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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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을 읽기가 무섭게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바로 집어들지 않을 독자는 아마 없으리라 생각된다. [대물,가랑,걸오,여림의 잘금 4인방]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기에, 그 후속편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배시시 새어 나온다. 전편을 읽을때와 마찬가지인 즐거움이 배어나오는 웃음이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읽기가 무섭게 나는 또 그 후속편을 기다린다. 아직 그들의 매력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였기에...

전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서는 잘금 4인방이 완성되기 까지의 과정을 그렸다고 한다면, 후속편 규장각에서는 ’우리’가 되어 하나로 뭉쳐진 이들이 정조의 총애를 받아 규장각으로 입성을 하여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과정과 타 세력과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궐내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후속편에서는 잦은 왕 정조의 등장이 잘금 4인방을 더욱 긴장하게 하였고, 그 긴장감이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선사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새로이 등장함으로써 전편과는 다른 즐거움도 선사한다.


가랑 선준의 장원으로 대물 윤식과의 혼례가 진행되는 것으로 전편이 끝났던 것을 감안하여,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끝을 맺었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들에게는 더 큰 역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규장각으로의 입성과 선준의 아버지 우의정의 반대로 윤희는 남장을 지속해야 함은 물론이요, 선준을 위해 그리고 동생 윤식을 위해 규장각에서 사임해야하는 어려운 업무도 수행해야 한다.
결국 윤희에게는 성균관에서의 고통은 규장각에 비하면 새발의 피가 되는 셈이다. 

후속편에서도 전편에 못지않는 유머스러움이 세력의 아귀다툼 속에서도 담겨져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림과 걸오의 대화는 늘 웃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가랑과 대물의 외줄타기식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도 재미있지만, 걸오와 유림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에 푹 빠져있었다.
대물이 여자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리고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윤희의 마음을 지켜주고, 가랑을 대한 의리와 우정으로 인해 아파하는 모습과 그들을 지켜주는 대신의 모습이 참 남자답고 멋스러웠다.
또한 그것을 아는 여림은 실없는 사람이기를 자처하면서 재신과 그들을 도와주는 대포 큰 남자였다. 

"대물은 나의 소중한 벗일세. 그 외에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비밀을 숨기는 것이 벗의 도리라고 한다면 그것을 모르는 척해주는 것 또한 벗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아, 아야! 왜 또 사람을 패는가?"
"난 말이다. 벗이니 도리니 하는 말 따위 질색이거든. 그리고 한 번만 더 내 빰에 그 주둥이를 갖다 댔다간 밟아 뭉개 버릴 줄 알아!"
재신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심술궂게 협박했지만 입가에 맺힌 미소는 지우지 않았다.
(1권 본문 69p)

후속편에서는 이들의 능력을 일찌감치 알고 등용한 정조는 스토리를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인물로 등장한다. 전편에서 대물의 정체를 알고 막을 내렸으나, 정조는 큰 모험을 감행하여 대물을 규장각에 배치하면서 우의정과 대신들과의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4인방이 담장을 넘도록 기꺼이 허리를 굽히고, 한밤중에 술을 마시고 찾아와 이들에게 넋두리를 하는 정조의 모습은 그 시절 정조의 고뇌를 어필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엿보이기도 한다.
코믹스럽게 등장하는 인물이 한명 더 있는데, 바로 ’반토막’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재신의 부인 다운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결혼하게 된 재신의 눈앞에는 열 네살의 꼬마가 있었으니, 무서운 재신때문인지, 어려서인지 툭 하면 울음을 터트리는 반토막은 코믹스러운 등장으로 재신의 마음에 서서히 들어오는 인물이다.

’대물’이란 별명 이외에 ’변강쇠’라는 별명을 하나 더 갖게 된 대물, 정조에게도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는 가랑, 실없는 듯 웃어대지만 사실은 모든 걸 포용할 줄 아는 여림,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들지만 정작 윤희 앞에서는 순한 어린양 같은 걸오 [잘금 4인방].
그들의 개개인의 활약과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이 소설속에는 피 비린내 나는 당파싸움 대신 대신들의 인간미를 엿볼 수 있는 당파 싸움을 볼 수가 있다.

