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말이지, 새끼를 낳을 때 '엄마인 나'도 같이 낳았어.
새끼를 키우면서 '엄마인 나'도 키우고 있지.
그게 보통 일이 아니어서
새끼가 사랑스러운지 어떤지 돌아볼 틈이 없어.
엄마인 나를 낳고서 처음 맞은 겨울.
탄 자국처럼 점점이...
흩날리는 흙먼지를 만나
첫눈이...
가슴속도 고요해지면서
사방이 갑자기 고요해지고
불현듯 감격이 북받쳐 올라
태어나서 처음 보는 눈. - 그렇게 생각했더니
기뻐서 울고
슬퍼서 울고
끝내는......
눈이 왔다고 울었죠.
- 『성질 나쁜 고양이』44-47쪽
머리, 특히 눈 주변을 맞았을 때 "별이 보인다"는 표현을 흔히 쓴다.
나름 곱게(?) 자라온 나는 그 별이란 걸 실제로 볼 일이 없었는데,
아기를 낳고 나서는 수없이 봤다.
재우려고 옆에 누워 있으면 아무런 의도 없이 날아오는 주먹과 발...
고 조그만 것도 주먹이고 발이라고 맞으면 꽤나 아픈데.
아기한테 뭐라고 하겠나. 방비하지 못한 내가 잘못이지.
조금 커서는 잠자리에서 자꾸 벌떡 일어나 앉았다가 아무데로나 다시 털썩 눕는 바람에
박치기를 하기도 했다... 이젠 요령이 생겨서 잘 피한다.
둘쨰가 태어나면 애 둘을 어떻게 데리고 잘 것인가.
『성질 나쁜 고양이』는 책읽아웃 삼천포책방에서 소개되어 알게 된 책. 그냥님이 읽어준
위 인용구가 마음에 쏙 들어왔다. 언니에게 고양이발머그를 선물해주겠다는 핑계로, 덤으로
고양이 책도 선물해 주겠다는 핑계로 책을 주문했지. 언니가 매우 좋아했다.
고른 책 중 하나는 오은영박사님의 책.
이 분 칼럼을 몇 개 읽어보니 좋아서, 책은 처음으로 읽어 보는 중이다.
우리 딸은 순한 편이고 설명하면 알아듣는 편이라 못 참는 아이는 아닌 것 같고
(물론 아직 두돌이 안 되어서일 수도 있다..)
남편이나 나나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고 화가 난다고 바로 분출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욱하는 부모도 아닌 것 같지만(물론 아직 애가 두돌이 안 되어서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많아 보였다.
아이를 키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인내.. 인내다.
슬슬 떼를 쓰기 시작하는데, 떼 쓸 때 요구사항을 들어주면 안 된다는 걸 잘 알지만
실천하는 게 쉽지는 않다. 당장 울음을 그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면 실패다.
떼 쓸 때 우는 울음은 좀 내버려둬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기다려야 한다...
공공장소에서는 기다리기 쉽지 않지만.
아기를 낳고 나서 변한 것이 무수히 많지만, 그중 하나가 이런 글을 읽으며
나와 내 아이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몇년 전에 읽었다면 아마도
나와 엄마의 관계를 생각했겠지. 지금도 생각하긴 하지만,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
이 책 그림 너무 귀엽다. 에세이집이고 그림은 곁들인 것일 줄 알았는데 그림이 더 많네.
내용도 사랑스러워... 내 딸에게 복희 같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기쁜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상대, 어떤 일이든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상대,
곁에 있으면 그것만으로 안심이 되는 상대.
근데 복희 너무 힘들었겠다. 딸이 엄마 껌딱지라..
"엄마는 혼자 똥을 못 눴다."는 부분 매우 공감했는데 그때 작가 나이가 6살이었단다. 6살이 되어도 화장실을 엄마 혼자 못 가게 한단 말인가.. 우리 딸은 그때까지 그러진 않겠지;;
언젠가 딸을 안고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내가 너를 낳을 때, 엄마인 나도 함께 낳았어.
그러니 엄마로서의 내 나이는 지금 네 나이와 같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고, 무서운 것, 어려운 것도 많아.
어리고 서툰 두 사람이 만났으니, 상처를 주고받을 일이 왜 없겠니.
누구나 부모로부터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을 지니고 살지.
나 역시 그렇고. 그럼에도, 네 마음에 작은 생채기라도 남기게 될까봐 문득문득 두려워진단다.
상처 주지 않겠다는 약속은 못 해. 대신,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그 누구보다도 정면으로 너를 마주보겠다고.
곁눈질만 하는 겁쟁이가 되기보다는
용기 있게 사랑하는 편이 좋겠지.
너와 내가 함께 성장해 갈 앞으로의 날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