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여우 꼬리 1 - 으스스 미션 캠프 위풍당당 여우 꼬리 1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풍당당여우꼬리

<아몬드>를 쓴 손원평 작가의 첫 어린이책이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갖게 된 단미가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성장동화.

초등학교 4학년, 공상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 단미에게 어느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한꺼번에 꽃이 활짝 피는 것 같았다.
우산을 촥 펼치는 것 같았다.
하늘을 향해 쏜 불꽃이 빵 터지는 것 같았다.
P.13

단미의 등 아래쪽에서 솟아난 그것은 꼬리였다. 더이상 평범하지 않게 된 단미는 고민에 빠지고 자신이 엄마의 피를 물려받은 구미호라는 걸 알게 된다.
원하지 않는 신체의 변화로 비밀이 생기는 순간은 당황스럽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성장과 독립의 관문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말이라도 터놓을 수 있는 어른이 있다면 '나'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조금은 수월해질 것이다. 꼬리를 마음대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더이상 감추고 싶은 어두운 비밀이 아니라 '위풍당당한' 나의 일부가 될 것이다.

손원평 작가님의 글은 밀도가 높다고 할까.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 상황들이 모두 촘촘하고 설득력이 있다. 그것은 어린이책이라고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막 10대에 들어선 어린이부터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손원평 #어린이책 #성장동화
#으스스미션캠프
#가제본 #서평단 #책추천
#창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나 (양장)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나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어느날, 타고 있던 버스가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을 뿐인데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되었다. 죽은 것은 아니지만 일주일 안에 육체로 돌아가지 못하면 선령을 따라 저승으로 가야 한다.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된 둘은 수리와 류, 열여덟 동갑이다. 육체로 돌아가고 싶지만 결계가 가로막아 답답하기만 한 수리와는 달리 류는 육체로 돌아갈 마음이 없어 보인다.
<아몬드>, <위저드 베이커리>를 잇는 K-영어덜트 소설이라는 매력적인 카피와는 달리 시작은 다소 허무맹랑하게 보였다. 요즘 빙의를 소재로 한 소설이 유행이던데 반대로 영혼이 육체로부터 분리된다니.
그런데 읽다보니 완전히 설득된다. 어느순간 나는 수리이기도 하고 류이기도 하다. 고해성사하듯 나자신에게 잘못을 털어놓고 진심어린 사과를 건네고 싶어진다. 그간 좋아해주지 못해서, 이해해주지 못해서, 몰아붙이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깊고 진한 여운이 남는 힐링소설.

작가가 누구일까? 손원평? 구병모? 음, 신인작가는 아닐 것 같다. 이런 탄탄한 스토리를 이렇게 설득력 있고 유려한 문장으로 그려낸 사람이 진심으로 궁금하다.

"세상 모든 삶은 저마다 무게를 지니고 있어. 오래 살았다고 더 무겁고, 젊다고 가벼운 게 아니라고. 누구도 남의 다리로 땅을 디딜 수는 없어. 그 무게는 오롯이 혼자만의 몫이라는 뜻이지." p.36

#소설y #나나블라인드대본집 #가제본 #서평단 #소설추천 #책추천 #창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보다소중한사람이생겨버렸다

<오베라는 남자>, <불안한 사람들>로 잘 알려진 프레드릭 베크만의 첫 에세이.
아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서술했는데, 마치 저자가 직접 등장하는 영상을 본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서툴지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읽혔다. 무엇보다도 아내와 아들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사춘기가 된 그의 아들이 읽는다면 '아빠는 꼰대 같다'거나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절대 할 수 없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자녀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처음으로 몸을 뒤집었을 때, 기저귀를 찬 오동통한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췄을 때, '엄마'라고 불렀을 때를 떠올리게 될거다. 나는 아들이 스무 살이 되면 주려고 했던 육아일기가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라는 걸 생각해냈다. 아들이 이미 스물 두 살이지만 아직은 오글거려서 주지 못하겠다는 것도. 에버랜드에서 내가 손을 씻는 사이에, 다섯 살이던 아들이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리고 다시 열지 못해서 울음을 터뜨렸고 내가 옆 칸에서 벽을 타고 넘어가 아들을 구출했던 일도 떠올랐다.
책의 초반에는 조금 낯설어 하다가 중반부터는 킥킥대며 웃다가 후반에 가서는 눈물을 쏟았다.
배우 이종혁씨의 추천사처럼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책이다.

