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필링스 -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 앳(at) 시리즈 1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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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캐시 박 홍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부모님은 모범 이민자로 미국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이민자였다.

캐시 박 홍은 대학교에서 미술, 시를 공부하였고,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미국에서 성공한 이민자의 딸이고, 본인도 미국에서 성공한 작가, 시인이였지만, 백인 위주로 돌아가는 미국에서 한국인, 아시아인으로 살면서 느낀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서술했다.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분야에서의 차별이 좀 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본인이 겪은 차별, 사회적으로 유명해진 사건들을 소개한다. 


유대인의 자기혐오나 미국 흑인의 자기혐오에 관한 책은 얼마든지 있지만, 아시아인의 자기혐오에 관한 책은 별로 많지 않다. 인종적 자기혐오는 백인의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것이고, 이것은 나를 자신의 최악의 적으로 만든다. 유일한 방어책은 자기를 심하게 다그치는 것인데, 그러다 보면 이것이 강박적으로 되면서 거기서 위안을 찾게 되고, 결국 자신을 죽도록 구박하게 된다. 자신의 외모도, 말소리도 싫어진다. 아시아인의 얼굴은 마치 신이 형태를 잡다 말고 포기한 것처럼 또렷하지가 않다. 한 공간에 아시아인이 너무 많으면 짜증이 난다. (P.26)


직접 차별와 혐오를 겪지 않아도 미국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다. 자기 자신뿐만이 아니고, 자기 인종에 대한 혐오로 인해 아시아인이 아시아인을 더 구박하고, 못살게 굴 수 있다. 백인을 제외하고, 모두 차별을 겪는 흑인, 라틴인, 아시아인들끼리 더 무시한다는 사실을 LA 폭동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이 백인이 아니었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비록 나는 백인은 아니지만, 백인과 근접하기 때문에 너희 다른 인종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어찌 보면 약함에도 불구하고, 강한 자에게 붙어서 약한 자를 괴롭히고, 왕따 시키는 애들의 심리와 같지 않을까


미국의 추한 과거는 이미 많이 알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아내고, 많은 흑인 노예를 죽게 만들고, 자기들이 남의 땅을 훔쳤으면서 마치 주인처럼 백인 말고, 다른 인종들을 배척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이 미국인 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시아인, 특히 중국인들이 당했던 피해와 모욕은 처음 알았다. 


미국에 잔류한 중국인은 인종 청소에 회생되기 쉬운, 움직이는 표적이었다. 자경단이 중국인 가게에 폭탄을 장치하거나 그들이 머무는 막사에 총을 쏘거나, 불을 질러 집에서 탈출하게 만들었다. 미국 서부 해안에서는 중국인 이민자 수천 명이 자신들이 살던 동네에서 쫓겨났다. 1885년 워싱턴주 터코마에서는 백인들이 임신한 중국 여성의 집에 들이닥쳐 그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집 밖으로 끌어내 같은 동네에 사는 중국인 이민자 300명과 함께 차가운 폭우가 쏟아지는 한밤중에 벌판에서 강제로 행군하게 했고, 그러는 동안 그들이 살던 집은 - 그들이 거기에서 살았다는 모든 증거와 함께 - 불타올랐다. 그들은 오갈 데도 없이 영원히 도주하는 삶을 살았다. 또한 1871년 중국이 몇 명이 백인 경찰관을 살해했다는 유언비어에 500명에 달하는 로스앤젤레스 사람들이 떼 지어 LA 차이나타운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중국인 성인 남자와 소년 18명을 고문하고 목매달아 죽였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린치 사건이었다. 그들이 린치당한 거리는 당시 '검둥이들의 골목'으로 불렸다. (P. 41)


이런 역사를 가진 중국인들이 이제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의심해 본다. 중국이 하는 말은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캐시 박 홍이 코미디언이면서 예술가이자 혁명가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리처드 프라이어이다.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상당히 유명했다고 한다. 리처드 프라이어가 1979년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공연한 라이브 인 콘서트 영상이 넷플릭스에 있다. 캐시 박 홍이 그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여기에 적기 보다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미국 정서를 잘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가 인종 차별을 코미디로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물론, 재미있기도 하다. 다만, 19금 내용이 다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다음은 캐시 박 홍이 LA 폭동을 바라보는 견해이다. 


