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쁨 - 이해인 시집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에도 표정이 있다면 이 책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참 엉뚱한 질문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책 표지는 안개꽃인지 아니면 다른 꽃인지 알 수 없으나 그렇게 한아름 꽃다발이 가슴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받기도 할 테고, 봄바람의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을 받는 이도 있을 테지만 나는 실눈뜨고 조용히 웃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크게 소리를 내지 않더라도, 과장되게 몸짓이 크지도 않게 조용히 눈으로만 혹은 입으로만 느껴지는 작은 미소가 떠올려지는 책!

이해인 수녀는 시인이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건 그만큼 시를 읽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주 오래전 20년도 훨씬 이전에 이해인 시집을 읽고 얼마나 좋아라 했는지가 떠올려졌고 다시 한 번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살짝 설레기도 했다.

누구라도 좋아할 가슴에 샘물 같은 시를 전해주는 시로,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편안하게 읽어도 좋을 대중적인 시로 종교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그녀가 수녀라고 해서 불편한 마음이 들어 책을 한 쪽으로 밀어낼까 해서 하는 염려에서~^^

책을 읽는 동안 행복의 주문을 거는 듯 행복했고,

어둡게 닫힌 감방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별들을 달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도 한다.

....

일 년 내내/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행복을 손짓하는/따뜻한 마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감동의 웃음을 꽃으로 피워내는/밝은 마음//

내가 바라는 것을/남에게 먼저 배려하고/먼저 사랑할 줄 아는/넓은 마음//

다시 오는 시간들을/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성실한 마음//

실수하고 넘어져도/언제나 희망으로/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겸손한 마음//

....



그런 마음으로 깨끗하고 착하게 살고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엉덩이가 들썩들썩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초록연필의 시 5
신형건 글,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이 오는 소리는 귀만 간질이는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들썩들썩이게 합니다.

뭔가 들뜨고 분주하게 하며,

봄날 튤립 잔에 햇살 가득 담아 한 잔씩 쭈욱 들이켜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이런 시적 표현이 더 가슴속에서 들썩이는 것은 계절 탓이라고 하기엔 시인이 가진 천진난만함과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 날개를 단 상상력이 아마도 더 크지 싶네요.

계절이 바뀔 때면 마음속에 움찔움찔 새싹을 틔우게 되는 것은 봄이 가져다주는 ‘희망’이란 느낌이 그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 <엉덩이가 들썩들썩>의 시집 속엔 뭐가 녹아 있기에 이리도 재미있을까요?




땅속 어느 틈에선가에서 힘겹게 비집고 나오는 민들레에도 눈길이 가고,

파랗게 싹을 틔우는 이름 모를 풀이나 쑥쑥 올라오는 쑥에도 눈이 가는 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무생물이라 생각했던 의자에도 엘리베이터에서 매일 보는 거울에도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인의 능력이자 시인의 여리고 어여쁜(^^) 감성이지 싶은데,

요렇게 재미난 시를 정작 아이들을 별로 찾지 않는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많이 늘어났지만 그 책들 속에 시집은 과연 얼마나 될까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사실 가장 짧은 시간을 들여 읽어 줄 수 있는 것이 시이며,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것 또한 시집일터인데 아이들에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아쉽기만 하네요. 어릴 적 아이가 말이 늦어 매일매일 시를 읽어주던 때에 비하면, 나 역시 말처럼 시와 가깝지 않았네요. -.-




<4월 26일 저녁 7시 23분 11.1초>란 시의 제목은 무척이나 그 내용이 궁금하게 합니다.뭘까뭘까뭘까. 숨도 쉬지 않고 단숨에 빠르게 눈을 굴려 읽어 내려가니 수수꽃다리 향기가,

이마를 딛고 머리를 휘감고 콧속을 기어 들어가 목구멍 계단을 내려가 가슴 속에 쳐들어 가기까지의 표현이 기가 막힙니다. 뿐인가요 <지구는 코가 없다>에서는 환경이고 방귀 냄새 따위를 주르륵 떠들어대고 있는데,

아, 그런데 지구는 정말 코가 없는 게 아니라 환풍기가 없대. 활짝 열어 놓을 창문이 하나도 없대.

요 두 문장으로 더 이상의 환경이고 뭐고 할 말이 없게 만듭니다.

