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어 이펙티브 C# - 더 강력한 C# 코드를 구현하는 50가지 추가 전략과 기법, 2판
빌 와그너 지음, 김명신 옮김 / 한빛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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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하려면, C, C++, JAVA, C#, 파이썬 등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보통 프로그래밍 언어 입문서 하나 정도는 완벽히 봐줘야 한다. 입문서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수준이라면, 얼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if문, for문, 메소드, 클래스를 간단히 이용하는 정도에서 조금씩 상속과 추상 클래스와 같은 개념도 사용하고, 인터페이스, 람다식 등 좀 더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게 된다. 윈도우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윈폼이나 WPF에 대해서도 익히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프로그래밍의 내공이 쌓이면 쌓일수록, 의문이 하나 둘씩 쌓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 문법에 나오는 방법이 과연 최선인지? 이 방법으로도 가능하고, 저 방법으로도 가능한데, 어떤 것이 맞는 건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효율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유지 보수를 대비한 적절한 프로그래밍 방법은 어떤 것인지?처럼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적 사용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다.


개발 현장에서는 일정으로 인해, 대부분 시간에 쫓기다 보니, 이런 의문을 스스로 풀어볼 시간이 없다. 괜히 이런 문제를 붙잡고 있게 되면, '여기가 연구소냐'하고, 핀잔 듣기 쉽다. 그렇지만, 이런 의문은 좋은 개발자로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귀찮다고, 그냥 넘어가고, 바쁘다고, 건너뛰면, 개발자의 스킬은 정체되고 만다.


그럼 무조건 시행착오도 겪고, 검색하며, 검증하고 그런 막대한 시간을 써서라도 해야 할까? 물론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것도 능력이 어느 정도 돼야 가능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린 책이라는 막강한 도구가 있다. 최고의 전문가가 그러한 것들을 대신 연구하고, 최적의 길을 알려주고 있다.


C# 언어의 경우 그러한 역할을 해주는 책이 바로 빌 와그너의 'Effective C#'이고, 더 한 단계 나아간 책이 'More Effective C#'이다. 이 책들은 이미 많은 C# 개발자들이 봐왔던 책으로 그만큼 내용면에서 검증이 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책은 'More Effective C# 2판'이다. 이 책은 C#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를 말하고 있다. 즉 C#의 바른 사용법, 효율적인 사용법, 권장 사항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책 구성을 보면, 데이터 타입, API 설계, 태스크 기반 비동기 프로그래밍, 병렬처리, 동적 프로그래밍, 글로벌 C#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이렇게 6파트에 50가지 아이템으로 되어 있다.


아이템을 몇 가지를 보면, '값 타입은 변경 불가능한 것이 낫다', '상속보다는 인터페이스를 정의하고 구현하는 것이 낫다', 'async void 메서드는 절대 작성하지 말라', '스레드를 생성하지 말고, 스레드 풀을 사용하라'와 같이 실제 프로그래밍에서 어떤 것이 좋은지, 그 이유와 잘못 사용 시의 문제점을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2판은 C# 버전 7을 기반으로 설명했으며, 오래된 기능과 기존에 나온 책의 내용을 재구성한 면도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자동화 프로그래밍을 자주 하다 보니,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처리하기 위해, 병렬처리, 멀티스레드 등에 고민이 많았었다. 어떤 방법을 쓰는 게 맞는지, 많은 시간을 고민도 했었다. 그런데도 명확한 답을 내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 마침 풀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고민을 깔끔히 해소해줬다. 

스레드풀 사용에 대해서도, 처리시간 그래프까지 잘 나와 있고, 생성할 스레드 수에 대한 어드바이스 또한 아주 요긴했다.




BackgraoundWorker 경우 전부터 인터넷 검색에서 그걸 쓰라고 해서, 쓰기는 했는데, 정확히 알지 못하고 쓰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BackgroundWorker의 자세한 동작과 어떤 이점이 있고,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고, 좀 더 폭넓은 활용에 대한 힌트도 얻었다.


