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책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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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상은 했지만 역시 쉬운 책이 아니다. 그의 다른 책도 일반 소설의 두 배 이상 시간을 투자해야 읽을 수 있었는데 이번도 마찬가지다. 읽을 때도 읽고 난 후도 생각한다. 왜? 그렇게 힘들게 읽히고 어려운지. 가장 큰 이유는 낯선 이름들과 지명 탓이 아닐까 짐작하여 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장면에서도 속도가 확연히 올라가지 않는 것을 보면 그의 문장 구조와 이야기 구성 때문인 듯하다. 깊이 빠져 한참 읽었다고 페이지를 확인하면 몇 장 보지 못한 것을 보면 그 속에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듯하지만 그 정확한 실체를 잡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다 많이 생각난 작가와 작품이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다. 가끔 카프카가 떠오르기도 하였지만 ‘율리시스’의 기분을 많이 느꼈다. 역자의 후기를 보면 나와 비슷하게 느낀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갈립이 도시 이곳저곳에서 뤼야를 찾아 헤매는 장면과 그 실체를 찾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이런 느낌을 강하게 준 듯하다. 현실의 진행과 병행되어 나오는 제랄의 칼럼이 단서를 던져주기도 하지만 그 의미를 파악하기는 너무 어렵다. 복잡하게 와 닿는 이름과 지명과 옛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으로 섞여 그 실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파묵의 책으로 세 번째 읽는다. 이전 책도 쉽지 않았고 지금도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안개 속에 조용히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약간 손을 내밀었다 한 발 더 다가가면 멀찍이 달아난다. 텍스트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하나의 틀을 만들고 기초를 다지기 전에는 쉽게 그 전체를 알기 어려운 소설이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완전한 틀을 알지 못하더라도 각 방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매혹적이다. 매력 있는 이야기가 많지만 그것을 하나로 엮어내고 풀어내는 능력이 아직 나에겐 부족하다. 그래서 이 소설의 매력을 전부 느끼지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함께 자라 결혼한 아내 뤼야가 사라진다. 사촌 형이자 뤼야의 이복오빠인 칼럼리스트 제랄도 사라졌다. 주인공 갈립은 뤼야를 찾기 위해 이스탄불을 뒤지고 다닌다. 제랄과 뤼야가 함께 있다는 예감을 가진 갈립은 제랄의 칼럼을 읽고 단서를 추적하며, 나중엔 제랄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 속에 이스탄불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신화와 전설과 이야기와 문화 등으로 살을 채워 넣는다. 그리고 나타난 결말.

 

단순히 줄거리만 따진다면 별 것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을 생각하면 미로 속을 헤맨 듯하다. 이스탄불의 풍경, 소리, 냄새로 가득한 미로 같은 소설이란 문구에 딱 맞는 소설이다. 미로 찾기는 출구를 찾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그 과정이 주는 어려움과 힘겨움이 재미를 주는 놀이다. 이 소설에서 곳곳에 숨겨진 이런 난관들을 즐길 수 있다면 엄청 재미난 소설이 될 것이다. 역자가 주석을 단 것을 기억하고, 소설 속 이야기와 역사를 이해한다면 아마 더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읽어온 다른 나라의 소설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낯선 곳의 이야기다. 그들의 역사와 인물과 현재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재미를 충분히 누리기 힘든 소설인 것이다.

 

 

나는 아마 다음에 또 파묵의 소설을 들고 있을 것이다. 쉽게 들지는 못할지 모른다. 그 실체를 알 수 없지만 매혹적이고 이국적이며 미로 같은 이스탄불을 생각하면 반드시 그를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 파묵의 소설을 한 번은 제대로 재미를 느껴보려고 차분히 책을 읽어나갈 것이다. 그 때도 모두를 이해하고 전체를 알지 못하겠지만 이전에 느끼지 못한 재미를 발견하고 즐길 것이다. 갑자기 이스탄불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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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
장장년.장영진 지음, 김숙향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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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다. 역사의 숨겨진 비밀을 밝힌다니 역사 서적을 좋아하는 나에겐 큰 흥미를 불러온다. 하지만 이 책은 비밀보다 역사의 한 장면과 그 장면들의 비화와 상식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깊이 있는 역사를 읽기 원하는 사람에겐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가볍게 역사의 이모저모를 알고자 하는 사람에겐 좋은 상식서가 될 듯하다.

