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본보는 지난달 22∼24일 서울 소재 대기업의 30, 40, 5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노후생활에 대한 이미지와 준비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연령대별로 나누어 심층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를 했다. 각 그룹에는 5∼8명이 참여했다. 이와 별도로 영세 자영업자 50명과 복지문제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직접 면접 및 전화인터뷰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노후에 대해 밝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자신이 기대하는 것에 비해 노후 준비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승권(金勝權) 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정책연구본부장은 “멋진 노후 준비에 돈이 전부는 아니다”면서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취미, 지역 봉사 활동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 직장인들, 인생 ‘이모작'으로 승부

50대와 40대 중반 이상 직장인들은 현실적으로 퇴직이 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노후 모습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그리고 있었다. 질병, 외로움, 무력감 등의 이미지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여유로움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운이 좋아 50대 후반에 은퇴한다 해도 30년 넘게 남는다. 은퇴하면 사회적 영향력은 떨어지겠지만 불행할 것 같지는 않다. 인생 이모작 때는 하고 싶었던 음식 공부를 하면서 관련 분야의 방송 리포터를 하고 싶다.”(40대 후반의 S그룹 이사)준비 기간이 많은 30대는 더 희망적이었다.

“내가 60, 70세가 됐을 때는 지금의 노인들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꾸준한 운동과 성형수술로 젊음을 유지하겠다. 그때쯤 가면 대단히 유명한 치즈 관련 요리사가 돼 있을 것이다.”(30대 중반 O그룹 과장)

○ 기대에 비해 준비는 부족

노후생활을 전반적으로 밝게 보고 있지만 막상 희망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는 대체로 부족한 편이었다.

특히 이번 심층조사에서 드러난 특징 가운데 하나는 30대가 노후에 대해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40, 50대가 막연한 설계와 준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한 친구 6명과 함께 서울 근교에서 도넛 모양의 집 6채를 짓고 함께 살 계획이다. 아내들도 동의했고 땅도 알아봤다. 적금도 붓고 있다.”(30대 초반 O그룹 대리)“남편과 함께 55세까지 20년간 열심히 일해 돈 모으고 은퇴 후에는 좋아하는 첼로 연주를 하고 책도 쓰고 싶다. 마을 노인을 모아서 오케스트라를 만들면 멋질 것 같다.”(30대 중반의 S그룹 여성 과장)“어젯밤에 처음으로 통장을 꺼내 놓고 계산해 봤다. 달리 노후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없고 당장 부업을 할 형편도 아니어서 노후에 얼마가 필요할지도 꼼꼼히 따져 보지 못했다.”(40대 초반 S그룹 부장)인터뷰 대상자에게 ‘자신이 기대하는 노후를 위해 집을 빼고 얼마 정도의 재산이 필요할 것인지'를 물어본 결과 연령과 직급에 관계없이 “10억∼20억 원”이라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얼마를 모을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30대 일부와 대기업 이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5억 원도 채 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만큼 ‘기대'와 ‘현실'의 격차가 컸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45세의 직장인이 58세에 은퇴해 지금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주택 외에 현금 자산으로 최소 9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자영업자, 은퇴 없지만 불안감 커

자영업자는 은퇴 시기가 없는 대신 빠듯한 생활로 저축액이 많지 않은 게 보통이다. 더구나 퇴직금도 없어 계획적인 노후 설계는 더욱 힘들다.

“‘노인' 하면 추하게 늙는다는 생각밖에 안 난다. 자식에게 짐 안 되고 곱게 늙으려면 운동을 해야 하는데 먹고살기 바쁘다.”(50대 중반·여·강남고속버스터미널 잡화상)그나마 노후에 일거리가 있으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9년째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는데 자식들이 취직하고 나면 파주, 양평같이 환경이 좋은 곳에 가서 택시 운전하면서 용돈이나 벌겠다.”(50대 후반·서울 강서구 화곡동·택시운전사)현재 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영업자는 약 570만 명. 하루하루 벌어먹기 힘든 이들은 노후 준비는 생각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 돈 적게 들이고 즐기는 방법 찾아야

노후 대비 항목 1위는 당연히 ‘건강'이었다. 그 다음이 ‘돈 또는 일'과 ‘가족관계'가 비슷한 비중이었다.