로맨스 소설를 읽다보면 가끔은 소설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상상을 한다. 각각의 개성이 다른 멋진 세 남자의 틈에서 호탕하게 웃어재끼는 대물의 모습이 되어보고 싶고, 가랑의 앞에서는 요염한 윤희의 모습이 되어보고 싶기도 하다.
아! 까치발로 서서 키를 재었다고 울어대어 재신을 웃게 만드는 반토막 다운이도 좋다. 
정조의 윤허에 청나라로 가게 된 잘금 4인방과 윤식으로 막을 내리는 <규장각 각신들이 나날>
그들이 이끌어가는 후속편을 기대해 본다. 과연 청나라에서는 그들의 매력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작가는 이미 그들을 위험속에 던져 넣었을까? 사뭇 기대되는 후속편이 하루빨리 출간되기를 기다려 본다.


"이거 보이냐?"
"네."
"네 키가 이만해질 때까지는 내 옆에 오지도 마라. 아까처럼 네 멋대로 팔 베고 누웠다가는 가만 안 둬."
"뭐야? 또 우는 거냐?"
"그치만........"
"왜 우냐?"
"그게.....엉엉."
"어이, 반 토막. 이건 너를 위한 거야. 나 같은 놈한테도 좁쌀만큼의 인격이란 건 있다고. 울지 마라니까. 어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로구나."
"바, 훌쩍, 바, 발......."
"울든가 말하든가 둘 중에 하나만 해라. 뭔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
"발뒤꿈치를 세우고 쟀단 말이어요! 우왕!"
어이가 없어 입이 떡 벌어졌던 재신이었지만 어느 틈엔가 입가에 웃음이 삐질삐질 새어 나왔다. (2권 본문 319~320p)

재신은 웃음이 삐질삐질 새어 나왔을지 몰라도, 나는 시원하게 웃어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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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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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을 읽기가 무섭게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바로 집어들지 않을 독자는 아마 없으리라 생각된다. [대물,가랑,걸오,여림의 잘금 4인방]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기에, 그 후속편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배시시 새어 나온다. 전편을 읽을때와 마찬가지인 즐거움이 배어나오는 웃음이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읽기가 무섭게 나는 또 그 후속편을 기다린다. 아직 그들의 매력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였기에...

전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서는 잘금 4인방이 완성되기 까지의 과정을 그렸다고 한다면, 후속편 규장각에서는 ’우리’가 되어 하나로 뭉쳐진 이들이 정조의 총애를 받아 규장각으로 입성을 하여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과정과 타 세력과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궐내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후속편에서는 잦은 왕 정조의 등장이 잘금 4인방을 더욱 긴장하게 하였고, 그 긴장감이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선사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새로이 등장함으로써 전편과는 다른 즐거움도 선사한다.


가랑 선준의 장원으로 대물 윤식과의 혼례가 진행되는 것으로 전편이 끝났던 것을 감안하여,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끝을 맺었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들에게는 더 큰 역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규장각으로의 입성과 선준의 아버지 우의정의 반대로 윤희는 남장을 지속해야 함은 물론이요, 선준을 위해 그리고 동생 윤식을 위해 규장각에서 사임해야하는 어려운 업무도 수행해야 한다.
결국 윤희에게는 성균관에서의 고통은 규장각에 비하면 새발의 피가 되는 셈이다. 

후속편에서도 전편에 못지않는 유머스러움이 세력의 아귀다툼 속에서도 담겨져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림과 걸오의 대화는 늘 웃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가랑과 대물의 외줄타기식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도 재미있지만, 걸오와 유림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에 푹 빠져있었다.
대물이 여자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리고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윤희의 마음을 지켜주고, 가랑을 대한 의리와 우정으로 인해 아파하는 모습과 그들을 지켜주는 대신의 모습이 참 남자답고 멋스러웠다.
또한 그것을 아는 여림은 실없는 사람이기를 자처하면서 재신과 그들을 도와주는 대포 큰 남자였다. 

"대물은 나의 소중한 벗일세. 그 외에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비밀을 숨기는 것이 벗의 도리라고 한다면 그것을 모르는 척해주는 것 또한 벗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아, 아야! 왜 또 사람을 패는가?"
"난 말이다. 벗이니 도리니 하는 말 따위 질색이거든. 그리고 한 번만 더 내 빰에 그 주둥이를 갖다 댔다간 밟아 뭉개 버릴 줄 알아!"
재신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심술궂게 협박했지만 입가에 맺힌 미소는 지우지 않았다.
(1권 본문 69p)

후속편에서는 이들의 능력을 일찌감치 알고 등용한 정조는 스토리를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인물로 등장한다. 전편에서 대물의 정체를 알고 막을 내렸으나, 정조는 큰 모험을 감행하여 대물을 규장각에 배치하면서 우의정과 대신들과의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4인방이 담장을 넘도록 기꺼이 허리를 굽히고, 한밤중에 술을 마시고 찾아와 이들에게 넋두리를 하는 정조의 모습은 그 시절 정조의 고뇌를 어필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엿보이기도 한다.
코믹스럽게 등장하는 인물이 한명 더 있는데, 바로 ’반토막’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재신의 부인 다운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결혼하게 된 재신의 눈앞에는 열 네살의 꼬마가 있었으니, 무서운 재신때문인지, 어려서인지 툭 하면 울음을 터트리는 반토막은 코믹스러운 등장으로 재신의 마음에 서서히 들어오는 인물이다.

