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달리는 고양이
고경원 지음, 최경선 그림 / 야옹서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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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서가에서 나온 고양이집사를 위한 그림책. 저 커다란 고양이가 너무 멋져서 구매했는데, 역시 멋지고, 하늘소풍을 떠날 준비를 하는 할머니 고양이가 엄마를 위해 보물을 숨겨두는 내용이 사랑스럽다. 별이 된 고양이들이 평안하기를. 남겨진 집사들은 이 책으로 위로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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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11 17:5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랑 독서괭님 아이디랑 닮았네요 ^^

독서괭 2021-11-11 18:44   좋아요 6 | URL
앗 생각 못 했는데 무늬랑 색깔이 제법 비슷하네요!^^

행복한책읽기 2021-11-11 23:44   좋아요 4 | URL
진짜 그렇네요. 괭이님은 날으십시오. 저 그림은 나는듯하걸랑요^^

독서괭 2021-11-12 01:27   좋아요 3 | URL
네 저 고양이는 엄청 큰데 날라댕깁니다. 저도 날고 싶네요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11-11 23: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목 넘 좋고 그림체도 완전 맘에 들어요. 냥이 좋아하는 아들이랑 같이 읽고파요. 찜찜!!! 소개 고마워요 괭이님^^

독서괭 2021-11-12 01:26   좋아요 3 | URL
그림이 예쁩니다. 내용은 잔잔하고 시적이예요. 시를 사랑하시는 행복님과 냥이 좋아하는 아드님에게 딱 맞는 책이면 좋겠네요!^^

건수하 2021-11-12 10: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를 대비해 마련해두어야겠어요. 특히 저희집 어린이를 위해….

독서괭 2021-11-12 12:08   좋아요 3 | URL
수하님 사진에 있는 고양이가 가족인가 봅니다. 오래 건강하게 함께 하길 빌어요!

건수하 2021-11-12 16:26   좋아요 3 | URL
맞아요. 열여섯 살이고 약도 이것저것 먹고 있어서… 슬슬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답니다. 독서괭님 감사해요.

잠자냥 2021-11-12 10: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 전 왠지 슬퍼질 거 같아서 차마 못 읽겠....;; ˝별이 된 고양이들이 평안하기를. 남겨진 집사들은 이 책으로 위로받기를.˝ 이 구절만 읽어도 눈물이 핑;;;

독서괭 2021-11-12 12:11   좋아요 3 | URL
집사님들은 나~~중에 정말 위로받아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보시는 편이 나을 수도요. 예전에 언니(집사임)한테 가을방학의 노래 ˝언젠가 너로 인해˝ 들어보라고 보냈다가 펑펑 울었다며 타박을 받은 기억이... 자냥님네 삼남매도 오래 건강하게 함께 하길 빌어요!

잠자냥 2021-11-12 12:57   좋아요 3 | URL
ㅋ 저 사실 저 구절만 보고도 어제 오늘 회사에서 2번 울었다능 ㅋㅋㅋ
그나저나 제 삼냥이 삼남매 아닌데, 누구를 여자로 보신 겁니까? 숨막히는 뒤태 둘째를?! ㅋㅋㅋㅋ

독서괭 2021-11-12 13:17   좋아요 3 | URL
으악 3형제였어요?? 자냥님 페이퍼 마지막에 셋다 수컷이라고 써있군요 쿨럭;; 미안합니다 냥님들;; 전 왠지 셋째를 여자로 생각..(예전에 제가 키우던 애랑 비슷한데 그아이가 여아였거든요) / 내가 자냥님을 울려버렸어..!!

mini74 2021-11-12 1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넘 예뻐요. 하늘소풍 이란 말에 ㅠㅠ 가슴이 미어질거 같아요. 왜 사람들 죽는 건 책에서 아무렇지 않게 보는데 개나 고양이랑 이별하는 건 못 보는걸까요 ㅠㅠ

독서괭 2021-11-13 01:01   좋아요 2 | URL
미니님도 반려인이신가 봐요! 프로필 사진에 강아지가 가족인가요? 저도 이런 내용인 줄 모르고 샀는데^^;; 로드킬 당한 고양이가 별이 되는 장면도 있는데 울컥 하더라구요ㅠㅠ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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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얇은 책에 이만큼 플래그를 붙였다는 건 뭐 거의 밑줄 투성이라는 뜻... (밑줄은 안 그었다) 

재독하며 느낀 바, 울프는 글을 참으로 아름답게 쓰는 사람이다(번역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과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과 공간을 만들어 그녀가 보내는 하루를 묘사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무척 소설가답다고나 할까. 

이 가상의 여성은 옥스브리지(가상의 대학)의 잔디에 앉아 있다가 "경악과 분노로 얼룩"(11쪽)진 교구 직원에 의해 쫓겨나고, 도서관에 들어가려 했으나 "숙녀들은 칼리지 연구원과 동행하거나 소개장을 구비해야 도서관에 입장할 수 있다"(13쪽)면서 제지당한다. 대학에서 만족스런 오찬을 마친 그녀는 전쟁 전과 후의 시의 변화를 생각하며 퍼넘(여성들의 입학을 허용한 칼리지로 보임)으로 돌아간다. 퍼넘에서의 만찬은 매우 실망스럽다. 그녀는 메리 시턴과 함께 대우받지 못하는 형편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며,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거슬러 고찰한다.


모든 여성이 오랜 세월 일하고도 2천 파운드를 벌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자, 우린 여성의 지독한 빈곤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어머니들은 우리에게 부를 남겨 주지 못하고 뭘 했을까요? 

(...) 우선 그들이 돈을 버는 게 불가능했고 둘째로 그게 가능했다고 해도 그들이 번 돈을 소유할 권리를 법이 허용치 않았으니까요. 시턴 부인이 잔돈푼이나마 자기 돈을 갖게 된 것은 48년밖에 안 됩니다. 이전의 장구한 세월 동안 돈은 남편의 소유였을 겁니다.     - 31, 33쪽

이제 그녀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대영박물관으로 간다. 그녀는 여성에 대한 책을 찾아보다가 얼마나 많은지 알고 무척 놀란다. "놀랍고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그 성이, 말하자면 여성이 (...) 여성이 아니라는 점 외에는 딱히 아무 자격도 없는 남성들의 관심을 끈다는 사실이었습니다."(38쪽) 책을 한아름 가지고 와 읽고 정리해보던 그녀는 탄식한다. "왜 새뮤얼 버틀러는 <현명한 남자들은 여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지 않는다>라고 말할까요? 현명한 남성들은 바로 그것 외에 다른 말은 안 하는 게 분명한데요."(41쪽) 


정말 안타까운 것은, 현명한 남성들은 여성들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을 한다는 점입니다.