아울러 그동안 습관적으로 써왔던 내 코딩 방법이 제대로 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왜 그렇게 쓰는 게 맞는지도, 그 이유와 함께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More Effective C#'은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상당히 심도 있다. 그만큼 난도가 높은 책이다. 중급 또는 중상급 이상의 수준이다. C# 문법 지식이 확실하지 않으면, 내용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을 것이다. 부분적인 이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C# 문법 이해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혼란스러운 부분을 확실하고 깔끔하게 정리해주므로 꼭 봐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특히 앞에서도 말했지만, '모어 이펙티브 C#'은 C# 전문가의 입장에서 C#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발전적인 C# 사용법을 익히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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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을 생수병에 담으면 얼마에 팔 수 있을까? - 잘 팔리는 가격의 경제학
나가이 다카히사 지음, 김정환 옮김 / 토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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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장사나 사업을 꿈꿔 봤을 것이다. 머릿속에 탑을 쌓듯이 커가는 모습도 그려 봤을 것이다. 구체적인 아이템 아이디어를 가진 경우는 더 생생한 그림을 그려봤을 것이다. 그런데, 항상 어려운 문제는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좋은가 하는 것이다. 아닌가?

적어도 내 경우는 항상 그래왔다.


도대체 가격을 얼마로 정해야 물건을 파는 나도 만족하고, 사는 사람도 만족할까? 더 비싸게 팔아도 되는데, 멍청하게 너무 싸게 파는 거 아냐? 혹은 너무 비싸서 안 사면 어떡하지? 박리다매? 고가정책?

이러저러한 별별 생각을 다 해봤다.


그렇다고 아이디어 단계에서 소비자 대상으로 설문을 할 수도 없는 거고, 설령 그렇게 했다고 해도, 그것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 때문에 관련 경제책을 봐도 대부분, 수요, 공급과 같은 너무 교과서적인 얘기가 많거나, 사례만 주르륵 나열한 경우가 많았다. 그것도 아니면, 소비 심리 얘기였다. 실질적인 가격 결정에 대한 책은 그다지 보질 못했다.


내 경험과 생각을 이렇게 장황에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만큼 가격 결정이라는 문제에 고민을 많이 했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하소연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최근 생각지도 않은 '수돗물을 생수병에 담으면 얼마에 팔 수 있을까?'라는 제목도 좀 단순하고 두께도 별로 되지 않은 책에서 그동안 고민하고 궁금해왔던 많은 것들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일단 전체적으로 이 책을 설명하자면, 기본적으로 가격결정을 행동경제학이라는 시선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인간 심리적인 측면을 토대로 앵커링 효과나 프로스펙트 이론, 서브스크립션 모델, 프레이밍 효과 등에 대한 다양한 가격 반응을 말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내가 오히려 이 책보다 더 어렵게 말하고 있는 거 같다. 이 책은 절대 절대 골치 아픈 경제서가 아니다. 아무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무척 쉽게 쓰인 책이다. 그만큼 번역도 잘 된 책이다.


'수돗물을 생수병에 담으면 얼마에 팔 수 있을까?'이 쉽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제목처럼 가격 결정에 대한 것을 직접적인 사례를 통해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뿐만 아니라, 가구, 도시락, 커피, 유니클로, 맞선파티, 스키장, 100엔샵, 루왁 커피, 무료 잡지 등과 같은 많은 가격 결정에 참고가 되는 관련 사례가 잔뜩 들어 있다.


보통 이렇게 되면, 앞에서 얘기한 거처럼 사례만 나열된 책으로 끝나기 쉬운데, 이 책은 정확히 이러면 되고, 안 되고를 명확히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사례처럼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충족되야 하는지를 확실히 집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아이템에 대한 가격 결정을 할 때, 책 속 사례 중에서 비슷한 것을 찾아 조건에 맞는지를 대조해보며, 어떤 정책을 펴는 것이 더 안전한지 판단할 수 있다.



특히 내 경우 공짜, 무료, 공유 경제 그런 쪽 아이템에 관심이 높았는데, 책 속에 그러한 내용을 자세히 담고 있어서 아주 기뻤다. 소비자에게 공짜, 무료가 되려면, 공급자가 자선 사업가가 아닌 이상, 그에 상응하는 이득이 있어야 한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기에 그만큼 좋은 아이디어지만, 어디선가 수익은 내야 한다.