나는 흑인, 갈색인보다 유리함을 누려온 집단의 일원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계 미국인은 레드라인(금융기관이 가난한 지역, 특히 흑인 밀집 지역에 경계선을 긋고 그곳 거주자에게 은행 융자나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차별 행위- 옮긴이)이라는 부당한 대접을 흑인만큼 심하게 받지 않았다. 애초에 한국인 이민자들이 은행 융자를 얻어 사우스센트럴 지역에 가게를 열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덕분이었다. 나는 그 한국인 이민자들이 미국 흑인과 백인의 싸움에 말려든 무고한 구경꾼이었던 척할 수가 없다. 그들은 흑인을 상대로 돈을 벌어 궁극적으로 사회적 지워를 상승시켜 - 우리 가족처럼 - 그곳을 떠나 백인들 사이에서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당시의 폭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층적인 진실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인종 간 주거 분리의 역사, 제조업 일자리의 외주화, 연방 공적부조 제고의 폐지 등도 LA 폭동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도화선이 됐다. 그래서 언론이 흑인 분노의 원인으로 한국 상인들을 지목해 편리하게 희생양으로 삼는 것을 보고 나는 화가 났다. 한국 상인들도 간신히 가난을 모면하는 수준으로 살았다. (P.91)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을 하고 있는 중에 아래 문장을 읽고 격한 감정을 느꼈다. 그동안 서양 백인들이 저질렀던 과거를 이렇게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표현을 알았다는 것이 기쁘다. 

그 표현은 "백인 우월주의의 자본주의적 확장"이다.


가족이 콰테말라에서 왔던, 아프가니스탄에서 왔건, 한국에서 왔건, 1965년 이후의 이민지들이 공유하는 역사는 미국을 넘어서 각자의 출신국으로 확장된다. 그곳에서 우리의 동족들은 서구 제국주의, 전쟁, 그리고 미국이 세우거나 지원한 독재 정권에 의한 대량 살상을 겪었다. 미국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애쓰느라고 우리는 인생에서 제2의 기회를 선사받은양 황송해한다. 그러나 이민자들이 공유하는 뿌리는 이 나라가 우리에게 부여한 기회가 아니라, 백인 우월주의의 자본주의적 확장이 우리의 조국의 피를 빨아 부를 챙긴 방식이다. 우리가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P.126)


저자는 <딕테>라는 소설을 쓴 테레사 학경 차에 주목한다. 한국계 미국인이면서 시인, 소설가였던 그녀가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던 사실을 알고, 그녀를 탐구, 조사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이 정도로 유명했던 그녀의 죽음을 왜 아무도 관심을 안 갖고, 묻었을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의구심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저자는 후반부에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을 때 미국 본토에서 거주하는 일본인을 수용소에 수감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언급한다. 또한, 베트남에서 한국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미국에 사는 여러 인종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그들 스스로의 자기 혐오, 백인이 자행하는 무의식적 차별, 의식적 탄압 등에 대한 내용이 주제이기는 하지만, 일본인이 자행한 여러 악행에 대한 언급은 없다. 백인 우월주의의 자본주의적 확장처럼 일본 우월주의의 자본주의적 확장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혔고, 아직도 일본인들은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고, 끊임없이 도발을 일삼는다는 사실 정도는 표현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책이 끝날 때까지 아무 언급이 없다. 


