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로 간 빨간 모자 산하작은아이들 16
조엘 포므라 지음, 백선희 옮김, 마르졸렌 르레이 그림 / 산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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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에 대한 동화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 또한 그 동화와 많이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극작가가 자신의 아이를 위해 무대에 올릴 작정으로 쓴 글이다 보니 느낌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줄거리만 따진다면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문장이나 대화를 보다보면 아이와 놀기 좋은 구조로 되어있다고 생각된다. 집이나 주변 사람들이 모여 각자 한 명의 역할을 하면서 논다면 즐거울 듯하다.


너무 어린 아이들이 이런 역할극을 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좀더 각색을 하고 이야기를 파생시킨다면 충분히 좋은 놀이가 될 것 같다. 이 동화 역시 원작을 각색한 것이고, 원 동화조차도 전래되어 온 것을 작가가 수집하여 편집하는 과정을 거친 것을 생각한다면 몇 명만으로 좋은 연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엔 탁월한 배우도 어마어마한 무대장치도 필요 없다. 단지 이불과 베개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가족끼리 한 번 놀라보면 즐거울 듯하다.


동화라는 것을 많이 읽었던 적이 있다. 물론 아주 어렸을 때 이야기다. 지금은 거의 읽지 않는다. 미혼에 아이가 없다보니 친구 집에서 그림책 정도 함께 읽어주는 정도다. 지난번 ‘다섯 손가락 이야기’를 읽은 후 갑자기 새롭게 눈을 뜬 것이 동화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생각할 내용을 품고 있는 이 동화들이 부모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짧은 시간에 기억에 남을 좋은 놀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늘 보거나 듣는 단계에 거치는 우리의 일상을 생각할 때 직접 해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비록 처음엔 귀찮고 다음엔 또 하자고 아이들이 계속 조르겠지만 좋은 추억이 될 것은 분명하다. 아이들과 놀다보면 그들이 얼마나 하나의 역을 맡아 노는 것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또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도. 하지만 아이들에겐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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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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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30도 냉장고에서 요리사 네스터 채핀치가 죽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는 왜 냉장고에 들어갔고, 그 냉장고 문을 잠군 사람은 누굴까? 이후 그의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나온다. 각각의 비밀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는 이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에서 크나큰 매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비밀들은 무엇이고, 과연 누가 그를 죽였을까?


제목처럼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의 비밀은 자신들이 여태껏 쌓아온 명성이나 현재 꿈꾸고 있는 미래를 단숨에 무너트릴 수 있다. 전직 판사의 어린 소년에 대한 동성애적 갈망이나 유명한 미술상이 과거에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자와 은밀하게 거래한 사실이나 옛날 동생의 남편과 바람을 피고 동생이 자살한 기억 등이 공포나 두려움과 결합하면서 묘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거나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때때로 유머스럽고 신랄한 비판이 각각의 심리 묘사와 더불어 즐거운 책읽기로 이끈다. 그리고 왜 그들이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 하는지 이유를 보여준다. 착각이나 공포나 그리움이 만들어내는 이 현장이 한 편의 연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잘 만들어진 연극에 탁월한 심리묘사가 덧붙여진 느낌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사로잡고 끝까지 끌고 간 것은 점성술사 마담 롱스태프의 예언이다. 네 개의 T가 힘을 합치게 되면 두려운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언이다. 네 명의 T와 네스터가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끌어 가는데 네스터와의 관계와 숨겨진 비밀들이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네 명의 T에 대한 정체가 드러나고 각자의 이유가 네스터라는 요리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대목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에서 비롯한다. 그리고 착각이나 자신의 명예에 대한 집착이 자신들이 의도하지 않은 사건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네 명의 T에 대한 정체도 알고 각자의 비밀로 알게 되었지만 범인에 대한 추리는 예상을 여지없이 벗어났다. 도식적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만들어놓은 심리 묘사에 좀더 집중을 하지 않은 탓이다. 무시무시한 연속살인이나 탁월한 탐정이나 치밀하게 준비된 살인은 없지만 하나의 죽음과 연결된 다양한 사람들의 탁월한 심리 묘사와 살의가 새로운 모습의 멋진 추리소설을 만들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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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가들 모중석 스릴러 클럽 8
데이비드 모렐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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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유명한 작가들 목록에 그의 이름이 나의 리스트에 올라있지 않은 것은 단순히 ‘람보(First Blood)' 때문이다.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영화로 보았지만 당시 내가 베트남 전쟁이나 스릴러 등을 이해하기엔 어렸다. 차라리 오락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 2편을 더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3편에선 많아진 나이만큼 재미가 없었지만.