일단 책에서는 우리의 제로페이 사업과 같이 수수료 없는 중국 전자화폐 상황과 19세 무료 스키장 이벤트, 미슐랭 가이드 등의 예를 들며, 이러한 무료 비즈니스를 수익 형태로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눠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무료 비즈니스의 핵심과 주의점 또한 명확히 하고 있어, 이런 비즈니스의 큰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공유경제 비즈니스, 무료 비즈니스 책에서는 주로 사회적 영향, 파급 효과를 많이 얘기하는데,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수익이 더 중요하다. 수익 창출 아이디어는 자신의 몫이지만, 최소 정리라도 되어 있었으면 했는데, 그런 답답한 부분을 이 책이 후련하게 해소해줬다.


물론 '수돗물을 생수병에 담으면 얼마에 팔 수 있을까?'에 나온 내용 그대로 다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그러나 최소 이런 판단의 기준이라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무척 고마움을 가지고 있으며, 재미도 있었고, 가격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아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 만큼 장사나 사업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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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조각 100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100
차홍규.김성진 지음 / 미래타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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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진짜 재미있게 본 미술 책이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미술 100'이었다. 

서양 미술을 책 한권으로 다 꿰뚫어 주는 책이었다. 예술 사조의 흐름에 따라 시대적 문화적 배경도 잘 설명되어 있어,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서양 조각 이야기인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조각 100'가 나왔다는 소식에 도저히 안 볼 수가 없었다. 

이 책은 그리스 고졸기 시대의 쿠로스 상으로 시작해서, 고전기, 헬레니즘 시대, 로마 시대, 고딕 시대, 르네상스 시대,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조각, 근대 조각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조각 100'보면서 느낀 건, 내가 서양 조각에는 완전히 까막눈이었다는 것이다. 미술 쪽은 그래도 많이 주워듣고 본 것이 있었지만, 서양 조각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생소한 것들 천지였다. 기껏 아는 것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나 다비드 상, 정도가 그나마 책 속에 익숙한 작품 정도였다. 

 

그런데 그것은 미켈란젤로에 극히 일부분만 아는 것이었다. 다양한 노예상도 만들었고, 자신의 묘를 장식할 조각도 했다. 게다가 만들다만 조각들도 여럿이 있었다. 미완성 작품은 그가 어떻게 조각 작업을 했는지 엿볼 수가 있었는데, 마치 돌 속에서 튀어나오려는 모습 같기도 하고, 사람이 마법으로 인해 돌에 갇히는 모습 같기도 했다. 그만큼 아주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조각 사진만을 단순히 담은 것이 아니라, 손실된 부분을 재현하거나, 사라진 색채를 복원한 사진들도 담고 있다. 그리고 조각은 3D 입체 조형물인 만큼, 한쪽 면만 본다면, 그건 확실히 그 작품을 제대로 본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는 필요에 따라 다양한 각도로 찍은 사진이 있어서,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파르네제의 헤라클레스나 벨베데레의 아폴론의 뒷모습이 그 예이다.


책 속에 나온 작품들 하나하나 참 대단했다. 고졸기에 조각들은 어색하지만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리스 시대의 작품들을 보면, 과연 이게 기원전 4백 년, 5백 년 전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정교했다. 한참 뒤인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과도 그 차이를 모를 정도였다. 돌을 가지고, 유리 빛 살결도 표현하고, 힘줄과 혈관까지도 정교히 조각한 것을 보면, 당시 조각가들은 사람이 아닌 거 같다는 생각까지 한다. 

지금 이렇게 조각하라면, 과연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여러 조각 중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도나텔로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상이다. 섬세하면서도, 추상적인 표현이 현대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감정 표현이 너무나 생생해서 이 작품을 보고 또 보게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흐르는 눈물까지 표현한 베르니니가 만든, 페르세포네의 납치라는 작품이다. 눈동자와 눈물, 움켜쥔 허벅지에 표현 모두가 너무 생생하다. 이걸 어떻게 대리석으로 만들었는지 그저 감탄만 나온다.