저자는 한국에 못 산다면서 높은 교육비, 흔한 성형수술, 젋은이들의 취직 어려움 등을 소개하면서 헬조선이라는 말을 인용한다. 물론, 한국의 문제는 많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된 2020년 당시에 한국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을 썼는지, 그리고 한국의 방역, 문화, 경제적 성과 등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반대로 이야기해 보자. 나는 미국에 못 산다. 허구한 날 총기 사건이 발생하고, 백신을 안 맞겠다고 길거리에서 패싸움하는 그런 동네에서 불안해서 못 살겠다. 하지만, 미국이 정말 못 살 동네인가? 미국의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그런 내용을 언급 안하고, 마치 미국을 깡패라고 부르기만 하면 합당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저자 또한 한국인이라기 보다는 미국에 거주하는 많은 한국계 미국인일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마이너 필링스를 느끼면서도 한국에 동화되지 못하고, 그저 한 명의 미국인에 불과하다는 나만의 생각이다. 


2021.10.02 Ex. Libris HJK



내 우울증은 가상의 틱 장애와 함께 시작되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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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록 - 미국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제국 건들건들 컬렉션
폴 배럿 지음, 오세영 옮김, 강준환 감수 / 레드리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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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록을 들어본 사람은 총기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와이프에게 글록에 대해서 물어보니 바로 권총이라고 말했다. 미국 드라마,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고, 특히 CSI 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았던 와이프에게 글록은 낯설지가 않았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 신생 총기 업체가 글록이라는 권총으로 미국 시장을 지배하게 된 원인, 배경을 서술한 책이다. 사실 글록이라는 총에 대해 궁금한 것도 있었지만, 왜 미국은 총기 규제를 못하고, 수많은 총기가 돌아다니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1986년 4월 11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FBI와 은행 강도 사이에 총격전이 펼쳐졌다. 8명의 FBI 요원과 2명의 용의자 간의 총격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명의 용의자는 사살되었지만, FBI 요원 2명이 현장에서 죽었고, 3명의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고, 2명이 다쳤다. 이때 FBI 요원이 사용한 총기는 6발 탄창을 가진 스미스&웨슨 리볼버였다. 반면에 용의자는 루거 미니 14와 12게이지 샷건을 사용했다고 한다. 루거 미니 14는 40발 탄창을 쓸 수 있었고, 샷건조차 8발로 리볼버보다 장탄 수가 많았다. 

하지만, 이 사건의 진짜 원인은 FBI의 허술한 준비였다. 군용 소총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처 사용할 시간이 없었고, 방탄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많은 피해를 입은 연방 요원들의 잘못을 덮기 위한 수단으로 강한 화력을 필요하다는 여론을 만든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법을 수호하는 정부 조직들이 장탄 수를 높인 자동 권총을 찾게 되었고,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글록이라는 자동 권총이 채택되었다고 한다. 글록은 플라스틱으로 가벼웠고, 9mm 탄약을 이용했고, 장탄 수도 17발이었다. 부품 수가 획기적으로 낮았고, 고장이 잘 안 났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가격도 300달러로 저렴했다. 

이후 민간에도 풀리면서 가격은 올라갔지만, 누구나 마음먹으면 돈을 모아서 살 정도의 좋은 무기가 미국에 퍼지면서 미국 총기 시장을 석권했다.


FBI, 경찰, 보안관 등 법을 수호하는 사람들이 총을 잘 쓰면 좋겠지만, 미국에서는 경찰이나 범죄자 모두 총기 사고를 많이 낸다.


1991년, 텍사스 칼린에서 조지 해나드는 루비스 카페에 들어와 식사하던 사람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했다. 글록 17 권총으로 사격을 했고, 총 22명을 죽였다. 

1999년 2월, 4명의 뉴욕 경찰이 기니 출신 이민자인 아마두 디알로에게 41발을 퍼부어 죽였다. 4명의 경찰 모두 자동 권총을 가지고 있었고, 그 중 한 명은 글록을 사용했다. 디알로는 주머니의 지갑을 찾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2006년 11월, 뉴욕 경찰은 23살의 흑인 숀 벨이 타고 있는 차에 50발을 쏘았다.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을 죽인 조승희는 글록을 사용했다.

2008년, 스티븐 카즈미어차크는 노던 일리노이 대학에서 21명을 쏘아 5명을 죽였다. 역시 글록을 사용했다. 

2011년 1월, 애리조나의 투손에서 자레드 로프너는 19명에게 총격을 해서 6명이 죽었다. 9mm 33연발 탄창의 글록을 사용했다.


