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74 : 분노 레이저 그의 조준 발사


내 눈에서 이글거리는 분노 레이저가 그의 머리를 조준한다. 발사!

→ 내 눈은 이글거리며 그이 머리를 겨냥한다. 쏴!

→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 사람 머리를 겨누고 쏜다!

《호두나무 작업실》(소윤경, 사계절, 2020) 25쪽


활활 타오르는 마음인 ‘부아’나 ‘성’은 ‘이글거리다’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글거리는 분노”는 겹말입니다. 이 글월을 보면 “내 눈에서 … 조준한다”인 얼거리예요. 여러모로 엉성합니다. “나는 눈으로 … 겨눈다”로 바로잡습니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본다”로 손볼 수 있고, “이글거리며 노려본다”로 손볼 만합니다. 일본말씨인 “조준, 발사!”는 “겨냥. 쏴!”나 “겨누고 쏜다!”로 고쳐씁니다. ㅅㄴㄹ


분노(憤怒/忿怒) : 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 또는 그렇게 내는 성 ≒ 분에

조준(照準) : 1. 총이나 포 따위를 쏘거나 할 때 목표물을 향해 방향과 거리를 잡음 2. 둘 이상을 대조하여 보는 표준

발사(發射) : 활·총포·로켓이나 광선·음파 따위를 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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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75 : -ㄹ 게 많다


아이는 배울 게 참 많다

― 아이는 우리를 가르친다

→ 아이한테서 배운다

《어린이의 여행법》(이지나, 라이프앤페이지, 2023) 60쪽


무늬는 한글이어도, 얼개가 우리말씨가 아니기 일쑤입니다. “아이는 배울거리가 많다”처럼 쓰는 글이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으나, 아이를 마치 사람이 아니라는 듯 여기는 얼개입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람으로 바라본다면, “아이는 늘 가르친다”나 “아이는 언제나 가르친다”나 “아이는 무엇이나 가르친다”처럼 글을 쓰고 말을 하게 마련입니다. 또는 “아이한테서 배운다”라 할 테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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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177 : 운전 -ㄴ 로망 가지고 있었다


나는 운전에 대단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 나는 부릉부릉 몰고 싶었다

→ 나는 손수 몰고 싶었다

《어린이의 여행법》(이지나, 라이프앤페이지, 2023) 17쪽


남이 모는 곳에 탈 수 있으나, 손수 몰고 싶을 만합니다. 스스로 몰면서 바람을 가르고 싶을 만합니다. 꿈을 품어요. 이루려고 하는 일을 가만히 그려서 마음에 담습니다. 보기글에서 “대단한 로망”은 옮김말씨에 일본말씨입니다. ‘-ㄴ’으로 적으니 옮김말씨요, 프랑스말 ‘roman’을 ‘로망’으로 읽으니 일본말씨입니다. “가지고 있었다”도 옮김말씨하고 일본말씨가 섞여 얄궂습니다. ㅅㄴㄹ


운전(運轉) : 1. 기계나 자동차 따위를 움직여 부림 2. 사업이나 자본 따위를 조절하여 움직임

로망(<프>roman) : [문학] 12∼13세기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통속 소설. 애정담, 무용담을 중심으로 하면서 전기적(傳奇的)이고 공상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 로맨스(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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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78 : 하지만 공부 것 나의 일천


하지만 고작 열 달 공부한 것으로 나의 스페인어는 일천했다

→ 그렇지만 고작 열 달 배운 스페인말은 얕았다

→ 그러나 고작 열 달 배운 스페인말은 허술했다

《어린이의 여행법》(이지나, 라이프앤페이지, 2023) 86쪽


‘그러나’를 ‘러나’나 ‘나’로 줄여서 쓰지 않듯 ‘그렇지만(그러하지만)’을 ‘지만·하지만’으로 줄이지 않습니다. 말을 배워서 쓰는데, 열 달은 짧거나 모자랄 수 있어요. 아직 어설프거나 얕을 만합니다. 엉성하거나 허술할 수 있습니다. 어설프니 다독입니다. 엉성하니 추스릅니다. 얕으니 다지고, 허술하니 채웁니다. ㅅㄴㄹ


공부(工夫) :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일천(日淺) : 시작한 뒤로, 날짜가 얼마 되지 아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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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숲노래 우리말 2024.4.24.


