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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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50세에 회사를 그만둔 독신 여성이다. 30대 후반부터 회사는 평생직장이 아니고, 50세에 회사를 스스로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한다. 
마약 같은 월급을 받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누군가와 끊임없이 경쟁하며 힘들게 살다가 지칠 때쯤에 은퇴나 해고 통보를 받기보다는 회사를 스스로 나가서 자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뭐, 이 정도는 다들 아는 내용일 수 있는데, 저자가 준비하는 방법이 신선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끊임없이 배워라. 등 많은 조언들이 있지만, 저자가 말하는 조언은 '돈이 없어도 행복한 라이프 스타일의 확립'이다. 월급을 받을 때마다 쇼핑을 하며 집에 쌓아두던 물건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최소한의 돈으로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독신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방법도 선택하는데, 전기세 반으로 줄이고, 외식을 자제하고, 농수산물 직거래 장소를 찾아다닌다. 
가족에게 이렇게 하자고 한 번 이야기해보자. 당장 어떻게 된 거 아니냐고 핀잔을 들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각자 상황에 맞게 물건에 집착하는 물욕의 생활을 떠나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회사를 그만둘 때 가장 걱정되는 것 중의 하나가 회사에서 받는 각종 보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건강보험, 개인연금, 각종 복리후생, 건강 검진 등. 회사를 그만두면, 스스로 모든 사항을 신고하고, 처리해야 한다. 부동산 중개소에서 집을 구할 때나 신용 카드 만들 때도 회사를 안 다니면, 많이 불편하다. 

저자는 국가가 회사를 그만둔 퇴직자를 위한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어떻게 하든 회사를 다니도록 만드는 정책을 먼저 우선시한다고 한다. 회사에 의해서 돌아가는 사회가 바로 회사 사회이다. 정부, 회사, 은행이 서로 협력해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빚을 내도록 해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구조인 사회이다.   
회사 사회에서는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회사가 물건이 안 팔리면, 일하는 사람을 싸게 쓰고 버리거나 고객을 속여야 한다. 다시 말해, 회사가 살아남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런 회사 사회를 벗어나 인간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립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돈은 벌어야 하지만, 경비와 수입의 균형을 맞추고, 절제와 절약을 하며, 싫은 사람과 억지로 사귀지 말고, 이웃과 교류하면서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인간 사회는 참으로 쉽게 만들어질 사회가 아니다. 하지만, 고민해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정의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이 정도의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많은 고민의 결과가 아닐까 한다. 

'일이란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 그것은 놀이와는 다릅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 반드시 진지해져야 합니다. 그렇기에 일은 재미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가 힘들다고 나갈 궁리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마지막 충고를 가슴속에 새겨 둘 필요가 있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 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걸 알게 되면 회사만큼 멋진 곳도 없습니다. 그리고, 수행이 끝났을 때 당신은 언제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습니다. 다만 언젠가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자기를 만들 것. 그것만큼은 정말 중요한 게 아닐까요.'


2017.10.08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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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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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은 <Hillbilly Elegy>이다. 영어사전에 없는 Hillbilly를 위키피디아에서 찾으면, 미국 산맥 지역 특히, Appalachia 산맥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슬랭 용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고 있다. Elegy는 슬픔을 표현한 시나 노래를 뜻하는 것으로 애가라고 번역할 수 있을 듯하다. 즉,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의 슬픔을 표현한 노래가 이 책의 제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J.D. 밴스는 힐빌리 출신으로 해병대, 오하이오 주립대학, 예일 로스쿨을 거쳐 로스펌에 취직한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그도 힐빌리 출신이었기 때문에 불완전한 가족관계, 약물중독 엄마, 가난한 생활 등에 그대로 노출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그를 지켜준 누나 등이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아주 불운하지 않았다. 표창원 님은 <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유년시절에 따뜻하게 보호를 해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었어도 그토록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의 세계에서 살았지만, 교육 또는 자존감 만큼은 지켜준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힐빌리를 탈출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로 성공적인 삶을 산다. 그냥 주저앉을 수도 있었지만, 두려움을 딛고, 해병대를 자원하고, 해병대에서 배운 경험, 제대 후 지원 혜택을 기반으로 자신의 길을 계속 간다. 

