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월간 말, 2003
"반대자에게는 감동을 주는 겸허한 삶으로, 불의한 자에게는 두려움을 주는 정의로운 삶으로, 무관심한 이에게는 자극을 주는 투신의 삶으로, 무엇보다도 약자의 벗이 되고 친구가 되는, 예수님과 같은 실천적 삶을 다짐하며, 모든 법과 규정을 능가하는, 사람의 아들이며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고 확인한 인간이 우뚝 선 삶, 인간이 중심이 된 친교 공동체를 지향하고 고백한다"
'인간의 확인이 참된 신앙'인 명제 앞에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는 분명하다. 자, 이제 우리 무엇을 할 것인가. 분명하지 않은가.
-226쪽, 종교 읽기 | 민중 속으로 중에서
큰따옴표 속에 있는 저 말씀은 함세웅신부님의 말씀이다. 말씀 하나하나의 삶이 凡人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겁고 두려운 것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겸허한 삶, 정의로운 삶, 투신의 삶이란 과연 무엇일지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미처 생각도 못한 문제이다. 다행히도 人福은 있어서 내 주변에는 자기 삶을 기꺼이 던져 무관심한 나에게 항상 자극을 주는 몇 사람이 있다. 그 분들의 삶이야 마땅히 존경받아야 할 것이라고 항상 생각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책은 왜 읽는가? 바르게 생각하기 위해서 아닌가? 그러면, 바른 생각은 왜 하는가? 제대로 살기 위해서 아닌가? 제대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다시, 너는 왜 책을 읽는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섣달 그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