’대물’이란 별명 이외에 ’변강쇠’라는 별명을 하나 더 갖게 된 대물, 정조에게도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는 가랑, 실없는 듯 웃어대지만 사실은 모든 걸 포용할 줄 아는 여림,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들지만 정작 윤희 앞에서는 순한 어린양 같은 걸오 [잘금 4인방].
그들의 개개인의 활약과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이 소설속에는 피 비린내 나는 당파싸움 대신 대신들의 인간미를 엿볼 수 있는 당파 싸움을 볼 수가 있다.

로맨스 소설를 읽다보면 가끔은 소설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상상을 한다. 각각의 개성이 다른 멋진 세 남자의 틈에서 호탕하게 웃어재끼는 대물의 모습이 되어보고 싶고, 가랑의 앞에서는 요염한 윤희의 모습이 되어보고 싶기도 하다.
아! 까치발로 서서 키를 재었다고 울어대어 재신을 웃게 만드는 반토막 다운이도 좋다. 
정조의 윤허에 청나라로 가게 된 잘금 4인방과 윤식으로 막을 내리는 <규장각 각신들이 나날>
그들이 이끌어가는 후속편을 기대해 본다. 과연 청나라에서는 그들의 매력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작가는 이미 그들을 위험속에 던져 넣었을까? 사뭇 기대되는 후속편이 하루빨리 출간되기를 기다려 본다.


"이거 보이냐?"
"네."
"네 키가 이만해질 때까지는 내 옆에 오지도 마라. 아까처럼 네 멋대로 팔 베고 누웠다가는 가만 안 둬."
"뭐야? 또 우는 거냐?"
"그치만........"
"왜 우냐?"
"그게.....엉엉."
"어이, 반 토막. 이건 너를 위한 거야. 나 같은 놈한테도 좁쌀만큼의 인격이란 건 있다고. 울지 마라니까. 어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로구나."
"바, 훌쩍, 바, 발......."
"울든가 말하든가 둘 중에 하나만 해라. 뭔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
"발뒤꿈치를 세우고 쟀단 말이어요! 우왕!"
어이가 없어 입이 떡 벌어졌던 재신이었지만 어느 틈엔가 입가에 웃음이 삐질삐질 새어 나왔다. (2권 본문 319~320p)

재신은 웃음이 삐질삐질 새어 나왔을지 몰라도, 나는 시원하게 웃어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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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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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를 펼치면서부터 가슴이 먹먹함을 느꼈다. 그 먹먹함은 책 페이지를 덮고서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몇 해전 뉴스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던 사건을 떠올렸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찾았고, 그동안 잊었던 사건이 어렴풋이 되살아났다. 그 뉴스를 접하면서 내가 어른이라는 것조차 부끄러웠었던 기억과 사람들에 대한 분노, 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끓어올랐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잊고 있었다.
좋은 기억이 아니지만, 잊으면 안되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기억 저편에 묻어두곤 한다.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런 혐오스러운 일들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곧잘 잊는다. 
저자 공지영 역시 우리에게 기억시키고 싶었기에 보여준 듯 하다.  잊지 말아야 할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잊혀지는 것이 안타깝고, 관심 가져줘야 할 그들에게 무관심한 우리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철로는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소년은 뒤돌아보았다. 크게 휘어진 선로를 돌아 기차가 오고 있었다. 소년은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힘껏 두 팔을 벌렸다. 얼핏 그의 얼굴에 미소인지 가벼운 찡그림인지가 번졌다. (본문 9p)

