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에 투자하세요 - 제5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황이경 지음 / 비룡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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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나, 미래를 멸망시킬 아이가."
'파멸자? 내가?'
"넌 세상을 멸망시키게 될 거야."

그저 괴상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쳤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저 아이는 예언자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미래, 대한민국에서는 ‘미예테’라는 미래 예측 테스트가 시행된다. 전국의 고3 학생들은 두뇌 스캔을 통해 미래 가능성을 평가받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은 전 국민의 투자 대상으로 선정된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미래를 멸망시킬 존재”로 지목된 단 한 명의 아이, ‘백소망’이 등장한 것.
늘 꼴찌에, 희망 따윈 없어 보였던 아이는 정부 공식 발표로 ‘파멸자’라는 낙인을 받게 된다.

그리고 또 한 명,
“세상은 완전히 망가졌어. 리셋이 필요하다고.”
모든 미래를 꿰뚫어 보는 아이, ‘최선’이 있다.

파멸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
차라리 멸망을 꿈꾸는 아이.

미래 예측 테스트를 통해 투자 대상 학생이 선발되면 전 국민의 투자가 시작된다.
멸앙의 기로에 선 미래를 두고,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리는 아이들에게 늘 미래를 말한다.
그러나 그 미래는 종종 ‘정해진’ 것이며, 평가되고, 선별된 결과로서의 미래다.
황이경의 『멸망에 투자하세요』는 시스템화된 미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성장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자발적 악당’이 되어 세상을 향해 도전장을 내미는 청소년의 이야기 속에서, ‘멸망자’와 ‘예언자’의 갈등과 관계, 그리고 그들의 변화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과정은 청소년 독자에게는 자신의 가능성과 선택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성인 독자에게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세계의 모순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소설의 주인공, ‘백소망’은 성공 가능성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을 망칠 가능성이 있는 존재로 지목되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심과 공포 속에서 이렇게 외친다.
“저에게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는 멸망뿐입니다! 여러분, 멸망에 투자하세요!”
소망의 이 선언은 단순한 자기방어나 허세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예언이나 평가, 시스템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줄 줄 아는 사람’의 용기다.

여기에 더해, ‘예언자’로 등장하는 최선(써니)은 모든 미래를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졌지만, 정작 미래를 바꾸려 하지 않는 존재로 소망과의 만남을 통해 처음으로 미래와 맞서 싸우는 ‘의지’를 경험하게 된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살아야 한다고 믿는 아이들.
좋은 성적, 안정적인 직업, 높은 연봉이 ‘성공’이라 여겨지는 사회에서 이 책은 과감하게 묻는다.

"정말 그 길이 너의 길이야?"
"네가 원하는 미래는 어디에 있어?"
그리고
"너는 스스로 선택하고 있니?"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건 정답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일지도 몰라.❞
그리고 어른인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응원은
그 선택을 믿어주는 일 아닐까?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이 책은 오늘의 청소년에게 말한다. 절망 속에서조차 다시 한번 선택하라고, 그리고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라고.
멸망이 아닌 가능성에 투자하는 첫 번째 선택이, 이 책을 펼치는 일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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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읽는다 - 한 권으로 깊이 읽는 한강 대표 작품
강경희 외 지음 / 애플씨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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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작품은 늘 나를 멈춰 세운다.
한 문장 안에서, 말해지지 않은 세계의 아픔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리고 나는 그 잔향을 오래도록 곱씹게 된다.

《한강을 읽는다》는 한강의 문학을 밀도 높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 깊이 있는 해설서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내가 읽지 못한 『희랍어 시간』까지.
이 책은 다섯 명의 문학평론가가 ‘셰르파’처럼 독자를 인도하며 한강의 복합적이고 층위 깊은 서사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세계는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이렇게 아름다운가?’

한강이 세상에 던져온 이 질문들.
이 해설서의 문장들은 그것을 다시 끌어안고, 조용히 되묻고, 천천히 의미를 밝혀간다.

『채식주의자』의 영혜는 단지 세상을 등지려 한 것이 아니다.
동물적 본능마저 지운 채, 나무처럼 뿌리 내리고 싶은, 존재의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몸짓이다.
그 상징적 죽음 충동은 에코페미니즘과 만나며 기존 질서에 대한 강력한 반문이 된다.

『소년이 온다』는 묻는다.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이 책은 그 끔찍한 잔혹과 함께 마지막까지 인간다움을 지켜낸 영혼의 무게를 함께 떠안는다.
눈물과 분노, 연민과 존경이 공존하는 이 작품을 다시 꺼내 들고 싶어졌다.

『흰』은 짧지만 가장 오래 남는다.
한강의 개인사를 넘어서, 세계사의 슬픔을 껴안는 이 소설은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신성하고도 육체적인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죽은 언니에게 더운 피를 주고 싶었던, 언어도 침묵도 아닌 그 ‘사이’의 진동을 몸으로 써 내려간 서사.