 

거창하게 누구도 몰랐던 인류역사의 거대한 비밀을 폭로한다지만 사실 거의 대부분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다. 물론 몇몇은 전혀 모르고 있던 것도 있지만 특별히 엄청난 비밀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싶은 부분에선 현재에도 정설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저자는 몇 가지 설을 말하면서 마무리한다. 깊이를 약간은 기대했지만 백과사전식의 전개와 구성으로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10개의 주제로 나누었지만 비슷한 구성에 전개가 이전에 많이 보아온 역사의 소문이나 주장들의 편집본과 큰 차이가 없어 아쉬움이 더욱 컸다.

 

아쉬움 속에서도 새로운 정보나 해석 등은 여전히 유용하다. 이전에 본 것보다 업그레이드된 내용이 많아 다행히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전에 본 기억과 대조하면서 의문을 느낀 부분도 있지만 저자가 최신 소식에 더 정통하다고 생각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는 밝혀졌구나! 하고 재미있어 한다. 아마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이 이전 책들의 진행 중이었던 사항들 몇 가지가 새로운 해석과 더불어 올라온 것이다. 비록 아직까지 논쟁이 지속되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는 한계가 있지만.

 

‘배꼽티를 입은 문화’라는 책을 이전에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났다. 별로 차별되지 않는 구성과 내용이기에 그렇다. 만약 ‘배꼽티’를 읽지 않았다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유래와 비밀이 숨겨져 있었구나! 하면서. 또 다른 많은 역사 서적이나 인터넷 정보들을 접하지 않았다면 모르는 사실들이 많았을 것이다. 서문을 보면 19개의 주제로 나누었다고 하는데 여기엔 10개 밖에 없다. 편집 과정에서 재분류가 된 것인지 아니면 다시 2권이 나오는지 궁금하다. 2권이 있다면 역시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모르는 것이 아직 많이 있으니까.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것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단어다. 유네스코가 이를 지정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은 세계적인 유적이나 건물 등에 현재까지 지정된 것을 책 속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책들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것이기에 약간은 생소하였지만 그 의미와 가치를 느끼기에 좋은 잣대가 되었다.

 

책을 펼쳐들고 열심히 찾았지만 아직도 찾지 못한 것이 있다. 저자들의 약력이다. 북경사범대학이라는 단서를 서문에서 발견하였지만 어디에서도 그들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저작권 사항을 보면 책 제목과 이름은 분명히 있다. 유령은 아닌 듯한데 왜 없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여전히 찾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고 책 가격에 비해 책속에 나오는 사진이나 삽화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충분히 선명한 컬러로 처리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진이 더 선명했다면 좀 더 열심히 보았을 텐데. 편집에 불만이 있고, 이전에 본 내용도 많은 책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세계사와 문화 등의 숨겨진 의미나 비밀 등을 접하기엔 충분한 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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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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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와 추리는 내가 좋아하는 두 분야다. 하지만 대부분의 역사 추리소설이 제대로 그 맛을 살려내지 못한다. 현대 추리소설처럼 긴장감이 떨어지거나 시대적 한계 때문에 갑갑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고증이라는 발목에 잡혀 그 시대를 그려내는데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몇몇 책에서 재미를 느끼기는 하였지만 항상 나를 궁금하게 하는 것은 그 시대에 그런 것이 있었나? 와 그것이 사실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 책도 그런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는 약간 무리가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재미있었다.

 

역사를 다룰 때 가장 중심에 두는 것은 사실이다. 단지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표현을 한다면 그것은 판타지가 될 것이다. 이 대목이 이 소설에서 내가 유일하게 불만으로 생각한 부분이다.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검시관 아델리아가 있는 것이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해부 등을 통해 검시를 한 것은 19세기로 알고 있다. 현대적 의미라는 수식어가 붙을지 모르지만 소설 속에 나오는 검시장면을 보면 엄청나게 현대적이다. 그리고 곳곳에 나오는 아델리아의 수술이나 치료 장면을 보면 시대를 뛰어넘는 살레르노라는 곳이 과연 실존했는지 궁금하다. 20세기 초까지 의사들 대부분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혈을 권장하였다는 기록을 본 나에게 아델리아는 미래에서 온 의사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마음에 들지 않은 몇 가지는 이야기했다. 역사적 시대를 배경으로 하니 그 시대 속에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들어가 보자. 1171년 케임브리지셔에서 아이들이 죽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 마을 사람들은 유대인들의 짓이라고 주장한다. 왕은 수입의 7분의 1을 주는 유대인을 몰아낼 마음이 없다. 얼마 후 놀라운 의학수준을 가진 살레르노에서 케임브리지셔로 유대인 시몬과 아라비아인 만수르와 그리스인으로 추정되는 여자를 포함한 3인이 나타난다. 이 여자가 주인공인 아델리아다. 그녀의 직업은 살레르노에서 검시관이다. 그 능력은 탁월하다. 하지만 시대적 한계 때문에 그녀의 모든 공은 그녀의 양아버지가 가져간다.

