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 VivaVivo (비바비보) 47
바바라 디 지음, 김선영 옮김 / 뜨인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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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좋아해서그런거야


성장기 청소년 사이에서 발생하는 은밀한 성희롱 문제를 직관적으로 담아낸 성장소설.

중학교 2학년생인 밀라는 입던 옷이 작아져 불편하지만 엄마에게 새옷을 사달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최근 엄마가 부쩍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대신 가슴과 엉덩이를 가릴 수 있는 큼지막한 옷을 입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농구부 남학생들의 행동이 이상하다. 생일이라며 안아달라고 하거나 옆에 바짝 붙어 앉고 심지어 엉덩이에 손이 닿기까지 한다.
하지만 질색하는 밀라에게 남학생들은 "에이, 장난 좀 친 걸 갖고 예민하기는."이라는 반응이다.
남학생 무리 중 한 명을 좋아하는 친구 자라는 "어째서 걔들이 다 너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야?"라고 한다. 심지어 남자애들이 밀라를 고른 이유가 밀라에게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밀라는 엄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친구들은 의지가 되지 않고 선생님께 얘기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밀라 자신이 스스로를 지켜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과연 밀라는 성희롱을 끊어내고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성희롱과 장난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렇기에 가해자도 그것을 이용한다. 피해자의 행실을 되려 문제삼으려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하지만 장난이든 성희롱이든 상대방이 불편하다면 칼로 자른 듯 그만둬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청소년, 학부모, 교사들이 모두 읽었으면 좋겠다. 토론주제 도서로도 좋을 것 같다. 몰라서 성희롱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또 성희롱으로 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도록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바바라디 #뜨인돌
#청소년소설 #청소년문학
#영미소설 #소설추천 #책추천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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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체력왕 - 땀 흘리는 여자들의 근력 연대기
강소희.이아리 지음 / 미디어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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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체력왕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우는 운동 원데이클래스, 일명 ‘여가여배’를 이끄는 두 여자의 요절복통 운동에세이다.
키 큰 여자 강소희는 농구를 좋아하던 아이였고 자라서 카피라이터가 되었다. 키 작은 여자 이아리는 수영을 하며 체력과 주량을 기른 디자이너다. 이 멋진 두 여자가 만든 여가여배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가르치고 배우며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로 주짓수, 농구, 스케이트보드, 축구, 배구, 스윙댄스 6개 종목을 진행했다고 한다.
한때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했던 중년 아줌마의 옆구리와 견갑골이 간질간질해진다. 까마득한 옛날, 퇴근 후 남산에서 달리기를 하고 테니스코트 위 허름한 식당에서 먹던 비빔국수와 막걸리, 삼겹살과 소주가 떠오른다. 30대의 최은하는 매일 수영을 하러 갔었다. 하루라도 수영장의 락스 냄새를 맡지 않으면 몸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무에타이를 배울 때는 시작한지 10분도 안돼서 온몸이 땀으로 반질반질하게 젖은 채로 열심히 주먹을 뻗고 발차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 홀로 기다리는 강아지 송이와 4시간이나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핑계로 운동을 멀리하고 있다.
꾸준히 몸을 쓰며 차근차근 기록하는 이 두 여자가 너무나 부럽다. 게다가 글은 왜 이렇게 잘쓰는 걸까? 카피라이터라서? 기가 막히게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포스트잍 플래그를 붙이다 보니 어느새 형형색색의 '좋아요'가 빼곡히 붙어있다.
오타를 두 개 발견했다. 얼른 수정할 수 있게 2쇄, 3쇄, 여러 쇄를 찍어냈으면 한다.
'운동해야 하는데'만 되뇌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시작할 힘을 얻으면 좋겠다. 잘 쓴 수필이 고픈 사람이라면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추신 : 계속 글을 써주세요. 제발요!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겸연쩍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가장 피하고 싶은 문제에 가장 빨리 부딪히는 게 낫다는 걸 아는 것이다.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피할수록 내 안의 고통이 연장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p.59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스트레칭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김연아 선수의 대답을 떠올린다. 나에 대한 선입견을 무시할 때 의외의 가능성이 보인다.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하는 것, 일단 해보는 것의 힘은 세다. p79

축구화를 신는다. 운동장으로 나간다.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끈질긴 사람이 된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는 이렇게 힘이 세다.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보며 회당 다섯 번씩 눈물을 흘리던 나는 급기야 34도 열대야에 족구장에서 패스를 하고 드리블을 한다. 족구장 그물에 대고 대포 슛을 쏜다. 두근거리던 심장은 이제 터져버릴 것만 같다. 아, 이 죽을 것 같은 살아 있음을 사랑한다. p.125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여가여배 #강소희 #이아리 #땀흘리는여자들의근력연대기
#창비 #책추천 #수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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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의 생존법 문학동네 청소년 66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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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의생존법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로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황영미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에서 중학생들의 친구 관계와 왕따 문제를 생생하게 다뤄 중학교에 잠입해서 쓴 게 아니냐는 찬사를 이끌어 낸 작가가 이번에는 명문고에 입학한 고등학생들의 생존경쟁과 좌충우돌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두성고에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다른 아이들이 실수한 덕이라며 다음 시험을 걱정하는 준호, 낙천적이고 유머러스한 준호의 베프 건우, 자신감 넘치고 똑부러지지만 대학엔 갈 생각이 없는 유빈, 코어 동아리 회장으로 완벽하게만 보이지만 집안의 높은 기대치에 압박감을 느끼는 보나, 전교 1등에 부자에 다 가진 것 같지만 내면은 성숙하지 못한 병서, 연습생 출신답게 빼어난 외모로 사람들의 시선을 몰고 다니지만 원치 않는 얼평, 몸평과 성희롱이 괴로운 하림.

