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왕)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고대 영어의 cyning(혈연관계의 자녀)이다. ‘cyn‘은 ‘혈연‘, ‘-ing‘는 ‘관련 있는 것들‘이다. 즉 cuing은 ‘~의 자녀‘라는 의미에서, 단축형 cyng이 ‘부족의 장자‘에서 ‘왕‘으로 의미가 변화한 것이다. - P118

현재 영어로도 kin은 ‘혈족·친족‘이다. 이 단어도 king과 마찬가지로 cyn(혈연)에서 왔다. 비슷한 단어로 kind(친절한, 부드러운)가 있는데, 이것도 어원이 같은 단어다.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친절‘하게 대하기 마련이다. - P118

앞서 말한 것처럼 king(왕)과 queen(여왕)은 잉글랜드에서 쓰던 말이었지만, 많은 프랑스어가 영어로 들어왔다. 그중에는 duke(공작), marquis(후작), count(백작), baron(남작) 등의 작위가 있었다. 이밖에도 정치 용어로는 government(정부), sovereign(군주), 종교 용어로는 religion(종교), virtue(덕), 법률 용어로는 judge(재판관), punishment(처벌), 군사 용어로는 army(군대), soldier(군인), enemy(적) 등이, 의상 용어로는 dress(드레스), jewel(보석), 예술 용어로는 painting(그림), sculpture(조각), 문학 용어로는 literature(문학), poet(tl), 건축 용어로는 palace(궁), ceiling(천장) 등이 유래했다. - P138

프랑스어에서 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명사는 recreation(레크리에이션), decision(결정) 등 ‘-tion‘과 ‘-sion‘으로 끝나는 단어들이 있다. 동사의 경우는 프랑스어로 finir(끝나다), punir(처벌하다), accomplir(성취하다)처럼 ‘-ir‘로 끝나는 단어가 영어로 finish, punish, accomplish처럼 어미가 ‘-ish‘인 단어로 자리 잡았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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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으로 만나는 영어는 늘 반갑다. 학창시절에 어원으로 외우는 단어장과는 달리 무척 재밌다. 그 단어장과 이 책의 차이는 이야기의 유무인듯하다. 수천 개의 단어와 그 뜻을 한 권 안에 집어넣어야 하는 단어장에 어원이 설명되어 봐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단어에 읽힌 재미난 이야기는 그 책엔 없다.

오래전인 학창 시절엔 몰랐지만 영단어를 다룬 책은 영단어장 말고도 많다. 단어장과 수험서, 교과서 바깥에도 영어가 있다. 그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그보다 훨씬 더 폭넓고 재미난 영어의 세계가 당신 앞에 펼쳐진다.

영단어 외우기에 지친 공시생과 학생들에게 이 책들을 권한다. 물론 단어장만으로도 지겨운데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이야기가 담긴 단어책은 다르다. 책에 실린 단어들을 왠지 외워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은 내려놓고 읽어보시길. 혹시 아나. 소설책처럼 읽는 동안에, 영어가 무서웠던 당신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영어를 좋아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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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숙어 1000가지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구미라 외 지음 / 예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한국에서 쓰이는 한국어 숙어 1000가지를 실어놓았다. 토종 한국인에겐 대부분 익숙한 표현이지만 생소한 표현도 간혹 있다. 어원 풀이도 있고, 예문도 있어 (만일 번역 출판이 된다면)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학습자에게도 무난한 학습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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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붕어빵이다
오세웅 지음 / 넥서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어째서인지 최근 들어 언어학(?) 쪽 책을 집중적으로 파고 있다. 한국어 문법과 어원에 관한 관심은 못해도 최소 10년 이상은 된 것 같은데, 요즘엔 그 방향이 영어까지 확장됐다. 학창 시절에, 아니 적어도 대학 시절부터라도 영어에 이 정도로 깊은 관심이 있었더라면 지금쯤 영어를 엄청 잘하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았을까. 대학을 졸업한 지도 꽤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 말이다. 만일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의 수준이 지금 정도였다면 언어학과를 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내가 언어 쪽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봐야 어려운 언어학 학술서를 읽는 건 아니라서 너무 나간 것일 수도 있다. (대학 때랑 대학원 때 전공인 역사는 고딩 때 이미 혼자서 학술서를 읽을 정도였거든.) 그렇지만 인생은 모르는 거다. 영어를 다뤘지만 수험서가 아닌 책을 내가 이렇게 많이 읽을 줄이야. 그거와는 상관없이 영어는 여전히 못한다. 


