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30316&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9&NEW_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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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호소드립니다"
   
   힘겹게 파업투쟁하고 있는 이랜드노동자들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호소드립니다.
  
   우선 4월에 속절없이 해고된 500여명이 넘는 이랜드그룹 근무 용역노동자분들과 지금도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해고되고 있는 전국의 수많은 계약직 노동자분들께 함께 투쟁해서 막아내지 못한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마침내 오늘 7월 8일(일) 민주노총이 선언했던 '이랜드그룹 점포 매출 0 투쟁'이 시작됩니다. 이 투쟁은 130억 십일조를 교회 헌금하면서도 월급 80여만원밖에 못 받는 800여명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가차없이 자르는, '골리앗' 거대 유통자본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에 대한 '다윗'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입니다.
  
   이 투쟁은 앉은 자리에서 주식배당금으로만 82억을 벌고도 노동자들의 임금은 사정없이 동결하는, 자린고비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에 대한 피울음 섞인 항의입니다.
  
   이 투쟁은 어제까지 걱정없이 웃으며 함께 일하다가 그 빌어먹을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눈물 떨구며 떠나간 동료들을 다시 찾아오는 투쟁입니다.
  
   이 투쟁은 OECD 국가들 중 자살 증가율 1위, 출산율 꼴찌의 조국, 노동자에게 재앙인 나라 대한민국에서 유통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살려달라!"고 절절한 목소리로 외치는 투쟁입니다.
  
   정규직은 그림의 떡인 세상, 비정규직 차별로 가슴에 피멍이 들어도 참아야 하는 세상을 더 이상 자식들에겐 물려주지 않겠다고 작정한 못나고 평범한 엄마 아빠들의 투쟁입니다.
  
   이 투쟁은 무엇보다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 때문에 화장실조차 제 때 못 가면서 퉁퉁 부은 발을 주무르며 자정 너머까지 일하고 그 꼭두새벽에도 귀가하면 집안일까지 해 왔던 유통서비스 여성 노동자들의 인간 선언입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미소로 고객을 맞고 싶습니다"
  
   저희들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미소로 고객을 맞고 싶습니다. 저희들도 퇴근하고 쇼핑 가면 시민이고 소비자입니다. 근심 없이 활짝 웃으며 고객들을 맞고 싶은 마음 정말 간절합니다.
  
   그런데 저희들은 지금 웃을 수가 없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최소한 1000명 이상 잘려나간 동료들을 보면서 저희들은 웃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소중한 월급 80여만원을 일한 만큼 올려달라!"
   "2년 이상 일했으면 법대로 정규직화해 달라!"
   "부당하게 해고된 동료들을 복직시켜라!"
   "더 이상 함부로 자르지 마라!"
   "강제로 용역이나 파견으로 전환하지 말라!"
   "폭력적인 인사이동을 즉각 중단하라"
   "비인간적인 모니터링을 철폐하라!"
   
   저희들의 소박한 요구에 회사는 임금동결로 답했습니다. 아예 대량해고로 소중한 저희 동료들을 잘라버렸습니다. 교회 장로가 회장인 이랜드그룹에서 교회 집사가 부당해고 되는 웃지 못 할 일도 생겼습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회사는 막무가내였고 우리는 더 이상 기댈 곳도 없었습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회사는 막무가내였고 우리 노동자들을 위한다는 정부도 알고 보니 우리 편이 아니었습니다. 더 이상 기댈 곳도 없었습니다.
  
   저희들도 인간이기에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점거농성은 특히 저희 주부 조합원들에게는 마지막 방법이었습니다. 떨리는 심정으로 1박2일 농성하면 회사가 좀 달라지겠지 기대하고 들어온 농성이었습니다.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 예상치 못한 농성이었습니다.
  
   결국 조합원들 모두가 분노하면서 회사가 합당한 안을 가지고 나오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결의하면서 장기농성으로 상황이 일변했습니다.
  
   여론이 들끓고 저희들의 결의도 점점 높아져가자 그제서야 그렇게 오만하던 회사도 조금 움직였습니다. 교섭을 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또 동결이랍니다. "노조가 임금동결에 사인할 때까지 교섭하겠다"고 비아냥댑니다.
  
   저희는 하루 하루 피말리면서 피같은 일당(하루 임금)을 날리는 투쟁을 하고 있는데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작심하고 농성을 하고 있는데, 호의호식하고 있는 박성수 회장과 경영진은 팔짱을 끼고 "해 볼 테면 해 봐라"며 마지막 남은 저희들의 자존심마저 무너뜨렸습니다.
  
   솔직히 저희 파업 조합원들 모두 이제 '이랜드'라고 하면 신물납니다. 이랜드로 인수되기 전 까르푸, 뉴코아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최소한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사람을 자르는 일은 없었습니다.
  
   '기독경영'이라기에 믿었습니다. '윤리경영'으로 유명한 회사라 믿었습니다. "인수합병 후 100% 고용안정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대서특필한 회사이기에 정말로 믿었습니다.
  
   지금 저희들의 심정은 무참합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이렇게 아프게 찍히다니요.
  
   마지막 방법은 같은 노동자들에게 호소하는 것 외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나섰습니다. 저희는 민주노총이 너무 고맙습니다.
  
   오늘 저희들은 철저하게 비폭력, 평화 기조를 유지할 겁니다. 경찰과 구사대, 설사 용역깡패가 저희들을 자극하더라도 참을 겁니다. 차라리 맞을 겁니다.
  
