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여정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박재연 옮김 / Pensel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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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항상 종이나 캔버스에 담을 새로운 소재를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때로는 고되고 위험한 발걸음은 예술적 모험의 기록이자 경험과 감각, 그리고 여행에서 얻은 영감의 축적된 결과이다.

『예술가의 여정』은 이러한 창작의 기원을 추적하며,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31인의 화가들이 떠난 여행이 그들의 작품 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탐구한다.

우리는 종종 여행에서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곤 한다. 하지만 화가들에게 여행은 단순한 쉼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의 불꽃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 뉴욕에서 초현실주의를 폭발시킨 살바도르 달리
✔ 숲속을 헤매다 '발트슈라트(숲의 악마)'라는 별명을 얻은 클림트
✔ 파리와 프로방스를 오가며 떠돌이 삶을 살았던 폴 세잔
✔ 총 2,575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500페이지가 넘는 노트를 작성한 칸딘스키
✔ 빅토리아 시절 성별과 직업의 제한에서도 일관되게 저항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 그림을 그린 마리안 노스
✔ 로스앤젤레스의 태양 아래에서 그 특유의 선명한 색감을 완성한 데이비드 호크니
✔ 그의 작품 세계의 중심이 되었던 프랑스 아를에서의 짧은 삶 반 고흐

책에는 작품 이미지가 거의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들의 작품집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화가들이 직접 남긴 일기, 편지, 지도, 스케치 등을 바탕으로 그들의 예술적 변화가 여행을 통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했는지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 특별한 예술서를 만난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예술과 여행을 단순히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창작이라는 행위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예술은 새로운 시각을 찾는 과정이며, 화가들에게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창작의 재료였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우리의 삶 또한 하나의 예술적 여정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알고 보니 나 예술하고 있네)

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시대에도 예술가들은 창작을 위해 망설임 없이 길을 떠났다. 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지금의 나는 스스로를 틀에 가두고 불만만 늘어놓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제는 시야를 넓히고 밖으로 나가야겠다. 이 책을 읽고 움츠렸던 창작혼을 다시 깨워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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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질문력 -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는 아이로 키우는 인문학 질문 100
김종원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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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제했어?”

✔ “방 청소했니?”

✔ “공부 좀 해!”


오늘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나요?

그 질문은 아이에 대한 관심에서 나왔나요?

아니면 간섭하려는 욕심에서 나왔나요?


부모의 말과 행동은 아이 삶의 철학이 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전한 철학을 무기로 삼아,

끝없이 흔들리는 미래에도

자신을 올바르게 지키며 굳건하게 살아갈 겁니다.

_프롤로그 중에서


저자의 말에 폭격기를 정면으로 맞은 느낌이다.

우리는 흔히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이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며,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 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고 있을까?


김종원 작가의 『부모의 질문력』 은 부모가 아이에게 던지는 ‘질문’이야말로 그 어떤 교육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질문이 아이의 사고력, 표현력, 자존감을 키우는 본질적인 도구 임을 밝히고, 부모가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100가지 인문학 질문을 소개한다.


✅ “법이 없어지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 ✔ 관찰하며 저절로 깨우치는 공부

✅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 ✔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훈련

✅ “1년 후,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 ✔ 자기 주도적인 삶을 설계하는 힘


특히 단순한 이론만 나열한 것이 아닌, 책 속에 질문을 담고 아이가 질문에 직접 답을 쓰며 사유할 수 있게 구성된 만듦새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막상 질문을 하려면 생각이 나지 않는데 이 책은 100가지 인문학적 질문을 선별해줘 부모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 그리고 질문을 통해 아이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질문하는 아이는 어떤 세상에서도 꿈을 펼칠 수 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 우리 아이를 남과 똑같이 키울 것인가, 다르게 키울 것인가?

책은 부모가 던지는 ‘질문’이 아이의 사고력과 자존감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말한다.


“저는 공부에 재능이 없나 봐요."

"너 진짜 공부한 거 맞아?"


그동안 비난과 의심만 가득 찬 말만 했나요?


"다음에는 아마 더 좋은 점수를 받을 거야."

"이 정도 성적도 대단한 거야. 나는 언제나 네가 자랑스러워."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낮춰서 표현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엄마, 아빠가 저를 좀 높여주세요!'


아이들은 우리에게 자신들에게 위로를 응원을 달라는 신호를 보냈는지 모른다.


"오늘 하루, 너를 웃게 만든 일은 뭐였어?"

"오늘 네가 가장 궁금했던 건 뭐야?"


책을 읽다 보면 깨닫게 된다. 결국 부모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부모들은 여전히 주입식 교육과 ‘정답 찾기’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이란 아이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질문하는 습관’이다.


요즘 성공한 인물들의 자서전을 보며 그들의 부모가 던지는 질문 하나가 아이의 평생을 결정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부모가 변하면 아이가 변한다. 그리고 질문이 바뀌면, 아이의 미래가 달라진다.