너는 난장판을 만들어놓더라도 네 엄마를 웃게 만들면 처벌을 모면할 수 있다는 걸 이미 터득한 눈치더구나. 그 능력을 단단히 지켜라. 그게 한참 동안 너의 무기가 될 테니까.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거든. p.99

네 엄마의 남편과 아들이라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엄청난 축복인지 모른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걸 누릴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해 보여야 해. 하루도 빠짐없이.
네 엄마와 함께라면 모든 날이 일요일 아침일 테니까. p.139

나에게 너와 네 엄마는 가장 근사하고 가장 환상적이며 가장 두려운 모험이야. 나는 너희 두 사람이 그 모험에 나를 계속 초대해준다는 데 날마다 놀라곤 한다. p.239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프레드릭베크만 #다산북스 #다산책방 #에세이추천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 성폭력의 사각지대에 혼자 남겨진 이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
하인츠-페터 뢰어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의마음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괜찮아그건네잘못이아니야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 하인츠-페터 뢰어가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심리 치료를 위해 진행한 독서 테라피를 정리한 심리치유서다. 그림 형제의 동화 <털복숭이 공주>를 통해 성폭력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고 심리치료의 다양한 사례와 효과를 실었다.
나는 이 책을 오랜 시간을 들여서 겨우 읽었다. 어려운 문장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갯벌에 발이 빠져서 꼼짝할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같은 페이지를 자꾸만 반복해서 읽게 되었다.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충격이기도 했고 수많은 피해자들이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아간다는 것이 참담했다. 수치심 때문에 계속 혼자만의 비밀로 묻어두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은 일은 척 기억에서 삭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의 입장에서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처벌 강화가 성범죄를 중죄로 만드는 효과는 있지만 재발을 방지하는 데는 큰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그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순전히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삶을 파멸로 이끄는 범죄자의 처벌은 최대한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피해자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문제는 정체성 문제, 성적 장애, 심신 상관 질환, 결벽증, 우울증, 자해, 중독 질환과, 과식증이나 거식 증 같은 섭식 장애 등 다양하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성폭력 문제와 치료 방법들을 다뤘고 2부에서는 성폭력과 유사한 결과를 낳는 아동 학대를 다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모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밀착되어 있는 이른 바 마마보이나 파파걸이라고 하는 것이 부모의 잘못된 밀착과 집착으로 인한 정서적 학대의 한 예라는 것이다.
성폭력, 학대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아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열망하는 큰 생명의 아들과 딸들이다.
그들은 당신을 통해 태어났지만 당신으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당신과 함께 지낸다고 해도 당신에게 속한 것은 아니다.
p. 221, (칼릴지브란 <아이들에 대하여> 중에서)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하인츠페터뢰어 #나무의마음
#성폭력 #친족성폭력 #아동학대 #심리치유서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 성폭력의 사각지대에 혼자 남겨진 이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
하인츠-페터 뢰어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의마음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괜찮아그건네잘못이아니야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 하인츠-페터 뢰어가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심리 치료를 위해 진행한 독서 테라피를 정리한 심리치유서다. 그림 형제의 동화 <털복숭이 공주>를 통해 성폭력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고 심리치료의 다양한 사례와 효과를 실었다.
나는 이 책을 오랜 시간을 들여서 겨우 읽었다. 어려운 문장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갯벌에 발이 빠져서 꼼짝할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같은 페이지를 자꾸만 반복해서 읽게 되었다.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충격이기도 했고 수많은 피해자들이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아간다는 것이 참담했다. 수치심 때문에 계속 혼자만의 비밀로 묻어두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은 일은 척 기억에서 삭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의 입장에서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처벌 강화가 성범죄를 중죄로 만드는 효과는 있지만 재발을 방지하는 데는 큰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그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순전히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삶을 파멸로 이끄는 범죄자의 처벌은 최대한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피해자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문제는 정체성 문제, 성적 장애, 심신 상관 질환, 결벽증, 우울증, 자해, 중독 질환과, 과식증이나 거식 증 같은 섭식 장애 등 다양하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성폭력 문제와 치료 방법들을 다뤘고 2부에서는 성폭력과 유사한 결과를 낳는 아동 학대를 다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모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밀착되어 있는 이른 바 마마보이나 파파걸이라고 하는 것이 부모의 잘못된 밀착과 집착으로 인한 정서적 학대의 한 예라는 것이다.
성폭력, 학대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아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열망하는 큰 생명의 아들과 딸들이다.
그들은 당신을 통해 태어났지만 당신으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당신과 함께 지낸다고 해도 당신에게 속한 것은 아니다.
p. 221, (칼릴지브란 <아이들에 대하여> 중에서)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하인츠페터뢰어 #나무의마음
#성폭력 #친족성폭력 #아동학대 #심리치유서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