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이처럼 - 아이, 엄마, 가족이 모두 행복한 프랑스식 육아
파멜라 드러커맨 지음, 이주혜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출산예정일이 가까워오니 점점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데, 마침 이 책을 선물받았다.

 시시콜콜 이렇게 하면 좋고 저렇게 하면 어떻고 하는 실용서적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마음가짐에 관한 책.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미국인, 남편은 영국인인데 프랑스에서 아이를 낳고 살게 되면서

 "어떻게 미국과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 교육방식이 이렇게 다른가?"하는 의문을

품고 프랑스의 육아방식을 연구했다. 저자가 묘사하는 미국의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한국인 줄;;

 

 내가 파악한 요지는 이거다.

 

 아이에게 좌절을 경험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것은 신생아 때부터 수면교육을 통해 이루어진다.

 아이는 부모가 이룬 가정 안에 편입되는 것이지, 아이를 중심으로 새롭게 가정이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엄마와 부부의 행복이 아이에 대한 헌신에 우선한다. 그래야 아이도 행복해진다.

 

 

 글이 속도감이 있고 위트가 풍부하여 술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육아에 대한 마음가짐에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지만, 읽는 내내 프랑스의 끝내주는 복지수준이 부러워 좀 슬펐다.

 

오늘날 미국 중산층의 육아법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지적한 사람은 많았다. 과잉보호, 과도한 교육열, 헬리콥터 부모, 아이지배현상 같은 용어가 등장하는 책들이 수백 권을 넘는다. 혹독하고 불행하기까지 한 미국식 속도전 양육법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누구보다 부모들 스스로부터 그렇다.
(...)부모들은 가능한 모든 자원과 노력을 동원해 자녀에게 더 많은 자극과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내 아이를 엘리트로 키워야 한다, 일찍부터 또래보다 앞서게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점점 더 시급한 일로 부상했다.
경쟁적 양육패턴과 더불어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깨지기 쉬운 존재‘라는 믿음도 동반해서 커져왔다. 어느 세대보다 정신분석을 맹신하는 우리는 자녀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한다. 급증해온 부모의 이혼을 체험하면서, 우리 부모보다는 더 헌신적인 부모가 되겠다는 강박도 강해졌다. -12, 13쪽

프랑스 부모들이 수면에 관해 몇 가지 조언을 해주긴 했다. 그러나 그 방법이란 것은 낮 동안 환한 곳에 두고 밤에는 어두운 곳에 두는 것 정도다. 낮잠을 자는 동안에도 환하게 해둔다고 한다. 또 해준 조언 하나는 출생과 동시에 아기를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아기 본연의 ‘리듬‘을 따라가라는 것이었다. 프랑스 부모들이 이 ‘리듬‘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자주 언급하던지, 육아가 아니라 록밴드 얘길 나누는 게 아닐까 혼동이 올 정도였다. - 67쪽

프랑스 부모는 흔히 아이들에게 ‘사쥬sage(현명해라)‘라고 말한다. 미국 부모들이 ‘착하게 굴어라be good‘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처럼 프랑스에선 ‘현명해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안에는 좀 더 큰 뜻이 담겨 있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때 내가 빈에게 착하게 행동하라고 말하면, 아이는 그 시간동안 길들여진 행동을 해야 하는 야생동물 취급을 받는 것과 같다. 착해지라는 건 그것이 아이의 본성과 정반대라는 숨은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현명해라‘라는 말은, 이미 빈에게 있는 올바른 판단력을 발휘하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존중하라는 뜻이다. 아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를 믿는다는 뜻을 함축하기도 한다. -92쪽

루소는 단호한 제한과 부모의 강력한 권위로 아이의 자유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가? 모든 것을 다 가지는 데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의 욕망은 쉽게 만족되는 만큼 끊임없이 커질 것이고, 조만간 부모는 무기력에 빠져 어쩔 수 없이 거절을 하게 될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거절을 받은 아이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보다 더한 괴로움을 느낄 것이다.‘
루소는 양육의 가장 큰 함정은 아이가 빈번하게 주장을 한다고 해서 그것에 어른의 주장과 동일한 무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악의 교육은 아이가 자신의 의지와 부모의 의지 사이에서 부유하면서 둘 중 누가 지배권을 가질까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119쪽