(...)

여성들은 교육받을 능력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나폴레옹은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닥터 존슨은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여성들은 영혼을 가졌을까요, 아닐까요? 어떤 야만족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다른 이들은 여성이 반쯤 신성하다고 주장하면서 그런 이유로 숭배합니다. 어떤 현자들은 여성의 뇌가 더 깊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다른 이들은 의식이 더 깊다고 주장합니다. 괴테는 여성들을 존경했고, 무솔리니는 여성들을 경멸했습니다.  

 - 41~43쪽

그녀는 "여성의 정신적, 도덕적, 육체적 열등성을 다룬 걸작을 쓰는"(44쪽) X교수의 분노한 모습을 상상하며, 대체 그 분노는 어디서 오는가 생각한다. 그리고는 "교수가 여성의 열등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주장했을 때, 그는 여성의 열등성이 아니라 자신의 우월성에 주목했던"(48쪽) 것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여성들은 수백 년간 남성에게 실물의 두 배를 비춰 주는 마법과 기분 좋은 능력을 가진 거울 역할을 해왔"다고.(50쪽) 어디를 가든 "난 여기 모인 사람들의 절반보다 우월하다"(51쪽)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이제 그녀는 식당에서 식대를 계산하다가 자신이 죽은 숙모로부터 유산을 받아 평생 연간 5백 파운드를 얻게 되었음을 상기하면서, "고정 수입이 가져오는 성격 변화"(53쪽)를 놀라움에 차 바라본다. 5백 파운드라는 안정적인 수입이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는 자유"(55쪽)를 주었다는 것이다. 


3장에서 그녀는 안정적 수입이 주는 성격 변화가 소설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를 밝힌다. 영국의 역사 속에서 실제 존재했던 여성이 겪은 현실과, 시와 희곡에 나타난 여성의 모습 사이에는 너무나 큰 괴리가 있다.


그리하여 상당히 특이하고 복합적인 존재가 등장합니다. 상상 속에서 그녀는 가장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완전히 미미합니다. 그녀는 시가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하지만, 역사에는 부재합니다. 소설에서는 그녀가 왕과 정복자의 인생을 지배하지만, 사실은 아무 남자의 노예였고 그의 부모가 그녀의 손가락에 억지로 반지를 끼워 주었습니다. 문학에서는 일부 가장 영감을 주는 표현들, 일부 가장 심오한 사유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녀는 거의 읽지도 쓰지도 못했고, 남편의 소유물이었습니다.  - 62쪽

그녀는 셰익스피어에게 뛰어난 재능을 가진 누이, 주디스가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고 제안한다. 주디스는 셰익스피어 만큼 재능이 있었으나 학교에 갈 수 없고 책을 읽을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10대를 벗어나기도 전에 약혼해야 했고 아버지에게 대들다가 맞은 후 가출해 런던으로 향한다. 연극을 하고 싶었지만 여성은 배우가 될 수 없었으므로 문전박대 당하고 배우 관리자의 눈에 들어, 임신한 채 어느 겨울 밤 목숨을 끊는다. 

가난한 남성 작가들이 세상의 냉담함에 힘들어했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여자는 냉담 정도가 아니라 적대를 당했"(74쪽)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막힘없이 작렬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바로 셰익스피어의 마음이었다"고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찬사를 보내면서, 이어 4장에서 여성이 쓴 작품들에 불순물이 섞이는 현상을 분석한다.


18세기부터는 여성들이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었고, 18세기 말에는 중산층 여성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울프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드물게 순수한 작품을 썼다고 평가하면서 <제인 에어>와 비교한다. <제인 에어>에는 샬럿 브론테 자신이 불쑥 등장해서 분노를 표출하는 부분이 있어 연속성을 흐트러뜨린다는 것이다. 

"(여성의 작품에 대한)그런 비난에 직면해서, 철저한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사물을 주눅 들지 않고 보는 그대로 견지하려면 천재성이, 진면목이 요구되었겠지요. 오직 제인 오스틴과 에밀리 브론테만 그 일을 해냈습니다." (105쪽)


이제는 "여성은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넘어간다.


예외 없이 이 여성들은 남성들과의 관계에서만 드러납니다. 기이하게도 제인 오스틴의 시대 이전까지 가공의 멋진 여성들은 전부 남성의 눈에 비친 모습으로만, 그리고 남성과의 관계로만 조명됩니다. 이는 여성의 삶에서 얼마나 미미한 부분인가요. 성이 코에 걸쳐 준 흑색이나 장밋빛 안경으로 관찰해 봤자 남성이 뭘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소설에서 여성의 특성은 놀랍도록 극단적인 아름다움과 공포이고, 여성은 천상의 착함과 지옥 같은 악행을 왔다갔다 합니다.   - 116쪽

 (이 대목, '벡델 테스트'가 생각나네.) 


 그녀는 "여성들이 남성들처럼 글을 쓰거나 산다면, 남성들 같아 보인다면 천만 번 통탄할 일이 될"(123쪽) 거라고 말하며, "고함치고 경고하고 조언하는 주교, 교무원장, 박사, 교수, 가장, 교사들", "경마장 울타리에 모인 군중처럼 그녀를 닦달"(131쪽)하는 자들을 보지 말고 멈추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강연을 듣는 여성들을 향해 우리 안에 시인 주디스가 살아 있다고, 언제든 기회만 있으면 그 시인은 살아날 것이니 함께 노력하자고 북돋는다.


그녀(주디스)는 <앨리펀트 앤드 캐슬> 맞은편의 승합차 정류장이 있는 곳에 묻혀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한 줄도 못 쓰고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아직 살아 있다고 믿습니다. 그녀는 여러분 안에, 내 안에,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오늘밤 여기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안에 있습니다. 그녀는 살아 있습니다, 위대한 시인은 죽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계속 존재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속에서 실제로 거닐 기회뿐입니다.

 (...) 하지만 우리가 그녀를 위해 노력하면 그녀가 올 거라고, 그러니 가난하고 불확실한 처지더라도 노력하는 게 가치있다고 분명히 말하겠습니다.   - 158, 159쪽


1928년에 나온 이 책이 계속하여 읽히는 이유- 이토록 아름답게 억압 당하는 여성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글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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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10 00: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우 플래그 대단하네요. 세번째 읽으시니 책을 완전히 잘 분석하신거 같아요~!! 저도 이 책을 읽었을때 어려웠지만 공감이 되더라구요. 저도 곧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 열린책들 버젼 기대되네요~!!

