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야 : 야 1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메타노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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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황야.

그곳에 각자의 스승의 명을 받들어 천하를 돌아다니고 있는 눈부신 젊은이 세 명이 작은 나무 아래 모여 수십 장 떨어져 있는 땅 위에 선명히 드러난 검은색 골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여태껏 명왕은 전설이라고만 생각해 왔던 그들 앞에 홀연 나타나 그 범위를 넓히며 천지를 뒤덮기 시작한 어둠.

그들은 전설에 의해 인간 세상에 내려왔을지도 모를 명왕의 자녀 중 하나를 찾아 각자의 길을 다시 떠난다.


대당 천계 원년.

장안성 내 선위 장군 임광원의 집에서는 일족과 사용인들의 피가 대문 틈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임광원은 무슨 연유에선지 대장군 하후의 미움을 산 뒤 적국과 내통한다는 혐의를 받고 가차없는 처벌을 받게 되었다.

멸문지화.

우림군들은 끝끝내 네다섯 살 된 아이까지 모조리 죽이고서야 살육을 멈췄다.


대당 천계 13년.

초원 만족 금장 부족 선우가 급사하며 3년 전 그에게 시집갔던 대당 공주 이어가 신임 선우로부터 암살 위협을 받으며 장안으로 향하던 중 제국의 서북쪽 끝에 위치한 변경 위성 군영에 들러 길잡이를 청했다. 이에 장군 마사양은 군영에서 제일 어린 군졸 녕결을 길잡이로 추천한다.

하지만 공주의 시녀는 대낮부터 군영에서 술을 마시며 더럽고 음탕한 말을 내뱉으며 내기를 하고, 작고 어린 시녀에게 모든 힘든 일을 떠맡긴 채 자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녕결을 탐탁지 않게 본다. 그러나 우연히 보게 된 녕결의 글씨에 마음이 움직였고, 마사양으로부터 녕결이 시체 더미에서 상상이란 어린 여자아이를 구해내 시녀로 삼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뿐만 아니라 일을 잘하며 똑똑하여 서원 시험에 응시할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그를 다시 보게 된다.

그리하여 녕결은 길잡이로 상상과 함께 공주의 행렬을 이끌게 된다.


그런데 녕결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개인사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하후에 의해 억울하게 멸문지화 당했던 임광원의 가솔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였고, 십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후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하후에 대한 정보를 모으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점인데….



이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중국 소설 중 하나인 『경여년』의 작가 묘니의 작품으로 『경여년』처럼 평범하지 않은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그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초반 프롤로그 부분의 어둠이 찾아오는 부분은 몇 번을 읽어도 왜 그 이야기가 소설에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그 부분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와 이해가 되니 처음엔 그냥 넘겨도 상관없을 것 같다.


주인공 녕결은 열여섯의 변방의 어린 군졸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흉악하고 잔인하게 초원의 마적들을 죽이며 소벽호 장작꾼으로 악명(?)을 떨치며 어린 시녀 상상을 데리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비록 용맹한 장군의 살아남은 자식이라고는 하지만 네댓 살의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되었는데 어떻게 따로 스승 없이 모두에게 인정받을 만큼 글씨도 잘 쓰고 하후의 정예 암살조도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무예도 뛰어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이렇게 대단한 주인공에게도 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수행자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인공 사전에 좌절이란 없다. 수행자가 되지 못한다면 그뿐. 황제가 되지 못한다면 서예 대가가 될 것이고, 장군이 되지 못한다면 대학사가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인생에 한 우물만 파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나아간다.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아니, 진피피가 돕는다고 해야 하나? 녕결의 걸림돌이었던 막힌 기해설산혈에 변화가 생기는 중대한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과연 녕결은 자신의 복수를 하고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수행자가 되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2권까지 빠르게 진행됐지만 여전히 궁금하고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가득하다.

특히 책을 읽는 내내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하기에 비중이 크고, 시녀인데 시녀 같지 않은 상상의 존재가 무척 궁금했다. 아직까지 상상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서사가 없어 앞으로 진행될 상상의 이야기가 무척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녕결을 생각해 주는 진피피와의 이야기도.


『장야』는 판타지적 세계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친근한 동양적인 배경에 거침없고 기발한 전개가 어느새 소설 속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뛰어난 가독성을 기본으로 신선한 재미와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인물들의 성장을 통해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무협 판타지 오락 소설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녕결의 목표를 향한 또 다른 성장을 기대하며 3권이 빨리 나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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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타 이슬라
하비에르 마리아스 지음, 남진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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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타는 유년 시절부터 그녀의 남편인 톰이자 토마스 네빈슨을 알았다. 영국인이자 스페인인이었던 톰은 영국인 학교에서 정해진 중등과정 4년을 이수한 후 나머지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가까운 거리에 있던 베르타가 다니던 현지 학교로 넘어왔다. 베르타와 톰은 그때부터 서로 결혼했다는 상상에 빠질 정도로 금방 사랑에 빠졌다.