책을 보면서 같이 생각해본 것은 동양의 조각 문화였다. 확실히 동양에는 조각 문화가  적은 거 같다. 있어도 거의 대부분이 종교적 필요에 따른 불상이나, 석탑, 비석류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서양 조각과 같이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어 있지 않고, 섬세함도 많이 떨어진다. 두 문화가 걸어온 길이 전혀 달랐기에, 어디가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만일 동양의 조각가가 인간 본연의 모습에 집중했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 궁금해진다.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조각 100'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책이었다. 이 책 한 권으로 멋진 서양 조각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저자들이 가이드가 되어, 쉬운 설명으로 조각의 미학적 특징, 작품의 집중 포인트 같은 것도 잘 알려주고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본 책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꼭 봐야 할 필독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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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보는 미래 과학
마티 조프슨 지음, 엄성수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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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바닥에 떨어진 음식 5초 안에 주워 먹으면 상관없다는 얘기를 많이 친구들과 놀면서 많이 들었던 거 같다. 이는 동네마다 달라서, 어디서는 3초, 어디서는 다섯 셀 때까지, 다양한 버전이 있긴 하지만, 맥락은 얼추 같다. 


난 이게 우리나라에서만 하는 얘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서양에서도 5초 룰, 3초 를 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농담 같은 얘기를 직접 진짜 그런지 실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1초 간 떨어져 있어도 절대 주워 먹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바닥에 닿는 순간 바로 세균에 오염된다고 한다. 실험 결과를 보면, 특히 젖은 바닥에 떨어지면, 아예 미련을 버리고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으론 바닥에 떨어진 거 주워 먹으려 하면, 아이 때 놀리며 하던 말처럼, '얼레리 꼴레리, 땅그지래요' 하며 건강을 위해 절대 못 먹게 해야 하는 거다.  


이런 뭔가 재미있기도 하고, 엉뚱한, 음식과 관련된 숨겨지거나 알지 못하고 지나왔던 과학 이야기를 다룬 책이 바로 '음식으로 보는 미래 과학'인 것이다. 흔히 음식 이야기라면, 요리사나 영양학 전공자가 책을 쓰는 것이 보통이겠으나, 이 책은 저자부터 색다르다. 산발한 머리로, 보는 것만으로도 괴짜스러운 모습을 한 생물학 박사, 마티 조프슨이다. 영국 BBC 방송 'The One Show'에 고정 출연하며 과학 관련 라이브 실험을 보여주고 있는 유명인이다.


책 속 첫 이야기는 요리에 필수 도구인 칼과 관련된 과학 이야기이다. 어떻게 칼이 요리 재료를 썰 수 있는지, 칼을 만들 때 사용되는 재료 물성 이야기, 칼날의 각도와 같은 것도 말하고 있고, 심지어 종이에 손이 베이면 왜 더 아픈지도 다룬다. 


바늘이 가면, 실이 가듯이, 칼이 나왔으니, 도마도 당연히 나온다. 도마의 단단함에 관련된 메인 주제로 도마로 사용되는 각종 재료에 얽힌 이야기를 하면서, 모스 경도도 나오고, 도마의 세균 문제도 함께 나온다. 


이렇게 간략히 요약한 것만 보면, '음식으로 보는 미래 과학'이라는 책은 무척 따분하고 지루한 공식과 화학식 등이 난무하는 재미없는 책일 거 같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의 개인적 경험 이야기도 들어 있고, 과학에 관련된 것들도, 누구나 부담 없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맞춰 다루고 있다. 일종의 과학쇼를 보는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책이다. 아마도 저자의 라이브 실험 방송 경력과 무관하지 않은 거 같다.


칼과 도마 외에 책에는 압력솥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달걀 거품, 뻥튀기, 빵, 음식물과 몸에 관련된 세균 이야기도 나오고, 맛있는 고기의 비결인 마이야르 반응, 캐러멜화, 초콜릿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특히 마지막 장에는 미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중에 하나가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던 알약 음식이다. 알약 하나로 하루나 며칠 치 영양분을 섭취하는 그런 상상 말이다. 내가 지금은 엄청 먹어대고 있지만, 어렸을 때 항상 듣던 소리가 '제발 좀 밥 좀 먹어라'였다. 진짜 그때는 왜 그렇게 밥 먹기가 싫었나 모르겠다. 아무튼 그때 했던 상상이 '그런 알약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였다. 


그런데 책을 보니, 그런 상상은 많은 과학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영양적으로 작은 알약 하나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알약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하루 200개 정도를 섭취해야 한다고 한다. 물리적으로 한 알은 절대 불가능한 것이다. 맛없는 알약을 200개 먹는 상상을 해봤는데, 지금도 하루에 영양제 몇 알 먹는 것도 힘든데, 200개는 먹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설령 하나로 압축하는 기술이 나왔다 하더라도, 우리 체내 시스템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소화 기관에 문제가 생기고, 장내 미생물이 제어력을 상실해서 장 내벽이 분해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인류가 광합성하는 형태로 진화한다는 설정이 있는 만화 시도니아의 기사처럼 인간이 새롭게 진화가 되지 않는 한, 알약 한 알로 살았으면 하는 상상은 그저 망상일 뿐이다.