독서괭 2021-11-10 11:39   좋아요 3 | URL
구절구절 공감가는 부분이 많더라구요. 풍자와 유머도 맘에 들고요. 새파랑님도 열린책들 버젼으로 쭉쭉~! 응원합니닷^^

mini74 2021-11-10 00: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플래그들이 아름답습니다 ~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 위로와 격려란 말에 다시 한 번 책을 꼭 읽어야겠다 마음을 다잡으며. ~ 독서괭님 안녕히 주무세요 *^^*

독서괭 2021-11-10 11:40   좋아요 3 | URL
미니님 안녕히 주무셨지요? ㅎㅎ 책 귀퉁이접기를 하다가 플래그로 바꿔봤는데 뭔가 뿌듯하네요. 미니님께도 즐거운 독서가 되길 빕니다~^^

단발머리 2021-11-14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번 읽었던 책인데도 독서괭님 글 읽다보니 또 새롭게 느껴지고…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근데 저는 한 권뿐인데, 어쩌죠? 열린책들판으로 사고 싶은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11-14 10:24   좋아요 0 | URL
열린책들판으로 사시려면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을 사셔야 한다는 ㅋㅋㅋㅋㅋ 이참에 장만하시는 건 어떨까요? ㅋ 참 여러번 읽어볼 만한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세 권 갖게 되었다. '3기니'와 함께 실려 있는 두툼한 민음사판 <자기만의 방>이 첫번째, 민음사 쏜살에선 나온 얇은 판 <자기만의 방>이 두 번째, 열린책들 Noon세트에 포함된 것이 세번째.


민음사판 두 권은 번역자가 동일(이미애)하고 열린책들판은 공경희 번역이다. 읽는 건 이번이 2.5번째인데(민음사판으로 1번 완독 후 재독할 때 절반 정도 읽어서^^;) 이번에 어쩐지 더 잘 읽히는 것 같아 번역을 비교해 보니 차이가 있다. 거의 모든 문장이 미묘하게 다르고 확 다른 부분도 있다. 특히 공경희 번역이 단문을 더 많이 사용하고 좀더 구어체에 가깝게 해서 읽기가 매끄러웠던 것 같다. 


번역 비교를 위해 서론 부분을 인용해 본다.


그러나 그중 가장 흥미롭게 보이는 이 마지막 방법으로 그 주제를 고찰하기 시작하자, 거기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결코 결론에 도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강연자의 첫 번째 의무를 완수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요. 한 시간의 강연이 끝난 후 여러분의 공책 갈피 속에 숨겨진 채 벽난로 위 선반에 영원히 보관될, 순수한 진실의 알맹이를 전달해 주어야하는 임무를 말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한 가지 의견, 즉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알게 되겠지만 이러한 견해로는 여성의 진정한 본성과 픽션의 진정한 본질이라는 크나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 둘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이 두 가지 문제의 결론에 도달해야 할 의무를 회피했고 따라서 나에게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는 셈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라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방과 돈에 대한 이러한 견해를 가지게 되었는지 최선을 다해 보여 주겠습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사고의 궤적을 여러분 앞에 될 수 있는 대로 충실하고 자유롭게 개진할 것입니다.    - 민음 쏜살판, 18쪽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마지막 관점에서 주제를 고심하기 시작하니 곧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 걸 알았습니다. 내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리란 점이지요. 한 시간의 토론이 끝나면, 강연자가 알려준 순수한 진실 덩어리가 여러분의 공책 갈피에 담겨 영원히 벽난로 선반에 꽂혀야 합니다. 그게 강연자의 첫 번째 의무지만 난 그러지 못할 터였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해봐야 사소한 부분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정도였습니다.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된다는 점 말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알게 되겠지만, 그것은 여성의 본질과 소설의 본질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미제로 남깁니다. 나는 이 두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의무를 회피해 왔습니다. 내게 여성과 소설은 풀리지 않은 문제들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간 벌충하기 위해 어떻게 이 방과 돈에 대한 견해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힘껏 밝혀 보겠습니다. 여러분 앞에서 최대한 온전하고 자유롭게 이 생각에 이른 맥락을 짚어 보겠습니다.   - 열린책들판, 8쪽



민음사판은 두 권이니 하나를 처분할까 싶었는데, 두꺼운 책은 '3기니'가 함께 실려 있으니 안 되고, 쏜살은 앞에 실린 이민경의 추천의 말이 좋아서 소장각.. 그냥 끌어안고 살아야겠다. 


『자기만의 방』에서 그랬듯이, 모든 페미니스트는 자신이 딛고 선 삶의 틈바구니에서 또 다른 삶을 퍼 올린다. 때로는 아직 오지 않은, 때로는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사라져 버린, 어떤 여성 혹은 바로 자기 자신의 삶, 자기만의 방을 가지거나 가지지 못했거나 여성은 쉼 없이 상상했다. 각자가 피워 올린 허구에 현실이 화답하는 일이 과연 찾아올지, 만약 그 순간이 찾아온다면 언제일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우리의 삶은 누군가의 허구에 빚진다. 버지니아 울프 자신의 삶 역시 그랬다.   - 쏜살판, 6, 7쪽(이민경 추천의 말)


 얼마전 읽은 <올랜도>의 작품 해설에서 <올랜도>가 <자기만의 방>의 소설 버전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이번에 <자기만의 방>을 재독하게 됐다. <올랜도>는 1928년, <자기만의 방>은 1929년에 출간되었다. <올랜도>를 읽게 된 것은 같은 해인 1928년에 출간된 래드클리프 홀의 <고독의 우물>을 읽었기 때문이다. 해설에서 이 책을 <올랜도>와 비교하길래 읽게 되었다. 이렇게 꼬리를 무는 독서는 흥미롭다.

 이번에 <자기만의 방>을 재독하니 <올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조금 감이 잡힌다. <올랜도>는 나름 재미있게 읽었지만 리뷰를 쓰기는 어려운 작품이라 백자평만 썼다. 울프는 <자기만의 방>을 통해 보여준 이상적인 소설가의 마음- 성별을 의식함으로써 야기되는 분노와 비탄에 휩쓸리지 않고 양성의 장점을 모두 가지는 -을 '올랜도'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로 형상화 한 것이다. <올랜도>는 주인공 올랜도가 '참나무'라는 한편의 시를 완성해 가는 여정이다. 그 여정에서 그는 성별이 바뀌기도 하고 신분이 바뀌기도 하며 300년에 걸친 시간의 흐름을 관통해 나간다. 