말꽃삶 33 읽고 말하는 아이어른

― ‘식물도감 읽기’와 ‘풀꽃 읽기’



  날씨를 읽는 길은 여러 가지입니다. 오늘날로 본다면, ‘날씨알림’을 손전화를 켜서 살필 수 있고, 보임틀(텔레비전)에서 흐르거나 새뜸(신문)에 적힌 ‘날씨알림’을 듣거나 읽을 수 있습니다. 또는 옆사람이나 이웃사람한테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먼먼 옛날부터 누구나 어디서나 한 일이 있는데, 스스로 하늘과 땅과 바람과 해와 별을 살피고 느껴서 헤아리는 ‘날씨읽기’가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서 어질게 돌보는 길은 여럿입니다. 오늘날로 본다면, 아이 나이에 따라서 배움터를 보내는 길이 있습니다. ‘아이돌봄’을 다룬 책을 찾아서 읽거나, 다른 보임틀(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는 옆사람이나 이웃사람한테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먼먼 옛날부터 누구나 어디서나 한 일이 있으니, 스스로 아이랑 눈을 마주보면서 온하루를 함께 살아내고 같이 살림하면서 배우는 길이 있습니다.


 ㄱ 식물도감 읽기

 ㄴ 풀꽃 읽기


  풀과 꽃과 나무를 아는 길도 여럿으로 꼽을 만합니다. 먼저 “식물학자가 엮은 식물도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식물학자가 가르치는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먼먼 옛날부터 누구나 어디서나 한 일이 있어요. 스스로 풀과 꽃과 나무를 눈여겨보고 들여다보고 살펴보고 지켜보고 바라보고 찾아보는 길입니다.


  모든 식물도감에는 ‘사투리’를 담습니다. 푸른별을 아우르는 ‘큰이름’이 라틴말로도 있을 테지만, 모든 나라마다 다 다른 말씨로 풀이름에 꽃이름에 나무이름을 스스로 지어서 가리킵니다.


  이제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다 다른 나라마다 풀이름을 누가 붙였을까요? 꽃이름과 나무이름을 누가 붙였을까요? 어느 나라 어느 겨레도, 풀꽃나무 이름은 ‘식물학자’ 아닌 ‘수수한 사람’이 스스로 붙였습니다.


  들살림을 하는 사람이 붙인 풀이름입니다. 숲사람을 하는 사람이 지은 나무이름입니다. 들숲살림을 하는 사람이 생각한 꽃이름입니다.


 ㄱ 작명소 아이이름

 ㄴ 어버이 아이이름


  아이이름을 짓는 길은 여럿입니다. 이른바 ‘작명소’에 맡길 수 있습니다. 빼어나거나 이름나거나 훌륭한 글어른을 찾아뵙고서 이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서 지을 만합니다. 우리 스스로 “아이하고 앞으로 사랑으로 지을 살림살이와 보금자리를 꿈으로 그리는 마음”으로 지을 만합니다.


  식물도감을 엮은 식물학자는 다른 식물도감을 읽고서 새롭게 식물도감을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곁에 둘 만한 식물도감이라면, “식물학자 스스로 풀꽃나무를 바라보고 살펴서 깨달은 이야기”를 담게 마련입니다.


  더 생각해 봐요. 우리는 누구나 “식물학자가 바라본 풀꽃나무 이야기”를 굳이 읽어야 할 까닭이 없이, “우리 눈으로 풀꽃나무를 바라보고 나서, 우리 마음으로 풀꽃나무 한살림을 알아본 이야기”를 품을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상담”을 받아야 “우리 아이 마음”을 제대로 알까요? 우리 스스로 우리 아이하고 이야기를 하고 함께 살아가는 보금자리에서 지켜보고 바라보고 살펴보는 동안, 스스럼없이 “우리 아이 마음”을 느끼고 읽을 수 있지 않나요?


 ㄱ 사전 뜻풀이 읽기

 ㄴ 내가 뜻풀이 붙이기


  낱말뜻을 헤아리는 길도 매한가지입니다. 다른 언어학자나 국어학자가 낱말 하나를 오래오래 들여다보고서 요모조모 살핀 끝에 붙인 뜻풀이를 낱말챡을 펴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어느 낱말 하나를 오래오래 헤아리고 두고두고 생각한 끝에 스스로 뜻풀이를 붙일 수 있습니다.


  풀과 꽃과 나무를 알고 싶다면, 식물도감을 펼 수도 있되, 이에 앞서 우리 스스로 풀과 꽃과 나무 곁에 서서 풀과 꽃과 나무를 들여다볼 노릇입니다.


  새를 알고 싶다면, 조류학자가 갈무리한 조류도감을 펴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새를 가만히 지켜보고 오래도록 살펴보면서 이웃으로 삼을 노릇입니다.


