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 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 P29

그때 펄롱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려고 밖으로 나가 외양간으로 가서 울었다. 산타도 아버지도 오지 않았다. 지그소퍼즐도 없었다. 펄롱은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이 자기를 두고 어떤 말을 하는지, 뭐라고 부르는지를 생각했고 그런 취급을 받는 이유가 이거라고 생각했다. 
- P30

곧 펄롱은 정신을 다잡고는 한번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각자에게 나날과 기회가 주어지고 지나가면 돌이킬 수가 없는 거라고. 게다가 여기에서 이렇게 지나간 날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비록 기분이 심란해지기는 해도 다행이 아닌가 싶었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일과를 머릿속으로 돌려보고 실제로 닥칠지 아닐지 모르는 문제를 고민하느니보다는.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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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흥분, 받아들이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 자체가『대지의 딸』에 구현된 페르소나의 본질이자, 회고록을 완성하는 요소이다. 
- P125

순박한 구술 스타일로 전하는 증오와 자기혐오의 이야기는 교활함과 투박함 때문에 호소력이 훨씬 더 짙어진다. 
- P125

『아버지와 아들』이 그랬듯, 『기만의 공작』의 미덕은 서술자인 아들이 아버지의 감정적 무절제를 바라보는 깊고도 집요한 시선에 있다. 
- P131

순례자처럼 차분하고 고독한 이 서술자는 자신이 보고 회상하고 사색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세상과 자아를 향한 특유의 연민, 즉 희망의 생명줄을 늘리는 연민을 베푼다.
- P180

그 순간부터 나는 학생들이 나와 같은 방식으로 읽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니까, 내적 맥락을 찾는 것이다. 내적 맥락은 글을 현재 상황 너머로 확장해주고,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밝혀주며, 형태를 부여하고 내밀한 목적을 드러내준다.
- P184

처음부터 나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이란 곧 작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 또렷이 보일 때까지 계속 읽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P184

여느 평범한 독자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작품에접근하는 것은 어떻게 쓰느냐가 아니라 왜 쓰고 있느냐를 아는 일이었다. 수업을 이어나가면서 나와 학생들은 이 일이 치열한 전쟁과도 같다는 사실을 거듭 발견했다.
- P184

확실히 글은 궤도를 찾아가고 있었다. 작가가 관점을 바꾸어 서술자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미완성의 소재에서 움트려하는 주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은 ‘이 글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던졌기 때문이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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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펄롱은 과거에 머물지 않기로 했다. 아일린처럼 머리가 검고 살결이 고운 딸들을 부양하는 데 집중했다.  - P19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 P22

혹독한 시기였지만 그럴수록 펄롱은 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딸들이 잘 커서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여학교인 세인트마거릿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도록 뒷바라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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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속의 진실은 실제 사건의 나열로 얻어지지 않는다. 작가가 당면한 경험을 마주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독자가 믿게 될 때 진실이 얻어진다. 작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그 일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 P107

현대의 회고록은 자신의 삶을 일정한 모양으로 빚은 글이 무관심한 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작품으로 다가가려면 극적인 각색을 거치고, ‘되어가는‘ 경험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가정한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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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온의 글쓰기를 구성하는 원리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불안이다. 이로부터 디디온은 재능을 멋지게 떠받쳐주는 우울하고 흔들리는 페르소나를 창조해냈고, 적어도 한 편의 불후의 소설 (『모든 것은 순리대로 Play it as it lays』)과 미국 문학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에세이 몇 편을 남겼다. 
- P45

에세이 「나는 왜 내가 사는 곳에 사는가>에서는 대리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이용하여 ‘고향‘에 대한 지독한 양가감정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누구에게나 있는 그런 심리의 치명적 급소를 탐구하기도 한다. 
- P51

끝이다. 이게 전부다. 글은 이렇게 끝난다.
- P62

「미국의 아들의 기록」과 「코끼리를 쏘다」 모두 지독하리만치 깊숙한 자아 탐구가 글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 자전적 이야기를 에세이에서 회고록으로 인도하는 것은 탐구의 깊이이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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