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그립다7

(김정한)

당신을 잊어야 하는데
길을 가다가 우연히 당신을 만나도
빙긋 웃을 수 있어야 하는데
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그래서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신을 지워야 하는데
문득문득 당신과 함께 간 장소에
다른 사람하고 갔을 때
당신이 생각나지 않아야 하는데
당신이 생각나는 거예요
그래서 당신을 지울 수가 없어요

당신을 생각하면
자꾸만 눈물이 나는 건
몸은 잊기로 했지만
마음은 잊지 못한 거 같아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나 봐요

내가 당신을 잊을 수 있는 건
당신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
내가 행복해야 하는데
난 행복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당신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꼭 잊어야 한다면
지금부터 조금씩 노력할게요
천천히 지워가며 잊는 연습을 할게요

그래도 지울 수가 없으면
내 가슴에다가 묻을게요
아무도 보이지 않게
그러면 되는 거잖아요

죽을 만큼 당신이 보고 싶으면
아무도 모르게 내 가슴을 열어
나 혼자서 당신을 만나면 되니까요
당신도 모르게
나 혼자서 바라보면 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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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을 모두 여행작가라고 통칭하지만, 사실 ‘여행 이야기‘ 안에는 꽤 이질적인 두 가지가섞여 있다. 문학의 한 갈래인 에세이, 그리고 굳이 분류명을 뒤집어씌우자면 비문학 중에서도 설명문에 가장 가까울 여행 정보가 그것이다.
문학과 비문학의 경계는 생각보다 뚜렷해서, 두 언덕에 모두 다리를걸치고 있는 작가는 아주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장르 아래서도하위 분야가 있고, 작가의 개성과 취향, 가치관에 따라 주로 한 분야를파는 경우가 많다. 문학과 비문학은 각자의 뚜렷한 목적과 역할이 있으므로 여행기를 읽으며 ‘왜 이렇게 정보가 없지?‘라거나 가이드북을읽으며 ‘왜 이렇게 글이 재미없고 뻣뻣해?‘라고 하는 일은 적어도 이책 독자들 중에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 P49

여행작가라는 직업에도 필요한 적성과 능력이 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여행 글을 한번쯤 써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런 적성이며 스킬은다 쓸데없는 얘기다. 그냥 쓰면 된다. 그러나 인생의 한 시절 동안, 어쩌면 평생을 여행작가라는 직업에 투신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꽤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될 수도 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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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장정일)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굵직굵직한 나뭇등걸 아래 앉아 억만 시름 접어 날리고
결국 끊지 못했던 흡연의 사슬 끝내 떨칠 수 있을 때
그늘 아래 앉은 그것이 그대로 하나의 뿌리가 되어
나는 지층 가장 깊은 곳에 내려앉은 물맛을 보고
수액이 체관 타고 흐르는 그대로 한 됫박 녹말이 되어
나뭇가지 흔드는 어깻짓으로 지친 새들의 날개와
부르튼 구름의 발바닥 쉬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또 내가 앉아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내가 나밖에 될 수 없을 때
이제는 홀로 있음이 만물 자유케 하며
스물두 살 앞에 쌓인 술병 먼 길 돌아서 가고
공장들과 공장들 숱한 대장간과 국경의 거미줄로부터
그대 걸어 나와 서로의 팔목 야윈 슬픔 잡아 준다면
좋을 것이다 그제서야 조금씩 시간의 얼레도 풀어져
초록의 대지는 저녁 타는 그림으로 어둑하고
형제들은 출근에 가위눌리지 않는 단잠의 베개 벨 것인데
한 켠에선 되게 낮잠을 자버린 사람들이 나지막이 노래불러
유행 지난 시편의 몇 구절을 기억하겠지

바빌론 강가에 앉아
사철나무 그늘을 생각하며 우리는
눈물 흘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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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찍는 제 마음이다. 감시하는 사람은 없다. 주변의 눈치 때문에풀지 못했던 억압과 금기가 사진에는 없다.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보이는 것들이 모두 제 것이 된다. 어떻게 찍든 제 마음이다. 눈과 마음이결정한 대로 잘라버리면 그만이다. 잘린 대상은 아파하지 않고 항의도 없다. 온갖 짓을 벌여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세계가 있다. 뒤집고 돌리고 흔들어도 누군가에게 피해주는 일은 더더욱 없다. 평생 처음의 자유를 손에 든 카메라가 누리게 해준다.
사진 찍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면 재미있는 놀이로 발전시키면 된다.
들도 좋은 장난감이 있어야 잘 논다. 놀이의 단게 역시 과정과 깊이의 추구가 있다. 더 즐겁게 놀기 위해 카메라란 장난감도 바꾸고 더 멋진 장소도 찾게 될 것이다. 놀이에 빠진 사람들은 표정을 찌푸리고 괴로워하는 일이 없다. 사진에 빠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진이란 놀이를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면 지적 욕망의 해방구가 된다. 찍고 또 찍는 지루한 반복과 몰입의 시간들을 통해 내재된 억압이 무엇인지 선명해진다. 세상을 향해 자신을 드러내는 강력한 표현 수단인 사진이란 백이 있으니 무서울 게 없다. 거침없이 사진을 찍고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줘라. 사진이란 세계에선 누구나 동등하다. 이 판에서조차 남의 눈치를 본다면 설 곳은 어디에도 없다.
자신의 선택과 주장이 정당하다면 세상은 반드시 공감한다. 그 반응으로 주변의 칭찬과 부러움을 듣게 된다. 좋은 사진을 찍을 능력을 더 키워시 제 이야기를 담아라. 세상의 모든 예술은 결국 제 이야기를 털어내는일이다. 사진 안에 차곡차곡 내용물을 쌓는 일이 바로 그토록 원하던 자아의 실현이다. - P133