저자는 본인들의 어려움을 국가와 사회보장 탓으로 돌리지 않고, 제대로 살기 위해 힐릴리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할머니가 항상 그에게 통렬하게 꾸짖은  "뭐든 할 수 있다. 절대 자기 앞길만 막혀 있다고 생각하는 빌어먹을 낙오자처럼 살지 말거라." 이 말은 참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가난한 사람은 통조림, 냉동식품으로 장바구니를 채우고, 맥도널드 등의 체인점에서 식사를 한다. 그리고, 분유를 산다. 복지 제도를 통해 얻은 푸드 스탬프를 팔아서 담배, 술, 약물, 마약 등을 산다. 이러면서 자신의 몸을 더욱 망친다. 본인도 감당하기 힘들면서 한순간의 성적 욕망에 사로잡혀 아이를 낳고, 방치한다. 그러면서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고, 점차 결혼도 못하고, 동거와 별거로 바뀐다. 
미국 대학교는 장학금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 마음만 먹고, 노력하면 충분히 대학교를 다닐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알아볼 생각조차 안 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대학교를 포기한다. 결국, 가난한 사람은 스스로 계속 가난의 길로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국가는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 최소한의 보장을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저자는 사회 보장 시스템을 만들기 전에 가난한 사람의 실생활을 제대로 파악하라고 역설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본인의 마음과 노력이 없으면, 아무리 보장 제도를 잘 만들어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공감 가는 이유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가난할수록 보수 정치, 즉 기득권을 위하는 정책을 펴는 정당을 지지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시골, 저학력자, 노동 계층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 월급 명세서에 노인복지 기금 지출이 매달 찍혀있다. 이 복지 기금을 만든 사람이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유시민 님이다. 하지만, 경기도 도지사에서 많은 노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결국 떨어졌다. 

헬스장에서 양복바지를 입고, 운동하는 할아버지 한 분이 있다. 트레드밀에서 운동은 안 하고, TV만 보신다. 가끔 덤벨을 들어 올리시고, 다시 본인의 가방으로 자리를 잡아 놓은 트레드밀로 올라가서 TV 조선을 본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트럼프 같은 엄청난 대통령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같은 사람이 트럼프에게 가서 말할 상대나 되냐고 말한다. 난 그 할아버지에 대해서 하나도 모른다. 하지만, 화도 나면서 안타깝기도 하다. 

난 어렸을 때부터 무난한 게 살아왔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남들 하는 대로 쫓아갔다. 정말 어렸을 때 내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그리고, 하나의 이정표를 향해 정말 노력했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생각한다. 어렸을 때 나 또한 그리 풍족하지 않은 가정에 불만을 가진 적이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내 인생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한 것이다. 아직도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다. 그때까지 멈추지 말고, 고민을 해야 한다.


2017.10.06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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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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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홈페이지, 교보문고 강남점 매장, 잡지나 책에 있는 책 소개란에서 많이 보았던 마스다 미리의 산문집이다. 미혼, 44세,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그녀는 만화, 산문집 등을 통해 많은 여성들의 공감과 함께 그녀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가라고 한다. 아직 만화책은 보지 못했고, 이번에 처음으로 마스다 미리 님의 작품을 접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잔잔한 일상의 풍경이 주된 내용이다. 따뜻한 오후 햇살 속에서 소파에 누워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다. 4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재미있게 사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어찌 보면, 사소하지만 끊임없이 뭔가 할 일을 생각하며 하나씩 하는 모습이 씩씩하게 느껴졌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걱정이나 소소한 그분의 생각은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옷을 고를 때 나에게 어울릴까 고민하는 부분에서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마스다 미리 님은 친구들과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축제 구경하고, 쇼핑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거 같았다. 시간 여유만 된다면, 모든 여성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로서는 음.. 좀 그렇다. 