출산 직후 프랑스 엄마들과 미국 엄마들 사이에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모유수유 여부다. 영어권 엄마들에게 모유수유의 기간은 마치 월스트리트의 보너스 액수처럼 실적의 척도와도 같다.
(...)분유를 섞여 먹이거나 유축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과도하게 오래 모유를 먹이면(이 정도면 이 엄마는 미친 히피로 보이기 시작한다) 감점이다.
미국 중산층 엄마들에게 분유는 곧 아동학대나 다름없다. 모유수유는 인내심, 불편함, 육체적 고통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높다. 모유수유를 장려하지 않고 심지어 많은 이들이 수유 장면을 불편하게 여기는 프랑스에서 모유를 먹이는 미국 엄마는 더더욱 보너스 점수를 받는다. -159쪽

부모가 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부모라는 사실이 다른 역할까지 잠식해서는 안 된다는 게 프랑스 사회의 지배적인 메시지다. 파리에서 만난 여성들은 엄마가 아이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170쪽

그런데 사이먼을 돌아보니 그에게는 최고의 순간이 아닌 모양이다.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고 싶지 않다. 나는 쌍둥이라는 생각만으로도 한껏 들떠 있었던데 반해, 그는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이제 카페 나들이는 꿈도 못 꾸겠군." 사이먼이 중얼거렸다. 벌써부터 여가의 종말을 걱정하다니.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세요." 의사가 담담하게 말했다. -216쪽

프랑스에선 부부만의 질 높은 시간은 나중 일로 치부되지 않는다. 필요하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라는 식의 양가적 감정도 없다. 이들은 매우 단호하다. 아이에게 올인 하다 자칫 결혼생활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인 듯하다. ‘상당수의 부부들이 아기가 태어난 후 몇 년 이내에 이혼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모든 게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한 기사는 꼬집는다. -234쪽

고치를 짜는 것과도 같은 초기 육아에서 벗어나면, 프랑스 부모들은 부부로 재빨리 복귀하고자 노력한다. 프랑스의 일과에는 ‘어른(부부)의 시간‘이 따로 존재한다. 아이들이 자러 간 후다. 이 ‘어른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주는 등 친절하게 행동한 후에는 엄격히 취침시간을 강제한다. ‘어른의 시간‘은 어쩌다 한 번 받은 보너스 같은 게 아니라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욕구다.(...)
이 분리는 아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자신을 돌보는 일방적인 시혜자로 보이는 부모조차도 자기만의 즐거움의 세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아이 때부터 이해하고 깨달아야 한다. ‘아이는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이는 발달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프랑스 양육서 <당신의 아이>는 설명한다. -236쪽

<순종은 허용된다>에서 마르셀리는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쥔 어린아이의 예를 든다. "아이 엄마는 아이를 보고 표정은 냉정하게 목소리는 단호하되 중립적으로 눈썹은 살짝 찌푸린 채 ‘그거 내려놔라!‘라고 말한다. 아이는 엄마를 보지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15초 후 엄마는 더욱 단호한 목소리로 ‘당장 내려놓도록 해‘라고 말한다. 다시 10초 후에 ‘무슨 말인지 알겠지?‘라고 말한다. 어린 소년은 식탁 위에 칼을 내려놓는다. 엄마는 표정을 펴고 더욱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잘했어.‘라고 말해준다. 그러고 나서 칼은 위험하며 손을 벨 수도 있다고 설명해준다."
마르셀리는 아이가 순종했지만 거기에 적극적인 자기 역할이 있었다고 말한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 상호존중이 이러났다. ‘아이는 순종했고 엄마는 감사했지만 넘칠 정도는 아니었으며 아이는 엄마의 권위를 인정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말과 시간과 인내와 상호인정이 있어야 한다. 엄마가 달려들어 아이 손에서 칼을 낚아챘다면 아이는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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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메모 습관의 힘
신정철 지음 / 토네이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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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을 대여하여 1시간 만에 훌훌 읽었다. 자기계발서 성격과 실용서적 성격이 혼합되어 있는 책인데, 자기계발서 부분은 뛰어넘고 실용서적 부분만 발췌독한 셈이다. 종이메모를 위한 노트, 필기구부터 전자메모를 위한 어플 추천까지 메모를 위한 팁이 매우 자세히 들어있는 것이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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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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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에서 놀랍게도 전권 무료대여 이벤트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 스무살이 넘어 독학으로 통번역사가 되었다는 사실과 구체적인 공부방법 안내가 독자로 하여금 조기유학, 영어유치원 등에 대한 맹목에서 탈피하여 지금부터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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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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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중에서.

