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 좋아하는 일, 꾸준히 오래 하면, 생기는 일
정헌재(페리테일) 지음 / 아워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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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태도냐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베짱이보다 개미가 더 나은 태도라고 말할 것이다. 베짱이처럼 살면 너무 불안정한 삶 아니냐고, 너무 앞날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열에 아홉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열 중 하나, 혹은 백, 천, 만 중 하나 정도는 베짱이의 삶에서 로망을 찾고, 여유를 찾고는 한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는 불안불안하기만 해 앞날을 차마 예측하기 어려워 보이기만 할지라도, 베짱이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노래 모두 하며 사는 것. 현실에서 실천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러한 생각을 정면으로 부정해 나가듯, 『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의 저자 페리테일은 자신의 베짱이와도 같지만 남들은 찾기조차 힘든 행복을 찾아낸 삶에 대해 말하며 독자들에게 부러움과 용기를 동시에 가지게 한다.



저자의 고등학교 3학년 당시 담임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예체능 지망 학생들에게는 쌀쌀맞고 인간 취급도 안 하는 사람이었다. 저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대학 원서를 쓸 때 사건이 터졌다.

어차피 학원에서 상담을 받은 것으로 원서를 쓰면 되는 것인데, 담임은 기어코 부모님을 모셔와 상담을 하게 했다. 저자의 어머니는 출근 때문에 오전 일찍 학교에 들렀다가 갈 생각이었으나 담임은 예체능이라는 이유로 상담을 마지막 순서까지 미루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상담에서 들은 말은 "쟤는 그냥 알아서 가라고 하세요"였다고 한다. 저자의 어머니는 그러한 맥락의 말 몇 마디를 듣기 위해 반나절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저자의 마음속에 분노의 불씨로서 자리 잡았다. 그날부터 저자는 남은 기간 동안 필사적으로 실기에 열중하였고, 졸업식날 마주하게 된 담임이 예체능 학생들은 아무도 합격 못했다며 꼽을 줄 때, 자신의 합격 소식을 밝히며 담임의 얼이 빠지게 만들었다.


저자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그 분노가 자신이 성적으로는 부족한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분노와 감정은 자칫하면 자신에게도 해가 될 수 있지만,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크나큰 힘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작가님, 책 어떻게 파실 건데요? 아무도 작가님 몰라요." 언뜻 차갑게 들릴지도 모르는 말이지만, 저자의 상황에도 맞는 말이고, 저자 또한 그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딱 당시의 상황에 맞는 말이었다고 회상한다.

저자는 수차례의 원고 거절 끝에 가지게 된 첫 기회에 들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 채 성급한 마음에 천천히 자신을 알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책을 출간하기를 희망하였었다. 그러나 담당자의 한 마디로 자신을 돌아보며 조금 더 겸손한 자세로 접근하여 결국에는 20년에 달하는 커리어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쓴소리는 듣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쓴소리는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 자신이 원하는 것을 꾸준히 해내기 위해서는 쓴소리도 적절하게 들어가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다 보면 악의가 없더라도 자신에게 부정적인 말, 상황, 감정 등에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대처 방식이 있고,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어떠한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길보다는 그저 자신만의 이야기를 독창적으로, 그리고 매우 귀여운 캐릭터들로 장식된 이미지들을 곁들여 풀어내고 있다. 그 이야기의 무게와 캐릭터들이 덜어내 주는 무게감의 조화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와 이로 인해 하게 된 생각에 쉽게 다가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일들, 심지어는 어느 날 내린 커피의 쓴맛조차도 소재로 삼아 자신이 깨달은 바, 생각한 바를 진솔하면서도 간결하게 전달하는데, 그 이야기 하나하나가 공감을 이끌어내고, 때로는 부러움 불러일으키는 등 여러 가지 감정을 유발하게 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하게 전하는 것은, 주변의 시선과 평가에 너무 연연하여 자신의 선택을 지나치게 번복하거나 자신감을 잃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을 하며 무럭무럭 샘솟는 부러움과 함께 삶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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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테일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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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레이더를 위해 '세상의 우물' 속으로 들어간 찰리는 우물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상, 엠피스라는 왕국에 도착한다.

