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 인사이드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지음, 이영래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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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우연히 파타고니아 티셔츠를 입은 직원을 만났다. 파타고니아 로고가 크게 새겨진 옷이었다. 별로 고급스러워 보이지도 않고, 목 주변이 약간 늘어난 형태였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옷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이때 처음으로 파타고니아라는 회사를 알았다. 

약 1달 전에 동네 근처 교보 문고를 갔다. 신간 서적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봤다. 부제가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다. 그리고, 표지에는 한 남자가 석양에서 서핑 보드를 가지고 해안을 걷고 있는 사진이 있다. 


책 초반부를 읽을 때는 전형적인 창업자 성공 스토리를 다룬 자서전 정도로 생각했다. 흥미가 떨어졌다. 자기 잘났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기 때문에 책에서까지 접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도서관에서 대여했다면 그대로 반납했을 것이다. 하지만, 구입한 책이고, 같이 구입했던 <징비록>, <역사의 쓸모>, <페스트>, <역사의 역사>를 모두 읽었기 때문에 마땅히 읽을 다른 책도 없어서 아무 기대 없이 읽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이 책은 보통의 자서전과 다르다. 파타고나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말하는 것은 뭔가 달랐다. 회사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회사의 규모가 작아도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관, 철학, 원칙이 중요하다. 책을 읽어갈수록 이본 쉬나드가 말하는 파타고니아 지향점에 깊은 공감을 가졌고, 어느새 책에 빠져들었다.


이본 쉬나드는 등반을 좋아하는 아웃도어 스포츠 마니아이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자신이 등반할 때 쓰는 장비를 좋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이때부터 품질 최우선주의를 추구했다. 이유가 뭘까?



우리는 거의 모든 등반 장비를 재설계하고 개선시켜 더 강하고, 더 가볍고, 더 단순하고, 더 기능적으로 만들었다.

우리 마음속의 최우선은 항상 품질이었다. 적절치 못한 도구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고, 우리 자신이 우리 제품의 최대 고객이었으므로 죽음에 이르는 그 사람이 우리가 될 수 있었다. (P.53)


나는 쓰지 않으면서 고객이 쓰기를 기대하면서 제품을 만들면 안된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쓰지도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팔고, 내가 먹지도 않는 음식을 만들어서 판다. 

나에게 맞는 일, 내가 가장 좋아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직접 사용하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걸로 돈도 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난 정말 사업가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가가 되려면 좋은 명분들이 필요했다. 다행히 나에게는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었다. 일은 늘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일터로 오는 길에는 신이 나서 한 번에 두 칸씩 계단을 겅중겅중 뛰어올라야 한다.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입고 심지어는 맨발로 일하는 동료들에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 유연한 근무로 파도가 좋을 때는 서핑을 하고 함박눈이 내리면 스키를 타고 아이가 아플 때는 집에 머물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일과 놀이와 가족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야 한다. (P.85)



이런 회사라면 정말 다니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를 운영해도 수익을 내고 회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직원들은 이렇게 회사를 다녀도 회사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1984년 우리는 로스트 애로의 새로운 사옥을 지었다. 거기에는 개인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았다. 임원들을 위한 사무실조차 말이다. 이런 구조가 때로는 산만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경영진은 개방된 형태의 커다란 공간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을 했고 직원들은 곧 이 공간에 '울타리(corral)'라는 이름을 붙였다. (P.101)



2020년 한국의 대기업 사무실 모습은 파타고니아와 사뭇 다르다. 부사장 이상은 별도의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전무/상무는 직원들과 분리하기 위해 높은 칸막이를 설치해서 '나는 임원이다'를 모두가 알게 만든다. 임원들을 위한 고정 주차 지역이 있고, 이곳에 직원이 주차를 하면 바로 회사에서 전화를 해서 차를 빼라고 한다. 임원에게 개인 냉장고와 수납장을 제공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대기업의 문화이다. 이러면서 좋은 직장 문화를 만들자고 각종 캠페인을 만들고, 설문 조사를 한다.  


파타고니아도 다른 회사들처럼 위기와 부딪혔다. 그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파타고니아의 가치관, 문화, 방향, 철학 등을 논의했다. 이런 것은 팀 구성원들에게 설문을 해서 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고, 일개 기획이나 전략 부서에서 방안을 마련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주주의 이익을 도모한다, 혁신을 선도한다 등의 구태의연한 목표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상장 회사가 아니다. 그들은 이런 수준 낮은 사항을 생각하지 않았다. 다음은 그들의 가치관을 요약한 내용이다. 이것만 읽으면,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전체를 읽었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우리의 가치관


1. 회사의 모든 결정은 환경 위기를 염두에 두고 내린다. 