<올랜도>는 성별이 바뀌는 실험을 행한다는 점에서 성역할 고정성을 깨는 면이 있고 퀴어적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현실의 퀴어 문제를 다루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고독의 우물>이 FTM(트랜스남성)의 삶, 그가 겪는 실존의 문제를 생생하게 그려나간 것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고독의 우물> 리뷰:  

https://blog.aladin.co.kr/703039174/12922963











얼마전 본가에서 챙겨 온 오래 묵은(안 읽은 채) 책들 중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책>이 눈에 띄어 목차를 보니, '여성' 항목의 두 번째에 <자기만의 방>이 자리하고 있다. 

첫번째는 메리 울스턴그래프트의 <여성의 권리 옹호>, 세번째는 보부아르의 <제2의 성>, 네번째는 저메인 그리어의 <여성, 거세당하다>, 다섯번째는 알리스 슈바르처의 <아주 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다. 음 자기만의 방 외에 읽은 게 없군...


















울프 관련 책으로 읽고 싶어 찜해둔 책은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과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 

'3기니'를 읽으려면 <카탈루냐 찬가>를 먼저 읽는 게 좋다는 말에 읽고 3기니 재독하려고 사놨는데 못 읽는 중. 

오래 묵혀 둔<댈러웨이 부인>부터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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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09 13: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3기니 이니까 <자기만의 방>을 세권 가지고 있어야죠 ^^
저는 이 책을 예전에 읽었는데 어려웠던 기억이 나네요 😅 이번에 저도 다시 읽어보려고요.

전 댈러웨이 부인하고 카탈르냐 찬가 아주 좋게 읽었어요 ^^ 이제 눈 세트 얼마 안남으셨겠어요~!!

독서괭 2021-11-09 13:34   좋아요 6 | URL
3기니이니까 세권?? 와 이런 신선한 해석이! 세 권 가지고 있음이 마땅하네요. 마음이 편안해졌어요ㅎㅎ
열린책들 공경희님 번역이 좋더라구요. 덜 어렵게 느껴졌어요.
저 눈세트는 <자기만의 방>이 처음입니다^^;; 이제 시작. 얇아서 금방금방 읽을 것 같지만 아니라는...!!ㅜㅜ

scott 2021-11-09 13: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괭님 울프 인용구문 부터 자기만의 방 출판본 번역 비교까지 읽으니 역자에 따라 느낌이 다르네요 저도 집중해서 읽는 작품들중 다양한 판본을 갖고 있습니다 울프여사의 댈러웨이 부인 강추!여성권리 옹호도 필독 ^^

독서괭 2021-11-09 13:35   좋아요 5 | URL
두분 다 댈러웨이 부인 좋았다고 하시니 빨리 읽어봐야겠어요. 여성권리 옹호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가능하면 저 다섯권 모두~^^
전 다양한 판본을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자기만의방을 세권이나 갖게 됐네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스콧님 서재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책이..!!

다락방 2021-11-09 13:56   좋아요 5 | URL
스콧님은 댁에 소장하고 계신 책이 몇 권이나 되나요? 일단 3천권은 넘기실 것 같은데요!

독서괭 2021-11-09 14:30   좋아요 3 | URL
스콧님 소장량 진짜 궁금해요 ㅎㅎ

다락방 2021-11-09 14:0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해전에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과 3기니 읽고 아 사람들이 왜 버지니아 울프를 그렇게나 외치는지 알겠다.. 뒤늦게 생각했어요. 저는 대학졸업하고 나서였나 여튼 이십대 중반즈음에 댈러웨이 부인 너무 책장 안넘어가서 미치는 줄 알았거든요.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그때 처음 읽었는데 그거 너무 재미없고 지루해서 그 뒤로 버지니아 울프를 아예 멀리했어요.

몇해전에 버지니아 울프 좋아한다고 하셨던 알라디너 분 활동하실 때도 아 그렇구나 하며 관심도 갖지 않았었는데, 최근에야 자기만의 방과 3기니 읽고 아아 나 바보 나 똥멍충이.. 바보바보바보바보 했었답니다. 댈러웨이 부인을 지금 읽게 되면 저도 재미있게 읽게 될까요? 올랜도 사두었는데 댈러웨이 부인은 저는 아무래도 다시 시도를 못하겠어요. 그 때 진짜 너무 지루했어서..

아 저 등대로 도 가지고 있으니 등대로나 올랜도로 다음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야겠어요. 독서괭 님, 우리 울프 화이팅!!

독서괭 2021-11-09 14:35   좋아요 6 | URL
아휴 다락방님의 다정한 댓글 너무 좋네요♥
저도 이십대 중후반 쯤에 댈러웨이 부인 사서 읽으려다 몇장 못 읽고 놓은 후 여태 못 읽고 있습니다;; 그땐 왜이리 읽기 힘들어 했는데 이제는 좀 낫지 않을까..? 싶어요. 얼마전에 ‘라디오북클럽‘에서 최민석 작가가 댈러웨이 부인을 소개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들으니 흥미가 생기더라구요. 이번에 <자기만의 방>을 재독하면서 아 정말 울프 글을 잘 쓰는구나,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등대로>는 단발머리님이 많이 어렵다고 쓰신 글을 본 것 같은데..!! 그래서 등대로 살까 하다가 그냥 있는 댈러웨이 부터 읽자로 된 거거든요. ㅎㅎ 다락방님은 이십대에 비해 지금은 독서력이 엄청나게 향상되셨을테니 괜찮지 않을까요??
함께 울프에 도전해요~ 화이팅!! >ㅁ<

mini74 2021-11-09 14: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방 세 칸짜라 집 마련하신겁니까 감축드리옵니다 ㅎㅎ 전 등대로 읽었고ㅠㅠ < 세월>에서 길을 잃은 ㅠㅠ 자기만의 방 읽어야 하는데 그러고 있습니다 ~ 그 와중에 독서괭님 고독의 우물 보며 군침을 ㅎㅎㅎ ~

독서괭 2021-11-09 16:12   좋아요 6 | URL
으아 <세월>은 더 어려운가 봅니다 ㅜㅜ <등대로>는 읽어내셨군요! 그렇다면 <자기만의 방>은 쉽게 읽으실 겁니다. 소설보다 에세이가 쉬운 것 같아요.
<고독의 우물> 두 권이라 분량이 상당하지만 재미있으니 꿀꺽 하세요~^^

건수하 2021-11-09 19: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3기니> 얼마전 새로 나온거 샀는데, 카탈루냐 찬가를 읽으면 도움이 되는 군요! (메모)

저는 <파도>도 넘 어려웠어요..

