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땜이라도 하듯 작년 연말부터 연초까지 순탄치 않았어요. 집돌이인 제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며칠 연속으로 각기 다른 친구들과 약속(지인 결혼식 참여 포함)을 잡고 만난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지요. 목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 목감기인가 보다 하고 생강차만 마셨는데, 혹시나 해서 집에 있는 비접촉식 체온계로 열을 재봤어요. 이마 체온은 정상인데 귀 체온은 38도가 조금 넘게 나오더군요. 그러다 조금 지나니 이번엔 40도. 그때가 12월 30일이었어요.
몸에 열이 나는데, 이마는 정상 체온이고 귀 체온만 고열일 수가 있는 건가. 긴가민가했어요. 근데 이미 병원에 가긴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난생 처음으로 집에 있던 타이레놀을 한 알 먹었지요. 몸 상태가 정상이라면 귀 체온도 정상 체온이 나와야 맞을 테니까요. 예전에 백신 맞기 전에 엄마가 주신 거였는데 백신 주사를 맞은 후에도 먹을 일이 없어서 안 먹고 내버려뒀었는데 그 후로 처음 먹었네요.
그래도 약을 먹었으니 괜찮겠지 했는데, 머리는 여전히 띵해서 혹시나 해서 체온을 다시 재봤더니 체온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아서 포기하고 잤죠. 몸살이라면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때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자고 일어나서 다시 봤더니 39.5. 체온이 이렇게 올라간 건 옛날에 군대 시절 페렴 걸렸을 때 이후로 처음인데 보통 일이 아니다 싶었어요.
근데 제 몸은 참 희한한 게 옛날에도 그랬지만, 체온이 그렇게 올라가도 누워서 꼼짝 못한다든가 어지럽다거나 그러지는 않더라고요. 혹시 코로나일 수도 있으니 걸어가는 게 맞겠지만, 30분 넘게 걷다가 몸이 더 안 좋아지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버스를 타고 갔어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는 코로나 검사를 해주는 병원이 없었거든요.
토요일이라 그런지 병원엔 사람이 많았고 한 시간 만에 진료를 받을 수 있었어요. (독감에 살면서 걸려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설마 독감이겠지 생각했죠. 여태껏 잘 버텼고, 사람 많은 곳도 잘 안 갔는데 설마 걸릴까 했는데, 연말에 좀 돌아다닌 게 문제였는지 설마가 맞았어요. 코로나 진단을 받았어요.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약국에서 약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대중교통을 타면 안 될 것 같아서 조금 멀지만 걸어서 집에 갔어요.
집에 가자마자 체온을 재보니 귀 체온도 정상. 주사가 이래서 좋구나 생각했는데 밤엔 체온이 다시 올라서 41도까지 되더라고요. 다행히 그 다음 날부터는 체온이 미열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새해 마지막 날부터 저는 격리 통보를 받았죠. 새해 첫날 동네 산에 올라가 해돋이를 보고 2023년을 활기차게 시작하려는 야심찬 계획(?)은 그렇게 좌절됐고 저는 집에 갇혔죠. 죄를 지은 게 아니고 자가 격리이니, 밖에서 경찰이 지키고 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전 가택연금이 이런 건가 생각이 들더군요. ㅋㅋㅋㅋ
그 후로는 미열이 조금 있는 거랑 기침 포함해서 목 상태가 조금 안 좋은 거 빼곤 다행히 크게 아프진 않았어요. 1월 7일에 격리가 해제됐으니 이제 며칠 지났는데 목 상태는 여전히 안 좋네요. 말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목소리가 여전히 돌아오질 않고 있습니다. ㅠ 기침도 아직은 조금 하고요. 새해를 힘차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이렇게 조금 골골대고 있군요. ㅋㅋㅋㅋ 제가 강골은 아니지만 약골도 아니어서 여간해선 아프지 않는 편인데, 코로나가 센 놈이긴 하네요. 이 참에 코로나(혹은 전염병) 관련 책을 읽을까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드는군요.
근황을 살짝 전하고 책을 조금 소개하려고 했는데 너무 사설이 길었네요. 이 책은 정말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아까 알라딘에서 주문했어요. 경남도민일보 기자 출신 김주완 씨가 쓴 책입니다. (김주완 씨가 쓴 좋은 책이 많은데 그건 다음에 따로 모아서 소개할게요.) 남성문화재단 김장하 이사장의 이야기입니다. 본래 가난한 형편이었으나 한약방으로 돈을 벌어 부자가 된 후에도 남몰래 아낌없이 베푼 것이 알음알음 알려져 존경받는 어른이라고 합니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철저히 피한 탓에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으나, 김주완 씨가 아직 현역 기자일 때 쓴 『별난 사람 별난 인생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들)』(피플파워; 2016) 이 분의 이야기가 조금 실려있기는 합니다. 김장하 선생이 워낙에 언론 취재를 피하는 사람이라 아마 허락을 받지 않고 일단 썼다가 나중에 허락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작년에 타계한 고 채현국 선생도 언론과의 접촉을 평생 동안 피하다가 2014년 한겨레 인터뷰를 계기로 활발하게 강연과 대담을 이어갔는데, 최근에 나온 김주완 씨의 책『줬으면 그만이지』 도 일단 취재를 먼저 시작했다가 나중에 허락을 맡았다는 걸 보면 김장하 선생의 지론은 아직 그대로인가 봅니다.
1월 1일에 방영했다는 경남 MBC 다큐 <어른 김장하>를 아직 못 봤는데, 책이랑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책 소개보다 제 신변잡기만 잔뜩 이야기했는데, 책을 읽으면 다시 페이퍼나 리뷰로 제대로 소개할게요. 새해에는 아름다운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읽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새해를 시작하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