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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독성관계는 정리합니다 - 끝내야 내가 사는 독성관계 심리학
권순재 지음 / 생각의길 / 2021년 6월
평점 :
#이제독성관계는정리합니다
올해 초, 방송에서 경악할 사건을 접했다. 경남 김해에서 사설 응급구조단 단장이 부하직원을 장시간 폭행하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 가운데 단장이 부하직원 A씨를 노예처럼 대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단장과 응급구조사 A씨가 사실상 지배관계, 주종관계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해자인 구조단장은 A씨에게 무임금 각서와 부당한 채무이행각서를 쓰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착취했다. A씨는 해군부사관 출신의 건강한 남성이었으나 구조단장의 지배하에 있게 된 2년만에 급격하게 외모가 변했을 뿐 아니라 폭행장면이 기록된 영상에서 울먹이며 어눌한 말투로 '죄송합니다', '똑바로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폭행의 현장에는 세 여인이 함께 있었는데 놀랍게도 아내와 두 명의 내연녀였고 아내와 내연녀 1인은 폭행에도 가담했는데, 영상에서 그들은 왜 단장님을 화나게 했느냐며 A씨의 뺨을 때린다. 여성 3인은 자기들도 피해자라며 구조단장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주장한다. 구조사 동료들은 A씨가 염전 노예보다 못한 생활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A씨를 구하려고 시도한 사람은 없었다. 은연중에 '내가 아니라 다행이야'라거나 '나만 아니면 돼' 또는 '왜 저렇게 사람이 답답한거야? 그 모양이니 저런 꼴을 당하지'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관계에서 구조단장은 주도자, 구조사 A씨는 희생자, 세 여인과 A씨의 동료들은 협력자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이러한 관계를 '독성관계'라고 정의했다.
이 책에서는 독성관계의 네 가지 사례를 제시했는데 희생자들은 모두 엘리트지만 주도자의 지속적인 학대나 폭언, 무시와 괴롭힘으로 점차 독성에 잠식되어 무기력, 불안, 수치심, 분노를 갖게 되었다. 저자는 희생자에게 당신의 탓이 아니라고 독성관계를 스스로 끊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도 독성관계에 놓일 뻔한 적이 몇 번 있다. 남을 통제하려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피하는데 어쩌다 보니 그런 사람과 가까워져 있었다. 평소엔 친절하고 예의바른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이 다르면 불같이 화를 내고 자신이 부정당했다고 여긴다. 퇴근 후에도 전화나 메신저로 다른 사람의 흉을 보고 사사건건 동조해주길 요구하니 내가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기분이 들었다. 점점 지치고 힘들었지만 '나한테 잘해준 적도 있는데 이제 와서 외면하면 내가 나쁜건가?'하는 생각에 한동안 질질 끌려 다녔다. 다행히 그 사람에게 협력자가 없었고 나라는 사람이 언제까지고 부당함을 견디면서 속으로만 끙끙 앓는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불편한 관계를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나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독성관계를 끊어내야 하는 쪽은 희생자이다.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죄책감을 갖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독성관계에서 구해내야 한다. '자격 없는 사람을 당신 마음에 허용하지 말라.'
불편하고 괴로운 관계에서 해방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기를 바란다. 어쩌면 잠재적 주도자거나 협력자이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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