(토익 공부를 안 하고 있긴 하지만) 토익 시험을 치면 한 200점대 나오지 않을까. 그래도 지금처럼 관심을 계속 두다 보면 언젠가는 잘하는 날이 오겠지. 아직은 짝사랑 중이다. 점수와 상관없이 사랑은 계속된다. 그 연장선에서 오늘 도서관에서 오세웅 교수의 『영어는 붕어빵이다』를 빌려왔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 이 책 한 권만 있진 않지만 오늘은 페이퍼가 아니라 '리뷰'니까 다른 책은 다음에 소개하겠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 직유와 은유를 다음과 같이 배운다. '사과 같은 내 얼굴'하면 얼굴을 사과에 빗댄 '직유'이고, '내 마음은 호수요' 라고 하면 마음을 호수에 비유한 '은유'라고. 처음엔 둘 다 분명 참신한 표현이었겠지만 너무 많이 듣다 보니 식상한 표현이 된 지도 오래됐다. 그걸 문학에서는 '죽은 비유'라고 말하지만, 어쨌든 이 두 표현은 거의 모든 한국 사람이 알고 있는 직유와 은유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비유는 문학에만 존재하는 것 같지만 실은 일상에 아주 흔하다. 


"언어학자들은 모든 언어가 은유적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주변의 사물들은 처음부터 부르는 이름이 있었던 게 아니고 인간들이 상황에 맞게 이름을 붙인 것이기 때문에 모든 표현은 빗대어 표현하는, 즉 비유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빅뱅 이후 원시인이 처음으로 주위 사물에 이름 짓는 과정을 상상해 보라. 사물은 인간이 명칭을 붙여주기 전까지 부르는 이름이 없었다. 확실한 것은 인간이 이름을 붙여줘야 그때부터 이름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물의 이름은 인간의 감각에 가장 이해하기 쉽게 표현을 만들게 마련이다. 골치 아픈 언어이론을 굳이 들먹거리지 않아도 생활 속에 들어 있는 비유적인 표현은 너무 많고 대부분 우리의 감각으로 이해하기 쉽다. '내 가슴이 탄다.' '서울은 지금 한증막 더위' '너는 우물 안 개구리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해치우자.' '정국 급랭' 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5쪽)


더 나아가 저자는 언어학자들의 권위를 빌려 모든 언어가 은유적이라고 말한다. (『언어는 붕어빵이다』가 일상 언어의 은유를 학술적 관점에서 논하는 책은 아니니까 이에 관해 좀 깊이 있게 알고 싶은 분은 학술저널 《새국어생활》제 29권 4호에 실린 아주대 국문학과 박재연 교수의 글 '일상 언어의 은유와 환유'를 읽어보면 좋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도 실려있어서 쉽게 찾아서 읽을 수 있다. 논문이지만 국어학과 언어학에 손방(문외한)인 나한테도 어렵지 않은 글이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크게 부담 가는 글은 아닐듯하다. 아래에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korean.go.kr/nkview/nklife/2019_4/29_0404.pdf


언어가 기본적으로 은유라는 점은 외국어 학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비유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모르고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리뷰하는 책의 제목인 『영어는 붕어빵이다』에 나오는 '붕어빵'도 그렇다. 우린 서로 닮은 사람들을 보고 '붕어빵'이라고 부르는데, 붕어빵을 먹어본 적이 없는 외국인이 이걸 곧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 '붕어빵 = 얼굴? 붕어빵과 얼굴이 무슨 상관이야?'하고 의아해할 거다. 


혹시 사전에도 이 뜻이 나오나 궁금해서 '붕어빵'을 방금 국어사전에서 찾아봤다. 두 번째 뜻으로 '서로 얼굴이 닮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있다. 이런 걸 보면 어쩌면 외국인 학습자가 쓰는 한국어 사전에도 붕어빵에 이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상에서 쓰는 모든 비유가 사전에 나오는 건 아니다. 또 사전에 나온다고 해도 문화적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냥 생으로 외우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기계적으로 영단어를 외울 때 하는 것처럼.