 

<침묵의 봄>이 맞이한 당시의 문화적 기상도를 기억하기란, 또 의지 확고한 지은이에게 퍼부은 분노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환경오염을 초래한 화학 살충제의 오용으로 우리 자신이 서서히 독극물에 중독되고 있다는 카슨의 주장은 오늘날에는 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1962년 <침묵의 봄>이 출간될 당시에는 혁명적이었다. 카슨은 새로운 부가 등장하고 사회적 순종이 강조되던 시기에 이 글을 썼다. 냉전으로 인해 의심과 불관용이 극도에 이른 시대였다. 화학 산업은 전후 기술 발전의 최대 수혜자였고 국가의 부를 이끈 중요한 견인차 중 하나였다. DDT는 농업에서 각종 해충을 박멸했고 해충으로 인한 전염병을 막아 주었다. 핵폭탄이 미국의 군사적 주적을 완전히 격멸했듯이 살충제는 인간과 자연 사이 힘의 균형을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빳빳하게 풀 먹인 흰 가운을 입고 실험실에서 일하는 화학자들은 신에 필적하는 지혜를 가졌으리라 대중은 기대했으며 또 확신했다. 화학자들의 연구는 대단한 혜택을 가져다줄 것으로 여겨졌다. 전후 미국 사회에서 과학은 신이었고 또 그 과학은 남성 위주의 영역이었다. (13~14쪽)

 

나는 언제나 과학이 싫었다. 실은, 너무나 무지하여 두려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학창시절에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해야할 암기만 했고,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 졸업 후에도 과학 서적은 통 읽어본 기억이 없다. 몇 해 전에 이르러서야 '좀 알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에 관심을 가져보려 하였으나, 지금껏 읽은 책은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정도일까.

<침묵의 봄>을 수식하는 '환경학 최고의 고전'이라는 말은 나와 같은 과학울렁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선뜻 집어들기 힘들게 만든다. 그러나 레이첼 카슨이 얼마나 친절하고 조곤조곤 글을 썼는지 알게 되면, 두려움은 금세 사라질 것이다. 그녀는 전문가들과 논쟁하자고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널리 경고하고자 한 것이고, 그 목적에 부합하게 글을 쓰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수질오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것은 지하수의 광범위한 오염이다. 어디에서든 물에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은 결국 모든 수자원을 위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연의 구성 요소들이 각기 폐쇄적으로 분리되어 작동한다면 이렇게 지구상의 수자원 전체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땅에 떨어진 비는 토양과 암석에 난 구멍과 틈을 따라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 마침내 모든 틈을 물로 채운다. 그러다 언덕 밑에 이르러서는 다시 솟아오르고 골짜기 밑으로 더 깊게 가라앉아 지표 밑을 따라 어두운 바다로 흐른다. 지하수는 느리게는 1년에 50피트(약 15미터), 빠르게는 하루에 0.1마일(약 161미터) 정도의 속도로 언제나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수로를 따라 흐르다가 지표 위 샘으로 분출하거나 우물에 고여 들어 솟아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시냇물이나 강으로 유입된다. 비가 강으로 직접 내리거나 지면을 따라 바로 시냇물로 흘러드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흐르는 물은 대부분 지하수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은 모든 물의 오염을 의미하는 것이다. (66~67쪽)

 

어떤 물이든, 물에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관하여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위와 같은 글을 읽어보면,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마음이 들 것이다.