참으로 명쾌한 문장이지요~~ 이런 명쾌함은 <손을 잡으려면>에서도 보여집니다.

지금 네 손을 잡으려면 내 손이 욕심껏 쥐고 있는 것부터 얼른 놓아 버려야 겠지.

바로 요것!




오늘은 시집 <엉덩이가 들썩들썩>으로 인해 내 엉덩이가 마구마구 들썩일 것 같은데,

정작 시인은 그 들썩임으로 이렇게 멋진 시집을 탄생시켰는데,

내 들썩임은 뭘 만들어 낼지...^^*ㅎㅎㅎ

혹 <리모컨>에서처럼 잔소리만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쪼까 염려가 된단 말이쥐~

참참참!!!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은 시 속에 다른 재미있는 책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죠.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또다른 책을 찾아 읽게 하게도 되더라구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4-05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분 같아서...반갑네요.^^
전, 이 책을 못 받아서 땡스투하고 구입했어요.
방금 전 배달온다고 문자 왔군요. 저도 같이 들썩거리고 싶어요.ㅎㅎㅎ

희망으로 2008-04-1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르니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네요^^ 캄솨~~
 
여치가 거미줄에서 탈출했다 사계절 저학년문고 39
김용택 엮음 / 사계절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동시를 읽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입이 옆으로 살그머니, 입꼬리는 살짝 올라갑니다.

그러나!

책의 첫머리에 김용택시인이 쓴 <엮은이의 말>에 실린 글이 마음을 묵직하게 합니다.

지난 일년간 열 네명의 아이들과 부데끼며 지낸 일상의 한 부분이 이 책 속에서 엿볼 수 있으나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눈물이 흐르고 가슴 아파 울지 않을 수 없었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일들을 온전히 드러내 보일 수는 없었겠지만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아주 조금이지만 느껴보려 했습니다.

아이들의 서툴지만 진실되고 정성스런 마음이 담긴 글과 그림에서 자유를 보았습니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그들만의 맑은 영혼이, 자유가, 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하고 희망을 보게 합니다.  그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모두가 시인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맞춤법이 조금 틀리면 어떻습니까. 우리는 그들이 가진 맑은 영혼을 따라 잡을 수 없고 순수를 흉내 낼 수 없는 것을...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아이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 수 있겠더라구요.

농부가 되고 싶은 아이는 벌써 노동과 땀의 기쁨을 아는 것인지, 장화를 신고 일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합니다. 운동도 되고 땀도 나고 샛거리도 먹어야 한다며 일을 하면 상쾌해 진다고 합니다. 또다른 글에서는, 라면에 넣은 달걀이 끓는 모습도 맛나게 표현해 내고 있어 라면을 먹은 날의 일기를 보니 갑자기 코끝으로 라면의 냄새가 유혹합니다.^^ㅋㅋ 달걀이랑 라면이 뜨거운 거품 목욕을 하는 것 같다는 아이의 표현이 기가 막히네요.

사이사에  글과 함께 그려진 아이들의 그림은 그대로가 아이들의 예쁜 모습입니다.

글과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웃는 얼굴, 짓굿은 얼굴들이 하나 둘씩 떠다니네요...

김용택 선생님은 말씀합니다.

우리 어린이들에게서 어른들이 빼앗아 버린 것은 자연과 노는 일입니다. 사람도 자연이어서 우리 어린이들은 사람과 노는 것도 다 빼앗겨 버렸지요. 이 세상에 나 말고 다른 생명이 있다는 것을 빼앗아 버린 어른들은 자연과 이웃 대신 공부를 가르칩니다. 무슨 공부인가요? 도대체 어른들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요? ...

도대체 우리는 지금 어린이들에게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습니까? 무슨 공부요? 일등 하는 공부, 남을 누르고, 남의 것을 빼앗고, 남이야 죽든 말든, 동물들이야 죽든 말든, 강물이야 죽든 말든, 너를 누르고 나만 혼자 일등 하여 잘 먹고 잘 사는 공부를 하여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요. 이렇게 다녕과 서로 어울려 사는 것을 빼앗겨 버리고 우리들이 무사할지 나는 걱정하고 또 걱정합니다.

아이들의 글에서 꿈틀대는 무언가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의욕을 가지게 하는 참 좋은 책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짝꿍이 다 봤대요 사계절 중학년문고 8
유미희 지음, 이광익 그림 / 사계절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즈음, 시를 읽는 아이들을 좀 채로 찾아 볼 수가 없다.