작가에 대한 정보를 얻고 난 후, 람보가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글을 읽고 난 후 집에 있는 읽지 않지만 모아놓고 있든 책 중의 몇 권이 이 작가의 것임을 알았다. 더불어 그의 이름이 있는 책을 몇 권 더 헌책방에서 사 놓았다. 한 작품은 주저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본 지금 빨리 가서 다른 사람이 가져가기 전에 사야겠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일반적인 공포 소설을 생각했다. 괴물이나 유령 등이 폐가에 나오고 그 속에서 주인공이 힘겹게 살아나오는 것을 예상했다. 책의 중반까지도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비현실적인 괴물이나 유령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튀어나왔다. 그 괴물 같은 놈과의 생존 투쟁은 그 앞에 깔아놓은 하나하나의 이야기와 결합하면서 무서운 증폭을 보여주었다. 주인공 발렌저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는 순간 하나의 문제가 생기고 힘겨운 일들이 벌어진다. 마치 조용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비밀 하나와 공포 하나씩의 계단을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잘 짜여진 구성과 진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폐가나 흉가는 단순한 느낌을 준다. 요즘 도시에 재개발 등으로 높은 건물이나 아파트 등이 있지만 그 전까지는 오래된 한옥 등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하수구도 깊지 않고 아파트 등을 탐험할 모험가들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동굴을 탐험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고, 귀신 나오는 집을 담력 체험 차원에서 겪어보는 일은 있지만 상당히 희귀한 취미임에 틀림없다. 이런 환경에서 이런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몇 가지 예상이 가능하지만 이 소설이 보여주는 그런 괴상하고 갑작스러운 모습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8시간의 사투라는 말처럼 하룻밤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속도감 있고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냉혹한 결말로 이어진다. 매끈하게 잘 빠진 소설이다. 군살이 없어 약간은 불만인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들을 좋아하는데 이 부분이 없다보니 빠르게 몰입하게 되지만 한숨을 돌리면서 앞을 복기하거나 여운에 잠길 틈이 없다.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시간을 두고 읽을 생각을 하였지만 예상하지 못한 속도에 그만 단숨에 읽은 것이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에 길지 않은 시간은 이런 속도감을 더욱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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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손가락 이야기 산하작은아이들 15
로랑 고데 외 지음, 백선희 옮김, 마르탱 자리 그림 / 산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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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이 훤히 하는 말이 있다. 다섯 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는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안다. 좀더 아픈 손가락과 덜 아픈 손가락이나 깨무는 강도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다섯 손가락은 이런 이야기와 관련이 없다. 오랜만에 읽는 동화인데 넉넉한 공간과 예쁜 그림이 나를 사로잡았다. 비록 결혼을 하지 않아 아이가 없지만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나에게 이 책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어쩌면 약간은 진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것들도 있지만 나름대로 깊이를 가지고 있다.


다섯 명의 작가가 돌아가면서 손가락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썼는데 취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인 도식을 벗어난 부분에서 놀라게 된다. 특히 약지에 대한 부분에선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전개라 나 자신이 많은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아동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 당연한 것이다) 몇 차례 읽고 가슴에 담아둔다면 아이들과 놀 때 좋은 교육과 함께 즐거운 놀이가 될 것이다.


각각의 작가 특징이 잘 묻어나오는 책이며,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그림은 책을 읽고 난 지금도 넘겨보면서 뭔 뜻일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이 작품이 2000년 5월에 두 명의 배우가 관객들에게 이 이야기를 읽어주었다는데 그 장면을 보았으면 주변의 꼬마들에게 내가 이야기할 때 많은 도움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끔 이벤트 행사장에서 구연동화를 보곤 하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였던 것을 생각하면 단순히 내가 가진 다섯 손가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이 책이 더욱 소중하게 생각된다. 친구내 집에서 귀여운(?) 딸내미를 만나면 이 책 속에 나오는 몇 가지를 외워 함께 놀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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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워치 - 상 밀리언셀러 클럽 26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지음, 이수연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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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백할 것 한 가지. 영화를 보고 이 소설에 대한 편견에 휩싸여 있었다. 또 하나 더. ‘헤드크러셔’를 보고 난 후 이 소설도 그처럼 복잡하고 난해할 것으로 미리 짐작하였다. 영화와 다른 소설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접한 것이 산산 조각나는 순간 즐거움을 느낀 것 또한 사실이다.


영화나 소설은 설정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경우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재미도 또한 없었다. 지금 다시 본다면 소설의 일부가 형상화된 모습에 즐겁게 볼지도 모르겠지만 원작이 품고 있는 복잡하면서도 재미있는 것을 결코 뛰어넘지 못한다는 다시 확인하게 될 것 같다. 하기야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가 과연 몇 편이나 되겠나?


시리즈의 첫 권이고 다음 권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게 한다. 단순한 오락위주의 판타지라면 페이지를 쉽게 넘기고, 좋은데! 라는 감탄사로 끝마무리를 짓고 싶지만 선과 악이라는 주제와 선과 악의 경비대라는 단체를 생각하게 되면 머릿속이 조금은 복잡해지고 깊은 생각으로 빠져들게 된다. 빛과 어둠이라는 두 단체의 탄생과 대립과 공생의 길이 간략하게 나오지만 그 사유의 깊이가 생각보다 깊고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분법으로 정리하면 간단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는 그렇지가 않다. 선이 즐거움과 기쁨을 주고 그곳에서 힘을 얻는 반면, 악은 퇴폐와 우울 등을 만들고 그곳으로부터 힘을 얻는다고 하지만 그 단순함이 그들의 공존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세 가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안톤을 보고 있다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우연히 발견하고 행동한 것들이 모두 안배에 의한 것들임이 밝혀지는 순간 개인의 자유의지와 운명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행동한 것들은 자신의 자유의지이지만 그 길을 가게 만든 것은 운명이나 타인의 의도라니 이 얼마나 상충되는 모습인가! 궤도 위를 달리는 열차처럼 자신이 방향을 선택할 수 있지만 결국 그가 달리는 길은 깔아놓은 그 철로라는 것은 왠지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분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소설이 야간경비대의 시선에서 본 것이고 다른 책은 주간경비대의 시선에서 본 것이라고 하니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각각 다른 시각을 접하는 즐거움을 줄 듯하다. 다른 존재들의 특별한 능력이 주된 내용이 아니라 그 속에 움직이는 다른 존재의 고뇌와 갈등이 소설의 재미와 무게를 더해주는 듯하다. 아직도 머릿속이 혼돈으로 휘몰아치고 있지만 다음 작품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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