 

300쪽 가량의 이 책에서 카슨은 풍부한 사례를 들어 화학물질 살포의 위험성을 알린다. 추상적이고 난해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사례 위주라는 것이 이 책의 가독성을 더욱 높이고, 경각심을 갖게 한다. 읽다 보면, 아 너무나 내가 환경에 관심이 없었구나... 그 무관심은 독이 되어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런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가? 아마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우리의 왜곡된 균형감각에 놀랄 것이다. 지성을 갖춘 인간이 원치 않는 몇 종류의 곤충을 없애기 위해 자연환경 전부를 오염시키고 그 자신까지 질병과 죽음으로 몰아가는 길을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저지른 일이다. 더구나 우리가 그 이유를 살피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일은 계속되고 있다. 농산물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살충제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생산 과다'가 아닌가? 미국에서는 경작지를 줄이고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농부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정도다. (33쪽)

 

 

DDT의 무해성에 관한 신화는 전쟁 중 수천만 명의 군인, 피난민, 포로들의 몸에서 이를 박멸하는 데 처음 사용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44~45쪽)

 

화학자들이 새로운 살충제를 고안해내는 속도가 유독물질의 영향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를 훨씬 앞지르기 때문에, 디엘드린이 우리 몸속에 어떻게 축적되고 분배되며 배출되는지 그 일반적인 지식에는 허점이 많다. 인간의 몸속에 오랫동안 화학물질이 축적된 것은 확실한데, 휴화산처럼 잠잠히 있다가 비축한 지질을 소모하는 생리학적 스트레스 상황이 닥치면 갑자기 그 작용에 가속이 붙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펼쳐온 말라리아 박멸 캠페인의 아픈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운 사실이 있다. 말라리아 박멸을 위해 DDT 대신 디엘드린을 사용하는 순간부터(말라리아모기가 DDT에 면역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방역 담당자들이 중독을 일으켰다. 관련된 사람의 절반 이상이(사업에 따라 다르지만) 발작을 일으켰고 그중 몇 명은 사망했다. 디엘드린에 노출된 뒤 4개월 동안 발작이 계속된 사람도 있었다. (49~50쪽)

 

 

인간이 자신의 기원을 망각하고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잊어버리는 순간, 물은 다른 자원과 더불어 무관심의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63쪽)

 

 

어떤 일을 계획할 때에는 그 주변 역사와 풍토를 고려해야만 한다. 자연 식생은 그 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이 벌이는 상호작용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경관을 갖추게 되었는지, 왜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마치 활짝 펼쳐진 책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펼쳐진 쪽조차 읽지 않는다. (88쪽)

 

 

카슨은 생태계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그 전체의 작용을 살펴야 함에도, 한두 종류의 해충을 없애겠다고 생태계 전체를 파괴시켜 버리는 무지의 악에 관하여 맹렬히 비난한다.

 

 

화학약품이 토양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면 약품에 중독된 장수풍뎅이의 애벌레들이 대지 표면으로 기어 나와 며칠간 머무른다. 이 애벌레들은 새에게 매력적인 먹이다. 방제가 이루어진 지 2주일 동안 이미 죽엇거나 마구 죽어가는 곤충들이 자주 발견되었다. 이런 곤충이 조류의 개체 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축하기란 어렵지 않다. 지빠귀, 찌르레기, 들종다리, 구관조, 꿩 등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생물학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개똥지빠귀는 '거의 절멸'했다고 한다. 비가 내린 다음에는 죽은 지렁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마도 개똥지빠귀는 이런 지렁이를 먹었을 것이다. 다른 새들 역시 마찬가지로, 한때는 큰 혜택을 주던 비가 독극물을 새들의 세계로 인도하는 사악한 세력, 파멸의 중계자가 되어 버렸다. (119쪽)

 

 

우리를 성가시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생물이라고 생각되면 '박멸하는' 습성이 점점 더 널리 퍼지고 있다. 그러면서 새들은 독극물의 부수적인 목표가 아닌 직접적인 목표가 되어버렸다. 농부들은 달갑지 않은 새를 쫓기 위해 파라티온 같은 치명적인 화학물질을 살포한다. (152쪽)

 