"영어사전에 보면 중요한 단어들은 정의가 수십 개가 넘는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일일이 그 정의를 전부 외우려고 하는데, 그보다는 한두 가지 정의만 외우고 나머지는 대개 비유적인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현명한 경우가 많다. 영어공부도 이제는 유동성을 갖고 탄력 있게 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 embrace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정의가 나온다. '포옹하다, 기꺼이 받아들이다, (직업)을 잡다, 포함하다, (산들이) 둘러싸다, 깨닫다.' 이 중에 첫번째 의미만 직설적이고 나머지는 모두 비유적인 표현에 쓰인 것을 정의 속에 포함시킨 것이다. 즉 첫번째 의미만 안다면, 나머지는 비유적인 뜻으로 이해하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 red라는 단어를 보면 '빨간, 피에 물든, 불타는 듯한, 과격한, (손해) 적자의'등의 뜻이 있다. 여기에서도 첫번째 '빨간'이라는 뜻만 알면 나머지는 모두 비유적인 표현을 정의 속에 포함시켰음을 알 수 있다."(6쪽)


그래서 저자 오세웅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사전을 찾아가며 단어를 외울 때는 사전에 나오는 정의를 모두 외우려고 하지 말고 직설적인 뜻 하나만 외우고, 나머진 그 단어가 어떻게 비유적으로 쓰이는지 파악하라고. 영어권 국가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사전을 찾을 때마다 예문을 잘 살피는 거다. 그리고 시간이 충분하다면 영어로 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거다. 물론 그 나라에서 직접 살아보는 게 가장 좋겠지만 아무래도 쉬운 방법은 아니니까.


이제야 왜 영어를 공부할 때 예문을 암기하는 게 좋다고 하는지, 미드로 하는 공부가 왜 좋은지 진정으로 이해된다. 이 방법은 단지 영어만이 아니라 당연히 다른 모든 외국어에도 적용이 될 테다. 아직은 제1 외국어인 영어 하나만으로도 빌빌대지만, 바이링구얼(다국어 능력자)을 꿈꾸는 나는, 언젠가 다른 외국어들을 공부할 때도 이 방법을 채택해봐야겠다. 이런 종류의 책을 내가 학생 때 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참 아쉽다. 하지만 아직 살 날은 많다. 내 인생 끝난 거 아니니까 외국어 능력자라는 꿈을 향해, 더디지만 조금씩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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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작가의 말처럼 이것은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가족 드라마. 어떤 소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이야기. 작가는 작품 속에서 주인공인 슬아 가족의 일상을 작가의 유쾌한 문장으로 그려내면서도, 그 속에 가족·노동·사랑·젠더·평등과 같은 주제들을 솜씨 있게 녹여냈다. 극적인 장치 없이도 그 모든 주제들을 일상 이야기 속에 담았다는 점에서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하긴 아무리 재미난 일도, 어떤 심각한 주제들도 대부분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나에겐 일상이 아닌 것도 누군가에게는 일상일 수 있고, 잠시 일상을 떠날 수 있어도 그걸 지속할 순 없으니까. 비일상이 계속된다면 그때부터는 더는 비일상이 아니까.


하지만 주제 의식이 아무리 좋아도 대중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미라고 생각하는데, 난 재밌게 읽었다. 하지만 소설이라기보다는 픽션을 많이 가미한 일상 에세이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슬아 작가의 에세이인 '일간 이슬아'가 작품 속 주인공인 슬아의 저작으로 직접적으로 드러나니, 이슬아 작가와 슬아를 분리해서 생각하기란 좀 어렵지 않을까. 어째서 저자는 작품 속에서 출판사 이름만 '헤엄'에서 '낮잠'으로 바꾸고 인물 이름은 그대로 썼을까. 내가 모르는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문득 궁금하다. 그 점을 빼면 전반적으로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 붙인 '작가의 말'에서 가족을 벗어난 이야기도 써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 이야기는 어떨지 자못 기대된다. 



집안은 슬아 중심의 가녀장 체제로 재배치되었다. 오늘날 복희와 웅이는 슬아 밑에서 일한다. 출판사 업무뿐만 아니라 집안일도 부부의 몫이다. 웅이가 주로 청소와 빨래를 하고 복희가 부엌일을 책임진다. 복희의 월급은 웅이 월급의 두 배다.
"엄마의 노동이 아빠의 노동보다 대체 불가하기 때문이야."
가녀장이 말했다. 이에 관해 웅이는 어떠한 불만도 없다. - P40

가부장제 속에서 며느리의 살림노동은 결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슬아는 복희의 살림노동에 월급을 산정한 최초의 가장이다. 살림을 직접 해본 가장만이 그렇게 돈을 쓴다. 살림만으로 어떻게 하루가 다 가버리는지, 그 시간을 아껴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 때문에 그는 정식으로 복희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복희는 음식을 만드는 데만은 천재다. 슬아는 복희의 재능을 사서 누린다. 복희는 가장 잘하는 일로 돈을 번다. - P40