베르타는 눈에 띄는 특징은 없었지만 균형이 잘 잡힌 갈색 미인으로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줄 아는 의식이 있는 여성이었다.

톰은 언어를 배우는 데 남다른 재능 즉, 탁월한 외국어 습득력과 새로운 말을 모방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영어와 스페인어는 원어민처럼 완벽하게 구사했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잠시만 들어도 말투, 억양, 단어, 악센트까지 완벽하게 흉내 낼 줄 아는 재주를 가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관계가 결코 불장난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육체적인 관계에서는 서로를 존중하며 결코 선을 넘지 않았다. 그리하여 둘은 엉뚱하게도 서로 사랑하고 헤어질 마음이 전혀 없는데도 각자 다른 사람과 첫 경험을 하게 된다.

시위에 참여했다가 회색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던 베르타는 도주 중 자신을 도와준 반데리예로인 에스테반 야네스와 한 번의 첫 관계를 맺은 후 더 이상 만남을 지속하진 않고 그저 결혼 기간 내내 가끔 그를 떠올렸을 뿐이었다.

톰의 경우는 옥스퍼드에 진학한 후 '성의 해방'이라 부르짖는 당시 영국의 흔한 방식으로 첫 경험을 했고, 그 후 두 번째 여인인 중고 책방 점원 재닛과 별다른 교류 없이 가끔 만나 잠자리만 같이 하는 관계를 이어나갔다.


자신의 능력과 아버지의 지위 덕분에 어렵지 않게 옥스퍼드 대학교에 입학한 톰은 영어와 스페인어 외에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러시아어를 능숙하게 다루었고 그 외 폴란드어, 체코어 등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 스코틀랜드, 웨일스 등의 지역 방언을 잘 알게 되었다. 그의 뛰어난 언어 능력을 눈여겨 본 지도교수들 중 예비역 피터 휠러 중령이 있었고, 그는 톰에게 비밀정보부에 들어오라는 제의를 받는다. 하지만 톰은 자신은 그런 조직에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제의를 거절한다.

그러나 얼마 후 톰과 관계를 맺던 재닛이 살해되며 톰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어 궁지에 몰리게 되는데, 이때 휠러 교수와 그가 속한 조직은 토마스가 조직에 들어온다면 사건을 그대로 종결시키고 토마스를 확실하게 보호해 주겠다고 제안하는데….



평범한 행복을 바랐을 뿐인데 남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삶을 바쳐야 했던 불운한 남자, 토마스.

그런 남자를 사랑하여 결혼하고 기나긴 기다림의 삶을 이어가는 여자, 베르타.


헤어 나올 수 없는 삶이라면 그 삶에서 가치를 찾고 멋진 삶이 되게끔 노력했지만, 거짓과 음모 위에 설계된 국가의 도구로서의 삶에서 점차 본연의 자신은 희미해지고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토마스를 보면서 그가 투프라의 정보부 가입을 강요당할 때 떠올렸던 '내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난다.'가 자꾸 머리에서 떠올랐다.

그렇다, 토마스는 더 이상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없었기에 그의 순수한 의지에 의한 진정한 토마스의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났을 지도 모른다.


목적을 위해 어떠한 수단도 정당시하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토마스의 모습, 그러면서 어떠한 주관도 없이 맹목적으로 영국이라는 나라에 충성하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그저 허무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베르타는 그런 남편을 하염없이 인내하고 기다리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물론 토마스가 죽었다고 여겨졌을 때는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는 했지만….

그렇게 모든 것을 잃어가고 절대 완성이 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그들 삶의 종점은 과연 어디일까?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서로의 삶을 각자 살아가는 베르타와 토마스를 보면서 또 다른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한 국가가 전체를 위해 개인의 삶의 희생과 맹목적 충성을 강요하는 상황을 보며 국가의 존재의 이유를 되새겨 보았으며, 목적을 위해 과연 어디까지 수단이 정당시 될 수 있을 것인가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모든 내용들이 단순한 사건 서술이 아닌 베르타와 토마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함께 의미를 더하며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일반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마냥 화려하고 멋지게만 그려진 허구의 스파이가 아닌 현실에서의 실제 스파이의 삶의 애환과 정체성의 혼란, 그 주변인들의 고통 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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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끄기의 기술 (지존 에디션)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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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나 한 번쯤은 읽거나 제목을 들어봤을 베스트셀러 『신경 끄기의 기술』이 국내 판매 40만 부를 돌파하며 인기 캐릭터 지존(ZIZONE)과 콜라보 하여 새로운 '지존 에디션'으로 찾아왔다. 나답게 살아가는 일상의 유쾌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핑고, 지지, 식빵새의 캐릭터 이미지가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과 관련된 일에 신경을 쓰고 걱정하며 살아간다. 그 일이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사소한 일일 수도 있고 심각하고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심지어는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조차 신경 쓸 때도 있다.