2. 제품의 품질에 최대한의 관심을 쏟는다. 여기에서 품질은 내구성, 자연 차원(원료, 에너지, 운송)의 최소 사용, 다기능, 비노후화, 용도에 대한 완벽한 적합성에서 나오는 종류의 아름다움으로 정의된다. 특히 일시적인 유행을 따르는 것은 우리 기업의 가치관과 부합하지 않는다.


3. 이사회와 경영진은 성공적인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환경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한다. 


4. 이익을 추구하되 성과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성장과 확장은 우리 회사의 기반이 되는 가치가 아니다. 


5. 우리는 사업 활동이 환경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년 스스로에게 총매출의 1% 혹은 연 수익의 10% 중 큰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한다. 이 세금의 모든 수익은 지역 공동체와 환경운동의 보조금으로 사용한다.


6. 파타고니아의 모든 임직원은 우리의 가치관을 구현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7. 최고 경영진은 하나가 되어 최대한 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한다. (P. 123 ~ 124)



거의 하룻밤 새에 우리는 훨씬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진 냉철한 회사가 되었다. 성장을 지속가능한 속도로 제한하고, 지출은 신중하게 했으며, 경영은 사려 깊은 사상과 생각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3년 만에 경영진 내에서 몇 개의 계층을 없애고, 재고를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판매 채널을 중앙의 통제 하에 두었다. 철학을 글로 정리하고 수업을 통해 문화적 경험을 공유한 것이 이런 급진적 전환에 큰 역할을 했다. (P.127)


 

2019년 파타고니아는 사명 선언을 했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탄생에서 재탄생에 이르기까지 제품을 책임지고, 우리에게 제품의 수선을 맡기도록 고객들을 장려하고, 제품의 수명이 다했을 때는 다른 귀중한 제품으로 재활용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은 제품을 가능한 오래 지속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제품들이 지나치게 빨리 되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P.187)



파타고니아 이미지의 핵심은 무엇일까? 대중은 우리를 어떻게 인식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등반 장비를 만드는 대장간이라는 우리의 근원이다. 그곳에서 일하던 자유사상을 품은 독립적인 등반가들과 서퍼들의 신념, 태도, 가치관이 파타고니아 문화의 기반이 되었고 그 문화로부터 하나의 이미지, 즉 사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진정성 있고 질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생겨났다. (P.240)



우리는 개인 소유의 기업이고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을 팔거나 회사를 넘길 생각이 없으며 기업을 담보로 하는 차입을 원치 않는다. 더구나 우리는 전문 아웃도어 시장 밖으로 파타고니아를 확장시키길 바라지도 않는다. (P.264)


우리는 아웃도어 용품을 파는 회사이다. 의사가 접수 담당자에게 병원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허용하지 않듯이 우리는 박람회 부스에 흰 셔츠에 넥타이를 맨 사람을 두지 않는다. 주된 문화가 '실내'에 속하게 된다면 최고의 아웃도어 의류를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사무실에 있는 것보다 베이스캠프나 강가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을 찾는다. 그런 사람들이 직무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자격까지 갖추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경영 대학원 출신이 아닌 떠돌이 암벽 등반가를 채용하는 위험을 무릅쓰곤 한다. (P.273)


나는 행동이 우울한 마음을 치유해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직접적인 행동은 파타고니아 환경 철학의 기반이다. 우리가 사업을 하는 주된 이유는 정부와 기업들이 환경 위기를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동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언제나 악이 승리한다. (P.302)



나는 악의 정의를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한다. 명백하고 공공연한 행동이어야 악인 것은 아니다. 단순히 선의 부재도 악일 수 있다. 당신에게 선을 행할 능력과 자원과 기회가 있는데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악일 수 있다. (P.387)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언제나 악이 승리한다. 이 말은 정말 공감이 간다. 

어떤 사람들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안 좋게 생각해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한다. 모든 의견에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 100% 정답은 없다. 항상 최선을 다해 차선을 찾는 것이다. 

나는 악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만큼 했다 말할 수 있을까? 이건 틀린 말이다. 악에 동조하지 않고, 무관심이나 중립을 지켰기 때문에 악이 승리한 것이다. 

