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 레인보우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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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예쁜 느낌이지만 표지가 더 마음에 드는 책이기도 하다. 아직 완성되지 않는 퍼즐이지만, 퍼즐 한조각 한조각을 맞추어가면서 포포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면 하나의 멋진 포포의 모습을 간직한 퍼즐이 완성 될 것이다.
인생도 사랑도 퍼즐과 닮아있는 듯 하다. 순간 순간을 정성을 다해 노력하면 멋진 그림이 보여지는 인생과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 곳에나 끼워 넣는다고 퍼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닌것처럼, 인생과 사랑 두가지 모두 아무렇게나 살아지는 것은 아닌 듯 하다.


500페이지를 훌쩍 넘기면서도 빽빽하게 글자를 넣은 책이여야만 좋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짧은 글귀라 할지라도 충분한 감동을 느끼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파페포포 시리즈’는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한 줄의 명언으로 좌우명을 삼는 것처럼, 오히려 짧은 글귀를 통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사랑하는 이유를 주절주절 쓰는 것보다, ’너라서 사랑한다’라는 짧은 글에서 더 애정을 느끼게 되는 것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시리즈로 출간되서 내용도 일러스트도 이제는 식상해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천만의 말씀이였다.
비가 온 뒤에 떠 있는 무지개를 여러 번 봤지만, 무지개를 볼 때마다의 느낌은 늘 새롭고 깨끗하고 반갑고 즐겁다.
<<파페포포 레인보우>> 는 그런 느낌이다. 제목처럼 비  온 뒤에 발견한 무지개처럼 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처럼 말이다.

내 아이들의 엄마라는 입장과 부모님의 딸이라는 입장을 가진 나에게 부모의 사랑과 자식을 향한 내 마음을 온전히 느끼게 하는 글귀들이 가슴에 와 머물고 있다.

어머니의 헤진 머리카락, 굳은살이 박인 아버지의 손마디, 마냥 행복해하는 아기의 미소,
그냥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저리게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본문 25p)

사랑이라는 감정에 익숙해지다보니, 부모님과 아이의 대한 사랑에 애절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내 곁에 있어서 익숙해져버린 감정들을 무시했었던 것은 아닐런지, 사실은 거기에 있어줌으로서 늘 나를 빛나게 하는 그들이였음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발견하게 되었다.

늘 그렇다. 엄마의 이야기는 마음을 울리고 눈시울을 적신다. 엄마의 냄새가 베어있는 환경미화원의 빗자루에서 엄마의 포근함을 느끼는 아기 고슴도치처럼, 이렇게 성장해서 아이를 키우는 어른이 되어버렸음에도 엄마 냄새와 엄마 품이 그리운 것은 엄마가 주었던 넉넉하고 따뜻한 사랑때문일 것이다.

슬픔과 기쁨은 항상 같이 존재한다고 했던가?
비 온뒤의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처럼, 나의 고난과 역경이 힘겹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고, 이제는 남편과 아이들의 사랑이 더 큰 용기를 주기 때문이리라.

퍼즐을 맞추다보면 잘 못 끼워진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다. 잘 못 끼워진 퍼즐을 찾아내고 다시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한다. 그러나 그 시간을 갖지않는다면 퍼즐은 결코 완성되지 못한다.
내 인생과 사랑에 찾아오는 역경이 힘들다하여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일어서야 우리는 사랑을 완성할 수 있고, 인생을 멋지게 살 자격도 누리게 될 것이다.

포포의 웃는 얼굴의 퍼즐이 완성되어가는 것처럼, 내 인생과 가족, 그리고 사랑의 퍼즐이 웃음으로 마무리 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짧지만 강렬하게 남는 내용들이 내게 퍼즐을 잘 맞출 수 있는 요령을 선사했다. 내 마음속에 무지개가 환하게 떠오른다.
이 카렌다 속 하루하루를 퍼즐을 맞추듯 정성을 다하리라.