독서괭 2021-11-09 23:01   좋아요 2 | URL
오 찾아보니 문지에서 <3기니>가 새로 나왔군요! 저는 3기니에는 크게 감흥을 못 느꼈었는데, 어느 분이 스페인내전을 알고 보면 훨씬 흥미롭다며 <카탈루냐 찬가>를 추천해주셨어요.
<파도>도 어렵군요… 어려운 당신, 울프…

페넬로페 2021-11-09 20: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찌어찌해서 자기만의 방이 세 권이 되었어요. 열린책들 빨리 읽어야하는데 공경희 번역가의 글이 기대되네요~~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지 않았지만 저는 정희진 작가의 책보다는 자기만의 방이 훨씬 좋았던 것 같아요^^

독서괭 2021-11-09 23:03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도 세권 가지고 계시다니 으하하 반갑습니다^^ 열린책들로 어서 만나 보세요~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은 전 전자책으로 보다가 하도 하이라이트를 많이 해서 에라 종이책으로 사자 하고 샀는데 못 읽고 있네요^^;;

그레이스 2021-11-09 2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3권 정도 있는것 같아요^^

독서괭 2021-11-09 23:45   좋아요 1 | URL
아니, 그레이스님도?!! 하이파이브 한번 하시죠(손)!

그레이스 2021-11-09 23:46   좋아요 0 | URL
🤚

공쟝쟝 2021-11-13 0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쏜살로 읽었고 그거 한권 있어요. 진짜 좋았는 데, 이민경님의 추천사 첫 페이지부터 오열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아, 열린책들 번역 좋다시니 찾아볼래요. 그러나저러나 댈러웨이부인은 나만 힘든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를 합니다. 몇번 포기했다가 언제고 다시 읽으려고 드릉드릉 중인데, 또 댈러웨이 부인이 엄청 많잖아요? 어느 번역이 좋을까요? (여기서 물어보면 답이나온다는 듯이)

독서괭 2021-11-13 01:05   좋아요 2 | URL
이민경님의 추천사 참 좋더라구요. 열린책들 번역이 제게는 쉽게 다가왔어요! 댈러웨이부인은 어려운 책들 척척 읽어내시는 분들까지 포기하데 만드는가 봅니다.. 아 과연 읽을 수 있을 것인가..<버지니아 울프 북클럽> 샀으니 도움이 좀 되겠죠?
여기서 물어보시면 답이 나올까요? ㅋㅋㅋ 저는 열린책들로 갖고 있는데 번역이 좋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단발머리 2021-11-14 0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책> 제목이 약간 올드한데 그래도 확 관심이 생기네요 ㅎㅎ 알리스 책 읽은 것이라 한 번 더 반갑고요^^

독서괭 2021-11-14 10:21   좋아요 1 | URL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교양> 이런 책 유행할 때 나왔던 것 같아요ㅋ 이런 책은 목록이 중요하지 내용은 별거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많이 읽으신 단발님^^
 



3장 퀴어 정체성의 백가쟁명 : 비규범적인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가능성/실존


1. 젠더 × 섹슈얼리티

 젠더와 섹슈얼리티는 딱 분리되어 정의될 수 없다. "남성/여성, 동성애/이성애의 이분법만으로는 젠더와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250쪽)

 "더욱이 퀴어인 사람은 젠더나 섹슈얼리티 어느 한쪽만 퀴어하지 않다." (253쪽) "엄밀히 말해 젠더퀴어는 젠더 정체성만 퀴어한 게 아니다. 어떤 이의 젠더 정체성이 남/여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젠더 규범에 들어맞지 않을 때, 그 사람의 섹슈얼리티 또한 동성애/이성애의 구분에 들어맞을 수가 없다."(257쪽) 


 수술이나 호르몬 조치를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가 '여성'이나 '남성'(물론 상대방의 성별도 정확히 규정할 수 없겠지만)을 사랑할 떄 그 사람은 이성애를 하고 있는 건가, 동성애를 하고 있는 건가?  - 258쪽


 젠더는 스스로의 성정체성, 섹슈얼리티는 어떤 성에게 성욕을 느끼느냐에 따른 분류 정도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이게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걸 처음 알려준 건, <LGBT+ 첫걸음>이었다. 


 이 책의 앞 절반 정도는 정말 흥미로웠고, 뒤 절반 정도는 어지러웠다. 너무 많은 용어들이 나와서 스펙트럼을 장식했다. 내 굳어있는 의식을 깨우기에는 좋은 책이었지만 일일이 용어를 이해하기에는 어려웠다. 그저 이렇게 많은 정체성이 있을 수 있고 이분법이 딱 들어맞는 규범적 인간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딱 들어맞는 용어를 찾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 누군가가 그의 정체성을 낯선 용어로 소개했을 때 그말 그대로 받아들여야 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은 것만으로 만족한다.










2. 성 정체성, 성적 지향을 다시 사유하기 


세즈윅이 보기에 가장 중요하게 비판해야 할 문제점은, 여기 깔린 전제들에 어긋나는 수많은 차이가 침묵을 강요받고 뭉뚱그려지고 깔아뭉개지는 과정을 거쳐 '성 정체성'이 이음매 없이 매끈하고 일관된 하나의 통일체로 조직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음 장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세즈윅은 『벽장의 인식론』에서 동성애/이성애 이분법이 근대 서구의 사유와 문화의 토대로 자리매김해왔다고 주장하지만, 이 주장은 동성애/이성애 이분법이 불변의 진리라는 뜻이 아니다. 동성애와 이성애를 이분법적으로 구분 짓고 대립시키는 구도는 '생물학적 성별'로 간주되는 여성/남성 위치를 토대 삼아 이 이분법에 어긋나는 수많은 차이를 밋밋하게 밀어버리고 말끔하게 봉합함으로써 구축된다는 점을 폭로하려는 것이다.  - 263쪽


3. 퀴어 정체성의 백가쟁명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각주(38)에 나온다. 바로 셜록과 왓슨의 관계!! 셜록 홈즈, 특히 BBC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과 왓슨의 '브로맨스'가 은근히 인기의 비결이라는 건 알았지만, 본격적으로 퀴어 서사로 논의되는 줄은 몰랐다. 어, 그러니까 내 짧은 생각으로는 '브로맨스'라는 걸 현실적인 '퀴어'와 연결을 짓지 못했던 것이다. 