사업을 실패하고, 아내의 지인을 통해서 특수학교 교사직을 얻어 무진으로 내려가게 된 강인호는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로 내세워진 듯 보인다.
특수학교인 ’자애학원’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고, 아이들의 죽음과 공포스러운 눈빛을 통해서 사건이 터질 것을 예감한다. 
연두를 통해서 알게된 성폭행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지게 되고, 강인호는 그 중심에 서게 된다. 무진에서 만나게 된 ’무진 인권운동쎈터 상근 간사’인 선배 서유진을 필두로 해서 자애학원의 교장과 생활지도교사 등의 성폭행과 폭력은 만천하게 공개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무진은 학연과 지연 그리고 부와 권력만 있으면 범죄자의 죄가 아닌 것으로 결정지어지는 세상이다. 비단 무진만 그러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게 죄가 되는 세상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인 것이다. 누군가 내 가슴에 돌덩이 하나를 얹어놓은 느낌이다. 
부와 권력이 정의가 되고, 학연과 지연이 법이 되는 세상에서 자애학원의 아이들이 갈 곳은 없는 셈이다.

"너무 코미디 아니니? 우리 여기서 딸 키우고 살아야 하는 거지? 이 발정난 나라에서, 응?" (본문 131p)

- 변호사가 연두를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였어요. 누가 우리에게 이런 거짓말을 하라고 시켰느냐고 했어요. 선생님, 우리 그냥 기숙사로 가고 싶어요. 우리가 아니라 저 선생님들이 거짓말을 하는데 아무도 막아주지 않잖아요. 여기도 자애학교랑 똑같잖아요. (본문 209)

무진의 안개가 내 눈앞까지 찾아 온 듯 하다. 눈 앞이 흐릇한 것이 눈물인지, 안개인지, 분노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좌절할 수 없는 것은 서유진과 같이 없는 자들의 편에 서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강인호...그래...그도 정의를 위해서, 죄없는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뛰었고, 그들을 품에 안았다. 
허나, 그 정의의 끝에 강인호는 없었다.

내 비록 깃발을 휘날리는 그런 영웅은 아닌, 어리고 힘없는 아이들이 개들에게 짓밟히는 걸 그냥 바라볼 정도로 형편없는 인간은 아니야. 무진은 내게 그걸 가르쳐주었어. (본문 282p)

우리는 정의의 편이다. 정의는 인터넷을 통해서 급속도로 확산되어 간다. 개(?)들을 향한 수많은 댓글과 촛불시위는 우리들 가슴속에 정의가 살아숨쉬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그 정의는 바람이 불면 꺼질 듯한 미미한 힘이기에, 끝까지 투쟁할 저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우리는 강인호였고, 강인호는 우리였다. 
세상을 향한 정의의 부르짖음보다는 내 가족을 그리고 자신을 먼저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쫓을 수 밖에 없는 위치가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인 것이다.

세상은 ’돈’’권력’ 우선시 된다. 가족의 부르짖음이 돈앞에서 굴복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슴에 꽉 막힌 돌덩이가 끝내 주저앉음을 느낀다. 

"가난하다고 그래도 되는 거니? 가난하다고 한 아이는 죽고 한 아이는 저토록 망가졌는데 가난하면, 그래! 제 아이한테 그런 짓 한 놈들한테 돈 받고 합의서를 써주는 거니? 가난하면 부모도 아니고 가난하면 다야?" (본문 232p)

책을 읽고도 한참이 지났지만, 가슴의 아림과 먹먹함은 가시지 않는다. 우리 나라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광란의 도가니’를 다 보여준 소설 도가니는 그렇게 모든 비리를 적날하게 보여줬다. 잊혀졌던 사건을 꺼내들어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다시금 보여줌으로서 세상에 일침을 가한 저자 공지영.
그녀는 정의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글로  보여준 셈이다. 그것은 마치 서유진이 모든 부조리와 싸우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녀의 노력이 꺼져가는 정의라는 이름의 불꽃을 다시금 타오르게 한다.
내 아이들이 이 그지같은 세상이 아닌, 안개가 걷힌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나 역시 서유진이 되어보려고 한다.
희망의 도가니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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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7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화세상 2009-12-28 13:41   좋아요 0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겨찾기 한 서재인지 몰랐어요..ㅋㅋ
제가 알라딘을 잘 안해서요
 
WHAT 왓? 1 쇠똥구리는 왜 똥을 좋아할까? WHAT왓? 자연과학편 1
이상배 글, 백명식 그림 / 왓스쿨(What School)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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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왓]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해?