『작별하지 않는다』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제주 4·3에서 베트남 전쟁까지,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며 이어지는 죽음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여전히 작별하지 못한 채, 혹은 작별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살아간다.
얼마 전 읽은 김도식 작가의 『바람이 소리가 들려』의 후속편처럼 느껴질 만큼, 두 작품이 맞닿아 있는 지점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는 한강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무언가를 잃고서야 비로소 볼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한강을 읽는다》는 그 깊이를 함께 들여다보게 해주는 눈이자 등불이었다.

읽고 나니, 내가 그간 읽어왔던 한강의 작품들이 전혀 다른 얼굴로 다시 다가온다.
해설서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문학’이었다.

《한강을 읽는다》를 함께 읽고 토론한 평친클나쓰의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깊은 독서였다.
한강의 문장을, 그리고 그 문장을 풀어낸 평론가들의 사유를 따라가며 우리는 각자의 생각과 삶을 되짚었다.

발제 1. 평론가들의 해석을 통해 이전에는 스쳐 지나갔던 장면이나 문장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 순간이 있었는가?
발제 2. 우리가 읽어온 한강의 작품, 혹은 각자의 삶의 경험 가운데
–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 세계는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왜 이토록 아름다운가?
이 질문들에 응답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는가?

이 질문들은 단지 작품의 해석을 넘어, 우리가 지금 이 세계를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현 시국에 대한 깊은 대화로 이어졌고, 우리는 저마다의 불편함과 무거움을 나누었다.
그러는 사이 마음 한켠이 조금씩 가라앉고, 말과 침묵 사이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 그리고 그 책으로 서로를 이해하려 한다는 것이 이토록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느낀 시간.
한 문장, 한 대화, 한 마음의 흔들림이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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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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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쉽게 무너질까?"
시간이 지나면 강해질 줄 알았다.
성인이 되면 어른답게 세상을 견디는 법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 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 해야 할 일이 쌓여도 의욕은 바닥을 친다.

나는 나아지고 싶은데, 왜 계속 제자리걸음일까?

넷플릭스 다큐 <스터츠: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 주인공이자 할리우드 스타들의 멘토인 정신과 의사 필 스터츠. 그는 40년간 수천 명을 상담하며 깨달았다. 우리가 겪는 고통과 불안, 불확실성을 제거하려 하기보다 그것을 마주하고 활용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걸.


❝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부터 인생을 바꿔라! ❞

💡 이 책에는 그의 상담실에서 실제로 효과를 본 30가지 ‘마음 훈련법’이 담겨 있다.

내 안의 힘을 깨우는 3가지 핵심 메시지
✔ 1. 행동이 먼저, 감정은 따라온다
우리는 과거를 분석하는 데 머무르지 말고, 지금 당장 변화를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
✔ 2. 내 안의 ‘X파트’를 인정하라
내 안의 부정적인 목소리(X파트)를 없애려고 하지 말고, 그것을 인식하고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 3. 상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습
집착을 내려놓고, 상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데, 스터츠의 조언 중 분노를 긍정적인 힘으로 바꾸기 위한 3단계 방법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분노를 인정하고, 그것을 스스로 멈추는 연습을 하는 것은 감정을 다루는 좋은 방법이지만 그 분노를 사랑으로 바꾸라는 조언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보인다.

분노를 경험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우리는 때때로 억울하고 분하고, 그 감정을 통해 불의를 바로잡기도 한다. 그런데 스터츠는 이러한 분노를 억제하는 것을 넘어,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에게 ‘적극적 사랑’을 실천하면 더 강한 자아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상처를 준 사람을 사랑하려 애쓰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더 소진시키고 무력감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분노를 다스리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반드시 그것을 사랑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분노를 건강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분노를 사랑으로 바꿔야만 강해질 수 있다는 필 스터츠의 조언에는 의문이 남지만, 고통과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대신, 그것을 마주하는 태도와 "삶이 완벽해지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야 한다"라는 그의 메시지는 강렬하게 다가온다.


오늘도 흔들리는 삶을 살아갔나요?
흔들리면서도 한 걸음 내디뎠다면, 당신은 이미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애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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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팔리는 온라인 마케팅 기술 100 - 짧고 강렬한 숏폼으로 1,000% 매출이 터진 비밀 무조건 팔리는 마케팅 기술 시리즈 3
마정산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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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벤져스 책 소개 마케팅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즐겁게 봐주시는 걸 보면 뿌듯하지만, 한편으로는 거북하게 느끼는 분들도 분명 있을 거다.
그래서 "이게 맞는 방식일까?" 하는 고민은 늘 있다.
책을 소개하는 것도 하나의 ‘마케팅’인데,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조금 덜 튀게?’, ‘조금 더 무난하게?’ 하는 고민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마케팅은 불가능하다.
✅ 중요한 건, ‘온라인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이다.
✅ 지루하면 시선도, 매출도, 독자의 관심도 모두 잃는다.

📌 온라인 마케팅, 아날로그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이 책은 기존 마케터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로 ‘온라인에서 아날로그적인 접근을 하는 것’을 꼽는다.
즉, 오프라인에서 하던 방식대로 긴 글을 쓰고,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일까?

