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9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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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시 매력적이다. 캐릭터 중심의 소설이라고 하지만 연쇄살인범이 이렇게 매력 있어도 되는가? 묻고 싶다. 이번 편에선 인간적인 부분이 점점 더 많이 나오면서 그 매력을 더 높여가고 있다. 냉정하고 비정하면서 감정을 숨기면서 살아가는 그가 조금씩 잊어버렸던 감정을 되찾아가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그의 끔찍한 살인 행각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만월로 가득한 밤이면 달빛은 조그마한 칼날 같이 그의 살을 쪼아 된다. 역시 유럽 등은 이태백의 풍류를 모르는 모양이다.

 

첫 장면에서 지난 번 처럼 살인을 기대하며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리타의 아이들에게 완전히 사로잡힌 그만 있을 뿐이다. 비록 반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시선으로부터 위장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는 아이들을 정말 좋아한다. 이 부분은 뒤로 가면서 그와 해리의 관계처럼 새로운 부자 관계를 암시하기도 하는데 조금은 끔찍하다. 뭐 그것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지금 신경 쓸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지난 번 상대보다 이번 상대가 더 강해 보인다. 아니 새로운 악당의 등장에 덱스터 속에 살고 있는 검은 승객뿐만 아니라 덱스터도 매혹된 듯하다. 단순히 토막을 내어 살인을 하거나 보통의 연쇄살인자 같다면 그의 관심이 이렇게 높아지질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악당은 정말 심하다. 인간을 산채로 절단하고, 그 과정을 거울을 통해 피해자가 보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전직이 외과의사라니 그 시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짐작조차 힘들다. 이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작업이 완료되지만 결코 그 피해자를 죽이지는 않는다. 그 상태가 글 속에 표현되어 있지만 내가 몇 자 옮기려니 참 으스스하다. 읽을 당시 몰랐는데 그 상태를 지금 생각하니 오한이 난다.

 

지난번에도 여동생 뎁 때문에 고생을 하였는데 이번도 역시 그녀의 투정과 부탁에 힘겨운 일이 벌어진다. 무적으로 생각하던 덱스터가 무너지는 순간은 뭔가 이것은 착오가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도 완전한 인간은 아니었다. 마음속에 끔찍하고 시커먼 존재가 살고 있지만 곳곳에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검은 존재를 알아보는 그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 그 존재와 만나면 자신 속의 존재와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도 하니 영화 속에서 착한 악마와 나쁜 악마의 싸움 같다고 해야 하나? 또 가끔 다른 악당의 놀라운 일처리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을 보면 그도 참 나쁜 존재다. 하지만 다행히 어릴 때부터 잘 교육을 받고 자기 통제를 한 관계로 쓸데없는 살인은 하지 않는다. 증거 없이 살인을 하지 않는 그를 보면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기는 하다.

 

전작보다 좀더 짜임새도 있고 긴장감도 높다. 여동생이나 리타의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덱스터의 모습은 차후 어떻게 변할지 상당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굉장히 비인간적이지만 인간적으로 보이기 위해 연기하는 그가 사실은 겉으로 가장 인간적이다. 인간적이란 단어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에게 최소한의 피해도 주지 않고 어울리는 그를 보면 대단하기까지 하다.

 

모두 읽고 난 지금도 읽는 중에도 가장 많이 떠오른 인물은 한니발이다. 어린 시절 한니발을 읽었고, 어른이 된 한니발을 영화로 보았지만 한니발이 주인공인 소설은 보지 않았다. 조만간 ‘한니발’을 읽어봐야겠다. 두 악당 캐릭터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데 그래도 역시 나는 덱스터가 마음에 든다. 끔찍하고 음흉한 존재이지만 최소한 그는 무차별 살인은 하지 않지 않는다. 그리고 가끔 빈틈을 보여주는 행동과 조금씩 일상생활에 잠식당하는 그 심리 상태는 앞으로의 그를 추측하는 즐거움을 준다. 다음 편에선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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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4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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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연쇄살인범 덱스터. 반 영웅. 어쩌면 우린 이런 살인자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법이라는 장벽 뒤에 숨어 온갖 잘못과 악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덱스터는 천적임이 틀림없다. 가끔 나도 꿈꾼다. 말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범죄자들이나 국민의 이름을 팔면서 호위호식하거나 정신병이라는 조작된 병력으로 법의 보호를 받는 죄인들에게 철퇴를 날리는 꿈을 꾼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다.