여기까지가 책에 나온 내용이다. 유튜브에서 미국 총기 사건을 검색해 보면, 2021년에도 많은 사건이 있었다.


왜 미국에서는 총기 규제를 하지 못할까?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는 거 같다.


1791년 제정된 미국 수정헌법 제2조는 시민 무장의 원칙을 담았다. 잘 통제된 민병대는 자유주의의 안전에 필수적이기에 무기를 보유, 휴대하는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미국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서부 시대 영화를 보면 어느 누구나 권총을 허리에 차고, 말에 리피터나 라이플, 샷건을 매달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인들은 총을 좋아하고, 나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자유와 개인주의, 자립의 상징으로 총을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이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두 번째는 1871년 퇴역군인이 설립한 보수주의 단체인 NRA(National Rifle Association)이다. 이 단체는 550만 명의 회원과 연회비 수천억 원을 자랑하는 세계 1위의 정치 압력단체이다. 총기 규제 법안이나 소송들이 있을 때마다 로비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방해 공작을 펼치는 단체이다. 이들의 힘은 막강하여 그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정치인들을 규탄하고, 낙선 운동을 한다.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총을 소유하고, 휴대해야 한다는 생각은 맞을 수도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정당 방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이 없더라도 다른 무기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으니 총만 규제한다고 범죄가 줄어든다는 사실도 선듯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총기는 엄청 많아졌지만, 범죄는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총기의 문제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망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칼이나 다른 도구로 한 장소에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을 죽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글록 17같은 자동 권총 한 자루만 숨겼다가 가까이에서 꺼내면 몇분 안에 17발을 명중시킬 수 있고, 최대 17명을 바로 죽일 수 있다. 또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가까이에서 칼을 쓰는 것보다 비교적 쉽다.  


만약, 한국에 수정헌법 제2조처럼 총기 보유, 휴대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코로나 때 마트에서 생필품이 순식간에 없어진 이유는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남들 사기 전에 먼저 사야 한다는 눈치가 그들을 지배했다. 한국은 어느 때와 동일했지만, 일부 국가에서 사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총이 없는데, 옆집은 총을 가지고 있다면, 나와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총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없다면, 운전하다가 접촉 사고를 냈는데, 상대방은 총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없다면. 총을 안 살 수가 있을까?

폭력을 당하는 사람에게 총이 있다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총이 있다면, 성숙한 시민 의식을 믿고, 합리적으로 자제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총은 폭력을 당하는 사람에게 선이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총기는 선이자 악으로, 사람들을 출근하게 하는 동시에 환경을 오염시키고 끔찍한 사고를 일으키는 자동차와 같다. 콜레스테롤과 칼로리가 가득한 맛있는 스테이크와 같다.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명청한 음모론과 사악한 아동 포르노를 보여 주는 인터넷과 같다. <수정헌법 제 2조>를 철회하고 미국인 절대다수의 집단심리를 완전히 바꿔 놓지 않는 한 총기는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P.294)


솔직하게 나 자신을 믿을 수 없다. 총기 규제에 찬성하면서도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매할 수 있다면 구매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하나는 한국에 살고 있는 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서 좋다. 


2021.09.25 Ex. Libris HJK


1986년 4월 11일 오전 9시 45분, 특수요원 벤저민 그로건과 제럴드 도브는 도난당한 검은색 쉐보레 몬테카를로 차량과 2명의 용의자를 사우스딕시 고속도로에서 발견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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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9-25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주 신간 목록에서 발견한 책인데 벌써 리뷰를 올리다니 독서력에 감탄합니다! ^^

아타락시아 2021-09-26 09:36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평소 총기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빨리 읽었네요. ^^
 
내가 책을 읽는 이유 - 기시미 이치로의 행복해지는 책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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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기시미 이치로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누군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라고 하면 책에 대한 관심이 있던 사람에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미움받을 용기>를 읽었는데, 지금은 내용 자체가 잘 기억이 안난다. 아들러 심리학 기반으로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서술한 책인거 같다.