그렇게 정신력을 소모하며 고민하다 보면 어떨 때는 지쳐 좌절하고 심할 경우에는 엉망진창이 되어 어느 순간 삶의 방향과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신경 끄기의 기술'이다. 이 기술은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게 해주는 방법이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 신경을 덜 쓰는 기술 혹은 포기하고 내려놓는 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꼭 명심해야 될 것은 '신경 끄기'라는 것은 전부 다 신경 쓰지 않는 무심함이 아니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무시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뼈 때리는 팩트를 날리고 있다. 바로 '우리 모두가 특별하며,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은 헛소리라는 것이다.

유명인들은 방송에서 "여러분은 특별해요"라고 강조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키울 때 "너는 특별해"라고 말한다. 이것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이 아주 특별한 일을 하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평범함을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 말이 사람들에게 돋보이고 특별한 삶만이 가치 있고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는 편협한 생각을 심어줄 수 있어 자칫 위험한 사고방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간혹 누군가 뭔가에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 데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동안 핫했던 말이 바로 내로남불이다. 내로남불은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라고 말한다.

No!

"넌 틀렸어, 물론 나도 틀렸고."

사람들은 항상 틀린다. 예전에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것도 틀렸다.


어느 과학 잡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는 여전히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고 있으며 그들 중에는 유명 운동선수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진실을 음모론으로 치부하며 자신들의 믿음을 고수하며 잘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옳아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해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감히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틀리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틀렸다고 세상이 망하는 것도 아니다.

삶이란 정답을 구하는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 각자 옳은 것을 향해 나아갈 뿐인 것이다. 단, 경험을 통해 얻는 것도 어느 정도 틀릴 것이다. 저자는 틀리면 변화할 수 있고, 조금 덜 틀린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책은 어렵지 않게 여러 현실적인 조언을 하며 개인에게는 자칫 중요하게 생각되어지는 것도 실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말하며, 진짜로 가치 있는 것에 신경을 써 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충고하고 있다. 쓸데없는 것은 치우고 중요한 것에 집중함으로써 비로소 삶은 여유롭고 가치 있고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유쾌하고 초긍정적면서 현실적인 작가의 이야기에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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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설계자 - 생각, 성격, 습관을 원하는 대로 바꾸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
라이언 부시 지음, 한정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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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그렇다 쳐도 어른이 되면 어느 정도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해 주위의 웬만한 유혹은 이겨내고 감정보다는 이성이 지배하는 삶을 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지금의 나를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일희일비는 일상이거니와 쉽게 유혹에 빠지고, 남을 질투하고,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며, 그렇게 된 나의 일상과 주변 환경에 너무나 쉽게 순응한다. 그리하여 그러한 나 자신에 한없이 실망하고 움츠러들어 그런 내 모습을 감추기 위해 자존심을 내세우며 자기합리화하는 악순환의 연속을 겪는다.


이런 나 자신을 위로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의 성장을 위해 명상이나 상담, 삶을 비우는 연습 등 많은 것을 시도했지만 실질적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삶을 유의미하게 변화시키는 데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시도조차 지쳐있던 요즘, 마음을 공학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소프트웨어라 보고, 그 마음 소프트웨어를 재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심리건축'이라는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가장 바람직한 모습에 도달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마음설계자』를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중심적인 개념과 구조는 '심리건축'이다. 이것은 마음 소프트웨어를 의도적으로 새롭게 프로그래밍하는 것으로, 심리적 반응을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중점을 두는 자기주도적 심리적 진화를 의미한다. 이것은 새로운 용어지만 과거 아리스토텔레스나 스토아 철학자 등 많은 사상가들이 가르쳤던 개념으로 결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현대는 과거보다 한층 더 다양하고 강렬한 유혹의 환경에 노출이 되어 있고 또 그것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중독되다시피하며 살고 있다. 손쉽게 접하는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을 시청하고 게임을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나의 경우에는 다음날 중요한 발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시만', '조금만'하며 스마트폰을 조작하다 하루를 그냥 훌쩍 보내버린 결과, 발표 준비가 미흡하여 발표를 망치고는 후회하고 좌절한 적이 있다. 하지만 후회는 그때뿐 이러한 상황은 다른 경우에서 또 똑같이 반복되곤 했다.