농부들은 그 결과에 만족했을지 모르지만, 독극물에 희생된 동물 목록에 6만 5000마리의 찌르레기류가 새로 포함되었다. 미처 기록되지 않은 동물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파라티온은 찌르레기뿐 아니라 모든 생물을 함께 죽이는 물질이다. 강가 저지대를 돌아다니긴 해도 옥수수밭에는 들어가지 않았을 토끼, 너구리, 주머니쥐가 그들의 안위는커녕 존재조차 모르는 재판관이자 배심원에 의해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153쪽)

 

고요한 연못에 돌을 던지면 잔물결이 일듯이, 유독물질의 연쇄 작용을 일으켜 죽음의 물결을 퍼뜨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한쪽 접시에는 딱정벌레들이 갉아먹은 나뭇잎을 올려놓고, 다른 쪽 접시에는 유독성 살충제가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몽둥이에 스러져간 새들의 잔해와 다양한 빛깔의 가련한 깃털들을 올려놓은 채 저울질한 사람은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하늘을 나는 새들의 부드러운 날개가 모두 사라져버린 황폐한 세상이 되더라도 벌레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결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설령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가 결정을 내릴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우리가 잠시 권력을 맡긴 관리들이다. 이들은 아름다움과 자연의 질서가 깊고도 엄연한 의미를 갖는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잠깐 소홀한 틈을 타 위험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153~154쪽)

 

 

생태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농게는 다른 종으로 쉽게 대치될 수 없다. 이 게는 많은 동물의 먹이가 된다. 해안에 사는 너구리도 이 게를 먹고살며 갈색뜸부기처럼 습지에 서식하는 새나 해변에 서식하는 새, 심지어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도 마찬가지다. DDT가 뿌려진 한 뉴저지의 염습지에서는 몇 주 만에 웃음갈매기가 평소보다 85퍼센트나 감소했는데, 그 원인은 살충제가 뿌려지고 난 뒤 충분한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된 때문으로 짐작된다. 습지의 농게는 다른 이유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능한 청소부 역할을 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굴을 파서 습지 진흙에 공기를 통하게 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 많은 낚시꾼은 그것을 미끼로 사용한다. (176쪽)

 

문제는 우리가 천적 구실을 하는 동물을 모두 죽인 후에야 비로소 그 동물이 맡고 있던 조절 기능을 깨닫는다는 사실이다. (277쪽)

 동식물 집단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열쇠는 영국의 생태학자 찰스 엘턴(Charles Elton)이 말한 '종 다양성 유지'에 있다. (143쪽)

 

 

특히 카슨이 강하게 비난한 1957년 불개미 방제 계획을 보면,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쉽게 환경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에 들어온 뒤 40여 년 동안 불개미는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개미가 가장 많이 퍼진 주에서도 그저 1피트(약 30센티미터)가 넘는 큰 집이나 흙무더기를 만드는 성가신 존재로 여겨졌을 뿐이다. 이런 흙무더기는 농기구를 사용할 때 방해가 되었다. 그러나 불개미가 20개 주요 해충 목록에 포함된 것은 겨우 2개 주뿐이었고, 그나마 목록의 거의 마지막에 등장할 정도였다. 관리들이나 일반인 모두 불개미가 농작물이나 가축에 위협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런데 치명적인 위력을 지닌 화학약품의 개발과 함께 불개미에 대한 정부의 태도도 갑작스럽게 변했다. 1957년 미국 농무부는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캠페인에 착수했다. 정부간행물과 영화 등에서 불개미가 갑자기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어 남부 농업의 파괴자이자 조류, 가축, 인간들을 죽이는 존재로 묘사되었다. 그 후 엄청난 규모의 방제 계획이 발표되었다. 피해를 입었다는 주 정부들의 협조를 받아 연방 정부가 9개 주에서 2000만 에이커에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었다.

 (...)