 저자는, "셜록은 사람 자체에 성적 욕망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왓슨과의 관계를 동성애적 끌림의 관계로 보는 해석에도, 이 둘의 관계를 퀴어베이팅으로 활용하려는 해석에도 완벽히 포획되지 않으면서 섹슈얼리티를 인간의 본능으로 단정하는 유성애적 사고관 자체를 어느 정도 낯설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고 말한다. (303쪽)

 아, 갑자기 셜록 다시 보고싶네... ㅜㅜ 


시공간에서 수많은 사람이 젠더 이분법은 물론이요, LGBT 이름들만 가지고 따지기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의 감각을 정체성으로 포착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지역에서 사용하거나 인터넷에 올리고 그걸 또 다른 이들이 건너 듣고 공유하거나 수정하며 발전시켜 온 귀납적 언어이다. 따라서 이런 이름들을 명확한 단 하나의 기원이나 사전적 정의에 고정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정체성이 진짜냐 가짜냐를 따지는 대신에, 어떤 역사적 국면에서 어떻게 이런 정체성이 하나의 성 정체성으로 등장하게 되었는가를 탐구하는 쪽이 좀 더 생산적일 것이다.  - 284쪽


4. 일인칭으로 이야기하기 


 개개인의 경험을 담은 "서사"가 중요하고, 그 "서사"를 담은 "어떤 이름이 나의 구명줄로 받아들여지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따라서 '일인칭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진정성 투쟁과 이어지는 본질주의와는 다르고, 개개인의 역사를 중시하는 작업이다. 


3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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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평점 :
예약주문


에이모 토올스의 데뷔작 <우아한 연인>은 대단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원제인 <Rules of Civility>에는 들어가 있지 않은 '연인'을 제목에 넣었는데,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 중 일부에 불과한 '연애'를 중심적인 요소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원제를 더 살리는 제목이었으면 좋았겠다.


다 읽은 후 그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근래 읽은 가장 낭만적인 소설"이라고 100자평을 썼다. 그 낭만성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20대가 표상하는 젊음: 이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인물들은 대부분 20대이다.

1938년의 뉴욕이 가진 분위기: 대공황(1929~1939)에서 벗어나는 시기,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재즈클럽, 맨하탄의 밤을 밝히는 불빛들,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주는 도시. 

회상의 형식: 중년이 된 화자가 20대 시절인 1938년을 돌아보며 함께 했던 사람들을 추억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상주의: 위의 모든 요소들이 결합하여 강렬하게 지향하는 이상주의적 삶에 대한 동경. 

이 책을 읽고나면 누구나, 20대의 나는 어땠지? 하고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혹은 있을 거라 믿을 수 있었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내게는 너무나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지금의 20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보스턴 출신에 예일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에서 영문학 석사를 했으며 투자전문가로 일했던 작가 본인의 이력 때문인지, 부르주아적인 느낌이 있다. 뭐랄까, 부르주아가 노동자의 노동이나 거친 삶에 대해 갖는 막연한 동경? 낭만화? 같은 것이 느껴진달까. 미국의 빈곤층이 이 작품을 볼 때 어떻게 느낄지는 궁금하다. (마침 지금 읽고 있는 소설이 1938년 미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는데 당시 미국 최빈곤층의 삶을 다루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뉴욕이라는 도시다. 이 도시 자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번도 뉴욕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궁금해졌다. 


뉴욕에서는 이런 식으로 이름을 바꾸는 데 돈이 들지 않는다.  - 92쪽 

신문판매대의 노인이 조금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뉴욕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문제가 바로 저거야. 남들처럼 뉴욕으로 도망칠 수가 없잖아."  - 142쪽
"뉴욕은 정말 사람을 확 바꿔놓지 않아?"  - 184쪽
바람이 아무리 괴로워도 지금 이 자리에서 보는 맨해튼은 정말이지 현실 같지 않을 만큼 너무나 찬란하고, 밝은 약속들로 가득 차있는 것 같아서 평생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실제로 그곳이 손에닿지는 않을지라도.   - 500쪽





줄거리를 절반만 얘기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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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의 분위기가 그야말로 내 취향이다.

1966년, "맨해튼에 사는 부유한 중년"인 '나', 케이티(캐서린) 콘텐트는 남편과 함께 사진전에 참석한다. 그 사진들은 1930년대 말 뉴욕 지하철에서 찍은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이다. 케이티는 그 안에서 아는 얼굴을 발견한다. 팅커 그레이. 그 얼굴로 인해 그녀는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이라는 소제목이 끝나는 부분에 "뉴욕, 1969년"이라고 써 있는 건 뭘까? 작가가 된 케이티가 이 글을 썼고 그 날짜가 1969년이라는 걸까? 작품의 현실성을 더하기 위한 장치인가. 처음 읽을 때는 몰랐는데 리뷰를 쓰려고 다시 보니 그런 것 같다.

추억을 소환하는 이 낭만적인 도입부에 끌린 나는 순식간에 이 책을 완독.. 하고 싶었으나, 여건상 찔끔찔끔 읽다가, 이래서는 빠져들지를 못하겠다 싶어 중반부터는 밤에 시간을 내서 쭉쭉 읽어나갔다. 그러자 너무 재밌는 거다, 특히 중반 이후는 자러 가면서 아쉬울 정도였다.


과거 소환은 1937년 12월 31일부터 시작한다. 케이티는 친구인 이브 로스와 함께 재즈바를 찾았다. 이날 이 재즈바에서 이들은 운명적으로 팅커(시어도어) 그레이를 만난다. 팅커는 "돈 있는 집에서 예절 교육을 받으며 자란 젊은이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호의를 의심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굉장한 미남"(31,33쪽)이다. 우연히 합석하게 된 세 사람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데, 팅커는 "매사추세츠 출신이고, 프로비던스에서 대학을 다녔으며, 월스트리트의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케이티는 "다시 말해, 보스턴의 백베이에서 태어나 브라운 대학을 다녔으며, 자기 조부가 세운 은행에서 일하고 있다는 뜻이었다."(38쪽)며 팅커의 말을 해석한다. 이걸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책의 후반까지 읽으면 이 부분의 의미심장함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세사람은 1938년을 함께 맞이하고, 우정을 이어간다. 팅커를 보자마자 관심을 표하며 '내 거'라고 선언한 것은 이브지만, 왠지 팅커와 케이트 사이에 교감이 형성되어 가는 와중, 세 사람의 관계는 자동차 사고로 급선회한다. 팅커가 운전하던 차에 셋이 함께 탔지만 그중 이브만이 얼굴에 큰 상처를 입는다. 얼굴의 흉터와 한쪽 다리를 절게 된 이브를, 팅커는 자신의 집에서 보살피게 된다. 케이티는 하숙집을 나와 방을 얻는다. 이 사고 장면이 있는 소제목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연극이나 소설에서 이야기가 꼬이고 막혔을 때 초자연적인 힘이나 전능한 신 등을 등장시켜 이를 해결하는 것)로 붙인 게 재밌다. 