아이들은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어른들의 눈에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궁금하고, 신비하고, 즐거움 투성이다. ’무엇’ 에 대한 수많은 호기심은 아이들을 키워내는 대상이 된다. ’무엇’이 주는 호기심이 하나씩 해결되면서 아이들은 더 넓은 세상으로의 호기심을 키우게 되고 그것은 자신의 소질과 꿈을 개발하는 근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WHAT? [왓]은 아이들의 꿈을 향한 첫번째 질문일 것이며,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준다. 그 ’무엇’에 대한 호기심을 과학도서 WHAT? [왓]은 흥미로움과 재미로 이끌어 줄거라 생각된다. 

자연과학편은 총 1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동화처럼 담겨진 글에는 다양한 동식물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의 신비로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자연과학편 ①에는 <쇠똥구리는 왜 똥을 좋아할까?><민들레꽃씨야, 어디로 날아갈 거니?><달팽아, 넌 왜 비오는 날을 좋아하니?>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지식만을 제공하기 위한 딱딱함이 아닌, 동화를 통해 한편의 동물 농장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보여주고 있어, 지식 습득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은 더러운 똥이지만, 쇠똥구리에게 똥은 소중하다. 풀밭에 놓은 쇠똥 근처에 톱니 같은 입과 발을 움직여 땅을 파서 먹이를 저장할 창고와 알집을 놓을 자리를 만든다. 햇볕을 받아 꿋꿋해진 똥을 동그랗게 뭉치고 다듬어 알집으로 쓴다. 먹이가 마르지 않게 똥덩이에 흙을 바라는 치밀함을 보이는 쇠똥구리는 비록 우리가 더러워하는 똥을 알집이나 먹이로 사용하지만, 자연의 법칙을 잘 파악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봄이 찾아와 기지개를 켜는 민들레는 100개도 넘는 낱꽃이 한 송이의 민들레꽃으로 완성된다. 갓털이 피어나고 바람에 날아가다 아스팔트 가에 떨어진다해도 걱정이 없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민들레들은 생명력이 강하답니다. 아스팔트를 비집고라도 꼭 꽃을 피울게요." (본문 51p) 

 

’신기하고 귀엽게’ 생긴 동물을 뽑는 날 뽑힌 달팽이는 뼈가 없고 부드러우며 근육이 발달되어 있어서 가는 줄기나 날카롭고 뾰족한 곳에서도 기어 갈 수가 있다. 파란 이파리와 빨간 나팔꽃을 갉아 먹은 달팽이는 천연색 똥을 싸는 정말 신기하고 귀여운 동물이다. 

 

동물과 곤충 그리고 식물의 특색을 살려서 그려진 동화는 읽는 즐거움과 배우는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특색있는 과학도서이다. [무엇이든 궁금해요]는 작은 곤충과 식물 하나에도 호기심을 갖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쇠똥구리의 치밀함, 민들레의 생명력, 달팽이의 신비로움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가득 메워 줄 것이다.

<<WHAT?>> 은 단순하게 동물,곤충 등 자연에 대한 표면적인 지식만을 전달하고자하는 책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그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것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이것이 곧 자연을 배우는 궁극적인 목적인 것이다.

(사진출처: ’WHAT왓? 쇠똥구리는 왜 똥을 좋아할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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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흥행의 법칙 - <몽정기> 영화감독 정초신이 알려주는
정초신 지음 / 끌레마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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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한 편의 영화를 찍고 있다. 그 영화 속에는 사춘기 시절은 담은 청소년물이 있고, 연애담을 담은 로맨스물도 있으며, 결혼과 아이를 키우는 가족 영화도 있고, 사는 동안의 좌절을 담은 인생 역경의 내용도 있다.
그런가 하면,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닮은 로맨스를 꿈꾸고, 영화를 닮은 성공을 꿈꾸며, 영화와 닮은 멋진 인생을 꿈꾸기도 한다. 
어떤 감독은 흥행된 영화에 행복해 하고, 어떤 감독은 실패한 영화로 인해 눈물을 짓기도 한다.
삶도 마찬가지 인듯 싶다.
내가 감독이 되어 만들어낸 영화에 좋은 결과를 얻으면 기뻐하고, 혹 그 작품이 실패하면 좌절을 한다.
영화와 우리의 삶은 닮아 있는 듯 싶다. 해피앤딩의 영화가 재미있듯, 해피앤딩의 삶을 꿈꾸는 것처럼...

영화 <몽정기>의 감독 정초신은 영화감독답게 인생을 영화에 비유하여 표현하였다. 누구나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하는 일에는 소홀하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연기자의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는지 모른다. 간혹은 그 주인공으로서의 역할도 발연기로 대신하면서 말이다.