 

이 소설을 보면서 느낀 점은 철저하게 캐릭터 중심이고 엔터테인먼트 중심이라는 것이다. 덱스터가 처음 등장하니 인물에 공을 들인다. 그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축으로 그와 무척 닮은 연쇄살인범이 등장하여 연쇄살인범 대 연쇄살인범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낸다. 이 부분이 이 소설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왜 그가 연쇄살인범이 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의 내면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외양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마음은 차가운 얼음과 같다. 그에게 인간관계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이 대목은 계속해서 강조된다. 단 하나의 예외는 아이들과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첫 장면이 아동살인자를 살해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모양이다.

 

자신이 연쇄살인범이기에 연쇄살인범을 가장 잘 이해한다. 하지만 그들과 그는 다르면서 같다. 다른 점은 덱스터는 사회악인 사람들을 고르고 증거를 수집하여 잔혹하게 처리하는 반면에 다른 살인자들은 자신의 욕망에 굴복하여 살인하는 것이다. 같은 점은 둘 모두 살인으로 쾌락을 얻는다는 점이다. 개인적 살인이 용납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 둘은 모두 범죄자다. 그러나 우린 덱스터의 살인에 묘한 쾌감을 느낀다. 잔혹하고 비정하며 거침이 없지만 그의 살인은 용서받지 못할 자들에게 내려지는 죽음이기 때문이다. 법보다 정의라는 문장이 생각나는 그의 행동이다.

 

이전에 ‘더티 해리’시리즈에서 악당을 처치하는 경찰이 있었다. 악당이지만 법의 틈새를 파고들어 풀려나는 자들을 처리하는 경찰을 우리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매그넘으로 살해한다. 이것이 법이다라고 하면서. 그리고 가끔 다른 소설이나 영화에서 법의 한계를 넘어 악당을 처치하는 인물이 나온다. 이때 우리의 주인공은 그들을 법의 이름으로 처단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나 영화에선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악당을 처치하는 인물들이 자신들을 정의라고 외치면서 독자나 관객이 생각하는 한계를 넘어선 행동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린 주인공에게 ‘너는 아직 괜찮다’라고 하면서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나에겐 이 한계선을 언제 덱스터가 넘을까? 궁금하다. 만약 그가 실수라도 한계를 넘어간다면 나는 그를 지금처럼 면죄부를 줄 수 있을까? 아마 힘들지 않을까?

 

일반적인 인간의 심리 상태가 아닌 덱스터가 이 소설 속에서 몇 번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냉혹하며 잔인하고 철저하게 계산되고 준비된 행동만 하는 덱스터가 조금 빈틈을 보인 것이다. 이후 나온 그의 책에서 이 빈틈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사뭇 궁금하다. 그리고 그가 펼쳐 보여줄 악당들과의 전쟁과 처단도 역시. 약간 허술한 구성이 있지만 덱스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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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밴드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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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유쾌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보는 내내 웃음이 나오고 따스함이 느껴지면서 고서점 책 향기가 풍기는 듯한다. 4대가 한 곳에 같이 살면서 일 년 동안 일어난 몇 가지 사건을 다루는데 그 사건들이 무겁기보다 묘한 분위기와 끝이 즐거운 이야기들이다. 무시무시한 살인이나 엄청난 트릭이 있는 것은 아니고 생활 속에서 자주 부딪히는 소소한 미스터리다. 그래서 시끌벅적한 대가족의 홈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느낌이다.

 

4대가 몰려 살게 되면 아마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집엔 소위 말하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몇몇이 있다. 1대 칸이치의 손녀딸 아이코는 아버지 없이 딸을 낳아 키우고 있고, 2대 가나토는 어머니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아들이 있다. 3대 콘은 명확한 직업이 없는 프리라이터고, 엄마가 밝혀지지 않은 꽃 미남 아오는 수많은 여자들이 그의 친절 때문에 집으로 찾아온다. 이런 문제가 있지만 4대의 귀여운 아이들인 카요와 켄토는 알게 모르게 이 집안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일 년 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계절과 각 계절마다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재미의 핵심이다. 각 사건이 풀어지면서 가족 구성원들의 알려지지 않은 비밀들이 하나씩 풀리는데 보통의 가정이라면 한바탕 엄청난 파문과 소동이 일어나겠지만 이 묘한 대가족들은 그냥 좋게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비록 대단히 현실적이지 못하지만 상당히 그리운 가족임에는 틀림없다.