엠피스로 통하는 터널을 빠져나오면 바로 내려다보이는 오두막집에 사는 회색 인간 도라는 찰리가 레이더를 그곳에 데리고 온 이유를 듣고는 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스 걸 리아에게로 찰리를 안내했다.

리아는 엠피스가 비극을 맞이하기 전 엠피스를 다스리던 갤리언 가문의 공주였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입이 없었다. 찰리와 대화를 나눈 리아는 찰리를 눈이 없는 그녀의 삼촌 우디에게로, 우디는 그를 다시 귀가 없는 그의 사촌 클로디아에게로 인도하여 해시계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과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2권에서 찰리는 회색 인간들의 피난 행렬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며 때론 불안에 떨었지만 클로디아의 조언과 보디치 씨가 남긴 AB 표시를 따라가며 무사히 목적지인 릴리마르에 입성해 해시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레이더를 해시계에 올려 마침내 레이더의 시간을 되돌려 준 찰리는 클로디아의 조언대로 해가 지기 전에 릴리마르를 빠져나오기 위해 보디치 씨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과 반대 방향으로 서둘러 갔다.

하지만 찰리에게 앙심을 품은 난쟁이 피터킨의 방해로 어느 순간부터 보디치 씨의 표시가 지워져 보이지 않았고, 이에 찰리는 릴리마르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다.


당황하여 잠시 포기할까도 싶었지만 자신을 의지하고 신뢰하는 레이더를 보며 용기를 얻고 기지를 발휘해 찰리는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해 도시를 가로질러 성문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문이 바로 눈앞에 보였을 때에는 이미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고, 눈부시게 파란빛을 내뿜는 밤의 병사 무리가 왕궁 쪽에서 나타나 찰리의 뒤를 쫓았다. 그들과의 간격이 점점 좁혀졌으나 찰리는 죽을힘을 다해 달려 릴리마르 탈출을 목전에 둘 수 있었다.

하지만 밤의 병사 무리를 헤치고 나타난 버스와 골프 카트를 한데 버무린 듯한 차량이 찰리를 세게 들이받았고, 그것에 타고 있던 머리칼이 희끗한 밤의 병사가 몸을 날려 찰리의 목을 움켜잡았다. 찰리는 레이더가 무사히 성문 바깥을 빠져나간 것을 보고는 레이더의 무사귀환을 빌며 정신을 잃는데….



2권에서는 레이더를 위해 '세상의 우물' 속으로의 모험을 강행한 찰리의 본격적인 모험과 시련이 다뤄지고 있다.

찰리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무난히 자신의 원래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동화 속 왕자의 사명을 다해야 되기 때문인지 시련을 겪게 된다. 왠지 아슬아슬하고 찝찝하다고 느껴졌던 일이 원인이 되어 17살의 소년이 겪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 펼쳐진다.


이 소설은 제목은 '페어리 테일'이지만 디즈니 동화처럼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처절한 생존의 현실이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그저 꿈이었기만을 바라는 동화였다.

아니 이거 동화 맞기는 한가요? 단지 왕국과 공주와 마법이 나온다고 해서? 그렇다기에 찰리는 진짜 왕자님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뜬금없는 왕자 찰리의 러브 아닌 러브러브엔 할 말을 잃었다. 동화라면서요!

어쩌면 작가는 동화에 대한 환상을 파괴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회색 인간이건 온전한 인간이건 엠피스에서는 누구 하나 고통받지 않는 존재가 없었다. 그러니 그 엠피스를 고통에 몰아넣은 플라이트 킬러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엔 충격과 분노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플라이트 킬러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그런 서사는 개나 줘버리라 그래!

그리고 충분히 플라이트 킬러를 제지할 수 있었음에도 자신들의 국민들이 회색 인간의 저주로 고통받는 것을 보고도 외면해 버린 왕족들에 대해서는 처음에 느꼈던 연민이 사라져 버렸다.


