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막극 [행복한 나무]의 시놉시스

* 세상의 모든 '배경 같은 존재'에도 그 나름의 가치와 소중함이 있음을 보여주는 따뜻한 드라마

   여기,  '배혜경'이라는 한 학생이 있다. 공부를 그리 잘 하는 것도, 외모가 뛰어난 것도, 재치나 개인기가 특출난 것도 아닌, 그렇다고 크게 엇나가거나 말썽을 부리는 것도 아닌, 그저 교실의 '배경' 같은 아이.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가 혜경에겐 없다. 구성원 모두에게 그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하는 학교, 그리고 교실에서 혜경은 그저 무기력하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다.

   이런 혜경이, 연극을 만난다.

   내심 마음은 있었지만 용기가 없어 선뜻 나서지 못했던 혜경은, 한 친구에 의해 우연히 연극반 오디션에 참가하게 되는 것, 오디션에서부터 시작된 혜경의 연극반 활동, 고되고 외로운 스텝부에서 무대에 서기까지의 온갖 갈등과 노력. 결국 마지막, 혜경이 무대에 선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자기가 사랑하는 어느 한 가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확인하게 된다.


행복한 나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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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9-1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주인장 배혜경님?

느티나무 2004-09-1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아니요. 극 중 주인공 이름이 배혜경입니다. 배우들이 의도적으로 빨리 발음해서 '배~경'이라고 부르더군요. 언제나 다른 사람의 배경 같은 존재라서 그런가 봅니다.

해콩 2004-09-1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경' 그렇게 깊은 뜻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저는 그저 몇년 전 스쳐갔던 어떤 아이, 학교 다닐때 비슷한 이름의 반 아이가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만... 다른 사람의 '배경'같은 존재라... 문득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배경'같은 존재가 되어주기도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서로를 드러내주는 배경! ^^

느티나무 2004-09-1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저에겐 그렇게 들렸어요. 배경 같은 존재인 아이들이 많지요. 서로에게 배경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말씀은 맞는 말씀입니다. 오늘의 짧은 반전은 즐거우셨나요? 내원사 잘 있던가요? 제가 찍었던 기왓장도 비를 맞아 젖고 있겠지요?

해콩 2004-09-1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예민한 감수성.. 안준철 샘도 그러시던데 가끔 보면 샘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반전은 무지 즐거웠지요. 제가 쓸데 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빼구요. (말 많은 뒤에는 늘 후회해요.) 내원사 계곡은 아직(!) 잘 있는 것 확인했는데요, 절집에는 못 들어갔어요. 현옥샘이 쓴(^^) 행운의 그 기왓장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길을 좀 헤매서 시간이 좀 늦어버렸거든요. 내원사 계곡은 갈 때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계곡이예요. 오늘은 비 온 뒤라.. 더! 가을이 깊어지면 모임 샘들이랑 소풍 가기로 우리끼리 결정했어요. ^^ 찬성하시죠? 이번에는 제가 낙서한 기왓장을 제공해드릴께요.

느티나무 2004-09-1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민한 척해도 얼마나 무딘 사람인데요 ^^;; 내원사 다녀오셨다니 지난 겨울에 다녀온 내원사 사진이 기억나서 찾아보았습니다. 제 서재에서 보셨을 수도 있는데, 제가 내원사에 갔던 그날도 비가 내렸답니다. 그래서 역시 그 시인의 시가 붙여져 있네요. 주소는 여기입니다. (이번에 뽑힌 사진의 출처도 따지고 보면 이곳이네요..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din.co.kr/foryou/mypaper/11102
 

언어 사중주, 주경철 외 3인, 박영사, 2004

 

몽롱 :  선생님은 책을 읽는 동안 정말로 행복하세요?

느티나무 : 

   행복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인 옴니부스 레쿠이엠 쿠아에시비, 에트 누스쿠암 인베니 니시 인 앙굴로 쿰 리브로. In omnibus requiem  puo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 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토마스 아 켐피스의 이 명언은 '장미의 이름'에 나와서 더 유명해진 말이지. 인용하는 김에 한번만 더 남의 말을 인용해 보겠네. 1904년에 카프카는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썼지.

   "만약 읽고 있는 책이 머리통을 내리치는 주먹처럼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왜 책 읽는 수고를 하는가? 자네가 말하는 것처럼 책이 우리를 즐겁게 하기 때문일까? 천만에. 우리에게 책이 전혀 없다 해도 아마 그 만큼은 행복할 수 있을지 몰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책들은 우리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쓸 수 있단 말이야.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마치 우리 자신보다도 더 사랑했던 이의 죽음처럼, 아니면 자살처럼, 혹은 인간 존재와는 아득히 먼 숲 속에 버림받았다는 기분 마냥 더 없이 고통스러운 불운으로 와 닿은 책들일세. 책은 우리 내부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깰 수 있는 도끼여야 해" 

   알겠니?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와 같은 책! 우리에게 자잘한 행복감을 주기보다는 우리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책... 하늘에 저렇게 별이 가득한 이 아름다운 여름밤을 같이할 수 있는 친구들, 그리고 그런 책 몇 권을 알고 있지 않다면 우리 인생은 얼마나 쓸쓸할까......