아이들의 독서 경향을 보면 자신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생활동화를 가장 선호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시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을,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많은 사물이나 풍경을 예쁘고 재미있게 담아내고 있음에도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해 아쉽다. 쩝~

일단, 노란 표지와 제목이 눈길을 끈다.

짝꿍이란 단어는 아이들과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므로.

그런데 책의 제목으로 쓰여 진 시가 없다!

제목이 많이 끌렸던 까닭에 약간 실망이다.

우리가 많이 외면하고 있는 시골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시에 등장시켰지만 고루하거나 촌스럽지 않다.




언제나 동동거리며 바쁜 현대인들로 인해 같이 바쁠 수밖에 없는 살림살이인 컴퓨터, 학원가방, 슬리퍼 등등이 쉴 틈이 생긴 것을 써내려간 <휴가>에서 그네들에게도 쉴 틈이 필요하구나 싶어 살짝 웃음이 삐져 나왔고, <매미 껍질>이란 시에서는 아침 등교 후, 아무렇게나 던져 둔 옷가지며, 허물만 벗어 놓고 나간 자리를 그대로 표현 한 것이 딸아이 방을 그대로 그려 놓은 것 같아 또다시 푸훗~ 미소를 짓게 된다.

유쾌하고 재미난 시도 있지만 쓸쓸한 느낌이 드는 그런 시도 있다.




막내딸이 사 주고 간 핸드폰은/금실네 할머니한테/있으나 마나



산소까지 가서 얘기해도/몇 년째/돌아가신 할아버지랑 통화가 안 된다.

전화기는/콩꽃 마을 사는 동수 아저씨한테/있으나 마나

 

소식 올까 기다려 보지만/몇 달째/집 나간 아줌마랑 통호가 안 된다.

 

와 같은 <있으나 마나>나 <날이 저물자>와 같은 시는 내 마음에 얽히고설킨 체를 빠져 나가지 못하고 걸려있다.

할머니는/팔다 남은/광주리 속/모과 한 개가 마음에 걸립니다.

모과는/자기 때문에/늦도록 시장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있는/할머니가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이제 아이들에게 날마다 시를 읽어줘야 겠다.

이 시집에서 어떤 시가 젤로 맘에 드는지, 어느 시가 마음에 남는지 물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트에 사는 귀신 - 제5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시읽는 가족 3
한선자 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어디를 가나 노오란 은행잎이 거리를 뒹굴고 발에 걸리는 계절이네요.

누구나 가을엔 시인이 된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것도 한때인가 봅니다.

뭔가를 끄적거릴 열정이 없는 것을 보면....




자신과 한 계절을 함께한 잎을 떨구는 나무를 가만히 손으로 쓰다듬으면 나무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렇듯 동시집도 여러 이야기를 담아 말을 걸어옵니다.

은행잎이나 단풍잎이 노랗게, 혹은 빨갛게 물이 들었다고는 하나 어느 것 하나 똑같은 빛깔을 띠고 있지 않은 것처럼, 각기 다른 언어로 내 가슴을 물들입니다.

한선자 시인의 시엔 사랑이 넘쳐 시를 읽는 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눈은 살짝 밑으로 처지게 합니다.^^

동시는 아이 뿐 아니라 어른이 읽으면 더 좋습니다.

아이들의 숨어 있는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단골>이란 시에서도 그렇지만 <마트에 사는 귀신>이란 시는 주부의 입장을 더 많이 표현 해 낸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마트에는 지갑을 터는 귀신이 사는 게 맞습니다.ㅋㅋㅋ




박방희 시인의 <개기>란 시는 매일 아침 다림질을 하고 옷을 개면서 내 마음도 함께 반듯하게 개면 좋으련만 손과 마음이 따로따로 노는 것은 아닌가 싶어, 낼 부터는 옷을 갤 때는 마음도 탈탈 털어 개어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시는 예쁘고 고운 말만을 나열해 놓은 것은 아닙니다.

시는 우리의 마음을 곱게 물들이니까요

떨어진 낙엽을 주워 책갈피에 소중히 간직하듯, 책에 실린 몇 편의 동시는 내 가슴에 소중히 넣어 예쁘게 물들이고 싶어집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종민 2008-03-3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좋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