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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인형의 집 ㅣ 푸른숲 작은 나무 14
김향이 지음, 한호진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넉넉하지 못한 탓에 특별한 날 특별하게 내게 왔던 조금은 못 생겼던 마론인형이 하나 있었다. 시중에 파는 예쁜 인형 옷도 많고 많은데, 뜨개질로 인형 원피스를 떠주었던 엄마가 그때는 왜 그다지도 못 마땅했는지 모르겠다. 예쁜 드레스를 못생겼지만 내 인형에게도 입혀보고 싶었는데, 엄마는 코바늘로 분홍색 털실로 원피스를 떠 주었었다. 그 원피스를 입고 있던 내 작고 작은 그 소중한 인형이 많이 많이 보고싶고 그리워진다.
엄마의 뜨개질 인형 옷을 마음에 안 들어하던 내가 자라서 딸을 낳았다. 친정 엄마는 어린 시절 내게 인형을 사주지 못한 게 미안했다며 딸아이에게 새로운 인형을 계속 안겨주었다. 그렇게 자리잡은 인형의 집은 3채였고, 마론 인형은 22개나 되었으며, 인형이 입는 드레스와 옷들은 수십벌이 되었다. 나에 대한 미안함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엄마는 그렇게 손녀에게 인형을 선물하였다.
그 많았던 인형들은 내 딸이 자라면서 이집 저집으로 이사를 갔고, 친정엄마의 마음이 담겨진 인형은 이제 하나도 남지 않았다.
<<꿈꾸는 인형의 집>>을 읽으면서, 나는 분홍색 털실 원피스와 친정 엄마의 미안한 마음이 담겨진 딸아이의 인형들이 새삼 보고싶고 그립다. 그 인형은 지금 행복할까? 나와 함께 했을때 그 인형은 행복했을까? 어쩌면 이 책속 이야기 극장에서 털실 원피스 덕에 따뜻한 겨울을 보냈었다고 행복한 이야기를 전해줄지 모르겠다.
인형들이 모여사는 인형의 집에 오게 된 벌거숭이 거지인형은 마치 벙어리처럼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는 벌거숭이의 독백만이 들려온다. 인형할머니의 손에서 인형들은 변신해간다. 아픈 곳은 치료하고, 더러움은 씻어내고, 그동안의 상처와 고통을 씻어내듯이 말이다.
밤이 되면 인형들은 이야기 극장에서 자신들이 지내온 이야기를 한다.
원래는 족두리를 쓰고 활옷을 입었던 새색시 인형은 자신을 만든 아가씨와의 추억을 이야기했고, 꼬마 존은 주인이였던 울보 존과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입양아였던 울보 존의 슬픔과 양어머니의 슬픔은 한국의 입양수출국이라는 안타까움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노예상인에게 팔려간 주인 주릴리와 함께 했던 릴리는 주릴리가 엄마를 향해서, 그리고 자유를 향해서 용기있게 헤쳐나갔던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벌거숭이는 깨닫게 된다. 혼자만 상처받고 아픈게 아니였다는 것을...
입형 할머니의 손에서 원래 자신의 모습인 "셜리 템플’로 돌아온 벌거숭이는 이야기 극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남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나 혼자만 상처받고 아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나는 단 한 번도 남을 이해하거나 위로해 본 적이 없어. 나밖에 모르고 내가 최고인 줄만 알았으니까. 릴리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 이제부터는 나도 꼬마 존처럼, 선녀 인형처럼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셜리가 될 거야." (본문 106p)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셜리는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과잉보호로 인해 점점 나약해지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강해지는 아이들에게, 인형들은 용기와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배려의 마음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인형의 집"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축소해 놓은 듯 하다. 셜리는 낯선 세상으로 들어선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두렵고 낯선 곳이지만, 용기내어 다가선다면 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좌절과 상처가 온다해도 용기를 낸다면 셜리처럼 새로운 행복의 문을 열수 있게 될 것이다.
동화을 통해서, 인형을 통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낀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내 아이들의 희망을, 입양과 자유를 생각하고 감동하고 그리하여 내 삶에 감사를 하게 된다.
인형 하나하나에 생명을 넣어주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간 저자 김향이님의 마음이 동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진 듯 하다.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아 손질하면서 인형을 통해서 마음을 전달 받은 듯, 동화는 그렇게 인형의 마음과 저자의 마음이 한데 어우려져 내게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분홍색 털실 옷을 입은 그 인형을 그리워하며..
(사진출처: ’꿈꾸는 인형의 집’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