모든 것이 너무나 멀리 가버린 이야기 속에서 찰리는 무사히 시카모어 1번지로 돌아와서 자신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엠피스의 자유를 되찾고 자신의 아늑한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찰리의 처절한 사투는 어떻게 될까? 아니 어느 세계에서의 삶이 진실된 찰리의 삶일까?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하고 예상 밖의 방향으로 향하는 『페어리 테일』, 그렇기에 더욱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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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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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늑약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권 피탈 이후 고종의 아들이자 대한 제국의 황태자인 이은은 외교적인 이유를 핑계로 일본에 끌려가게 되었고, 또 조선에 혼약자가 있었음에도 일본에서 정해준 혼처에 따라 일본인과의 혼인이 강제되었다.

여기까지라면 여타 역사 기반 소설들과의 차이점을 찾기 어렵겠지만, 『잃어버린 집』에서는 단순히 이러한 상황을 황태자 이은의 관점에서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이은에게 정해준 혼약자인 마사코의 시선에서도 서술이 되어 그들이 역사 속의 인물로서 단순히 큰 흐름 속에서 그 일부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주체로서 와닿을 수 있게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또 이은과 마사코의 아들 이구의 시점에서도 묘사가 되는데 이 모든 것들은 이들의 생생하고도 개인적인 감정들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어 충분히 공감될 수 있게 했다.


또 이따금씩은 3.1 운동의 현장을 기록한 외신 기자와도 같은 인물들의 입도 빌리면서 이들 하나하나를 단순히 역사를 그려내기 위한 창구가 아닌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인물들로 설정하면서도 이들 삶에 긴밀히 녹아든 고종의 서거, 관동 대지진과 이어진 조선인 학살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자연스럽게 전달하여 역사책을 보는 것보다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쉬웠다.


『잃어버린 집』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주변의 여러 사람들의 관점에서 생생하면서도 세밀하게 묘사하여 독자들이 마치 역사 속 순간에서 그 인물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만 같게 느끼게 만들어, 역사보다 더 역사 같은 이야기로 작품 속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소설로도 영화로도 모두 큰 인기를 끌었을 뿐만 아니라 작품성 또한 인정받은 작가의 전작 『덕혜옹주』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깊은 만족감과 감동을 느낄 거라 장담한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뒷이야기를 순수히 작가의 상상으로 채워 넣은 것이라기에는 너무도 사실성 있는 이야기를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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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 - 배신과 왜곡이 야기한 우리가 모르는 진짜 세계사
나타샤 티드 지음, 박선령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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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과도 같이, 역사가 아무리 객관성을 주장하여도 그 이면에는 승자의 영향력이 펼쳐져 있음을 부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승자에 의해 쓰여진 역사의 일면만을 진실의 전체라고 알고 넘어가고는 한다. 그렇기에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이라는 제목이 더 눈길을 끄는 것 같기도 하다. 책 소개만 읽어도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 속에 담긴 거짓을 알아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마구 솟아올랐다.


로마 시대 역사를 읽다 보면 지나칠 수 없이 꼭 한 번은 마주치게 되는 이름이 몇 있는데, 대표적으로 카이사르, 키케로, 네로와 같이 대중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들이다.

카이사르 같은 경우에는 역사서에서 호평과 악평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네로는 역사상 최악의 폭군이라고 불리는데 이 또한 모함이라는 이야기도 있어 애초에 본질을 파악하기 힘든 인물들이다. 그러나 키케로의 경우에는, '웅변가'라는 단어를 들으면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그의 이름이 튀어나올 정도이지만, 그 밖의 것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 키케로가 『필리피카이』라는 연설 모음집을 통해 안토니우스라는 인물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보통 대중적으로 생각하는 안토니우스의 이미지는 방탕한 지배자의 모습인데, 이러한 점들이 키케로에 의해 날조된 것이며, 키케로 본인이 어떠한 정당화나 입증 시도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터무니없는 모함, 소위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사실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황제'라는 단어와 연결 짓는다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인물들은 몇 되지 않는다. 서양에서 찾는다면 앞서 언급했던 네로부터 독일제국의 초대 황제인 빌헬름 1세와 같은 인물들이 떠오르고, 동양에서 찾는다면 황제라는 단어를 쓴 첫 인물인 고대 중국의 통일 황제 진시황, 초한지의 인물로 친숙한 한 고조 유방, 그리고 황제는 아니었지만 서초패왕 항우, 삼국지의 조조, 유비, 손권, 그리고 당나라 시기로 들어오면 영화 《안시성》에 등장하는 당 태종 등이 있다.