  텃밭을 짓고 싶으면, 땅을 마련해서 손수 호미질에 낫질에 가래질로 돌볼 노릇입니다. ‘텃밭도감’을 읽거나 ‘귀농학교’를 다녀야 텃밭을 지을 수 있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배움길은 ‘고비’하고 ‘고개’를 넘으며 천천히 돌아갑니다. 품을 들이고 짬을 들이는 배움길입니다. 텃밭을 스스로 짓다가 엉뚱하거나 뜬금없는 짓을 벌이고 말아서, 그만 몽땅 죽이거나 빈손이 될 수 있습니다. 남한테 안 기대고서 혼자 나아가다가 막다른 길에서 넘어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해보다가 으레 담벼락에 막혀서 눈물을 흘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식물학자도 국어학자도 조류학자도 모두 이런 빈손질과 눈물질을 거칩니다. 빈손질과 눈물질을 안 거치는 전문가란 아무도 없습니다. 수학자와 과학자도 끝없이 헛발질을 합니다. 틀린 길(공식·방정식)을 그야말로 오래도록 붙잡고서 씨름한 끝에 “아하! 내가 이렇게 틀렸구나!” 하고 깨닫는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내가 이렇게 틀린 줄 깨달을 때”에 “이제부터 슬기롭고 어질게 길을 밝히는 살림”에 눈을 뜹니다.


 ㄱ 아이 : 눈을 뜨려는 길

 ㄴ 어른 : 눈을 틔우려는 길


  아이는 어른 곁에서 눈을 뜨려는 사람입니다. 어른은 아이 곁에서 눈을 틔우는 사람입니다. 낳은 아이뿐 아니라, 온누리 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입니다. 아이들도 어른을 이처럼 바라봅니다. 아이로서는 온누리 모든 어른이 “우리 어른”입니다.


  눈을 뜨려고 태어나서 하나씩 손수 해보고 맛보고 겪으면서 배우는 길인 아이입니다. 아이는 손수 해보는 동안 차츰 철이 듭니다. 어느 해에 이르러 무르익는 마음이 확 움트고 싹틀 적에 꽃봉오리가 터지지요. 꽃빛으로 환하게 눈뜬 아이는 어른이라는 ‘철빛’을 품고서 일어섭니다.


  어른도 손수 해보는 동안 천천히 철을 가다듬습니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쓰러지고 자빠지는 동안에 빙그레 웃으면서 다시 하고 또 하고 거듭 합니다. 먼저 이 길을 걸어 보면서 쓴맛과 단맛을 누리는 길잡이가 어른입니다. 이리하여 어른다운 어른이란, “손을 잡아끄는 사람”이 아니라, “여태 걸어온 길을 즐겁고 상냥하게 이야기로 들려주어서, 모든 아이가 저마다 즐겁게 스스로 새길을 나아가도록 북돋우면서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할 만합니다.


 읽기에 잇고 익혀서 이곳에 있다


  읽는다고 해서 다 알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읽습니다. 읽으며 느끼고 받아들입니다. 읽은 여러 살림을 헤아리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잇노라면, 어느새 손에 익고 눈에 익으며 마음에 익어요. 바야흐로 무르익어 열매를 이루고 씨앗을 맺을 즈음에는 이곳에서 새롭게 서는 길을 알아차리지요. 드디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날씨알림을 손전화로 챙기는 길이 나쁘지는 않되, 스스로 하늘읽기하고 등지게 마련입니다. 식물도감에 기대기에 나쁘지는 않되, 스스로 풀빛과 꽃빛과 나무빛을 놓치거나 잊게 마련입니다. 아이를 배움터(학교)에 보내는 길은 안 나쁘되, 아이하고 함께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짓는 살림을 그만 놓치거나 잊기 일쑤입니다.


  스스로 다 하자면 오래 걸리거나 버거울 수 있겠지요. 이때에는 어른답게 아이한테 일손을 넘기면 느긋해요. 혼자 붙잡는 사람은 어른이 아닌 꼰대입니다. 기꺼이 나누면서 스스럼없이 노래하는 사람이기에 어른입니다. 기쁘게 받아들여서 함께 펴고 짓는 살림길을 익히는 사람이기에 아이예요.


  우리 보금자리에 우리 품을 들이고 우리 짬을 내기를 바랍니다. 서로 아이어른으로 마주하는 하루를 차근차근 지어 봐요. 품을 들이기에 풀어내어 알아봅니다. 짬을 내기에 작은 곳부터 씨앗이 움트면서 눈을 뜹니다. 아이는 어른을 눈여겨보며 자라려는 숨결인 사람입니다. 어른은 아이를 들여다보며 크려는 숨빛인 사람입니다. 아이는 어른을 귀담아들으며 일어서려는 숨소리인 사람입니다. 어른은 아이를 귀여겨들으며 일을 하려는 숨길인 사람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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