그 외에 '음식으로 보는 미래 과학'에서는 배양 고기, 미래 농사 방법, 식품 사기 막는 기술, 곤충 섭취 등 앞으로 사람들의 음식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도 생각해보고 있다. 


'음식으로 보는 미래 과학'은 음식을 그저 살기 위한 에너지원 또는 식도락을 즐기는 대상 정도로 생각하는 좁고 단순한 시선을 과학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존재로 확장시켜 줍니다. 게다가 음식과 관련된 미래의 모습도 현실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해줍니다.

침대가 과학이라면, 음식도 확실히 과학입니다. 물론 세상에 과학이 안 들어간 물건은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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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2 -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작용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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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 책 제목만 봐도 사실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명화와 복잡한 공식이 연상되는 화학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바로 떠오른 것이 없다. 물리나 수학 아니 천문학까지는 그래도 원근법이나 건축, 별자리 등 관련된 다양한 게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화학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도 바로 떠오른 게 없다 


그런 만큼 '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는 그림도 좋아하고, 과학도 좋아하는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큰 기대를 가지고 머리말부터 읽어 나갔는데, 그러고 보니 물감이 바로 화학 제품이었다. 왜 이걸 생각 못했는지 모르겠다. 


이 책 속에는 내가 전부터 알고 있었던 각종 미술 작품들이 나오는데, 단지 미술적인 입장에서의 작품 해석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시선으로 본 작품들에 관련된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예술과 과학 모두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 즐거움이 두 배였다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복잡한 화학 얘기가 나오는 책은 절대 아니다. 내용 대부분은 미술에 대한 해석과 당시 사회상, 비하인드스토리와 같은 것이고, 그 안에 맛깔을 더 내주는 조미료로 화학이나 과학에 관련된 이야기를 섞어 말하고 있다.

 

첫 주제의 화학 양념은 역시 물감이다. 연백, 탄산수산화납에 대한 당시 얘기가 나오고, 이후에도 템페라나 유화물감, 각종 안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외에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나 색채과학, 원근법 등도 등장한다.


유명한 화가 고흐 작품에 대한 얘기가 대표적인 물감 얘기라고도 할 수 있다. 고흐의 그림들이 노란빛을 잃고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은 그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들어 봤을 것이다. 특히 해바라기와 같이 노란색을 많이 쓴 그림들이 그렇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접할 수 있다.


뭉크의 절규 또한 누구나 잘 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재미난 사실은 배경에 정신없이 표현된 붉은 하늘이 단순히 화가의 창작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드물지만 실제 발생하는 자개구름이라는 기상현상이라고 한다. 또 다른 과학자는 당시 인도네시아의 화산 폭발이 그곳의 하늘에 영향을 미쳐 그렇게 되었을 거라고도 한다. 이런 것까지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참 대단하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여태 알고 있었던 절규가 인간의 절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절규에 놀라는 모습이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사람의 심리적 표현이 아니라, 기이한 자연 현상의 비명에 놀라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래 처음 붙인 제목이 '자연의 절규'였다고 한다. 여태 미친 사람이나 정신이상자를 표현할 때 자주 등장했던 그림인데, 앞으로는 자연 파괴의 현장에 써야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재미있는 그림 얘기들은 이 밖에도 너무 많다. 클림트가 화려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용한 금에 관련된 이야기도 있고, 밀레의 '만종'에 얽힌 음모론? 웃는 초상화로 유명한 할스의 주황색 사랑 이야기 등 책 속에 빠져들게 하는 내용들이 많이 있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예술은 역시 그 당시 문화와 풍습, 종교, 역사적 사실과 아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학과도 뗄 수 없는 것이 예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학이든 물리든 화학이든 생물이든 어느 한 분야를 떼어 낸다면, 우리가 지금 감동하고 있는 많은 작품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그동안 모르고 넘겨왔던 예술 속 과학의 존재를 어렵지 않게 잘 짚어서 말해줬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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