또한 당나라 시기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하나로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황제였던 측천무후가 있다. 측천무후는 황후와 황태후로서 영향력을 미쳐온 시기까지 고려한다면 50여 년이나 되는 기간을 집권하였다 할 수 있으며, 그 시기 동안 다른 황제들과 비교하였을 때 결코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대부분의 황제들에 비해 뛰어나다 할 수 있는 수준의 통치 능력을 발휘하였다고 볼 수 있음에도 측천무후에 대한 평가는 처참하기만 하다. 그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생각만 할 뿐 더 깊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에서는 이에 대해 더 분석을 해 나갔는데, 측천무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의 원인으로 당나라 멸망 이후 수십 년 간의 혼란 끝에 패자로 군림하게 된 수나라가 정통성과 유교 문화의 고취를 위해 당시의 유교적 이념에 맞지 않는 측천무후의 통치를 어떻게든 축소시키고 숨기며 그게 불가능한 부분은 사소한 의혹조차 확정적이면서 크나큰 죄로 탈바꿈시켜 극악무도한 악인으로 낙인을 찍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 실상이 어떠했는지는 이제로서는 알기 어렵겠지만, 역사서에 남겨진,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측천무후의 업적들을 읽고 있노라 하면 무수한 비난과 악평들의 확고한 근간을 찾기 어렵고, 자연스레 이러한 분석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만 같다.



고대에는 안토니우스와 측천무후 등이 타인에 의해 다소 날조된 정보로 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는가 하면, 근대로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방탕한 왕족의 대표적 인물이 된 마리 앙투아네트가 날조된 정보의 피해를 입은 인물 중 하나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해'라는 말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몰상식한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발언으로 회자되고는 한다. 이 말 또한 사람들 사이에 와전된 것으로, 이 책에서는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본래의 발언이 평민들이 굶는다는 말에 연민을 가지고 먹을 것에 대한 대안을 제안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왕족이었기에 아는 음식이 별로 없어 자신에게는 쉬이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언급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에서는 이보다 더 직접적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죽음을 불러오는 불씨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되는 목걸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소유했다고 '알려진' 목걸이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사실과 결합하여 저주받은 목걸이라는 이야기까지 전해질 정도로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다른 것이, 마리 앙투아네트는 목걸이의 실물을 본 게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이거나 보지도 못했을 것이며, 보았더라도도 구매를 권유하는 것을 거절할 때 본 것이 전부라고 한다면, 이 얼마나 억울하고 어이없는 일일까. 졸작 중의 졸작인 망작 소설도 이런 플롯을 가지고는 감히 출간할 생각도 하지 못할 텐데, 이게 실화라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요약하자면, 원래 논란의 그 목걸이는 루이 15세가 죽기 전 자신의 정부를 위해 주문 제작한 것으로, 루이 15세가 죽자 구매할 사람도 구매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정도로 고가이고 사치스러운 목걸이였다는 것이다. 이에 이 목걸이를 완성한 보석상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구매를 권유하였으나, 마리 앙투아네트는 분명히 거절하였다고 한다.

여기까지였다면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겠지만, 어느 몰락한 귀족과 사기꾼들이 합심해서 추기경 하나를 속여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선물한다는 명분으로 그 목걸이를 구매하게 한 후 추기경에게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전달했다고 속인 채 자신들이 목걸이를 분해해 암시장에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각은 금세 발각되었으나, 이를 두고 정치 가십 팸플릿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부풀려지고, 심지어 탈옥한 사기꾼은 자서전을 내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근거 없는 모함을 펼쳤고, 결국 이 불씨들이 모여서 군중들의 분노 속에 처형을 당하는 결말을 불러온 것이다.

