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용기 있게 나를 마주하는 글쓰기 수업
김소민 지음 / 스테이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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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를 읽고 김소민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아, 이래서 내가 이 작가님을 좋아했지.’ 작가님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과 통쾌한 유머가 이 책에도 점점이 뿌려져 있었다.
작법서인데 왜 감정이 살랑살랑 건드려지는지. 주먹을 불끈 쥐며 분노하기도 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가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글쓰기는 내 로망이기도, 목구멍에 콱 박힌 골프공이기도 하다. 쓰고 싶지만 어렵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이 책을 읽고, 내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하지 말고, 미리 평가를 걱정하지 말고 솔직하게.
구체적인 예시와 학인들의 글도 내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는 데에 도움이 됐다. 물론 내 글은 그들의 글에 한참 못 미치지만 내 이야기는 나만 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내가 수강했던 작가님의 과목명은 ‘내 이야기 하나쯤’이었다.
쓰고 싶지만, 자신의 글에 확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당신은 쓸 자격이 있다고, 지금이 바로 쓸 때라고 커다란 응원을 건네주는 책이다.

결핍이 없는 인간은 재수 없다. 망할수록 쓸 수 있다. 쓰는 한, 누구도 나를 망하게 할 수 없고, 누구도 의미 없는 아픔을 줄 수 없다. pp.21~22

일이 아니고서야 웬만해서는 글을 쓰지 않는 나도 절망에 빠지면 쓴다. 어쩌면 내 무의식이 나를 살리려고 시키는지도 모르겠다. 글로 쓰면 슬픔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다. 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왜 벌어졌는지, 다른 사람들은 이런 슬픔을 어떻게 견디는지 알아가다 보면, 슬프지 않아지는 건 아니지만 압도당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나에 대해 좀 더 알게 됐다. 뭘 알게 됐는지는 아직 맨정신으로 말하지 못하겠다. p. 33

권력은 보이는 자가 아니라 보는 자가 갖는다. 이상하게 기분 나쁜 칭찬이 있지 않나. 친구 사이에도 마치 선생님이 “참 잘했어요” 도장 찍어주듯 칭찬하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상한다.
‘뭔데 평가질이야.’
이 관계가 평등하지 않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건 보는 자가 되는 일이다. pp. 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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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법서 #글쓰기책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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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방
최성민 지음 / 송송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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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 다예는 서울에 혼자 올라와 원룸텔에서 자취하며 미대입시를 준비한다. 친구를 만들지 않고 혼자 다니는 다예에게 미술학원 원장이 노골적으로 추근댄다. 그저 견디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잘생긴 남자가 옆집에 이사 오고, 다예는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진다. 남들이 수군댈 정도로 결벽증이 있는 다예는 남자의 쓰레기를 뒤져 담배꽁초를 모으며 자조한다.
“어째서 나의 로맨스는 이렇게 음침한 걸까.”
하지만 도무지 멈출 수가 없다. 끝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남자와 마주치고 이어지기 위해 은밀한 노력을 한다.

상황과 관계없이 사랑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반하고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믿는다. 누구에게도 설명 못 할 행동을 하면서도 애써 합리화한다.

스스로는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미성숙한 시절, 사랑이라고 믿는 감정에 휘둘리는 청춘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하긴 감정에 휘둘리는 건 나이가 들어도 맘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다예가 현실을 견디는 공간, 언제라도 여기서 떠날 수 있다고 믿는 곳, 여기서 ‘좁은 방’이란 실은 남에게 보이기 싫은 어둡고 음침한 내 밑바닥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책을 들면 중간에 놓을 수가 없다. 끝까지 단숨에 읽게 되는 페이지 터너.
벽돌책 양장본 만화. 소장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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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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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와앤

리보와 앤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보조 로봇이다. 리보는 입구에서 인사를 하며 도서 정보를 알려주고 앤은 2층 어린이 자료실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모두 떠난 도서관에 리보와 앤만 덩그러니 남겨진다.

‘이건 나잖아?’
하고 생각했다. 2020년 2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학교가 문을 닫았다. 학생들이 오지 않는 도서관에 나만 남았다. 리보와 앤처럼.
재택근무를 할 수도 있었지만 가능한 학교에 나가서 도서관 문을 열었다. 누군가 올 거라고 기대해서는 아니었다. 집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텅빈 도서관에서 PC를 켜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학생들이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책 소독기를 구입했다. 집에서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자도서관을 계약하고 전자도서를 구입했다. 여느 때처럼 종이책도 구입했다. 다행히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른 학교 사서 선생님은 학생도 없는데 책을 왜 사느냐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서가를 정리하고 폐기도서를 골라냈다. 온라인으로 도서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애들도 없는데 도서관에서 뭐 하세요?”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에서 리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사람들이 오지 않으므로 소통률이 자꾸만 하락한다. 소통 로봇의 소통률 하락은 작업률 하락을 뜻한다. 기능에 문제가 있는 로봇은 초기화를 피할 수 없다.
나도 그랬다. 잊히는 것도, 쓸모없어지는 것도 두려웠다.

“그리움은 걷잡을 수 없는 재난. 만날 사람은 만나야 한다.”
앤의 말이 깊은 울림을 준다.