요즘 일본 저자들의 책은 잘 안 읽는다. 특히 자기 계발, 처세술 관련 책들은 책을 팔기 위해 기획되었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내용도 별로다. 


이 책을 선택해서 읽은 이유는 저자 때문은 아니다. 

한국의 9월은 정말 아름답다.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 가장 좋은 날씨를 품은 추석도 있다. 책을 읽기에, 운동을 하기에, 놀기에도 너무 좋은 계절이 바로 한국의 가을이고, 그 중에 9월이 최고이다. 

그런데, 막상 9월이 되니 책을 안 읽게 되었다.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책의 무용론, 책을 읽어서 뭐하냐는 생각과 함께 독서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내가 주로 하는 독서에 대한 흥미를 찾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독서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다. 이제 적지 않은 독서 관련 책을 읽었기 때문에 대충 패턴도 보이고, 왠만한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아는 지식은 불완전함 그 자체이고, 어느 책에서도 도움 받을 만한 내용은 분명히 있다.


철학이 추상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추상'이란 말의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철학은 구체적 학문이다. 구체적이란 온갖 조건을 더해 생각한다는 뜻이다. 

다른 학문은 곁가지는 버리고 필요한 조건만 추려내어 고찰한다. 전선에 다섯 마리의 참새가 앉아 있다. 그중 두 마리를 쏴서 떨어뜨리면 몇 마리의 참새가 남을까? 이런 류의 산수 문제에는 참새가 사냥꾼이 쏜 총소리에 놀라 달아난다는 조건은 더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산수 문제라면 세 마리가 정답이지만, 실제로는 전선에 참새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모든 조건을 더해 사고한다는 의미에서 철학을 구체적 학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P.161)


철학과 다른 학문의 차이를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두꺼운 책을 읽을 때는 남은 쪽수가 점점 줄어드는 기쁨을 느낄 수가 있다. 다 읽어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책을 받치고 있는 오른손과 왼손에 가해지는 무게감이 달라진다. 전자책에서는 그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조금만 더 읽으면 된다는 쾌감을 느낄 수 없을뿐더러 쪽수 대신 몇 퍼센트 남았다는 표시가 되어 있긴 하나 단숨에 책을 읽어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P.177)


전자책과 종이책의 장단점을 비교한 책은 정말 많다. 독서론에 대한 책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이다. 나는 종이책의 질감과 냄새, 촉감을 좋아한다. 차디찬 전자기기를 만지는 것보다 따뜻한 종이를 만지는 느낌이 좋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랩탑 때문에 종이 메모장이나 수첩을 쓰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책만은 남겨 놓고 싶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한 남은 쪽수를 알 수 있다는 종이책의 장점에 격하게 공감한다. 


무언가를 배울 때뿐 아니라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이상적인 모습에서 점수를 하나하나씩 깎는 감점법이 아닌 현재를 0이라고 하고 점수를 하나하나 더하는 가산법으로 매길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한탄하지도 않고, 자신의 가치를 뭔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찾지도 않는다.

더욱이 이제 다른 사람과의 경쟁할 필요가 없어서 새로운 단어를 하나라도 외울 수 있고, 몸을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헤엄칠 수 있게 되면 그것 자체가 기쁨이 된다. 그러면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P.257)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은퇴하면 더 이상 자신이 그동안 잘하고 있던 것이 소용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은퇴하고 나서도 계속 하던 일을 이어서 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지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많아진 시간, 줄어든 돈, 외로워진 삶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원어로 읽는다고 해서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많은 언어를 배워서 더 많은 책을 읽었을지도 모를  그 시간을 빼앗겼다기보다는 천천히 세밀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책을 볼 때 몇 쪽을 읽었는지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듯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번역하는 것도 독서를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았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P.269)


요즘 코로나 때문에 해외 출장 기회가 없다. 예전에는 미국에 출장 갈 일이 종종 있어서 갈 때마다 원서를 3~4권씩 사왔다. 외국에서 서점을 돌아다니는 시간을 관광으로 생각했다. 항상 사올 때마다 꼭 읽어야지 생각했지만, 수십 권 중에서 읽은 책은 달랑 두 권 뿐이다. 읽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한 달에 몇 권 읽어야지 목표 세우면 원서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독서에 대한 독서 수립은 양날의 검이다. 독서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연말로 다가갈수록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분량이 얼마 안되는 책을 고른다는 단점이 있다. 답은 없는 거 같다. 각자 자신의 스타일에 맞추면 되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독서이다. 