그 말은 다사다난한 노동의 역사를 품고 있다. 한때 웅이는 자동차 부품 상가의 직원이었고 수영 강사였고 노가다꾼이었고 목공소의 일꾼이었고 벽난로 시공자였고 산업 잠수사였고 대리운전 기사였고 트럭 운전사였다. 그 모든 일을 몸에 익히자 웬만한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사람이 되기 전에 웅이는 문학청년이었다. 복희도 슬아도 웅이 자신마저도 잊고 지내지만 말이다. 문예창작과 학부생으로서의 한 학기와 만능 노동자로서의 삼십 년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P51

슬아에게도 장군 못지않은 고유한 지랄성이 있기 때문이다. 룸미러에 비친 슬아의 얼굴이 무섭지는 않지만 슬아는 슬아 나름대로 예민하다. 하지만 사성장군을 모셔본 경력은 슬아의 운전기사로 일하는 내내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된다. 웅이는 지난 세월의 모든 노동이 이렇게 귀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결국 딸을 잘 모시려고 그 모든 일을 해온 것만 같다. - P52

슬아는 장군과 달리 자신의 신용카드를 차에 두고 내린다. 웅이가 운전병이던 시절 사성장군은 밥을 사 먹으라며 늘 만 원짜리 지폐 한 장만을 차에 두고 내렸는데, 돌아올 때마다 꼭 거스름돈을 확인하였다. 거스름돈을 정확히 돌려줘야 하는 웅이는 눈치가 보여서 늘 저렴한 메뉴를 사 먹을 수밖에 없었다. 끼니를 대충 때우고는 타이어와 보닛을 광나게 닦으며 장군을 기다렸다. 슬아를 기다리면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맘 편히 슬아의 카드로 밥을 먹고 간식을 사고 기름을 넣고 세차를 하고 넷플릭스를 시청하며 대기한다. 장군을 모시던 웅이는 이제 장녀를 모신다. 장녀와 맞담배를 피우면서 차를 몰고 퇴근한다. - P51

복희는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채로, 그러니까 자신과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된 채로 서재를 떠난다. 서재를 떠나 부엌으로 간다. 저녁을 차릴 시간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책을 읽지 않아도 살 수 있고 살아가야 하지만, 밥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때때로 한 끼의 식사는 한 편의 글만한 대접도 못 받는다. - P235

"‘엄마 손맛‘이란 말은 있어도 ‘아빠 손맛‘이란 말은 없어요. 집밥에 대한 향수도 대부분 ‘아빠 밥‘이 아닌 ‘엄마 밥‘에 국한되어 있고요. 한편 식당 종업원을 ‘이모‘라고는 불러도 ‘고모‘라고는 절대 안 부르죠. 밥하거나 살림하거나 돌보는 여자들의 호칭은 모계 쪽 여자들과 더 유관한 느낌이야. 무의식 중에 고모를 이모의 우위에 두는 건 아닐까?" - P262

가족의 유산 중 좋은 것만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그들로부터 멀리 갈 수 있을까. 서로에게 정중한 타인인 채로 말이다. 슬아가 아직 탐구중인 그 일을 미래의 아이는 좀더 수월히 해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 P307

복희가 기쁜 마음으로 무화과를 딴다. 복희에게 아름다움이란 계절의 흐름, 맑은 날에나 궂은날에나 자라기를 포기하지 않는 존재들. 웅이에게 아름다움이란 슬픔과 기쁨의 극치를 다 아는 가수의 목소리. 밥하고 글쓰는 두 여자. 슬아에게 아름다움이란 단정하고 힘 있는 언어, 그리고 동료가 된 모부의 뒷모습. - P308

지구에서 우연히 만난 그들은 무엇보다 좋은 팀이 되고자 한다. 가족일수록 그래야 한다는 걸 잊지 않으면서. - P308

슬아는 집으로 돌아가버린 어린 제자에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진다. 월화수목금토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월요일부터 다시 잘해보기 위해서라고. 다시 잘해볼 기회를 주려고 월요일이 어김없이 돌아오는 거라고. 그러느라 복희는 창틀을 닦고, 웅이는 바닥을 밀고, 슬아는 썼던 글을 고치고 또 새 글을 쓴다고.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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