 

소설을 읽다보면 특별히 정이 가는 인물이 생긴다. 이 소설에선 개인적으로 3대의 콘이다. 뭐 특별히 문제가 있거나 사건을 만들지는 않는 인물인데 사건의 핵심을 깨뚫어 보고 조용히 처리하는 능력이 일품이다. 사건 해결의 영광보다 이선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맡아 해결하는 일종의 군사와 같은 존재다. 또 한명 매력적인 분은 이야기의 화자이자 2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다. 이 할머니의 등장을 보면서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은 자가 화자로 나와 이야기를 풀어내다니. 가끔 죽은 이가 자신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소설 등을 본적 있지만 살아있는 사람과 함께 하면서 풀어내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경우다. 특히 이 할머니는 한 지역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곳까지 갈 수도 있으니 무척 특이하다. 그리고 가끔 보이는 남편과 후손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느낌은 이 책에 따스한 기운을 마구 불어넣어준다.

 

모두 읽고 난 후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이 책 후속편에 대한 것이었다. 이 매력적인 가족들의 다른 이야기가 상당히 기대되었다. 가족의 문제들이 거의 해결되다시피 하였지만 좀 더 확장하여 몇 가지 에피소드를 더 만들어도 충분히 즐거울 것 같기에 그렇다. 두 어린 꼬마나 머독과 아이코의 다른 연애이야기도 궁금하고, 가나토의 전설적인 밴드의 숨겨진 이야기들도 궁금하다.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르지만 역자 후기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었다. 이 책의 후속편이 나왔다는 것이다. 자! 이제 이 책의 여운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 다음을 볼 수만 있으면 된다. 근데 여운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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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의 발견 -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이바르 리스너 지음, 안미라.김지영 옮김 / 살림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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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로마 황제에 대한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 책을 모두 읽은 지금도 그들의 이상한 이름 때문에 헷갈린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우스니 누스에 따라 바뀌는 사람들은 쉽게 머릿속에 담기 어려운 것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유익하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연대순으로 정리된 로마황제에 대한 정보와 서양 역사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대를 적절한 단어와 해석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대단히 인기를 얻고 많은 책이 나왔고 팔렸다. 그러나 나는 이 시리즈를 읽지 않았다. 몇 권 구입하였지만 아직 읽지 않았다. 이 이전에 ‘플루타크 영웅전’ 등을 읽었고 그 시대의 인물들을 알고 있었지만 그 복잡한 이름과 이후 다른 작가들의 해석에 의해 그 실체를 좀처럼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 그 인물들에 대한 정리를 조금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카이사르, 안토니우스까지 황제라고 불리기 전의 영웅들에 대한 것을 담고 있다. 이 부분이 이전에 많이 혼란을 겪은 대목인데 이번에 많이 정리가 되었다. 2부부터 카이사르 죽음 후 공화정에서 군주제로 바뀐 시대를 보여주는데 동양의 역사에 비해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왕조가 들어서면 왕권 강화를 위해 엄청난 숙청이 일어나고, 세습체제가 완전히 정착되는데 이 시기의 로마는 상당히 불안정하다. 이후 계속해서 황제라는 지배자가 나오지만 제대로 제국을 다스린 사람은 몇 없다. 저자는 이 황제들의 비극과 권력 투쟁기를 연대순으로 간략하지만 핵심을 집어 보여준다.

 

제목처럼 가장 도움을 받은 부분은 로마 황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시각을 가지게 된 점이다. 초반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잘 알지 못하는 이름으로 가득한데 이것은 세계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인물들이고, 그 시대에 엄청난 제국을 이루었지만 왜 항상 불안하게 유지되었는지 잘 알게 한다. 그리고 황제들 거의 모두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독살이나 암살이나 배반 등으로 죽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의 역사와 많은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사실 페이지 수로 본다면 많은 분량은 아니다. 하지만 쉽게 읽히면서도 그 방대한 인물과 기나긴 역사 때문에 순간순간 호흡을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 초반부 익숙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이전에 알든 지식의 오만함을 약간 불러왔다가 이내 부족함을 드러내게 한 것처럼 뒤로 가면서 나의 지식은 새로움의 홍수에 휩싸여 버렸다. 대제국이 건설되었지만 내부의 부패로 조금씩 무너졌고, 다른 곳에서 성장한 민족들의 위협은 제국을 위태롭게 유지시켜주었다. 간간이 나오는 저자의 인물과 시대에 대한 유머나 해석 등은 나의 기존 지식과 비교하게 만들었다. 아마 이 책은 나에게 다른 로마시대를 다룬 책에 대한 호기심과 비교의 대상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왕조를 연대순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하나의 사건이나 인물을 심층적으로 다룬 것을 좋아하지만 가끔 한 제국의 전체적 흐름을 알기에는 이런 책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집 책장에 꽃아 놓고 모르는 로마황제가 나올 때마다 뽑아 색인처럼 본다면 좀 더 많은 이해와 지식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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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 디거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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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점점 더 마음에 든다. 국내에 출판된 그의 작품을 이것으로 모두 읽었지만 구성과 필력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사형제도나 자살이나 조직의 문제를 진지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내는 그의 소설들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이번 소설을 읽다 계속해서 생각한 것은 이 소설은 영화로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누가 야가미 역을 할 것인가? 하고 계속 생각했다. 한국적 상황에 맞게 만들 수도 있지만 역시 일본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한다. 작가의 이력에 영화 관련한 것이 있다는 것을 보았지만 정말 한 편의 액션과 스릴러가 잘 결합된 영화 같다.