주변 나라는 홍수, 지진, 폭우 등으로 고생중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정말 이보다 더 날씨가 좋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야 하니 책 한 권 들고 근처 공원에 가서 읽으면 좋겠다. 


2021.09.19 Ex. Libris HJK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생활 방식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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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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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를 알게 된 것은 유투브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감독인 클로이 자오가 2021년 노마드랜드라는 영화를 감독해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기쁜 뉴스가 떠들썩했지만, 몇년 전에 클로이 자오가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국의 네티즌과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엄청 받았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중국스럽다는 말은 통하는 거 같다. 오로지 자기들만 알고, 남을 무시하고, 혼자 잘난 맛에 산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중국인을 보면 일단 기피한다. 선입견은 잘못이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직접 해외에서 겪어본 중국인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으로 판단했을 뿐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저자가 약 3년 동안 노마드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쓴 글이다. 아마 이 책에 나온 어느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직 영화 노마드랜드를 보지 못했는데, 넷플릭스에 올라오면 좋겠다.

노마드는 유랑민이라는 뜻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생활하는 무리라는 뜻인데, 요즘 세상에서 이렇게 사는 것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 세금도 안 내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살 수 있는 땅이 있을까?

현재의 체제에 속하지 않고, 자유로운 인생을 꿈꾸면서 자연과 함께 살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노마드는 교수, 기술자, 선생, 직장인으로 한 평생 살아온 사람들이 집을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려서 어쩔 수 없이 RV 차량이나 벤, 심지어 자가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빚을 내고 집을 샀다가 집값이 하락하면서 집에서 쫓겨난 사람들, 부부간의 갈등으로 이혼하면서 복잡한 재산 다툼으로 인해 집이 없어진 사람들, 은퇴 후 집을 유지할만한 재정이 없어서 거리로 자발적으로 나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홈리스가 아니고, 하우스리스라고 부른다. 단지 물리적인 집이 없을 뿐이라고 한다. 

노마드 공동체를 꾸리고, 서로 도와주며, 자연과 함께 자유롭운 삶을 사는 긍정적인 모습도 있지만,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 아마존 택배 센터, 사탕무 수확, 국립 공원, 놀이동산 등에서 시간당 10달러가 안되는 돈을 받아가며 힘든 단기간 계약직 노동자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은 이미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식수, 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는 소유자가 있고, 일반 주택가 근처는 그들을 기피하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그들은 사막이나 황량한 곳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어떤 결론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소외된 사람들이 어떻게든 인생을 꾸려가기 위한 노력을 서술할 뿐이다.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사실 어려운 문제이다. 고용 시장이 안정되고, 시간당 금여를 높이고, 사회 복지 시스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땅이 넓고, 기름이 비교적 싸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한 유랑 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노마드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갈수록 줄어들고, 그들의 규모가 커질 수록 견제와 감시, 사회적 비난도 커질 것이다. 

미국에 비해 한국은 땅이 좁고, 땅 크기에 비해 인구수도 많고, 자동차를 주차할 곳을 찾기가 힘들다. 대규모 공장이나 농장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계약직도 많지 않다. 또한, 산도 많다. 미국하고 사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집이 없어 내몰린 사람들은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해볼만 하다. 하지만, 사회 복지 시스템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빚을 내서 집을 사더라도 빨리 빚을 갚고, 노년에도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뿐이다. 연금과 복지 수당 등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생계를 유지하는데, 부족할 것이다. 소비를 줄이고, 검소하게 노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큰 집이 필요없다. 이제 대가족이 한 집에 사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사회 복지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우리가 내는 세금을 허튼 곳에 쓰지 말고, 자산 규모에 맞게 형평성 있게 세금을 책정하는 방법 등도 고민되어야 한다. 지구를 보호하고, 빈부 격차를 줄이고, 부정 부패를 없애기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늦기 전에.


