 '작별의 건너편'으로 강제소환된다는 사실을 앎에도 주저 없이 남편과 아이를 만나러 갈 것을 결정하는데….


<방탕한 아들>

독신에다 번듯한 직장도 없이 방황하며 술에 절어 간경변으로 죽은 55세의 히로카즈는 작별의 건너편에 와서 현세의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날 기회를 얻지만 딱히 만나고 싶은 사람도 현세에 대한 미련도 없다. 하지만 기약도 없이 막연하게 최후의 문을 통과할 때까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 시간을 아무것도 없는 순백색의 공간에서 안내인과 단둘이 보낼 생각을 하니 차라리 아무라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 드디어 만날 사람을 정하는데….


<제멋대로인 당신>

전날 먹었던 음식보다 메뉴가 당기지 않는다는 사소한 이유로 다투고 집을 나갔다가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로 죽은 열아홉 살 고타로는 작별의 건너편에서 아무런 고민도 없이 같이 살고 있는 사야카를 보러 가겠다고 결정한다. 고타로가 죽은 지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야카가 아직 자신의 죽음을 모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설령 알아도 사야카 이외의 다른 사람은 선택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결심하고 현세로 돌아오지만 막상 돌아오고 보니 사야카를 만나러 가기 주저되는데….



인생에서 24시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지만 누군가를 만나 작별 인사만을 건네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작별 인사만을 위한 순간이 아닌 24시간이 작별의 시간으로 주어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주어진 24시간이 단순히 작별을 위한 시간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준비된 죽음이든 불현듯 찾아온 죽음이든 간에 누구에게나 나름의 사연이 있고 해결되지 않은 미련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작별의 건너편에서 주어지는 재회의 24시간은 최후의 문을 건너면 다시는 살아낼 수 없는 한 생명의 삶을 후회와 미련 없이 마무리하고 행복한 전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주어지는, 마지막인 동시에 새 출발을 알리는 시간과 공간인 것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나의 삶에서 시시하며 의미 없이 무채색이었던 순간들과 나와 닿았던 사소한 인연들이 하나하나의 의미를 가지며 저마다의 색을 입고 떠올랐다. 노력하지 않아도 항상 옆에 있고 친밀하고 가깝기에 무신경하게 대했던 가족들의 소중함도 다시금 되돌아보며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의 마지막에는 작별의 건너편이란 공간이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눈물샘을 자극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이 소설을 통해 인생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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