왜 40대 중반 남자가 잔잔한 일상의 풍경을 다룬 산문집은 없을까? 내가 아직 찾지 못한 것일까?
내가 읽은 에세이는 하나같이 무겁다. 정치, 경제, 사회 고민도 많고,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간 느낌이다. 남자는 뭔가 고상하고, 무거운 주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나마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김중혁 님의 <뭐라도 되겠지>가 그나마 잔잔한 일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나의 관점이니 틀릴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각종 상황에 대한 소소한 내용에 본인이 생각한 발명품(어처구니 없는 것이 많다.)을 소개하는 것을 보니 역시 남자는 나이 들어도 장난감이 필요하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을 한다.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오랜만에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아서 메뉴를 심사숙고하면서 고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어떨까 한다. 전시회도 가보고, 서점도 가고, 커피 전문점에서 잡담을 하며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하고, 집으로 귀가하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걸 같이 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주변이 있을지 모르겠다. 쩝 


2017.09.24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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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할까요? 2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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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에 1편을 읽고, 이제야 2편을 읽었다. 1편을 읽고, 알라딘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http://blog.aladin.co.kr/742713195/7560262



2편도 1편과 마찬가지로 커피를 매개체로 사람들의 사연이 따뜻하게 전개된다. 허영만 님의 만화는 참 좋다. 그림도 편안하지만, 내용도 참 좋다. 나도 드립 커피 장비를 구비해서 도전해 보고 싶다. 

난 주로 여름에는 아이스 에스프레소와 겨울에는 카푸치노를 즐겨 마신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이유는 주로 커피를 식사 후에 마시기 때문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커피의 맛을 음미한다기보다는 그냥 습관적으로 남들이 마시니 나도 마신다는 느낌이 든다.  
솔직하게 난 맛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하다. 잘 구분도 못한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도 별로 탐이 안 나고, 요리는 생각해 본적도 없다. 연애한다면, 참 재미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가끔은 커피 공장처럼 뽑아내는 커피 체인점보다 이 책에 나오는 2대 커피 같은 곳에서 천천히 커피를 음미하면서 마셔보고 싶다. 뭐, 맛은 잘 모르지만, 분위기가 멋있지 않을까? 요즘 이런 커피 전문점을 주변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플라스틱이나 종이컵에 넣어 테이크아웃 후에 걸어가면서 후다닥 먹는 커피는 음료수 마시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창밖의 날씨 좋은 풍경과 더불어 데미타세에 담긴 따뜻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여유를 한껏 부릴 수 있는 그런 곳을 찾아봐야겠다.
(책에서 '프릳츠', '노아스로스팅', '후지로얄코리아'을 소개하는데, 역시 집에서 너무 멀다.)


2017.09.23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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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rt!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 글포자를 위한 글쓰기 특강
원재훈 지음 / 동녘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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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살아오면서 중단한 것을 다시 시작한 적이 많았다. 운동, 영어공부, 일기 쓰기, 블로그, 책 읽기 등.. 이것들은 매년 연초에 계획을 세울 때 항상 단골 메뉴였다. 책 읽기 같은 경우 알라딘에서 연말에 1년 동안의 구매 내역, 감상문 쓴 내역 등을 보내 주기 때문에 이걸 보면서 자극을 받아 그 다음 해 계획을 세웠다. 2016년에 몇 권 읽었으니 2017년에는 좀 더 노력해서 몇 권 읽어야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1월 7권, 2월 5권, 3월 1권을 읽다가 결국 4월은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물론,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때문에 힘든 시기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다는 핑계로 아예 시간을 안 냈던 거 같다. 
그러다, 6월부터 다시 시작했고, 6월 9권, 8월 10권, 9월 현재까지 9권을 기록 중이다. 아쉬운 점은 7월은 해외출장 때문에 3권밖에 못 읽었다. 호텔방에서의 독서는 나에게 있어 쉽지 않았다. 23/9 업무 시간으로 피곤하기도 했지만, 타지에서의 설렘 때문인지 집중력이 부족했다. 