 

 

(사진출처: ’파페포포 레인보우’ 본문, 파페포포 2010 카렌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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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 세상을 잇는 그물 테마 사이언스 8
신현수 지음, 최상훈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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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에게 ’통신’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각자의 손에 쥐고 있는 휴대 전화와 인터넷일 것이다. 그러나 통신을 단 두가지로만 이야기하기에는 많은 부족함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글자에는 수많은 역사와 과학의 발달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통신을 통해서 여러가지를 생각해보니, 이 책의 표지가 얼마나 잘 그려졌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통신의 발달이 보이고, 역사의 변화가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통신’에 의해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각국 나라의 정세를 살피고, 위성통신을 통해서 보다 빠른 소식을 접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즐기기만 하고, 휴대 전화로 친구들과 수다와 문자 보내는 것으로 통신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생각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나는 이 책을 권해보고자 한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아는 것도 누림에 대한 의무 혹은 예의는 아닐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였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통신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감으로써 더 나은 통신의 발달이 이루어질테니 말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통신에 대해 나름대로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전했던 봉수가 있었고, 말과 비둘기를 이용하여 더 빠르게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 방법도 있었으며, 클로드 샤프는 문자와 숫자를 적은 부호책과 망원경을 이용한 좀더 과학적인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로드 샤프와 같은 방법을 쓴 사람은 연을 이용한 이순신 장군이 고안한 신호연이 있었는데, 전쟁 중 왜군을 무찌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만약 신호연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역사의 한 부분이 좀더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전기 통신이 비로서 시작된 것은 모스의 전신기 발명부터였다. 이것을 계기로 하여 전기를 이용하고, 전화기가 발명되는 듯 통신의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형을 당하게 된 김구 선생이 고종 황제의 전화로 생명을 건지게 된 것은 바로 통신과 역사가 맛물려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좋은 예시이다.
마르코니의 전파를 이용한 무선 전신과 라디오 방송은 통신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고, 지역과 지역사이가 점점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베어드의 TV 발명은 들리는 통신에서 보이는 통신이라는 혁신을 일으켰다.

이제는 나라와 나라 즉 지구를 하나로 묶는 인터넷이 통신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으며, 점점 세계를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사람과 사물이 서로 통하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 신도시에 자리잡은 유비쿼터스 체험관인 ’유비파크’의 ’U-하우스’에 가면 유비쿼터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고 하니,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닌 듯 싶다.

가끔은 통신의 발달이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여질때도 있다. 통신의 한 부분이였던 문자, 그 문자를 이용해서 손으로 직접 쓴 편지도 통신의 일부분이였지만, 인터넷의 보급으로 ’e-메일’에 밀려나고 있다. 물론 이것도 통신의 발달이 가져온 편리함과 통신의 우수성임으로 인정해야하는 부분이지만, 가끔은 편지라는 통신이 건재하여 주기를 바라는 부분도 있다.

휴대 전화와 인터넷이 많은 노력과 열정을 통해서 이루어진 통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통신문화가 ’재미’ 보다는 ’통신의 수단’ 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알아두면 좋아요> 코너와 <이 책을 쓰는 데 참고한 책과 인터넷 사이트> 코너는 통신에 대한 더 재미있고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부분으로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

통신에 대한 정보를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이야기를 통해서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이 알차고 즐겁다. 또한 다양한 통신에 대한 사진 자료는 알찬 내용을 뒷받침하여 더욱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여 주고 있다.
앞으로 세상은 어떤 통신의 발달로 어떤 역사를 이루어나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통신에 대한 역사를 이해하고, 통신이 주는 유익함을 제대로 알고 이용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꾸려 나갈거라는 확신만은 정확하다 할 수 있겠다.
그 미래를 여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잇는 그물 통신>이 세상과 소통하는 장으로 이용되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세상을 잇는 그물 통신'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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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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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하하하’ 나의 웃음소리에 딸아이는 나에게 달려온다. 무슨 재미있는 오락프로라도 보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책을 보면서 웃는 나를 조금은 이상하다는 듯 그렇게 재미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간다.
책을 펼치자마자 웃음부터 터트렸다. 가족 소개를 있는 그래도 맛깔나게 어쩌나 재미있게 썼던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웃긴 내용을 담은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읽는 중간중간 소리나게 웃어 제꼈다. 
다른 작가들처럼 글을 예쁘게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옆집 아줌마가 하는 말처럼 툭툭 내뱉는 적어놓은 글귀가 재미났다.
그렇다고 글이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녀가 하는 삶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서 웃음이 났을지도 모른다.
 