특히 연령대, 직장인, 자영업자를 가리지 않고 “자녀에게 기대는 시대는 이미 갔고 늙을수록 자녀보다는 배우자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대답했다.

광주여대 박천규(朴天圭) 실버케어학 교수는 “노년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많이 다를 수 있다”면서 “어차피 수입은 정해져 있는 만큼 욕심 없이 살고, 돈 없이도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forum@donga.com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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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4-0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마이 모자라..-_-+
열심히 벌어야겠네요.

하늘바람 2006-04-0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야클님 얼마나 모자라실까요? 전 턱도 없는데
 

한국 첫 우주인 후보 찾습니다
2006-04-05 01:38:00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에 대한 선발 기준이 확정됐다.

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남녀 구분 없이 만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오는 21일부터 7월14일까지 접수를 받는다고 4일 밝혔다.

신체조건은 키 150∼190㎝, 몸무게 50∼95㎏, 발 크기 29.5㎝ 이하, 시력 나안 0.1, 교정 1.0 이상 등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호를 타기 위한 기본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당뇨병이나 협심증, 출산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여성 등은 제외된다.

1단계에선 3.5㎞ 단축마라톤을 통해 기초체력을 검사하고(20분 기준) 필기시험을 통해 영어와 상식 수준도 평가한다. 영어는 우주인 훈련과 비행과정에서 공용어로 쓰이기 때문에 읽고 대화할 수 있는 기본 실력을 갖춰야 한다.

1단계를 통과한 300명은 오는 7∼9월 우주환경 적응능력을 보기 위한 2, 3단계에 걸친 심층평가를 받는다. 임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지식과 무중력 적응성, 상황대처 능력도 종합적으로 검사한다. 여기서 합격점을 받은 10명은 오는 11∼12월 4단계 평가에 들어간다. 폐쇄공간 적응과 훈련용 비행기 탑승 평가를 실시하며 러시아 의료진에 의한 의학 검진도 거친다.

최종 선발된 2명의 후보는 오는 2007년부터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15개월간의 훈련을 받고 최종 1명만이 2008년 4월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열흘간의 우주비행을 하게 된다. 최초 우주인은 러시아인 2명과 함께 비행하며 우주정거장 ISS에서 간단한 과학실험을 할 예정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체력과 영어 등의 조건을 고려해볼 때 20대나 30대 초반이 뽑힐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며 “최초 우주인은 비행을 마치고 돌아와 우주과학 홍보대사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접수는 인터넷 www.woojuro.or.kr에서 받는다.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에는 총 2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운임료에만 200억원이 소요된다.

eunwoo@fnnews.com 이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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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매지 > 모네의 정원에서

모네의 정원에서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 / 레나 안데르손 그림 / 김석희 옮김 / 미래사

 

 

 



 
 
 
나는 꽃을 무척 사랑한답니다.
그건 우리 아파트 위층에 사시는 블룸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예요.
할아버지는 옛날에는 정원사이셨지만 지금은 은퇴하셨어요.
나는 할아버지 댁에 가서 프랑스 화가인 클로드 모네에 관한 책을 보는 게 즐거워요.
모네 역시 꽃을 사랑해서 많은 꽃그림을 그렸어요.
책에는 아름다운 모네의 정원 사진도 실려 있어요.
 
"모네의 정원에는 어떻게 갈 수 있죠?"
"우선 파리에 가야 돼."
"파리는 너무 멀잖아요."
"그래, 하지만 갈 수 없는 건 아니야."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파리에 갈 준비를 모두 끝내고 8월에 떠났어요.
수련이 8월에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에스메랄다 호텔'에 묵었어요.
호텔은 작고 낡았지만 파리 시내를 흐르는 센 강 근처에 있었어요.
에스메랄다는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곱추>에 나오는
집시 여인의 이름을 딴 거예요. 

 



 

 

파리에 온 첫날,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마르모탕 미술관'에 갔어요.
이 미술관에는 모네의 그림이 많아요.
책에 실린 그림을 보는 것과 '진짜'를 보는 것은 전혀 달랐어요.
우리는 하얀 수련 두 송이가 그려진 그림 앞에 서 있었어요.
나는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 보았어요.
그랬더니 수련은 물감 얼룩에 지나지 않았어요.
내가 다시 뒤로 물러서자, 수련은 연못에 있는 진짜 수련으로 바뀌었어요.
참으로 신기한 마술이었답니다!
우리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잠시 작은 배가 그려진 그림 앞에 앉아 있었어요.

