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휴머니스트, 2004

[도발의 진리]

아리스 : 그러니까 사람들한테 욕먹지요.

디오게 : 욕이라. 그건 내가 정말로 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진리를 말했다는 징표겠지.

아리스 : 단지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징표는 아니구요?

디오게 : 언젠가 한 똑똑한 철학자가 "말들이 신상을 만들었다면, 신의 모습을 말의 형상으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지?

아리스 : 예. 그 때 난리가 났었지요.

디오게 : 이렇게 자기들에게 익숙한 통념을 깰 때, 사람들은 짜증을 내기 마련이라네.

아리스 : 사람들을 짜증나게 해서 뭐 하나요?

디오게 : 낡은 세계 안에 사는 그들이 보수적 머리를 때려, 세계를 새롭게 보게 해주는 거지.

아리스 : .......

137쪽

* 진중권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일까? 세상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의 의미! 그러나 사람들이 메시지의 내용보다 말하는 형식에 더 반감이 많다면? 자신의 보려주려고 한 통념의 저 편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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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하늘마을공부방, 2004년 6월(41호)

 

마르코 복음 10가름 22마디

                     

     -임의진

 

나쁜 짓을 해야만 죄 아니여

모르는 척 하고 사는 것이 죄여

나누지 않는 사람아

등지고 가는 그 길

끼니를 걱정하는 이웃들 서러 우는데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웃을 수 있나

사람을 죽여야만 살인 아니여

 

 

* 이미와 아직 사이는 부산에서 하늘마을공부방을 운영하는, 늘 나를 부끄럽게 하는, 자랑스러운 내 친구 '이지연' 씨가 혼자 만드는 1인 읽을 거리입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지인들에게 공부방 소식지와 이미와 아직 사이라는 읽을 거리를 벌써 4년째 보내주고 있습니다.

   자기 이익을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오직 돈과 출세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이런 세상에서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늘 고민하면서 꿋꿋하게 자기 삶을 이웃들에게 헌신하는 지연이야 말로 예수를 닮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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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4-06-2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연씨의 예쁜 마음을 알아보시는 느티나무님의 마음도 참 아름답습니다.
 

루신 지음, 이욱연 편역, 도서출판 창, 1994

 

청년아 나를 딛고 나아가라

 

   생각컨대 생물계에서 종의 지속, 즉 생명의 연속은 크나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왜 지속해야 하는가? 진화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진화의 과정에는 신진대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것은 기쁘고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장년이나 낡은 것도 역시 기쁘고,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곧 죽음으로 나아간다. 각자가 이 길을 걷는 것이 진화다.

   늙은 사람은 길을 비켜주면서 길을 재촉하고, 격려해 주며 나아가게 한다. 도중에 구멍이 있으면 자기가 죽어 그것을 메우면서 그들을 가게 해야 한다.

   청년들은 자기를 가게 하기 위해 구멍을 메워준 노인에게 감사해야 하며, 노인도 자기가 메운 구멍 위를 지나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청년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이런 이치를 안다면 소년에서 장년으로, 노년으로, 죽음으로 기쁘고도 용감하게 나아갈 수 있다. 그 한걸음 한걸음이 조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인간의 창출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물계의 정도이다. 인류의 조상은 바로 이 길을 걸어왔다.

(1925)

-127~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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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지음, 그린비, 2003

   연암은 일행들과 꼭대기에 올랐다. 사방을 두루 살펴보니 "장성은 북으로 뻗고 남으로 흐르고, 동으로는 큰 벌판에 이르고 서로는 관 속을 엿보게 되었으니, 이 대만큼 조망이 좋은 곳은 다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내려오려 하니 문득 사람들이 '고소공포증'에 기가 질린다. "벽돌 쌓은 층계가 쭈뼛쭈뼛하여 내려다 보기만 하여도 다리가 떨리고 하인들이 부축하려 하나 몸을 돌릴 자리가 없어서 일이 매우 낭패한 지경이다" 연암은 "서쪽 층계로 먼저 간신히 내려와서 대 위에 있는 여러 사람을 쳐다보니, 모두 부들부들 떨며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올라갈 땐 멀쩡하다 갑자기 왜? 연암의 설명은 이렇다. "대개 오를 때엔 앞만 보고 층계 하나하나를 밟고 올라갔기 때문에 그 위험함을 몰랐더니, 급기야 내려오려고 눈을 한 번 들어 밑을 내려다 본즉 저절로 어지럼증이 생기게 되니 그 허물은 눈에 있는 것이다" 눈, 곧 시각이 분별심을 일으키고, 그 순간 두려움에 끄달리게 된다. 그가 보기에 인생살이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벼슬살이도 역시 이와 같아서 바야흐로 위로 자꾸만 올라갈 때엔 일계, 반급이라도 남에게 뒤떨어질까 보아서 혹은 남을 밀어젖히고 앞을 다투다가 마침내 몸이 높은 곳에 이르매 그제야 두려운 마음이 생기니 외롭고 위태로워서 앞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길이 없고, 뒤로는 천길 낭떠러지인 까닭에 다시 올라갈 의욕마저 끊어졌을 뿐더러 내려오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법이니 이는 고금이 없이 모두들 그러한 이가 많을 것이다." 맞다! 이 심오한 인생철학은 시대를 가로질러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특히 부와 명성을 향해 질주하는 눈먼 현대인들에겐 더더욱.

223-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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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 人而不仁이면 如禮에 何이며 人而不仁이면 如樂何리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어질지 않으면 예의가 바른들 무엇하며, 악(=풍류)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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