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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가 - 멈춰버린 삶을 활력 있게 바꾸는 인생의 다섯 기둥
코리 키스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9월
평점 :
이 책의 원제는 'Languishing'이다. 책 속에서 역자는 이를 '시들함'으로 번역했다. 시들함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아니고, "해야 할 일과 그 일을 해낼 자원 사이의 균형이 맞지 않아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업무 관련 현상"(12쪽)인 '번아웃'과도 다르다.
저자 코리 키스는 태어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어머니에게 버려졌다. 그와 당시 두 살이었던 그의 누나는 집으로 찾아온 할머니에게 발견되었다. 그는 계모로부터 심하게 학대 당했고, 알코올의존증이던 아버지는 이를 방임했다. 12살에 조부모님에게 입양되고 나서야 사랑과 돌봄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저자는, 모든 것이 잘 흘러가던 청소년기에 시들함에 빠졌다. 그는 사회학 교수가 되어 '텅 빈 채 그저 달리는' 느낌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에 사로잡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스스로 우울증과 의존증을 경험하기도 했던 코리 키스는 연구를 통해 정신질환과 정신건강을 구분하는 '이중연속체 모델'을 제시하며 정신질환 치료와는 다른 방법으로 정신건강 증진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좋은 정신건강 상태를 '활력flourishing'이라 부른다. 이것은 그저 좋은 기분과는 다르고, 우리의 심리적, 관계적, 사회적 기능이 제대로 역할을 다할 때 얻을 수 있는 상태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시들함의 증상과 원인을 분석하고, 2부에서는 시들함->활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 5가지를 제시한다.
1. 배움: 자기성장의 이야기 만들기
2. 관계; 따스하고 신뢰하는 유대 맺기
- 사회학적 관점에서 '대인존재감mattering'은 '사회적 기여'라는 활력 요소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대인존재감이 있다'라는 것은 타인과 세상에 중요하고 가치 있는 무언가에 이바지하며 산다는 것이다. (208쪽)
3. 영성: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굴곡 받아들이기
- 인생이 나에게 던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힘을 기르자. (...) 날마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궁리해보자. 그러면 두려움, 분노, 원망, 좌절감에 시달리지 않고 가장 내밀한 가치관과 원칙에 따라 인생에서 만나는 갖가지 놀라운 일에 대응할 수 있다. (230쪽)
- 자신을 연민하지 않고는 타인을 연민하기 어려운 것처럼 수용은 나 자신에서 시작해야 한다. (...) 우리는 활력 있는 사람이 사과를 더 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뿐만 아리나 활력 있는 사람은 자기연민 수준이 더 높다. (231쪽)
- 더 나은 문지기가 되자. 나는 내 안에 무엇을 들일지 결정하는 정신적 문지기다. 주의력은 우리의 문지기이자 보안요원이다.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선택하는 일은 곧 내 안에 무엇이 들어오게 할지, 그리하여 무엇이 뇌와 행동에 영향을 끼치게 할지 결정하는 일이다. 집에 누가 들어올지 항상 선택할 수는 없지만 누구를 머물게 할지는 결정할 수 있다. (249쪽)
4. 목적: 타인과 세상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삶
- 대학생에게서는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들린다. 19-21세 대학생 10명 중 4명은 진정한 목적을 발견했다. 이런 학생은 예술, 공동체 봉사, 영적 헌신, 가족을 통해 진정한 목적을 발견하고 실천한다. 하지만 40퍼센트가 넘는 학생은 아직 목적이 없었다. 내가 두려워 하는 점은 이 학생들이 목적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친사회적 성향을 기르려면 어른들이 친사회적 성향에 부합하는 직업적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롤모델이 되어주어야 한다. 당신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거나 적어도 덜 고통스럽게 만들기 위해 제대로 일해서 성공하려는 열망의 관점에서 자신의 일을 설명할 수 있는가? 자신의 일을 소비의 관점에서 설명하겠는가, 아니면 기여의 관점에서 설명하겠는가? 부모가 자신의 직업을 설명할 때 타인과 사회에 무엇을 주는지 보다 자신이 무엇을 얻는지로, 곧 도움을 주기보다 받는 면에서 설명한다면 기여에 바탕을 둔 친사회적 삶의 지향점이 아니라 소비에 바탕을 둔 이기적 삶의 지향점을 본보기로 보여주는 셈이다. 자녀의 직업적 꿈과 열망에 반응하고 자녀와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281쪽)
- 아시아계 미국인의 낮은 활력도.
요즘 부모는 그 어느 때보다 자녀의 학업에 직접 관여한다. 부모는 자녀와 함께 놀거나 여가를 보내는 시간은 줄이고, 자녀와 함께하는 학교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부모가 고등교육을 받고 권위 있는 고소득 직업을 가진 성공한 가정에서 이런 변화가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부모가 얻은 고등교육과 고소득 직업은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자녀에게 부모의 성공에 보탬이 된 것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도록 권하는 유인책이 된다. (...) 이 모든 요인이 모이면 기대치가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징벌적인 수준으로 높아서 결국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는 부적응적 완벽주의를 낳는다. 이런 식의 완벽주의는 학생이 뛰어난 학업 성취로 얻을 수 있는 웰빙을 좀먹는다. (284-285쪽)
5. 놀이: 일상을 벗어난 시간
- 수동적 여가X, 능동적 여가를 추구해야
- 사람들은 늘 경험을 추구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경험이 될 만한 것을 가져와 소비해버릴 상품으로 만드는 행태가 보여 안타깝다. 우리는 개인 장비를 이용해 뉴스의 정보원과 뉴스 리포터가 하나로 합쳐진 자신만의 보도 주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멋진 경험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경험이 아니라 물건이 되고, 대상이 되고, 소유물이 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진정 의미 있는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330쪽)
나의 경우: 1번과 2번은 꽤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5번도 꽤. 달리기도 일종의 놀이이고, 아이들과 하는 놀이도 즐겁다. 3번과 4번이 문젠데.. 3번의 명상, 4번의 봉사를 어떻게 실천해 볼까. 아이 친구 엄마가 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동네 쓰레기를 줍는 봉사를 하는 걸 봤는데 참 보기 좋았다. 거창한 거 하려 들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 봄이 좋겠다.
제목도 해결방안들도 그냥 보면 흔한 자기계발서 같다(자기계발서에 편견 있음). 하지만 연구 결과들 뿐 아니라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주변 사례들까지 풍부하게 담아 놓아 흥미로웠고, 향후 다가올 시들함 - 시들함은 주로 청소년기(10대), 25~34세, 65세 이후의 3단계에 가장 많이 발현된다고 하니 나 자신의 노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청소년기에 대비해서도 마음가짐을 가다듬을 계기가 되어 주었다. 역시나 모든 책을 육아서로 읽는 자답게 아이들 관련 부분을 제일 유심히 보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