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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 문명을 가로지른 방랑자들, 유목민이 만든 절반의 역사
앤서니 새틴 지음, 이순호 옮김 / 까치 / 2024년 6월
평점 :
그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들은 왜 이곳에 왔을까?
그들은 언제 떠나갈까?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들은 누구일까?
벽 없이 생활하며 경계 너머에 사는 사람들
떠돌이, 방랑자, 야만인으로 불리던 유목민 1만 2,000년의 역사. 『노마드』 이다.
몇 년 전 한 방송사를 통해 방영된 지구상의 마지막 순록 유목민 네네츠인들의 유목생활을 담아낸 '가디언즈 오브 툰드라'를 본 적이 있다. 이미 10년 전 그들을 만나 '최후의 툰드라'를 찍었던 방송사는 세월이 흐른 후 다시 그들을 만났다. 365일 길 위에서 생활하며 하루에 많게는 35km 정도의 유목생활을 하는 그들. 그들은 당시 그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을까.
마치 시간을 오랜 과거로 되돌려 놓은 듯 유목민들의 삶은 무척 놀라웠다. 지금 시대에 여전히 전통적인 유목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연의 위대함과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이 책의 저자 앤서니 새틴은 그런 유목민의 삶을 오랜 시간 추적하며 역사 속 그늘진 곳에 자리한 유목민들의 역사를 복구해냈다. 수렵채집 생활에서 농경과 목축 생활로 옮겨갔던 정착민과 유목민의 공존과 협력을 그린 1부, 제국의 흥망과정을 다룬 2부, 현대의 탄생과 서구의 학자들, 정착민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유목민의 역사를 그린 3부로 이어지며 인류 역사의 절반을 차지했던 유목민의 오랜 역사를 풀어냈다.
대부분 기록을 하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유목민의 특성상 그들의 역사를 담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머물렀던 거대한 언덕과 건축물, 이동 중 맺은 교역과 문화 교류 등을 심층 분석하고 탐구하니 유목민들이 정착민 사회에 끼친 영향이 상당했고 세계사에 큰 변화를 가져왔음이 밝혀졌다.
유독 흥미로웠던 건 스키타이인, 흉노, 페르시아인, 몽골, 아랍인 등 유목민들에 대한 그들만의 사회, 군사, 경제활동 등을 상세히 서술한 것이었다. 특히 칭기즈 칸을 중심으로 한 몽골인들의 강력한 제국 건설과 그들로 인해 지금의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고도 믿기지 않는 그들의 광활하고 거침없는 이동에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금은 대부분 정착된 삶을 살아가지만 우리 인간은 모두 이동하는 삶을 살아왔다. 1만 2,000년의 역사, 저자는 우리 세계, 우리 문화,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은 유목민이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 책 한 권에 유목민의 광대한 역사를 다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집단이 모여 그들의 지식, 역사, 사고, 문화들이 서로 이동하고 나누고 합체하면서 지금의 현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다.
유목민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그들에 대해 무지했던 나에게 이 책은 유목민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인간 사회의 다양성을 알게 해줬다.
그리고 현재...
지구상 마지막 남은 순록 유목민...
자연을 벗 삼아 오로지 순록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사람들, 잠시 툰드라를 떠나 학교생활을 했다 다시 돌아온 청년들은 이제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 유목생활을 해야 하는 툰드라와 편하고 비전 있는 도시, 청년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툰드라 다큐를 보며 이 책의 여운을 이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