 

케임브리지로 가는 도중에 오줌을 누지 못해 고생하는 수도원장을 외과수술로 치료한다. 그 시대는 여자가 의사라는 것을 믿기보다 마녀라고 외치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제프리 수도원장은 그 비밀을 소중히 하고 그녀들을 돕는다. 어느 날 그녀가 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그녀가 산파라고 외친다. 그 당시 여자 치료사 역할은 산파가 한 모양이다. 가짜 의사 만수르를 내세워 그녀가 치료를 하고, 최초의 희생자 피터를 보고 난 후 거리를 떠도는 소문이 거짓임을 안다. 죽은 자와 대화하여 죽은 원인을 찾아내는 역이 아델리아라면 증거를 쫓아 범인을 찾아내는 사람은 시몬이다. 여기에 도움을 주는 자는 세금 징수원인 로울리 경과 어린 소년 울프와 지저분한 개 한 마리가 있다.

 

계속되는 살인사건이 발생하지만 시몬은 유대인이고 아델리아는 여자다. 이 한계 상황에서 진실을 찾아내고 범인을 잡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현대의 CSI라면 강력한 호위 무장 부대가 곁에 있겠지만 그 시대엔 꿈도 꿀 수 없다. 하지만 어린 정보원 울프는 여기저기에서 어린 친구들로부터 정보를 가져온다. 그 정보들이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답을 알기에는 힘들다. 이 소설을 보면서 가장 답답하게 생각되었던 부분이 여자와 민족 차별이라는 한계를 만들어낸 시대다. 과거로 돌아간 소설을 읽다보면 늘 접하는 부분이지만 역시 좋은 기분은 아니다.

 

내가 가장 주목한 인물은 로울리 경이다. 범인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의 숨겨진 정체에 대한 것이었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가 십자군 원정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재미있다. 예상하지 못한 활약을 한 것은 지저분한 개다. 그 개의 역할이 영웅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지닌 의미가 수도원장과 결합하면서 놀랍게 여겨진 것이다. 그리고 주교 등과 대립하는 헨리2세의 놀라운 인식과 가감한 일 처리는 역사소설이 주는 재미를 마음껏 누리게 한다. 시대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분노와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는 주교들의 모습은 현재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왜 영국에서 국왕이 종교의 수장이 되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단초가 된다. 하지만 그 시대에서 보여준 종교적 편견과 박해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도 그대로 자행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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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 / 살림Biz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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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말한다. 일체유심조라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한다. 선문답에도 나무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을 보고 흔들리는 것은 바람인지 깃발인지 묻는다. 답은 마음이다. 내 마음이 흔들리니 그렇게 보인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도 이 선문답들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요 근래 들어와서 무상(無常)이라는 단어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화두를 품고 살아간다. 가끔은 잊기도 하지만.


갑자기 비밀에 대한 책 이야기에 불교의 심법을 말하는 이유는 무얼까? 그것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맥이 맞닿아 있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밀은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뭘 끌어당긴다는 말인가?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 등의 자신이 원하는 바를 긍정적으로 지속적으로 생각함으로 인해 그것을 성취하게 한다는 것이다. 무척 간단한 이야기지 않은가! 우리가 흔히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성공이나 사랑이나 인생이나 모두 생각하는 바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생각하고 성공을 생각하면 그 결과는 좋게 이루어지고, 만약 내가 중간에 이만큼이나 안돼! 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주를 구성하는 에너지는 그곳에서 멈춘다고 한다. 


작가는 양자물리학자들의 인용하여 과학적 신빙성을 높이고,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글과 문장과 말에서 이 비밀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에 해석을 덧붙여 우리의 이해를 높여준다. 생각의 힘을 나 자신도 높게 평가한다. 긍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를 원한다면 이루어진다는 것은 어느 정도는 믿는다. 우리가 2002년 월드컵에서 꿈은 이루어진다! 고 열심히 외치지 않았는가. 그 당시 우리의 열망은 이루어졌다. 비록 2006년에 다시 한 번 그것을 외쳤으나 안타깝게도.


