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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택배 기사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김희우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4년 7월
평점 :
믿었던 동료에게 사기를 당하고 그 충격으로 1년 반 동안 집안에만 있었던 한 청년이 다시 세상에 나가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참 잘했다고 많이 애쓰고 스스로 잘 이겨냈다고 안아주고 싶었다. (이건 사심?ㅎㅎ)
분명 쉽지 않은 세상을 향한 두드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최저시급인 아르바이트조차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면접까지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고 경쟁률도 높았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하게 된 생수 배달 첫날, 차 진입이 어려운 골목에 계단을 수없이 오르며 무거운 생수를 날라야 했고, 예상치 못한 접촉사고와 주차위반 딱지까지, 온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고된 노동의 결과는 마이너스 60만 원이었다.
여기까지 보면 '이 청년 너무 고생하고 힘들겠다. 이 일을 어떻게 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택배 노동의 고단한 이야기보다 힘든 노동의 현장을 밝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하는 저자의 모습이 훨씬 더 많이 담겨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고객과 노동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도록 어떻게 일을 더 편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그의 고민이었다. 대학교 내 택배 분실을 막기 위해 총장님께 cctv 설치를 건의했던 사건, 코로나19 전염에 두려워하는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1층 배송을 제안했던 일, 배송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매일 꼼꼼히 메모한 그의 기록은 고객뿐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해 주고 일의 능률도 높여주며 수익에도 큰 변화를 줬다.
그동안 택배•배달 노동시장 관련 책과 기사를 보며 불공정한 노동 시스템에 분노했었다. 이 책도 분명 그런 이야기들이 주로 담겨있을 줄 알고 분노 장착하며 시작했는데, 그것 또한 나의 편견이었던 거 같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보다 기업 중심 시스템이 우선인 건 사실이었지만 어려운 상황들을 긍정적 관점으로 스스로 시스템을 개선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노동 시스템은 결코 한 개인의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 건 아니다. 저자가 제안했던 것처럼 노동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책에 반영한다면 노동자의 업무 효율도 높아지고 고객의 불만사항도 줄어들지 않을까.
'쿵'
새벽녘, 앞집에 택배 놓이는 소리가 들린다.
새벽 배송, 총알 배송, 당일 배송, 우린 분명 편리해진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수많은 노동자의 땀이 서려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오늘도 고된 하루의 일을 끝내고 퇴근하는 노동자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저자의 말처럼, 앞으로 사회에 나올 다음 세대 청년들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