 

소설을 읽다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아니 딱! 하고 와 닿는 느낌을 주는 소설 자체가 많지 않았다. 몇몇 작품들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대부분은 좋다는 감정이나 소설 자체로 생각이 좁혀 들어간다. 하지만 ‘그레이브 디거’는 제한된 시간이라는 것과 연쇄살인이라는 두 요소를 별도로 진행하면서 하나로 묶어내는 뛰어난 구성과 멋진 등장인물들을 만들어내었다. 특히 험악한 얼굴의 야가미의 매력은 시종일관 시선을 잡아 끌어당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그가 열심히 달아나는 이유가 뭔가? 경찰에 잡혀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것도 두렵지만 가장 염려하는 것은 자신의 골수를 이식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전과5범의 지능범죄자가 큰 맘 먹고 선행을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세 방향에서 쫓아오는 경찰과 살인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들. 배에서 떨어져 헤엄치고, 돈이 없어 버려진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이마저 여의치 않아 발로 달아나는 그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왜 새로운 인생을 위해 착한 일을 하겠다는데 방해를 하는 무리가 이렇게 많은지!

 

소설의 가장 큰 축이 야가미의 도망이라면 다른 한 축은 연쇄살인 사건을 둘러싼 경찰들의 반응과 행동이다. 연쇄살인이라는 것을 알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그들의 모습이나 피해자의 사체로부터 그레이브 디거라는 영국 역사 속 민담을 끄집어내기까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중요 참고인 야가미를 찾기 위해 그들이 펼친 수사망과 야가미의 청소년기와 관련된 형사 후루데라 등의 행동은 하나의 목표로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그 밤에 펼쳐진 연쇄 살인과 과거의 살인사건의 관계가 드러나는 대목에 이르게 되면 새로운 사실과 더불어 추악한 경찰 조직 내부 비리가 폭로된다. 이것이 단순한 액션과 스릴러가 결합한 것에서 더 나아간 소설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피의자를 법원에 기소할 수 있는 조직은 검찰이다. 검찰이 조금만 부패해도 그 사회는 엄청나게 썩어나갈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검찰의 부패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경찰 조직 내부에서 보안부라는 조직이 지닌 엄청난 힘과 비리를 알고도 덮는 검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보안부를 쥐고 있는 정치권력에 대한 것도. 과거 일본에서 엄청난 정치 스캔들이 있었는데 중요 참고인들 4명이나 심부전증으로 사망했다. 여기서 작가는 보안부와 정치 권력자들의 보이지 않는 음모가 있다고 암시한다. 갑자기 연쇄살인사건과 한 도망자 이야기를 하면서 정치와 보안부를 말하는지 의아할 것이다. 책 읽은 분들은 모두 알겠지만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정치와 보안부의 결탁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저분하고 분노를 자아내는 일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작가는 재미와 분노를 자아내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듯하다. 야가미의 도망이 재미를 주었다면 경찰들의 비리가 분노를 느끼게 한다. 단순히 외국문제라고 치부하면 간단할 수 있지만 권력형 비리나 재벌 비리를 생각하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거리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범죄엔 높은 형량이 내려지지만 돈이나 권력이 있는 자들은 집행유예나 낮은 형을 받는 것을 너무 자주 보지 않았나! 그렇지 않으면 특사로 풀려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너무 자주 보는 것들이다.

 

복잡한 경찰 조직이나 비리를 빼고라도 이 소설은 매력적인 인물과 급박한 전개와 잘 짜여진 구성으로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흔히 말한다. 쉴 새 없이 읽었다고. 400페이지를 한 자리에 앉아 커피와 물을 마셔가며 끝장을 보았다. 차마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4시간이 조금 되지 않는 멋진 영화를 책으로 본 느낌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몇 시간이 지났지만 나의 머릿속에선 누가 야가미로 가장 어울리는 배우일까? 하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한국이라면 유해진? 일본이라면 누가 좋을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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