아! ’한비야’ 작가와 조금 닮은 구석이 있는 듯 하다. 독자들에게 애교섞인 투정을 부리는 듯한 글솜씨가 나를 또 책 속에 빠져들게 했다.

제목이 조금은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어를 금한다? 생선 중에서 가장 저렴하지만, DHA가 풍부하여 두뇌에도 좋은 이 생선을 왜 먹지 않는다는 걸까? 그 의문을 찾아서 나는 한장 두장 페이지를 넘긴다. 그녀의 삶을 엿보고 싶은 묘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그녀는 독일에서 사는 뮌헨의 문화재 건물 전문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자 독일 남편의 부인이다. 십대 후반에 독일로 건너가 남편을 만나고 아이를 키우면서 지내온 시간들을 일기처럼 적어내려 간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자유]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세상의 이목으로부터, 세상의 선입견으로부터, 세상의 모순으로부터 그리고 세상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여성이다.
자녀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듯 하면서 멋드러지게 자식 자랑하는 현명함을 가진 팔불출 엄마이기도 하다.

결혼 전, 나 역시 그녀와 같은 삶을 살겠노라고 꿈 꾸어본 적이 있다. 결혼은 현실이라고 했던가? 돈에 쫓기고, 사회 통념에 쫓기다보니 나는 철저하게 사회가 원하는 비인간형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는 한국이니까’ 라고 조금 위안을 삼아보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본질적은 특성은 거기서 거기인게다.
독일 역시 사교육은 따로 시키지는 않지만, 교육에 열의를 보이는 나라이며, 돈 많은 부자들이 돈 자랑(?)을 늘어놓는 곳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혹여 방임, 방종일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산이다. 그녀는 아이들 교육을 스스로에게 맡기면서도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 왔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가 온다해도 지금 가지고 있는 부분에서 충분히 행복을 느끼기에 ’NO’ 라고 얘기할 줄 아는 용기를 가졌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자신의 가족사만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일거라 단정짓기에도 이르다.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 속에는 그녀의 모국, 즉 우리나라의 모순에 대한 질책이 담겨져 있다. 독일의 나치, 히틀러 등의 역사에 대해 늘어놓으면서 저자는 한국 정부가 혹은 한국 국민이 가지고 있어야 할 몇가지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빼 놓지 않았다.
독일과 한국은 분단이라는 공통점과 식민지국가와 통치국가라는 상반되는 부분도 있다. 그 다른점을 통해서 우리는 그들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독일이 숨기고 싶은 역사를 오히려 드러냄으로서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교육 방침에 박수를 보낸 것처럼, 우리나라가 역시 역사를 올바르게 바로 잡을 수 있는 그날에 박수를 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고등어가 독일에 들어오기까지는 많은 유통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등어가 식탁에 올라오는 것은 그녀의 집에서는 금기 사항이다. 모두가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현재 가진 돈에서 알뜰살뜰 아끼며 살고, 돈을 더 벌어 풍요롭게 살아가기 보다는 가족들과 부대끼는 시간을 더 많이 갖기를 바라는 그녀의 가족에게는 고등어는 사치품(?)인 것이다.
이것이 ’고등어’ 하나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닐게다. 너도나도 자본주의에 충실하여 돈에 쫓기어 살면서 자유와 가족간의 사랑이 부족한 이 시대를 꼬집고자 하는 말일 것이다.