 "저 배가 아직도 거기에 있을까요?"

"내일 보러 가자꾸나."

  




 

이튿날 아침 일찍, 우리는 생라자르 역에서 열차를 타고 센 강을 따라 달렸어요.
강변을 지나고, 크고 작은 배들과 선착장, 집들,
강둑에 축 늘어진 수양버들과 높이 솟은 포플러 나무들을 지나갔어요.
우리는 베르농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내렸습니다.
역에는 자전거를 빌려 주는 곳이 있어서
'클로드 모네 기념관'이 있는 지베르니 마을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었어요.

  




 

마침내 우리는 도착했어요!
정원에는 크고 많은 꽃들이 즐비했어요.
할아버지와 나는 경치를 구경해야 할지, 아니면 사진을 찍어야 할지
결정하기가 무척 어려웠어요.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를 졸졸 따라왔어요.
나는 모네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뒷계단에 나와 앉았어요.
나는 집에 보낼 그림 엽서에다 이렇게 썼어요.

 

"우리는 이곳에 앉아서 모네 가족을 흉내내고 있답니다.
정원은 너무너무 멋있어요.
이제 우리는 수련 연못을 보러 갈 거예요."

  



 

 

"할아버지, 저것 좀 보세요! 저기 일본식 다리가 있어요!"
마침내 다리 위에 섰을 때, 나는 너무나 감격해서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였답니다.

 "연못 저편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 다리를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째서지?"

"이 다리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인상'을 얻기 위해서예요. 모네처럼요."

 하지만 건너편에 도착했을 때쯤, 내 인상은 모두 사라졌어요.
하지만 모네는 인상을 붙잡는 '훈련'을 쌓았어요.
모네는 날마다 다리를 주의깊게 관찰해서 그렸는데
똑같은 그림은 한 장도 없었어요.

 




 

나는 여러 각도에서 연못 사진을 찍었어요.
내가 수련을 카메라에 담고 있을 때면,
블룸 할아버지는 내가 연못에 빠질까 봐 가슴을 졸였지요.

 




 우리는 모네의 정원으로 흘러드는 뤼 강 어귀에서 도시락을 풀었어요.
오는 길에 사온 염소치즈와 고기파이, 사이다도 좋았고
특히 바게트 빵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이 있었어요.
점심을 먹은 다음, 나는 풀밭에 벌렁 드러누워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았어요.

파리를 떠나는 날, 블룸 할아버지가 여섯 시에 나를 깨웠어요.

 "지금 당장 일어나면, 멋진 걸 한 가지 더 볼 수 있을 게다."

"정말요? 그게 뭔데요?"

"센 강의 해돋이 장면."

"저는 졸리니까 할아버지 혼자 가세요."

 

하지만 나는 결국 할아버지와 함께 밖으로 나갔어요.
우리는 첫 햇살을 보며 모네가 그린 해돋이 그림을 떠올렸어요.

 




 

우리는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여행이 끝났어도 즐거움이 남아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나는 게시판에 파리 여행에서 가져온 그림 엽서, 입장권과 차표,
비둘기 깃털 한 개와 모네의 정원에서 만난 모네의 의붓 증손 사진을 핀으로 꽂아 놓았어요.
이제는 내가 파리와 모네의 정원에 갔다 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에펠탑은 어땠니?"하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답니다.

 

"에펠탑은 볼 시간이 없었어.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을 봐야 했거든."

  

 

 

모네의 그림 좋아하세요?
저에게 모네는 그림을 보는 눈과 마음을 열어 준 화가랍니다.
모네의 그림을 통해 다른 그림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제게는 그림 선생님이나 다름없죠.
이 책은 모네의 정원과 관련된 책들을 찾다가 알게 되었어요.
주인공 리네아가 일본식 다리 위에서 기뻐하는 모습의 표지에 단번에 마음이 사로잡혔어요.
언젠가 저 자리에 있을 제 모습을 상상하며 꿈을 꾸는 것도 좋았어요.
그 언젠가가 온다면 저도 리네아처럼 유명한 에펠탑보다는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에, 아를에 있는 고흐의 방에,
슈와젤에 있는 미셸 투르니에의 집을 보러 갈 거예요.