저마다 다른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고등학생들의 심리를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생동감 넘치게 담아냈다.

생각만큼 성적은 오르지 않고 미래도 걱정되지만 친구관계도 중요하고 연애도 하고 싶고 외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딱 이 시기의 고민이 날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목차에 제시된 생존 매뉴얼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1. 이름이 불려도 당황하지 않기 2. 강풍을 대비하기 3. 빌런의 등장에 흔들리지 않기 4. 떡볶이는 먹고 가기 5. 골고루 망쳤을 땐 일단 한숨 자기 6. 도저히 안 될 땐 과감히 투항하기 7. 패배에 대한 맷집을 기르기 8. 내 앞에 놓인 일들을 그냥 하기 9. 메뉴가 별로인 날은 건너뛰기 10. 기운 없는 친구에겐 죽을 건네기 11. 밖으로 끄집어내기 12. 드넓은 바다를 상상하기 13. 고양이인가 싶을 때 다시 보기

 

학생들의 고민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준호의 아빠와 삼촌처럼 압박하지 않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 자식이 우수하다고 좋은 학교에 다닌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해 가장 많이 걱정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사람이 돈도 중요하지만, 인간이 빵만으로는 살 수 없잖아. 중국에 루쉰이라고 있잖아. 작가. 루쉰이 원래 의학도였다더라. 그런데 간첩으로 몰려 처형당하는 동포를 낄낄거리며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대. 육체보다 정신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거지. 하여튼 문학, 역사학, 철학 꼭 필요해. 나는 너처럼 똑똑한 애들이 그런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 49

 

너무 걱정하지 마. 살아 보니 학벌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더라. 아빠가 학벌이 좋으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학벌보다 실력이 중요한 분야가 점점 많아질 거야. 그러니 너무 마음 쓰지 말고 가능하면 즐겁게 살아.” P. 112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황영미 #문학동네 #청소년소설 #청소년문학 #소설추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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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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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이모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열일곱 살 유나인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어느날 손톱 사이에서 자라난 새싹을 발견하고 식물들의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혼란스러운 나인 앞에 나타난 소년 승택을 통해 자신이 외계인 누브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나인은 식물들의 도움으로 2년 전 실종된 박원우 사건의 전말을 파헤친다. 
절친한 친구 미래와 현재는 나인을 전폭적으로 돕는다. 모든 비밀을 공유할 수 있고 언제든 내 편이 되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불안하고 위태로운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각자 남에게는 털어놓기 힘든 결핍을 갖고 있는 나인, 미래, 현재의 우정이 눈부시다. 
“만약에 내가 인간이 아니고 식물이라면 어때? 그니까 인간이기는 한데 식물인 거야.”하고 나인이 자신의 정체를 미래에게 털어놓았을 때 “나무? 꽃? 아니면 꽃 피는 나무? 선인장?”하고 되묻는 미래의 반응이 인상적이다. 
천선란 작가의 상상력은 짐작을 허용하지 않는 기발함과 오싹함의 연속이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밥알처럼 긴 문장들을 주로 사용하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 같다. 고요함과 스펙터클이 사이좋게 공존한다. 영상화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학교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보았다. 여기에 붙여 봤자 아무도 안 본다고 했는데 아저씨는 기어코 붙였고, 나인은 그런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세상 바깥에라도 그 이름을 붙여 두고 싶은 것이라고. 
파도에 휩쓸리지라도 모래에 이름을 적어 두는 것이라고. p. 178

진실에는 ‘취급주의’ 스티커가 필요했다.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해골 스티커도 덕지덕지 붙여 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 쉽게 타인의 손에 분실되고, 망가지고, 퇴색되니까. 단서의 모든 조각을 다 모을 때까지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지하 방공호에 넣어 두고 싶었다. 그런 것 하나 준비되지 않은 세상에서 진실이란 위태롭기만 했다. p.184

#천선란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영어덜트 #소설추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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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 불시착
박소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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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불시착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시리즈를 쓴 #박소연작가 의 #직장하이퍼리얼리즘 소설집.
그 중에서도 '막내가 사라졌다'라는 단편 한 편이 수록된 #가제본 을 읽었다.

유난히 평범한 어느날, 지각인가 싶던 막내 시준이 부서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퇴사를 통보한다.

'저는 오늘부로 퇴사합니다. 필요한 서류는 대리인이 참석해서 처리할 예정입니다.'

책상은 업무파일이 담겼을 USB 파일 하나만 남아 있을 뿐이고 휴대폰 번호도 변경했고 이사까지 한 상태다.
처음에는 막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걱정하던 부서원들은 단순한 무단퇴사가 아니라는 걸 깨닫자 누구할 것 없이 점점 초조해진다. 대수롭지 않게 했던 말이나 행동이라도 문제를 삼으려고 들면 얼마든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장면이나 사람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을 소설이다.

평소 시니컬하고 직설적이라는 옆부서 강과장의 뼈 때리는 말이 인상적이다.

"내일까지 두려움에 떨 사람들이 많아 보이네요. 그러게 회사 다닐 때나 상사고 선배지, 그만두면 아무 관계도 아닐 사람들끼리 진즉 기본 매너는 지키고 살면 좀 좋아요? 지금 여기에 다니고 있으니까 껌뻑 죽는 척 해주는 거지, 나가면 알게 뭐예요? 말도 제대로 안 섞어줄 동네 아저씨고 모르는 아줌마지."

나머지 소설도 너무 궁금하다. 정식출간본을 구입해야겠다.

@rhkorea_books #박소연 #재능의불시착 #막내가사라졌다 #가제본서평단 #직장인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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