독일에 살면서도 한국식으로 아이들을 업어키우며 온기와 사랑을 전하고,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는 것에 분노(?)하고, 여전히 한국 국적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그녀는 누가 머래도 ’한국인’이다. 
누구나 임혜지 작가처럼 살겠다는 꿈을 꾼 적이 있을 게다. 그녀가 그렇게 살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사는 곳이 독일이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자유와 사랑을 열망했던 그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편의 잔소리에 살짝꿍 삐지고, 남편 몰래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목욕하는 스릴(?)을 즐겼던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선입견, 남의 이목, 편견, 잘못된 관습, 불편한 사회통념 등을 하나로 담고 있는 말 [고등어]
이제부터 나도 고등어를 금하겠노라!


우리 아이들은 학교 성적은 그저 그래도 영재임에 틀림없다. 학교라는 거대한 사회에 적응하면서도 그 시스템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 적성이 비슷한 아빠를 따라 도약하는 아들, 취향이 다른 부모 밑에서 자신의 고유성을 지켜내는 딸, 자긍심 지수를 학교 점수와 동일시하지 않는 현명함, 이런 점들이 모두 우리 아이들이 영재라는 증거다. (본문 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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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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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가장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인 듯 싶다. 일, 자신의 능력은 스스로 노력에 의해서 키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대인 관계는 나 혼자 이룰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배려>를 읽으면서, 대인 관계의 첫 단추는 배려라는 생각을 절실히 느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점점 이기적인 생각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움직임 때문에, 결국 대인 관계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첫 단추를 잘 채우고나니, 이제 다른 단추도 마저 채워야 겠다. 그리고 그 단추 채움의 정답은 <<경청>> 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참 모자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이 내 말을 안 들어준다고, 직장 동료가 내 말을 안 들어준다고 화를 내고 있었다. 책을 읽어보니 내 위주로, 내 생각만 하면 살아왔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 되었다.

간혹 상대방과 이야기를 한 후, 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갔던가를 곱씹었던 경험이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은 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건성으로 알았다는 대답을 했던 경험들이 영화필름처럼 넘어간다.
앗! 그러고보니 내 아이들과 이런 식의 대화를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가장 소홀하게 대하게 되는 내 아이들과 우리 가족에게 나는 들어주려는 마음가짐을 전혀 내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바보같은 한숨이 먼저 나온다. 주인공 이토벤 역시 나처럼 바보같은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아내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면, 상태가 악화되지 않았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주인공의 이름을 ’이토벤’ 이라 지은 저자의 재치에 놀랍다.
귀가 들리지 않았던 베토벤.
어쩌면 우리는 청각에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잘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필요성이 있는 듯 하다. 우리는 바보일지 모른다.
상대방의 말에 귀을 기울이라고 두 개의 귀를 가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바보말이다. 그런데 입은 하나밖에 없는데도 어찌나 잘 활용하고 잘 말하는지...
다 큰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제 몸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베토벤이라도 된 양.

제대로 듣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독순술은 청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정상인에게도 필요합니다. 사실 청각 기능과 듣기 능력은 동일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마치 육체적으로 청각 기능에 이상이 없으면, 누구에게나 듣기 능력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요. (본문 82p)

결혼하고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다보면, 나중에 별일 아닌 일이 더 크게 와전되어 버린다. 서로 자신의 입장만을 마치 경쟁을 하듯, 웅변을 하듯 열의를 다해서 토해내고 있으니, 싸움이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 일 것이다.
결혼한 지 1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사소한 말다툼으로 큰 싸움을 만들어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하고 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말하고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차! 하는 생각을 한다. 조금은 목소리를 낮추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했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본다.
이제부터 나도 <경청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경청을 실천하기 위한 다섯 가지 행동 가이드를 조심스럽게 옮겨 적어 책상에 붙여 놓아본다.

1. 공감을 준비하자
2. 상대를 인정하자
3. 말하기를 절제하자
4. 겸손하게 이해하자
5. 온몸으로 응답하자


헤드셋으로 아들의 연주를 듣는 장면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었다면 사랑하는 아들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그래도 다행이다. 늦게라도 아들과 아내에게 따뜻한 아빠의 모습,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귀 기울여 들으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이제 말하기보다는 들어주기를 즐겨해야 할 듯 싶다. 여자는 수다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던가? 그것이 진리로세! 하며 열심히 수다를 풀었던 나날을 뒤로 한채, 나는 경청을 통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일을 통해서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넣고 싶어졌다.