 이 책의 주인공 리네아는 스웨덴으로 입양된 한국 소녀를 모델로 했어요.
검은색 머리의 동양적인 얼굴만 봐서는 한국에서 파리로 떠나는 건가 했는데...
아무래도 블룸 할아버지가 이름도 얼굴도 한국 사람같지 않아서 헷갈리셨을 거예요.
리네아는 이 책의 그림을 그린 레나 안데르손의 실제 딸이라는데
입양한 딸을 모델로 그림을 그린 걸 보면 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아요.

이 책은 단순히 모네의 정원을 다녀오는 여행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모네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 주고 있어요.
페이퍼에 소개하는 글은 정말 극히 일부분의 글들이에요.
그러니 글을 읽을 줄 아는 나이대의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또 모네와 관련된 사진들도 많이 실려 있기 때문에 '작은 모네 안내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랍니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boo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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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06/03/29

베스트셀러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문이당)에는 이미 남편이 있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남편에게 청첩장을 내놓습니다. 남편은 처음에는 당혹해하지만 차차 그런 사태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나도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일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이루어지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어느 이가 쓴 서평을 읽으니 주위 사람들이 두 번째 남편 역할이라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나요? 이 책의 유행을 보면서 철옹성 같던 일부일처제가 이제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저뿐일까요.

『브로크백 마운틴』(애니 프루,Media2.0)은 동성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 상영 중인 동명의 영화 선전문구를 빌리면 이 소설은 '전 세계를 벅차게 한 (두 남자의)위대한 러브스토리'입니다. 물론 이 소설은 이미지가 다층적입니다. 두 남자가 강렬한 사랑을 하던 양 치던 시절, "그들이 세상의 주인공이었고,잘못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던 것 같은 산 위에서의 시간"은 우리가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의 강력한 기억으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두 남자는 엄연히 아내들이 있음에도 남몰래 사랑을 키워갑니다.

『결혼의 재발견-마케이누의 절규』(사카이 준코,홍익출판사)는 어떻습니까. 인격모독처럼 들리는 마케이누(싸움에 진 개)라는 말은 2004년에 일본에서 유행한 10대 키워드 중의 하나인데 노처녀나 이혼녀를 의미합니다. 이 책은 대단한 베스트셀러였습니다. 글쎄요,독신여성의 문제가 비단 일본만의 문제일까요. 우리나라도 독신여성들을 모두 결혼시킬 수만 있다면 심각한 주택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을까요.

『밤티마을 영미네집』(이금이,푸른책들)은 '20세기를 대표할 만한 10편의 우리 아동문학'에도 선정된 10만부나 팔린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이혼가정을 다뤘습니다. 『로테와 루이제』(에리히 캐스트너,시공주니어), 『따로 따로 행복하게』(배빗 콜,보림), 『악어입과 하마입이 만났을 때』(장수경,사계절), 『난 이제 누구랑 살지?』(에밀리 멘데즈-아포데,비룡소), 『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네레 마어,아이세움) 등은 모두 이 주제를 다룬 책인데 주요한 아동전문 출판사에는 어김없이 이혼가정을 다룬 잘 팔리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이 있습니다.

작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작가 김애란의 소설집 『달려라 아비』(창비)는 아버지의 부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고 집을 나간 뒤 죽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나라 밖의 통제할 수 없는 힘이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 것에 대한 울분을 그렇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요.

이렇게 열거하고 보니 정말로 가족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가족의 재발견'에 값하는 주제는 이 밖에도 많습니다. 하인즈 워드,대니얼 헤니,데니스 오 등의 등장이 의미하는 혼혈 문제와 가족이 아니면서 가족처럼 살아가는 드라마 <안녕,프란체스카>의 대안가족 등도 우리가 깊게 생각해봐야 할 주제입니다.