이로써 팅커는 이브의 차지가 된다. 이브보다 케이티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이 확실한 팅커가 한줄기 희망으로 케이티에게 키스를 하지만 케이티는 부드럽게 거절한다.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고착된 것으로 보였다.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던 케이티는 승진 제안을 걷어차고 존경하는 편집자가 있는 출판사로 직장을 옮긴다. 그곳 직원들과 어울리면서 디키 밴더와일을 만나는 등 상류층 청년들과 어울린다. 출판사에서 잡지사로 이직도 하고, 디키 일행을 따라서 간 홀링스워스 집안 파티에서 월러스 월코트와 재회해서 가까운 사이가 된다.

펼친 부분 접기 ▲



흔한 이야기 아닌가? 

한 남자에게 호감을 품고 있던 친구인 두 여성. 한 사람이 남자를 차지하고, 다른 여자는 시기심에 이를 갈며 상류사회에서 다른 남자를 찾아.... 

이 책이 그런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중반 이후에 드러난다. 이브는 모두의 세속적 예상을 뒤엎는다. 케이티와 이브의 우정은 흔들리지 않는다. 팅커는 케이티가 넘겨짚었던 그런 인물이 아니다. 


더 이상의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되니 생략하고, 이 책의 매력을 꼽아보자.


1. 끊임없이 등장하는 책, 책, 책! 

  곳곳에서 책이 등장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헤밍웨이가, 펄 벅이, 디킨스가, 소로우가, 애거서 크리스티가...... 

  케이티는 늘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는다. 집에도 버섯처럼 책이 자라고 있다. ㅋㅋ 


"책이…… 아주 많네요." 마침내 그가 말했다.
"병이죠."
"혹시……… 치료를 받고 있나요?"
"아무래도 불치병 같아요."
그는 서류가방과 포도주를 아버지의 안락의자에 놓고 고개를 한쪽으로 살짝 기울인 채 방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건…… 듀이 십진분류법인가요?"

"아뇨, 그래도 비슷한 원칙이긴 해요. 그쪽은 영국 소설들이고요, 프랑스 작품들은 부엌에 있어요.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같은 서사시들은 저쪽 욕조 옆에 있고요."
(...)
월러스는 내 침대 밑의 책더미를 가리켰다.
"그럼 저…… 버섯들은?"

"러시아 작가들이에요."              - 296, 297쪽

 


2. 인물들의 매력 + 뉴욕의 매력

   각각의 인물들이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케이티는 러시아인 부모를 둔 이민자 2세로 노동계층에서 공부를 통해 자주성가하는 인물이라 볼 수 있다. 상류사회 인물들과 어울리며 부를 즐기는 등 세속적이랄까 현실적인 면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목적으로 여기지 않는 내면의 단단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브는 중서부에서는 경제적으로 최상위층으로 꼽히는 집의 딸인데 아버지의 도움을 거절하고 마음대로 산다. 대담하고 거침없는 모습.


 "(...)몇 주 전 주말에 웨스트포트에 있는 저 인간 집에서 다 같이 파티를 했는데, 저녁 식사 후에 저 인간 아내가 피아노로 모차르트를 연주하는 동안 (하늘도 무심하시지) 저 인간이 하녀한테 식품저장실에서 뭔가 보여줄 게 있다고 말하더라고. 나중에 내가 가보니까 저 인간이 그 아가씨를 빵 상자 옆의 구석으로 몰아넣고 막 목을 물려는 참인 거야. 그래서 내가 감자 으깨는 기구로 저 인간을 쫓아버렸지."

(...)

"네가 나타나서 그 아가씨도 운이 좋았다고."
이브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운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내가 식품저장실까지 저 자식을 ‘미행‘한 거니까."
이브가 감자 으깨는 기구를 손에 들고 앵글로색슨계 백인들이 사는 뉴욕의 주택 복도를 배회하는 모습이 갑자기 머리에 떠올랐다.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훌쩍훌쩍 뛰어 몸을 숨겨가며 비열한 인간들을 죄다 혼내주려고 나선 모습.
"그거 알아?" 내가 새로운 확신을 갖고 말했다.
"뭘?"
"너야말로 최고 중의 최고야."     
 - 190, 191쪽


팅커는 "불사조" 같은 인물인데, 1938년 당시에는 품위를 지키며 쳇바퀴 돌듯 열심히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끔 내 기분이 바로 그래요. 내 고객 중 절반은 알래스카를 향하고, 나머지 절반은 에버글레이즈를 향하고 있는데...... 나는 강둑에서 강둑을 오가고 있는 기분."   - 73쪽


앤 그랜딘 부인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성공한 사업가로서 케이티에게 야망을 품으라고 말한다.


부인은 드 로셔의 박스석을 가리켰다.

"제이크 옆에 있는 서른 살의 금발 여자 보여요? 제이크의 약혼녀예요. 캐리 클랩보드. 캐리는 저 자리에 앉기 위해서 물불을 안 가리고 애를 썼어요. 이제 조금 있으면 세 채나 되는 집에서 부엌 하녀들과 상차림과 골동품 의자의 커버 교체 같은 걸 감독하며 행복해 하겠죠. 그거야 다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내가 당신 나이라면, 캐리와 같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쓰지 않을 거예요. 제이크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쓰겠죠."   - 180쪽 

 상류층 자제인 디키 밴더와일과 월러스 월코트도... 

 월러스 아파트에서 둘이 책 바꿔 보는 거 너무 좋았고(307쪽), 디키가 종이비행기 날리는 장면은 최고였다(451쪽). 종이비행기 이 장면을 읽으면서 아, 이 책 영화로 만들면 참 좋겠네 싶었는데, 영화는 아직 없는 듯.

 

 

3. 우정.. 우정!! 

  이브와 케이티의 우정이 팅커로 인해 흔들리지 않는 게 좋았다.


그날 밤 늦게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 복도가 유난히 조용한 가운데, 혼자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내 머릿속에 가장 또렷하게 떠오른 사람은 이브였다. 