(5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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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8-2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029

오늘의 일 등.^^ 하긴, 느티나무님은, 일등만 이뻐하는 쌤은 아닐 것 같지만....^^


느티나무 2004-08-28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등은 일등대로 축하를 해야죠. 축하합니다, 짝짝! 고맙습니다, 꾸벅! ^^;;
 

정채봉, 샘터사, 2003년

 

삶에 고통이 따르는 이유

 

생선이

소금에 절임을 당하고

얼음에 냉장을 당하는

고통이 없다면

썩는 길밖에 없다.

 

본문 22쪽에서

 

한 송이 꽃을 피우기까지

 

길가에 씀바귀 하나가 떨어져 꿈을 키우고 있었다.

봄이 와서 씀바귀가 마악 떡잎을 내밀었을 때였다.

참새가 날아와서 떡잎 둘 중 하나를 쪼아먹어 버렸다.

씀바귀는 떡잎 하나만으로 간신히 속잎들을 펴냈다.

 

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이었다.

이번에는 무심코 소 발굽에 밟히고 말았다.

씀바귀는 흙탕에 처박힌 고개를 드는 데

며칠이 걸렸는지 모른다.

 

드디어 꽃망울이 부풀은 어느 날이었다.

깔깔거리며 장난질 치고 가는 아이들 발에

꽃대궁이 부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씀바귀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대궁을 밀어올렸다.

 

마침내 씀바귀는 빛나는 노오란 꽃을 피웠다.

 

열 배, 스무 배의 꽃씨를 띄워 올리는 씀바귀에게

이웃의 강아지풀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수확을 할 수 있는지요?"

 

씀바귀가 대답했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

그리하여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거듭거듭 새로 시작하여야 하지."

 

본문 24-25쪽에서

 

* 공부에 지쳐 힘들어 하는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이 시를 전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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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지오북, 2004

   세월을 살면서 허송하지 않고 잘 쌓아온 이들을 두고 연륜이 있다고 합니다. 나이테를 말하는 것이지요. 나무의 삶이나 우리의 삶이나 좋고 편안한 시간들과 어둡고 힘든 시간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는 것인가 봅니다. 오늘, 이 겨울나무들의 나이테를 보면서 대견한 것은 모진 겨울에도 나무는 더디지만 자라고, 그 세월 속에서 더욱 견고해진다는 사실입니다.

   한 해가 서서히 끝을 향해 합니다. 혹 지난 시간들이 너무 힘겹다고 느껴지는 분이 계시다면 추운 겨울 끝에 다시 찾아오는 좋은 시간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세월을 겪어낸 나무들만이 큰 그늘을 드리우는 아름다운 나무로 커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시고 남은 시간을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121-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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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 두세요.

   부석사는 건축하는 이들에게는 순례지다. 어떤 이는 가을에 좋다고 한다. 어떤 이는 비 오는 날에 좋다고 한다. 그러나 해 지는 저녁 시간을 빼놓을 수 없다. 무량수전 앞마당에서 멀리 굽어보면 소백산맥의 준봉들이 아스라히 보인다. 그 서쪽 모서리에서 해가 질 때까지 있어 보자. 시간이 더욱 흘러 해가 점점 낮아지면 서쪽 하늘이 물들면서 우리는 뭔가 범상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 해가 지는 위치는 매일 조금씩 바뀐다. 그러다가 자개봉의 정봉 끝으로 해가 지는 날이 있다. 그 날이 바로 춘분이다. 당연히 추분일 때도 마찬가지다. 춘분날 저녁에 마당 모서리에 서 보라. 그렇다. 뾰족이 솟은 바로 그 봉우리 끝으로 해가 진다. 해가 진 그 곳, 서방 정토와 자개봉과 세사에 찌들었던 내가 일직선 위에 서는 것이다. 그 순간 다시 뒤를 돌아보라. 석등과 석탑도 바로 그 선 위에 도열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서방 정토을 향해 있는 우리의 뒤편을 석가의 현신인 석탑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춘추분이라는 시기가 신라인들에게 알려져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부석사에서 공간의 설계가 이룰 수 있는 초월적 극치를 느끼게 된다. 그것은 위대한 음악이다. 서쪽 하늘 가득히 펼쳐지는 침묵의 음악이다. 그 음악은 저녁 예불 때 산사 가득 울려 퍼지는 법고 소리처럼 우리의 가슴을 두드린다.

   부석사는 경전이다. 공간으로 쓰여진 경전이다. 그리고 이를 만들어 낸 이의 마음의 끝은 후대의 건축가가 근면함만으로는 도저히 좇아갈 수 없는 초월적인 경지인 것이다.

서현,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중에서. 249-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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