   갖은 차별과 설움을 지금까지 참아왔고 이렇게 예상조차 못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회사가 도발해서 만들어내는 몸싸움으로 일을 그르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지해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저희 투쟁을 지지해 주십시오. 오늘 하루만큼은 인근의 홈에버, 뉴코아, 2001, 아울렛을 이용하지 말아 주십시오. 거대한 자본에 맞서 너무 힘겹게 투쟁하는 저희들에게 힘을 주십시오. 혹 홈에버나 뉴코아를 찾아오신다면 투쟁하는 저희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너무나 심각하게 확산되고 심화된 비정규직 문제 이제 국민 모두가 나서서 바꿔야 합니다.
  
   저희들 그저 억울해서 시작한 이 투쟁 여기서 그칠 수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무릎꿇고 호소드립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더 이상 고용불안과 차별에 신음하지 않고 웃으며 고객들을 맞을 수 있도록 오늘 하루 민주노총의 홈에버, 뉴코아 '매출 0 투쟁'을 적극 지지해 주십시오.
  
   저희들 이 투쟁 반드시 승리하고 기쁘게 활짝 웃으며 국민 여러분들과 반갑게 인사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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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7-07-08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시안에 오늘 날짜로 올라와 있는 기사 중에서 파업 노동자들의 성명서 부분만 옮겨 왔다. 저런 날은 참 외로울 거다^^;; 나는 진짜 절박한데,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굴러가는 거 보면 외로움이 사무친다.

글샘 2007-07-09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밤중에 비정규직 토론을 보다가 열받아서 꺼버리고 말았습니다.
논리가 없이 무조건 가진자들의 주장이 열받게 하더군요.
그들의 주장으로는 돈 번 것이 연구, 시설 등으로 재투자된다고 하지만, 과연 한국의 연구 실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생각하면 이공계 폐업 사태는 우스운 일일 뿐이지요.^^
국가적인 사안으로 집회를 하면 <교통 체증>으로 매도하더니, 어제는 홈에버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내세우더군요. 이 땅에서 투쟁하는 일은 언제까지 저렇게 외로운 것일는지요.
하긴 토론장에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나와서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엄청난 진보라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노아 2007-07-09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랜드에서조차 이런 일이 벌어졌군요. 기대한 만큼 실망이 큽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버전의 대한민국이 너무 서럽습니다.

드팀전 2007-07-09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지해요.!!

여울 2007-07-0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출 0!!!, 동참합니다. 무기한~. 이랜드그룹의 손길 닿는 곳부터 알아야겠군요.

느티나무 2007-07-1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지해 주신 그 마음, 오래도록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waits 2007-07-10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 근처에도 홈에버가 있어요. 이랜드노조 투쟁 시작하면서 괜히 짠하고 궁금해서 기웃거리다보니 직원들 의상이 노조단체티와 홈에버 유니폼으로 나뉘길래 정규직/비정규직인가 싶어 계산대의 언니에게 물었었는데, 18개월 이상 근무자가 아니면 노조에 가입할 수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부천은 아직 해고자가 없기도 하고 집중투쟁 매장도 아니지만, 지난 토요일에 차별철폐대행진을 하고서 홈에버 계산대를 멈추고 앞에서 밤늦도록 그 앞에서 문화제를 했어요.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모여 신나게 구호도 외치고 노래 듣고 부르고... 이랜드 노조분들도 참 좋아하시고 재밌었답니다.
투쟁으로 함께 나눈 벅찬 마음이 승리의 기쁨으로까지 꼭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
 

물레방아처럼 울어본 적이 있나


성장에는 고통이 뒤따른다는 사실이,
인간이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필히 물레방아처럼
많은 눈물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게는 여전히 달갑지 않지만
이제는 볼멘소리로 그냥, 예,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끔 저 자신에게 묻기도 합니다.
정말 그렇게 울어보았나,
정말 물레방아처럼 온몸으로 울어 보았나,
설사 그것이 고귀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나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서라 하더라도
그렇게 온 몸으로... 온 몸으로....

- 공지영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중에서 -


* 우리가 성장하고 성숙하려면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이 그렇게 울어본 적이 있었나, 고통을 이겨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봅니다.
   한번쯤은 나도 그렇게, 내 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물레방아처럼 온몸으로 울어보고 싶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2006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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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6-06-2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 몸으로 울어 본 적... 언제였더라?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보는, 깊은 밤이다. 쉬이 잠이 오려나?
 

열심히 마음 주다가 상처 받는 거 그거 창피한 거 아니야.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극복도 잘하는 법이야.


- 공지영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중에서 -



* 한 영화의 대사처럼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 할지라도 마음을 다해 더 많이 사랑하세요.
비록 사랑 후에 남는 것이 상처투성이일지라도 덜 사랑하고 강자로 사는 삶보다는 더 아름답고 후회없는 삶이니까요.

고도원의 아침편지(2006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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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6-05-2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아이들과 참 열심히 저 책을 읽었더랬다. 사형제도에 대해서 토론도 해 보고.. 그래도 제 마음에 남는 말은 바로 저 말이지 싶다. 마침, 저 편지를 받을 줄이야!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감정에는 약한 편입니다. 조금만 불쌍한 사람을 보아도 마음이 언짢아 그날 기분은 우울한 편입니다. 내 자신이 너무 그런 환경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기 중에서, 56쪽)

   우리 사회에서 한 인간이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끝없는 가난과 질병, 중노동과 멸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평생을 통하여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는 밑바닥 인생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57쪽)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 인간의 개성과 참 인간적 본능의 충족을  무시당하고 희망의 가지를 잘린 채, 존재하기 위한 대가로 물질적 가치로 전락한  인간상을 증오한다. (일기 중에서,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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