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인 공동저자 브라이언 헤어 ·버네샤 우즈는 저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협동·협력·친화력 등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다정함이라는 전략이 인류의 진화와 생존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두 저자는 서문에서 말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고 약한 자는 사라지는 것이 자연법칙이니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생각이라고. 오히려 자연은 친화력과 협력이 넘치는 세계라고. 물론 잔혹한 생존 경쟁도 자연계의 일면일 테다. 그러나 스스로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상상하고 만들어갈 능력이 있는 호모 사피엔스(인류)가, 생명체의 양면적 특성 중 어느 면을 더 강조하고 발전시켜야 할지에 대한 대답은 오래전부터 이미 명확하지 않을까.

다윈은 친절과 협력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구성원이 가장 많이 번성하여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 고 썼다. 다윈을 위시하여 그의 뒤를 이은 많은 생물학자도 진화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이상적 방법은 협력을 꽃피울 수 있게 친화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 P20

협력은 아주 오래된 전략이다. 수백만 년 전 떠다니는 박테리아로 존재하던 미토콘드리아는 더 큰 단위의 세포 속으로 들어갔고, 미토콘드리아와 더 큰 세포가 힘을 합치자 동물의 몸에 힘을 공급하는 배터리가 되었다. 우리 몸의 미생물 군집은 다른 기능도 많지만, 특히 우리 몸이 음식물을 소화하고 비타민을 합성하며 장내 물질을 생성하는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하게 해주는데, 이 협력관계는 미생물군과 우리 몸에 공히 이로운 결과물이다. 개화식물은 대부분의 식물 종보다 늦게 발생했지만,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과의 성공적 협력관계로 번성한 덕분에, 현재 우리의 정원을 지배하고 있다. - P21

사람(이 책에서 ‘사람‘은 호모 사피엔스를 뜻한다)은 네안데르탈인처럼 10명에서 15명 정도의 작은 무리로 살다가 친화력이 높아지면서 100명이 넘는 큰 규모의 무리로 전환되었다. 뇌가 더 크지 않더라도, 협력을 잘하는 더 큰 규모의 호모 사피엔스 무리가 다른 사람 종 무리를 쉽게 이길 수 있었다.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우리 종은 갈수록 복잡한 방법으로 협력하고 소통했고 이로써 문화적 역량도 새로운 경지로 나아갈 수 있었다. 우리 종은 누구보다 빠르게 혁신할 수 있었고 또 그 혁신을 공유할 수 있었다. 다른 인류는 가망이 없었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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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9-26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도 탄생된 듯합니다.
 


노후 준비도 예외는 아니었다. 흔히들 공무원하면 정년 보장과 연금을 떠올리지만 우리보다 앞선 세대면 몰라도 지금의 공무원에게 연금은 더 이상 노후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이미 2009년과 2016년에 두 번의 공무원 연금 개혁이 이뤄지면서, 정년퇴직 후 5년이 지난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 P44

20년 일하고 퇴직하면 곧바로 200~300만 원씩 다달이 연금을 받았던 것도 이전 세대나 가능한 일일 뿐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 9급 공무원들은 10년 일하고 퇴직하면 월 40만 원, 20년 일했을 땐 월 80만 원, 30년 일했을 땐 월 200만 원 이하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공무원 연금 개혁은 분명히 더 있을 것이기에 수령액이 적어지면 적어졌지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 P44

그래서 똑똑한 동기들은 일찍부터 개인 연금보험을 들었고 연말정산 혜택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미래를 준비했다. 심지어 한 동기는 임용과 동시에 재무 컨설팅을 받고 정년 이후까지 먹고살 방도를 미리 마련해두기도 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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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데 필요한 어휘력은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의 말을 많이 듣는 게 더 효과적이다. 모델로 삼고 싶어 눈여겨봐둔 사람의 강의나 토론 등을 반복해서 들으면 좋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이 자주 쓰는 어휘를 자신도 모르게 흉내 내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어사전을 수시로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 - P92

말을 잘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모르는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다. 그래서 사람을, 사건을, 사물을 유심히 본다. 호기심이 발동해 관찰하고 본 것을 말한다. 아니 말하기 위해 열심히 관찰한다. 관찰은 나만의 느낌과 독창적인 생각을 만드는 출발점이다. 보는 것만 실재하는 세계이고, 말하기의 대상이 된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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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저항, 불복종의 시작이다. 이 책에는 내가 그간 겪은 ‘책, 글쓰기, 공부와 여성/아줌마‘와 관련해 차별, 편견, 무시, 경멸, 혐오당한 일화는 쓰지 않았다. 남들이 봐도, 지금 내가 생각해도 재미있는 일화가 무궁하다. 20여 년 동안 거의 매일 하루에 한 건 이상 겪었다. 너무 많아서, 너무 어이가 없어서, 누가 믿을까 싶어서 쓰지 않았다.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가장 강력한 지배는 사람들에게 여행과 독서를 금지하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독서 이전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갑‘은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 잃을 것이 없는 사람, 덜 사랑하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권력이 두려워하는 인간은 분명하다. 세상이 넓다는 것,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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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최재천 선생의 다른 책에서 읽어서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요즘 읽고 있는 최재천 선생의 책에서 비슷한 구절을 발견해서 여기에 옮겨본다. 비인간 세계에도 동성애는 물론, 양성애, 무성애도 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자연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동성애가 자연 법칙에 어긋난다며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은 얼마나 무지한 자들인가.

고릴라나 침팬지 같은 영장류에서 동성애 행위가 관찰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일명 보노보BONOBO라 불리는 피그미침팬지의 사회는 전반적으로 성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다. 암컷들은 맛있는 먹이를 얻기 위해 그리 대수롭지 않게 성을 제공한다. 행위는 암컷들이 수컷들뿐만 아니라 다른 암컷들에게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베푼다. 수컷들 간의 구음口音도 늘 있는 일이다. 버금 수컷들은 종종 으뜸 수컷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그의 성기를 만져주며 아부한다. - P61

집에서 암고양이들만 따로 키워 본 사람들은 그들끼리 암수가 벌이는 성행위를 모두 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동물 세계에서의 동성애는 너무도 광범위하게 알려져 있어 그 예들만 모아 놓은 책이 작은 백과사전 분량은 된다. 동성애를 단순히 병리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오히려 인간 사회에서는 동성애가 왜 이렇게 드물까 의심해야 할 것이다. - P61

실제로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동성애가 매우 자연스런 일이었지 않은가. 소크라테스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를 위대한 철학자로 숭앙하지 않는 이는 당시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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