늦지 않은 듯 하다. 내 아이의 말을 들어줄 시간도, 남편의 말을 들어줄 시간도 많이 남아있다. 이토벤이 되지 않으리라. 후회하지 않으리라. 내 가족이 내게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엄마와 아내로 옆을 지켜줄 것이다. <<경청>> 두 글자가 주는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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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열쇠고리 신나는 책읽기 19
오주영 지음, 서현 그림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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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참 재미있다. 열쇠고리에 4명의 아이들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도대체 이 열쇠고리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아이들의 표정이 가지각색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일까? 표지만으로도 호기심이 이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니, 열쇠 고리에 매달린 4명의 아이들은 이 책속에 담겨진 4편의 동화 속 주인공들이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 즈음 되어보이는 주인공들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잘 표현해 주었다. 나도 그 시절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내가 어떤 생각을 가졌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그 시절의 내 모습도 잠시 상상해 본다.

아주 오래전에 <모래 요정 바람돌이>라는 만화 영화를 즐겨 보았다. 하루에 한가지씩의 소원을 들어주는 바람돌이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소원을 통해서 원하는 것을 체험해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 상상이 이루어지면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알게 되므로, 아이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알게 되곤 한다는 내용의 만화영화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만화영화를 떠올렸다. 
그랬다. 나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소원이 있다. 지금의 곤란스러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에 간절하게 소원을 빈다.
시험 점수가 나쁘면 마법으로 백점의 시험지로 변했으면, 잔소리하는 엄마의 입에서 예쁜 이야기만 나왔으면, 어제 싸운 친구와 오늘은 화해를 했으면...등등 매일매일 새로운 소원을 말해본다.
이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엄마 아빠처럼...

<단지와 보물> 속 단지는 특별한 보물을 찾아서 세상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결국 구멍 뚫은 동전을 주인에게 돌려주게 되면서, 보물은 자신에게 소중한 물건이 결국 보물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상한 열쇠고리> 속 지영이는 체육복과 연필을 챙기는 일을 잊었다. 우연히 주운 열쇠고리를 통해서 위기를 모면하지만, 그 일로 인해서 뒤죽박죽 일이 꼬이게 된다. 결국 지영이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게된다. 중요한 것은 소원을 이루는 마법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영이는 깨닫게 된 듯 싶다. 체육복과 연필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가는 지연이의 모습은 한뼘 더 성장해 있었으니까..

<호야 선장의 우주여행>은 친구와 다툰 호영이는 엄마의 우주 이야기를 통해서 친구와 화해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다른 친구와 놀던 병우가 미웠던 호영이는 병우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친구의 의미를 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될 법한 내용이다.

<똥글이 파랑 반지>는 우리집 아이들을 보는 듯 하다. 제멋대로인 동생 덕분에 꾸지람을 자주 듣는 누나의 입장이 하나를 통해서 잘 나타났다. ’누나잖아~’라는 말을 자주 하는 나도 하나의 엄마를 보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누나의 마음속에 담겨진 ’화’가 똥글이 반지로 나타나 하나가 화가 날때마다 반지가 두리와 엄마를 혼내주게 된다. 그러면서 하나는 동생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아 간다. 

4편의 동화가 모두 내 아이를 보는 듯하여, 읽는내내 내 딸의 마음속을 들어갔다 나온 듯 했다. 내 딸의 마음 속에는 4명의 주인공의 마음과 닮은 꼴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한 듯 하여 왠지 부끄럽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봤음직한 상상을 통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한 뼘 더 자라게 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4명의 주인공을 통해서 상상으로 끝냈던 일들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어떤 것이 옳은가를 스스로 깨달아 갈 것이다.
’상상’에 대한 ’가상체험’ 이것이 바로 책이 주는 매력인 것이다. 



(사진출처: ’이상한 열쇠고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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