책을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다. 요즘 독자들은 긴 글보다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선호한다. 북벤져스의 마케팅 방식이 눈에 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의 ‘정적이고 조용한 책 소개’ 방식에서 벗어나 더 감각적이고, 더 직관적인 방식을 시도하는 것.
하지만, 이런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온라인에서 효과적인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책의 핵심 메시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독자들에게 ‘읽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책은 단순히 ‘팔리는 기술’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팬덤’을 만들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것.

⭐ 2명의 열혈 팬이 8명의 친구보다 낫다!
⭐ 숏폼 콘텐츠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이유
⭐ 스타벅스는 왜 골드회원만을 위한 이벤트를 할까?

이 책을 읽고 깨달은 것은,
마케팅이란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다가가는 것’이라는 점이다.

북벤져스 마케팅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거북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 과정에서 책을 진짜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
그렇다면 지금의 방향도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더욱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 전략에 대한 고민은 계속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유용했던 건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즉각 실행할 수 있는 가이드’라는 점이다.
마케팅 실무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싶은 1인 창업자,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략들을 제시한다.

온라인 마케팅은 더 이상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누구나 실행할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제대로’ 접근하는 방법을 아는가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제대로’ 된 방향을 알려주는 가이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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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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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교문 앞에 서 있으면 어떻게 해?"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
"승지를 네 엄마한테 좀 맡겨라.“

승지를 보면 엄마는 먼저 슬퍼할까? 화를 낼까? 미워할까,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다 보니 처음 엄마의 집으로 가던 날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나타난 아빠는 재혼 후 생긴 승지를 엄마 윤선에게 맡겨달라는 부탁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이혼한 남편이 데리고 온 아이 승지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던 윤선은 전 남편의 찾기 위해 나서지만,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결국 호은, 엄마 윤선과 승지, 세 사람은 윤선의 집으로 돌아와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다.

이 대책 없는 전 남편, 아빠를 어찌하면 좋을까. 내가 윤선이라면 쌍욕을 뱉으며 난 모르겠으니 네가 알아서 하라고 문을 쾅 닫아버릴 텐데...... 야윈 승지의 모습을 상상하니 차마 그러지도 못할 거 같네 ㅜ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삶의 모순과 존재의 혼란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 머물러야 할까?
전경린 작가는 언제나 관계의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자기만의 집』에서도 그 특유의 섬세함이 빛을 발하는데, 시처럼 유려한 문장 속에는 가족, 사랑, 정체성, 그리고 삶의 방향에 대한 날카로운 물음이 담겨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복동생(?) 승지와의 관계는 갈등과 애정 사이를 오간다. 소설은 이러한 가족 관계 속에서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랑이 시작되면 나는 두근거림보다 먼저 슬픔에 젖을 것 같다." (p.180)

이 문장에서 드러나듯, 사랑은 열정만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관계의 본질은 서로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는 것임을 소설은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소설에서 ‘집’은 물리적인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상처를 견디고, 자신의 존재를 마주하는 공간이자, 개인의 가치관이 온전히 투영된 태도다. 호은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모색하고, 사랑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새롭게 정립해 나간다.

어른들이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까지도 저렇게 힘껏 받아들이는 사람들인가..... 가슴이 뻐개지도록 밀고 들어오는 진실들을 받아들이고 또, 승낙 없이 떠나려는 것들을 순순히 흘려보내려면 마음속에 얼마나 큰 강이 흘러야 하는 것일까. 진실을 알았을 때도 무너지지 않고 가혹한 진실마저 이겨내며 살아가야 하는게 삶인 것이다. _p.252

작가는 소설을 통해 삶의 불완전함을 직시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인생이란 미완의 설계도 같은 것. 우리는 서툴고 불완전한 건축가일지라도, 결국엔 각자의 방식대로 ‘자기만의 집’을 지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삶이 흔들릴 때, 우리는 무엇으로 자신을 지탱할 수 있을까?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희미해지고, 사랑의 의미가 불투명해지는 시대에, 우리는 어디에서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소설 한 권을 읽으며 나 자신이 이토록 많은 질문을 하게 될지 몰랐다.
한 가정을 이루고, 그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지만 늘 그 울타리와 공간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다. 그런데 소설 마지막 윤선의 말이 나에게 해답을 던져주는 듯하다.

"사랑은 이상한 거야. 사랑을 하면 할수록, 우린 사랑하는 사람보다, 우리가 사랑해야 할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거든. 아저씨를 사랑하면서 난 너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어.“

우리는 관계 속에서 자신이 지켜야 할 존재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거 같다. 그러니 그건 사랑인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난 나만의 집을 지어가는 법과 사랑의 기준점을 조금 찾아낸 듯하다.

화려하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아도, 탄탄하지 않아도 의기소침할 필요 없다.
우리는 모두 서툰 건축가이고, 지금도 자기만의 집을 짓고 있는 중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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