 '노다지'의 수혜자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은 맹렬히 그리고 당연히 불개미 퇴치 계획을 비난했다. 이 계획은 충분치 못한 준비와 서투른 시행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며 해충 방제에 관한 극히 해로운 실험인 동시에 막대한 비용과 다른 동물들의 죽음, 농무부에 대한 신뢰 추락이라는 값비싼 희생을 치르게 한 실험이었다. 이런 일에 엄청난 정부 예산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188~189쪽)

 

 

그러므로 카슨은 소비자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화학물질이 너무나 쉽게 유통되고 사용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잡초를 없애는 화학물질은 그 주요 성분이나 특징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상표를 달고 팔린다. 여기에 클로르데인이나 디엘드린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려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아주 작은 글씨로 적힌 성분 분석표를 읽어야 한다. 공구상이나 원예용품점에서 볼 수 있는 살충제 설명서에는 이런 물질을 다루거나 뿌릴 때 생기는 위험에 관해 아무런 말도 없다. 대신 아버지와 아들이 잔디밭에 살충제 뿌릴 준비를 하고, 어린아이들은 개와 함께 잔디밭에서 뒹굴고 있는 행복한 가족이 등장할 뿐이다. (206쪽)

 

 

또한 정부에서 절충안과 같이 내놓는 '화학 잔류물 안전 기준', 즉 잔류 허용량을 정하여 이를 초과하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보아 유통을 허가하여 주는 제도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한다.

 

'잔류 허용량 기준' 제정은 결국 농부와 가공업자들에게 생산 비용 절감이라는 혜택을 주기 위해 많은 사람이 먹는 음식에 독성 화학물질 사용을 허가하는 일과 다름없다. 동시에 시민들이 섭취하는 화학물질이 위험 수준이 아님을 확신시켜주는 정책기관을 만들어 그 유지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하려는 수단이기도 하다. 최근 사용되는 농약의 양과 독성 정도를 고려할 때, 이런 임무를 수행하자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데 국회의원 중 그런 비용 지출을 승인할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은 없다. 결국 지독히도 운이 없는 시민들은 화학물질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이 본인인데도 잘못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관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다. (211~212쪽)

 

미국의 수질오염 전문가들은 세제야말로 상수원의 심각한 오염원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은 없다. 또 모든 세제를 발암물질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세제가 소화기 내벽에 작용하거나 화학물질에 좀더 민감하도록 조직을 변화시켜 유독물질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상황을 만들 수는 있다. 이렇게 간접적인 방식으로 암을 유발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누가 이런 모든 상황을 예견하고 조절할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이 복잡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발암물질의 '안전 허용량'을 인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발암물질은 전혀 검출되지 않아야 정상이 아닐까? (268쪽)

 

 

금주령이 내려졌던 미국에서 술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화학물질로 만든 가짜 술이 유통된 결과 발생한 끔찍한 피해 - 이것이 현재에도 발생하기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중국에서는 계란도 가짜로 만든다는데...

 

금주령이 내려졌던 193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은 앞으로 닥쳐올 세상에 대한 불길한 징조인 듯했다. 살충제는 아니지만 유기인산계에 속한 물질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법적으로 주류 제조가 금지되자 사람들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다른 화학물질을 찾아 나섰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메이카산 생강이었다. 하지만 <미국약전>에 따른 구입비가 너무 비싸자, 주류밀매업자들은 이것을 대신할 유사물을 만들어냈다. 이 계획은 상당히 성공적이어서 필요한 화학 검사를 통과했고, 정부의 검사자들조차 속을 정도였다. 여기에 제대로 맛을 내기 위해 트라이오르토클레실 인산염이라는 물질을 첨가했다. 이 화학물질은 파라티온이나 그 계열의 물질들처럼 콜린에스테라제를 파괴한다. 주류밀매업자들이 만든 가짜 술을 마신 1만 5000여 명이 '생강성 신경마비'라는 다리 근육 경련으로 고생했고, 결국 영구불구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신경마비에 이어서 신경초가 파괴되고 마침내는 척수전각세포가 변질된 것이다. (224~245쪽)

 

 

더 큰 문제는 화학물질의 부정적 효과는 몇 십 년이 지나서야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습기 피해나 산업재해 문제도 이런 이유로 더 해결이 어려운 것 아닌가.. 과학자들의 꾸준하고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악성질환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징후가 나타나려면 그 희생자의 생애 상당 부분을 관찰해야 한다. 1920년대 초반 도로표지판에 형광 도료를 칠하던 여성근로자들은 페인트 붓을 입에 댈 때마다 도료에 포함되어 있던 라듐을 조금씩 흡수하게 되었다. 그중 몇 명에게서 15년 이상 지난 뒤 골육종이 발견되었다. 작업장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될 경우 그 잠복기는 15~30년, 또는 그 이상이다. (255쪽)