지금까지 몇 년 동안은 오늘처럼 서로 적당히 의견이 어긋나기도 하는 사람들이 모인 디너파티에 초대받아서 다음 날 출근할 것을 생각하면 너무 늦은 시간까지 붙들려 있을 때, 베개에 기대앉아 내 이야기를 시시콜콜 들으려고 기다리고 있을 이브의 존재가 내게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었는데.....   - 157쪽 


이 작품 다음에 쓴 <모스크바의 신사>는 더 평이 좋던데, 무척 기대된다. 이 책보다 더한 벽돌이지만....^^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분께 감사하며 마무리.



아버지는 살면서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아무리 풀이 죽고 기운이 빠져도, 자신이 언제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 처음 커피를 마시는 순간을 고대하는 한은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나는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것이 아버지가 내게 해준 조언이었음을 깨달았다.
(...) 사람은 반드시 소박한 즐거움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아함이나 박학다식처럼 온갖 화려한 유혹들에 맞서서 소박한 즐거움을 지켜야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게는 찰스 디킨스의 책들이 아버지의 커피 
한 잔과 같은 역할을 했다. 소외계층에 속하면서도 용감한 책 속의 젊은이들과 아주 적절한 이름을 지닌 악당들에게 조금 짜증스러운 구석이 있는 것은 솔직히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우울할 때도 디킨스 소설을 읽다가 정거장을 지나칠 만큼 책에 몰입할 수만 있다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209, 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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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1-05 15: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오 이 책을 제가 지금 읽었다면 과거의 그 때와는 또 다른 감상일 수 있었을 거라고 이 리뷰를 보니 생각하게 되네요. 책을 너무 잘 읽어주셨고 또 정리도 잘 해주셨어요. 멋진분 ㅠㅠ

에이모 토울스는 모스크바의 신사에도 그렇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서 좋아요. 모스크바의 신사에서는 주인공이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으면서 힘들어하는 게 나왔는데 그게 그렇게 꿀잼이에요 ㅋㅋㅋ

제가 이 우아한 연인 읽고 팅커가 바지 뒷주머니에 늘 꽂고 다니는 월든 을 샀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읽기는 몇 년 지나 읽었지만 말예요. 팅커가 케이티 우연히 만나서 아무도 모르는 비밀 하나만 말해달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 장면 너무 좋아요 ㅠㅠ

독서괭 님 만세만세 만만세!!

독서괭 2021-11-05 15:10   좋아요 4 | URL
앗 만세만세를 외쳐주시다니 영광입니다 ㅎㅎ
저 딱 읽으면서 다락방님이 이 책 왜 좋았다고 하셨는지 알겠다 싶었어요. 책 얘기 많이 나오고 주인공이 어디나 책 들고 다니며 읽고, 먹는 데 진심이고 ㅋㅋ 여적여 없고.
저는 이미 월든은 몇 년 전부터 갖고 있지만 안 읽었네요.. 언젠가 읽긴 읽겠지요? 저는 이 책 읽고 나니 애거서크리스티가 문득 읽고 싶어지던데요. 10대후반~20대초반에 몇 권 읽고 못 읽어본 것 같아요. 추리소설을 많이 좋아하진 않아서요.
팅커가 아무도 모르는 비밀 얘기해달라 하는 장면 귀여워요. ㅎㅎ 얘네 연애 너무 귀엽게 하지 않나요. 전 디키가 좋더라구요. 종이비행기에 진심인 연하남, 귀여워~~
다락방님 만세만세 만만세!!!^^

scott 2021-11-05 15: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괭님의 리뷰 속에 담긴 < 우아한 연인 >들 속 인물들의 모습들이 너무 좋습니다.
이 작품은 뉴욕이라는 도시, 2차 대전의 전운이 전혀 감지 되지 않았던 들끓던 광란의 시기를 낭만적이게 그렸죠.
작가가 사전 조사를 아주 오랜 세월 걸쳐서 했다고 하네요(트럭 4대 분량 자료를 읽었다고 함) ㅎㅎ
저희 집에도 버섯 처럼 책이 자라고 있지만 ㅎㅎㅎ

모스크바의 신사들 두툽해도 괭님 11월 ! 가을 독서의 나날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 ^^


독서괭 2021-11-05 16:13   좋아요 5 | URL
우왓 트럭 4대 분량!! 굉장하네요. 한 책 쓰는 데 4-5년 걸릴만 합니다.
들끓던 광란의 시기라는 표현이 맞네요^^ 젊은 에너지가 넘쳐서 저까지 들썩들썩하는 기분이었어요.
스콧님 집에 자라는 버섯은 훨씬 더 많을 것 같은데요 ㅋㅋㅋ
당장 읽을 책이 쌓여 있지만 조만간 <모스크바의 신사>도 도전하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1-11-05 18: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매력적인 내용인 것 같아요~~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뉴욕을 배경으로 한 것도 좋고 인물들이 신선한 것 같아요**
꼭 읽고 싶어요**

독서괭 2021-11-06 07:32   좋아요 2 | URL
스콧님이 이 작가에 대한 멋진 페이퍼를 쓰셨답니다^^ 190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작품을 쓰나봐요. 저도 첫 책 읽고 좋아서 <모스크바의 신사>와 이번 신간(아직 번역 안 됨)도 번역되면 읽어볼 생각이예요~ 페넬로페님도 고고~^^

새파랑 2021-11-05 1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장 낭만적인 소설인데다가 책속에 등장하는 책이라니~! 전 이 책 읽을꺼여서 실눈뜨고 리뷰 읽었어요 ^^ 역시 사람은 뉴욕으로~!!

독서괭 2021-11-06 07:34   좋아요 2 | URL
책속에 책 등장하면 좋아하는 플친님들 많겠죠?ㅎㅎ 새파랑님 읽으실 예정이군요!! 멋진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뉴욕 언젠가 가보고 말거야~~

붕붕툐툐 2021-11-05 2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등감이 있는 거 같아요. 20대, 부르주아, 연애는 제가 싫어하는 키워드거든요~ㅎㅎ 근데 독서괭님이 너무 매력적으로 잘 쓰셔서 혹하네용? 특히 마지막 발췌문 왤케 공감이 갈까요? 책으로 소박한 즐거움 느끼는 건 플친님들 다 동의하실 듯 합니다!ㅎㅎ

독서괭 2021-11-06 07:36   좋아요 2 | URL
20대와 연애는 피해갈 수 없지만..^^;; 연애하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귀엽고 매력 있어요. 부르주아 냄새가 난다고 썼지만 막상 화자인 케이티는 노동자 계급이라, 어떠실지… 궁금하니 일단 읽어보시면 어떨까요?ㅋㅋㅋ 책으로 느끼는 즐거움 동의 백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