그러한 유혹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유혹과 충동을 이겨내어 좋은 결과를 이끄는 사람들과의 차이점은 바로 자제력이다. 점점 중독성 강한 요소들이 많아지는 세상에서 행동적 자기지배, 즉 자제력은 최고의 도구가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이 바라는 가장 바람직한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의 삶의 방식을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자기 통제력을 키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심리건축' 즉, 자신의 마음을 실험하고, 자신을 재창조하고, 자신의 존재의 상태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을 반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이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자기 마음의 기능을 이해하고 최적화할 일련의 강력한 심리적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심리건축'의 의미와 그것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환경에서 긍정적 변화를 맞이할 수 있는 '마음설계자'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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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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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라는 닉네임을 가진 남자들이 쓰미무라라는 남자의 집에 침입해 그를 묶고 위해를 가하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5년 전 '고양이 도살자'가 SNS를 통해 고양이들을 학대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려 신고됐지만 유능한 변호사를 써서 형량을 줄여 집행유예를 받았던 일을 이야기한다. 이에 죽은 고양이들의 주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원통해하던 중, 그들 중 한 명이 10억 엔의 복권에 당첨되며 '고양이 도살자'와 그를 후원했던 '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 줄여서 '고지모' 회원들을 찾아내 복수하는데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를 고용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쓰미무라는 그들에게 자비를 구하지만 아메쇼는 5년 전 쓰미무라가 '고양이 도살자'의 방송에 달았던 댓글을 언급하며, 쓰미무라도 고양이처럼 난도질당한 곳을 열심히 핥으라고 이야기한다.


쓰미무라의 일을 마친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는 다음 타깃인 바쓰모리 바쓰타로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차별적이고 파렴치한 콘텐츠의 인터넷방송으로 돈을 번 뒤 가상화폐로 순식간에 엄청난 자산가가 된 사람이었다.

아메쇼는 바쓰모리의 가사도우미를 매수해 저택의 현관문 인증 패턴과 평면도를 미리 얻어내 저택에 침입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가사도우미에게 들은 대로 거침없이 거실로 들어서며 바쓰모리를 찾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량의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가사도우미였다.


소설은 장면이 바뀌며 중학교 교사인 단 지사토가 자신의 반 학생 후토 마리코에게 노트를 돌려주며 그녀가 쓴 소설에 대한 감상을 말해준다. 후토 마리코는 고양이의 복수나 고지모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국어교사인 단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했었다. 이것은 앞서 나왔던 러시안블루와 아메쇼의 이야기가 후토 마리코의 소설 속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단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또 다른 학생 사토미 다이치는 학교에 휴대전화를 가져오면 안 된다는 교칙을 어겨 단에게 주의를 받던 중 얼굴을 돌릴 새도 없이 단의 얼굴을 향해 재채기를 했다. 그것은 단의 집안에서 이어지는 특이한 능력인 '선공개 영상'을 보게 하는 비말 감염을 충족시켰고, 그날 밤 단은 사토미가 다음 날 겪게 될 미래를 보게 된다. 그것은 바로 사토미가 신칸센 열차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었고, 이에 단은 고민을 하다 사토미에게 넌지시 경고를 하며 사토미가 사고를 피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내각부'의 테러 대책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토미의 아버지는 신칸센 열차 사고를 예견한 단을 향해 의심의 시선을 던지는데….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페퍼스 고스트'는 연극 무대나 영상 분야에서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로, 조명과 유리를 사용해 다른 곳에 있는 물체를 관객 앞에 보여주는 수법이라고 한다.


소설은 전혀 상관없는 두 개의 이야기, 즉 현실의 이야기와 그 현실 속 인물이 쓴 소설의 이야기가 나란히 전개되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현실의 단 선생이 소설 속 인물들을 만나게 되며 소설 속 인물들이 원래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들인지 혹은 그들이 소설 밖으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단 선생이 소설 속으로 들어간 것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며 두 이야기는 하나로 합쳐진다.

거기다 닉네임이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라는 고지모 사냥꾼들이 정말 닉네임만 고양이 품종에서 가져왔을까를 의심하게 하는 모호함을 더한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니체의 '초인'과 '영원회귀' 사상을 이야기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작은 조언을 던진다.

인간의 삶은 동일한 것을 영원히 반복할 뿐이라며 자칫 허무주의에 빠질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영원회귀라는 반복을 통해 같은 삶을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여 그것을 기회 삼아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인생에서 추구할 만한 가치로 기쁨과 행복을 말하고 있다.


소설은 비말감염을 통한 '선공개 영상' 즉 '미래시'라는 초능력을 소재로 사용하여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내용이 픽션임을 환기시키며 재미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중간중간 나오는 작가만의 유머는 소설에 활력을 더하고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빠른 전개와 짧은 호흡은 최고의 가독성을 더했다.

과연 작가 스스로가 자신 있어 할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극도의 재미를 선사하는 『페퍼스 고스트』,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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