더 늦기 전에, 질문하는 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아들에게 던진 질문

"너를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무엇이라고 쓸 수 있을까?"

"빛을 감출 수 없는 별이라고 생각해."


아들, 자존감은 하늘을 찌르는 구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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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미학 -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한선아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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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비눗방울.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비눗방울이 관람객의 정수리, 어깨 그리고 두 팔, 신체 곳곳을 가볍게 건드리며 피부 위로 가라앉는다.


"참 아름답죠"

"네, 정말 아름다워요.“


"작가가 그랬대요. 비눗방울들 하나하나가 곧 하나의 신체라고."

"어째서죠?"

"왜냐하면....“


"부검할 시신을 닦은 물.

바로 그것이 비눗방울의 재료니까요.“


"우리는 왜 어떤 죽음에는 애도하고, 어떤 죽음에는 침묵하는가?“


현대 사회에서 죽음은 점점 더 익숙하면서도 낯선 것이 되어가고 있다. 미디어는 매일같이 전쟁, 학대, 폭력, 차별, 소외 속에서 사라진 이들의 소식을 전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소비하는 데 익숙해졌고,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무감각함이야말로 우리가 직면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일지 모른다.


한선아의 『애도의 미학』은 그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예술과 철학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죽음을 조명하고, 우리가 간과했던 취약성과 애도의 의미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이 책은 전쟁, 학대, 차별, 폭력 등으로 사라진 이들의 부당한 죽음을 조명하며, 우리가 애도하지 못한 존재들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단순한 죽음의 기록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약자로 분류된 이들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소외되고,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결국 애도 받지 못한 채 사라지는지를 탐구한다.


멕시코 예술가 테레사 마르골레스의 '공기 속에서'처럼, 아름다운 비눗방울이 시신을 닦은 물로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는 순간 관람객은 죽음을 마주하는 감각적 충격을 경험한다. 아름다운 것처럼 보였던 장면이 한순간에 비극으로 전환되는 순간, 우리는 무감각한 일상 속에서 잊혀가는 죽음을 새롭게 기억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애도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를 바꾸는 행위라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하고, 말하는 것만이 무너진 자리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며칠전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저지른 끔찍한 사건은 너무 큰 충격이었다. 외면했던 사회적 구조의 문제가 비극으로 치달아야만 그제야 애도하며 수습하려는 모습들이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우리가 외면했던 죽음, 애도 받지 못한 존재들의 의미를 깊이 성찰할 때, 비로소 사회적 구조 속에서 반복되는 비극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는 더 깊이 애도하고, 변화의 시작점으로 삼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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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 건강하고 자립적인 노후를 위한 초고령 사회 공간 솔루션
김경인 지음 / 투래빗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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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대한민국, 그 어느 나라보다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지만, 노인에 대한 이해는 상당히 부족하다. 젊은 세대는 노인을 '틀딱', '꼰대', '연금충'이라는 단어로 비아냥거리며 노인 혐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들은 아직 노년을 살아본 적이 없다. 나이가 들면 정신적, 신체적 기능 저하로 일상생활과 공간을 예전처럼 활용할 수 없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인이라는 이유로 젊은 세대들에게 불편한 존재로 여겨지며 고립과 소외의 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서, 치매 증상으로 인해 많은 노인들이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자리 잡은 요양에서 마지막 삶을 보낸다. 자식들과 보호자들은 그들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노인들은 그냥 '내 집', 수십 년간 내 삶이 묻어나 있는 공간에 그대로 머물고 싶어 한다. 이 간극은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나이 들어서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는 이 절박한 질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노년 신경건축학자인 저자 김경인 박사는 집과 도시가 노인을 보호하는커녕 오히려 위협이 되고 있는 현실을 조명하며, 고령자가 존엄과 자립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모색한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집과 도시는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불편하고 위험한 공간이 되어간다. 화장실조차 안전하게 사용하지 못해 갈증을 참아야 하는 현실, 단순한 문턱 하나가 큰 장애물이 되어버리고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먹는 걸 포기해버리는 환경 속에서 노인들은 존엄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책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집과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방법을 공간, 주거, 도시라는 3가지 관점을 통해 노년의 삶을 새롭게 조망한다.

1장 '집, 나이 들수록 더 위험해진다'
익숙했던 공간이 나이가 들수록 왜 위협적인 환경으로 변하는지를 다룬다.

2장 '노인의 자립, 주거 공간이 좌우한다'
주거 환경의 작은 변화가 노년의 삶에 미치는 깊은 영향을 탐구한다.