산다는 것은 진정 무엇을 의미할까요. 앞에서 예시한 사례들은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에서는 파행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보니 남들이 뭐라 하든 그런 삶 또한 별 것 아니더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우리는 누구나 딱 한 번뿐인 인생을 초보자로 살아갑니다. 삶이 자기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요. 누구나 삶에서는 늘 초보자일 뿐입니다. 그래서 개인에게 운명처럼 다가오는 다양한 삶을 이제 서로 존중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사게재 : 국민일보 2006.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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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원의 한 출판사와 5억 원의 200개 출판사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06/03/21

1000억 원 매출의 한 출판사와 5억 원 매출의 200개 출판사.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일까? 얼마 전 '책을만드는사람들'(책만사)에서 이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여러 언론에서 그 내용을 크게 다뤘다. 웅진씽크빅 출판부문 최봉수 대표와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가 양쪽의 발표자로 나섰다. 이 토론회는 잡지기획자인 내게도 너무 매력적인 주제인지라 발표문을 뒤늦게 구해 읽어보았다. 그날 참석한 사람들 몇에게 의견을 묻기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속마음은 똑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 대표의 주장은 '명쾌'하다. 개별 나라의 사정을 살펴보았을 때"상위 출판사의 시장점유율이 영미권의 경우 랜덤하우스 17퍼센트, 펭귄&피어슨과 사이먼 앤 슈스터가 15퍼센트 등 상위 5개 출판사가 70퍼센트 이상, 프랑스는 아세트와 비방디가 80퍼센트, 심지어 이태리는 몬다도리가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은"단행본 기준 상위 5개 출판사가 5퍼센트 내외다. 민음사계열이 작년에 400억 가까이 매출을 했는데, 시장 점유율은 1.7퍼센트, 1000억 출판사가 나와야 4퍼센트"에 이를 뿐이다. 그러니 규모가 큰 출판사가 나올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물론 우리 출판계 종사자 중에 이런 주장에 흔쾌히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오히려 비난할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에 대해 한국출판계가 정말로 겸허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느꼈다.

과연 한국출판은 김학원 사장의 발표문에 나와 있는 대로 "전문성의 확보와 최소한 20년, 30년을 한 분야에 매진하는 출판 인력 시스템"을 추구해 왔는가? 작년에 대한출판문화협회가 '1000명의 전문편집자를 키워야 한다'며 국가에서 100억 원을 지원하라는 이른바 '제주도 선언'을 했을 때 '지나가는 소도 웃을 소리'라고 웃고 넘겼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사 직원들에게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제대로 된 대접을 하지 못했음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출판계는 인력난이 심각하다. 그런데도 '한국형 임프린트'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몇 출판사에는 경력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 회사는 대기업 수준의 연봉과 인센티브, 그리고 상당한 자율권을 보장한다고 한다. 위즈덤하우스의 김태영 사장은 회사 경영의 다른 것은 양보할 수 있어도 55세 정년 시스템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다. 지금까지 이 땅의 출판'업자'들은 그렇게 하면 회사가 망한다고 생각하고 처자식을 줄줄이 회사로 끌어들였다.

그렇다면 김학원 사장의 주장은 어떤가? 1개 회사보다는 200개 회사가 있을 때 출판물의 다양성이나 창의성, 혁신성을 추구하기 쉽다는 그의 주장은 옳다. 그의 표현대로"깊이를 통한 두터운 넓이의 개척이며 사유의 세계가 보다 전문적이면서 보다 대중적인 길을 열어갈 희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화려한 수사가 갖는 기만일 뿐이다.

지금 이 땅의 출판풍토에서는 그 같은 일이 99퍼센트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과다 할인경쟁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는 지금 현실에서 연 5억 원 매출의 출판사가 나도 한몫하자고 나서기는, 더구나 '깊이'마저 갖춘 책을 펴내기는 10년 가뭄에 밭에서 콩 나는 것보다 어렵다.

전문기획자가 '깊이'를 지닌 책을 펴내기 위해서는 지금의 할인경쟁 체제보다는 도서정가제가 훨씬 유리하다. 그런 구조라야 자본경쟁이 아닌 질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김학원 사장은 지금까지 도서정가제는 변화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갖는 시대착오적 망상이라고 비판해왔다. 따라서 그의 이번 주장은 모순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그날 이벤트의 한 참석자가 지적한 바대로 한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욕망을 숨겼지만 결국 두 사람의 견해가 같은 맥락이라는 의견에 내가 전적으로 동의한 이유다.

기사게재 : <기획회의> 172호 발행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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