어떤 사안이라도 중립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이 있었다. 중립을 지키겠다고 아무 행동도 안 하는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사람보다 나은가? 아니다. 똑같다. 왜냐하면, 그런 중립적인 태도롤 취한 사람들이 많았다면, 탄핵을 하지 못하고, 죄를 묻지도 못했을 것이다. 탄핵을 해서 죄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이 유한한 지구에서는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까 걱정인가? 어차피 자동화와 로봇 기술의 발달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것만을 구입한다면, 다기능의, 내구성이 좋은, 수선이 가능한, 품질이 좋은, 유행이 없는, 그리고 다음 세대까지 물러줄 수 있는 것만을 산다면 어쩌면 일부 사람들은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P.390)


나는 모든 일에서 달인이 되는 길은 단순함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기술 대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많이 알수록 필요한 것은 적어진다.

나 자신의 삶을 단순하게 만들려는 미미한 시도들을 통해 나는 보다 단순하게 살아야, 혹은 그렇게 살기로 선택해야 정말 중요한 모든 면에서 빈곤하고 결핍된 삶이 아닌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P.391)


올해 초에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내 방을 많이 바꾸었다. 안 읽은 책, CD, 안 읽는 옷, 레고 벌크, 게임용 잡지, 오래된 게임기, 수납장, 책장 등을 버렸다. 그 이후에 방에 들어온 것을 보니 몇 권의 책이 전부였다. 여전히 무엇인가를 사고 싶은 욕구는 계속 있다. 빈 공간에 무엇인가를 채워 놓고 싶다. 단순하게 살아야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아직도 부족하다. 


지구의 생명에 책임을 지는 한 명의 사람이 되기 위해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을 실천한다. 



2020.09.19 Ex. Libris. HJK



나는 거의 60년 동안 사업가로 살아왔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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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
강양구 외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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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쓰레기가 책을 쓰네. 기가 막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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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0-09-0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모르겠고, 알라딘에서 독서평에 공감 100개가 넘어가는 건 처음보는데,
(그것도 독후감상도 아닌 기대평들에:-)
너무 신기해서 그분들 책장으로 가보니 꼴랑 이 책 하나 넣고 기대평들을 하신분들이 꽤.
개인적으로 작가들이 별로라 책은 관심이 안가는데, 주변 현상은 재밌네요.

아타락시아 2020-09-06 16:08   좋아요 0 | URL
갱지님 말씀 듣고 보니 참 웃기는 현상이네요.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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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책을 통해서가 아니었다. 이른바 한류라고 불리는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는데,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이 책이 일본에서 엄청 인기를 얻고 있다는 내용을 유튜브에서 보았다. 


지금까지 일본 작가의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 일본 출판시장은 한국보다 커서 정말 다양한 종류의 책이 나온다. 정말 형편없는 책도 있지만, 좋은 에세이 책들도 많다. 일단, 출판되는 책이 많고, 받쳐 주는 시장이 있으니 양질의 책이 나올 확률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김수현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푸근한 일러스트와 함께 본인의 생각을 깔끔하게 적었다. 


에세이를 읽는 목적은 무엇일까? 

삶의 위로를 받기 위해서? 읽는데 부담이 없어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편해서? 

책을 읽는 목적이 다양하듯이 에세이를 읽는 목적도 다양할 것이다. 


내가 에세이를 찾아서 읽는 이유는 어떤 감정, 상황, 현상을 설명하는 현실적 비유를 통해 나의 사고를 돌아보기 위함이다. 여기에서 현실적이란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한가한 오후에 소파나 바닥에 누워 가볍게 펼쳐서 읽다가 뜻하지 않게 발견하는 현실적 비유가 재미있다.


어떤 책은 객관적 실험, 구체적인 타당성,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어떤 감정, 상황, 현상을 설명한다. 이 또한 나쁘지 않다. 에세이를 찾는 이유를 감정적 사고 때문이라면, 이런 책은 논리적 사고 때문에 읽는다. 


이 책에서 발견한 몇 가지 현실적 비유를 소개한다.


운전할 도로 위에 어떤 운전자를 만날지 없듯이, 삶에서 누구를 만날지 우리가 결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로에서 막무가내인 운전자와 한동안 같은 길로 가야 한다면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사고를 막을 있다. (P.118)


저마다 배터리 용량이 다르듯, 우리의 체력도, 충전의 주기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고 배터리의 잔여량은 남과 비교해서 있는 아니다. (P.239)


샤워기의 온도를 조절할 '조금 차갑게' '조금 따뜻하게' 반복하다 내게 맞는 적당한 온도를 찾아내듯이, 관계의 적정선도 그렇게 맞추는 거다. 그렇기에 중요한 지금 관계의 온도를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지, 나의 마음을 아는 일이다. (P.271)