알고 싶고 갖고 싶은 일상 너머의 가치는 누가 일러준다고 알아지지 않는다. 시간과 열정을 묻혀 스스로 다가서서 열 때 건네지는 선물이다. 필요한 것은 제 풀에 지쳐 쓰러지지 않는 ‘지속의 힘‘뿐이다. 그 시간이 얼마인지 물어보지 마라. 정신없이 빠져들어 한 10년쯤 지속해보면 원하는 것은 모두 손에 들려 있게 된다.
창조적 삶은 겉모습으로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 자신만의 내용물을 채우지 못하면 세월이 흐를수록 허망함만 남을지 모른다. 사진이라는 풍요의 세계가 꿈을 이루어준다. 다채롭고 풍부한 세상의 아름다움은 평생을바쳐도 다 보지 못한다. 이 아름다움의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면 자기 하나쯤은 채울 수 있다. 지나간 세월의 덧없음을 한탄하는 여자들이여, 현재의 시간을 덧없는 공상으로 허비하지 마라. 당장 카메라 하나 들고 세상을누벼볼 일이다. - P134

여자의 벗은 몸을 어떻게 볼지는 각자의 몫이다. 조형적 아름다움을 떠올리거나 성적 환상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자를 안다면 무엇을 안다는 것일까.
아름다움과 부드러움? 모성의 숭고함? 인격? 나는 여전히 여자를 알지 못한다. 끝없는 관심과 탐구의 대상으로 여자는 매력적이다. 여자를 알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겪어보는 일뿐이다. 본질을 알았다면 사진은 쉽게 풀리지 않을까. - P141

사진은 있는 그대로 찍힌 진실이어야 아름답다. 세월이 흘러 변하는 건언제나 사람이다. 사진은 그 순간의 진실을 버리지 않는다. 시간은 되돌릴수 없기에 진실의 모습이 빛을 발하게 된다. 사진이란 개인의 역사만은 진실을 담기 마련이다. 진실하지 못할 때 진실의 가치는 더욱 돋보인다. 비밀을 아는 사진만이 무엇보다 정확하게 과거의 진실을 들려줄 것이다. 치욕과 과오의 역사도 모두 중요하다. 나는 처음으로 그 후배에게 ‘바보 같은년이란 욕을 해댔다. - P143

본격적으로 사진 찍기 위해 카메라와 장비를 갖추려면 꽤 많은 돈이 든다. 하지만 본격의 내용을 잘 이해하면 큰돈 들일 필요가 없는 게 사진이다. 일상의삶을 찍기 위해 거창한 카메라와 장비는 필요 없다. 남들의 눈을 의식해 커다란 망원렌즈나 초광각렌즈를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다. 선명한 화질을보여주는 이 사진은 조그만 미러리스 카메라로 찍었다. 망원렌즈를 대체하기위해 발품 팔아 더 다가서면 그만이다. 값비싼 카메라와 장비를 갖추고도 우스운 사진만 찍어대는 부조화를 부끄러워해야 옳다. - P150

다른 취미나 관심 영역을 생각해보라. 시간과 노력에 비해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의 매력은 무엇일까. 들인 시간과 노력이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사진으로 남지 않는가. 오랜 세월 사진을 해온 선배들의 말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래도 사진 몇 장 건졌으니 지나온 세월이 허망하지 않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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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여행중 아침에 일찍일어나서 아침운동을 하고 왔는데요
동영상은 첨부가 안되네요
사진 몇장올리고 블로그에 일출동영상 올린거 링크 걸어둘게요
보실 분은 방문해주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https://m.blog.naver.com/crasyguy/22343145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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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박 2024-05-01 0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시네요. 덕분에 일출을 누워서 봤네요. 소원 이루시길 바랄게요

루피닷 2024-05-01 16:4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