당시의 빈곤하고 열악한 평민들의 삶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처형의 명분이었던 '무분별하고 방탕하며 사치스러운 생활'은 억울한 모함인 셈이다.



읽다 보면 마치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만도 같아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에 대한 충격적이고도 흥미진진한 반전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임진왜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이순신 장군에 대한 평가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보통은 역사적 인물들을 언급할 때 구미권 저자들은 서양의 인물들 위주로 업적을 칭송하고는 하는데, 순간 저자가 한국인인가 하고 표지를 확인하게 될 정도로 이순신 장군에 대한 호평이 짧지만 확실하게 담겨 있다는 점에서 왠지 모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깜짝 놀랄만한 충격적인 진실에 기존에 알고 있던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면서, 왜곡으로 인해 비틀어진 역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며 처음부터 올바른 역사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지금 일본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잘못된 역사의 전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은 딱 요점만 알기 쉽게 짚어져 있어 전범위의 독자들이 읽기에 적합한 것 같다. 숨겨지고 잘못 알려져 있는 역사의 진실을 알아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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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마티스가 취한 보들레르의 악의 꽃 탁상달력 - 260*190mm 2024 북엔 달력/다이어리
북엔 편집부 지음, 앙리 마티스 그림,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글 / 북엔(BOOK&_)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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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1인으로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간소함과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몇몇 부분에 있어서는 디지털 기기에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탁상달력과 다이어리랍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이용해 날짜를 확인하고 일정을 관리하지만, 저는 날짜와 일정을 볼 때마다 스마트 기기를 켜야 되는 것이 오히려 더 번거롭고 불편할뿐더러 날짜와 일정을 확인하려고 스마트 기기를 켰다가 원래 목적을 잊어버리고 자꾸 딴 길로 새 버려서 탁상달력과 다이어리를 고집하고 있어요.

그래서 연말이 다가오면 다음 해의 탁상달력과 다이어리 구매로 고민에 빠진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고민들 중 하나(탁상달력)는 일찍 해결되었어요.

바로 「2024년 마티스가 취한 보들레르의 악의 꽃 탁상달력」이 눈에 딱 들어왔기 때문이지요. 제가 마티스를 좋아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는 달력이랍니다.

달력의 강렬한 색상을 보기만 해도 기분 전환되고 상쾌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탁상달력의 첫 부분에는 <2024 한눈에 보는 한 해 계획>과 <2024 한눈에 보는 한 달 계획>이 나와요.

<2024 한눈에 보는 한 해 계획>의 칸은 좁기 때문에 생일, 기념일, 시험일 같은 일정을 간단하게 적으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다음 장의 <2024 한눈에 보는 한 달 계획>은 각 달마다 11개 정도의 일정을 적을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크기의 칸이 주어지니 각 달의 주요 일정은 이곳에 적으면 될 거예요.



그리고 바로 2024년 달력이 나와요. 물론 바로 2024년 1월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올해의 마지막 달인 2023년 12월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앞면에는 달력과 그 왼쪽에 마티스의 그림이 실려있고, 뒷면에는 마티스의 그림과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의 심오한 시구가 적혀 있어요. 적혀 있는 시구들은 과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여러 번 곱씹어 보며 깊은 사색에 빠져들게 하네요. 또한 시구와 마티스의 그림이 너무나 잘 어울려 마치 보들레르가 마티스의 그림을 보며 시구를 읊조린 것 같아요.

매일같이 자의반 타의 반 스마트 기기를 보며 쪼그라들었던 감성과 뇌의 전두엽이 마티스의 정열적이고 강렬한 그림과 보들레르의 감성적인 시구로 되살아나는 기분이에요.



2024년 한 해 동안 「2024년 마티스가 취한 보들레르의 악의 꽃 탁상달력」이 달력의 기본 기능은 물론 매일의 일정을 한눈에 파악하게 하는 동시에 나만을 위한 감성적인 '미술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돼요.


나의 2024년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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