그리움과 두려움이 공존하던 그때를 돌아보면 긴 터널을 통과한 것만 같다. 앞에 또 다른 터널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우리는 새로운 힘을 내어 굳건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긴긴밤>의 뒤를 잇는 작품의 탄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색채는 좀 다르지만 연결과 연대에 대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어윤정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
#사전서평단
#책추천 #문학동네
#어린이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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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아저씨
김은주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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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아저씨

100m를 12초 03으로 뛰어 전국 2위의 기록을 보유한 17세 육상 천재 다연은 수많은 기자가 지켜보는 중요한 경기에서 넘어져 발목 부상을 당한다. 한번도 훈련을 게을리 한 적이 없는 다연인데 발목이 다 나은 후에도 어찌된 일인지 달릴 수가 없다. 그런 다연이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상대는 한강공원에서 만난 뚱뚱한 비둘기, 구구 아저씨다.

다연에게 간식을 얻어먹는 게 낙인 구구 아저씨는 비대한 몸집 때문에 제대로 날지도 못하지만 영화 '첩혈쌍웅 3'에 출연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유일한 꿈을 쫓다가 크게 넘어졌을 때, 같은 꿈을 꾸는 동지라고 믿었던 친구들이 사실은 내가 완전히 주저앉기를 바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우리에게는 구구 아저씨가 필요하다.

무심한 듯 툭툭 내뱉지만 알고 보면 명언 제조기인 구구 아저씨는 존재만으로도 위로와 응원이 된다.

"이렇게 힘드니까 나는 뭔가 더 잘할 수 있겠구나."라고. 그 '뭔가'는 각자 원하는 걸로 채우면 돼." p.145

#성장소설 #김은주 #소설추천 #팩토리나인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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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문 사계절 1318 문고 133
탁경은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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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문

<사이퍼>, <사랑에 빠질 때 우리가 나누는 말들> 등 섬세한 심리 묘사로 많은 청소년의 사랑과 지지를 확보한 탁경은 작가의 단편소설집.

아이과 어른의 경계에서 시련에 빠졌을 때,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고 혼자라고만 느낀다면 마음의 문을 쾅 닫고 겨울잠을 자듯 세상을 외면하고 싶어진다.

여기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에는 눈앞의 현실이 암울하고 희망찬 미래가 그려지지 않더라도 꿋꿋이 나아가는 청소년들이 등장한다.

「지금은 생리 중」에서는 항상 완벽을 추구하지만 생리통 만큼은 견디기 어려운 유나의 말 못 할 시련이 그려진다.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생리’이야기를 남 앞에서 꺼내기는 어쩐지 부끄럽고 생리통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받기도 어렵다. 유나는 갑자기 시작된 생리로 난감한 와중에 자신을 비난하는 쪽지를 받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변 친구들을 모두 의심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앞에서만 친구인 척하는 사람이 가려지고 나면 진정한 친구들과의 우정은 더욱 더 끈끈해지는 법이다. 여기서 유나의 절친인 채희의 행동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생리에 대해 연구하고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점은 좋지만 반 아이들 앞에서 “생리 터졌나 봐.”, “탐폰이 어딨더라?”하고 말하는 것은 좀 거북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속사정을 굳이 광고를 해야 했을까? 이런 나를 고루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말이다.

「이번 생은 망했어」의 영욱은 공부나 운동은 물론이고 게임 실력마저도 변변치가 않다. 닮고 싶은 어른도 없고 어른이 되고 싶지도 않다. 이번 생은 망했다고 여기면서도 ‘하나쯤은 잘하는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민트문」에는 늘 언니와 비교되는 현실을 잊고자 아이돌그룹의 멤버인 ‘오빠’를 주인공으로 한 팬픽을 쓰는 데 몰두하는 민정이 있다. 팬픽 안에서 ‘오빠’는 가까이에 있고 ‘오빠’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인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오빠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모기」에서는 서로 신뢰하지도 애정하지도 않는 한 가족의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절대 뭉쳐지지 않는 콩가루 가족 같은데 모기를 잡을 때만큼은 일사불란한 팀워크를 발휘한다.

「동욱」에서는 누가 보더라도 막다른 길에 몰린 소년 동욱이 주인공이다. 동욱은 오랜 기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 왔고 학교에서는 친구 관계가 어려웠다. 유일한 친구를 위해 한 행동 때문에 하지 않은 절도를 뒤집어 쓰고 소년원에 가게 된 동욱은 그 곳에서 그를 위해 손을 내밀어주는 친구를 만난다.

기존의 청소년소설에서는 왕따 주동자나 폭력 가해자가 알고 보니 가정에서의 결핍 때문이었다는 설정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탁경은 작가님은 소설에서 우리가 정상 가족이라고 일컫는 가족과는 다른 형태의 가족, 소위 결손가정에서 꿋꿋하고 꼿꼿하게 잘 자라는 아이들을 많이 보여준다. 나는 그 점이 참 고맙다. 직접 선택하지 않은 가족 형태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외면이나 동정을 받을 이유는 없다. 가족의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어떤 형태의 가족 구성원으로서도 아이들은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이 소설 속의 아이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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