2021.08.06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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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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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위키에서 찾아보았다.


1973년 8월 23일부터 28일까지 스톡홀름의 크레디트반켄 은행을 점거하고 은행 직원을 인질로 잡았던 노르말름스토리 사건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인질들은 범인들에게 정서적으로 가까워졌고, 6일 동안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났을 때에는 인질범들을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닐스 베예로트라는 범죄학자이자 심리학자가 뉴스 방송 중에 이 현상을 설명하면서 처음으로 '스톡홀름 증후군' 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한다.


이 저자는 프레드릭 배크만, 스웨덴 작가이다. <오베라는 남자>에서 우연의 일치로 어떻게 사건들이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재미를 주었다. 이 책에서 오베는 악의는 없지만, 우스꽝스럽고 바보스러운 주인공이다.


<불안한 사람들>은 읽기 전에 이 책의 뒷면을 보았다면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다. 

악의는 없지만, 일 처리를 매번 바보스럽게 하는 범인이 몇 명을 인질로 삼았고, 인질들이 범인과 같이 있는 동안 감화되어서 범인을 위해 노력한다는 예상이다. 그리고, 이 예상은 적중했다.


결말을 미리 알면, 소설의 재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사실 프레드릭 배크만이 쓴 소설이 해피 엔딩으로 끝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이 소설의 재미는 범인과 인질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지에 대한 과정과  각자의 사연, 오해, 갈등을 가진 인질들이 어떻게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범인이나 인질들이 약간 바보스럽고, 말장난을 즐기며, 상황 자체도 우연이지만 웃기고 이상하기 때문에 이 저자의 기존 소설과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은행과 대출 시스템에 의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지만, 집값 폭락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다시 은행을 찾지만, 은행은 더 이상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현실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독자의 생각을 묻는다. 


남자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자 직원이 모럴 해저드란 '계약의 한 쪽 당사자가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더라도 그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되도록 보호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남자가 이해하지 못하자 그녀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바보 둘이 빠개지려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데 나무 몸통에 가까운 쪽이 톱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고요." 남자가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자 그녀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설명했다. "고객님이 나무 몸통에서 멀리 앉아 있는 쪽이에요. 은행이 나뭇가지를 잘라서 자기 목숨 줄을 챙기려 하고 있고요. 은행 측에서는 잃은 돈이 없어요. 고객님이 바보처럼 그들 손에 톱을 쥐여주는 바람에 고객님 돈만 날렸지." 그러고는 차분하게 남자의 서류를 모아 그에게 돌려주며 대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은행이 내 돈을 전부 날린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남자는 외쳤다.

직원은 그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선포했다. "고객님 잘못이죠. 왜 그 은행에 돈을 맡기셨어요." (P.81)


요즘 정기예금 금리는 1%도 안되고, 작년 대비 물가 상승률은 2.6%이다. 

저축을 아무리 해도 내가 저축한 돈 가치는 점차 떨어질 뿐이다.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고, 투자의 위험에 대해 처음에는 다들 조심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투자를 했더니 얼마의 돈을 벌고 나면 투자의 위험을 점차 잊는다. 더구나 자신은 투자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한 것이 결국 트레이더에 불과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집값은 계속 올라가고 나는 회사를 계속 다닐 거니 생각하면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 돈을 벌기 위해서 대출은 필수적이라 생각하니 주식 트레이딩 하면서도 대출을 받아서 한다. 

현재 자본주의 환경, 저성장 경제 추세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책임은 우리 개인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은행, 회사, 경제 시스템, 증권 회사, 부동산 거래인 등 모든 경제 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개인들이 책임을 묻겠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이 모든 시스템은 동의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시스템 자체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2021.07.04 Ex. Libris HJK


은행 강도, 인질극. 아파트를 급습하려는 경찰들로 가득한 계단. 이 지경에 다다르기까지는 수월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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