끌어당김의 법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다. 이 부분에서 다시 부처가 한 말이 생각났다. 천상천하유아독존. 작가는 행운도 불행도 끌어당기는 것은 자신이라고 한다. 행복을 계속해서 원한다면 행복을 이루지만 중간에 불행을 생각하면 그때 우리 자신이 끌어당기는 것은 불행이라는 것이다. 비밀을 활용하는 3단계로 구하라, 믿어라, 받아라 로 정의한다. 어딘가에서 많이 들었다면 그것은 성서에서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 3단계가 비밀을 실천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책 속에 저자가 말한 것 중 몇 가지는 나 자신이 생활 속에 실천하는 바도 있지만 역시 지속적인 부분에선 거의 빵점이다.

 

생각의 힘에 대한 수많은 예시나 문장들이 잠언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의학에 대한 부분에서 플라시보 효과를 너무 과장하는 부분이나 종교적인 성격을 가진 분위기로 인해 약간 거부감이 생긴다. 지극히 원론적이라고 할 수 있는 비밀이고, 많은 선각자들이 말한 것이지만 이렇게 포장을 하니 색다르게 느껴진다. 수많은 자기개발이나 성공서적들이 나왔지만 아직도 다른 책들이 나와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최소한 그 저자들은 성공한 듯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도움을 받은 많은 사람들도. 하지만 아직도 이런 책이 나오고 여러 책을 읽는 독자가 있다는 것은 역시 그들도 정답이 아니거나 실천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자,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멀리하고 고마워하는 마음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이 정확히 원하는 바를 계속해서 생각하자. 그럼 반드시 그 소망이 이루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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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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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쏟아져 나오나 하는 기대감을 가진다. 미타라이 기요시가 처음 나오는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보여준 놀라운 트릭과 전개로 작가에 대한 관심이 한껏 고조되었지만 후속작 번역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마신유희’로 약간은 그 갈증을 해소하게 되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약간 당혹감을 느꼈다. 미타라이의 직업이 바뀐 것이다. 점성술사로 기억하는 그가 외국에서 뇌과학자로 변신하다니 나의 기억이 잘못된 것일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후기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이번 소설이 비교적 최근에 발간된 책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 사이에 나온 그의 작품들이 많다는 사실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 출판될지 알 수 없기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점성술 살인사건’처럼 이번도 연쇄토막 살인사건이 나온다. 이 부분만 생각하면 작가가 연쇄와 토막 살인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섬뜩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전작에서 점성술을 이용하여 트릭을 만들었다면 이번엔 구약성서를 이용한다. 뭐 읽다보면 그가 범인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지만 진짜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을 너무 쉽게 지웠다는 것과 작가의 서술 트릭에 완전히 당했다는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분명히 범인이 있는데 그 외딴 마을에 나타난 이방인이 몇 없는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쉽고 어쩌면 기발한 착상인 것이다. 책을 덥고 난 지금 이와 비슷한 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구약에서 빌려온 이야기와 범인으로 몰고 가는 인물의 노트를 기반으로 복수극을 꾸미고 있지만 역시 진정한 목적은 아가사 여사의 소설에서 본 트릭이 주된 것이다. 나무는 숲에 숨겨라는 간단한 진리를 이번에도 여지없이 적용한다. 다른 유명한 추리소설에서도 보았지만 이 트릭은 상당히 매력적인 모양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단서를 작품 중에 제공하지 않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서술트릭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읽고 난 후 아! 하고 감탄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설정 자체를 속이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역으로 단서를 찾아가면서 이런 것들이 있었지 하고 감탄하게 하는 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나의 게으른 성격도 물론 이에 일조한다고 보면 된다. 다시 처음부터 읽으면서 단서들을 찾다니 얼마나 힘든 일인가! 가끔은 즐기기도 하지만.


네스 호의 괴물로 유명한 마을을 배경으로 환상과 잔혹한 연쇄살인을 엮어가는 그의 능력은 역시 일품이다. 쉴 새 없이 읽게 만들고 표지의 그림을 여러 번 보게 만들면서 펼치는 지적 게임은 재미있고 즐겁다. ‘점성술 살인사건’에 비해 약간 부족한 감이 있지만 어지간한 작품보다 뛰어난 소설이다. 앞으로도 시마다 소지의 소설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듯하다. 아니 우선작으로 올려놓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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