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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 읽는 법 ㅣ 사계절 Art Library 2
조용진 지음 / 사계절 / 199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쓴 조용진 교수는 동양화 전공자로 "동양화 읽는 법"을 먼저 썼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화에 대한 이해가 대단하다
이주헌이 쓴 것 만큼 재밌지는 않지만, 교수답게 독자에게 가르치듯 자상하고 교훈적인 서사가 돋보인다
아쉬운 게 있다면 그림 도판 상태가 너무 작고 (책의 크기가 주는 한계) 그림의 출처를 밝히지 않아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누가 그리고, 몇년도 그림이며, 현재 어디에 소장하고 있는가도 그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감상법은 도상학이다
즉, 그림의 소재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알고 보자는 것이다
네덜란드 정물화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 책을 읽은 후 도상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말 그대로 그림을 느끼는 게 아니라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기 위해 숨은 의미를 찾아내라는 것이다
성모 마리아는 항상 맨발로 그린다
왜? 벗은 발은 겸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물화에 청어가 그려져 있으면 근면을 의미하고, 팔레트와 석고상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건 미술을 의인화한 것이다
사과를 들고 있는 나신의 여인은 비너스를 상징하고, 또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의인화 한 것이다
인상파 이전의 서양 그림들은 이처럼 다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인상파가 혁명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읽는 그림에서 느끼는 그림으로 바뀌었으니까
art란 기술을 의미하여 르네상스나 로코코 시대의 그림을 보면 감탄할 정도로 놀라운 그림 솜씨를 자랑한다
요즘 현대화처럼 저 정도면 나도 그리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도저히 따라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에 화가가 되려면 천재 수준이어야 했다고 한다
단순히 그림 실력만 있어서도 안 되고, 귀족에게 그림을 팔기 위해서는 그림 안에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수준이 되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난 동양화가 그림에 숨어 있는 뜻을 이해하는 읽는 그림이고, 서양화는 눈에 보이는대로 느끼는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해석법은 인상파 이후의 그림에만 해당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에 적합한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