 

 

카슨은 화학물질을 계속하여 사용하는 것은 결국 내성을 지닌 해충을 번식시켜 더 강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게 하는 결과가 될 뿐이라면서, 그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곤충 방제 사업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첫 번째는 정말 효과적인 곤충 방제는 인간이 아닌 자연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자연계에는 고유한 '환경 저항'이 존재해서 특정 종마다 개체수가 일정하게 조절되는데, 이는 지상에 첫 생명체가 등장한 이후 게속 그래왔다. 먹이, 기상과 기후 조건, 경쟁 상대나 포식종 등이 모두 '환경 저항'의 중요한 요소이다. 곤충학적자인 로버트 메트컬프(Robert Metcalf)는 "이 세상이 곤충으로 뒤덮이지 않게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곤충들이 서로 싸우게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학약품은 인간의 친구든 적이든 구분하지 않고 모든 곤충을 없애버린다.

 두 번째는 환경 저항이 약해지면 종족을 재생산하려는 폭발적인 힘이 발휘된다는 사실이다. (275쪽)

 

곤충의 저항에 대한 이해가 서서히 진보하고 있지만 곤충의 저항은 그렇지 않다. DDT가 등장하기 전인 1945년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지닌 것으로 보고된 곤충은 12종 정도였다. 그런데 새로운 유기화학물질이 등장해 널리 사용된 1960년대에 이르자 화학물질에 내성을 지닌 곤충이 137종으로 급증했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 아는 사람은 없다. (293쪽)

 

 

마지막으로 카슨은 화학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적(그러면서도 오히려 화학물질보다 비용도 더 저렴하다) 곤충 방제 방법도 밝히고 있다.

새로운 방식 - 1. 수컷 불임화

                   2. 곤충이 만드는 여러 물질을 모방해서 해충에 대응하는 무기로 사용하는 것

                   3. 곤충이 소리를 탐지하고 이에 반응하는 능력을 이용하는 것

                   4. 미생물을 이용한 방제법

 

포식동물과 피식동물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생명계라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넓은 그물 가운데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한다면 자연은 자신의 방식에 따라 견제와 균형이라는 복잡하고 훌륭한 시스템을 가동해 삼림을 해충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다. (321쪽)

 

"자연을 통제한다"는 말은 생물학과 철학의 네안데르탈 시대에 태어난 오만한 표현으로, 자연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응용곤충학자들의 사고와 실행 방식을 보면 마치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 그렇게 원시적 수준의 과학이 현대적이고 끔직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 곤충을 향해 겨누었다고 생각하는 무기가 사실은 이 지구 전체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325쪽)

 

 

우리는 대체 무슨 권리로 이 아름다운 지구를 더럽히고 있는가... 의식도 하지 못할 만큼 많은 화학제품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현대에서 당장 환경을 위한 많은 행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의식은 가질 수 있을 정도의 환경 감수성과 약간의 지식을 갖추고, 할 수 있는 한에서 하나씩이라도 실천해 나가보면 어떨까?

 

"인간은 도자기 진열실에 들어간 코끼리처럼 자연을 짓밟고 있다." (103쪽. C.J.브리예르)

살아 있는 생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묵인하는 우리가 과연 인간으로서 권위를 주장할 수 있을까? (126쪽)

 

 

 

이 책을 읽고 수많은 화학물질이 급 찝찝해진 임산부인 나는, 인터넷에서 찾아본 친환경 세제(베이킹소다, 과탄산수소, 구연산)를 사용한 각종 청소방법을 조금씩이라도 이용하고, 천연섬유탈취제도 만들어보려 한다. 약간의 귀찮음만 감수하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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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Now You See Me 2 (나우 유 씨 미) (한글무자막)(Blu-ray+DVD)
LIONSGATE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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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너무 길다. 전편에 비해 지루함. 중반부쯤 호스맨이 칩을 훔치기 위해 서로에게 칩이 부착된 카드를 날려보내며 숨기는 장면은 볼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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