위의 인용 글들을 읽어보면, 정말 마음에 와닿는다. 많은 과학적 근거, 실험 데이터, 논증 체계가 필요 없다. 그냥 읽으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이 바로 에세이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관계를 이어가는 가장 확실한 비결은 "언제 보자" 말을 "이번 주에 보자" 바꾸면 된다. (P.252)


당장은 새로운 직업을 갖기 어렵지만 3 정도의 시간을 두고 준비하면 새롭게 있는 일은 많다. 당신의 시작을 위해 시간을 주자. 삶은 망설이기엔 너무 짧고, 조바심을 내기엔 너무 길다. (P.182)


'' 아니라 '' 중심으로 말해야 하는데, 이건 상대를 평가하는 피하고, 행위와 사실만으로 느낌과 욕구를 표현하는 말하기 기술이다. 예를 들어, "너는 나를 무시한다" 같은 상대를 판단하는 문장을 "내가 말할 네가 TV 보면서 대답하면(관찰) 나는 너한테 존중받고 싶었는데(나의 욕구) 그렇지 못한 같아서 서운해(나의 감정)"라는 문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P.219)


위의 인용 글들은 독자들이 따라 할 만한 행동을 바로 알려준다. 말하기 기술은 책 한 권으로 쓸 수도 있을 만한 주제이다. 하지만, 간단하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에피소드와 간단한 문장만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말하기 기술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이 또한 에세이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 

현실적 비유를 찾아내는 재미, 내 주변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접해보기 바란다.


2020.08.09 Ex. Libris HJK

 

사실 내게 인간관계는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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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국 패망사 - 태평양전쟁 1936~1945 걸작 논픽션 17
존 톨랜드 지음, 박병화.이두영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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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일본인이라서 그런지 존 톨런드 저자는 친일파 시각으로 글을 썼네요. 백인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를 찾으려는 모든 아시아인의 열망으로 초래된 전쟁이라는 한심한 말을 하네요. 서구 열강의 식민지도 문제이기는 했지만, 일본이 더 아시아를 착취했는데, 이 무슨 망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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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멜전사록
리델 하트 엮음, 황규만 옮김 / 일조각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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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호퍼의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를 읽으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에픽 호퍼는 평생을 길 위에서 일하며, 사색한 미국의 철학자이다.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는 56세~57세 나이에 샌프란시스코 부두에서 일하며 쓴 일기를 모은 책이다. 이 책에서 에릭 호퍼가 며칠 동안 미칠 듯이 읽었다고 한 책이 바로 '롬멜전사록'이다. 철학자가 미칠 듯이 읽은 전쟁 관련 서적이 뭘까 궁금해하며 이 책을 구매했는데, 드디어 완독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전쟁사 관련 책은 역사적 사실과 지은이의 생각을 어느 정도 넣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롬멜전사록'은 롬멜이 직접 쓴 일기, 편지, 보고서 등을 쓴 것을 토대로 1940년 5월 13일부터 1944년 10월 14일까지 롬멜의 발자취를 조명한 책이다. 롬멜의 심리적 묘사가 뛰어나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 부하 장병들에 대한 걱정, 전쟁에 대한 견해, 독일 국방군의 자부심 등을 잘 알 수 있다. 그 당시 독일 일선에서 고생하는 지휘관들과 독일 총통부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 왜 독일군이 북아프리카 전선, 노르망디 방어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에 유럽에 국한해서 가장 뛰어난 지휘관이 누구일까?

프랑스 침공 시 프랑스 스당을 돌파하여 뫼즈강을 건넌 제19기갑군단을 지휘한 구데리안을 생각할 수도 있고, 독일 전격전을 계획했던 만슈타인을 생각할 수도 있고, 몽골에서 일본군을 격파하고, 독일로부터 소련을 구한 주코프일 수도 있고, 북아프리카에서 롬멜을 상대로 싸운 몽고메리일 수도 있고, 프랑스를 수복하고, 독일로 진격한 패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롬멜을 가장 뛰어난 지휘관으로 생각한다. 

그는 전장 일선에서 떠나지 않고, 항상 전략적인 사고방식으로 전투에 대응했다. 전투에 대한 성과뿐만이 아니고, 전투의 목표는 사람이 아니고, 군사적 능력을 제거하는 데 있다는 그의 사고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그는 항상 항복을 먼저 유도했다. 전쟁 물자를 타격하여 전투를 포기하도록 하고, 항복한 군인들에게 인도적으로 대우했다. 엄청난 군인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참호전을 기피하면서 기갑사단과 차량화 보병사단으로 전선을 무너뜨려 후방을 타격해서 전투 의지를 무너뜨리는데 집중을 했다. 