3장 '노인을 위한 도시는 있다'
개인의 집을 넘어 지역 사회와 도시 차원에서 노인을 지원할 방안을 제안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실버타운과 요양원이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에이징 플레이스(Aging Place)', 즉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개념을 강조한다. 거창한 시설을 새롭게 마련하기보다 작은 변화, 예를 들어 문턱 낮추기, 미끄럼 방지 바닥 설치, 조명 개선 등 생활 속 작은 조정이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로부터 분리되지 않고 세대 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며 일본의 여러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주택가에 소규모 자리하며 지역 주민과도 자유롭게 교류하는 '긴모쿠세이 우라야스' 요양 시설은 돌봄을 제공하는 곳을 넘어, 입소자의 자립을 지원하고 그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진정한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 이는 건축적 접근뿐 아니라 삶의 질을 고려한 인간 중심의 해결책임을 잘 보여준다.

"어떤 사회의 진정한 수준은 그 사회가 가장 취약한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 문장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밝힌 저자의 말처럼 나이 드는 것은 특별한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래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은 나는 적어도 품위를 잃지 않고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노년의 삶을 꿈꾼다.
나이 들어도 내 집에서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고 싶고, 다양한 문화생활과 평생 교육으로 자아실현도 이루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주거 문제를 넘어서 '모든 세대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더 큰 질문을 던지며,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 방향을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보게 된다. 저자가 말하듯 익숙한 공간에서 머무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넘어, 공동체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에이징 인 커뮤니티로 나아가는 거. 나이 들면서도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주거 환경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 해답을 찾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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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천수이 지음 / 부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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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의 남자가 눈물을 흘린다. 고시원 사장이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 말끝마다 나가라는 소리를 한다. 그러나 남자는 나갈 수 없다. 가족도 없고 사고로 다리를 다쳐 경제적 능력도 없다.

가정폭력을 당하는 딸의 이혼 절차를 묻기 위해 어렵게 얘기를 꺼낸 70세 백발의 신사

매번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리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복수하려고 엄마의 남자에게 다가가 그의 아이를 가진 딸

CCTV에 범행 장면이 다 찍혔는데도, 우연히 아들과 닮은 것뿐이라는 강도죄로 구속된 아들의 어머니

아버지를 화장하고 돌아오는 길에, 남은 부의금 600만 원을 어떻게 나눠야 하지 물으러 온 자식들.

하루 평균 예닐곱 명이 찾아오는 이곳은 구청 화장실 앞 복도에 위치한 한 평짜리 무료 법률 상담소이다.

법의 이성이 미처 다다르지 못한 빈틈을 사랑과 공감으로 메우는 한 변호사의 따뜻한 시선을 담아낸 책, 천수이 변호사의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는 단순히 법적 조언을 넘어, 법이 담아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노숙자, 폐지 줍는 할머니,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그들은 법의 보호를 가장 필요로 하면서도 그 혜택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다.

책은 의뢰인들의 사연을 통해 법이 단순히 냉정한 잣대에 머무를 수 없음을 보여준다. 폐지를 줍다 자동차를 긁고 재판에 서게 된 할머니의 이야기는 법적 판단이 아닌 인간적 공감과 도움으로 그 무게를 덜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가족, 친척 전부 형사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걸어서 주변에 남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80대 어르신은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고, 과거의 폭력에서 도망쳐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여성의 이야기는 법이 단순히 정답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회복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함을 상기시킨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맞는 기성복처럼 설계될 수 없다. 대전고등법원의 판결문이 "법의 이성에도 빈틈이 있다"라고 했듯, 법이 채우지 못한 공간은 결국 사람의 손길로 메워져야 한다. 천수이 변호사는 단순히 법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의뢰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사랑이 어떻게 법의 역할을 보완할 수 있는지를 몸소 실천한다.

책의 제목이 묻듯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국립국어원이 정의한 사랑의 또 다른 뜻에는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사람에게는 무언가 귀중한 사랑의 대상이 있었음을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우리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기억해야 합니다. 물론 사랑이 통하지 않는 법이 더 중요한 순간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변호사로서 많은 상담을 하면서 결국 사랑으로 시작한 문제에서는 빈틈없는 법적논리가 담긴 해답보다는 진심이 담긴 사랑이 보다 나은 답이 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_천수이 저자의 편지 내용 중

대단하고 거창하게만 생각했던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어려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차가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행동이었다. 법의 냉철함과 인간의 따스함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그들의 사연을 사소하지 않다며 진심을 다해 경청해 주는 천수이 변호사의 모습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과 이해가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법이 참 미웠다. 법은 권력자와 기득권자들을 위해 만들어졌고, 법을 잘 아는 그들은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잘도 빠져나갔다. 법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때, 천수이 변호사의 법과 사람 이야기를 만난 건 나에게 큰마음의 위안이었다.

난곡 달동네 출신의 변호사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 성장했듯,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어떤 태도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묻게 된다. 그리고 단지 책을 읽음에 머물러 있지 않고 행동으로 변화하길 스스로 다짐한다.

차가운 법의 세계 속에서,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작은 사랑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하고 살 만한 곳이 될 수 있다는걸......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이 더 많다는 게 오늘을 또 살게 만드는 거 같다.
고맙습니다. 따뜻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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