그래도 책 읽기는 다시 시작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글쓰기는 일기, 블로그 정도 쓰는 것이 전부이다. 내가 쓴 일기는 단순하게 그날의 일상만 간략하게 기록했기 때문에 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블로그는 책을 읽고 나서 쓰는 감상문이 주된 내용이다. 
MBC PD인 김민식 님은 매일 한 편의 글을 블로그에 남긴다고 한다. 그분의 블로그를 가끔 방문하는데, 정말 많은 글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좋은 내용도 많았다. 그분은 책을 읽고,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그 책을 소개한다. 놀란 것은 본인의 경험을 어떻게 다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생각해 보니 나의 연혁에 대해서 뭔가 정리한 적이 없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나는 유명한 사람일 리 없으므로, 누군가 나의 연혁을 정리해 줄리는 만무하고, 결국 믿을 건 나 밖에 없는데, 나조차 나의 인생에 어떤 일이 언제 들어왔는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 참 부끄럽게 느껴졌다. 

나의 몸을 사랑하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의 과거를 남기는 자세로 인생을 마주 보아야 하겠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 나의 몸을 주무르면서 수고했어라고 말하고, 잠시 눈을 감고, 나의 마음을 쳐다보고, 오늘 나에게 있었던 일을 기록하면 좋겠다. 나를 아끼는 최소한의 태도가 아닐까 한다. 

소설가 원재훈 님이 쓴 이 책은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포기한 사람들에게 다시 글쓰기를 하라는 충고와 도움을 전달한다. 좋은 책들을 인용하면서 여러 글쓰기 관련 생각과 방법을 정리했기 때문에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추천 도서를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다. 
책은 크게 2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2 부분은 '어떻게 쓸 것인가'와 '무엇을 쓸 것인가'이다. 이왕이면, 3 부분으로 나누어서 '왜 써야 하는가'를 추가하면 어땠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물론,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도 이미 이 책에 포함이 되어 있다. '왜, 어떻게, 무엇을' 이 3가지를 항상 생각하는 것이 너무 틀에 박힌 진부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글쓰기도 일종의 훈련이라고 말한다. 칼잡이 무사, 펜싱 선수, 권투 선수들이 생각을 하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연습으로 인한 반사작용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각종 유튜브나 책 소개에서 1년에 몇 권 읽기 등으로 다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콘텐츠가 많다. 1만 7천 권을 소유하고 있는 이동진 님, 1년에 200권 이상을 읽는다는 김민식 님, 1년에 300권 이상을 읽었다는 고영 성남(이 분은 완벽한 공부법의 공동 저자이다.)을 보면, 나는 적어도 1년에 100권 이상은 읽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을 한다. 

그런데, 원재훈 님은 "올해는 100권의 책을 읽겠다"라는 목표보다는 우선 서너 권 책을 신중하게 선택해서 깊게 읽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권의 책을 빠르게 읽고, 그중에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빠르게 찾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신중하게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음미하고, 사색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두 방법 모두를 해봐야지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금의 나로서는 판단할 경험과 근거가 부족하다.

또한, 저자는 일기를 강조한다. 하루에 딱 한 줄만 써도 매일매일 반복한다면, 100일이 지나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 줄을 쓰는 것도 힘들지만, 한 줄만 쓰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 한다. 한 줄을 쓰면, 그다음 내용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축약하고, 한 줄로 표현하는 것도 기술이다.

글쓰기에서 퇴고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다 쓴 후에 맞춤법 검사하고, 다시 읽어보면서 가다듬는다. 한 번뿐인 이 작업을 퇴고로 부르기에는 부적합하다. 몇 년 전에 썼던 블로그 글을 다시 읽어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많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어봤을 때도 변하지 않은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좋은 글이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아직도 훌륭한 고전이 사랑받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윤동주의 <서시>와 김춘수의 <꽃>을 외우기로 작정했다. 시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 시 두 편은 참 좋은 거 같다. 왜 좋은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좋다. 

이 책의 마지막은 글쓰기가 아니고, 말하기이다. 글쓰기만큼 말하기도 중요하고, 일치하는 면이 많다고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었을 것이고, 책을 많이 읽었으면, 말하는 것도 진중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인생이 연습 그 자체일지 모르겠다. 바람직한 인생은 매일 연습하면서 점차 나아지는 것이 아닐까? 연습이 끝나는 날,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닐까 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 되기 위해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의식적인 연습이 중요하겠지만, 첫 출발은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다.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의식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생각할 것이고, 연습을 보완해서 다시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우리 인생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2017.09.23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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