지금껏 읽어온 자기계발도서는, 같은 뜻을 담은 이야기를 조금씩 말만 바꾸어 담아 놓는 경우가 허다했다. 페이지 한장이 넘어가기 힘들고, 삶의 의욕을 불어넣기 보다는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에 가끔은 질려 책을 덮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영화감독이 쓴 책이라 하여, 조금은 호감을 가지고 접근 한 것은 사실이다. 

인생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어둠 속 관객에 머물 것인가?


라는 표지의 질문이 다른 자기계발도서와는 차별화된 내용을 담았을 거라는 기대도 하였다.다행이 영화를 보듯 페이지가 쉽게쉽게 넘어갔다. 도전과 실패 그리고 재도전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흥행시키기 위한 저자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겻들어져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한때 [몽정기]는 흥행영화로 주목받았고, 그 흥행에 맞추어 감독의 인지도와 부가 따라왔을 것이다. 그가 흥행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까지 그는 어떠했을까? 라는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1부 시나리오 쓰기
2부 연기하기
3부 감독하기


3부에 걸쳐진 이야기는 영화와 인생을 빗대어 인생을 흥행으로 이끄는 방법을 제안한다. 영화에서는 작가는 시나리오만 쓰고, 배우는 연기에 몰두하고, 영화감독은 감독만 한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작가와 배우 그리고 감독을 총괄해야만 한다. 세 역할 중 어느 하나가 소홀해진다면 인생의 흥행은 기대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보려면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그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시나리오부터 써야 한다. 인생은 흔히 영화에 비견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100억짜리 블록버스터보다 더 값지고, 소명의식으로 만들어낸 저예산 다큐멘터리보다 더 고귀하다.
무엇보다 먼저 당신만을 위한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본문 25p)

감독은 영화의 모든 것을 쥐고 있는 사람이며, 그 영화의 운명까지 좌우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연출해야 하는 우리는 당연히 감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당신이 메가폰을 놓으면 당신의 영화는 중단되고 만다. 당신의 인생을 쓰레기통에 처박을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 감독직을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본문 187p)

우리는 영화의 멋진 장면을 꿈꾸지만, 영화가 만들어지기 까지의 과정은 보지 않는다. 삶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멋진 미래를 꿈꾸지만, 미래를 향한 과정은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어둠 속 관객에 머문 삶은 아닐까 싶다.
미래를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우리는 그 이야기의 겉표면만 받아들이고 늘 꿈을 꾼다. 멋진 차, 멋진 집, 성공된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루기위한 내면의 이야기는 외면하고 있다.

인생이란 ’벤츠s 클래스를 타고 싶다’고 종이 위에 적어두고 날마다 들여다보면 언젠가는 그 차를 타게 될 것이라는 ’기약 없는 긍정’이 아니라, 언제 벤츠를 탈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매우 치밀하고 현식적인 작업인 것이다. (본문 24p)

이 글귀를 읽고 또 읽었다. 기약없는 긍정에 맹신하며 꿈만 꾸면 이루어 질거라는 덧없는 소망만 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한 편 만들기 위해서 몇 십번의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감독과 배우와 스태프가 몇 개월의 촬영을 걸친다.
그러나 우리는 목표를 적은 후 그대로 촬영에 임한다. 어떤 시나리오도 없고, 그 어떤 감독도 없다. 그리고는 기약없는 미래를 꿈꾼다. 
수많은 영화 중에서 흥행하는 영화는 고작 몇 편뿐이다. 
삶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하지만 결국 성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다. 중간에 포기하고 좌절하는 사람이 속출한다. 삶의 흥행은 준비된 시나리오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노력하는 배우, 그 삶을 이끌어 갈 감독의 노력과 열정이 있어야만 성공의 고지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30대중반의 나는 아직 시나리오를 완성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흥행에 참패한 삶이라고 아직 단정짓기는 이르다. 72세에 200만 달러를 받고 1년에 25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게 된 KFC 이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든 할랜드 샌더스는 65세에 인생 흥행에 성공했으므로 아직 나는 젊다. 나는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고치고 재검토하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보려 한다.
반전 영화가 더 재미있는 것처럼, 결국 인생의 반전도 흥행을 더욱 빛나게 해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주인공이 당신이기 때문에 결말은 성공일 수 밖에 없다. 주저하지 말고, 창피해하지 말고 당신 인생이라는 영화를 성공이라는 단어로 끝내라. 그리고 그곳을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가라. 결말은 무조건 해피엔딩이다. (본문 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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