북아프리카에서 영국, 인도, 뉴질랜드 연합군에 패배하고 있던 이탈리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북아프리카에 온 롬멜은 연합군을 상대로 엄청난 승리를 거두며 이집트 엘 알라메인까지 진출을 한다. 후퇴를 할 때는 최소한의 피해로 진격할 때는 엄청난 속도를 바탕으로 중심부를 타격하는 전술로 연합군을 밀어붙었다. 하지만, 소련을 상대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독일은 모든 전력을 소련으로 집중하고, 북아프리카는 지원이 약해지면서 북아프리카 전선은 어려워진다. 더구나, 이탈리아군이 소유한 장비의 질과 이탈리아군 수뇌부의 한심한 지휘 등도 문제였다. 결국 이집트를 관통하여 수에즈 운하를 점령하려는 롬멜의 도전은 실패한다. 


롬멜은 전투뿐만이 아니고, 전략적으로 전장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독일 제6군이 스탈린그라드에서 고생하고 있을 때 북아프리카 집단군을 지휘하던 롬멜은 수에즈를 통해 이집트로 들어오는 막대한 미국, 영국 군수 물자를 차단해서 지중해를 확보하고, 카스피해로 진출하여 바쿠를 점령하면 소련으로 지원되는 미국 군수 물자도 차단하고, 원유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북아프리카 전선의 중요성을 독일 총통부에 계속 설득했지만, 무능한 히틀러 때문에 결국 북아프리카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 하지만, 만약 롬멜의 생각대로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물론, 롬멜은 연합군의 경제적 능력, 특히 미국의 엄청난 물량과 공군과 해군의 엄청난 전력 차이를 독일이 극복할 수 있을지 부정적이었지만, 롬멜의 생각이 그나마 가장 나은 안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롬멜은 무조건 현 위치를 고수하라는 히틀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전략적으로 후퇴하여 최소한의 피해로 온전히 독일군을 튀니지로 후퇴시킨다. 롬멜은 이 병력을 그대로 유럽으로 후퇴시켜 향후 서유럽에 가해질 연합군 공격을 최대한 막고, 휴전을 해야지 독일 본토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히틀러의 미움을 받고, 아프리카 집단군 사령관에서 해임되고, 결국 튀니지에 있던 모든 병력은 연합군 포로가 되었다.

그는 프랑스 주둔 B집단군 사령관으로 노르망디 방어전을 지휘했다. 기갑사단을 해안 후방에 위치시켜 연합군이 교두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바로 반격하는 작전을 구상했지만, 이 또한 히틀러의 아둔한 생각으로 인해 무시했다. 결국, 후방에 위치한 기갑사단은 연합군 공군의 공격으로 이동이 지연되고, 이미 연합군이 교두보를 확보하여 막대한 병력을 투입한 상태에서 축차적으로 투입된 독일 기갑사단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연합군에 의한 서부 전선이 만들어지면서 소련과의 전투로 고난을 겪고 있던 동부 전선도 영향을 받고, 독일의 몰락은 빠르게 다가왔다.


히틀러의 고집과 한심한 전략에 끊임없이 저항하던 롬멜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결국 독약을 마셔서 독일의 패망을 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만약, 히틀러가 괴링, 괴벨스 같은 능력도 없는 아첨꾼들과 친위대에 둘러싸여서 한심한 망상을 하지 않고, 롬멜, 구데리안 같은 장군들의 생각을 받아들일 만큼 상식이 있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유태인, 슬라인브인 등 수많은 사람을 학살했던 자들은 독일 육군이 아니었다고 한다. 독일 육군이 점령하고, 이동하면 점령한 지역에 SS 친위대가 들어와서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물론, 전쟁을 일으킨 독일이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히틀러를 국가 지도자로 뽑은 그들은 혹독한 보복을 당했다. 

롬멜은 순수한 군인이었다. 실전과 이론에 정통한, 최소한의 피해로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그에게 많은 배울 점이 있다. 


전쟁도 역사의 한 부분이다. 역사는 반복되고, 전쟁도 반복된다. 

전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 평상시에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방력 7위이고, 무기 수출국 12위이다. GDP 기준으로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이기도 하다. 원자력 잠수함, 항공모함, 원자폭탄을 마음만 먹으면 자체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국가이다. 국방 예산도 세계 5위안에 드는 국가이다. 우리 주변에 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이 있다. 그들이 한 국가의 힘이 약할 때 그 국가에 어떻게 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2019.12.20 Ex. Libris HJK


1940년 5월 10일, 히틀러는 오래 전부터 자신이 원했던 서방 침략을 개시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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